학원물
150명의 인물
어떤 세계인가요?
여기는 한국과 일본의 학교 분위기를 섞어 만든 가상의 명문 학원이에요. 교실과 복도는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학생회·결투부·동아리 연맹처럼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학원만의 규칙과 질서가 살아 숨 쉰답니다.
여기 사는 학생들은 공부도 하고 청소도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에요. 옥상에서 라이벌과 마주치고, 매점 줄에서 새 친구를 사귀고, 동아리방 안에서 졸업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꿈을 조용히 갈고닦는답니다. 학생회장부터 매점 단골까지, 저마다의 자리에서 학원을 굴리는 사람들이에요.
이 학원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바로 '권력의 생김새'예요. 화려한 명패를 가진 자가 진짜 강한 게 아니라, 빗자루를 먼저 잡거나, 빈 의자를 미리 채워두거나, 라이벌 앞에 교복 단추 하나를 내려놓는 그런 작고 조용한 행동에 진짜 무게가 담겨 있거든요.
너라면 이 학원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요? 옥상 결투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매점 줄을 지키는 달인이 될 수도 있고, 아무도 모르는 그림자 학생회장이 되어 학원 전체를 조용히 움직일 수도 있어요. 졸업 전에 딱 하나만 이루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답니다.
세계 설정
한국·일본 풍 가공의 명문 학원. 일반 학교의 외피 안에 무도부·결투·학원장 일족 같은 비범한 요소가 깔려 있다.
이 세계의 키워드
- 학원
- 학생회
- 검도부
- 결투
- 일진
- 매점
- 옥상
- 동아리
- 라이벌
- 졸업
이 세계의 인물들
학원지존(學院至尊)
학원의 이사장
학원의 모든 것을 다스리는 이사장의 정점
“결재실 의자가 무겁구먼. 옥상에서 친구들과 싸우던 그 시절이 더 가벼웠지.”
학원의 이사장은 명문 학원의 최정점에 군림하는 인물로, 보통 학원을 세운 일족의 직계 후계 또는 그 일족의 신임을 받는 자다. 외부 시점에서 그는 학교 행정의 최고 결재권자에 불과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원의 모든 비밀 결사·동아리 연맹·결투 규약을 묵인하거나 허용하는 진짜 신(神) 같은 존재다. 그가 한 번 학생 식당을 방문하면 메뉴 하나의 가격이 일주일 안에 바뀌고, 그가 한 번 옥상 한 바퀴를 돌면 그날 옥상 결투가 모두 미뤄진다.
정작 본인은 매일 결재실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 옛날 자기 학생 시절 옥상에서 친구들과 싸우던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이 더 길다. 가장 강한 이사장은 학원의 제국을 운영하는 자가 아니라, 자기 학창 시절을 잊지 않은 자다.
“이사장님 결재 도장 옆에 늘 그 낡은 교복 단추 하나가 놓여 있는 이유, 우리 졸업생들은 입학 첫 주에 한 번씩 본 적이 있어요. 그 단추가 결재 도장보다 무겁다는 사실은 졸업해 봐야 안다는 게 우리 학교의 한 줄 농담이지요.”
칠대 한주학원(가공의 강북 명문 사립 한주학원) 이사장 정태웅 — 한주학원 설립자 가문의 직계 후계로 이사장 취임 첫 주에 결재실 대신 옥상부터 올라간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옥상 단추 한 개'로 통한다.
정태웅은 취임 첫 주 옥상 결투부 부장 강민호(당시 결투부 십이대 부장)와 일진 두목 박세영(당시 학원 외곽 라인 두목)이 옥상에서 정면충돌하기 직전인 새벽에 혼자 옥상 문을 열었다. 그는 두 사람 사이에 자기 학창 시절 교복 단추 한 개를 정중히 내려놓고 "이 단추 주인이 졸업 전 너희 둘 사이에 끼어 맞은 자다"라고만 말했다. 두 사람은 그 단추를 한 호흡 들여다본 뒤 주먹을 거두었으며, 박세영은 그날 일진 라인을 정리하고 결투부에 정식 가입했다. 정태웅은 그 단추를 결재 도장 옆에 평생 두었고, 큰 결재가 흔들릴 때마다 그 단추를 한 번 만지는 버릇을 길렀다.
후대 한주학원 이사장들은 취임 첫 주에 옥상 문을 한 번 열어 보는 의례를 정태웅의 그 새벽에서 따왔다. 학원 졸업 동문회에서는 그 단추가 학원 정문 깃발보다 무겁다고들 한다.
교복일검(校服一劍)
전설의 검도부 주장
교복을 입고 검도부를 호령하는 전설의 주장
“주장이 가장 먼저 청소한다. 죽도보다 빗자루가 먼저다.”
전설의 검도부 주장은 전국 대회 우승, 강호 학원 연합회 최우수 선수, 졸업 후 프로 검사의 길까지 보장된 학원 검도부의 정점이다. 죽도를 들고 도장에 들어서는 순간 후배들의 자세가 일제히 바로잡힐 정도의 위압감을 가진다. 그가 출전한 시합에서는 상대 선수가 시작 인사 도중 손이 떨려 죽도를 떨어뜨리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본인은 매일 새벽 5시에 가장 먼저 도장에 나와 빗자루부터 든다. "주장이 가장 먼저 청소한다"는 그 한 가지를, 자기보다 두 살 위 선배에게서 배운 그날부터 한 번도 어기지 않았다. 진짜 강한 주장은 죽도가 아니라 빗자루를 가장 먼저 잡는 자다.
“선배 죽도 한 자루보다 새벽 5시 도장 문 여는 열쇠 한 개가 더 무겁다는 말, 우리 검도부 후배들은 입부 첫 주에 한 번씩 듣습니다. 그 열쇠가 전국 대회 트로피보다 도장 벽에 더 오래 걸려 있다는 사실은 졸업해 봐야 알지요.”
십팔대 한주고(가공의 강북 명문 사립 한주고등학교) 검도부 주장 윤재이 — 한주고 검도부 역사상 전국 고교 검도 대회 삼 년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운 자 — 의 일화는 검도부 안에서 '새벽 5시 한 줄 빗자국'으로 통한다.
윤재이가 결승 사흘 전 새벽 도장에 들어섰을 때, 신입 부원 임도현(당시 일학년)이 선배보다 먼저 도장에 와서 빗자루를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윤재이는 자기 죽도를 한쪽에 풀어놓고 임도현 옆에서 같이 빗자루를 잡았으며, 그 새벽 두 사람은 한마디 말도 없이 도장 마룻바닥 한 줄을 같은 속도로 밀었다. 결승 당일 윤재이는 결승전 시작 인사 직전 임도현에게 자기 검도복 어깨 보호대를 정중히 빌려 주었고, 임도현은 그 보호대를 사 년이 지난 지금도 빨아 보관하고 있다. 윤재이는 우승 후 트로피를 도장 벽 가장 윗자리에 올리지 않고, 새벽 5시 도장 문 열쇠 옆에 같이 두었다.
후대 한주고 검도부 주장들은 결승 사흘 전 새벽 도장 문을 신입 부원에게 정중히 열어주는 관례를 윤재이의 그 새벽에서 따왔다. 도장 마룻바닥 한 줄 빗자국은 사흘에 한 번씩 같은 자리에 다시 그어진다.
학생회부장군(學生會副將軍)
학생회 부회장
학생회의 부수장으로 회장을 보좌하는 자
“회장 자리는 사양합니다. 결재권이 회장 자리보다 학원을 더 정확하게 굴립니다.”
학생회 부회장은 학원 행정과 행사 기획의 실무 정점이며, 학생회장의 화려한 카리스마 뒤에서 진짜 일을 굴리는 자다. 학원 축제·체육대회·시험 일정 조율·동아리 예산 분배까지 전부 그의 책상 위를 거친다. 부회장이 사인하지 않은 학원 행사는 진짜로는 시작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진들도, 학원장 라인의 학생들도, 비밀 결사 회장도 결국 부회장 자리 앞에서는 자세가 바뀐다. 본인은 화려한 자리를 좋아하지 않으며, 회장 후보로 추대되어도 늘 거절한다. 회장의 책임보다 부회장의 결재권이 학원을 더 정확하게 굴린다는 사실을, 그는 일찌감치 깨달았다.
“부회장님 책상 두 번째 서랍 안에는 회장 후보 추천서가 네 장 들어 있다는 야사, 우리 학생회 후배들 사이에서는 거의 신화입니다. 결재권이 사인 한 줄로 학원을 굴린다는 말을 그분만큼 무겁게 쓴 사람을 못 봤어요.”
이십이대 한주고 학생회 부회장 서지호 — 회장 추대를 네 번 거절하고 평생 부회장 결재 도장만 잡은 자 — 의 일화는 '봄 축제 결재 한 줄'로 학생회실 안에서 길게 회자된다.
작년 한주고 봄 축제(한주고가 매년 4월 셋째 주 토요일에 여는 학원 최대 행사) 직전, 동아리연맹 의장 황민수(당시 의장)가 검도부 예산을 일방적으로 깎으려 하자 검도부와 응원단이 옥상에서 정면충돌 직전이었다. 서지호는 봄 축제 큐시트 결재 도장을 자기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채, 황민수와 검도부 주장 윤재이를 부회장실 한 자리에 앉혔다. 그는 결재 도장을 한 번도 들지 않은 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두 시간 동안 듣기만 했고, 마지막에 큐시트 한 줄에 검도부 예산 회복과 응원단 한 무대 추가를 같은 펜으로 적었다.
두 사람은 그 한 줄 앞에 자세를 바로잡았으며, 봄 축제는 큰 사고 없이 폐막했다. 서지호는 그 큐시트를 부회장실 책상 두 번째 서랍에 봉인해 보관했고, 후임 부회장이 취임 첫 주에 그 서랍을 한 번 열어 보는 관례를 만들었다. 학생회실에서는 그 한 줄 결재가 회장 명패보다 무겁다고들 한다.
교내흑웅(校內黑雄)
일진 두목
학교 뒷골목을 호령하는 일진의 두목
“내 영역에서 약한 학생 건드리는 놈은 내가 먼저 정리한다. 그게 우리 동네 규칙이다.”
일진 두목은 학원 비공식 권력 구조의 정점이며, 학원장과 학생회와는 별개로 옥상·뒷문·학원 외곽을 자기 영역으로 굴리는 자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을 약간 흐트러뜨린 정도지만, 그가 복도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한 톤 가라앉는다. 그러나 진짜 일진 두목은 약자 괴롭히기에 시간을 쓰지 않는다.
자기 영역 안에서 약한 학생을 건드리는 자기 부하부터 가장 먼저 정리한다. 그래서 어떤 일진 두목은 학생회보다 더 깊은 신뢰를 동급생에게서 받기도 한다. 옥상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자는 늘 자기 자신이다. 졸업 전에 그 자리를 누구에게 넘길지가, 그의 가장 큰 숙제다.
“두목 형이 졸업식 전날 그 후문 자리를 누구에게 넘기느냐가, 우리 학교 후배들 사이에서는 매년 가장 큰 베팅거리예요. 옥상보다 후문이 무겁다는 사실을 본인 입으로 한 번도 말한 적 없는데도 다들 그렇게 알고 졸업합니다.”
십대 한주고 일진 두목 강도훈 — 한주고 후문(학원 외곽 라인의 비공식 본부) 라인 두 개를 동시에 정리한 유일한 두목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전학생 첫날 후문'으로 길게 통한다.
강도훈 재임 중 한주고에 전학 온 임지환(2학년 2학기 전학생)이 첫날 후문 골목에서 강도훈 라인 부하 세 명에게 돈을 뺏길 뻔했다. 강도훈은 그 사실을 다음 날 새벽 자기 부하 정훈배(당시 후문 라인 차석)에게서 보고받자, 점심 직후 후문 골목에 자기 부하 셋을 무릎 꿇리고 임지환 앞에서 정중히 사과시켰다. 강도훈은 그날 정훈배의 어깨 완장을 자기 손으로 풀어 내렸고, 정훈배는 한 학기 자숙 후 후문 청소 라인부터 다시 시작했다. 임지환은 그 자리에서 자기 가방에 들어 있던 만두빵 한 봉지를 강도훈에게 건넸으며, 강도훈은 그 빵을 자기 책상 서랍에 평생 봉인해 두었다. 졸업식 전날 강도훈은 후문 라인 두목 자리를 임지환에게 정중히 넘겼고, 임지환은 그 빵 봉지를 후문 골목 입구에 한 번 합장한 뒤 받았다.
후대 한주고 일진 두목들은 졸업 전 마지막 후문 결재를 빵 봉지 한 개로 마무리하는 관례를 강도훈의 그 점심에서 따왔다.
매점왕(賣店王)
매점의 왕
매점을 자기 영지처럼 다스리는 왕
“4교시 종 칠 때 줄 서면 늦은 거다. 진짜 단골은 종 치기 전에 나와 있다.”
매점의 왕은 학원 매점 카운터 안쪽에 평일 4교시 종이 울리기 무섭게 자리를 잡는 단골이다. 정식 직원도, 운영진도 아니지만 빵·우유·도시락·아이스크림의 입고 패턴을 매점 아주머니보다 더 정확히 외우고 있다. 새 메뉴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시식 테이블을 차리고, SNS에 매점 메뉴 리뷰를 매일 한 컷씩 올려 학원 내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학원장도 학생회장도 매점 줄에서는 그를 먼저 양보해야 빨리 빵을 산다. 본인은 그저 점심을 빨리 먹고 친구들과 옥상에서 떠드는 게 좋아서 시작했을 뿐인데, 어느새 그게 "매점의 왕"이라는 직함이 되어버렸다. 학원의 진짜 권력은 결투장이 아니라, 4교시 종 직후의 매점 줄에 있다.
“왕 형이 4교시 종 치기 7초 전에 자리에서 일어난다는 사실, 우리 매점 단골들 사이에서는 거의 시계 대용입니다. 그 7초가 학교 한 끼니의 한 줄 결재라는 거, 졸업해 봐야 안다는 게 저희 매점 농담이지요.”
한주고 매점의 왕 차원민 — 입학 첫 학기부터 졸업 직전까지 4교시 매점 1번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학원 매점 안에서 '소시지빵 마지막 한 개'로 통한다.
어느 가을 한주고 신메뉴 매콤 소시지빵(매점 아주머니 김순자 여사가 신학기에 새로 도입한 한정 메뉴)이 출시 사흘 만에 매일 4교시에 품절되던 시기였다. 차원민이 4교시 종 7초 전에 자리에 도착해 마지막 한 개를 집으려는 순간, 같은 카운터 앞에 1학년 신입생 도형준(당시 일학년 7반)이 빈손으로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차원민은 그 마지막 한 개를 자기 카드로 결제한 뒤 도형준에게 정중히 건넸고, 자기는 그날 점심을 우유 한 팩으로 때웠다. 도형준은 그 빵 영수증을 평생 자기 지갑에 한 줄 매듭으로 끼워 두었으며, 다음 해 매점 줄 새치기 단속관에 자원해 점심 줄 한 줄을 정중히 굴려 갔다. 차원민은 졸업식 날 매점 카운터 앞에 자기 학생증 한 장을 정중히 두고 떠났고, 김순자 여사는 그 학생증을 카운터 안쪽 벽에 한 줄 명패로 걸었다.
후대 매점 단골들은 4교시 종 7초 전에 그 명패에 한 번 합장하는 의례를 차원민의 그 가을에서 따왔다.
흑막학생제(黑幕學生帝)
그림자 학생회장
공식 회장 뒤에서 학원을 흔드는 그림자 황제
“회장 명패는 옆자리에 두십시오. 학원의 진짜 결재는 그 명패 뒤에서 나옵니다.”
그림자 학생회장은 공식 학생회장이 아니라, 학원 비밀 결사·동아리 연맹·일진 라인·학원장 직계 학생까지 한 줄로 묶어 굴리는 진짜 정점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목까지 잠근 단추, 풀어진 적 없는 넥타이가 표준이며 누구도 그가 어느 반인지 정확히 모른다. 분기 한 번 옥상에 모이는 비공식 회의에서 그가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면 그 학기 축제·결투·시험 부정 단속 라인이 정해진다.
정작 본인은 학생회실에 들어가 본 적이 없고, 점심도 매점 구석 자리에서 혼자 먹는다. 학원장이 졸업 직전 한 번 만나자고 부른 학생이 늘 이 그림자 회장이라는 야사가 학원에 전해진다. 진짜 무서운 정점은 명패를 차지한 자가 아니라, 명패를 옆자리에 둘 줄 아는 자다.
“옥상 분기 회의 자리에 회장석은 비어 있고, 그 옆자리만 찻잔 하나가 놓여 있다는 소문 — 우리 학교 졸업생들 사이에서는 거의 도시 전설이에요. 명패보다 옆자리가 무겁다는 사실은 그 옆자리에 한 번 앉아본 사람만 안다네요.”
구대 한주고 그림자 학생회장 한승원 — 학생회실 출입 기록이 단 한 줄도 없는 채 졸업한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옥상 빈 회장석'으로 통한다.
한승원 재임 중 한주고 옥상 비공식 분기 회의(분기 한 번 학원 옥상에서 일진 두목·동아리연맹 의장·검도부 주장이 모이는 자리)에서 일진 두목 강도훈과 동아리연맹 의장 황민수가 봄 축제 예산 라인을 두고 정면충돌 직전이었다. 한승원은 회장석을 비워둔 채 옆자리에 자기 보온병 찻잔 한 개만 정중히 올려놓고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한 시진 동안 듣기만 했다. 마지막에 그는 찻잔을 한 번 두 사람 가운데로 밀었고, 두 사람은 그 찻잔 앞에 자세를 바로잡은 뒤 예산 라인을 한 줄로 정리했다.
한승원은 그 회의 이후로도 회장석에 한 번도 앉지 않았으며, 졸업식 날 학원장 정태웅의 결재실에 단 한 번 들어가 차 한 잔을 마시고 학원을 떠났다. 학원 옥상 비공식 회의장에는 그날의 보온병 찻잔이 같은 자리에 봉인되어 있으며, 후대 그림자 회장들은 즉위 첫 분기 회의 직전 그 찻잔에 한 번 합장하는 관례를 따른다. 한주고 졸업 동문회에서는 그 찻잔이 학생회실 회장 명패보다 무겁다고들 한다.
동아맹주(동아盟主)
동아리연맹 의장
모든 동아리를 한데 묶는 연맹의 주인
“검도부 예산 깎으면 옥상에서 만납시다. 미술부 예산 깎으면 전시회 날 만납시다.”
동아리연맹 의장은 학원 내 모든 동아리·부 활동·비공식 모임의 예산과 활동실 배정을 한 손에 쥔 자다. 외형은 두꺼운 회의 수첩, 어깨에 동아리 배지가 박힌 가방, 한 손에는 늘 식어버린 자판기 커피가 표준이다. 그가 한 번 결재 도장을 찍지 않으면 검도부 죽도도, 미술부 캔버스도, 천문동아리 망원경도 한 학기를 통째로 멈춘다.
학생회 부회장과는 예산 라인을 두고 평생 공식 라이벌이지만, 시험기간에는 같은 자판기 앞에서 말없이 캔커피를 산다. 동아리 정기 점검에 그가 직접 나타나는 날은 동아리방 청소가 한 학기치 끝나 있다. 학원의 진짜 다양성은 의장의 수첩 한 페이지 위에서 굴러간다.
“의장님 수첩 마지막 페이지에 천문동아리 별자리 한 장이 붙어 있다는 거, 우리 동아리 후배들 사이에서는 거의 전설입니다. 그 별자리 한 장이 검도부 예산표보다 무겁다는 사실은 회의 한 번 들어가 봐야 안다는 게 우리 연맹 농담이지요.”
십칠대 한주고 동아리연맹 의장 권상혁 — 한주고 천문동아리(한주고 옥상 망원경 거치대 한 자리를 사십 년 지킨 군소 동아리) 출신으로 의장에 오른 첫 인물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가을 별자리 결재'로 통한다.
권상혁 재임 중 한주고 가을 동아리 예산 회의(매년 9월 둘째 주 목요일에 열리는 한 학기 가장 큰 결재 자리)에서 검도부와 농구부가 천문동아리 옥상 망원경 거치대를 합쳐 체력단련실로 옮기자는 안건을 같은 줄에 올렸다. 권상혁은 회의 첫머리에 자기 수첩 마지막 페이지에 끼워둔 신입 부원 진우찬(당시 일학년 천문동아리)의 가을 별자리 손그림 한 장을 회의 탁자 가운데에 정중히 펼쳐 놓았다. 그는 그 그림 위에 결재 도장을 한 번도 들지 않은 채 두 부장에게 "이 거치대 옆에서 신입생 한 명이 사 년을 별을 보겠다고 합니다"라고만 말했다. 검도부 주장 윤재이도 농구부 부장 한도경(당시 농구부 부장)도 그 한 줄 앞에서 안건을 한 줄 뒤로 물렸다. 권상혁은 그 별자리 그림을 의장실 수첩 마지막 페이지에 봉인해 두었고, 진우찬은 졸업 직전 같은 거치대에 자기 망원경 한 자루를 정중히 두고 떠났다.
후대 동아리연맹 의장들은 가을 회의 첫머리에 그 별자리 그림을 한 번 펼쳐 보는 의례를 권상혁의 그 가을에서 따왔다. 한주고 옥상 망원경 거치대 옆에는 같은 별자리 그림이 매년 9월 둘째 주에 한 번씩 다시 붙는다.
체전총수(體典總帥)
체육대회 총사령관
체육대회를 호령하는 총사령관
“이긴 반은 우승기를 가져가고, 진 반은 청소를 가져갑니다. 둘 다 명예입니다.”
체육대회 총사령관은 매년 가을 학원 운동장에서 열리는 체육대회의 종목 편성·심판 배치·반 대항전 일정을 총괄하는 자다. 외형은 호루라기, 어깨에 체육복 점퍼, 손에는 손때 묻은 클립보드가 표준이며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대회 한 달 전부터 운동장 한복판에 상주한다. 본인은 한 시즌 모든 반의 평균 50m 달리기 기록·옛 분기 부정 출발 결재·금기 종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그가 짠 종목표는 체급이 작은 학생도 한 번은 트로피를 들 자리가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진 두목과 학생회 부회장이 같은 줄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풍경은 오직 그의 손끝에서만 나온다. 가장 무거운 호루라기는 결승선이 아니라, 진 반에게 청소 빗자루를 건네는 자리에 있다.
“총사령관님 클립보드 마지막 장에 진 반 빗자루 명단이 한 페이지 따로 있다는 거, 우리 체육부 후배들 입학 첫 주에 한 번씩 봅니다. 그 명단이 우승기보다 무겁다는 사실은 폐회식 끝나봐야 안다는 게 저희 운동장 농담이지요.”
이십일대 한주고 체육대회 총사령관 오태경 — 한주고 체육대회(매년 10월 첫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학원 가장 큰 운동장 행사) 역사상 학년 평균 50m 기록이 가장 낮은 반에 처음으로 우승기를 안긴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가을 청기 한 번 더'로 통한다.
오태경 재임 중 한주고 가을 체육대회 마지막 종목 반 대항 계주에서 평균 기록이 가장 느렸던 2학년 7반과 가장 빨랐던 2학년 1반이 결승 자리에 같이 섰다. 오태경은 출발선 앞에서 7반 마지막 주자 신민철(당시 2학년 7반 학급 부반장)에게 자기 호루라기 끈에 묶인 작은 청기 한 장을 정중히 건넸다. 7반은 그 종목에서 졌으나 신민철은 청기를 끝까지 들고 결승선을 통과했고, 1반 마지막 주자 류재훈(당시 2학년 1반 반장)이 결승선에서 그 청기를 한 번 정중히 받쳐 든 채 손을 내밀었다. 오태경은 그날 우승기를 1반에 넘기고 진 반 빗자루 명단 첫 줄에 7반 신민철의 이름을 적었으며, 그 명단을 클립보드 마지막 장에 봉인해 두었다.
후대 한주고 체육대회 총사령관들은 폐회식 직전 진 반 마지막 주자에게 작은 청기 한 장을 건네는 관례를 오태경의 그 가을에서 따왔다. 한주고 운동장 빗자루 보관함에는 같은 청기 한 장이 매년 10월 첫째 주에 한 번씩 다시 걸린다.
결투부장(決鬪部將)
학원 결투부 부장
학원 결투부를 이끄는 장수
“옥상 결투, 다섯 합 이상은 안 받습니다. 그 이상은 결투가 아니라 자랑이거든요.”
학원 결투부 부장은 공식 무도부와는 별개로 옥상·체육관 뒤·학원 외곽 공터에서 벌어지는 1:1 결투를 정식으로 입회하고 규약을 강제하는 비공식 부서장이다. 외형은 풀어진 교복 셔츠 한 장, 어깨에 결투부 완장, 손에는 옛 결투 기록부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년 모든 결투의 합 수·옛 부상 기록·금기 결투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그가 입회한 결투에서는 큰 부상자가 나오지 않으며, 결투 후 양측은 같은 보건실에서 같은 약을 받는다. 일진 두목조차 그가 다섯 합 컷을 외치면 군말 없이 검을, 아니 주먹을 거둔다. 학원의 진짜 무도는 누가 이겼느냐가 아니라, 다섯 합 안에 누가 손을 내미느냐 위에 있다.
“부장님 기록부에 결투 결과보다 결투 후 보건실 영수증이 더 많다는 사실, 우리 결투부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계율입니다. 다섯 합보다 그 영수증 한 장이 무겁다는 거, 입회 한 번 해봐야 압니다.”
십삼대 한주고 결투부 부장 노현웅 — 한주고 결투부(옥상 환풍구 옆 한 평짜리 비공식 결투 입회실) 역사상 입회 결투 백 합 동안 큰 부상자 한 명도 내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결투부 안에서 '다섯 합 후의 한 손'으로 길게 통한다.
노현웅 재임 중 한주고 옥상에서 농구부 부장 한도경과 축구부 부장 김주영(당시 축구부 부장)이 봄 체육관 사용 시간을 두고 정면충돌 직전이었다. 노현웅은 옥상 환풍구 옆에 자기 결투 기록부를 펼쳐 놓고 다섯 합 컷 종을 결투 시작 전에 미리 한 번 울렸다. 두 사람은 다섯 합을 다 채우기 전에 서로의 어깨에서 같은 보건실 파스 자국을 발견했고, 노현웅은 두 사람 사이에 자기 외투 한 장을 정중히 깔았다.
결투는 무승부로 기록되었으나 두 부장은 그 외투 위에서 악수했고, 한 학기 체육관 사용표는 같은 펜으로 두 부장이 같이 적었다. 노현웅은 그 외투를 결투부 입회실 벽에 정중히 봉인해 두었으며, 후대 결투부 부장들은 입회 첫 주에 그 외투에 한 번 합장하는 관례를 따른다. 한주고 옥상 환풍구 옆 작은 결투 종은 다섯 합이 다 차기 전에 한 번 더 울리는 날이 있다.
흑복단주(黑服團主)
검은 교복단 총수
검은 교복단을 거느린 단의 주인
“우리는 일진이 아닙니다. 일진이 손대지 못하는 라인을 정리하는 사람들이오.”
검은 교복단 총수는 일진과는 별개로, 학원 외곽·인근 상가·하굣길 골목까지 영역을 가진 비공식 결사의 정점이다. 외형은 단정한 검은 교복, 목까지 잠근 단추, 한쪽 어깨에 작은 단원 배지가 표준이다. 그는 일진 두목과 정면 충돌을 피하는 대신, 일진이 손대면 안 되는 어린 학생·전학생·약자 라인을 조용히 자기 영역으로 끌어당긴다.
단원 한 명이 약자에게 손을 대면 그 단원부터 가장 먼저 학원 밖으로 보낸다. 그래서 어떤 전학생은 첫 등교 일주일 만에 검은 교복단의 보호 라인 안에 자기도 모르게 들어와 있다. 학원의 진짜 안전은 학생회 결재가 아니라, 검은 교복단 총수의 한 번 고개 끄덕임 위에 있다.
“총수 형이 단추 한 개라도 풀린 단원은 단원이 아니다라고 한 줄 한 사실, 우리 후배들 입단 첫 주에 한 번씩 듣습니다. 그 단추 한 개가 후문 라인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단의 한 줄 농담입니다.”
십이대 한주고 검은 교복단 총수 임형석 — 한주고 인근 상가 하굣길 골목(한주고 정문에서 도보 사 분 거리 분식점 라인) 한 줄을 평생 자기 영역으로 굳힌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단추 한 개의 자숙'으로 통한다.
임형석 재임 중 한주고 일학년 전학생 백승호(당시 일학년 4반)가 분식점 라인 골목에서 인근 일반고 학생 두 명에게 학원비를 빼앗기려는 순간, 검은 교복단 단원 송기훈(당시 단원 차석)이 그 자리에 먼저 도착했다. 송기훈은 일반고 학생 둘을 정중히 돌려보낸 뒤 백승호에게 위로 한마디를 건네는 과정에서 자기 단복 단추 한 개를 풀어 주었다. 임형석은 그날 저녁 단원 회의에서 송기훈의 단복 단추가 한 개 풀려 있던 사실을 짚어, 송기훈을 한 학기 자숙시키고 분식점 라인 청소 당번부터 다시 시작하게 했다.
백승호는 그 사실을 평생 모른 채 단원이 되었으며, 졸업 직전 자기 학생증 한 장을 분식점 라인 입구 가로등 밑에 정중히 두고 떠났다. 임형석은 그 학생증을 단복 안주머니에 평생 봉인해 두었고, 후대 검은 교복단 총수들은 즉위 첫 주에 분식점 라인 가로등 밑에 단추 한 개를 정중히 두는 의례를 임형석의 그 저녁에서 따왔다.
응원단군(應援團君)
응원단 단장
응원단을 군림하는 단장의 군
“체육대회 응원은 목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진 팀 옆에서 끝까지 서 있는 다리로 하는 겁니다.”
응원단 단장은 체육대회·학원 대항전·교내 축제 무대에서 응원을 총괄하는 학생이다. 외형은 학원 마크가 박힌 응원 점퍼, 어깨에 메가폰, 손목에는 한 학기치 응원 안무가 적힌 손수건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년 모든 반 응원가의 박자·옛 분기 응원 결재·금기 구호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그가 무대에 오르면 평소 노래도 못 부른다는 학생들까지 한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친다. 정작 본인은 결승전이 끝난 직후, 진 팀의 마지막 줄에 가서 가장 오래 박수를 친다. 응원단의 진짜 직무는 이긴 팀의 환호가 아니라, 진 팀의 마지막 한 줄을 끝까지 지켜보는 자세 위에 있다.
“단장 형이 결승전 폐회사 직후 메가폰을 한 번 꺼서 진 팀 응원석 가장 윗줄에 두고 온다는 거, 우리 응원단 후배들 사이에서는 거의 의례입니다. 그 메가폰이 우승기보다 무겁다는 사실, 졸업해 봐야 안다는 게 저희 농담이지요.”
십오대 한주고 응원단 단장 송재호 — 한주고 응원단(체육대회 청기·백기 두 응원석을 사십 년 끌어간 비공식 단) 역사상 청기·백기 양쪽 응원가를 같은 박자로 끝까지 지휘한 유일한 단장 — 의 일화는 응원단 안에서 '진 팀 마지막 박수'로 통한다.
송재호 재임 중 한주고 가을 체육대회 결승 농구 경기에서 청기 측 농구부가 백기 측 농구부에게 한 점 차로 진 직후, 청기 응원석 신입 응원부원 윤도영(당시 일학년 응원부)이 메가폰을 어깨에 메지 못한 채 손이 굳어 있었다. 송재호는 자기 메가폰 끈을 풀어 윤도영의 어깨에 정중히 옮겨 걸어 주었고, 두 사람은 청기 응원석 가장 윗줄에서 백기 측 마지막 한 박수가 끝날 때까지 같은 박자로 박수를 쳤다. 백기 측 응원단장 한지원(당시 백기 단장)도 그 한 줄 박수를 본 뒤 자기 단원들에게 청기 응원석 한 줄을 정중히 향해 박수를 한 번 더 치게 했다. 송재호는 그 메가폰을 청기 응원석 가장 윗줄 자리 밑에 봉인해 두었고, 윤도영은 다음 해 단장에 올라 같은 자리에 같은 메가폰을 다시 두었다.
후대 한주고 응원단 단장들은 결승 폐회사 직후 진 팀 응원석 가장 윗줄에 메가폰을 한 번 꺼두는 의례를 송재호의 그 가을에서 따왔다. 한주고 운동장 청기 응원석 가장 윗줄에는 같은 메가폰이 매년 10월 첫째 주에 한 번씩 다시 걸린다.
방송새벽사(放送새벽士)
방송부 새벽 PD
새벽 방송을 짜는 PD의 사인
“오늘 첫 방송 큐 사인은 1교시 8분 30초. 종소리 안 기다립니다, 우리가 종을 칩니다.”
방송부 새벽 PD는 학원 교내 방송실의 아침 방송·점심 음악·하굣길 한마디 코너를 총괄하는 학생이다. 외형은 헤드셋, 어깨에 방송부 점퍼, 가방에는 늘 여분의 USB 다섯 개와 작은 메모장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반의 신청곡 패턴·옛 분기 멘트 결재·금기 발언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그가 큐 사인을 내린 1교시 8분 30초에는 학원 전체가 한 박자 늦게 책상에 앉는다. 학원장조차 자기 조회사가 짧으면 칭찬, 길면 음악으로 잘리는 경험을 한 번씩 해봤다. 가장 무거운 마이크는 큰 멘트가 아니라, 진 팀의 다음 날 아침 첫 곡을 골라주는 자세 위에 있다.
“PD 형이 모의고사 다음 날 아침 첫 곡으로 늘 한 곡을 따로 빼둔다는 거, 우리 방송부 후배들 사이에서는 거의 신호입니다. 그 한 곡이 1교시 종소리보다 무겁다는 거, 헤드셋 한 번 써봐야 압니다.”
십구대 한주고 방송부 새벽 PD 백선재 — 한주고 방송실(본관 3층 한 평짜리 송출실 한 자리를 사십 년 끌어간 비공식 본부) 역사상 모의고사 다음 날 아침 첫 곡을 한 번도 빠뜨리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방송부 안에서 '8분 30초 한 곡'으로 통한다.
백선재 재임 중 한주고 봄 모의고사(매년 4월 둘째 주 화요일에 학원 졸업반 대상으로 치르는 큰 모의고사) 다음 날 아침, 졸업반 신청곡 게시판에 곡 제목 없이 "잠 못 잤습니다"라고만 적힌 한 줄 메모가 붙어 있었다. 백선재는 그 메모를 자기 큐시트 마지막 줄에 정중히 옮겨 적은 뒤, 자기 USB에 사 년 동안 매년 같은 자리에 비워둔 한 곡을 1교시 8분 30초 정확히 한 박자에 송출했다. 그 곡 송출 직후 졸업반 한 반(당시 3학년 5반) 학생 전원이 박수를 한 박자 같이 쳤고, 학원장 정태웅도 자기 결재실에서 그 박수를 한 번 들었다는 야사가 있다.
백선재는 그 USB를 송출실 콘솔 아래 봉인해 두었고, 후대 방송부 새벽 PD들은 모의고사 다음 날 아침 첫 곡 자리를 그 USB로 한 박자 더 미리 큐 사인을 내리는 관례를 따른다. 한주고 본관 3층 송출실 콘솔 아래에는 같은 USB가 매년 4월 둘째 주에 한 번씩 다시 봉인된다.
도서검사(圖書劍士)
도서부 칼날 사서
도서부에서 책 사이로 칼날을 숨긴 사서
“이 책, 페이지 접지 말고 다 읽고 가져와. 도서부는 책 모서리에 약합니다.”
도서부 칼날 사서는 학원 도서관의 대출·반납·서고 정리·금기 도서 출입을 단독으로 통제하는 학생이다. 외형은 도서관 카디건, 가슴에 작은 도서부 명찰, 한 손에 도서 카드 묶음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년 모든 학생의 평소 대출 성향·옛 분기 연체 결재·금기 대출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시험기간에 어떤 책이 어느 책장에서 사라지면 그날 안에 누가 가져갔는지 알아낸다. 일진 두목이 시험기간에 슬쩍 책을 빌리러 와도 그의 책상 앞에서는 자세가 정중해진다. 학원의 진짜 정숙은 도서관 규정이 아니라, 사서가 페이지 접힌 한 장을 펴는 손끝 위에 있다.
“사서 형이 시험 전날 한 책장 가장 안쪽에 새 책 한 권을 한 번 더 끼워 둔다는 거, 우리 도서부 후배들 입부 첫 주에 한 번씩 듣습니다. 그 한 권이 대출 명부 한 줄보다 무겁다는 사실은 시험 끝나봐야 안다는 게 저희 도서관 농담입니다.”
십팔대 한주고 도서부 칼날 사서 정현철 — 한주고 도서관(본관 2층 안쪽 동아리방 두 평짜리 옛 사서실 자리) 역사상 시험기간 책장 한 줄을 사 년 동안 같은 손으로 정리한 자 — 의 일화는 도서부 안에서 '봉인 책장 한 권'으로 통한다.
정현철 재임 중 한주고 봄 중간고사 사흘 전, 시험 기출 도서가 모인 봉인 책장 가장 안쪽에서 도서 한 권(역대 영어 기출 사 년치 모음집)이 대출 명부 한 줄도 없이 사라진 사건이 있었다. 정현철은 도서 카드 묶음을 펼쳐 한 시진 안에 그 책을 가져간 학생 하재훈(당시 3학년 8반)을 찾았으나, 책을 회수하러 가는 대신 같은 자리에 자기 손으로 같은 도서 한 권을 정중히 한 권 더 끼워 두었다. 하재훈은 시험이 끝난 다음 날 그 책을 도서관 반납함에 정중히 두 권 다 넣어 두었으며, 책 사이에는 한 줄 사과문이 끼어 있었다. 정현철은 그 사과문을 도서 카드 뒷면에 봉인해 두었고, 하재훈은 다음 학기 도서부에 자원해 봉인 책장 청소 당번부터 다시 시작했다.
후대 한주고 도서부 칼날 사서들은 봄 중간고사 사흘 전 봉인 책장 가장 안쪽에 새 책 한 권을 정중히 한 권 더 끼워 두는 관례를 정현철의 그 봄에서 따왔다. 한주고 본관 2층 도서관 봉인 책장 가장 안쪽에는 같은 도서 한 권이 매년 4월 둘째 주에 한 번씩 다시 끼워진다.
족보거상(族譜巨商)
시험기간 족보 거간
시험기간 족보를 거래하는 큰 상인
“이번 중간고사 영어 1쪽, 작년 기출 비교 자료까지. 가격은 매점 빵 세 개 선이오.”
시험기간 족보 거간은 학원의 기출문제·예상 출제 라인·과목별 선생님 출제 성향을 정중히 사고파는 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어깨에 두꺼운 파일 가방, 가슴팍에 작은 자물쇠 모양 펜던트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과목의 옛 시험 자료·옛 분기 출제 라인·금기 자료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거래는 늘 매점 구석 자리에서 빵 한 봉지의 값으로 정해지며, 영수증은 남기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단속하는 학생회 부회장조차 시험 전날에는 그의 자료를 한 번쯤 본 적이 있다는 야사가 있다. 학원의 진짜 정보 시장은 도서관이 아니라, 시험 일주일 전 매점 구석 자리에서 굴러간다.
“거간 형이 매점 구석 자리에 빵 한 봉지를 두고 가는 건 가격이 아니라 봉인이라는 거, 우리 후배들 시험기간 한 번 거래해 봐야 압니다. 빵 봉지 한 개가 자료 한 장보다 무겁다는 농담, 우리 학교에선 매년 4월에 한 번씩 다시 도는 농담이지요.”
십육대 한주고 시험기간 족보 거간 차윤호 — 한주고 매점(매점 아주머니 김순자 여사가 카운터 사십 년 지킨 학원 가장 큰 비공식 시장) 구석 자리를 사 년 동안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로 굳힌 자 — 의 일화는 거간들 사이에서 '빵 봉지 거꾸로'로 통한다.
차윤호 재임 중 한주고 봄 중간고사 사흘 전, 학생회 부회장 라인의 한 신입 부원 김상진(당시 학생회 신입 부원)이 차윤호의 매점 자리에 단속 명목으로 잠입해 자료 거래 현장을 적발하려 했다. 차윤호는 그 사실을 매점 셔틀 후배의 한 줄 귓속말로 전해 듣자, 그날 자기 자리 위에 빵 봉지 한 개를 거꾸로 정중히 두고 사흘간 매점 자리를 비웠다. 김상진은 사흘간 그 거꾸로 빵 봉지를 한 번도 손대지 않았으며, 사흘 째 새벽 부회장 서지호의 한 줄 결재로 단속을 자진 철회했다. 차윤호는 사흘 뒤 자기 자리에 다시 앉아 빵 봉지를 똑바로 한 번 정중히 펴 놓았고,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자료 한 장을 다시 빵 한 봉지 가격에 거래했다.
후대 한주고 시험기간 족보 거간들은 단속이 의심되는 시기 매점 자리 위에 빵 봉지 한 개를 거꾸로 두는 봉인 자세를 차윤호의 그 사흘에서 따왔다. 한주고 매점 구석 자리 위에는 같은 빵 봉지 한 개가 매년 4월 둘째 주에 한 번씩 다시 거꾸로 놓인다.
야자좌장(夜自座長)
야자실 좌장
야간 자율학습실의 좌장
“야자실 형광등 두 번째 줄, 그 밑이 내 자리. 거기 책 놓으면 그날 시험 망합니다.”
야자실 좌장은 매일 저녁 야간 자율학습실의 가장 안쪽 자리에 평일 5일을 빠짐없이 자리잡은 학생이다. 외형은 두꺼운 파카, 어깨에 닳아빠진 학원 가방, 책상 위에는 한 학기치 문제집 다섯 권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야자실 자리의 평소 점유 패턴·옛 분기 자리 다툼 결재·금기 자리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신입생이 그의 자리에 책을 놓으면 그 자리 학생들이 먼저 자세를 바로잡고 책을 옮겨준다. 정작 본인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1학년 입학 첫날부터 매일 가장 먼저 야자실 문을 연다. 학원의 진짜 성적표는 모의고사가 아니라, 야자실 형광등 두 번째 줄 밑에서 굴러간다.
“좌장 형이 졸업 직전 자기 자리 책상 서랍 안쪽에 작은 형광등 그림 한 장을 한 줄 꽂아 둔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서는 거의 의례입니다. 그 그림 한 장이 모의고사 성적표보다 무겁다는 거, 야자실 한 학기 다녀봐야 압니다.”
십사대 한주고 야자실 좌장 류성운 — 한주고 야자실(본관 4층 가장 안쪽 백 평짜리 졸업반 야자 본부) 형광등 두 번째 줄 밑 자리를 사 년 동안 한 번도 비우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야자실 안에서 '서랍 안 형광등 그림'으로 통한다.
류성운 재임 중 한주고 야자실 신입 일학년 김도훈(당시 일학년 6반)이 입학 첫날 좌장 자리에 자기 가방을 놓는 실수를 범했다. 류성운은 가방을 옮기지 않고 김도훈 옆자리에 자기 가방을 정중히 한 번 같이 두었으며, 사흘간 김도훈 옆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문제집 한 페이지를 같이 풀었다. 사흘째 저녁 김도훈은 자기 가방을 좌장 자리 옆자리로 정중히 옮겼고, 류성운은 자기 자리 책상 서랍 안쪽에 형광등 두 번째 줄 손그림 한 장을 정중히 한 장 꽂아 두었다. 김도훈은 졸업 직전 같은 자리에서 좌장에 올라 같은 손그림을 같은 서랍 안쪽에 한 장 더 꽂아 두었다.
후대 한주고 야자실 좌장들은 졸업 직전 자기 자리 책상 서랍 안쪽에 형광등 두 번째 줄 손그림 한 장을 정중히 꽂아 두는 의례를 류성운의 그 사흘에서 따왔다. 한주고 본관 4층 야자실 형광등 두 번째 줄 밑 자리 책상 서랍 안쪽에는 같은 형광등 그림이 매년 졸업식 직전에 한 장씩 더 꽂힌다.
매점셔틀자(賣店셔틀者)
전설의 매점 셔틀
매점 심부름을 도맡는 전설의 자
“선배 빵 두 개, 우유 한 팩, 거스름돈 정확히 700원. 4교시 종 치기 전에 도착합니다.”
전설의 매점 셔틀은 선배·동급생·교사 사이를 오가며 매점 빵·우유·도시락을 가장 빠른 동선으로 배달하는 학생이다. 외형은 살짝 풀어진 교복, 어깨에 작은 가방, 한 손에는 늘 잔돈 묶음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년 모든 매점 메뉴의 평소 가격·옛 분기 품절 결재·금기 줄 새치기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4교시 종이 울리기 전에 출발해 종이 울린 직후 도착하는 동선이 그의 평생 자랑이다. 단순 심부름이 아니라, 그가 한 번 셔틀을 거절하면 그 줄의 빵 다섯 개가 다음 날 매점 구석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학원의 진짜 물류는 학생회 결재가 아니라, 매점 셔틀의 4교시 종 직전 한 발자국 위에 있다.
“셔틀 형이 거스름돈 700원을 한 번도 자기 주머니에 안 넣었다는 사실, 우리 후배들 사이에서는 거의 계율입니다. 잔돈 한 묶음이 빵 다섯 개보다 무겁다는 거, 4교시 종 직전 한 발자국 따라가 봐야 압니다.”
이십대 한주고 매점 셔틀 강민재 — 한주고 본관 1층에서 매점까지 칠십이 보 동선을 사 년 동안 같은 박자로 굴린 자 — 의 일화는 매점 안에서 '잔돈 700원 한 줄'로 통한다.
강민재 재임 중 한주고 봄 시험기간 첫날, 졸업반 선배 임주형(당시 3학년 5반 반장)이 시험 직전 매점 셔틀에 빵 두 개·우유 한 팩 주문에 거스름돈을 한 번 깜박하고 만 원짜리 한 장을 정중히 건넸다. 강민재는 만 원짜리를 거스름돈 700원과 함께 정확히 카드 명세서로 바꿔 4교시 종 직전 임주형의 책상 위에 한 줄 매듭으로 정중히 두 번 꽂아 두었다. 임주형은 그 카드 명세서 한 줄 매듭을 평생 자기 지갑 안쪽에 봉인해 두었으며, 졸업 직전 같은 동선 칠십이 보 거리 한 점 위에 자기 학생증 한 장을 정중히 두고 떠났다.
강민재는 그 학생증을 자기 매점 셔틀 가방 안주머니에 평생 봉인해 두었고, 후대 한주고 매점 셔틀들은 졸업 직전 그 칠십이 보 동선 한 점 위에 학생증 한 장을 정중히 두는 의례를 강민재의 그 봄에서 따왔다. 한주고 본관 1층 매점 셔틀 동선 칠십이 보 한 점 위에는 같은 학생증이 매년 4월 둘째 주에 한 장씩 다시 두어진다.
교지칼럼사(校誌칼럼士)
학교 신문 칼럼니스트
교내 신문에 칼럼을 쓰는 자
“이번 호 1면 헤드라인은 '옥상 라일락'으로 갑니다. 결투 기사는 3면 구석으로.”
학교 신문 칼럼니스트는 학원 신문부에서 매월 한 면을 통째로 책임지는 자기 이름 칼럼을 가진 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에 신문부 명찰, 가방에는 한 달치 취재 수첩 두 권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학원 사건의 옛 기록·옛 분기 헤드라인·금기 기사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그가 1면에 한 줄 칼럼을 올린 그 주에는 학생회 회의 안건이 그 줄을 따라간다. 결투 기사를 굳이 1면에 올리지 않는 자세가 학원 신문부의 옛 불문율이다. 학원의 진짜 분위기는 결투장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신문 1면 칼럼 한 줄 위에 있다.
“칼럼 형이 옥상 라일락 한 줄을 한 학기 한 번씩 1면에 다시 띄운다는 거, 우리 신문부 후배들 입부 첫 주에 한 번씩 듣습니다. 라일락 한 가지가 결투 기사 한 면보다 무겁다는 사실, 신문 한 호 만들어 봐야 압니다.”
이십이대 한주고 학교 신문 칼럼니스트 도진우 — 한주고 신문부(본관 4층 한 평짜리 옛 인쇄실 자리를 사십 년 끌어간 비공식 본부) 역사상 1면 칼럼 한 자리를 사 년 동안 빠뜨리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신문부 안에서 '옥상 라일락 한 가지'로 통한다.
도진우 재임 중 한주고 봄 4월호 마감 직전, 옥상 라일락(한주고 옥상 환풍구 옆 사십 년 묵은 라일락 한 그루) 가지 한 줄이 봄바람에 부러지는 일이 있었다. 신문부 동기 부원들은 그 가지를 1면 컷으로 정중히 한 번 띄우자는 안건을 회의 첫머리에 올렸으나, 결투부 옥상 결투 기록 한 줄을 1면에 올리자는 안건과 같은 줄에서 충돌했다. 도진우는 자기 칼럼 한 줄에 라일락 가지 한 줄을 정중히 한 번 적어 1면에 올리고, 결투 기록 한 줄은 3면 구석에 두 줄로 정중히 옮겼다. 라일락 가지를 부러뜨린 신입 부원 채영민(당시 일학년 신문부)은 그 1면 컷을 자기 학생증 안쪽에 평생 봉인해 두었으며, 졸업 직전 같은 라일락 옆 환풍구에 라일락 한 가지를 정중히 한 번 더 끼워 두고 떠났다.
후대 한주고 학교 신문 칼럼니스트들은 4월호 1면에 라일락 한 줄을 한 번 더 띄우는 의례를 도진우의 그 봄에서 따왔다. 한주고 옥상 환풍구 옆 라일락 한 그루 옆에는 같은 가지 한 줄이 매년 4월 첫째 주에 한 번씩 다시 끼워진다.
분실물사관(紛失物史官)
분실물 센터 사관
분실물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
“잃어버린 건 가방 안주머니부터 보십시오. 안 나오면 옥상 의자 밑이 그다음입니다.”
분실물 센터 사관은 학원 1층 한쪽 구석에 자리한 작은 분실물 센터의 평일 운영을 단독으로 책임지는 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에 작은 자원봉사 명찰, 책상 위에는 두꺼운 분실물 명부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분실물의 평소 발견 자리·옛 분기 분실 패턴·금기 분실물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어떤 학생이 무엇을 잃어버렸다고 말하기도 전에, 그의 책상 위에 그 물건이 이미 한 번쯤 올라와 있다. 옥상에서 결투 끝난 학생이 가장 먼저 들르는 자리도 결국 분실물 센터다. 학원의 진짜 회수는 큰 사건이 아니라, 잃어버린 양말 한 짝을 찾아주는 손끝 위에 있다.
“사관 형이 분실물 명부 가장 윗줄에 양말 한 짝을 평생 비워두는 이유, 우리 후배들 입부 첫 주에 한 번씩 듣습니다. 그 한 줄이 분실물 명부 천 줄보다 무겁다는 사실, 명부 한 권 넘겨봐야 압니다.”
이십삼대 한주고 분실물 센터 사관 한석현 — 한주고 본관 1층(한주고 정문 안쪽 두 평짜리 분실물 센터 자리) 한 줄을 사 년 동안 평일 빠짐없이 지킨 자 — 의 일화는 센터 안에서 '명부 가장 윗줄 양말 한 짝'으로 통한다.
한석현 재임 중 한주고 가을 체육대회 직후, 일학년 신입 부원 정현우(당시 일학년 5반)가 자기 어머니가 떠난 그 주에 같이 사 준 운동복 양말 한 켤레 중 한 짝을 운동장 한쪽에서 잃어버렸다. 정현우는 분실물 센터에 그 사실을 끝까지 말하지 않은 채 사흘간 운동장 한 자리를 한 번씩 다시 살폈으나, 양말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한석현은 그 사실을 매점 셔틀 후배의 한 줄 귓속말로 알게 되자, 자기 어머니의 양말 한 짝(자기 책상 서랍 안쪽에 사 년째 봉인해 둔 어머니 유품)을 정중히 같은 색으로 한 짝만 손빨래해 명부 가장 윗줄에 정중히 한 줄 올려두었다.
정현우는 사흘 째 새벽 그 양말 한 짝을 분실물 센터 책상 위에서 정중히 한 번 발견했고, 그 자리에서 자기 학생증 한 장을 정중히 한 번 두고 떠났다. 한석현은 그 학생증을 명부 가장 윗줄 옆자리에 평생 봉인해 두었으며, 후대 한주고 분실물 센터 사관들은 명부 가장 윗줄 한 줄을 평생 비워두는 의례를 한석현의 그 가을에서 따왔다. 한주고 본관 1층 분실물 센터 책상 명부 가장 윗줄에는 같은 양말 한 짝이 매년 10월 첫째 주에 한 번씩 다시 정중히 한 줄 올려진다.
지각상객(遲刻常客)
등굣길 지각 단골
등굣길의 지각 단골
“교문 닫히기 3초 전, 그 3초가 제 정시 출근입니다. 1초도 안 늦었거든요.”
등굣길 지각 단골은 매일 아침 교문이 닫히기 직전 마지막 한 명으로 들어오는 학생이다. 외형은 풀어진 셔츠, 한 손에 채 못 묶은 신발끈, 다른 손에는 편의점 삼각김밥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교문의 평소 닫히는 시각·옛 분기 지각 결재·금기 등굣길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그가 도착하지 않은 날은 학생주임 선생님이 먼저 시계를 흔들어 본다. 정작 본인은 매일 같은 시각에 같은 편의점에서 같은 삼각김밥을 산다. 학원의 진짜 시계는 종소리가 아니라, 교문이 닫히기 3초 전의 한 발자국 위에 있다.
“단골 형이 교문 3초 전 한 발자국을 사 년 동안 한 번도 못 늦췄다는 거, 우리 후배들 등굣길 한 번 따라 걸어봐야 압니다. 3초 한 박자가 1교시 종소리보다 무겁다는 농담, 우리 학생주임실에선 매년 한 번씩 다시 도는 농담이지요.”
한주고 등굣길 지각 단골 박찬영 — 한주고 정문(한주고 본관 정문 앞 사거리 신호등 한 줄 거리) 닫히는 3초 전 한 발자국을 사 년 동안 같은 박자로 굴린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편의점 삼각김밥 한 줄'로 통한다.
박찬영 재임 중 한주고 봄 어느 아침, 박찬영이 매일 들르는 편의점 한주GS25(한주고 정문 앞 도보 일 분 거리 단골 편의점) 야간 알바생 김도훈 군이 새벽 손님 사고로 지각 출근해 삼각김밥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박찬영은 그 사실을 한 호흡 안에 알아채자, 자기 등굣길 동선을 도보 칠 분 거리 한주CU(한주고 후문 쪽 도보 칠 분 거리 두 번째 편의점)로 한 번 옮겨 같은 삼각김밥 한 개를 정확히 사고 정문 앞에 도착했다. 그날 박찬영은 정문 닫히기 3초가 아니라 1초 전에 한 발자국 안으로 들어왔으며, 학생주임 한 분이 그 1초를 한 번 정중히 한 줄 결재로 봐 주었다. 김도훈 군은 다음 날 새벽 자기 첫 손님 자리를 박찬영의 삼각김밥 한 개로 정중히 한 번 다시 시작했고, 박찬영은 그 후로도 한주GS25 첫 손님 자리를 사 년 동안 한 번도 비우지 않았다.
후대 한주고 등굣길 지각 단골들은 자기 단골 편의점 알바 사고가 있는 날 동선을 한 번 더 멀리 옮기는 의례를 박찬영의 그 봄에서 따왔다. 한주고 정문 신호등 한 줄 옆에는 같은 삼각김밥 영수증 한 장이 매년 4월 첫째 주에 한 번씩 다시 정중히 한 줄 매듭으로 끼워진다.
청소빗자부(淸掃빗자夫)
청소당번 빗자루병
청소당번으로 빗자루를 든 일꾼
“이 빗자루, 4년째 같은 자루입니다. 손잡이 한쪽이 더 닳아서 오른손잡이만 잘 잡힙니다.”
청소당번 빗자루병은 평일 종례 후 교실·복도·계단을 빗자루 하나로 책임지는 학생이다. 외형은 살짝 풀어진 교복 셔츠, 한쪽 어깨에 빗자루, 다른 쪽 어깨에 쓰레받기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교실의 평소 먼지 패턴·옛 분기 청소 결재·금기 청소 자리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신입생이 처음 청소 당번을 맡는 날은 그의 빗자루 잡는 손목 각도부터 따라 한다. 학교 행사 후 운동장 끝줄에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는 자도 늘 그다. 학원의 진짜 마무리는 종례가 아니라, 빗자루 자루가 한 번 더 복도를 쓰는 그 한 줄 위에 있다.
“병 형이 졸업 직전 자기 빗자루 자루를 1학년 한 명에게 정중히 한 번 넘기는 의례, 우리 청소당번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신화입니다. 그 자루 한 개가 우승기보다 무겁다는 거, 자루 한 번 잡아봐야 압니다.”
한주고 청소당번 빗자루병 윤하준 — 한주고 본관 3층 복도(한주고 일학년 교실 일곱 칸이 한 줄로 늘어선 복도 한 줄) 한 줄을 사 년 동안 같은 빗자루 한 자루로 끝까지 쓸어낸 자 — 의 일화는 청소당번 안에서 '빗자루 자루 한 개의 졸업식'으로 통한다.
윤하준 재임 중 한주고 봄 학원 축제(매년 4월 셋째 주 토요일에 학원 가장 큰 행사로 열리는 봄 축제) 폐막 직후, 운동장 끝줄에 종이 컵 한 자리 가득 흩어진 쓰레기를 마지막까지 쓸어낸 자가 윤하준 한 명뿐이었다. 일학년 신입생 박세훈(당시 일학년 7반)이 운동장 끝줄에 한 발자국 늦게 도착해 윤하준 옆에서 쓰레받기를 정중히 한 번 같이 들었으며, 두 사람은 새벽 한 시까지 같은 박자로 운동장 한 줄을 쓸어냈다. 윤하준은 그날 새벽 자기 빗자루 자루를 박세훈의 손에 정중히 한 번 옮겨 잡혀 주었으며, 박세훈은 그 자루를 사 년 뒤 같은 봄 축제 폐막 직후 같은 운동장 끝줄에서 또 한 일학년 신입생에게 정중히 한 번 옮겨 잡혀 주었다. 윤하준은 그 빗자루 자루를 본관 3층 청소함 가장 안쪽에 평생 봉인해 두지 않고, 매년 4월 셋째 주 운동장 끝줄에 한 번씩 다시 꺼내 쓰는 의례를 만들었다.
후대 한주고 청소당번 빗자루병들은 졸업식 직전 자기 빗자루 자루를 일학년 신입생 한 명에게 정중히 한 번 옮겨 잡혀 주는 의례를 윤하준의 그 봄에서 따왔다. 한주고 본관 3층 청소함 가장 안쪽에는 같은 빗자루 자루 한 개가 매년 4월 셋째 주에 한 번씩 다시 꺼내진다.
축제총감장(祝祭總監將)
학원 축제 총감독
학원 축제를 지휘하는 총감독의 장
“체육관 스테이지 한 칸, 동아리 부스 백 개, 폐막 불꽃 한 발. 이 셋이 어긋나면 축제는 그냥 떠들썩한 하루로 끝납니다.”
학원 축제 총감독은 한 해 가장 큰 학원 축제의 모든 동선·무대·부스 진행을 한 결재 라인으로 묶는 자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위에 작은 무전기, 목에 큰 패스 카드, 한 손에 두꺼운 큐시트가 표준이다. 본인은 동아리연맹 의장조차 모르는 옛 축제의 옛 사고·옛 분기 큐시트·금기 연출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폐막 불꽃 한 발이 정확히 9시 정각에 터지는 한 줄이, 총감독의 한 결재 위에서 정중히 굴러간다. 정작 본인은 축제 본 무대를 한 번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가장 무거운 총감독은 큰 무대가 아니라, 동아리 부스 백 개의 한 줄 클레임을 정중히 받아 적는 자세에 있다.
“감독 형이 폐막 불꽃 9시 정각 한 발을 사 년 동안 한 번도 못 어긋낸 비결은, 폐막 직전 동아리 부스 백 개를 한 줄씩 정중히 한 번 더 도는 자세였다고 합니다. 그 한 바퀴가 큐시트 백 페이지보다 무겁다는 거, 무전기 한 번 들어봐야 압니다.”
이십대 한주고 학원 축제 총감독 김태현 — 한주고 봄 축제(매년 4월 셋째 주 토요일에 운동장·체육관·본관 1층까지 한 줄로 펼쳐지는 학원 가장 큰 행사) 역사상 폐막 불꽃 9시 정각 한 발을 사 년 동안 1초도 어긋내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축제 본부 안에서 '부스 백 개 한 바퀴'로 통한다.
김태현 재임 중 한주고 봄 축제 폐막 직전, 동아리 부스 마지막 한 칸 천문동아리 망원경 부스(한주고 옥상 망원경 거치대를 잠시 운동장에 옮겨 둔 한 평짜리 작은 부스)에서 신입 부원 정현재(당시 일학년 천문동아리)가 망원경 거치대 한 줄을 정렬 못 한 채 폐막 큐 사인을 한 박자 늦출 뻔했다. 김태현은 폐막 불꽃 9시 정각 한 발 직전 동아리 부스 백 개를 한 바퀴 정중히 다시 돌다 그 거치대 한 줄을 자기 손으로 한 번 같이 정렬해 주었으며, 정현재의 손에 자기 큐시트 마지막 페이지 한 장을 정중히 한 번 건넸다. 폐막 불꽃은 9시 정각 한 발 정확히 한 번 터졌고, 정현재는 그 큐시트 마지막 페이지를 자기 학생증 안쪽에 평생 봉인해 두었다.
김태현은 그 한 바퀴 동선을 큐시트 마지막 페이지에 정중히 한 줄 매듭으로 적어 두었으며, 후대 한주고 학원 축제 총감독들은 폐막 불꽃 한 발 직전 동아리 부스 백 개를 한 바퀴 정중히 다시 도는 의례를 김태현의 그 봄에서 따왔다. 한주고 운동장 마지막 한 칸 천문동아리 망원경 거치대 옆에는 같은 큐시트 마지막 페이지 한 장이 매년 4월 셋째 주에 한 번씩 다시 정중히 한 줄 매듭으로 끼워진다.
야자감독사(夜自監督士)
야간 자율학습 감독관
야간 자율학습을 감독하는 자
“11시 30분, 한 자리 더 일어나면 적습니다. 졸업 전에 너희들이 자기 펜 끝을 다듬는 시간이 이 두 시간뿐입니다.”
야간 자율학습 감독관은 학원의 정식 야자 정점 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졸업반), 가슴팍에 작은 감독관 펜던트, 한 손에 출석 명부와 짙은 색 펜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즌 모든 졸업반의 옛 야자 출석·옛 분기 결재·금기 자리 이동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한 분기 한 번 큰 모의고사 직전 야자가 감독관의 한 줄 결재 위에서 정중히 굴러간다. 정작 본인은 자기 자리 책에 한 페이지도 못 넘긴 채 한 학기를 보내기도 한다. 가장 무거운 감독관은 큰 정숙이 아니라, 졸업반 한 자리의 한 호흡을 정확히 받아 적는 자세에 있다.
“감독관 형이 11시 30분 한 자리 일어남을 한 줄 결재로 한 번 봐 준 사실, 우리 졸업반 후배들 입실 첫 주에 한 번씩 듣습니다. 한 자리 한 호흡이 모의고사 한 점수보다 무겁다는 거, 야자 한 학기 다녀봐야 압니다.”
십칠대 한주고 야간 자율학습 감독관 한경수 — 한주고 야간 자율학습실(본관 4층 졸업반 야자 본부 백 평짜리 한 자리) 한 줄 결재를 사 년 동안 한 번도 흔들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야자실 안에서 '11시 30분 한 호흡'으로 통한다.
한경수 재임 중 한주고 가을 모의고사 사흘 전 야자 11시 30분에 졸업반 한 자리(3학년 9반 김동현, 당시 9반 학급 부반장)가 한 자리에서 한 호흡 채 못 넘기고 일어나 야자실 뒷문으로 나가려 했다. 한경수는 그 한 자리를 출석 명부에 한 줄 결재로 적지 않고, 자기 짙은 색 펜을 명부 위에 정중히 한 번 풀어 둔 채 김동현 옆 자리에 한 호흡 같이 앉았다. 두 사람은 한 시진 동안 같은 문제집 한 페이지를 같은 박자로 풀었으며, 김동현은 그 자리에서 야자 마감 종까지 한 줄 일어나지 않았다. 한경수는 그 명부 한 줄을 평생 자기 가방 안주머니에 봉인해 두었으며, 김동현은 다음 분기 야자실 신입 보조 감독관에 자원해 같은 짙은 색 펜으로 한 줄 결재를 다시 시작했다.
후대 한주고 야간 자율학습 감독관들은 11시 30분 한 자리 일어남을 한 줄 결재 대신 짙은 색 펜 한 자루를 정중히 한 번 풀어 두는 의례를 한경수의 그 가을에서 따왔다. 한주고 본관 4층 야자실 감독관 책상 위에는 같은 짙은 색 펜 한 자루가 매년 10월 첫째 주에 한 번씩 다시 정중히 풀어진다.
출제비밀사(出題秘密士)
모의고사 출제 비밀위원
모의고사를 짜는 비밀의 자
“이 한 문항, 한 줄 더 다듬으면 한 학년 평균이 두 점 흔들립니다. 가볍게 결재되지 않습니다.”
모의고사 출제 비밀위원은 학원 내부 모의고사의 비밀 출제 라인에 들어선 정식 학생 위원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작은 위원 펜던트, 한 손에 봉인 도장이 찍힌 갈색 봉투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즌 모든 옛 모의고사의 옛 문항·옛 분기 결재·금기 표현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한 분기 한 번 큰 모의고사가 위원의 한 줄 결재 위에서 정중히 굴러간다. 본인의 친구들조차 본인이 이 라인에 있는지 모른다. 가장 무거운 위원은 큰 출제실이 아니라, 한 문항의 한 단어를 정확히 다듬는 자세에 있다.
“위원 형이 한 문항 한 단어를 다섯 번 다시 쓰는 자세, 우리 위원 후배들 입회 첫 주에 한 번씩 듣습니다. 한 단어 한 번 다듬는 한 호흡이 한 학년 평균 두 점보다 무겁다는 거, 봉인 봉투 한 번 받아봐야 압니다.”
십이대 한주고 모의고사 출제 비밀위원 임도현 — 한주고 비밀 출제실(본관 5층 한 평짜리 옛 봉인 자료실 자리를 사십 년 끌어간 비공식 위원 본부) 한 줄 결재를 사 년 동안 한 번도 흔들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위원 본부 안에서 '한 문항 한 단어'로 통한다.
임도현 재임 중 한주고 봄 모의고사(매년 4월 둘째 주 화요일에 졸업반 대상으로 치르는 큰 모의고사) 마감 사흘 전, 영어 한 문항 정답 보기 한 단어가 옛 분기 한 번 출제된 이력이 있는 단어와 한 글자 겹친 사실을 임도현이 발견했다. 임도현은 그 한 단어를 자기 손으로 다섯 번 다시 쓴 끝에 같은 의미의 다른 단어 한 줄로 정중히 한 번 옮겨 적었으며, 봉인 봉투에 도장 한 번을 정확히 한 박자에 찍었다. 그 한 단어 한 줄 다듬음으로 그 분기 모의고사 영어 한 학년 평균이 정확히 두 점만큼 정중히 굴러갔으며, 어떤 졸업반 학생도 그 한 단어가 다듬어진 사실을 끝내 모른 채 시험을 마쳤다.
임도현은 자기 위원 펜던트 안쪽에 그 다섯 번 다시 쓴 한 단어를 평생 봉인해 두었으며, 후대 한주고 모의고사 출제 비밀위원들은 한 문항 한 단어를 다섯 번 다시 쓰는 자세를 임도현의 그 봄에서 따왔다. 한주고 본관 5층 비밀 출제실 봉인 봉투 가장 안쪽에는 같은 한 단어 한 줄이 매년 4월 둘째 주에 한 번씩 다시 정중히 다섯 번 다시 적힌다.
감독보조사(監督補助士)
시험감독 보조 학생
시험감독을 보조하는 학생사
“1번 자리 시계 멈춰 있습니다. 시험 5분 전에 발견 못 하면 그 한 시간 전체가 어그러집니다.”
시험감독 보조 학생은 중간·기말·모의고사 당일 시험감독 선생님 옆에서 자리 배치·OMR 분배·종소리 한 박자를 정중히 맞추는 정식 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작은 감독 보조 펜던트, 한 손에 OMR 묶음과 짙은 색 펜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즌 모든 옛 시험의 옛 자리·옛 분기 결재·금기 부정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한 분기 한 번 큰 시험이 보조의 한 줄 결재 위에서 정중히 굴러간다. 정작 본인은 자기 시험을 늘 가장 마지막 자리에서 친다. 가장 무거운 보조는 큰 종소리가 아니라, 1번 자리 시계의 한 박자를 정확히 외우는 자세에 있다.
“보조 형이 시험 5분 전 1번 자리 시계 한 박자를 손목으로 한 번 짚어 본다는 거, 우리 보조 후배들 입회 첫 주에 한 번씩 듣습니다. 시계 한 박자가 OMR 한 묶음보다 무겁다는 거, 시험 한 시즌 보조 한 번 해봐야 압니다.”
십삼대 한주고 시험감독 보조 학생 채영준 — 한주고 시험실(본관 2층 일학년 교실 일곱 칸 한 줄을 시험기간마다 시험실로 전환하는 자리) 1번 자리 시계 한 박자를 사 년 동안 한 번도 못 어긋낸 자 — 의 일화는 시험감독 본부 안에서 '시계 한 박자 한 손목'으로 통한다.
채영준 재임 중 한주고 봄 중간고사 마지막 시험 5분 전, 1번 자리 시계(본관 2층 1번 시험실 정면 벽 사십 년 묵은 사각 시계)가 한 박자 멈춘 사실을 채영준이 손목으로 한 번 짚어 발견했다. 채영준은 짙은 색 펜 한 자루로 OMR 묶음 가장 윗줄에 한 줄 결재를 정중히 한 번 적은 뒤, 시험 5분 전 자기 보조 펜던트를 풀어 시계 옆 벽 한 자리에 정중히 한 번 걸었다. 시험감독 선생님 한 분이 그 펜던트 한 자리를 시계 옆 한 박자 보조로 한 시간 동안 한 번도 흔들지 않으셨고, 그 한 시간 시험 백 자리는 한 박자도 어그러지지 않은 채 정중히 굴러갔다. 채영준은 그 펜던트를 시험 끝난 직후 다시 자기 가슴팍에 정중히 한 번 다시 걸었으며, 1번 자리 시계는 다음 날 새벽 시계 수리공의 한 줄 결재로 정확히 한 박자 다시 시작했다.
후대 한주고 시험감독 보조 학생들은 시험 5분 전 1번 자리 시계 옆 벽에 자기 보조 펜던트를 정중히 한 번 거는 의례를 채영준의 그 봄에서 따왔다. 한주고 본관 2층 1번 시험실 정면 벽 사각 시계 옆 한 자리에는 같은 보조 펜던트가 매년 4월 둘째 주에 한 번씩 다시 정중히 한 번 걸린다.
마술회장군(魔術會長君)
교내 마술동아리 회장
교내 마술 동아리를 이끄는 군
“이 카드, 두 번 더 보시면 보입니다. 학원 한 시즌도 두 번째 봐야 보이는 게 더 많습니다.”
교내 마술동아리 회장은 학원의 정식 마술 동아리 정점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위에 짙은 색 동아리 망토, 가슴팍에 작은 카드 펜던트, 한 손에 늘 닳아빠진 카드 한 벌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무대의 옛 자료·옛 분기 결재·금기 트릭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한 분기 한 번 큰 학원 축제 무대가 회장의 한 줄 결재 위에서 정중히 굴러간다. 정작 본인은 같은 카드 한 벌을 4년째 쓴다. 가장 강한 회장은 큰 무대가 아니라, 한 카드의 한 번째 뒤집기를 정확히 다듬는 자세에 있다.
“회장 형이 같은 카드 한 벌을 사 년째 쓰는 비결은, 같은 카드 한 장을 한 번 더 뒤집어 보는 자세였다고 합니다. 한 카드 한 번째 뒤집기가 학원 축제 무대 한 칸보다 무겁다는 거, 카드 한 번 받아봐야 압니다.”
십대 한주고 교내 마술동아리 회장 강민수 — 한주고 마술동아리(본관 4층 한 평짜리 옛 무대 자료실 자리를 사십 년 끌어간 비공식 동아리) 한 줄 결재를 사 년 동안 같은 카드 한 벌로 정중히 굴린 자 — 의 일화는 마술동아리 안에서 '한 카드 한 번 더'로 통한다.
강민수 재임 중 한주고 봄 학원 축제 마술동아리 무대 폐막 직전, 신입 동아리원 박재훈(당시 일학년 마술동아리)이 무대 위에서 카드 한 장(스페이드 에이스 한 장)의 한 번째 뒤집기를 한 박자 늦춰 트릭 한 줄이 객석 앞줄에 들킬 뻔했다. 강민수는 무대 위에서 자기 카드 한 벌(사 년째 같은 카드 한 벌)을 박재훈의 손에 정중히 한 번 옮겨 잡혀 주었으며, 자기는 같은 카드 한 장을 박재훈 옆에서 한 번 더 정중히 뒤집어 보였다. 객석 앞줄(당시 학생회 부회장 서지호 라인 한 줄)은 그 한 번 더 뒤집기를 첫 트릭으로 정중히 한 번 더 본 줄로 알았으며, 폐막 박수는 한 박자 늦은 한 박자에 정확히 한 번 더 터졌다. 박재훈은 그 카드 한 벌을 평생 자기 동아리 망토 안주머니에 봉인해 두었으며, 사 년 뒤 같은 봄 축제 폐막 직전 같은 카드 한 벌을 또 한 일학년 동아리원에게 정중히 한 번 옮겨 잡혀 주었다.
후대 한주고 교내 마술동아리 회장들은 봄 축제 폐막 직전 같은 카드 한 벌을 일학년 동아리원에게 정중히 한 번 옮겨 잡혀 주는 의례를 강민수의 그 봄에서 따왔다. 한주고 본관 4층 마술동아리방 가장 안쪽에는 같은 카드 한 벌이 매년 4월 셋째 주에 한 번씩 다시 정중히 한 번 옮겨 잡힌다.
후석두뇌자(後席頭腦者)
교실 뒷자리의 두뇌
교실 뒷자리에서 모든 답을 푸는 자
“내 자리는 창가 뒷줄. 한 분기 시험 평균 두 점은 여기서 굴러갑니다.”
교실 뒷자리의 두뇌는 한 반 창가 뒷줄을 정식 자기 자리로 굳힌 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작은 학번 펜던트, 책상 위에 두꺼운 옛 노트와 짙은 색 펜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반 모든 학생의 옛 시험 점수·옛 분기 결재·금기 풀이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한 분기 한 번 큰 시험 직전, 친구 한 명이 그의 노트 한 페이지에 정중히 의지하게 된다. 정작 본인은 1등 자리를 한 번도 노린 적이 없다. 가장 무거운 두뇌는 큰 학원이 아니라, 한 친구의 한 줄 풀이를 정중히 다듬는 자세에 있다.
“두뇌 형이 자기 노트 한 페이지를 한 친구 손에 정중히 한 번 건네고 사 년 동안 한 번도 다시 안 받았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신화입니다. 한 페이지 한 줄이 1등 명패보다 무겁다는 거, 노트 한 번 빌려봐야 압니다.”
한주고 교실 뒷자리의 두뇌 김지환 — 한주고 3학년 4반(한주고 본관 3층 가장 안쪽 졸업반 한 반) 창가 뒷줄 한 자리를 사 년 동안 한 번도 비우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노트 한 페이지의 졸업'으로 통한다.
김지환 재임 중 한주고 봄 모의고사 사흘 전, 같은 반 친구 송태혁(당시 3학년 4반 학급 부반장)이 자기 어머니 입원 사실로 한 학기 공부를 한 줄도 못 따라가고 있었다. 김지환은 그 사실을 매점 셔틀 후배의 한 줄 귓속말로 알게 되자, 자기 두꺼운 옛 노트 한 권 가운데 한 페이지(영어 한 단원 한 줄 풀이가 정중히 한 번 적힌 페이지)를 정중히 찢어 송태혁의 책상 위에 한 줄 매듭으로 두 번 꽂아 두었다. 송태혁은 그 한 페이지를 자기 학생증 안쪽에 평생 봉인해 두었으며, 모의고사 결과 그 분기 영어 한 학년 평균이 정확히 두 점만큼 정중히 굴러갔다. 김지환은 그 한 페이지를 한 번도 다시 받지 않았으며, 졸업 직전 자기 노트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같은 한 줄 풀이를 한 번 더 정중히 적어 두었다.
후대 한주고 교실 뒷자리의 두뇌들은 자기 노트 한 페이지를 한 친구 손에 정중히 한 번 건네고 다시 받지 않는 의례를 김지환의 그 봄에서 따왔다. 한주고 본관 3층 3학년 4반 창가 뒷줄 책상 서랍 안쪽에는 같은 노트 한 페이지가 매년 4월 둘째 주에 한 번씩 다시 정중히 한 줄 매듭으로 끼워진다.
급식정렬자(給食整列者)
점심 줄 새치기 단속관
점심 줄의 새치기를 단속하는 자
“방금 그 반, 두 칸 뒤로 다시. 학원 한 끼니가 이 줄 위에서 굴러갑니다.”
점심 줄 새치기 단속관은 학원 식당 입구 점심 줄의 정식 단속 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작은 단속관 펜던트, 한 손에 작은 호각과 명부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점심 줄의 옛 새치기·옛 분기 결재·금기 합류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한 분기 한 번 큰 시험 직후 점심 줄이 단속관의 한 줄 결재 위에서 정중히 굴러간다. 정작 본인은 식당 마지막 손님으로 자기 점심을 먹는다. 가장 작은 직무가 사실 학원 한 시즌의 가장 따뜻한 한 줄을 굴러가게 한다.
“단속관 형이 식당 마지막 손님 자리를 사 년 동안 한 번도 안 비웠다는 거, 우리 후배들 입회 첫 주에 한 번씩 듣습니다. 한 끼니 가장 마지막 자리가 가장 처음 자리보다 무겁다는 거, 점심 줄 한 줄 단속해 봐야 압니다.”
한주고 점심 줄 새치기 단속관 정성훈 — 한주고 학생식당(본관 1층 한 칸 가장 큰 백 평짜리 점심 줄 한 줄 자리) 입구 한 줄을 사 년 동안 같은 박자로 굴린 자 — 의 일화는 식당 안에서 '마지막 손님 한 끼니'로 통한다.
정성훈 재임 중 한주고 봄 중간고사 직후 점심 줄에서 일학년 신입생 한도진(당시 일학년 8반)이 시험 첫 시험 결과 한 줄 사이로 점심 줄 가장 뒷자리에서 한 줄 늦게 합류해 마지막 손님 한 자리에 거의 다다랐다. 정성훈은 호각을 한 번도 불지 않은 채 자기 단속관 자리를 한 자리 정중히 한도진 옆 자리로 옮겼으며, 두 사람은 식당 마지막 자리에서 같은 박자로 같은 점심 한 끼니를 정중히 같이 먹었다. 한도진은 그날 점심 영수증 한 장(매콤 어묵국 한 그릇·밥 한 공기·반찬 세 가지)을 자기 학생증 안쪽에 평생 봉인해 두었으며, 다음 분기 점심 줄 단속관 보조에 자원해 같은 호각 한 자루로 한 줄 결재를 다시 시작했다.
정성훈은 그 영수증 한 장을 자기 단속관 펜던트 안쪽에 평생 봉인해 두었으며, 후대 한주고 점심 줄 새치기 단속관들은 시험 직후 점심 줄 가장 마지막 자리를 한 자리 정중히 옮겨 같이 먹는 의례를 정성훈의 그 봄에서 따왔다. 한주고 본관 1층 학생식당 마지막 자리 한 자리에는 같은 점심 영수증 한 장이 매년 4월 둘째 주에 한 번씩 다시 정중히 한 줄 매듭으로 끼워진다.
자판단골자(自販단골者)
학원 자판기 정비 단골
자판기를 정비하는 단골의 자
“3층 자판기 캔커피 칸, 또 막혔어요. 동전 두 개 넣으면 한 개만 떨어지는 자리,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학원 자판기 정비 단골은 학원 본관 복도 자판기 라인의 평일 점검을 자처한 정식 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작은 점검 펜던트, 한 손에 작은 공구 주머니와 잔돈 묶음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자판기의 평소 음료 입고·옛 분기 결재·금기 막힘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시험기간 한 시즌 큰 카페인 수요가 단골의 한 줄 정비 위에서 정중히 굴러간다. 정작 본인은 캔커피를 마시지 못한다. 가장 작은 직무가 사실 학원 한 시즌의 가장 또렷한 한 줄을 굴러가게 한다.
“단골 형이 캔커피를 못 마시면서도 캔커피 칸을 사 년째 손수 정리한다는 거, 우리 후배들 입회 첫 주에 한 번씩 듣습니다. 한 캔 한 줄이 한 학기 카페인 수요 한 줄보다 무겁다는 거, 자판기 한 번 열어봐야 압니다.”
한주고 학원 자판기 정비 단골 박재형 — 한주고 본관 3층 복도(한주고 본관 졸업반 야자실 옆 사십 년 묵은 자판기 한 라인) 한 줄을 사 년 동안 같은 공구 주머니 한 개로 정중히 굴린 자 — 의 일화는 자판기 라인 안에서 '캔커피 한 줄 한 손'으로 통한다.
박재형 재임 중 한주고 봄 모의고사 사흘 전 자판기 캔커피 칸(본관 3층 복도 가장 안쪽 자판기 두 번째 줄 칸)이 한 박자에 두 개씩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박재형은 자기 점검 펜던트를 풀어 자판기 자물쇠 한 자리에 정중히 한 번 걸고 공구 주머니 한 개로 캔커피 칸 한 줄을 한 시진 동안 정확히 한 박자에 한 캔씩 떨어지도록 다듬었다. 그 사흘간 졸업반 한 줄(3학년 9반 마지막 한 줄, 김동현 부반장 라인)은 자판기 캔커피 한 캔으로 정확히 한 박자 카페인 한 줄을 정중히 굴렸으며, 한 캔도 두 개로 한 박자 늦게 떨어지는 일이 없었다.
박재형은 자판기 안쪽 한 자리에 자기 잔돈 묶음 한 줄(동전 일곱 개, 사 년째 같은 동전 일곱 개)을 평생 봉인해 두었으며, 후대 한주고 학원 자판기 정비 단골들은 봄 모의고사 사흘 전 자판기 안쪽 한 자리에 같은 잔돈 묶음 한 줄을 정중히 한 번 봉인해 두는 의례를 박재형의 그 봄에서 따왔다. 한주고 본관 3층 복도 가장 안쪽 자판기 두 번째 줄 칸 안쪽 한 자리에는 같은 잔돈 묶음 한 줄이 매년 4월 둘째 주에 한 번씩 다시 정중히 한 번 봉인된다.
교문인사반(校門人事班)
통학로 교문 인사반
통학로 교문에서 인사를 도맡는 반원
“오늘 아침 첫 등교 한 자리 더 정중히 인사드렸어요. 학원 한 시즌이 그 위에서 굴러갑니다.”
통학로 교문 인사반은 학원 정문에서 매일 아침 등교 인사를 맡는 정식 평민 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작은 인사반 펜던트, 한 손에 작은 출석 카드 한 장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학생의 평소 등교 시간·옛 분기 결재·금기 인사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한 분기 한 번 큰 시험 아침이 인사반의 한 줄 인사 위에서 정중히 굴러간다. 정작 본인의 등교가 매일 가장 이른 시간이 되어버렸다. 가장 작은 직무가 사실 학원 한 시즌의 가장 따뜻한 한 줄을 굴러가게 한다.
“인사반 형이 시험 아침 한 학생 등교 한 줄에 평소보다 한 번 더 정중히 인사한다는 거, 우리 후배들 입회 첫 주에 한 번씩 듣습니다. 한 인사 한 박자가 시험 한 점수보다 무겁다는 거, 정문 한 자리 서봐야 압니다.”
한주고 통학로 교문 인사반 윤제호 — 한주고 정문(한주고 본관 정문 사거리 신호등 한 줄 옆 인사반 자리) 한 줄을 사 년 동안 매일 아침 6시 50분에 정확히 한 박자로 굳힌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시험 아침 한 인사 한 줄'로 통한다.
윤제호 재임 중 한주고 봄 모의고사 첫 시험 아침, 졸업반 한 학생 한주영(당시 3학년 7반 학급 부반장)이 어머니 입원 사실로 한 학기 등교를 한 박자 늦춰 정문 닫히기 두 박자 전 한 자리에 정중히 한 번 도착했다. 윤제호는 평소보다 한 박자 더 정중히 한 인사를 한 한주영에게 정확히 한 번 더 깊이 굽혀 인사한 뒤, 자기 출석 카드 한 장에 한주영의 이름 한 줄을 정중히 한 줄 매듭으로 두 번 적어 두었다. 한주영은 그 출석 카드 한 줄 매듭을 평생 자기 학생증 안쪽에 봉인해 두었으며, 그 분기 모의고사에서 자기 평소보다 정확히 두 점만큼 한 줄 더 정중히 한 점수 한 줄을 끌어올렸다.
윤제호는 자기 인사반 펜던트 안쪽에 그 출석 카드 한 줄 매듭을 평생 봉인해 두었으며, 후대 한주고 통학로 교문 인사반들은 시험 아침 한 학생 등교 한 줄에 평소보다 한 번 더 정중히 한 인사를 깊이 굽히는 의례를 윤제호의 그 봄에서 따왔다. 한주고 정문 신호등 한 줄 옆 인사반 자리 한 자리에는 같은 출석 카드 한 줄 매듭이 매년 4월 둘째 주에 한 번씩 다시 정중히 한 줄 매듭으로 끼워진다.
야구매부(野球매夫)
야구부 매니저 보조
야구부 매니저의 보조 일꾼
“방망이 두 자루, 글러브 세 켤레, 음료 박스 한 개. 오늘 훈련 한 줄, 정중히 한 자리 더 옮겼어요.”
야구부 매니저 보조는 학원 야구부의 정식 매니저 보조 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보조 점퍼, 가슴팍에 작은 보조 펜던트, 한 손에 작은 음료 박스와 운영 명부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훈련의 옛 자료·옛 분기 결재·금기 운반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한 분기 한 번 큰 훈련이 보조의 한 줄 결재 위에서 정중히 굴러간다. 정작 본인은 한 번도 마운드에 서본 적이 없지만, 에이스의 한 호흡을 가장 가까이서 본 자다. 가장 작은 직무가 사실 학원 한 시즌의 가장 정중한 한 줄을 굴러가게 한다.
“보조 형이 에이스 한 호흡을 더그아웃 한 자리에서 한 번 더 정중히 봐 준다는 거, 우리 후배들 입회 첫 주에 한 번씩 듣습니다. 더그아웃 한 자리가 마운드 한 자리보다 무겁다는 거, 음료 박스 한 번 들어봐야 압니다.”
한주고 야구부 매니저 보조 신우혁 — 한주고 야구부(한주고 운동장 야구장 한 자리를 사십 년 끌어간 비공식 본부) 더그아웃 한 자리를 사 년 동안 같은 음료 박스 한 개로 정중히 굴린 자 — 의 일화는 야구부 안에서 '에이스 한 호흡 한 자리'로 통한다.
신우혁 재임 중 한주고 봄 학원 야구 결승전(매년 4월 셋째 주 일요일에 인근 학원 연합 주최로 열리는 봄 결승) 8회 말 만루 위기에서, 한주고 야구부 에이스 투수 임주현(당시 3학년 야구부 에이스, 4년째 같은 마운드 한 자리)의 한 호흡이 한 박자 늦춰지는 순간이 있었다. 신우혁은 더그아웃 한 자리에서 자기 음료 박스 안쪽에 사 년째 봉인해 둔 같은 색 손수건 한 장(임주현이 입학 첫 주에 더그아웃에 흘리고 간 손수건)을 정중히 한 번 마운드 쪽으로 한 번 더 정중히 흔들어 보였다. 임주현은 그 손수건 한 줄을 한 호흡 안에 본 뒤 자기 한 호흡을 정확히 한 박자에 정중히 한 줄 다시 다듬어 그 한 회를 무실점으로 정중히 한 줄 막아냈다.
한주고 야구부는 그 결승을 한 점 차 우승으로 정중히 한 줄 끝냈으며, 임주현은 그 손수건을 자기 야구부 점퍼 안주머니에 평생 봉인해 두었다. 신우혁은 자기 음료 박스 안쪽에 사 년째 같은 손수건 한 장을 평생 봉인해 두었으며, 후대 한주고 야구부 매니저 보조들은 결승 8회 말 만루 위기에서 더그아웃 한 자리에서 같은 색 손수건 한 장을 마운드 쪽으로 정중히 한 번 흔드는 의례를 신우혁의 그 봄에서 따왔다. 한주고 운동장 야구장 더그아웃 가장 안쪽 한 자리에는 같은 손수건 한 장이 매년 4월 셋째 주에 한 번씩 다시 정중히 한 번 봉인된다.
결투공증주(決鬪公證主)
결투 규약 공증인
결투의 규약을 공증하는 주인
“옥상 결투 규약 서명지에 도장 한 번 찍었다고 효력이 생기는 게 아닙니다. 두 사람 사이 말 한 마디가 먼저입니다.”
결투 규약 공증인은 학원 비공식 결투 문화(옥상·체육관 뒷편·외곽 공터)의 규약 전체를 기억하고 집행하는 유일한 자다. 결투부 부장이 현장 입회를 담당한다면, 공증인은 그 규약이 생겨난 이유와 역대 판례를 모두 외워 두고 어떤 결투가 정당한지 사전 심사하는 역할을 맡는다. 외형은 단정한 검은 교복, 가방 안에 두꺼운 규약 기록부, 한 손에는 늘 봉인 도장이 표준이다.
학원장 정태웅조차 결투 관련 분쟁이 생기면 먼저 공증인 의견을 구한다는 야사가 있다. 본인은 단 한 번도 직접 결투에 나선 적이 없지만, 규약에 반하는 결투를 막기 위해 옥상에 혼자 올라간 적은 여러 번이다. 가장 강한 결투 권위는 주먹이 아니라 규약 한 줄을 끝까지 외우는 자에게 있다.
“공증인 선배 도장은 학원 어디서도 가장 느리게 찍힙니다. 도장 찍히기 전에 두 사람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게 그 느림의 이유라는 걸, 규약 한 줄 겪어봐야 알죠.”
팔대 한주고 결투 규약 공증인 하성민 — 한주고 결투 규약서(한주고 옥상 환풍구 옆에 역대 공증인이 한 줄씩 이어 써 내려온 규약 기록부)를 열네 번의 결투 분쟁에서 한 번도 바꾸지 않고 지킨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규약 열네 번 한 도장"으로 통한다.
하성민 재임 중, 결투부 부장 노현웅(당시 십삼대 부장)과 검은 교복단 총수 임형석(당시 십이대 총수)이 어떤 후문 골목 결투의 정당성을 두고 공증 여부를 다퉜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논리를 갖고 있었으나 하성민은 규약 기록부를 펼쳐 가장 오래된 조항 한 줄 — "학원 담장 밖 결투는 공증하지 않는다" — 을 두 사람 앞에 정중히 펼쳐 보였다. 노현웅과 임형석은 그 한 줄 앞에 자세를 고쳤으며, 분쟁은 담장 안 중립 공터로 장소를 옮겨 결투부 입회 아래 정식 처리되었다.
하성민은 그 분쟁 이후 규약 기록부 마지막에 단 한 줄 — "장소가 규약을 만들지 않는다. 규약이 장소를 만든다" — 을 추가했고, 후대 공증인들은 봉인 도장 찍기 전 그 마지막 줄을 한 번 읽는 관례를 따른다.
지하주필주(地下主筆主)
학원 비밀 지하 신문 주필
비밀 지하 신문을 짓는 주필의 주
“공식 신문 1면에 못 실리는 이야기가 진짜 이야기입니다. 지하 신문은 학원의 두 번째 심장이에요.”
학원 비밀 지하 신문 주필은 공식 학원 신문과 별개로, 학생회 검열을 피해 학원의 민감한 진실을 한 달에 한 번 무기명으로 인쇄해 배포하는 지하 신문의 수장이다. 인쇄물은 대개 체육관 뒷 게시판, 매점 구석 좌석, 야자실 문 안쪽에 조용히 꽂혀 있으며, 발행인은 졸업 때까지 알려지지 않는 것이 관례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낡은 가방 안에 미니 프린터와 잉크 카트리지가 표준이다.
지하 신문이 한 번 나오면 그 주 학생회 의안이 하나씩 바뀌고, 학원장의 결재 라인이 한 줄씩 재검토된다. 학원 신문 칼럼니스트와는 목표는 같지만 방법이 다르며, 두 사람이 같은 편인지 다른 편인지를 아무도 확실히 모른다. 학원의 진짜 언론은 공식 명패 위가 아니라, 숨어 있는 인쇄기 한 대 위에 있다.
“지하 신문 마지막 호가 학원장 정태웅 결재실 책상 위에 정중히 놓였다는 야사, 우리 졸업생들 사이에서는 거의 전설입니다. 그 한 호가 공식 신문 삼십 호보다 무겁다는 사실, 잉크 냄새 한 번 맡아봐야 압니다.”
육대 한주고 학원 비밀 지하 신문 주필 이준혁 — 한주고 지하 신문 "옥상 환풍구"(학원 담장 안쪽 사정을 무기명으로 싣는 비공식 인쇄 신문)를 사 년 동안 한 번도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발행한 자 — 의 일화는 신문부 안에서 "잉크 냄새 한 호"로 통한다.
이준혁 재임 중, 학원 신문 칼럼니스트 도진우(당시 이십이대 칼럼니스트)가 1면에 싣지 못한 옥상 라일락(한주고 옥상 환풍구 옆 사십 년 묵은 라일락 한 그루) 가지 부러짐 기사 한 줄이 그 주 지하 신문 1면 톱 기사로 실렸다. 도진우는 자기 이름이 없는 그 기사에서 자기 문장 습관 한 줄을 발견했지만, 끝내 이준혁에게 그 사실을 묻지 않았다. 두 사람은 졸업 후에도 그 일을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으며, 후대 지하 신문 주필들은 마지막 호 인쇄 전 공식 신문 1면 칼럼 한 줄을 한 번 읽고 인쇄기를 켜는 관례를 이준혁의 그 한 호에서 따왔다.
한주고 체육관 뒷 게시판 가장 안쪽 한 자리에는 "옥상 환풍구" 창간호 한 장이 매년 4월 첫째 주에 한 번씩 다시 정중히 꽂힌다.
전학신성(轉學新星)
졸업 직전 전학생
졸업 직전 들이닥친 전학생의 신성
“3학년 2학기 전학이요. 이 학원 졸업 앨범엔 제 이름이 안 들어가겠죠. 근데 기억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졸업 직전 전학생은 졸업까지 한 학기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새 학원으로 전학 오는, 가장 짧고 가장 강렬하게 존재감을 남기는 자다. 아무것도 쌓아둔 것 없이 낯선 자리에 앉지만, 오히려 그 백지 상태가 오래된 권력 구조와 굳어진 파벌에 균열을 낸다. 결투부도, 일진도, 학생회도 그가 어느 쪽 편인지 단번에 정하지 못해 한 학기 내내 관망한다.
그 짧은 시간에 옥상 결투 한 번, 검도부 도장 한 번, 동아리 연맹 회의 한 자리를 거치고 나면 그는 어느새 학원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있다. 졸업 앨범에 이름이 없어도 학원의 벽 어딘가에 가장 깊은 흔적을 남기고 떠나는 자다.
“전학생이 마지막 날 남기고 간 자리가 졸업 앨범 한 페이지보다 더 자주 펼쳐진다는 사실, 우리 학원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이름 없는 자리가 이름 있는 자리보다 무겁다는 거, 졸업식 끝나봐야 압니다.”
한주고 졸업 직전 전학생 박시준 — 3학년 2학기 9월 한 주에 전학 와 졸업식 전날까지 정확히 네 달을 채운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졸업 앨범 없는 한 페이지"로 통한다.
박시준이 전학 첫 주, 일진 두목 강도훈(당시 십대 두목)이 후문 라인을 테스트하기 위해 박시준의 가방을 한 번 손대려 했다. 박시준은 가방 대신 자기 손을 강도훈 앞에 먼저 내밀었고 "이 손, 결투 신청입니까, 악수 신청입니까"라고만 물었다. 강도훈은 한 호흡 뒤 그 손을 잡았으며, 그날 이후 박시준은 후문 라인도 결투부 라인도 아닌 자기만의 자리 — 운동장 끝줄 벤치 한 자리 — 를 네 달 동안 채웠다.
졸업식 전날 박시준은 그 벤치에 자기 교복 단추 한 개를 정중히 두고 학원을 떠났다. 이사장 정태웅은 그 단추를 결재실 도장 옆에 옛 단추와 나란히 두었고, 후대 한주고 전학생들은 마지막 날 그 벤치를 한 번 찾아가 앉는 의례를 박시준의 그 전날에서 따왔다.
옥상라이벌군(屋上라이벌君)
옥상 라이벌 코치
옥상에서 라이벌을 지도하는 군
“이기는 법은 가르칠 수 있습니다. 지고 나서 돌아오는 법은 본인이 찾아야 합니다.”
옥상 라이벌 코치는 학원 내 결투·무도 실력을 가진 선배 학생이 특정 후배의 전담 코치를 맡는 비공식 직책이다. 공식 부서도, 정식 교사도 아니지만 옥상에서 라이벌끼리의 대결이 잡히면 어느 쪽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당사자보다 정확히 아는 자다. 외형은 낡은 교복, 한 손에 손때 묻은 수련 노트, 어깨에 해진 운동 가방이 표준이다.
본인이 직접 라이벌과 맞붙는 일은 거의 없지만, 제자가 결투에서 진 날 새벽 옥상에 먼저 올라와 있다. 공식 검도부 주장보다 기술은 부족하지만, 사람의 성격과 싸우는 습관을 읽는 눈은 학원에서 가장 날카롭다. 진짜 코치는 결과를 고치는 자가 아니라, 패인을 먼저 자기 탓으로 돌릴 줄 아는 자다.
“코치 선배 수련 노트 마지막 페이지가 항상 제자의 패배 일지라는 거, 우리 결투부 라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그 페이지가 우승 기록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옥상 농담입니다.”
한주고 옥상 라이벌 코치 전민우 — 결투부 입회 없이 사 년 동안 개인 제자 셋의 옥상 결투를 뒤에서 일일이 정리한 자 — 의 일화는 결투부 안에서 "새벽 옥상 한 자리"로 통한다.
전민우가 마지막으로 코치했던 제자 임도현(검도부 일학년 신입, 당시 검도부 부원)이 전교 토너먼트 결승에서 검도부 주장 윤재이(당시 십팔대 주장)와 맞붙어 진 날 새벽, 전민우는 아무 말 없이 옥상에 수련 노트 한 권만 펼쳐 두었다. 임도현은 새벽 4시에 옥상에 올라왔다가 그 노트를 보고 한 시간 동안 자기 패인을 스스로 적었다. 전민우는 그 노트를 임도현의 손에 돌려주며 "이게 다음 대결 준비입니다"라고만 했다.
임도현은 한 학기 후 같은 토너먼트 결승에서 다시 윤재이와 맞붙어 무승부를 기록했고, 두 사람은 그 결과를 결투부 기록부에 나란히 올렸다. 전민우는 코치 생활 마지막 날 수련 노트를 임도현 책상에 정중히 두고 학원을 떠났다.
연합대표(聯合代表)
학원 연합 대표
학원 연합을 대표하는 자
“한주고 혼자 잘 사는 학원이 강한 게 아닙니다. 인근 학원 다섯 곳이 함께 굴러갈 때 진짜 강한 겁니다.”
학원 연합 대표는 한주고와 인근 학원 연합 체계(인근 다섯 학교 학생 대표들이 분기마다 모이는 비공식 회의체)에서 한주고 측 창구 역할을 맡는 자다. 학생회장이나 동아리연맹 의장이 아니라, 그들 사이에서 외부 관계를 전담하는 별도의 직책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어깨에 연합 로고 배지, 한 손에 인근 학교별 연락 수첩이 표준이다.
각 학교의 축제·결투 규약·체육대회 공동 운영 같은 사안이 이 자리를 거쳐 조율된다. 학생회장보다 외부 행사에서 얼굴이 더 잦은 자이기도 하다. 진짜 연합은 학교끼리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한 분기 회의에서 한 안건도 뒤집히지 않을 만큼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데서 나온다.
“대표 형이 인근 학교 연락 수첩 마지막 페이지에 각 학교 학생회장 이름 대신 매점 메뉴를 적어 둔다는 거, 우리 연합 후배들 입회 첫 주에 한 번씩 듣습니다. 그 메뉴 한 줄이 협약서 한 장보다 무겁다는 거, 연합 회의 한 번 나가봐야 압니다.”
십구대 한주고 학원 연합 대표 황재영 — 인근 학원 연합 회의(인근 다섯 학원 대표가 분기마다 모이는 비공식 정상 회의)에서 한주고 결투 규약 한 줄을 타 학원에 처음 공식 소개한 자 — 의 일화는 연합 회의 안에서 "매점 한 메뉴 협약"으로 통한다.
황재영 재임 중 연합 봄 회의에서 타 학원 대표 셋이 결투 관련 사안을 두고 한주고 규약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황재영은 협약서 대신 각 학교 매점 메뉴가 적힌 수첩 한 페이지를 꺼내 "각자 학교 점심 한 가지씩 먹으면서 이야기합시다"라고 제안했고, 그날 회의는 한 안건도 어긋나지 않은 채 가장 화기롭게 마무리되었다.
결투 규약 공증인 하성민(당시 팔대 공증인)은 그 회의 이후 규약 기록부 첫머리에 "외부 회의는 먼저 먹고 시작한다"는 한 줄을 추가했고, 후대 연합 대표들은 봄 회의 전날 각 학교 매점 메뉴를 한 줄씩 미리 적어가는 관례를 따른다.
축제가군(祝祭歌君)
축제 밴드 보컬
축제 무대를 가르는 밴드 보컬
“봄 축제 무대, 마이크 잡기 전에 한 번 더 튜닝합니다. 그 1분이 이 무대 전체입니다.”
축제 밴드 보컬은 학원 봄 축제 본 무대를 여는 밴드 동아리의 리드 보컬이다. 교내 마술동아리 회장이나 연극 동아리 주연과 함께 학원 축제 메인 스테이지를 채우는 세 축 중 하나로, 그가 마이크를 잡는 순간 관중석 분위기가 한 박자에 정렬된다. 외형은 교복 위에 밴드 단체 티셔츠, 한 손에 핸드 마이크, 목에 픽(기타 연주 도구로 쓰이는 얇고 작은 삼각형 판) 줄이 표준이다.
본인은 학원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가졌지만, 리허설이 끝난 뒤 가장 조용한 구석에서 혼자 가사를 다시 읽는다. 무대 위의 환호보다 무대가 끝난 뒤 빈 스테이지 한 자리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진짜 보컬은 가장 크게 부르는 자가 아니라, 한 소절 더 늦게 끝내는 자다.
“보컬 형이 봄 축제 마지막 곡 끝마디에서 마이크를 한 번 내렸다 들어 올리는 버릇, 우리 밴드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의례가 됐어요. 그 한 번이 앙코르 한 곡보다 무겁다는 거, 무대 한 번 서봐야 압니다.”
십사대 한주고 축제 밴드 보컬 고태석 — 한주고 밴드 동아리 "옥상소리"(한주고 옥상 한 자리에서 매년 봄 축제 메인 무대를 꿰찬 비공식 밴드)의 리드 보컬로 졸업까지 한 번도 봄 축제 무대를 빠지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밴드 안에서 "마지막 마이크 한 번"으로 통한다.
고태석 재임 중 봄 축제(매년 4월 셋째 주 토요일 학원 최대 행사) 메인 무대 마지막 곡에서 신입 기타리스트 박도혁(당시 일학년 밴드 동아리)이 마지막 코드를 한 박자 일찍 끊었다. 고태석은 마이크를 한 번 내렸다가 박도혁 쪽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같은 마지막 소절을 한 박자 늦게 혼자 한 번 더 불렀다.
관중석은 그 한 박자 여운에서 가장 큰 박수를 보냈으며, 축제 총감독 김태현(당시 이십대 총감독)은 큐시트 마지막 줄에 "마지막 한 박자 — 보컬"이라는 메모를 추가했다. 박도혁은 그 마지막 소절을 평생 자기 픽 줄에 한 줄 매듭으로 기억했고, 졸업 전날 고태석에게 그 픽을 정중히 돌려주었다.
동아창설조(동아創設祖)
동아리 설립자
동아리를 처음으로 세운 조사
“부원이 셋이면 충분합니다. 셋이 흔들리지 않으면 서른이 돼도 흔들리지 않거든요.”
동아리 설립자는 기존에 없던 새 동아리를 학원 내에 정식으로 등록시킨 첫 번째 부장이다. 동아리연맹 의장의 까다로운 예산 심사와 활동실 배정 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첫 학기 내에 부원 다섯 명을 채우지 못하면 자동 해체되는 규약을 견뎌내야 한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낡은 설립 신청서 파일, 한 손에 새 동아리 이름이 적힌 배지가 표준이다.
가장 힘든 일은 첫 부원을 구하는 일이 아니라, 첫 번째 어려운 학기를 두 번째 부원이 버티게 만드는 일이다. 기존 동아리보다 예산도, 활동실도, 선배도 없는 상태에서 한 학기를 버텨낸 동아리는 다음 학기부터 학원의 가장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진짜 설립자는 첫 배지를 만드는 자가 아니라, 첫 위기를 혼자 버티는 자다.
“설립자 형이 첫 학기 동아리 신청서 마감 날 혼자 활동실에 남아 있었다는 거, 동아리연맹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입니다. 빈 활동실 한 자리가 부원 열 명보다 무겁다는 사실, 동아리 하나 세워봐야 압니다.”
한주고 동아리 설립자 류재혁 — 한주고 최초 체스 동아리 "64칸"(한주고 정식 등록 동아리 중 가장 작은 활동실 — 본관 4층 창고 옆 반 평짜리 자리 — 에서 시작한 동아리)를 혼자 신청서 작성부터 첫 학기까지 운영한 자 — 의 일화는 동아리연맹 안에서 "64칸 반 평"으로 통한다.
류재혁이 설립 신청서를 들고 동아리연맹 의장 권상혁(당시 십칠대 의장)의 심사를 받으러 갔을 때, 권상혁은 부원 명단 한 줄이 "류재혁 1인"으로만 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권상혁은 설립을 보류하는 대신 "이번 학기 안에 셋 채워오면 반 평 활동실 하나 드리겠습니다"라고만 했다. 류재혁은 그날부터 점심마다 매점 구석 자리에 체스판을 펴 놓았으며, 한 달 뒤 매점 단골 두 명이 스스로 부원 신청을 해왔다.
권상혁은 그 신청서에 동아리연맹 의장 도장을 학기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찍었으며, "64칸"은 그 학기 동아리 예산 심사에서 가장 높은 성실 점수를 받았다. 후대 한주고 동아리 설립자들은 설립 첫 학기 점심 매점 구석 자리에 동아리 활동 한 샘플을 정중히 펼쳐 두는 관례를 류재혁의 그 점심에서 따왔다.
전교의장(全校議長)
전교 학급 회의 의장
전교 학급 회의의 의장
“오늘 회의 주제: 급식 메뉴 변경안. 이의 있으신 반은 손 먼저 드시고요, 손 든 순서대로 발언권 드립니다.”
전교 학급 회의 의장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전교 학급 대표 연합 회의(각 반 반장이 모여 학원 공통 안건을 처리하는 자리)를 주재하는 학생이다. 학생회 부회장과 업무가 겹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자리는 행정 결재가 아니라 학생 의견을 수렴해 학생회에 공식 전달하는 창구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의장 배지, 한 손에 회의 진행 노트가 표준이다.
가장 어려운 순간은 안건이 통과될 때가 아니라, 어떤 반이 반대표를 던졌을 때 그 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자세를 유지하는 순간이다. 본인은 어느 안건에도 자기 의견을 먼저 밝히지 않는다. 의장의 첫마디가 회의 결론을 미리 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자리의 가장 오래된 불문율이다.
“의장 선배 회의 노트 마지막 줄이 항상 반대표를 던진 반의 이름이라는 거, 학생회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계율입니다. 그 이름 한 줄이 통과 안건 열 개보다 무겁다는 거, 회의 한 번 주재해봐야 압니다.”
이십오대 한주고 전교 학급 회의 의장 손재문 — 한주고 전교 학급 대표 연합 회의 역사상 단 한 번도 자기 의견을 먼저 밝히지 않은 채 사 년을 주재한 자 — 의 일화는 학생회실 안에서 "반대표 한 반의 이름"으로 통한다.
손재문 재임 중 한주고 가을 전교 회의에서 동아리 활동비 일괄 삭감 안건이 상정되었다. 마흔두 반 중 마흔한 반이 찬성표를 낸 상황에서 단 한 반 — 체스 동아리 "64칸" 설립자 류재혁(당시 이학년 7반 반장)의 반 — 이 반대표를 냈다. 손재문은 안건을 통과시키는 대신 류재혁을 마지막 발언자로 부르고 삼십 분을 끝까지 들었다. 회의는 결국 체스 동아리 예산 항목을 별도 보류한 채로 나머지 안건만 통과되었으며, 그 다음 달 의장 노트 마지막 줄에는 "7반 — 체스 동아리 64칸"이라는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손재문은 그 노트를 졸업 직전 학생회실 회의 탁자 서랍에 봉인해 두었으며, 후대 한주고 전교 학급 회의 의장들은 회의 마지막에 반대표를 던진 반 이름을 노트 마지막 줄에 정중히 한 줄 적는 의례를 손재문의 그 가을에서 따왔다.
무도챔피언검(武道챔피언劍)
교내 무도 토너먼트 챔피언
교내 무도 토너먼트의 챔피언검
“올해 챔피언입니다. 내년에 도전하는 후배가 생기면 그 자리가 더 강해지는 겁니다.”
교내 무도 토너먼트 챔피언은 매년 가을 학원 내에서 열리는 무도 토너먼트(검도·유도·씨름·자유 무도 등 다양한 종목 중 참가자가 종목을 선택해 겨루는 방식)에서 최종 우승한 학생이다. 검도부 주장이나 결투부 부장보다 공식성은 낮지만, 동급생 사이에서는 가장 직접적인 강함의 증명으로 통한다. 외형은 흰 도복 위에 챔피언 완장, 한 손에 대회 기록부가 표준이다.
단, 챔피언이 다음 해 방어에 실패하는 일이 학원에서 가장 흔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 자리는 올해의 증명이지 영원한 증명이 아니다. 진짜 챔피언은 우승 후 다음 도전자를 가장 먼저 환영하는 자다.
“챔피언 형이 우승 완장을 자기 가방 안이 아니라 도장 입구 배지 걸대에 정중히 두는 이유, 우리 후배들 입대 첫 주에 한 번씩 듣습니다. 그 완장이 다음 도전자 것이기도 하다는 게 우리 무도 한 줄 농담이지요.”
삼십이대 한주고 교내 무도 토너먼트 챔피언 진우찬 — 한주고 가을 무도 토너먼트(매년 10월 둘째 주 토요일에 체육관 본 도장에서 열리는 학원 최대 무도 행사)에서 검도 종목으로 우승하며 최연소 챔피언 기록을 세운 자 — 의 일화는 무도부 안에서 "완장 걸대 한 자리"로 통한다.
진우찬은 우승 직후 챔피언 완장을 받자마자 도장 입구 배지 걸대에 정중히 한 번 걸었다. 결투부 부장 노현웅(당시 십삼대 부장)이 그 모습을 보고 "직접 차지 않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진우찬은 "다음 챔피언이 여기서 가져가도록입니다"라고만 답했다. 그 학기 신입 부원 박세훈(당시 일학년 검도부)이 그 완장을 한 번 만지고 나서 매일 새벽 도장에 가장 먼저 나오기 시작했으며, 이듬해 가을 토너먼트에서 진우찬을 상대로 결승까지 올라갔다.
진우찬과 박세훈의 결승은 무승부로 기록되었으며, 두 사람은 그날 완장을 나란히 걸대에 걸었다. 후대 챔피언들은 우승 직후 완장을 먼저 걸대에 거는 의례를 진우찬의 그 가을에서 따왔다.
숙직당직사(宿直當直士)
숙직실 당직 학생
숙직실의 당직을 서는 자
“밤새 학원 복도 순찰 한 바퀴, 저 혼자였습니다. 학원이 제일 조용한 그 시간에 제일 많은 걸 듣습니다.”
숙직실 당직 학생은 학원 기숙사 또는 늦은 야자 이후 교내에 남는 학생을 위해 숙직실 한 자리를 지키며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비공식 당직자다. 공식 교사 당직과 별개로, 실제 학생들 사이의 긴급한 부탁 — 분실물 회수, 야자실 화장실 잠금 해제, 갑작스러운 몸살 응급 처치 연락 — 을 처리하는 데는 학생 당직자가 더 빠르다. 외형은 편한 복장 위에 숙직 조끼, 한 손에 메모 노트가 표준이다.
밤 학원 복도를 혼자 순찰하다 보면 낮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야자실 창문 틈으로 새어나오는 불빛, 도서관 계단 끝에 누가 두고 간 우산, 검도부 도장 문이 한 뼘 열려 있는 것. 학원의 낮 이야기는 수백 명이 쓰지만, 밤 이야기는 이 당직자 한 사람이 쓴다.
“당직 형이 매일 밤 순찰 노트 맨 마지막에 날씨 한 줄을 적는다는 거, 우리 기숙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입니다. 날씨 한 줄이 순찰 기록 열 줄보다 무겁다는 거, 밤 복도 한 번 걸어봐야 압니다.”
한주고 숙직실 당직 학생 이정호 — 한주고 기숙사(본관 뒤편 남자 기숙사 한 동, 사십 년 된 적벽돌 건물) 숙직실을 사 년 동안 평일 주 3회씩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지킨 자 — 의 일화는 기숙사 안에서 "밤 복도 날씨 한 줄"로 통한다.
이정호 재임 중 어느 겨울 밤, 야자실 좌장 류성운(당시 십사대 좌장)이 야자 마감 후 혼자 야자실에 남아 잠든 사실을 이정호가 순찰 중 발견했다. 이정호는 류성운을 깨우는 대신 자기 조끼를 어깨에 정중히 덮어 주었으며, 순찰 노트 그날 칸 날씨 옆에 "야자실 창가 한 자리 — 첫 겨울밤"이라고 한 줄 적었다.
류성운은 다음 날 아침 이정호의 숙직실 앞에 자기 점퍼 한 장을 정중히 두었고, 이정호는 그 점퍼를 숙직실 창문 고리에 평생 걸어 두었다. 후대 한주고 숙직실 당직 학생들은 야자실 마감 후 순찰 노트 날씨 칸에 그날 학원 안에서 혼자 남아 있는 자를 한 줄 적는 의례를 이정호의 그 겨울 밤에서 따왔다.
수련소대장(修練小隊長)
수련회 소대장
수련회의 소대를 이끄는 장
“소대원 여섯 명, 텐트 세 동, 야간 보초 두 타임. 소대장은 가장 마지막에 잡니다.”
수련회 소대장은 학원 연례 수련회(보통 가을 학기 중 2박 3일로 진행되는 학생 단체 야외 캠프)에서 한 소대 여섯 명의 일정·안전·역할 분배를 전담하는 학생 리더다. 체육대회 총사령관이나 학생회 임원보다 비공식적이지만, 사흘 내내 소대원들과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자다. 외형은 단체 수련복, 어깨에 소대 번호 패치, 한 손에 일정표 클립보드가 표준이다.
야간 보초, 밥 당번, 텐트 설치까지 소대 안의 모든 불편한 역할을 가장 먼저 자처한다. 사흘 동안 소대원이 한 번이라도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다면 그건 소대장이 그만큼 많은 것을 미리 처리했다는 뜻이다. 가장 추운 시간에 가장 오래 깨어 있는 자가 진짜 소대장이다.
“소대장 형 수련회 셋째 날 새벽 보초 자리가 항상 빈 자리라는 거, 우리 소대 후배들 입대 첫 날 한 번씩 확인합니다. 그 빈 자리가 소대장 자리라는 게 우리 야영 한 줄 농담이지요.”
한주고 수련회 소대장 오기현 — 한주고 가을 수련회(매년 10월 셋째 주에 인근 야영장에서 2박 3일로 진행되는 학원 단체 캠프) 역사상 유일하게 소대원 없이 혼자 소대 텐트 전체를 철거한 자 — 의 일화는 수련회 야영장 안에서 "셋째 날 새벽 텐트 한 동"으로 통한다.
오기현 재임 중 수련회 마지막 날 새벽, 소대원 강재욱(당시 2학년 6반)이 전날 야간 보초를 잘못 서서 아침 철거 전 한 시간 더 잠든 사실이 생겼다. 오기현은 강재욱을 깨우는 대신 혼자 소대원 여섯 명 텐트를 모두 조용히 접었으며, 마지막에 강재욱의 침낭 한 장만 운동장 끝자리에 정중히 접어 두었다.
강재욱은 눈을 뜨자 접힌 텐트들 사이에 자기 침낭 한 장만 남아 있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한 시간 동안 소대 정리를 혼자 다시 했다. 오기현은 그 침낭 한 장을 수련회 짐 목록 마지막 칸에 "강재욱 — 한 장"이라고 적었고, 강재욱은 다음 해 소대장에 자원했다.
졸업편집장(卒業編輯長)
졸업 앨범 편집장
졸업 앨범을 엮는 편집장
“이 사진, 표정보다 배경이 더 중요합니다. 배경이 그 사람의 4년을 기억하니까요.”
졸업 앨범 편집장은 학원 졸업 앨범의 사진 선정·편집·인쇄 감수 전체를 책임지는 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어깨에 카메라 가방, 가슴팍에 앨범 편집부 명찰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년 모든 졸업반 학생의 개인사진 파일과 그 배경·촬영 날짜·특이사항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가장 어려운 결정은 좋지 않은 사진을 쓸 것인지 다시 찍을 것인지가 아니라, 당사자가 싫어하는 사진을 당사자보다 앨범이 더 잘 기억하고 있을 때다. 앨범 한 권은 졸업 후 수십 년 동안 그 사람의 얼굴을 대신한다. 진짜 편집장은 가장 예쁜 사진을 고르는 자가 아니라, 가장 그 사람다운 사진을 고르는 자다.
“편집장 형이 앨범 마지막 페이지에 항상 이름 없는 사진 한 장을 넣는다는 거, 우리 앨범부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신화입니다. 이름 없는 한 장이 개인 사진 이백 장보다 무겁다는 거, 앨범 한 번 교정해봐야 압니다.”
이십구대 한주고 졸업 앨범 편집장 송현우 — 한주고 졸업 앨범 역사상 처음으로 앨범 마지막 페이지에 졸업생 전원의 얼굴이 한 컷에 담긴 단체 사진 대신 학원 빈 복도 사진 한 장을 넣은 자 — 의 일화는 앨범부 안에서 "빈 복도 마지막 장"으로 통한다.
송현우 재임 중 졸업 앨범 마지막 교정 회의에서 앨범부 부원 전원이 마지막 페이지를 단체 사진으로 채우자는 안건을 올렸다. 송현우는 대신 자기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 한 장 — 졸업식 전날 새벽 아무도 없는 한주고 본관 3층 복도 — 을 회의 탁자 위에 출력해 놓았다. 한 시간의 침묵 끝에 부원 전원이 그 사진을 마지막 페이지로 동의했으며, 그 앨범은 졸업생들 사이에서 가장 오래 들여다보는 페이지가 마지막 페이지라는 평을 받았다.
분실물 센터 사관 한석현(당시 이십삼대 사관)은 그 졸업 앨범 마지막 장을 센터 책상 맨 위에 정중히 한 번 펴 두었으며, 후대 한주고 졸업 앨범 편집장들은 마지막 페이지를 사람이 아닌 학원의 한 자리로 채우는 관례를 송현우의 그 교정에서 따왔다.
공정감사사(公正監査士)
학생 공정 감사관
학생 공정 감사를 맡은 자
“학생회 결재 라인, 동아리 예산 배분, 시험 채점 기준. 셋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적습니다.”
학생 공정 감사관은 학원 내 학생 자치 조직의 결재·예산·심사 과정이 규약대로 운영되는지 감시하는 독립 감사 직책이다. 학생회 산하가 아니라 독립 기구이며, 어떤 쪽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는 것이 이 자리의 존재 이유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독립 감사관 배지, 한 손에 규약집과 짙은 색 펜이 표준이다.
그의 감사 보고서 한 줄이 학원 신문 칼럼보다 학생회 임원들을 더 긴장시킨다. 결투 규약 공증인과는 목표가 비슷하지만 다루는 대상이 다르다. 결투는 공증인이 맡고, 행정은 감사관이 맡는다. 가장 독립적인 자리는 아무도 편을 들어주지 않는 자리다.
“감사관 형이 감사 보고서에 지적 사항보다 칭찬 사항을 먼저 적는다는 거, 학생회 후배들 입회 첫 주에 한 번씩 듣습니다. 칭찬 한 줄이 지적 열 줄보다 무겁다는 거, 감사 한 번 받아봐야 압니다.”
이십일대 한주고 학생 공정 감사관 박민준 — 한주고 학생 자치 감사 기구(학원장 정태웅 재임 중 새로 만들어진 독립 감사 직책)에서 사 년 동안 단 한 번도 어느 쪽 편을 들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학생회실 안에서 "칭찬 먼저 한 줄"로 통한다.
박민준 재임 중 동아리연맹 의장 권상혁(당시 십칠대 의장)의 가을 예산 결재가 규약 일부를 어긴 사실이 감사 대상이 되었다. 박민준은 감사 보고서 첫 줄에 "십칠대 의장 예산 집행 — 사계절 가장 균형 잡힌 배분. 천문동아리 보호 항목 특히 탁월"이라고 칭찬을 먼저 적은 뒤, 두 번째 줄에 규약 위반 항목 한 줄을 정중히 지적했다. 권상혁은 그 보고서 두 줄을 읽고 자기 의장실 서랍 가장 안쪽에 봉인해 두었으며, 지적 항목은 그 주 안에 자진 수정했다.
후대 한주고 학생 공정 감사관들은 감사 보고서 첫 줄에 칭찬 한 줄을 먼저 적는 관례를 박민준의 그 보고서에서 따왔다.
창작회장(創作會長)
창작 글쓰기 동아리 회장
창작 글쓰기 동아리의 회장
“이 학원에서 가장 조용한 문이 창작부 문입니다. 소리 없이 열려야 이야기가 잘 나오거든요.”
창작 글쓰기 동아리 회장은 학원 내 정식 등록 창작 동아리의 수장으로, 부원들의 원고 합평(각자 쓴 글을 모여서 함께 읽고 평가하는 자리)과 교내 문예지 발간을 총괄한다. 밴드나 연극 동아리에 비해 눈에 띄지 않지만, 학원 야사나 지하 신문의 문체가 이 동아리 출신의 손에서 나왔다는 야사가 있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방 안에 교정 펜 다섯 자루와 원고 묶음, 가슴팍에 창작부 배지가 표준이다.
가장 좋은 합평은 칭찬도 비판도 아니라, 읽으면서 자기 이야기가 떠오른 순간을 솔직하게 말할 때 나온다. 그래서 창작부 회의 시간은 학원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길게 이어진다. 진짜 이야기꾼은 많이 쓰는 자가 아니라, 가장 정직하게 읽는 자다.
“회장 형이 원고 합평 끝에 꼭 자기 글 한 편을 마지막으로 낸다는 거, 창작부 후배들 입부 첫 날 한 번씩 듣습니다. 자기 글 먼저 합평 받는 자세가 모든 원고 묶음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창작부 한 줄 농담이지요.”
십육대 한주고 창작 글쓰기 동아리 회장 남건우 — 한주고 창작 동아리 "흰 여백"(한주고 교내 문예지 "한주 여백"을 발간하는 정식 등록 동아리)의 수장으로 교내 문예지 사 년 동안 한 호도 빠트리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창작부 안에서 "흰 여백 마지막 한 편"으로 통한다.
남건우 재임 중 문예지 봄호 마감 직전, 부원 한 명이 원고를 내지 못한 채 합평 자리를 빠졌다. 남건우는 그 자리 대신 자기 원고 한 편 — 학원 비밀 지하 신문 주필 이준혁(당시 육대 주필)의 이야기에서 영감받은 짧은 소설 한 편 — 을 마지막 합평 안건으로 제출했다. 부원들은 그 소설이 어느 실제 인물 이야기인지 끝까지 물어봤지만, 남건우는 한 번도 밝히지 않았다. 그 소설은 문예지 봄호 마지막 페이지에 "무기명"으로 실렸으며, 그 호는 한주고 역대 문예지 중 가장 많이 읽힌 호가 되었다.
사진부장(寫眞部長)
학원 사진부 부장
학원 사진부를 이끄는 부장
“셔터 누르기 전 0.5초, 그 순간이 전부입니다. 0.5초 전을 기다리는 사람이 사진을 찍는 겁니다.”
학원 사진부 부장은 학원 내 모든 공식 행사 — 축제·체육대회·졸업식·합창 발표회 — 의 공식 사진 기록을 책임지는 자다. 외형은 카메라 가방, 어깨에 사진부 스트랩, 한 손에 메모리 카드 여러 장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년 모든 행사의 옛 사진 기록·옛 분기 결재·금기 사진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졸업 앨범 편집장과 가장 자주 협력하지만, 사진부 부장은 편집이 아니라 현장을 담는 자다. 가장 좋은 사진은 연출한 순간이 아니라, 기다리다 잡힌 순간에서 나온다. 셔터를 가장 많이 누른 자가 아니라, 가장 오래 기다린 자가 가장 좋은 한 컷을 얻는다.
“사진부 형이 매 행사 끝에 카메라 메모리 두 장 중 한 장을 비워둔다는 거, 우리 사진부 후배들 입부 첫 날 한 번씩 듣습니다. 그 빈 카드 한 장이 찍은 사진 천 장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사진부 한 줄 농담이지요.”
이십삼대 한주고 학원 사진부 부장 채민서 — 한주고 공식 행사 사진 기록 역사상 처음으로 행사 중 셔터를 누르지 않고 서른 분을 기다린 자 — 의 일화는 사진부 안에서 "서른 분 한 컷"으로 통한다.
채민서 재임 중 봄 축제 폐막 불꽃(매년 9시 정각에 운동장 하늘에서 터지는 단 한 발의 불꽃) 직전, 채민서는 카메라를 내리고 서른 분 동안 운동장을 그냥 바라보았다. 폐막 불꽃 한 발이 터진 순간 딱 한 번 셔터를 눌렀으며, 그 한 컷 속에는 불꽃 대신 운동장을 올려다보는 학생들의 뒷머리 한 줄이 담겼다.
축제 총감독 김태현(당시 이십대 총감독)은 그 사진을 본부 게시판 가장 윗줄에 정중히 한 번 걸었으며, 졸업 앨범 편집장 송현우(당시 이십구대 편집장)는 그 사진을 앨범 마지막 페이지 빈 복도 사진 옆 칸에 나란히 두었다. 채민서는 그 메모리 카드를 사진부 사물함 가장 안쪽에 평생 봉인해 두었고, 후대 사진부 부장들은 봄 축제 폐막 불꽃 직전 카메라를 한 번 내리고 서른 분 기다리는 의례를 따른다.
합숙취사장(合宿炊事長)
여름 합숙 조리 당번장
여름 합숙 조리 당번의 장
“새벽 5시 불 켜면 제 당번입니다. 소대원 열다섯 명 아침밥이 그 불 한 번에 걸려 있습니다.”
여름 합숙 조리 당번장은 학원 여름 합숙(보통 방학 중 3박 4일로 진행되는 부서별 집중 훈련 합숙)에서 조리 당번 조를 이끌며 참가자 전원의 끼니를 책임지는 학생이다. 수련회 소대장이 야외 활동을 이끈다면, 조리 당번장은 그 모든 활동의 연료를 담당하는 자다. 외형은 합숙 단체 앞치마, 머리에 요리 두건, 한 손에 식재료 목록 클립보드가 표준이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5시에 불을 켜는 것이 매일의 시작이다. 가장 많이 먹는 학생이 누구인지,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이 누구인지를 합숙 둘째 날이 되면 이미 외우고 있다. 가장 좋은 밥은 재료가 좋아서가 아니라, 밥 짓는 사람이 먹는 사람을 기억하고 있을 때 나온다.
“당번장 형이 합숙 마지막 날 아침밥을 평소보다 꼭 한 가지 더 만든다는 거, 우리 합숙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계율입니다. 그 한 가지가 합숙 전체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조리 한 줄 농담이지요.”
한주고 여름 합숙 조리 당번장 오준혁 — 한주고 검도부 여름 합숙(매년 7월 말 인근 수련원에서 3박 4일로 진행되는 검도부 집중 훈련)에서 사흘 연속 밥을 남긴 소대원 없이 합숙을 마친 유일한 당번장 — 의 일화는 합숙 조리실 안에서 "마지막 날 아침 한 가지"로 통한다.
오준혁 재임 중 검도부 여름 합숙 3일차 새벽, 합숙 참가자 전원의 식사 기록을 살피던 오준혁은 신입 부원 김도훈(당시 일학년 검도부)이 사흘 내내 아침밥 절반을 남기는 사실을 알아챘다. 오준혁은 그날 새벽 5시 불을 켜자마자 김도훈이 전날 저녁 합숙 대화 중 무심코 말했던 어머니 감자 볶음 한 가지를 기억해 그 하나를 아침 메뉴에 추가했다. 김도훈은 그날 처음으로 밥 한 공기를 다 비웠으며, 오준혁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오준혁은 "오늘 새벽 메뉴 추가가 됐을 뿐입니다"라고만 답했다.
검도부 주장 윤재이(당시 십팔대 주장)는 그 합숙 마지막 날 아침 오준혁에게 "가장 강한 부원은 가장 잘 먹는 부원입니다"라고 했으며, 오준혁은 그 한 줄을 조리 당번 목록 마지막 칸에 정중히 한 줄 적어 두었다. 후대 여름 합숙 조리 당번장들은 합숙 마지막 날 아침에 부원 중 가장 밥을 적게 먹은 사람의 이야기에서 한 가지 추가 메뉴를 고르는 관례를 오준혁의 그 새벽에서 따왔다.
새벽훈련자(새벽訓鍊者)
새벽 운동장 자율 훈련생
새벽 운동장에서 자율 훈련하는 자
“새벽 6시 운동장, 아무도 없습니다. 그 아무도 없는 자리가 제 훈련 자리입니다.”
새벽 운동장 자율 훈련생은 어떤 부서 소속도 아니면서 매일 새벽 혼자 운동장에 나와 자신만의 훈련을 이어가는 학생이다. 검도부에 들지 못했거나, 결투부 입부가 거절되었거나, 혹은 어떤 부서도 원하지 않지만 갈고닦고 싶은 것이 있는 자들이 이 자리를 채운다. 외형은 운동복, 한 손에 낡은 훈련 노트, 어깨에 물통이 표준이다.
가장 외로운 훈련이지만, 검도부 주장이나 결투부 부장이 새벽 도장에 오기 전 이미 운동장을 두 바퀴 돌고 있는 자도 이 훈련생이다. 지켜봐 주는 선배도, 함께 달리는 동료도 없는 자리에서 이어가는 루틴은 어떤 부서 훈련보다 오래 지속된다.
“훈련생 형이 새벽 6시 운동장 한 바퀴 발자국을 사 년째 같은 자리에 찍는다는 거, 우리 검도부 새벽 조원들 사이에선 거의 시계 대용입니다. 그 발자국 한 줄이 훈련 기록 백 줄보다 무겁다는 거, 한 번 같이 달려봐야 압니다.”
한주고 새벽 운동장 자율 훈련생 박태양 — 검도부 입부 시험에서 두 번 고배를 마시고 사 년 동안 혼자 새벽 운동장을 지킨 자 — 의 일화는 운동장 안에서 "두 번 고배 한 바퀴"로 통한다.
박태양이 2학년 가을 새벽 훈련 중 전설의 검도부 주장 윤재이(당시 십팔대 주장)가 혼자 새벽 도장 청소를 마치고 나오다 운동장을 달리는 박태양을 발견했다. 윤재이는 박태양의 발자국 패턴을 한 바퀴 살펴보고 아무 말 없이 두 번째 바퀴를 같이 달렸다. 박태양은 그날 윤재이에게 "저 입부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윤재이는 "이미 들어와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만 했다.
박태양은 공식 검도부 명부에는 끝까지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새벽 도장 청소 당번에는 스스로 이름을 올렸다. 후대 한주고 새벽 운동장 자율 훈련생들은 혼자 두 번째 바퀴를 달리기 시작하는 날을 자기 훈련 첫날로 기록하는 관례를 박태양의 그 새벽에서 따왔다.
칠판낙서자(漆板落書者)
교실 칠판 그림 낙서꾼
칠판에 그림을 그리는 낙서의 자
“종례 끝나고 선생님 나가시면 3분. 그 3분이 이 반 하루 마무리 예술입니다.”
교실 칠판 그림 낙서꾼은 종례 직후 선생님이 나간 자리에 분필로 칠판 한 면을 채우는 학생이다. 직업이라기보다 습관이지만, 그 한 그림이 다음 날 아침 1교시 전까지 그 반 분위기를 만든다. 외형은 분필 가루가 묻은 교복 소매, 한 손에 흰 분필과 노란 분필 두 자루가 표준이다.
시험 전날에는 격려 문장을, 체육대회 전날에는 응원 그림을, 선생님 생일에는 케이크 그림을 칠판에 채운다. 지우개로 금방 없어질 그림이지만, 그 그림을 본 반 학생 열두 명이 조금 더 오래 자리에 앉아 있는다. 가장 짧게 남는 예술이 가장 오래 기억되는 이유다.
“낙서꾼 형이 졸업식 아침 칠판에 그린 그림을 아무도 지우지 않았다는 거, 우리 반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입니다. 지우지 않은 분필 한 줄이 졸업장보다 오래 남는다는 사실, 한 번 들여다봐야 압니다.”
한주고 교실 칠판 그림 낙서꾼 장준호 — 3학년 4반 칠판을 이학 년 두 학기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채운 자 — 의 일화는 반 안에서 "졸업식 아침 칠판"으로 통한다.
장준호는 졸업식 전날 마지막 종례가 끝나자 아무 말 없이 칠판 가득 한 그림을 채웠다. 운동장 전경, 옥상 라일락 가지, 야자실 형광등, 매점 카운터 — 사 년 동안 그 반이 거쳤던 모든 자리를 하나씩 분필로 그린 파노라마였다. 교실 뒷자리의 두뇌 김지환(당시 3학년 4반)이 그 그림을 스마트폰으로 한 컷 찍어 졸업 앨범 편집장 송현우(당시 이십구대 편집장)에게 보냈으며, 그 사진은 앨범 특별 페이지에 실렸다.
다음 날 졸업식 아침, 그 칠판은 청소당번 빗자루병 윤하준(당시 빗자루병)이 분필 지우개를 손에 들었다가 한 번 내려놓았다. 그 칠판은 졸업식이 끝날 때까지 지워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우산대출인(雨傘貸出人)
비 오는 날 우산 대출반
비 오는 날 우산을 빌려주는 자
“오늘 비 온다고 예보 나왔어요. 우산 없는 분은 7번 사물함 앞으로 오세요.”
비 오는 날 우산 대출반은 갑작스러운 비에 우산을 챙기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교문 또는 복도 한 자리에서 학교 공용 우산을 대출해주는 역할을 맡은 학생이다. 어떤 공식 직책도 아니고, 담임 선생님의 부탁도 아니다. 그냥 우산이 두 개 있는 학생이 한 개를 꺼내 두면서 시작된 일이다. 외형은 교복에 우비, 한 쪽 손에 우산 여러 자루, 다른 손에 대출 명부가 표준이다.
반납률은 대략 절반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비 맞고 가는 학생 하나를 막으면 그날 대출반 역할이 끝난 것이다. 진짜 학원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큰 시스템이 아니라, 우산 한 자루가 한 손에서 다른 손으로 넘어가는 그 순간이다.
“대출반 형이 우산 반납률 절반이라는 사실을 한 번도 불평한 적 없다는 거, 우리 학원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미담입니다. 안 돌아온 우산 반 개가 돌아온 우산 반 개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복도 한 줄 농담이지요.”
한주고 비 오는 날 우산 대출반 홍준기 — 한주고 본관 1층 교문 안쪽 한 자리를 가을 장마 한 달 동안 매일 우산 여섯 자루로 채운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우산 절반 한 줄"로 통한다.
홍준기 재임 중 어느 비 내리는 가을, 등굣길 지각 단골 박찬영(당시 지각 단골)이 우산 없이 교문을 통과하다 홍준기의 우산 한 자루를 빌렸다. 그날 박찬영은 수업 중 홍준기가 우산 없이 복도를 지나는 것을 발견했고, 자기가 빌린 우산을 점심 직후 홍준기 책상 위에 정중히 돌려두었다.
홍준기는 그 우산에 작은 리본 한 줄을 매었으며, 그 이후 우산 대출 명부에 "리본 달린 우산 — 항상 가장 먼저 대출"이라는 한 줄을 추가했다. 박찬영은 그 리본을 졸업 직전 자기 가방 지퍼에 정중히 매어 갔으며, 후대 비 오는 날 우산 대출반들은 대출 명부에 리본 달린 우산 자리를 한 줄 비워두는 관례를 홍준기의 그 가을에서 따왔다.
방학장서부(放學藏書夫)
방학 중 도서관 단골
방학 중에도 도서관에 머무는 일꾼
“방학 중 도서관 문 여는 날, 저는 문 열기 10분 전에 와 있습니다. 방학 중이라도 이 자리가 제 자리거든요.”
방학 중 도서관 단골은 학원이 방학 중에도 개방되는 도서관을 꾸준히 찾아오는 학생이다. 동아리 활동도, 보충 수업도 아닌 그냥 도서관에 오고 싶어서 오는 자들이 채우는 자리다. 외형은 편한 사복, 한 손에 읽던 책, 다른 손에 공책이 표준이다. 사서도 교사도 없는 날은 혼자 책 반납함을 정리하고 창문 환기를 돕기도 한다.
방학 중 도서관은 학기 중보다 훨씬 조용해서, 책 한 페이지 넘기는 소리와 연필 긁는 소리만 가득하다. 그 조용함이 가장 좋아서 오는 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같은 종류의 조용한 공간을 찾는 버릇이 생긴다. 방학 중 도서관 단골은 학원이 쉬는 동안에도 학원을 살아 있게 하는 마지막 한 사람이다.
“단골 형이 방학 중 마지막 날 대출 명부 맨 뒤에 이름 대신 책 제목 하나를 적어 두고 간다는 거, 우리 도서부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의례입니다. 그 책 제목 한 줄이 대출 명부 한 권보다 무겁다는 거, 방학 한 번 도서관에 와봐야 압니다.”
한주고 방학 중 도서관 단골 이성민 — 한주고 도서관(본관 2층 안쪽 백 평짜리 도서관)을 방학 중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삼 년 연속 찾아온 자 — 의 일화는 도서관 안에서 "방학 마지막 날 책 제목 한 줄"로 통한다.
이성민 재임 중 어느 여름 방학 마지막 날, 도서부 칼날 사서 정현철(당시 십팔대 사서)이 방학 마감 정리를 위해 도서관 문을 오전 10시에 열었을 때, 이성민은 이미 문 앞에 10분 전부터 대기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날 오전을 같이 책 정리로 보냈으며, 마감 시간이 되자 이성민은 대출 명부 맨 뒤에 자기 이름 대신 그 여름 동안 가장 많이 읽었던 책 제목 하나를 정중히 적어 두고 떠났다.
정현철은 그 책을 다음 학기 추천 도서 목록 첫 줄에 올렸으며, 이성민은 개학 첫 날 그 추천 목록을 보고 자기 이름 없는 책 제목 하나를 확인한 뒤 조용히 도서관을 나왔다. 후대 한주고 방학 중 도서관 단골들은 방학 마지막 날 대출 명부 맨 뒤에 이름 대신 책 제목 한 줄을 적어 두는 관례를 이성민의 그 여름에서 따왔다.
학원여신(學院女神)
학원의 여신 (학생회장)
학원 모두가 우러르는 학생회장의 여신
“여신이라 부르지 마. 도서관 안쪽 자리에서 도시락 까먹는 평범한 학생일 뿐이야.”
학원의 여신은 명문 학원 학생회장이라는 공식 직함과 동시에, 학원 안에서 학생들의 동경을 한 몸에 받는 카리스마형 여학생이다. 단정한 교복 차림으로 강당 무대에 올라 한마디만 해도 1, 2학년 후배들이 일제히 자세를 고친다. 시험에서는 늘 전교 수석권, 동아리 운영도 매끄럽고, 친구 관계는 폭이 넓되 깊이가 얕지 않다.
정작 본인은 그 모든 명성이 가끔 무겁게 느껴져, 점심시간에 도서관 가장 안쪽 자리에서 혼자 도시락을 까먹기도 한다. 학생들이 그녀를 "여신"이라 부를 때, 가장 외로운 것은 사실 그녀 본인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괜찮아?" 한 마디 해주는 친구가, 학원 전체에서 단 한 명만 있어도 그녀는 졸업까지 무사히 살아남는다.
“선배가 그날 도시락을 두 칸으로 싸 오신 이유를, 후배인 우리는 졸업식 날에야 알았어요. 가장 빛나는 자리는 사실 가장 늦게 식는 도시락을 데워주는 자리였던 거예요.”
칠대 학생회장 윤서아 — 명문 청림학원(淸林學院, 100년 역사의 사립 명문) 역사상 임기 중 단 한 번도 강당 단상에서 마이크 음을 흔들리게 한 적 없는 여학생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도서관 304번 창가 자리'로 전해진다.
윤서아는 임기 첫 학기, 도서관 가장 안쪽 304번 자리에서 늘 두 칸짜리 도시락을 펼쳤는데 한 칸은 자기 몫이고 한 칸은 비어 있었다. 어느 가을 오후 1학년 도서부 후배 차예린이 우연히 그 자리에 다가와 "선배, 한 칸은 누구 거예요?"라고 물었고, 윤서아는 잠시 망설이다 "오늘부터는 네 거"라고만 답했다.
그 뒤 한 학기 동안 두 사람은 매일 점심을 그 자리에서 나눠 먹었으며, 차예린이 가져온 매실 장아찌가 그 도시락 한 칸의 단골 메뉴가 됐다. 학원제 결재 전날 밤 윤서아가 학생회실에서 쓰러졌을 때, 그녀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도 차예린이었다. 졸업식 날 윤서아는 304번 자리에 작은 매실 장아찌 병 하나를 놓아두고 떠났으며, 그 병은 지금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후배 회장들은 임기 첫 주에 그 자리에 도시락을 한 번 펼쳐 보는 관례를 만들었다.
교복여검비(校服女劍妃)
검도부 캡틴
교복을 입고 검도부를 이끄는 비
“큰 소리는 필요 없어. 매일 가장 먼저 도장에 도착하는 발걸음이면 충분해.”
검도부 캡틴은 학원 검도부 여자부의 주장으로, 죽도를 들 때의 자세가 그림처럼 곧다. 전국 대회 시드권을 매년 갱신하며, 도복 차림의 그녀가 도장 입구에 서면 후배 부원들의 인사가 한 톤 더 깊어진다. 외형은 차분하고 조용하지만, 시합 시작 직전 죽도를 가볍게 한 번 휘두르는 그 동작 한 번이 동급생들의 가슴을 무너뜨린다.
본인은 시합 후 늘 가장 먼저 도장 바닥을 닦는 사람이며, 후배에게 처음 가르쳐 주는 것은 죽도 잡는 법이 아니라 도복 개는 법이다. 진짜 검도부 캡틴은 죽도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가르치고도 한 번도 큰 소리를 낸 적 없다는 사실로 인정받는다. 강함은 큰 소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매일 같은 자리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발걸음에서 온다.
“선배의 죽도 끝이 그날 한 호흡 늦게 멈춘 이유를, 우리 후배들은 결승 다음 해에야 알았어요. 이긴 자리는 아니지만, 친구 한 명을 한 학기 더 곁에 두는 자리였던 거죠.”
검도부 16대 캡틴 한지원 — 청림학원 검도부 여자부 역사상 결승전 한 합 전에 죽도를 정중히 한 호흡 늦춘 유일한 캡틴 — 의 일화는 도장 입구 액자 안에 작은 사진 한 장으로 남아 있다.
전국 동계 검도 선수권(매년 1월, 청림체육관에서 개최) 결승에서 한지원은 동급 라이벌이자 한 동네에서 함께 자란 친구 박세린을 마주했고, 마지막 한 합 직전 박세린의 손목에 옛 골절 흉터가 떨리는 것을 보았다. 한지원은 이미 자기 죽도 끝이 박세린의 손목 한 점을 향해 가고 있던 호흡을 한 박자 늦췄고, 그 한 호흡 사이에 박세린의 죽도가 정중히 그녀의 호구를 두드렸다. 시합이 끝난 뒤 한지원은 박세린의 손목에 자기 손수건을 정중히 한 번 둘러 주었고, 두 사람은 도장 한쪽에 나란히 앉아 한참을 말없이 도복을 개었다.
그 다음 학기 박세린은 손목 수술을 받고 검도부를 떠났지만, 졸업식 날 한지원의 가슴팍에 손수 자수를 놓은 작은 손수건 하나를 다시 둘러 주었다. 그 손수건은 지금도 도장 입구 액자 옆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으며, 후배 캡틴들이 임기 첫날 그 액자에 한 번 합장한다.
비밀부장녀(秘密部長女)
비밀 동아리 부장
비밀 동아리의 부장 여인
“별채 캐비닛에 학원 100년사가 다 들어 있어. 차 사오면, 한 페이지만 보여줄게.”
비밀 동아리 부장은 학원 공식 등록 동아리가 아닌, 옛 도서관 별채에서 비공식적으로 운영되는 작은 동아리의 부장이다. 동아리의 정확한 활동은 외부에 알려져 있지 않으며, 공식 명칭조차 "독서 토론반" 같은 위장 이름이다. 부원이 되기 위해서는 부장이 직접 작성한 작은 시험 카드를 받아 통과해야 하며, 통과한 자만이 학원 비공개 사료실 열쇠를 받는다.
부장은 학원 100년사 속 거의 모든 비밀 일기·교환 노트·옛 졸업 앨범을 정리한 자료실의 진짜 주인이다. 학원장도 학생회장도 그녀에게 한 가지 옛날 일을 알아내고 싶어 가끔 차를 사 들고 별채로 내려간다. 학원의 진짜 역사는 학생회 회의록이 아니라, 그 별채 캐비닛 안에 들어 있다.
“선배가 그 페이지를 우리에게 정중히 펴 보여주신 날, 우리는 처음으로 학원이 한 사람의 한 학기로 굴러간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비밀이 아니라 약속이었던 거죠.”
비밀 동아리 '월요 다과회'(공식 명칭은 '독서 토론반', 옛 도서관 별채 207호에서 운영) 9대 부장 도연우 — 청림학원 100년사 속 가장 오래된 캐비닛 열쇠 두 자루를 한꺼번에 가진 유일한 부장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93년 가을의 봉인된 페이지'로 통한다.
도연우는 입회 시험 카드 마지막 한 줄에 늘 "당신이 가장 잊고 싶은 학원의 한 줄을 적으시오"라는 문항을 두었고, 통과자에게만 한 권의 옛 교환 일기를 보여 주었다. 어느 가을 학생회장이 별채로 내려와 옛 졸업생 한 사람의 이름을 캐비닛에서 지워 달라고 청했을 때, 도연우는 정중히 차 한 잔만 따라드린 뒤 "지우는 건 학원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됩니다"라고만 답했다. 그 페이지는 봉인된 채 별채 207호 안쪽 자리에 그대로 남았고, 학생회장은 차만 마시고 돌아갔다.
졸업 직전 도연우는 후배 부장 윤채린에게 캐비닛 열쇠 두 자루를 정중히 건네며 "한 자루는 여는 자물쇠, 한 자루는 잠그는 자물쇠"라고 일러두었다. 그 한 줄은 별채 207호 문 안쪽에 작은 자수로 새겨져 후배 부장들 사이에 한 학기 한 번씩 정중히 다시 읽힌다.
보건양호녀(保健養護女)
보건실의 양호선생
보건실의 양호선생
“어디가 아프다고? 사실 다른 곳이 더 아프지? 차 한 잔 마시고 천천히 얘기해.”
보건실의 양호선생은 학원 양호실에서 학생들의 작은 상처와 더 큰 상처를 함께 다루는 자다. 외형은 흰 가운에 단정한 머리, 책상 위에는 늘 따뜻한 차 두 잔이 준비되어 있다. 어떤 학생이 들어와 어디가 아프다고 말하는 사이에, 그녀는 사실 다른 곳이 더 아프다는 사실을 정확히 짚어낸다.
그래서 보건실은 학생들에게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학원 안 유일한 공간이 된다. 학생회실에서도 풀리지 않은 갈등이 보건실 침대 옆에서 풀리고, 옥상에서도 누르지 못한 눈물이 양호선생의 차 한 잔 앞에서 터진다. 학원의 진짜 졸업장은 학원장이 아니라 양호선생이 발행한다는 농담은, 농담이지만 거의 진실이다.
“선생님 책상 위 두 번째 잔은 누구를 위한 자리였는지, 졸업한 우리는 가끔 보건실 창가를 지날 때마다 한 번씩 떠올려요. 빈 잔이 사실 가장 따뜻한 자리였더라구요.”
청림학원 보건실 17년차 양호선생 임예진 — 학원에서 단 한 번도 학생의 본명을 출석부보다 먼저 기록한 적 없는 자 — 의 일화는 졸업생들 사이에서 '체육대회 다음 날 침대 셋'으로 회자된다.
어느 5월 봄 체육대회(매년 5월 셋째 주 토요일, 청림 운동장에서 개최) 다음 날, 보건실 침대 셋이 한꺼번에 차서 1번 침대엔 발목을 삔 응원단 후배가, 2번 침대엔 종목에서 진 검도부 1학년이, 3번 침대엔 아무 데도 다치지 않은 2학년 한 명이 누워 있었다. 임예진은 가장 먼저 3번 침대 옆에 차 한 잔을 정중히 두고는, "오늘은 어디가 더 아파?"라고 한마디만 물었다. 그 2학년 학생은 한 시간을 말없이 차만 마시다가 마침내 며칠째 친한 친구와 말을 못 트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줄 꺼냈다.
임예진은 그 자리에서 어떤 조언도 하지 않은 채 작은 메모지에 "내일 점심 보건실 두 잔"이라고 써서 그 친구의 사물함에 끼워 두었다. 다음 날 점심 보건실에는 두 친구가 같은 차를 한 잔씩 받아 들었고, 임예진은 일부러 자기 자리를 비워 주었다. 졸업식 날 그 둘은 임예진의 책상 위 빈 잔에 작은 매화 한 송이를 정중히 놓고 떠났으며, 그 잔은 지금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도서수녀(圖書守女)
도서관의 사서
도서관을 묵묵히 지키는 사서
“이 책이 너에게 맞을 거야. 끝까지 읽고 다시 와서 얘기해 주렴.”
도서관의 사서는 학원 도서관 카운터 안쪽에 단정한 카디건 차림으로 앉아 있는 학생 사서 또는 직원 사서다. 정식 도서관 사서 자격이 있을 수도, 단순 도서부 학생일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학원 도서관 책 한 권 한 권의 위치를 머릿속 지도로 그리고 있다. 어떤 책을 어떤 학생이 빌려가서 어디까지 읽다 멈췄는지를 반납 시 책 페이지의 접힘으로 한눈에 파악한다.
그래서 사서가 슬쩍 권해주는 책은, 그 학생의 그 시기 마음에 거의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학생들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사서가 골라준 책으로 한 학기를 살아간다. 학원의 가장 조용한 멘토가 그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졸업할 때쯤에야 다들 깨닫는다.
“선배가 정중히 책장 한 칸을 비워두신 자리가 사실 우리를 위한 자리였다는 걸, 우리는 다음 봄 신간이 들어오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사서의 손끝은 책이 아니라 사람을 정리하더라구요.”
청림학원 도서관 학생 사서 김혜린 — 도서부 부원으로 3년을 카운터 안쪽 자리만 지킨 평민 학생 — 의 일화는 후배 도서부 사이에서 '8월의 빈 한 칸'으로 전해진다.
어느 8월 여름방학 직전, 도서관 문학 코너 815번 자리(국내 단편소설 모음집이 모여 있는 칸)에 한 책이 일주일째 반납되지 않고 있었다. 그 책의 마지막 대출자는 1학년 박소율이라는 후배였고, 김혜린은 그 후배가 점심 도시락을 매일 도서관 창가에서 혼자 펼치던 사실을 떠올렸다. 김혜린은 그 책을 연체로 처리하지 않고 815번 칸 한 자리를 정중히 비워 둔 채, 다음 날 박소율의 사물함에 같은 작가의 다른 단편집 한 권을 정중히 끼워 두었다.
일주일 뒤 박소율은 두 권을 한꺼번에 들고 카운터에 와서, 처음으로 김혜린에게 자기 책 감상을 한 줄 꺼냈다. 그 가을 박소율은 도서부에 입회 신청서를 냈고, 김혜린이 졸업한 뒤에는 815번 칸을 자기 단골 자리로 쓰기 시작했다. 그 빈 한 칸의 자리에는 지금도 신간이 들어올 때마다 도서부 후배가 한 권씩 정중히 옮겨 두는 관례가 남아 있다.
학원디바희(學院디바姬)
학원제의 디바 (축제 총감독)
축제 무대 위에 군림하는 디바의 희
“무대는 한 번뿐이야. 그러니까 우리 모두, 오늘 밤만큼은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자.”
학원제의 디바는 매년 가을 학원 전체를 들썩이게 하는 학원제의 총감독이자 메인 무대의 단독 디바를 겸하는 여학생이다. 단순한 학생회 임원이 아니라, 강당의 조명·동아리 부스 동선·게스트 초청 라인업까지 한 손으로 결재하는 비공식적 절대 권력자다. 그녀가 무대 가운데로 걸어 나오면 강당 천장의 샹들리에 조명이 일제히 그녀 한 사람을 따라 움직이도록 매년 조명부가 미리 설계해둔다.
본인은 무대 위에서는 화려하지만 무대 뒤에서는 후배 부원의 매무새를 직접 다듬어 주고, 우는 1학년 어깨를 토닥이는 사람이다. 학원제 다음 날 새벽, 텅 빈 강당에 가장 늦게까지 남아 무대를 혼자 정리하는 것도 디바 본인이다. 졸업한 선배들이 매년 학원제에 몰래 찾아오는 이유는, 그 무대에서만 들을 수 있는 한 곡이 있기 때문이다.
“선배가 마지막 앙코르를 후배에게 정중히 한 마디크 넘겨주신 그 한 박자, 그게 우리에게는 졸업장보다 무거운 한 줄이었어요. 디바의 무대는 빛이 아니라 양보로 끝나는 거였어요.”
23회 청림학원제(매년 10월 셋째 주 금요일 강당 메인 스테이지에서 개최) 총감독 겸 메인 디바 서윤하 — 학원제 마지막 앙코르 자리를 1학년에게 정중히 넘겨준 유일한 디바 — 의 일화는 졸업생들 사이에서 '강당 천장의 두 번째 스포트라이트'로 전해진다.
서윤하는 본 무대 마지막 곡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마치고 한 호흡 멈춘 뒤, 무대 뒤에서 떨고 있던 1학년 보컬 후배 정해윤을 정중히 한 손으로 끌어와 자기 옆에 세웠다. 강당 천장 조명부가 미리 약속한 두 번째 스포트라이트가 한 박자 늦게 정해윤의 어깨 위로 떨어졌고, 두 사람은 같은 음 위에서 한 줄 가사를 나누어 불렀다. 마이크 한 자루를 정중히 정해윤에게 건넨 채 서윤하는 한 발 뒤로 물러섰으며, 강당 객석은 그 한 박자를 그날 밤 가장 길게 박수로 채웠다.
학원제 다음 날 새벽 텅 빈 강당에서 서윤하는 자기 의상의 코르사주를 정중히 무대 가운데에 놓아두고 떠났고, 정해윤은 다음 해 자기 디바 무대에서 그 코르사주를 가슴에 단 채 첫 곡을 시작했다. 그 두 번째 스포트라이트는 그날 이후 매년 한 박자 늦게 후배 한 명을 비추는 관례가 되었다.
합창수석녀(合唱首席女)
합창단 수석 소프라노
합창단의 수석 소프라노
“한 음 위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같은 호흡을 나눈 거야. 그건 친구라는 뜻이야.”
합창단 수석 소프라노는 학원 합창단 여자부의 가장 높은 음역을 책임지는 단원이자, 정기 연주회의 솔로 파트를 맡는 여학생이다. 단정한 흰 블라우스에 짙은 색 합창단 리본을 단 그녀가 무대 가장 앞줄에 서면, 그날의 연주회 첫 음은 그녀의 입에서 시작된다. 본인은 정기 연주회 일주일 전부터 매일 강당 뒤편 빈 음악실에서 혼자 발성 연습을 하며, 후배가 음을 잘못 잡으면 큰 소리 대신 음을 한 번 더 짚어 들려준다.
학원제 무대에서 디바가 메인 곡을 부른 뒤, 마지막 앙코르의 한 음을 정중히 잇는 것은 늘 수석 소프라노 한 사람이다. 그녀가 합창단을 떠나는 졸업 무대에는 후배 단원 전원이 한 음씩 나누어 그녀의 솔로 파트를 채운다. 합창단의 진짜 카리스마는 가장 큰 목소리가 아니라, 가장 정확한 한 음에서 온다.
“선배가 그날 한 음을 정중히 한 박자 늦게 들이마신 이유를, 우리 후배 알토는 졸업식 다음 봄에야 알았어요. 솔로의 진짜 자리는 혼자 빛나는 음이 아니라, 곁에 선 친구의 떨리는 호흡을 받쳐 주는 한 박자더라구요.”
청림학원 합창단 12대 수석 소프라노 정시아 — 정기 연주회에서 솔로 첫 음을 한 박자 늦게 들이마셔 떨리는 알토 후배의 호흡을 정중히 끌어 올린 유일한 수석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봄의 한 박자 늦은 들숨'으로 전해진다.
정시아는 봄 정기 연주회(매년 4월 첫째 주 토요일, 청림학원 강당 메인 스테이지에서 개최) 무대 직전, 옆에 선 알토 후배 한이서가 무대 앞줄 객석을 보고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 본래 약속된 호흡 큐는 지휘자 손끝의 한 박자였지만, 정시아는 그 한 박자를 정중히 한 호흡 더 늦췄다. 그 한 호흡 사이에 한이서의 들숨이 정시아의 들숨과 정확히 한 자리에서 겹쳤고, 두 사람의 첫 음은 합창단 역사상 가장 깨끗한 동음으로 강당 천장을 한 번 흔들었다.
연주회가 끝난 뒤 정시아는 한이서에게 자기 합창단 리본을 정중히 한 자루 풀어 어깨에 둘러 주었고, 두 사람은 텅 빈 음악실에서 한참을 말없이 악보만 정리했다. 졸업식 날 한이서는 정시아의 빈 자리에 작은 매화 한 송이를 정중히 놓아두었으며, 그 자리는 후배 수석들이 임기 첫 연주회 직전 한 번 합장하는 관례로 남았다. 강당 뒤편 빈 음악실의 거울 앞 한 자리는 지금도 '한 박자 늦은 들숨 자리'로 정중히 비워져 있다.
모범부장비(模範副長妃)
모범생 부회장
모범생으로 부회장을 맡은 비
“회장님은 빛나시면 돼요. 그림자에서 결재 도장 찍는 건 제 한 줄 일이니까.”
모범생 부회장은 학생회의 실무 정점으로, 회장의 카리스마를 그림자에서 떠받치는 여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검은 단발에 안경, 가슴팍에 작은 부회장 펜던트, 한 손에 늘 두꺼운 다이어리가 표준이다. 본인은 학원 안 모든 동아리·기숙사·축제·시험·교내 외출 일정 한 줄까지 자기 다이어리에 기록해 두며, 회장이 무대 위에서 미소를 지을 동안 백스테이지에서 결재 도장을 정중히 찍는다.
그래서 학생회실의 진짜 결재 라인은 회장의 책상이 아니라 부회장의 다이어리 위에 있다. 정작 본인은 회장보다 한 시간 일찍 등교해 학생회실의 화분에 물을 주고, 회장이 늦으면 가방까지 받아 둔다. 모든 회장이 졸업 직전 가장 먼저 감사 인사를 전하는 사람도 결국 부회장이라는 사실을 후배들은 한참 뒤에야 안다.
“선배가 다이어리 마지막 페이지 한 줄을 정중히 비워두신 이유를, 우리 후배 부회장은 다음 임기 첫 결재 도장을 찍을 때야 알았어요. 그림자 자리의 진짜 결재는 펜이 아니라 비워두는 한 줄이더라구요.”
청림학원 학생회 9대 부회장 한세린 — 임기 한 해 동안 자기 다이어리 마지막 페이지 한 줄을 정중히 비워두고 한 번도 채우지 않은 유일한 부회장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비워둔 한 줄'로 전해진다.
한세린은 7대 학생회장 윤서아의 부회장으로 한 해를 보내며, 회장이 강당 단상에서 흔들릴 때마다 백스테이지에서 결재 도장을 한 박자 먼저 찍어 두는 사람이었다. 학원제 결재 전날 밤 윤서아가 학생회실에서 쓰러졌을 때, 한세린은 정중히 자기 다이어리를 펼쳐 다음 날 결재 라인 한 줄을 한 호흡 만에 정리해 두었다. 그러나 다이어리 마지막 한 줄은 늘 비워둔 채였고, 후배들이 이유를 묻자 "회장님이 돌아오시면 그 한 줄을 정중히 받으려고"라고만 답했다.
윤서아의 졸업식 다음 날, 한세린은 마지막 한 줄에 작은 글씨로 "회장님, 한 학기 동안 잘 부탁드렸습니다"라고만 정중히 적어 두었다. 그 다이어리는 학생회실 옆 작은 진열장(역대 부회장 다이어리를 보관하는 청림학원 학생회 부속 진열장)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후배 부회장들은 임기 첫날 그 다이어리 마지막 한 줄을 정중히 한 번 펼쳐 보는 관례를 만들었다.
신문주필녀(新聞主筆女)
신문부 편집장
교내 신문을 이끄는 편집장
“한 줄 헤드라인이 한 친구의 한 학기를 정중히 가를 수도 있어. 그러니까 두 번 더 읽어보고 싣자.”
신문부 편집장은 학원 학생 신문의 편집권을 가진 여학생으로, 한 호 한 호의 1면 헤드라인을 마지막에 결재하는 사람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에 신문부 인장 펜던트, 한 손에 늘 빨간 펜과 옛 호 신문이 한 부 들려 있는 모습이 표준이다. 본인은 학원 100년사 속 모든 옛 사건·옛 호 신문 1면·옛 사과문 한 줄까지 자료실에서 외워 두고 있다.
그래서 후배 기자가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들고 오면, 편집장은 옛 호 신문 한 부를 꺼내 같은 표현이 한 친구의 한 학기를 어떻게 무너뜨렸는지를 정중히 보여 준다. 1면에 도장을 찍기 직전 늘 한 번 더 호흡을 고르는 자세가, 후배 기자들 사이에서 "편집장의 한 호흡"이라 불린다. 가장 무거운 신문부실은 큰 헤드라인이 아니라, 한 줄을 빼는 결정 위에 있다.
“선배가 그날 1면 한 줄을 정중히 빼고 가신 자리에는, 친구 한 명의 한 학기가 정중히 살아남아 있었어요. 신문부의 가장 무거운 한 도장은 찍는 자리가 아니라 비우는 자리더라구요.”
청림학원보(학원 학생 자치 신문, 격주 금요일 발행) 14대 편집장 임수아 — 1면 헤드라인 한 줄을 인쇄 직전 정중히 빼고 텅 빈 한 자리로 발행한 유일한 편집장 — 의 일화는 후배 기자들 사이에서 '겨울호 빈 1면'으로 회자된다.
임수아는 어느 12월호 마감 직전, 신문부실 책상 위에 올라온 한 줄짜리 헤드라인 "한 후배의 부정 입학 의혹"을 두고 한 호흡 멈춰 섰다. 그 후배의 이름이 1학년 학년부 명단(청림학원 1학년 자치 명부)에 정중히 한 줄 적혀 있었기에, 임수아는 옛 1985년 호 신문(같은 표현으로 한 졸업생을 잃은 옛 호) 한 부를 자료실에서 꺼내와 후배 기자 둘 앞에 정중히 펼쳐 두었다. 그날 신문부실에서 한 시간 넘게 침묵이 흘렀고, 임수아는 결국 1면 한 줄을 정중히 비운 채 인쇄소로 원고를 넘겼다.
발행된 그 호의 1면은 청림학원보 100년 역사상 단 한 번뿐인 '빈 한 줄 1면'이 되었으며, 그 빈 자리에는 작은 글씨로 "두 번 더 읽고 한 줄 비웠습니다"라는 한 줄만 정중히 들어가 있었다. 그 후배는 다음 학기 학년부 회의에서 정중히 결백을 인정받았고, 졸업식 날 임수아의 책상 위에 작은 매화 한 송이를 놓아두고 떠났다. 그 호 신문 한 부는 자료실 입구 액자 안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으며, 후배 편집장들은 임기 첫 마감 전날 한 번 그 액자 앞에 합장한다.
다도수장녀(茶道首長女)
다도부 수장
다도부를 다스리는 수장의 여인
“차 한 잔의 향은 옛 분기의 향과 닮아 있어요. 정중히 한 모금 권해 드릴게요.”
다도부 수장은 학원 다도부 여자부의 정점에 있는 여학생으로, 별채 다도실의 다회 한 번을 직접 주관할 자격을 가진 단 한 사람이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한복풍 가운, 어깨에 우아한 망토, 가슴팍에 작은 다도부 펜던트, 한 손에 작은 차호가 표준이다. 본인은 다도실에 들르는 모든 손님의 평소 차 취향·옛 분기 한 잔의 결정적 시점·금기 단어를 한 표로 외우고 있어, 손님이 자리에 앉기 전에 이미 그날의 차 한 잔이 정해져 있다.
학원장 영애도 학생회장도 큰 회의가 풀리지 않을 때면 다도실 별채로 내려와 한 잔을 청한다. 다도회가 끝난 뒤 가장 늦게까지 남아 찻잔을 닦는 것도 수장 본인이며, 그 자세를 통해 후배에게 다도 한 줄을 정중히 가르친다. 가장 강한 다도부 수장은 큰 다도실이 아니라, 옛 한 잔의 옛 향을 정중히 떠올려 새 잔을 준비하는 자세를 가진 자다.
“선배가 그 차 한 잔을 정중히 향만 우려 비우신 자리에는, 두 친구의 한 학기 갈등이 정중히 그 향과 함께 우러나 있었어요. 다도실의 가장 무거운 한 잔은 마시는 자리가 아니라 향만 두는 자리더라구요.”
청림학원 다도부 11대 수장 한채원 — 별채 다도실에서 차 한 잔을 정중히 우려 손님 앞에 두되 한 모금도 권하지 않은 유일한 수장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향만 두는 한 잔'으로 전해진다.
어느 가을 학원 학생회 부회장과 검도부 캡틴이 동시에 다도실 별채(청림학원 본관 뒤편 100년 역사 다도 별채, 옛 학원장 사가의 구조를 그대로 옮긴 자리)로 내려와 한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은 한 학기 내내 운동장 사용권 한 줄을 두고 옛 갈등이 풀리지 않은 사이였고, 한채원은 그날 아침부터 한 호흡 더 깊은 우롱차 한 잔을 정중히 준비해 두었다. 한채원은 두 사람 가운데 차호 하나를 정중히 두고 차 향만 한참 흘려보낸 뒤, "오늘은 한 모금 안 드셔도 됩니다.
향만 한 호흡 같이 들이마셔 주세요"라고만 한 줄 권했다. 두 사람은 한 시진 가까이 침묵 속에 차 향만 들이마셨고, 한채원은 가장 안쪽 자리에서 정중히 자기 잔을 닦고 있었다. 다회가 끝난 뒤 두 사람은 운동장 사용권 한 줄을 정중히 양보하기로 합의했으며, 그 차호 한 잔은 식은 채 그대로 다도실 진열장 한 자리에 정중히 보관되어 있다. 후배 수장들은 임기 첫 다회 직전 그 차호 앞에 한 번 합장하는 관례를 만들었다.
미술아틀리에녀(美術아틀리에女)
미술부 아틀리에 지기
미술부 아틀리에를 지키는 여인
“이 캔버스 한 장, 친구 한 명의 한 시즌을 정중히 다른 색으로 옮겨드릴게요.”
미술부 아틀리에 지기는 학원 미술부 별관 아틀리에를 평일 방과 후 늦게까지 책임지는 여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위에 물감이 살짝 묻은 짙은 색 앞치마, 가슴팍에 작은 미술부 펜던트, 한 손에 늘 굳지 않은 팔레트가 들려 있는 모습이 표준이다. 본인은 아틀리에 안 모든 캔버스의 옛 라인·옛 분기 결재·금기 색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한 학생이 슬픈 일이 있을 때 아틀리에 문을 두드리면, 지기는 말없이 한 색만 다른 캔버스를 한 장 권한다. 학원제 포스터·졸업 앨범 표지·합창부 연주회 팸플릿이 모두 그녀의 손끝에서 한 색씩 굴러간다. 가장 무거운 한 붓은 큰 작품이 아니라, 친구 한 명의 한 시즌의 한 색을 정확히 짚어내는 자세 위에 있다.
“선배가 그 캔버스 한 장을 정중히 한 색만 다르게 권해 주신 그날, 친구의 한 시즌이 그 한 색 위에서 정중히 다른 모양으로 다시 굴러갔어요. 아틀리에의 가장 무거운 붓은 큰 색이 아니라 한 톤만 다르게 두는 자리더라구요.”
청림학원 미술부 8대 아틀리에 지기 윤하린 — 별관 아틀리에 207호에서 한 학기 동안 한 친구를 위해 같은 캔버스를 일곱 번 다른 톤으로 다시 칠한 유일한 지기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일곱 톤의 가을 호수'로 전해진다.
어느 9월 미술부 학원제 출품작 마감 직전, 미술부 후배 강예나가 자기 작 '가을 호수'(청림학원 옛 정원의 작은 연못을 그린 캔버스)를 들고 아틀리에로 들어와 한 시간 넘게 캔버스 앞에서 붓을 잡지 못했다. 강예나는 그 여름 친한 친구 한 명을 다른 학원으로 떠나보낸 뒤, 자기 호수에 쓸 한 색을 정확히 고르지 못하고 있었다. 윤하린은 정중히 강예나 옆에 앉아, 같은 호수를 매주 한 번씩 한 톤만 다르게 다시 칠해 보자고 한 줄 권했다.
두 사람은 한 학기 동안 일곱 번 같은 호수를 그렸고, 일곱 번째 호수 한 자락에 강예나는 떠나간 친구의 짙은 청록색 머리핀 한 개의 색을 정중히 한 점 찍어 두었다. 그 일곱 번째 캔버스가 그해 학원제 미술부 부스 가장 안쪽 자리에 정중히 걸렸으며, 졸업식 다음 봄 떠나간 친구가 그 호수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는 소문이 후배들 사이에 돈다. 그 캔버스는 지금도 별관 아틀리에 207호 가장 안쪽 자리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천문옥상녀(天文屋上女)
천문부 옥상지기
옥상에서 별을 보는 천문부의 여인
“오늘 밤 별 한 점, 옛 분기 한 별과 같은 자리예요. 정중히 한 번 올려다봐 주세요.”
천문부 옥상지기는 학원 옥상의 작은 천체 망원경을 매주 야간 관측회 직전 정중히 닦아 두는 여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에 짙은 색 천문부 카디건, 가슴팍에 작은 별자리 펜던트, 한 손에 옛 성도(星圖)와 작은 손전등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별자리의 옛 자료·옛 분기 관측 결재·금기 단어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야간 관측회에서 후배가 한 별을 못 찾고 헤매면, 옥상지기는 손전등 한 번도 켜지 않고 그저 그 별의 옛 이름을 정중히 한 번 불러 준다. 그러면 신기하게 후배의 망원경 안에 그 별이 들어와 있다. 가장 무거운 옥상은 큰 망원경이 아니라, 한 별의 옛 자리를 정확히 떠올리는 자세 위에 있다.
“선배가 그 별 한 점의 옛 이름을 정중히 한 번 불러주신 그 밤, 후배 한 명의 한 시즌이 그 별 자리 위에서 정중히 다시 자리 잡았어요. 옥상의 가장 무거운 별은 큰 별이 아니라 옛 이름을 정중히 다시 부르는 자리더라구요.”
청림학원 천문부 7대 옥상지기 서지유 — 한 시즌 야간 관측회에서 손전등 한 번도 켜지 않고 별 일곱 점의 옛 이름을 정중히 불러낸 유일한 옥상지기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겨울 알데바란의 한 번 호명'으로 전해진다.
어느 12월 야간 관측회(매주 금요일 밤 9시, 청림학원 본관 옥상 천체 관측대에서 진행), 1학년 후배 임한별이 망원경 앞에서 자기 이름의 본별인 알데바란(황소자리 1등성, 봄 별자리의 붉은 눈)을 한 시간 가까이 찾지 못한 채 떨고 있었다. 서지유는 정중히 임한별 옆에 다가가, 손전등 한 번도 켜지 않고 그저 "오늘 밤 알데바란은 옛 이름으로는 알 다바란(الدبران), '뒤따르는 자'라고 한단다"라고만 한 줄 일러두었다. 임한별은 망원경 안에서 정중히 한 별을 찾아 들이마셨고, 그 별이 자기 한 시즌의 한 자리에 정중히 들어와 한참을 흔들리지 않았다.
그날 밤 서지유는 옛 성도 한 장을 정중히 임한별의 천문부 노트 안쪽에 끼워 두었으며, 그 성도 가장자리에는 작은 글씨로 "한 별의 옛 이름은 한 번만 정중히 불러도 충분합니다"라는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임한별은 그 다음 봄 천문부 부장으로 정중히 추천받았으며, 옥상 관측대 한 자리는 지금도 후배들이 임기 첫 관측회 직전 한 번 합장하는 관례로 남아 있다. 서지유의 옛 성도는 옥상 관측대 옆 작은 진열장 안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제과부장낭(製菓部長娘)
제과 동아리 부장
제과 동아리를 이끄는 처녀 부장
“이 마들렌 한 조각, 친구 한 명의 한 학기를 정중히 따뜻하게 데워드릴게요.”
제과 동아리 부장은 학원 가정실 옆 제과 동아리실을 책임지는 여학생으로, 매주 금요일 방과 후 작은 다과회를 직접 주관한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위에 흰 앞치마, 머리에 작은 흰 두건, 가슴팍에 작은 제과부 펜던트, 한 손에 늘 따뜻한 작은 트레이가 표준이다. 본인은 동아리에 들르는 모든 학생의 평소 단맛 취향·옛 분기 한 조각의 결정적 시점·금기 알레르기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시험 직전 한 학생이 동아리실 문을 두드리면, 가장 먼저 그 학생에게 정확한 한 조각이 정중히 권해진다. 학원제 부스의 매출 1위는 매년 제과 동아리이며, 그 매출 한 줄이 다음 해 동아리 운영비를 정중히 받쳐 준다. 가장 무거운 한 조각은 큰 케이크가 아니라, 친구 한 명의 한 학기를 데우는 작은 마들렌 위에 있다.
“선배가 그 마들렌 한 조각을 정중히 단맛 한 번 빼고 권해주신 그날, 친구 한 명의 한 학기가 그 작은 단맛 위에서 정중히 다시 한 호흡 들이마셨어요. 제과실의 가장 무거운 한 조각은 큰 케이크가 아니라 정확한 한 톤이더라구요.”
청림학원 제과 동아리 13대 부장 임가을 — 동아리실 소형 오븐 앞에서 한 친구를 위해 마들렌 한 조각의 단맛을 일곱 번 다르게 다시 구운 유일한 부장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단맛 일곱 톤의 가을'로 전해진다.
어느 11월 기말고사 일주일 전, 1학년 후배 송예린이 평소 단골인 마들렌 한 조각을 받아 들고도 한 입을 베어 물지 못한 채 동아리실 구석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임가을은 평소 송예린의 단맛 표(동아리 부원 한 명마다 한 줄 단맛 취향이 적힌 옛 노트, 동아리실 책상 안쪽에 정중히 보관)를 한 번 다시 펼쳐 본 뒤, 그 주 송예린의 단맛이 평소보다 두 톤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정중히 짚어냈다. 임가을은 그 한 주 동안 매일 마들렌 한 조각을 단맛을 한 톤씩 줄여가며 일곱 번 다시 구워 두었고, 일곱 번째 조각은 거의 단맛이 들리지 않는 옛 풍의 정중한 한 조각이 되었다.
송예린은 일곱 번째 조각을 한 입 베어 물고 한참을 말없이 울었으며, 그 다음 주 시험을 정중히 끝까지 치러냈다. 그 일곱 번째 마들렌의 한 조각은 동아리실 소형 진열장 한 자리에 모형으로 정중히 보관되어 있으며, 후배 부장들은 임기 첫 다과회 직전 그 모형 앞에 한 번 합장하는 관례를 만들었다.
의상자수녀(衣裳刺繡女)
의상실 코르사주 장인
의상실에서 코르사주를 짓는 장인
“졸업식 가슴팍의 한 송이 코르사주, 친구 한 명의 한 줄 추억을 정중히 다른 색으로 새겨드릴게요.”
의상실 코르사주 장인은 학원 가정실 안쪽 작은 의상실을 책임지는 여학생으로, 매년 졸업식 코르사주와 학원제 의상의 마지막 한 땀을 직접 다듬는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위에 짙은 색 작업 가운, 어깨에 자수 망토, 가슴팍에 작은 의상실 펜던트, 한 손에 자수용 바늘과 룬 실이 표준이다. 본인은 의상실에 들르는 모든 학생의 평소 색조합 취향·옛 분기 한 송이의 결정적 시점·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졸업식 아침, 그녀가 직접 단 코르사주를 가슴팍에 받은 졸업생은 한 해 동안 모교를 잊지 못한다는 농담이 후배들 사이에 농담처럼 돈다. 가장 무거운 한 땀은 큰 자수가 아니라, 친구 한 명의 한 줄 추억의 한 글자를 정확히 다듬는 자세 위에 있다.
“선배가 그 코르사주 한 송이에 정중히 두 번째 이니셜 한 글자를 더 새겨주신 그 졸업식 아침, 두 친구의 한 줄 추억이 그 한 땀 위에서 정중히 같은 가슴팍에 자리 잡았어요. 의상실의 가장 무거운 한 땀은 큰 자수가 아니라 두 글자를 한 자리에 두는 자세더라구요.”
청림학원 의상실 9대 코르사주 장인 한유진 — 졸업식 코르사주 한 송이에 정중히 두 친구의 이니셜 두 글자를 한 자수실로 새겨 넣은 유일한 장인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두 글자 코르사주'로 전해진다.
어느 2월 졸업식(매년 2월 셋째 주 금요일 청림학원 강당에서 거행) 전날 밤, 졸업반 정유나가 의상실로 늦게 찾아와 자기 코르사주 한 송이에 떠나간 친구의 이니셜 한 글자를 같이 새겨 달라고 정중히 청해 왔다. 정유나의 친구 김다인은 한 학기 전 가족 사정으로 다른 학원으로 전학을 갔으며, 그날 졸업식에 정중히 참석할 수 없었다. 한유진은 정중히 의상실 안쪽 자수 작업대(가정실 207호 안쪽 작은 자수 전용 작업대)에 자리를 잡고, 자기 졸업식 전날 밤을 통째로 그 한 송이 코르사주에 한 땀씩 두 글자를 새겨 두었다.
정유나의 이니셜 'JY'와 김다인의 이니셜 'DI'는 같은 짙은 청록색 자수실로 한 자리에 정중히 자리 잡았으며, 졸업식 아침 정유나는 그 코르사주를 가슴팍에 단 채 단상에 정중히 올랐다. 다음 해 봄 김다인이 정중히 청림학원 정문을 다시 한 번 찾아왔을 때, 정유나가 그 코르사주를 정중히 한 손으로 풀어 김다인의 가슴팍에 마저 둘러 주었다는 소문이 후배들 사이에 돈다. 그 코르사주의 모형은 의상실 입구 작은 진열장 안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교환일기녀(交換日記女)
교환 일기 큐레이터
친구들의 교환 일기를 큐레이션하는 여인
“이 노트 한 권, 친구 두 명의 한 학기를 정중히 두 번 굴러가게 할게.”
교환 일기 큐레이터는 학원 안에서 자생적으로 굴러가는 교환 일기 노트들의 흐름을 한 손으로 정리해 둔 여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작은 노트 펜던트, 한 손에 늘 짙은 색 표지의 두꺼운 노트 한 권이 들려 있는 모습이 표준이다. 본인은 학원 안 모든 교환 일기 노트의 평소 주인·옛 분기 한 줄의 결정적 시점·금기 단어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한 친구가 다른 친구와 처음 노트를 주고받기 시작할 때, 큐레이터의 한 줄 추천이 가장 먼저 정중히 들어간다. 학원의 진짜 우정 인덱스는 학생회 명부가 아니라 큐레이터의 노트 표지 안쪽에 정중히 적혀 있다는 농담이 후배들 사이에 돈다. 가장 무거운 한 권은 큰 일기장이 아니라, 친구 두 명의 한 학기를 두 번 굴러가게 하는 자세 위에 있다.
“선배가 그 노트 한 권을 정중히 한 친구 한 손에 다시 돌려주신 그날, 두 친구의 한 학기 침묵이 그 한 줄 위에서 정중히 다시 한 번 흘러갔어요. 큐레이터의 가장 무거운 한 권은 적는 자리가 아니라 정중히 다시 건네는 자리더라구요.”
청림학원 교환 일기 큐레이터 6대 정시연 — 학원 안 교환 일기 노트 47권의 흐름을 한 표로 외우고 끊어진 한 권을 정중히 한 학기 만에 다시 이어붙인 유일한 큐레이터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한 학기 끊긴 노트의 봄'으로 전해진다.
어느 11월 후반, 1학년 후배 윤이수와 강지아가 한 학기 동안 정중히 주고받던 짙은 청록색 표지 노트(일명 '청록 노트', 청림학원 후문 옆 작은 문구점에서만 파는 한정판 표지)가 두 사람의 사소한 다툼으로 한 달 가까이 멈춰 있었다. 정시연은 자기 큐레이터 노트 안쪽의 47권 흐름표(매주 한 줄씩 갱신, 표지 안쪽에 정중히 압인)를 보고, 청록 노트 한 권이 한 달 째 흐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정중히 짚어냈다. 정시연은 한 학기 마지막 주, 두 친구를 도서관 304번 창가 자리에 정중히 따로따로 한 잔 차로 불러내고, 두 사람 사이에 청록 노트 한 권을 정중히 한 자리 두었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한 시간 가까이 침묵했지만, 정시연이 자리를 비워 주고 한 호흡 뒤 윤이수가 정중히 그 노트 한 페이지를 펼쳐 한 줄을 적었다. 청록 노트는 그 다음 봄까지 두 사람 사이를 정중히 다시 한 학기 굴러갔으며, 졸업식 다음 봄 두 사람이 정중히 정시연의 큐레이터 노트 안쪽에 작은 매화 자수 한 송이를 같이 새겨 두었다. 정시연의 옛 큐레이터 노트는 도서관 별채 보관함 한 자리에 정중히 보관되어 있다.
분실보관낭(紛失保管娘)
분실물 보관소지기
분실물 보관소를 지키는 처녀
“이 머리핀 한 개, 옛 분기 한 자리에서 정중히 떨어진 자국이 남아 있어요. 정중히 돌려드릴게요.”
분실물 보관소지기는 학원 학생회실 옆 작은 분실물 보관소를 평일 방과 후 정중히 책임지는 여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작은 보관소 펜던트, 한 손에 분실물 명부와 작은 룬 열쇠 꾸러미가 표준이다. 본인은 보관소 안 모든 머리핀·손수건·교환 노트·교복 단추 한 개의 옛 자리·옛 분기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한 친구가 잃어버린 작은 한 개를 찾으러 보관소 문을 두드리면, 가장 먼저 그 한 개가 정중히 한 자리 위에서 돌아온다. 분실물 보관소가 학원의 가장 작은 양호실이라는 농담이 후배들 사이에 돈다. 가장 무거운 한 개는 큰 분실물이 아니라, 한 친구의 한 분기의 한 자국을 정확히 외우는 자세 위에 있다.
“선배가 그 머리핀 한 개를 정중히 옛 주인의 한 자리 위에 다시 두신 그날, 친구 한 명의 한 분기가 그 자국 위에서 정중히 다시 자리를 찾았어요. 보관소의 가장 무거운 한 개는 돌려주는 자리가 아니라 옛 자국을 외우는 자세더라구요.”
청림학원 분실물 보관소 5대 보관소지기 신예슬 — 보관소 명부의 한 칸 한 칸 47개 분실물의 옛 주인을 한 학기 만에 정확히 다시 한 자리 돌려준 유일한 보관소지기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봄의 한 머리핀'으로 전해진다.
어느 4월 초 학원 본관 화단(140017 정원지기 한지윤이 정중히 다듬는 본관 앞 작은 화단) 옆에서 졸업한 옛 선배 한 명이 자기 1학년 시절 잃어버린 짙은 청록색 매화 머리핀(청림학원 1학년 입학 기념 한정판 머리핀, 졸업 동문 사이에서 한 자리 추억의 한 점) 한 개를 정중히 찾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신예슬은 보관소 안쪽 명부의 옛 분기 한 줄(2019년 가을, 본관 화단 옆 자리에서 발견된 매화 머리핀 한 개)을 정중히 짚어내고, 보관소 깊숙한 칸에서 짙은 청록색 머리핀 한 개를 한 자리 위에서 꺼내 두었다. 신예슬은 그 머리핀을 정중히 학원 정문 인사 당번 자리(140029 등굣길 인사 당번이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는 본관 정문 옆 자리)에 한 호흡 더 일찍 놓아두고, 옛 선배가 학원 정문을 한 번 다시 지날 때 정중히 그 자리에서 한 손에 받아 갈 수 있도록 정리해 두었다.
옛 선배는 그 머리핀을 정중히 한 손에 다시 받아 한 시진 가까이 정문 앞에서 울었으며, 신예슬에게 작은 매화 한 송이를 정중히 답례로 두고 갔다. 그 머리핀의 모형은 보관소 입구 작은 진열장 안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으며, 후배 보관소지기들은 임기 첫 주에 그 진열장 앞에 한 번 합장하는 관례를 만들었다.
화단원녀(花壇園女)
화단 정원지기
화단을 가꾸는 정원지기 여인
“이 한 송이, 한 시즌의 한 자리를 정중히 차립니다. 정원은 한 분기에 한 번만 정직해요.”
화단 정원지기는 학원 본관 앞 작은 화단을 평일 방과 후 정중히 책임지는 여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위에 짙은 색 작업 앞치마, 가슴팍에 작은 정원 펜던트, 한 손에 작은 모종삽과 룬 실이 표준이다. 본인은 화단의 모든 꽃·약초·계절 풀의 평소 자리·옛 분기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학원제 아침 본관 앞 화단이 화려하게 피어 있는 것은, 그녀가 한 시즌 전부터 한 송이씩 정중히 옮겨 심은 한 줄의 결과다. 학원장 영애가 별채에서 큰 다과회를 열 때면 그 자리의 꽃 한 송이가 늘 정원지기의 한 손에서 정중히 옮겨진다. 가장 무거운 정원은 큰 화단이 아니라, 한 송이의 한 자리를 정확히 다듬는 자세 위에 있다.
“선배가 그 한 송이를 정중히 한 시즌 일찍 옮겨 심으신 그 봄, 졸업한 선배의 한 분기 추억이 그 자리 위에서 정중히 다시 한 번 피었어요. 정원의 가장 무거운 한 송이는 화려한 자리가 아니라 옛 자국을 정중히 외우는 자세더라구요.”
청림학원 본관 화단 4대 정원지기 한지윤 — 본관 앞 화단 47칸을 한 학기 만에 정중히 한 송이씩 옛 졸업 동문의 졸업 분기 색으로 다시 채운 유일한 정원지기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47칸의 졸업 분기 색'으로 전해진다.
어느 3월 봄, 청림학원 100주년 동문의 날(매년 3월 셋째 주 토요일, 졸업 동문이 본관 정문을 정중히 다시 지나는 행사)을 한 학기 앞두고 한지윤은 옛 졸업 앨범 47권의 한 자리(졸업식 단상 위 단체 사진의 가슴팍 코르사주 한 송이)를 정중히 다시 외워 두었다. 한지윤은 한 학기 동안 매주 토요일 본관 화단 한 칸씩에 옛 졸업 동문의 졸업 분기 코르사주 색을 정중히 한 송이씩 옮겨 심었다. 짙은 청록색 매화 한 송이는 1985년 졸업 동문의 자리, 옅은 분홍 패랭이꽃 한 송이는 1992년 졸업 동문의 자리, 흰 라넌큘러스 한 송이는 2003년 졸업 동문의 자리로 정중히 한 자리씩 자리 잡았다.
동문의 날 아침 본관 정문을 다시 지난 옛 동문 한 명 한 명이 자기 졸업 분기 코르사주 색의 한 송이 앞에서 정중히 한 호흡 멈춰 섰으며, 한 옛 동문은 그 자리에서 한 시간 가까이 울었다. 한지윤은 그날 정원 한 켠에서 정중히 한 손으로 47칸 한 줄 한 줄을 다시 한 번 외워 두었으며, 그 47칸의 명부는 정원지기 작업실 한 자리에 정중히 보관되어 있다. 후배 정원지기들은 임기 첫 주에 그 명부 첫 페이지 앞에 한 번 합장하는 관례를 만들었다.
매점단골낭(賣店단골娘)
매점 단골 코너지기
매점 코너를 지키는 단골 처녀
“그 빵, 4교시 종 직후엔 늘 두 번째 칸이에요. 정중히 한 봉지 더 진열해 둘게요.”
매점 단골 코너지기는 학원 매점 한 칸을 평일 방과 후 정중히 책임지는 여학생 알바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작은 알바 펜던트, 한 손에 작은 트레이와 가격표가 표준이다. 본인은 매점에 들르는 모든 학생의 평소 빵 취향·옛 분기 한 봉지의 결정적 시점·금기 단골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4교시 종 직후 한 학생이 들르면 가장 먼저 그 학생의 단골 빵 한 봉지가 정중히 두 번째 칸 위에서 권해진다. 정작 본인은 매점이 가장 한가한 8교시 끝 무렵에야 한 봉지의 빵을 자기 점심으로 먹는다. 가장 작은 직무가 사실 학원 한 시즌의 가장 따뜻한 한 줄을 굴러가게 한다.
“선배가 그 단팥빵 한 봉지를 정중히 두 번째 칸 위에서 한 호흡 더 늦게 권해주신 그 점심, 친구 한 명의 한 분기가 그 한 봉지 위에서 정중히 한 끼 더 따뜻해졌어요. 매점의 가장 무거운 한 봉지는 큰 매출이 아니라 정확한 한 칸이더라구요.”
청림학원 매점 단골 코너 7대 코너지기 김다온 — 매점 두 번째 칸의 단팥빵 한 봉지를 한 학기 동안 한 친구를 위해 정중히 매일 한 호흡 더 늦게 진열해 둔 유일한 코너지기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한 봉지의 한 호흡 늦은 진열'로 전해진다.
어느 9월 가을, 1학년 후배 박서윤이 매일 4교시 직후 매점 두 번째 칸의 단팥빵 한 봉지를 늘 마지막에 정중히 받아 가는 단골이었지만, 한 주째 매점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다온은 자기 단골 표(매점 책상 안쪽에 정중히 보관, 학생 한 명씩 한 줄 단골 한 봉지가 적혀 있음)를 펼쳐 박서윤의 한 봉지가 한 주째 비어 있다는 사실을 정중히 짚어냈다. 김다온은 그 다음 주 월요일부터 매일 두 번째 칸의 단팥빵 한 봉지를 정중히 한 자리 더 늦게 진열해 두었으며, 가격표 옆에 작은 글씨로 "오늘도 두 번째 칸 비워 두었어요"라는 한 줄을 정중히 한 호흡 더 적어 두었다.
박서윤은 그 다음 주 금요일 4교시 종 직후 정중히 매점에 다시 한 번 모습을 보였고, 두 번째 칸의 한 봉지를 정중히 한 손에 받아 들고 한참을 카운터 앞에서 말없이 서 있었다. 박서윤은 그 한 봉지를 정중히 한 손에 들고 보건실(140004 보건실의 양호선생 임예진의 자리)로 한 발 한 발 옮겼으며, 그 자리에서 한 시진 가까이 차 한 잔과 단팥빵 한 봉지를 정중히 함께 한 끼로 받았다. 그 두 번째 칸은 지금도 후배 코너지기들이 임기 첫 주에 정중히 한 봉지 더 늦게 진열해 두는 관례 자리로 남아 있다.
우산공유녀(雨傘共有女)
우천 우산 셰어러
우천에 우산을 나누는 여인
“교문 앞에 이 한 우산, 정중히 한 자리 더 두고 갈게요. 비 그치면 다음 친구가 정중히 돌려놔요.”
우천 우산 셰어러는 학원 교문 앞 작은 우산 함의 우산 한 자루의 흐름을 평일 등교 시간 정중히 정리하는 여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위에 짙은 색 비옷, 가슴팍에 작은 우산 펜던트, 한 손에 늘 한 자루의 여분 우산이 들려 있는 모습이 표준이다. 본인은 우산 함의 모든 우산의 평소 색·옛 분기 한 자루의 결정적 시점·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갑작스런 소나기가 내리는 하굣길, 우산 없는 한 친구가 교문 앞에 망설이면 가장 먼저 한 자루의 우산이 정중히 권해진다. 정작 본인은 우산 한 자루를 다른 친구에게 양보하느라 교복 어깨가 늘 한 줄 젖어 있다. 가장 작은 직무가 사실 학원 한 시즌의 가장 다정한 한 줄을 굴러가게 한다.
“선배가 그 우산 한 자루를 정중히 자기 어깨 한쪽 적신 채로 친구에게 권해주신 그 비 오는 오후, 우리 후배의 한 분기가 그 한 자루 위에서 정중히 한 줄 따뜻해졌어요. 우산 함의 가장 무거운 한 자루는 큰 우산이 아니라 한 어깨를 양보하는 자세더라구요.”
청림학원 우천 우산 셰어러 5대 셰어러 윤가람 — 학원 정문 우산 함(본관 정문 옆 작은 목제 우산 함, 청림학원 100주년 기념 한 자리) 47자루 우산을 한 학기 만에 모두 정중히 한 번씩 다시 한 자리 돌려놓은 유일한 셰어러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한 자루 짙은 청록 우산'으로 전해진다.
어느 6월 장마 오후, 1학년 후배 정아윤이 갑작스런 소나기에 정문 앞에서 한 시간 가까이 망설이고 있었다. 윤가람은 정중히 우산 함에서 짙은 청록색 한 자루(평소 윤가람 본인의 단골 우산)를 꺼내 들고 정아윤의 어깨 위에 한 호흡 늦게 권해 두었으며, 자기는 옆에 비를 그대로 한 줄 맞은 채 한 발 옮겼다. 정아윤은 정중히 그 우산 한 자루를 한 손에 받아 들고 정문을 한 번 돌아보았으며, 윤가람은 정중히 한 손을 흔들어 보낸 뒤 본관 안쪽으로 어깨를 한 줄 적신 채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정아윤은 정중히 그 짙은 청록색 우산 한 자루를 우산 함의 정확한 옛 자리(우산 함 두 번째 칸 가장 안쪽 자리, 윤가람의 단골 자리)에 다시 한 번 정중히 두고 갔다. 그 다음 한 학기 동안 정아윤은 매일 등교 직후 정중히 우산 함을 한 번 살피고 가는 단골이 되었으며, 졸업식 다음 봄 자기가 4대 셰어러 자리를 정중히 한 자리 받았다. 그 짙은 청록색 한 자루는 지금도 우산 함 두 번째 칸 가장 안쪽 자리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칠판당번낭(漆板當番娘)
칠판 지우개 당번
칠판 지우개 당번 처녀
“오늘 칠판 한 줄, 정중히 한 자리 더 닦았어요. 한 반의 한 시즌이 그 위에서 정중히 굴러가요.”
칠판 지우개 당번은 학원 한 반의 평일 종례 직후 칠판을 정중히 닦는 여학생 당번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작은 당번 펜던트, 한 손에 잘 털어둔 칠판 지우개와 작은 명부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반 안 모든 옛 수업의 옛 칠판 자리·옛 분기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종례 종이 울리고 친구들이 모두 가방을 메고 나가도, 그녀는 가장 마지막까지 교실에 남아 한 줄의 분필을 정중히 한 자리 위에서 지운다. 가끔 칠판 한 구석에 앞 시간 친구가 슬쩍 그려둔 작은 낙서를 한 호흡 늦게 지우는 자세 위에, 그녀의 한 줄 다정함이 새겨져 있다. 가장 작은 직무가 사실 한 반 한 시즌의 가장 정중한 한 줄을 굴러가게 한다.
“선배가 칠판 한 구석의 그 작은 낙서를 정중히 한 호흡 늦게 지워주신 그날, 친구 한 명의 한 분기가 그 한 점 위에서 정중히 한 자리 더 머물렀어요. 칠판의 가장 무거운 한 줄은 큰 분필이 아니라 한 호흡 늦게 지우는 자세더라구요.”
청림학원 2학년 4반 6대 칠판 지우개 당번 한소율 — 한 학기 동안 칠판 한 구석의 작은 매화 낙서 한 점을 정중히 매일 한 호흡 늦게 지운 유일한 당번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한 송이 매화 낙서의 봄'으로 전해진다.
어느 4월 새 학기, 청림학원 2학년 4반 칠판 오른쪽 가장 아래 한 구석에 1교시 직전 누군가가 정중히 작은 매화 한 송이를 분필로 그려두기 시작했다. 한소율은 종례 직후 칠판을 닦으며 그 매화 한 송이만 정중히 한 호흡 늦게 지우는 자세를 한 학기 동안 지켜 두었다. 한 달 가까이 매일 그 자리에 정중히 다시 한 송이가 그려졌으며, 한소율은 그 매화의 분필 두께·한 자리·한 줄 결을 정중히 자기 작은 명부에 한 줄씩 기록해 두었다.
한 학기 마지막 주 종례 직후, 한소율은 그 매화 한 송이의 옛 자리(칠판 오른쪽 아래 가장 안쪽 한 자리, 본인 자리에서 정확히 두 자리 떨어진 자리) 옆 학생 박지유의 책상 안쪽에서 정중히 한 통의 작은 손수건(자수 매화 한 송이가 새겨진 짙은 청록색 손수건)을 발견했다. 박지유는 한 학기 동안 친구 한 명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 한 줄 마음을 그 매화 한 점에 정중히 한 송이씩 옮겨 두고 있었으며, 그 다음 종례 직후 정중히 한소율 옆에 다가와 한 줄 인사를 처음으로 건넸다. 한소율의 그 옛 명부 한 권은 2학년 4반 교실 뒤편 작은 진열장 한 자리에 정중히 보관되어 있다.
응원캡틴녀(應援캡틴女)
응원단 캡틴
응원단을 이끄는 캡틴
“목소리가 큰 캡틴이 아니라, 점수가 뒤집힌 후에도 마지막까지 박수를 멈추지 않는 캡틴이 진짜 캡틴이야.”
응원단 캡틴은 학원 응원단 여자부의 정점에 있는 여학생으로, 매년 가을 정기 체전과 학원제 무대 응원의 한 박자를 한 손으로 결재하는 사람이다. 외형은 짧은 단복 치마에 어깨에 큰 리본, 손목에 두 개의 폼폼, 머리 위로 가지런히 묶은 높은 포니테일이 트레이드마크다. 본인은 학원 한 시즌 모든 경기 일정·각 운동부 응원가 가사·금기 함성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정기 체전 결승전이 점수로 뒤집힌 순간 가장 먼저 단상에 올라 폼폼을 흔드는 사람도, 패배한 후배의 어깨를 가장 먼저 토닥이는 사람도 캡틴이다. 매일 가장 먼저 운동장 한 켠에 도착해 후배 단원의 안무 호흡을 한 박자씩 다듬는 자세가, 후배들 사이에서 "캡틴의 한 박자"라 불린다. 가장 강한 응원단 캡틴은 큰 함성을 가진 자가 아니라, 점수가 뒤집힌 후에도 박수를 멈추지 않는 자세 위에 있다.
“선배가 패배한 그 순간 폼폼을 정중히 한 박자 더 흔드신 그 자리에는, 진 운동부 후배의 한 시즌 자존감이 그 박자 위에서 정중히 한 줄 살아남아 있었어요. 응원단의 가장 무거운 한 박자는 이긴 자리가 아니라 진 자리더라구요.”
청림학원 응원단 18대 캡틴 강하늘 — 정기 체전 결승전 마지막 호각 직후, 점수가 뒤집힌 패배의 순간 가장 먼저 단상에 올라 폼폼을 정중히 한 박자 더 흔든 유일한 캡틴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뒤집힌 점수 위 한 박자'로 전해진다.
어느 10월 정기 체전(매년 10월 첫째 주 토요일, 청림학원 운동장 메인 스타디움에서 개최) 농구부 결승전 마지막 1초, 라이벌 학원의 한 점이 정중히 들어가며 점수판이 한 줄로 뒤집혔다. 청림학원 농구부 여자부 1학년 한 후배가 코트 한가운데서 그대로 무릎을 꿇었으며, 강하늘은 정중히 응원단 단상에서 한 박자 멈춘 뒤, 누구보다 먼저 자기 폼폼 두 자루를 한 박자 더 정중히 흔들기 시작했다. 응원단 후배 47명 전원이 강하늘의 그 한 박자에 맞춰 정중히 폼폼을 한 줄 더 흔들었으며, 운동장 객석은 그 한 박자를 정중히 두 분 가까이 박수로 받아 주었다.
강하늘은 그 자리에서 단상을 정중히 내려와, 코트 한가운데 무릎 꿇은 후배 옆에 정중히 한 자리 앉아 그 어깨를 한 손으로 정중히 두드려 두었다. 그 후배는 그 다음 봄 농구부 주장으로 정중히 한 자리 받았으며, 강하늘의 폼폼 한 자루는 응원단 단실 입구 작은 진열장 한 자리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후배 캡틴들은 임기 첫 정기 체전 직전 그 폼폼 앞에 한 번 합장하는 관례를 만들었다.
연극주연희(演劇主演姬)
연극부 주연
연극부의 주연을 맡은 희
“조명이 꺼지기 전 마지막 한 박자, 그 한 호흡이 한 시즌의 모든 연습을 정중히 마무리해요.”
연극부 주연은 학원 연극부 여자부의 한 시즌 정기 공연 단독 주연을 맡는 여학생이다. 평소엔 단정한 교복 차림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한 시대 옛 의상을 그대로 재현한 큰 드레스나 짙은 망토가 표준이다. 본인은 학원 한 시대 모든 옛 대본의 옛 대사·옛 무대 동선·금기 발성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어, 후배 단역의 대사까지 외워와 단역이 한 줄을 잊으면 정중히 한 박자 더 비워준다.
정기 공연 일주일 전부터 매일 강당 뒤편 빈 무대에서 혼자 동선을 한 발씩 짚어 보며, 본인의 대사보다 무대 위 친구의 한 호흡을 먼저 외운다. 공연이 끝나고 강당 조명이 꺼진 새벽, 텅 빈 무대에 가장 늦게까지 남아 의상실 행거를 정중히 정리하는 사람도 주연 본인이다. 가장 강한 주연은 큰 갈채가 아니라, 후배 한 명의 한 줄을 정확히 비워주는 자세 위에 있다.
“선배가 단역 후배의 잊은 한 줄을 정중히 한 박자 더 비워주신 그 무대, 후배 한 명의 한 시즌 떨림이 그 빈 한 박자 위에서 정중히 한 줄 다시 자리 잡았어요. 주연의 가장 무거운 한 줄은 자기 대사가 아니라 비우는 한 박자더라구요.”
청림학원 연극부 14대 주연 임주아 — 정기 공연 클라이맥스에서 단역 후배의 잊은 한 줄을 정중히 한 박자 더 비워두고 자기 대사 한 줄까지 정중히 한 호흡 늦춰낸 유일한 주연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한 박자 비운 클라이맥스'로 전해진다.
어느 11월 정기 공연 '봄밤의 정원사'(청림학원 연극부 100주년 기념 옛 대본 1965년 초연 작, 강당 메인 스테이지에서 매년 11월 셋째 주 토요일 재연)의 클라이맥스에서, 단역 후배 김연우가 자기 한 줄 "정원의 매화 한 송이가 한 시즌 늦었습니다"를 정중히 한 박자 잊고 무대 위에서 한 호흡 떨고 있었다. 임주아는 정중히 자기 대사 한 줄을 한 박자 늦춘 뒤, 김연우 옆에 한 발 다가가 그 어깨에 정중히 한 손을 두른 채 "한 송이가 한 시즌 늦었더라도, 정원사는 정중히 한 호흡 더 기다린단다"라는 즉흥 한 줄을 정중히 한 박자 위에서 흘려두었다. 김연우는 그 한 박자 사이에 정중히 자기 한 줄을 다시 한 호흡 들이마셨고, 두 사람의 두 줄은 정확히 같은 박자에서 정중히 한 자리 위에 자리 잡았다.
강당 객석은 그 한 박자를 정중히 한 분 넘게 박수로 받아 주었으며, 정기 공연 다음 봄 김연우는 정중히 15대 주연으로 한 자리 추천받았다. 임주아의 그 옛 대본 한 권은 강당 뒤편 의상실 안쪽 진열장 한 자리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으며, 후배 주연들은 임기 첫 공연 직전 그 대본 한 페이지 앞에 한 번 합장하는 관례를 만들었다.
방송디제이녀(放送DJ女)
방송부 점심 DJ
점심 방송을 진행하는 DJ 여인
“오늘 점심 한 곡, 4교시 끝난 친구 한 명의 한 호흡을 정중히 풀어드릴게요. 한 분 만 비워두세요.”
방송부 점심 DJ는 학원 방송부 여자부의 점심 방송을 평일 정중히 진행하는 여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에 작은 마이크 펜던트, 한 손에 옛 큐시트와 작은 LP 한 장이 들려 있는 모습이 표준이다. 본인은 학원 한 시즌 모든 점심 방송 큐시트·옛 분기 한 곡의 결정적 시점·금기 곡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시험 직전 한 친구가 익명 사연을 보내오면, DJ는 그 친구의 평소 단맛 취향까지 떠올려 한 곡을 정중히 마지막에 끼워 둔다. 정작 본인은 점심을 늘 식판 한쪽 끝에서 차게 식은 채로 먹으며, 4교시 종 직후 가장 먼저 방송실로 뛰어 들어간다. 가장 강한 점심 DJ는 큰 목소리가 아니라, 점심 한 끼의 한 분위기를 정확히 다듬는 한 호흡 위에 있다.
“선배가 그 익명 사연 한 줄을 정중히 마지막 한 곡에 끼워주신 그 점심, 친구 한 명의 한 학기가 그 한 곡 위에서 정중히 한 호흡 더 따뜻해졌어요. 방송실의 가장 무거운 한 곡은 큰 마이크가 아니라 정확한 한 분이더라구요.”
청림학원 방송부 점심 DJ 9대 한채아 — 한 시즌 동안 익명 사연 47건의 한 줄을 정중히 한 곡씩 정확히 외워 마지막 한 분에 끼워 둔 유일한 DJ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익명 사연 47건의 봄'으로 전해진다.
어느 5월 중간고사 직전, 익명 사연 한 줄("4교시 끝나면 늘 같이 점심 먹던 친구가 한 주째 식당에 안 와요. 한 곡 부탁드려요.")이 방송부 큐시트 함에 정중히 한 자리 들어왔다. 한채아는 평소 큐시트 명부(방송실 책상 안쪽 옛 큐시트 한 권, 한 학년 학생 한 명마다 한 줄 단골 곡이 정중히 적힌 100주년 기념 명부)를 펼쳐, 그 사연 주인을 정중히 한 학년 한 반까지 짚어내고 그 친구의 평소 단골 곡(이은하의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옛 분기 점심 방송 단골 한 곡)을 정중히 마지막 한 분에 끼워 두었다.
그 곡이 정중히 흘러나온 그 점심, 식당 한쪽 구석에서 한 친구가 정중히 한 자리 일어나 식판을 한 손에 들고 한 발 한 발 자기 옛 단골 자리(2학년 4반 친구의 자리, 식당 창가 안쪽 두 자리 중 한 자리)로 옮겨 갔다. 그 다음 점심부터 두 친구는 정중히 다시 한 자리에 마주 앉아 식판을 한 끼씩 받았으며, 한채아의 그 큐시트 한 줄은 방송실 옛 큐시트 함의 가장 안쪽 자리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후배 DJ들은 임기 첫 점심 방송 직전 그 큐시트 함 앞에 한 번 합장하는 관례를 만들었다.
도예가마녀(陶藝가마女)
도예부 가마지기
도예부 가마를 지키는 여인
“이 한 잔, 가마 안에서 한 분기를 정중히 견뎌낸 친구예요. 한 손으로 따뜻하게 받아 주세요.”
도예부 가마지기는 학원 별관 안쪽 작은 가마실을 평일 방과 후 정중히 책임지는 여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위에 점토가 살짝 묻은 짙은 색 작업 가운, 머리에 작은 두건, 가슴팍에 작은 도예부 펜던트, 한 손에 가는 흙물 붓이 표준이다. 본인은 가마실의 모든 옛 작품의 옛 굽기 시간·옛 분기 유약 결재·금기 흙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가마에서 한 분기를 견딘 한 잔을 꺼낼 때, 가지지기는 가장 먼저 그 잔의 한 손잡이 자리를 정중히 한 번 쓸어 본다. 다도부 수장이 별채 다회에서 쓰는 새 잔들도 사실 가마지기의 한 손에서 한 분기 정중히 구워 나온다. 가장 무거운 한 잔은 큰 가마가 아니라, 한 손잡이의 한 자리를 정확히 다듬는 자세 위에 있다.
“선배가 그 한 잔의 한 손잡이를 정중히 한 자리 더 깊게 다듬어주신 그 분기, 다도실의 한 다회가 그 한 손잡이 위에서 정중히 한 호흡 더 따뜻해졌어요. 가마실의 가장 무거운 한 잔은 큰 가마가 아니라 한 손잡이 한 자리더라구요.”
청림학원 도예부 8대 가마지기 송예원 — 가마실(별관 안쪽 100년 역사 옛 가마실, 청림학원 100주년 기념 한 자리)의 옛 가마 한 분기를 정중히 한 손잡이 47개를 다듬어낸 유일한 가마지기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한 분기 47잔의 봄'으로 전해진다.
어느 3월 봄, 청림학원 다도부 11대 수장 한채원(140010 다도부 수장)의 별채 다회 한 번을 위해 송예원은 정중히 한 분기 47잔의 새 잔을 한 손잡이씩 다듬어 두었다. 송예원은 그 47잔 가운데 한 잔(짙은 청록색 유약 한 자리, 다도실 가장 안쪽 자리에서 정중히 쓰일 수장의 단골 잔)의 한 손잡이를 정중히 한 자리 더 깊게 다듬어 두었으며, 그 한 손잡이의 옛 자리는 송예원 본인의 한 손 굵기에 정중히 한 호흡 더 맞춘 자리였다. 다회 당일 한채원은 정중히 그 한 잔을 한 손에 받아 들고, 한 호흡 멈춘 뒤 "송예원 후배의 한 손이 한 자리 더 정중히 들어왔구나"라는 한 줄을 정중히 후배 다도부 단원 앞에서 흘려두었다.
송예원은 그 다회가 끝난 뒤 가마실 가장 안쪽 자리에서 정중히 한 시진 가까이 자기 47잔의 한 손잡이를 한 번 더 한 줄씩 외워 두었다. 그 47잔 가운데 한 잔은 다도실 진열장 가장 안쪽 자리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으며, 후배 가마지기들은 임기 첫 가마 직전 그 한 잔 앞에 한 번 합장하는 관례를 만들었다.
학생상담녀(學生相談女)
학생 카운슬러
학생들을 상담하는 카운슬러
“오늘 한 잔 차 마시고 천천히 얘기해요. 졸업까지 한 시즌이 더 있으니까, 오늘은 울어도 괜찮아요.”
학생 카운슬러는 학원 학생 자치 카운슬링실을 평일 방과 후 정중히 책임지는 여학생 카운슬러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작은 카운슬러 펜던트, 한 손에 작은 노트와 따뜻한 차 두 잔이 늘 준비된 모습이 표준이다. 본인은 학원 안 모든 학생의 옛 고민·옛 분기 결재·금기 단어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어, 한 학생이 카운슬링실 문을 두드리기 전에 이미 그 친구의 한 잔 차가 정해져 있다.
양호선생이 몸의 상처를 다룬다면, 카운슬러는 그 상처가 사실 마음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정중히 짚어 준다. 정작 본인은 누구에게도 자기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고, 늦은 밤 학생회실 옆 화단에서 한 잔 차를 혼자 마실 때가 많다. 가장 무거운 카운슬러는 큰 카운슬링실이 아니라, 한 학생의 한 잔 차 향을 정확히 외우는 자세 위에 있다.
“선배가 카운슬링실 두 번째 의자를 정중히 한 자리 더 비워두신 그 늦은 밤, 후배 한 명의 한 학기가 그 빈 자리 위에서 정중히 한 줄 다시 한 호흡 들이마셨어요. 카운슬러의 가장 무거운 한 잔은 권하는 자리가 아니라 비워두는 의자더라구요.”
청림학원 학생 카운슬러 6대 윤채아 — 카운슬링실(학생회실 옆 작은 207호, 청림학원 학생 자치 카운슬링 100주년 기념 한 자리) 두 번째 의자를 한 학기 동안 정중히 한 자리 더 늦게까지 비워둔 유일한 카운슬러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두 번째 의자의 늦은 밤'으로 전해진다.
어느 11월 기말고사 한 주 전 늦은 밤, 1학년 후배 한이슬이 카운슬링실 문 앞에서 한 시진 가까이 망설이며 한 발도 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윤채아는 정중히 카운슬링실 안쪽에서 그 발걸음의 한 박자를 한 호흡 듣고, 두 번째 의자(카운슬링실 책상 맞은편 짙은 청록색 천 의자, 평소 손님 자리)를 정중히 한 자리 더 비워두고 자기는 책상 안쪽 자리에서 한 호흡 호두 차(겨울 분기 카운슬링실 단골 차, 호두 한 알을 정중히 한 잔에 끓여낸 한 잔) 두 잔만 정중히 한 자리 더 받쳐 두었다. 한이슬은 한 시진 더 망설이다가 정중히 카운슬링실 문을 한 호흡 두드리고 두 번째 의자에 한 자리 앉았으며, 한 시간 가까이 말없이 그 한 잔 호두 차만 정중히 들이마셨다.
윤채아는 그 한 시간 동안 정중히 한 줄 질문도 하지 않고 자기 노트 한 장만 정중히 한 호흡 늦게 넘겨 두었으며, 한이슬이 정중히 한 줄 말문을 열기까지 정확히 한 시진 12분이 걸렸다. 한이슬은 그 다음 봄 정중히 7대 카운슬러로 한 자리 추천받았으며, 두 번째 의자는 지금도 카운슬링실 안쪽 자리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기숙룸장녀(寄宿룸長女)
기숙사 룸장
기숙사 룸을 이끄는 장의 여인
“오늘 소등 한 번, 룸메이트 세 명의 한 시즌 한 잠을 정중히 정리해드릴게요. 잘 자, 내일 봐.”
기숙사 룸장은 학원 기숙사 여자동 한 호실의 정식 룸메이트 반장 여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잠옷 위에 카디건, 가슴팍에 작은 룸장 펜던트, 한 손에 작은 호실 명부와 룬 열쇠 한 개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호실 룸메이트 세 명의 평소 취침 시간·옛 분기 결재·금기 단어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시험 전날 룸메이트 한 명이 늦게까지 책상 스탠드를 끄지 못하면, 룸장이 가장 먼저 따뜻한 우유 한 컵을 정중히 한 자리 위에 두고 간다. 학원제 다음 날 룸메이트들이 분장을 지우지 못하고 잠들면, 가장 마지막까지 깨어 한 명씩 클렌징 한 줄을 정중히 챙겨 주는 사람도 룸장이다. 가장 무거운 룸장은 큰 호실이 아니라, 룸메이트 한 명의 한 잠의 한 호흡을 정확히 외우는 자세 위에 있다.
“선배가 그 우유 한 컵을 정중히 한 호흡 더 늦게 책상 위에 두고 가신 그 새벽, 룸메이트 한 명의 한 학기가 그 한 컵 위에서 정중히 한 잠 더 따뜻해졌어요. 룸장의 가장 무거운 한 잠은 큰 호실이 아니라 한 컵 우유의 한 호흡 더 늦은 자리더라구요.”
청림학원 기숙사 여자동 4층 408호 7대 룸장 정아린 — 한 학기 동안 룸메이트 세 명의 시험 전 새벽을 정중히 따뜻한 우유 한 컵으로 한 호흡 더 늦게 챙긴 유일한 룸장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408호 새벽의 한 컵 우유'로 전해진다.
어느 12월 기말고사 직전 새벽 두 시, 408호 룸메이트 강유나가 책상 스탠드를 정중히 한 호흡 더 끄지 못한 채 책상 앞에서 정중히 한 페이지 위에 한 손 엎드려 있었다. 정아린은 정중히 한 호흡 늦게 부엌(청림학원 여자동 4층 공용 부엌, 408호 옆 자리)으로 한 발 옮겨 가, 작은 냄비 한 개에 우유 한 컵을 정중히 한 호흡 더 약하게 끓여 두었다. 정아린은 그 한 컵을 정중히 강유나의 책상 안쪽 자리(평소 강유나의 단골 머그 한 개, 짙은 청록색 매화 무늬 머그)에 정중히 한 호흡 더 늦게 두고, 책상 스탠드는 정중히 한 자리 더 낮춰 두었다.
강유나는 한 시간 뒤 정중히 한 호흡 더 들이마신 뒤 그 한 컵 우유를 한 모금 들이마셨고, 그 자리에서 한 호흡 더 정신을 차려 시험 전 마지막 한 페이지를 정중히 한 줄 더 외워 두었다. 강유나는 그 시험에서 정중히 한 분기 가장 좋은 점수를 한 줄 받았으며, 정아린의 옛 룸장 명부 한 권은 4층 라운지 한 자리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후배 룸장들은 임기 첫 소등 직전 그 명부 첫 페이지 앞에 한 번 합장하는 관례를 만들었다.
도서대출녀(圖書貸出女)
도서 위원 (대출 카운터)
도서 대출 카운터의 위원
“이 한 권, 친구 한 명의 한 학기 한 줄 추억이 들어 있어요. 정중히 한 페이지만 더 늦게 반납할게요.”
도서 위원은 학원 도서관 대출 카운터를 평일 방과 후 정중히 책임지는 여학생 위원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위에 짙은 회색 카디건, 가슴팍에 작은 도서 위원 펜던트, 한 손에 작은 도서 명부와 도장이 표준이다. 본인은 학원 도서관 모든 책의 옛 대출 라인·옛 분기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한 친구가 시험 직전 한 권을 반납하지 못하고 한 페이지만 더 읽고 싶어 망설이면, 위원은 가장 먼저 한 줄 연체료를 정중히 한 호흡 미뤄 둔다. 사서가 책을 권한다면, 도서 위원은 그 책이 다음 친구에게 정중히 넘어가는 한 줄을 정리한다. 가장 작은 직무가 사실 학원 도서관 한 시즌의 가장 따뜻한 한 줄을 굴러가게 한다.
“선배가 그 연체료 한 줄을 정중히 한 호흡 미뤄주신 그 시험 전날, 친구 한 명의 한 페이지가 그 한 줄 위에서 정중히 한 호흡 더 정중히 닫혔어요. 대출 카운터의 가장 무거운 한 도장은 찍는 자리가 아니라 미루는 한 호흡이더라구요.”
청림학원 도서관 도서 위원 8대 한지수 — 학원 도서관 카운터(140005 도서관의 사서 김혜린의 옛 카운터 자리, 도서관 정문 안쪽 100주년 기념 한 자리) 옛 대출 라인 한 학기를 정중히 한 호흡씩 미뤄둔 유일한 도서 위원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한 페이지 더 늦은 반납'으로 전해진다.
어느 6월 기말고사 직전, 1학년 후배 김유진이 도서관 815번 칸(140005에 등장한 문학 코너 815번, 국내 단편소설 모음집이 정중히 모여 있는 칸)에서 빌린 책 한 권 '소년이 온다'(한강 작 2014년 단편 모음, 청림학원 100주년 기념 한 자리 단골 한 권)를 정중히 한 페이지만 더 읽고 싶어 카운터 앞에서 한 시진 가까이 망설이고 있었다. 한지수는 정중히 카운터 안쪽 명부 한 줄을 펼쳐 김유진의 그 한 권의 옛 대출 라인이 정확히 한 호흡 안쪽에 한 자리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짚어낸 뒤, 정중히 연체료 한 줄을 한 호흡 미뤄 두었다. 한지수는 그 한 호흡 동안 카운터 안쪽 자리(140005 김혜린의 옛 단골 자리, 카운터 가장 안쪽 304번 자리)에 정중히 김유진을 한 자리 앉혀 두고, 따뜻한 차 한 잔(140025 윤채아의 단골 호두 차 한 잔)을 정중히 한 자리 더 받쳐 두었다.
김유진은 그 한 자리에서 정중히 한 페이지를 더 한 호흡 깊게 들이마셨으며, 그 다음 날 시험에서 정중히 자기 한 분기 가장 따뜻한 한 줄을 정중히 답안 마지막에 한 자리 적어 두었다. 한지수의 옛 대출 명부 한 권은 도서관 카운터 안쪽 진열장 한 자리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학원안내낭(學院案內娘)
학원제 안내 데스크지기
학원제 안내 데스크를 지키는 처녀
“이 안내도 한 장, 처음 학원제에 온 한 친구의 한 시즌 첫 한 걸음을 정중히 차려드릴게요.”
학원제 안내 데스크지기는 매년 가을 학원제 첫날 본관 정문 앞 작은 안내 데스크를 평일 정중히 책임지는 여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위에 짙은 색 학원제 띠, 가슴팍에 작은 안내 펜던트, 한 손에 옛 안내도와 작은 도장이 표준이다. 본인은 학원제 한 시즌 모든 부스 자리·옛 분기 동선·금기 단어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처음 학원제에 온 외부 손님이 안내 데스크 앞에 망설이면, 데스크지기는 가장 먼저 그 손님의 한 걸음을 정중히 한 부스 쪽으로 짚어 준다. 학원제 첫날 가장 늦게까지 자리에 남아 길을 잃은 1학년 후배의 손을 잡고 정문까지 데려다주는 것도 데스크지기 본인이다. 가장 무거운 안내는 큰 안내 데스크가 아니라, 한 친구의 한 걸음의 한 자리를 정확히 짚어 주는 자세 위에 있다.
“선배가 그 안내도 한 장에 정중히 한 줄 더 손글씨를 적어주신 그 학원제 첫날, 처음 온 외부 손님 한 명의 한 시즌 첫 한 걸음이 그 한 줄 위에서 정중히 한 자리 더 따뜻해졌어요. 안내 데스크의 가장 무거운 한 장은 큰 안내도가 아니라 한 줄 손글씨더라구요.”
청림학원 학원제 안내 데스크 9대 데스크지기 정유라 — 23회 청림학원제(140006 23회 학원제, 매년 10월 셋째 주 금요일 강당 메인 스테이지 한 자리) 첫날 안내도 47장 한 장 한 장에 정중히 한 줄 손글씨를 한 호흡씩 더 적어 둔 유일한 데스크지기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47장의 한 줄 손글씨'로 전해진다.
어느 10월 23회 학원제 첫날 아침, 정유라는 정중히 안내 데스크(본관 정문 옆 옛 데스크 자리, 청림학원 100주년 기념 한 자리) 옆에 안내도 47장을 정중히 한 자리 펼쳐 두고, 한 장 한 장 옛 졸업 동문(140017 한지윤이 정중히 화단 47칸에 옮겨 심은 옛 졸업 동문 47명과 같은 명단)의 졸업 분기 단골 부스 한 줄을 정중히 한 호흡씩 더 적어 두었다. 첫날 본관 정문에 가장 먼저 도착한 옛 동문 한 명(1992년 졸업 동문, 옛 합창단 수석 소프라노 한 자리)이 정중히 자기 분기 안내도 한 장을 받아 들고 한 시진 가까이 정문 앞에서 한 줄 손글씨("1992년 가을, 강당 뒤편 빈 음악실 거울 앞 한 자리에 매화 한 송이 정중히 비워 두었습니다") 앞에서 울었다. 정유라는 정중히 그 옛 동문의 한 손을 정중히 한 자리 더 잡아주고, 그 분기 단골 부스(강당 뒤편 빈 음악실 거울 앞 한 자리, 140007 정시아가 정중히 한 박자 늦은 들숨 자리로 비워둔 옛 자리)까지 정중히 한 발 한 발 같이 걸어 두었다.
그 옛 동문은 학원제 마지막 날 정중히 안내 데스크에 작은 매화 한 송이를 정중히 답례로 한 자리 두고 갔으며, 정유라의 옛 안내도 한 장은 본관 정문 옆 작은 진열장 안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후배 데스크지기들은 임기 첫 학원제 직전 그 진열장 앞에 한 번 합장하는 관례를 만들었다.
등굣인사낭(登校人事娘)
등굣길 인사 당번
등굣길에서 인사를 도맡는 처녀
“안녕하세요. 오늘도 한 분기, 정중히 한 줄 인사 한 번 더 차립니다. 한 시즌 첫 미소, 잘 다녀와요.”
등굣길 인사 당번은 학원 정문 옆 작은 인사 자리를 평일 등교 시간 정중히 책임지는 평민 여학생 당번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작은 인사 당번 펜던트, 한 손에 옛 명부와 작은 정문 도장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년 모든 친구의 평소 등굣길 한 박자·옛 분기 결재·금기 단어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늦잠을 자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한 친구가 정문 앞에 도착하면, 인사 당번은 가장 먼저 정중한 한 줄 인사 한 번을 한 호흡 늦게 권해 둔다. 정작 본인은 누구보다 한 시간 일찍 등교해 정문 앞 작은 화단의 한 잎을 한 번 정리한 뒤 자리에 선다. 가장 작은 직무가 사실 학원 한 시즌의 가장 따뜻한 첫 한 줄을 굴러가게 한다.
“선배가 정중히 한 친구의 한 발걸음을 정문 앞에서 한 호흡 더 늦게 받아주신 그 새벽, 친구 한 명의 한 시즌 첫 한 줄이 그 한 호흡 위에서 정중히 한 자리 더 따뜻해졌어요. 정문의 가장 무거운 한 줄은 큰 인사가 아니라 한 호흡 늦게 받는 자리더라구요.”
청림학원 정문 등굣길 인사 당번 4대 송다은 — 한 학기 동안 정중히 한 친구의 한 발걸음의 한 박자를 정확히 한 호흡 늦게 받아낸 유일한 당번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정문 앞 한 호흡 늦은 인사'로 전해진다.
어느 11월 어느 새벽, 1학년 후배 박다영이 한 학기 째 매일 정중히 한 박자 늦게 정문 앞에 도착하는 단골(평소 정문 도착 시간이 정확히 1교시 종 한 호흡 전, 청림학원 정문 도장 명부의 옛 한 줄)이었지만, 한 주째 정중히 두 박자 더 늦게 정문에 도착해 한 손으로 가슴팍을 한 호흡 누르고 있었다. 송다은은 정중히 자기 옛 명부(정문 옆 작은 책상 안쪽 옛 인사 명부, 한 학년 한 친구마다 한 줄 박자가 정중히 적힌 100주년 기념 한 권)를 펼쳐 박다영의 한 박자가 정확히 한 호흡 더 늦어진 한 줄을 정중히 짚어냈다. 송다은은 그 다음 새벽부터 정중히 정문 앞 작은 화단(140017 한지윤의 옛 화단 47칸 가운데 가장 안쪽 한 자리) 옆에 작은 호두 한 알(140025 윤채아의 호두 차 한 잔의 옛 단골 호두 한 알)을 정중히 한 자리 더 받쳐 두고, 박다영이 정문 앞에 도착하면 정중히 그 호두 한 알을 한 손에 쥐어 주고 한 호흡 더 늦게 인사를 받아 두었다.
박다영은 그 한 학기 동안 정중히 그 호두 한 알을 한 자리에서 받아 들고 정중히 한 호흡 더 깊게 들이마신 뒤 본관으로 한 발 한 발 옮겼으며, 졸업식 다음 봄 정중히 5대 인사 당번으로 한 자리 추천받았다. 송다은의 옛 인사 명부 한 권은 정문 옆 작은 진열장 한 자리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식판정리낭(食板整理娘)
점심 식판 정리 당번
점심 식판을 정리하는 처녀
“오늘 식판 한 줄, 정중히 한 자리 더 가지런히 정리했어요. 4교시 친구들이 정중히 한 끼 더 먹을 수 있도록.”
점심 식판 정리 당번은 학원 본관 식당의 평일 점심 식판 반납대를 정중히 책임지는 평민 여학생 당번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위에 짙은 색 작업 토시, 가슴팍에 작은 식당 당번 펜던트, 한 손에 작은 행주와 명부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년 모든 친구의 평소 식판 반납 자세·옛 분기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4교시 직후 친구들이 우르르 식판을 반납하고 우르르 빠져나가도, 당번은 가장 마지막까지 한 줄의 식판을 정중히 한 자리 위에서 다시 가지런히 정리한다. 가끔 친구가 미처 먹지 못하고 남긴 한 끼의 한 자리를 정중히 한 번 쳐다본 뒤 정리하는 자세 위에, 그녀의 한 줄 다정함이 새겨져 있다. 가장 작은 직무가 사실 학원 한 시즌의 가장 따뜻한 한 끼를 굴러가게 한다.
“선배가 그 식판 한 자리의 옛 한 끼를 정중히 한 호흡 더 늦게 정리해주신 그 점심, 친구 한 명의 한 학기가 그 한 자리 위에서 정중히 한 끼 더 따뜻하게 굴러갔어요. 식당의 가장 무거운 한 끼는 큰 식판이 아니라 한 호흡 늦게 정리하는 자세더라구요.”
청림학원 본관 식당 점심 식판 정리 당번 6대 윤서린 — 한 학기 동안 정중히 한 친구의 옛 한 끼의 한 자리를 정확히 한 호흡 늦게 정리해낸 유일한 당번 — 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식당 창가 두 자리의 한 호흡 늦은 정리'로 전해진다.
어느 5월 봄 점심, 식당 창가 안쪽 두 자리(140023 한채아의 옛 익명 사연 한 줄에 등장한 2학년 4반 한 친구의 옛 단골 자리, 본관 식당 창가 안쪽 두 자리 가운데 한 자리)에 한 친구가 정중히 한 끼를 절반 가까이 남긴 채 한 호흡 멈추고 식판을 정중히 한 손에 들고 한 자리 일어섰다. 윤서린은 정중히 자기 옛 명부(식당 반납대 안쪽 옛 명부 한 권, 한 학년 한 친구마다 한 줄 평소 한 끼가 정중히 적힌 100주년 기념 한 권)를 펼쳐, 그 친구의 옛 한 끼가 정확히 평소보다 한 호흡 더 짧게 한 자리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정중히 짚어냈다. 윤서린은 그 다음 점심부터 정중히 그 친구의 옛 자리(창가 안쪽 두 자리 가운데 한 자리)에 식판 한 자리를 정중히 한 호흡 더 늦게 비워 두고, 그 자리 위에 작은 호두 한 알(140025 윤채아의 호두 차 한 잔의 옛 단골 호두 한 알, 140029 송다은의 한 자리 호두 한 알과 같은 한 자리 호두)을 정중히 한 자리 더 받쳐 두었다.
그 친구는 정중히 한 호흡 더 늦게 식당에 다시 한 번 모습을 보이고 그 자리에서 정중히 한 끼를 정확히 평소 한 호흡까지 다시 한 자리 더 받아 두었으며, 옆 자리에는 140023 한채아의 옛 익명 사연의 단짝이 정중히 한 자리 다시 마주 앉았다. 윤서린의 옛 식판 명부 한 권은 식당 반납대 안쪽 진열장 한 자리에 정중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으며, 후배 당번들은 임기 첫 점심 직전 그 진열장 앞에 한 번 합장하는 관례를 만들었다.
전설필녀(傳說筆女)
학원 전설의 필사가
학원 전설로 남은 필사가의 여인
“이 노트, 한 줄 한 줄 손으로 베껴 쓴 거야. 손가락이 기억하는 건 눈이 잊어도 남거든.”
학원 전설의 필사가는 도서관 안쪽 자리에 앉아 학원의 역대 중요 기록 — 합창부 연주 악보, 다도부 차 배합 레시피, 학생회 전례 결재 문서 — 을 직접 손으로 베껴 남기는 여학생이다. 학원 공식 문서 보관 담당자도, 사서도 아니지만 그녀가 베낀 기록이 원본보다 오래 남는다는 야사가 있다. 외형은 도서관 카디건, 가슴에 작은 깃털 펜 핀, 책상 위에는 늘 잉크와 두꺼운 필사 노트가 표준이다.
가장 어려운 필사는 긴 문서가 아니라, 한 줄짜리 메모다. 한 줄에 담긴 감정의 결을 잃지 않고 그대로 옮기는 일이 가장 오래 걸린다. 학원의 기억은 사진보다 손글씨가 더 따뜻하게 남는다는 것이, 이 자리의 가장 오래된 믿음이다.
“선배 필사 노트 첫 페이지가 항상 비어 있다는 거, 도서관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그 빈 첫 페이지가 마지막 페이지보다 무겁다는 사실, 노트 한 권 다 베껴봐야 압니다.”
청림학원 전설의 필사가 정수아 — 청림학원 도서관(본관 2층 안쪽 창가 자리를 사 년 동안 같은 잉크 한 병으로 굴린 자) 역사상 처음으로 학원 100주년 기념 문집 전권을 손으로 베껴낸 자 — 의 일화는 도서관 안에서 "잉크 한 병의 100년"으로 통한다.
정수아 재임 중 학원 100주년 기념 문집(청림학원 개교 100주년을 맞아 역대 학생 대표 글을 모은 문집, 전 12권) 원본이 습기로 손상될 위기에 처했다. 사서 선생님은 디지털 스캔을 제안했으나, 정수아는 3학년 2학기 시작부터 졸업 직전까지 혼자 손으로 12권을 한 자씩 베껴냈다. 그 과정에서 합창단 수석 소프라노 선배(앞서 140007 일화에 등장한 단원)의 졸업 소감 한 문장을 가장 오래 베낀 페이지로 남겼으며, 그 페이지만 잉크가 번진 흔적이 있다.
완성된 필사 문집은 학원 도서관 유리 진열장 가장 윗 칸에 놓였고, 교환 일기 큐레이터 선배(앞서 140015 일화의 그 큐레이터)는 그 첫 빈 페이지에 자기 다이어리 한 줄을 정중히 옮겨 적었다. 후대 청림학원 필사가들은 필사 노트 첫 페이지를 항상 비워두는 관례를 정수아의 그 첫 빈 페이지에서 따왔다.
비밀편지영애(秘密便紙令愛)
비밀 편지 배달원
비밀 편지를 전하는 영애
“이 편지, 받는 사람 이름은 없어. 그냥 도서관 304번 자리에 두면 닿아야 할 사람에게 닿거든.”
비밀 편지 배달원은 이름 없이 전달되는 학원 내 익명 편지 문화의 수호자다. 보내는 이가 직접 전달하기 어려운 감사·위로·격려·고백의 편지를 받아 학원 곳곳의 약속된 자리 — 도서관 창가 자리, 음악실 악보 사이, 보건실 차 쟁반 옆 — 에 슬쩍 놓아두는 역할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방 안에 편지 봉투 여러 장과 작은 스티커 한 세트, 한 손에 편지 목록 수첩이 표준이다.
배달원은 편지 내용을 절대 읽지 않는다. 봉투를 봉하는 것도, 자리를 정하는 것도, 전달 시점을 고르는 것도 전부 보내는 이의 뜻을 따른다. 이 학원에서 가장 많은 비밀을 알고 있지만, 가장 조용한 자리에 앉는 학생이다.
“배달원 선배가 졸업 직전 자기 이름을 단 한 번도 쓰지 않은 편지 한 장을 도서관 304번 자리에 두고 갔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이름 없는 편지 한 장이 서명 있는 편지 천 장보다 무겁다는 거, 받아봐야 압니다.”
청림학원 비밀 편지 배달원 오지은 — 청림학원 도서관 304번 창가 자리(학원물_여성 세계관 내 도서관 창가 가장 안쪽 자리, 학원의 여신 학생회장이 혼자 도시락을 먹던 그 자리)를 편지 배달 거점으로 사 년 동안 지킨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304번 자리의 이름 없는 한 장"으로 통한다.
오지은 재임 중, 학생 카운슬러 선배(앞서 140025 일화의 그 카운슬러)가 상담실 문을 노크하지 못하고 복도에서 돌아간 후배 한 명의 이야기를 편지 한 장으로 써서 오지은에게 건넸다. 오지은은 그 편지를 음악실 악보 사이에 두었고, 그 후배는 합창단 연습 중 악보를 꺼내다 그 편지를 발견했다. 후배는 그날 상담실 문을 처음으로 노크했으며, 카운슬러 선배는 그 문소리를 가장 오래 기다리던 소리라고 했다.
오지은은 졸업 직전 도서관 304번 자리에 자기 이름이 없는 편지 한 장 — 수신인도 발신인도 없이, "잘 닿았기를 바랍니다"라는 한 줄만 적힌 — 을 두고 학원을 떠났다. 후대 비밀 편지 배달원들은 졸업 직전 304번 자리에 이름 없는 편지 한 장을 두고 가는 의례를 오지은의 그 마지막에서 따왔다.
졸업주인공녀(卒業主人公女)
졸업식 전날의 주인공
졸업식 전날의 주인공
“내일 졸업식인데, 나는 오늘 이 교실 창문을 가장 오래 열어둘 거야. 내일보다 오늘 이 공기가 더 소중할 것 같아서.”
졸업식 전날의 주인공은 졸업을 하루 앞둔 날 학원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여학생이다. 직책도 직함도 없지만, 이 자리는 어느 졸업 학년에나 한두 명씩 나타난다. 교복을 가장 단정하게 입고, 도서관·음악실·보건실·옥상까지 사 년 동안 자신이 앉았던 자리를 하나씩 다시 찾아가며 하루를 보낸다. 외형은 완벽하게 정돈된 교복, 한 손에 작은 카메라 또는 다이어리가 표준이다.
이 학원에서 그녀가 특별한 이유는 그 하루를 혼자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사서에게, 보건실 선생님에게, 매점 아주머니에게 짧은 인사를 건네며 그 자리들을 하나씩 마무리한다. 졸업 앨범에 사진이 가장 많이 나오는 학생이 아니라, 사진 속 배경에 가장 오래 남는 학생이다.
“그 선배가 졸업식 전날 마지막으로 보건실 빈 잔 옆에 꽃 한 송이를 두고 갔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의례가 됐어요. 보건실 빈 잔 옆 꽃 한 송이가 졸업 앨범 한 권보다 무겁다는 거, 졸업 전날 그 자리에 앉아봐야 압니다.”
청림학원 졸업식 전날의 주인공 박하연 — 졸업식 전날 청림학원 교내 모든 자리 — 도서관 창가, 음악실 피아노 앞, 보건실 빈 잔 옆, 옥상 화단 끝 — 을 혼자 순례한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전날 순례 한 바퀴"로 통한다.
박하연이 졸업식 전날 오후, 보건실 선생님이 퇴근 후 빈 보건실 차 쟁반 옆에 꽃 한 송이(도서관 화단 지기 선배의 화단 가장자리에서 꺾은 들꽃 한 송이)를 두었다. 다음 날 보건실 선생님은 그 꽃을 보고 빈 잔에 물을 부어 두었으며, 그 날 졸업식 내내 그 꽃은 보건실 창가에서 시들지 않았다.
분실물 보관소지기 선배(앞서 140016 일화의 그 보관소지기)는 박하연이 전날 자기 보관소 앞에 정중히 서서 한 번 고개를 숙인 사실을 기억했으며, 그해부터 보관소 선반 맨 앞 칸에 들꽃 한 송이를 졸업식 전날마다 두는 관례를 만들었다. 후대 졸업 학년 학생들은 졸업식 전날 학원 안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 들꽃 한 송이를 두고 가는 의례를 박하연의 그 순례에서 따왔다.
악보편집녀(樂譜編輯女)
합창단 악보 편집장
합창단의 악보를 엮는 편집장
“이 악보, 음표 간격이 2mm 더 넓어야 해. 그래야 이 파트 숨 고르는 타이밍에 눈이 한 박자 늦지 않거든.”
합창단 악보 편집장은 합창부 연습용 악보의 편집·인쇄·배포를 담당하는 학생이다. 단순 복사가 아니라, 각 파트별 호흡 지점·다이나믹(음의 세기) 기호·페이지 넘김 타이밍까지 고려해 악보를 재편집한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어깨에 악보 가방, 한 손에 붉은 펜과 자가 표준이다.
합창단 수석 소프라노와 함께 무대를 준비하지만, 악보 편집장은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 관중석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공연이 끝나면 악보에 수정 메모를 가득 달아서 돌아간다. 가장 좋은 공연은 악보가 안 보여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악보가 가장 잘 보일 때 나온다.
“편집장 선배 악보에 붉은 펜 메모가 가장 많은 페이지가 항상 마지막 페이지라는 거, 합창단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계율이에요. 그 마지막 메모 한 줄이 앙코르 한 곡보다 무겁다는 거, 악보 한 번 받아봐야 압니다.”
청림학원 합창단 악보 편집장 한지수 — 청림학원 합창단(청림학원 연간 가장 큰 발표회 무대를 사십 년 끌어온 비공식 중심 단체) 역사상 악보 편집 오류 없이 한 시즌을 마친 유일한 편집장 — 의 일화는 합창단 안에서 "붉은 메모 마지막 페이지"로 통한다.
한지수 재임 중 합창단 봄 발표회 직전, 악보 파트 배포 과정에서 알토 파트 악보와 소프라노 파트 악보가 두 장 바뀐 사실이 드레스 리허설 당일 아침에 발견되었다. 합창단 수석 소프라노 선배(앞서 140007 일화의 그 소프라노)는 한지수에게 아무 말 하지 않고 자기 악보 위에 연필로 파트 이름만 바꿔 적었다.
한지수는 공연 후 그 악보를 돌려받아 수석 소프라노가 연필로 고친 두 글자 위에 붉은 펜으로 "이 두 글자 때문에 리허설을 살렸습니다"라고 적었다. 그 악보는 합창단 연습실 벽에 정중히 걸렸으며, 후대 악보 편집장들은 발표회 직후 악보 마지막 페이지에 공연 중 가장 아슬아슬했던 한 순간을 붉은 펜 한 줄로 적는 관례를 따른다.
비공식멘토녀(非公式멘토女)
비공식 멘토 선배
비공식으로 후배를 이끄는 선배녀
“나한테 공부 비법 물어보면 알려줄 게 없어. 대신 네가 어떤 걸 힘들어하는지 듣는 건 잘해.”
비공식 멘토 선배는 학원의 공식 상담 선생님이나 학생 카운슬러와는 달리, 그냥 "말 잘 들어준다"는 입소문 하나로 찾아오는 후배들을 받아주는 여학생이다. 자리는 보통 도서관 한쪽 구석, 방과 후 빈 교실, 합창단 연습 끝난 음악실이다. 특별한 자격도, 공식 직함도 없지만 한 학기에 후배 열 명 이상이 한 번씩은 찾아온다. 외형은 단정하지만 편한 교복, 가방에는 늘 여분의 과자 한 봉지가 표준이다.
본인은 스스로를 멘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듣고, 필요하면 과자를 뜯어 나누는 것뿐이라고 한다. 학원에서 가장 도움이 된 사람이 어느 선생님인지 물으면, 적지 않은 학생들이 이 선배의 이름을 댄다.
“멘토 선배 가방에 항상 과자 한 봉지가 있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신호예요. 그 과자 봉지가 학생 카운슬러실 문패보다 무겁다는 거, 과자 한 번 같이 뜯어봐야 압니다.”
청림학원 비공식 멘토 선배 양서연 — 학원의 공식 어떤 상담 기구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은 채 사 년 동안 후배 42명의 이야기를 들어준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과자 봉지 사십이 번"으로 통한다.
양서연 재임 중 학생 카운슬러 선배(앞서 140025 일화의 그 카운슬러)가 상담실 문을 너무 무겁게 느끼는 후배들을 위해 비공식으로 양서연에게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이 졸업 후에야 알려졌다. 두 사람은 같은 학년이었지만 서로의 역할에 대해 단 한 번도 직접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졸업식 날 카운슬러 선배는 양서연의 가방에 과자 한 봉지를 정중히 넣어 두었고, 양서연은 그 봉지를 뜯지 않은 채 후임 멘토로 자연스럽게 그 역할을 이어받은 후배에게 정중히 건넸다. 후대 청림학원 비공식 멘토 선배들은 졸업 직전 후임에게 과자 봉지 한 개를 정중히 건네는 관례를 양서연의 그 졸업식에서 따왔다.
뮤지컬연출녀(뮤지컬演出女)
학원 뮤지컬 연출가
학원 뮤지컬을 연출하는 여인
“이 장면, 조명보다 침묵이 먼저야. 객석이 숨을 멈추는 그 한 박자가 뮤지컬의 전부거든.”
학원 뮤지컬 연출가는 학원 축제 최대 무대인 뮤지컬 공연의 연출을 맡는 학생이다. 배우·음악·조명·무대 장치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역할이며, 학원 연극부·합창단·방송부·미술부가 모두 그녀의 큐 사인 아래 한 무대를 만든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목에 연출 스카프, 손에 두꺼운 대본과 형광펜이 표준이다.
리허설 기간 내내 배우보다 늦게 퇴근하고 일찍 도착한다. 공연 당일 본인은 무대 위에 올라가지 않지만, 공연이 끝나면 가장 먼저 무대 위로 올라가 빈 무대를 혼자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진짜 연출은 스포트라이트 아래가 아니라, 스포트라이트가 꺼진 뒤에 남는 것이다.
“연출 선배가 공연 끝난 뒤 빈 무대 위에 혼자 올라가 두 분 동안 서 있다는 거, 우리 연극부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의례예요. 그 두 분이 공연 전체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무대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학원 뮤지컬 연출가 서은정 — 청림학원 봄 축제 뮤지컬 무대(청림학원 체육관 본 무대에서 매년 봄 축제 이틀째 저녁에 올리는 가장 큰 무대) 역사상 단 한 번의 조명 오류 없이 세 편 연속 공연을 마친 자 — 의 일화는 연극부 안에서 "빈 무대 두 분"으로 통한다.
서은정 재임 중 봄 축제 뮤지컬 공연 마지막 장면에서 주연 여학생 이예진(당시 연극부 2학년)이 마지막 대사를 한 박자 일찍 끊었다. 서은정은 조명 큐를 한 박자 늦춰 그 침묵을 메웠고, 관객석은 그 침묵 안에서 가장 긴 박수를 보냈다.
이예진은 공연 후 "선배가 살려줬어요"라고 했지만, 서은정은 "네가 한 박자 먼저 멈췄기 때문에 그 침묵이 생겼어"라고만 답했다. 합창단 악보 편집장 한지수(당시 편집장)는 그 공연 대본 마지막 페이지에 "침묵 — 한 박자 선배의 몫"이라는 한 줄을 붉은 펜으로 적어 연출실에 봉인해 두었다.
동계스터디녀(冬季스터디女)
동계 특강 스터디장
동계 특강 스터디를 이끄는 여인
“겨울 방학 스터디, 아침 8시 시작이에요. 늦는 사람은 자기 자리 커피 식어도 제가 안 기다립니다.”
동계 특강 스터디장은 겨울 방학 중 자발적으로 모인 스터디 그룹을 이끄는 여학생이다. 학원의 공식 보충 수업도, 학원 강사도 아니지만 스터디장의 진도표는 학원 수업 커리큘럼보다 더 촘촘하다. 외형은 방학 중 편한 사복, 어깨에 가득 찬 노트 가방, 손에 스터디 일정표가 표준이다.
가장 큰 임무는 공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8명이 방학 내내 매일 아침 같은 자리에 나오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매일 전날 저녁 스터디원 8명에게 다음 날 아침 첫 번째 문제를 미리 문자로 보낸다. 한 가지 질문이 여덟 명을 아침 8시에 같은 자리로 데려오는 것이다.
“스터디장 선배가 방학 마지막 날 스터디원 전원에게 질문 대신 한 마디를 문자로 보낸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그 한 마디가 문제 한 세트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스터디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동계 특강 스터디장 최유진 — 청림학원 겨울 방학 중 스터디(도서관 세미나실을 하루 세 시간씩 빌려 쓰는 8인 비공식 스터디) 역사상 단 한 명도 중도 이탈 없이 방학 전체를 마친 첫 스터디장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방학 마지막 날 한 마디"로 통한다.
최유진 재임 중 겨울 방학 스터디 3주 차 어느 날, 스터디원 강다현(당시 2학년)이 가족 사정으로 스터디 이탈을 고려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최유진은 스터디 계획표를 바꾸는 대신 그날 저녁 강다현에게만 "내일 아침 질문은 네가 정해줘"라는 문자 한 통을 보냈다. 강다현은 다음 날 아침 8시에 나왔고, 그날 스터디 첫 번째 문제는 강다현이 전날 밤 직접 만든 문제였다.
방학 마지막 날 최유진은 8명 전원에게 질문 대신 "올 겨울 가장 잘한 일 하나씩"이라는 한 마디를 보냈다. 8개의 답장이 왔고, 그 8개 문장은 스터디 노트 마지막 페이지에 정중히 모아졌다.
식물원녀(植物園女)
식물 키우기 동아리 회장
식물 키우기 동아리 회장
“이 화분, 물 주기 전에 흙 한 번 눌러봐. 흙이 말하는 게 있어, 아직 충분하다고.”
식물 키우기 동아리 회장은 학원 교실 창가와 복도 한쪽을 녹색으로 채우는 비공식 식물 돌봄 동아리의 수장이다. 화단 정원지기보다 실내 공간에 집중하며, 각 교실 창가에 화분 하나씩을 배치하는 것이 이 동아리의 첫 번째 임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작은 새싹 배지, 한 손에 흙 상태 점검 도구 세트가 표준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식물을 잘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같은 교실 화분에 물을 주는 학생이 매 학기 바뀌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식물이 시드는 이유는 대개 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돌봐줄 사람이 잊어서다. 진짜 회장은 가장 예쁜 식물을 고르는 자가 아니라, 가장 오래 기억해 주는 자다.
“회장 선배가 졸업 직전 각 교실 화분 옆에 물 주기 기록 노트를 한 권씩 남긴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의례예요. 그 노트 한 권이 화분 한 개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동아리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식물 키우기 동아리 회장 임서율 — 청림학원 교실 창가 화분 프로젝트(청림학원 40개 교실 창가에 화분 하나씩을 배치하는 비공식 동아리 프로젝트) 역사상 처음으로 40개 교실 전체에 화분을 입주시킨 자 — 의 일화는 동아리 안에서 "40개 화분의 봄"으로 통한다.
임서율 재임 중 봄 학기 시작 첫 주, 화단 정원지기 선배(앞서 140017 일화의 그 화단지기)가 자기 화단에서 직접 번식시킨 화분 묘목 40개를 동아리방 앞에 정중히 내놓았다. 임서율은 40개를 혼자 40개 교실에 배달했으며, 각 교실 담임 선생님에게 "이 화분, 한 학기만 맡아주세요"라는 쪽지를 달았다. 한 학기 뒤 40개 교실 중 38개 교실의 화분이 살아 있었고, 죽은 2개 화분이 있던 교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화분을 새로 구해왔다.
그 40개 중 처음으로 꽃을 피운 화분이 도서관 창가 자리 옆 한 개였으며, 전설의 필사가 정수아(앞서 140031 일화의 그 필사가)는 그 꽃이 핀 날을 자기 필사 노트에 날짜와 함께 한 줄 적어 두었다.
기숙케어녀(寄宿케어女)
기숙사 룸 케어 리더
기숙사 룸 케어를 이끄는 리더
“룸 8호, 오늘 창문 한 번도 안 열렸네. 밤 되기 전에 한 번 열어야 내일 아침이 달라져.”
기숙사 룸 케어 리더는 학원 여학생 기숙사의 각 방을 순찰하며 생활 환경을 점검하는 비공식 리더 학생이다. 기존의 기숙사 룸장보다 역할이 넓어, 공부 환경·수면 패턴·정신적 피로도까지 신경 쓴다. 외형은 기숙사 점퍼, 어깨에 룸 점검 노트, 한 손에 소형 향초(공기 환기 용도로 사용하는 작은 향기 초)가 표준이다.
매일 오후 순찰 중 창문이 하루 종일 닫혀 있는 방을 발견하면, 문 앞에 쪽지 한 장을 두고 간다. "환기 한 번 부탁드립니다"가 아니라, "오늘 하늘이 예쁩니다"라는 한 줄짜리 쪽지다. 그 쪽지를 받은 학생이 창문을 여는 비율이, 직접 부탁보다 더 높다.
“케어 리더 선배가 쓰는 쪽지가 항상 날씨 이야기라는 거, 기숙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날씨 한 줄이 환기 요청 열 번보다 무겁다는 거, 쪽지 한 번 받아봐야 압니다.”
청림학원 기숙사 룸 케어 리더 민지아 — 청림학원 여학생 기숙사(본관 옆 구관 4층짜리 기숙사 건물) 역사상 처음으로 한 학기 동안 기숙사 전체 방의 창문 개방률 100%를 달성한 자 — 의 일화는 기숙사 안에서 "날씨 쪽지 한 학기"로 통한다.
민지아 재임 중 기숙사 4층 끝 방(가장 안쪽이라 햇볕이 가장 늦게 드는 방) 거주 학생 이나래(당시 3학년)가 한 달 동안 방문을 잠근 채 창문도 열지 않았다. 민지아는 이나래에게 직접 말을 건는 대신 매일 저녁 그 방 문 앞에 날씨 쪽지 한 장을 두었다. 21번째 쪽지를 두러 갔을 때 방 창문이 1cm 열려 있었고, 민지아는 그날 쪽지에 "오늘은 1cm, 내일은 2cm"라고만 적었다.
이나래는 그 쪽지들을 모두 방 벽에 차례대로 붙여 두었으며, 졸업 직전 민지아에게 "선배 쪽지가 이 학원에서 제일 좋은 창문이었어요"라고 했다. 후대 기숙사 룸 케어 리더들은 방문이 잠긴 방 앞에 날씨 쪽지 한 장을 두는 관례를 민지아의 그 21번에서 따왔다.
라디오작가녀(라디오作家女)
학교 라디오 작가
학교 라디오의 글을 짓는 작가
“오늘 방송 사연 중에 이름 없는 게 하나 왔어요. 제가 읽겠습니다. 더 잘 들릴 것 같아서요.”
학교 라디오 작가는 학원 방송부 점심 방송의 사연 코너 대본을 쓰는 학생이다. 방송부 점심 DJ와 함께 일하지만, DJ가 말하는 목소리라면 작가는 그 목소리가 담을 이야기를 고르는 자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어깨에 작은 헤드폰, 손에 빨간 펜이 가득한 사연 묶음이 표준이다.
하루에 오는 사연 중 방송에 나가는 것은 세 개지만, 나머지 사연도 작가의 눈에 한 번씩 읽힌다. 읽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안다. 진짜 라디오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사연을 쓴 사람의 마음이 한 번 읽혔다는 사실 위에 있다.
“작가 선배가 방송 못 나간 사연도 마지막에 한 줄 답장을 달아 봉투에 넣어 둔다는 거, 방송부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방송 못 나간 한 줄이 방송 나간 세 줄보다 무겁다는 거, 사연 한 번 써봐야 압니다.”
청림학원 학교 라디오 작가 김다빈 — 청림학원 방송부 점심 방송(매일 4교시 종 직후 20분 동안 사연과 음악을 섞어 내보내는 학원 고정 방송) 역사상 사연 답장 봉투 시스템을 처음 만든 자 — 의 일화는 방송부 안에서 "봉투 속 한 줄 답장"으로 통한다.
김다빈 재임 중 어느 봄 점심 방송 사연 묶음에서 이름도, 사연 내용도 없이 "듣고 있어요"라는 세 글자만 적힌 쪽지 하나가 들어왔다. 방송부 점심 DJ(앞서 140023 일화의 그 DJ)는 이 사연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김다빈은 그 쪽지를 방송에 올리지 않고, 빈 봉투에 "저도 듣고 있어요"라는 세 글자를 적어 방송실 사연함 옆 작은 선반에 두었다.
그 봉투는 다음 날 사라졌고, 한 주 뒤 같은 글씨로 "감사해요"라는 두 글자 쪽지가 사연함에 들어왔다. 김다빈은 그 쪽지도 방송에 올리지 않고 봉투 옆 칸에 한 줄 더 적어 두었다. 후대 학교 라디오 작가들은 방송 못 나간 사연에 한 줄 답장을 달아 봉투에 넣는 관례를 김다빈의 그 세 글자에서 따왔다.
수련단장녀(修練團長女)
여름 방학 수련회 단장
여름 방학 수련회를 이끄는 단장
“수련회 사흘, 가장 중요한 건 일정표가 아니에요. 어떤 밤에 누가 울지 미리 아는 게 단장의 일이거든요.”
여름 방학 수련회 단장은 여학생 기숙사 수련회(방학 중 2박 3일로 진행되는 비공식 자율 캠프)를 이끄는 학생이다. 공식 행사의 총감독보다 규모는 작지만, 참가자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외형은 수련회 단체 후드티, 어깨에 캠프 일정 수첩, 한 손에 간식 박스가 표준이다.
사흘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은 낮이 아니라 밤이다. 야간 프로그램 후 자유 시간에 혼자 텐트 밖에 나와 있는 학생을 발견하면, 그 옆에 슬쩍 간식 하나를 두고 자리를 피해준다. 같이 앉아야 할 때와 자리를 비워줘야 할 때를 구분하는 것이 단장의 가장 어려운 판단이다.
“단장 선배가 수련회 마지막 아침 일지 첫 줄을 항상 우는 학생 이름으로 시작한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그 이름 한 줄이 수련회 일정 전체보다 무겁다는 거, 한 번 같이 수련회 가봐야 압니다.”
청림학원 여름 방학 수련회 단장 신예원 — 청림학원 여학생 기숙사 수련회(매년 7월 말 인근 청소년 수련원에서 2박 3일로 진행되는 자율 캠프) 역사상 단 한 번도 수련회 참가자 중 혼자 귀가한 학생 없이 사흘을 마친 단장 — 의 일화는 수련회 안에서 "간식 박스 옆자리"로 통한다.
신예원 재임 중 수련회 둘째 밤, 2학년 강민하가 야간 프로그램 직후 텐트 밖에서 혼자 하늘을 보고 있었다. 신예원은 강민하 옆에 사과 한 조각을 두고 아무 말 없이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강민하는 단장 텐트 앞에 수련회 마지막 날 쓴 일지 한 장을 두었으며, 그 일지 첫 줄에는 "어젯밤 사과 한 조각이 이 수련회 전체였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신예원은 그 일지를 수련회 마지막 페이지에 정중히 끼워 넣었고, 후대 여름 방학 수련회 단장들은 밤에 혼자 있는 참가자 옆에 말 없이 간식 하나를 두고 오는 관례를 신예원의 그 밤에서 따왔다.
합창반주녀(合唱伴奏女)
합창부 반주자
합창부의 반주를 맡은 여인
“내 피아노 소리는 가능한 한 들리지 않는 게 제일이에요. 노래가 들려야 하거든요.”
합창부 반주자는 합창단 연습과 공연의 피아노 반주를 전담하는 학생이다. 합창단 수석 소프라노가 목소리로 무대를 이끈다면, 반주자는 그 모든 목소리를 아래에서 받쳐주는 자다. 외형은 단정한 공연 드레스 또는 교복, 한 손에 악보 클립보드가 표준이다.
가장 좋은 반주는 가장 크게 치는 것이 아니라, 합창 파트 사이 사이에서 정확히 숨을 채우는 것이다. 연주 중 반주자 손이 틀리면 합창 전체가 흔들리지만, 반주자 이름은 공연 팸플릿 가장 마지막 줄에 있다. 진짜 반주자는 자기 이름이 잘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가장 정확하게 치는 자다.
“반주자 선배가 공연 전날 건반 하나씩 소리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버릇, 합창단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의례예요. 그 건반 하나 확인이 공연 전체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합창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합창부 반주자 윤아린 — 청림학원 합창단 반주자 역사상 연습 중 악보를 한 번도 틀린 음으로 진행하지 않은 채 한 시즌을 마친 자 — 의 일화는 합창단 안에서 "마지막 건반 한 음"으로 통한다.
윤아린 재임 중 합창단 봄 발표회 리허설 마지막 날, 악보 편집장 한지수(앞서 140034 일화의 그 편집장)가 편집 실수로 반주 악보 한 페이지를 바꿔 넣은 사실이 리허설 시작 10분 전에 발견되었다. 윤아린은 악보를 받아 10분 동안 바뀐 페이지의 음을 눈으로만 읽었고, 리허설을 그 악보로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마쳤다.
한지수는 그 악보 바뀐 페이지에 "10분 — 눈으로만 읽음"이라는 메모를 붉은 펜으로 적었다. 합창단 수석 소프라노 선배(앞서 140007 일화의 그 소프라노)는 그날 리허설 후 "오늘 무대는 윤아린 혼자 세운 거야"라고 했으며, 윤아린은 그 말을 악보 첫 페이지 여백에 조용히 한 줄 적어 두었다.
시화기획녀(詩畵企劃女)
시화전 기획자
시화전을 기획하는 여인
“글이 그림보다 먼저도 아니고, 그림이 글보다 먼저도 아니에요. 같이 숨 쉬어야 시화예요.”
시화전 기획자는 학원 봄 학기 복도에서 열리는 시화전(시와 그림을 함께 전시하는 학원 행사)의 주제 선정·참여자 모집·전시 배치를 총괄하는 학생이다. 학생회 행사도, 동아리 행사도 아닌 비공식 자율 행사이지만 매년 봄 복도가 가장 붐비는 한 주를 만든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어깨에 롤 도화지 묶음, 한 손에 배치 스케치북이 표준이다.
시화전의 가장 큰 묘미는 참여자 이름을 적지 않는 것이다. 어떤 그림이 누구 것인지, 어떤 시가 누구 것인지를 전시 기간 동안 아무도 모른다. 자기 작품 앞에 가장 오래 서 있는 사람이 그 작품의 주인이라는 것을 전시가 끝날 때쯤 다들 알게 된다.
“시화전 기획자 선배가 자기 작품에 이름을 안 붙이는 이유,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미스터리예요. 이름 없는 한 작품이 이름 있는 열 작품보다 무겁다는 사실, 전시 한 번 서봐야 압니다.”
청림학원 시화전 기획자 황지은 — 청림학원 봄 복도 시화전(청림학원 봄 학기 복도를 이틀간 전시장으로 바꾸는 비공식 연례 행사) 역사상 처음으로 참여자 전원 이름 비공개 원칙을 도입한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이름 없는 시화전"으로 통한다.
황지은 재임 중 봄 시화전에서 학원의 여신 학생회장(앞서 140001 일화의 그 학생회장)이 익명으로 출품한 시 한 편이 전시장 가장 한쪽 구석에 걸렸다. 전시 이틀째 그 시 앞에 가장 오래 서 있던 사람은 학생회장의 가장 친한 친구였으며, 두 사람은 그 시에 대해 졸업 후에도 한 번도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다.
황지은은 그 전시가 끝난 뒤 이름 없는 작품들을 모아 바인더 한 권에 정중히 묶어 도서관 안쪽 자리에 두었다. 전설의 필사가 정수아(앞서 140031 일화의 그 필사가)는 그 바인더를 한 장씩 손으로 베껴 필사 노트 한 권을 완성했다.
독서사회녀(讀書司會女)
교내 독서 토론 사회자
독서 토론을 진행하는 사회자
“오늘 책, 다 읽고 오지 않아도 돼요. 읽다가 걸린 페이지가 있으면 그것만 가져오면 충분해요.”
교내 독서 토론 사회자는 학원 도서부와 연계해 월 1회 교내 독서 토론 모임을 진행하는 여학생이다. 강의도, 발표도 아니라 같이 읽으면서 서로 다른 점을 발견하는 것이 이 모임의 목표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책 모양 배지, 한 손에 사회 진행 메모 카드가 표준이다.
가장 좋은 토론은 "이 책 어땠어요?"라는 질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서 가장 오래 걸린 페이지가 어디예요?"라는 질문에서 나온다. 사회자는 자기 의견을 가장 나중에 말하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가장 오래 듣는다.
“사회자 선배가 토론 끝에 항상 그날 자기 이야기를 가장 짧게 한다는 거, 독서 모임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계율이에요. 그 짧은 한 마디가 전체 토론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독서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교내 독서 토론 사회자 조예린 — 청림학원 교내 독서 토론 모임(도서부 후원 월 1회 비공식 독서 모임, 참가 인원 10인 이내)에서 사 년 동안 한 번도 자기 의견을 먼저 말한 적이 없는 사회자 — 의 일화는 도서부 안에서 "마지막 한 마디"로 통한다.
조예린 재임 중 졸업 학기 마지막 독서 토론에서 참가자들이 "사회자 선배 의견은 매번 마지막인데, 오늘은 먼저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조예린은 잠시 생각하더니 "제가 이 자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기서만 제가 가장 마지막 사람이 될 수 있어서예요"라고 했다. 그 한 문장 이후 그날 토론은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 더 이어졌다.
방학 중 도서관 단골(앞서 이 세계관의 도서 위원 140027 일화의 그 위원)은 그 토론 기록을 도서부 활동지 마지막 페이지에 정중히 적어 두었으며, 후대 교내 독서 토론 사회자들은 마지막 발언을 항상 가장 짧게 하는 관례를 조예린의 그 한 문장에서 따왔다.
환기당번녀(換氣當番女)
창문 환기 당번
창문 환기 당번을 도맡는 여인
“3교시 끝나면 창문 한 번씩 열어요. 10분이면 공기가 바뀌거든요.”
창문 환기 당번은 학원 각 교실의 환기 시간을 챙기는 자발적 당번 학생이다. 선생님도, 학생회도 공식으로 배정한 자리가 아니라 "내가 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역할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한 손에 작은 환기 점검 메모지가 표준이다.
가장 좋은 환기는 창문을 가장 크게 여는 게 아니라, 가장 정확한 타이밍에 여는 것이다. 시험 직전이나 점심 직후처럼 공기가 가장 무거운 순간을 알아채는 감각이 이 역할의 핵심이다. 공기가 바뀌면 그 교실 학생들의 표정이 한 박자 달라진다는 것을, 오래 해온 학생만 안다.
“환기 당번 선배가 시험 날 아침 가장 먼저 교실 창문을 여는 버릇, 우리 반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의례예요. 그 창문 한 번이 시험 준비 한 달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교실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창문 환기 당번 이가영 — 청림학원 3학년 5반(졸업반 한 반, 창가 두 자리 중 항상 오른쪽 창문이 단단하게 걸리는 반)에서 한 학기 동안 오른쪽 창문을 한 번도 포기하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반 안에서 "오른쪽 창문 한 학기"로 통한다.
이가영의 3학년 5반 오른쪽 창문은 여름부터 뻑뻑하게 걸려 두 손으로 밀어야 겨우 열렸다. 이가영은 매일 3교시 끝에 혼자 그 창문을 열었으며, 손가락이 아프면 팔꿈치를 대고 밀었다. 2학기가 시작된 어느 날, 기숙사 룸 케어 리더 민지아(앞서 140039 일화의 그 리더)가 방과 후 그 창문 앞에서 이가영을 도와 같이 밀었고, 두 사람은 그날부터 매일 오른쪽 창문을 같이 열었다.
졸업 직전 그 창문은 수리가 되었고, 이가영은 창문 레일 아래에 "이 창문, 2학기 내내 두 손이 열었습니다"라는 쪽지를 정중히 붙여 두었다. 후대 3학년 5반 창문 환기 당번들은 오른쪽 창문을 열 때 한 손 대신 두 손을 쓰는 관례를 이가영의 그 여름에서 따왔다.
분리수거녀(分離收去女)
분리수거 담당 위원
분리수거 담당 위원녀
“이 봉투, 플라스틱이 아니라 비닐이에요. 다른 칸에 넣어주세요. 이 두 칸 차이가 지구 한 칸이거든요.”
분리수거 담당 위원은 학원 환경 위원회의 분리수거 구역을 담당하는 학생이다. 공식 환경 위원이지만, 실제로는 쉬는 시간마다 교실 쓰레기통을 확인하고 잘못 버려진 것을 조용히 옮겨 담는 일을 한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분리수거 배지, 한 손에 작은 분류 도구 세트가 표준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잘못 버린 학생을 혼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분류하는지 가장 쉽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자리의 위원들은 쓰레기통 옆에 직접 그림으로 그린 분류 안내문을 붙인다. 글자보다 그림이, 규칙보다 그림이 더 오래 기억된다.
“위원 선배가 분류 안내문을 매 학기 직접 그려서 새로 붙인다는 거, 환경 위원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의례예요. 그 손그림 한 장이 안내 방송 열 번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환경부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분리수거 담당 위원 박소율 — 청림학원 환경 위원회(청림학원 교내 쓰레기 분리수거 체계를 관리하는 학생 자치 위원회) 역사상 처음으로 손그림 분류 안내문을 도입해 교내 분리수거 정확도를 한 학기 만에 두 배로 높인 자 — 의 일화는 환경 위원회 안에서 "손그림 안내문 한 장"으로 통한다.
박소율 재임 중 봄 학기 첫 주, 미술부 아틀리에 지기(앞서 140011 일화의 그 아틀리에 지기)가 점심 후 복도를 지나다 쓰레기통 옆에 박소율이 혼자 무릎 꿇고 색연필로 분류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았다. 미술부 아틀리에 지기는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가장 어려운 칸 — 복합 소재 분류 칸 — 의 그림을 같이 그렸다.
두 사람이 함께 그린 분류 안내문 한 장이 가장 복잡한 칸 옆에 붙었으며, 그 한 장 덕분에 그 칸의 분리수거 정확도가 가장 크게 올랐다. 박소율은 그 원본 안내문을 환경 위원회 활동 기록 첫 페이지에 정중히 붙여 두었다.
응원쪽지낭(應援쪽지娘)
친구 응원 쪽지 작가
친구를 응원하는 쪽지를 쓰는 처녀
“시험 전날 책상 위에 올려두는 거야. 내 이름은 안 써. 그냥 오늘 힘냈다는 거 알아줬으면 해서.”
친구 응원 쪽지 작가는 시험 직전이나 결과 발표 날, 친구들의 책상 위에 익명 응원 쪽지를 올려두는 학생이다.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거창한 준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포스트잇 한 장에 따뜻한 한 문장을 쓰고, 책상 위에 얹어두면 된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방에 항상 알록달록 포스트잇 묶음이 표준이다.
한 사람이 쪽지를 쓰기 시작하면 반 전체가 따라한다는 것이 이 자리의 가장 놀라운 특징이다. 처음 쪽지를 받은 학생이 다음 시험 때 또 다른 학생의 책상에 쪽지를 올려두는 방식으로, 한 반의 응원 문화가 퍼져나간다. 진짜 응원은 점수를 기원하는 게 아니라, "네가 여기 있는 것만으로 충분해"라는 한 줄이다.
“쪽지 작가 선배가 졸업 직전 자기 쪽지에 처음으로 이름을 썼다는 거, 우리 반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이름 있는 마지막 한 장이 이름 없는 천 장보다 무겁다는 사실, 졸업식 날 받아봐야 압니다.”
청림학원 친구 응원 쪽지 작가 한소희 — 청림학원 3학년 2반에서 봄 학기 한 학기 동안 익명 쪽지 47장을 반 전체 친구들에게 올려둔 자 — 의 일화는 반 안에서 "47번의 이름 없는 한 줄"로 통한다.
한소희 재임 중 봄 중간고사 직전, 반 친구 전체 28명의 책상에 쪽지 한 장씩을 올려두고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각 쪽지에는 그 친구만을 위한 한 문장이 적혀 있었으며, 어느 쪽지에도 이름이 없었다. 비공식 멘토 선배 양서연(앞서 140035 일화의 그 멘토)은 그날 쪽지를 받은 뒤 처음으로 과자 봉지를 뜯지 않고 봉투에 정중히 담아 한소희의 가방에 넣어두었다.
한소희는 졸업 직전 마지막 쪽지에만 처음으로 이름을 적었다. 그 쪽지 수신인은 전 학기 동안 단 한 번도 자기 책상에서 쪽지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던 친구였으며, 그날 그 친구는 처음으로 쪽지에 이름을 적어 한소희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기상관찰낭(氣象觀察娘)
기상 관찰 일지 담당
기상 관찰 일지를 적는 처녀
“오늘 오전 9시 하늘, 적운(뭉게구름)이에요. 비 안 와요. 우산 안 가져와도 됩니다.”
기상 관찰 일지 담당은 매일 아침 학원 옥상에서 날씨를 직접 관찰하고 학급 게시판에 그날 날씨 예보를 붙여두는 학생이다. 공식 기상청 예보를 그대로 쓰지 않고, 학원 주변 공기와 구름 모양을 직접 관찰해 작성하는 것이 이 자리의 자부심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어깨에 소형 기상 관측 세트, 한 손에 일지 노트가 표준이다.
기상 관측이 틀리는 날도 있다. 그럴 때는 다음 날 일지 첫 줄에 "어제 예보 오차 — 원인 분석"을 솔직하게 적는다. 틀린 예보보다 오차 분석을 솔직하게 적는 자세가, 이 자리의 가장 중요한 전통이다.
“관찰 담당 선배 일지에 오차 분석 칸이 제일 촘촘하게 채워져 있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계율이에요. 오차 한 줄이 맞춘 예보 열 줄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기상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기상 관찰 일지 담당 강나연 — 청림학원 기상 관찰 일지(청림학원 옥상에서 매일 아침 7시 반에 직접 관측해 작성하는 비공식 학원 날씨 일지) 역사상 처음으로 연간 기상 데이터를 학원 도서관에 기증한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365일 오차 분석"으로 통한다.
강나연 재임 중 겨울 방학 동안에도 기상 관찰을 멈추지 않았다. 방학 중 도서관에 혼자 와 일지를 쓰다가, 방학 중 도서관 단골이 된 친구와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날씨 이야기를 나눴다. 그 친구는 교내 독서 토론 사회자 조예린(앞서 140044 일화의 그 사회자)이었으며, 둘은 그 겨울 방학 동안 날씨 이야기로 시작해 책 이야기로 끝나는 대화를 매일 나눴다.
강나연은 365일치 기상 일지를 도서관에 기증할 때 오차 분석 칸을 절대 지우지 않은 채 제출했으며, 사서는 그 일지를 도서관 유리 진열장 두 번째 칸에 정중히 올려두었다.
화장실안내낭(化粧室案內娘)
화장실 이용 안내 당번
화장실 이용을 안내하는 처녀
“3층 화장실 지금 두 칸 사용 중이에요. 4층이 지금 빈 칸 더 많아요.”
화장실 이용 안내 당번은 쉬는 시간 학원 화장실 이용이 몰리는 시간대에 빈 화장실 칸 현황을 안내하는 자발적 당번 학생이다. 특별한 기술도, 공식 권한도 없지만 학원에서 가장 실용적인 정보를 가장 빠르게 전달하는 자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한 손에 작은 안내 보드가 표준이다.
하는 일이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매 쉬는 시간 화장실 층별 현황을 파악해 두어야 한다. 5분 쉬는 시간 동안 가장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한 마디를 하는 자리다. 학원에서 가장 작은 안내가 가장 많은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이유를 이 자리를 해본 사람만 안다.
“안내 당번 선배가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 현황을 직접 확인하러 간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그 확인 한 번이 안내 보드 열 장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복도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화장실 이용 안내 당번 오다연 — 청림학원 2학년 3반에서 한 학기 동안 한 번도 쉬는 시간 당번을 빠진 적 없는 자 — 의 일화는 학원 복도에서 "빈 칸 한 마디"로 통한다.
오다연 재임 중 어느 가을, 시험 결과 발표 당일 쉬는 시간 3층 화장실 앞에서 한 학생이 오다연의 안내를 듣고 "고마워요"라고 인사했다. 오다연은 그날 처음으로 안내 보드 뒷면에 "오늘 고마워요 1번"이라고 적었다.
그 학기 말 안내 보드 뒷면에는 "오늘 고마워요" 메모가 47번 모여 있었으며, 오다연은 그 보드를 친구 응원 쪽지 작가 한소희(앞서 140047 일화의 그 쪽지 작가)에게 정중히 건넸다. 한소희는 그 47번을 한 번씩 읽고 포스트잇 한 장에 "이 학원에서 가장 많이 고마워요를 받은 사람"이라고 써서 오다연의 사물함에 붙여두었다.
복도구경낭(複道求景娘)
복도 게시판 구경꾼
복도 게시판을 구경하는 처녀
“오늘 복도 게시판에 새 공지 두 개 붙었어. 아, 하나는 어제 것인데 지금 떨어지려고 해.”
복도 게시판 구경꾼은 학원 복도 게시판 앞에 자주 멈춰 서서 새로 붙은 공지·행사 안내·동아리 모집 포스터를 꼼꼼히 읽는 학생이다. 아무 직함도, 아무 역할도 없지만 학원에서 새로운 소식을 가장 먼저 아는 자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한 손에 게시판 사진을 찍는 스마트폰이 표준이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게시판을 자주 보다 보면, 어떤 포스터가 오래가고 어떤 포스터가 빨리 떨어지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빨리 떨어지는 포스터는 테이프를 적게 쓴 것이지만, 오래 붙어 있는 포스터는 보는 사람이 그 앞에서 오래 서 있는 것이다. 진짜 공지는 테이프가 아니라, 읽는 사람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힘으로 붙어 있다.
“구경꾼 선배가 졸업 직전 게시판에 아무것도 없는 한 칸을 오래 바라봤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빈 한 칸이 공지 천 장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복도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복도 게시판 구경꾼 류지현 — 청림학원 본관 2층 복도 게시판(청림학원 본관 2층 중앙 복도 가장 큰 게시판) 앞을 사 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나치며 한 번씩 멈춘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빈 한 칸의 졸업식"으로 통한다.
류지현이 졸업식 전날 복도 게시판 앞에서 평소보다 훨씬 오래 서 있는 것을 시화전 기획자 황지은(앞서 140043 일화의 그 기획자)이 보았다. 황지은은 게시판 한 칸이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자기 가방에서 시화전 작품 한 장을 꺼내 그 칸에 정중히 붙였다.
류지현은 그 작품을 한 번 읽고 "이게 제일 오래 붙어 있겠네요"라고만 했다. 그 작품은 졸업식이 끝날 때까지 그 칸에 붙어 있었으며, 후대 복도 게시판 담당 학생들은 졸업식 전날 게시판 한 칸을 비워두는 관례를 황지은과 류지현의 그 전날에서 따왔다.
학원주(學院主)
학원장
학원 전체를 다스리는 주인
“교문 앞에서 보내는 매일 5분. 그 시간이 결재 도장보다 학원을 더 정확히 봅니다.”
학원장은 학원 행정의 정점으로, 교사·학생·이사회 사이를 모두 조율하는 자다. 한 시즌의 입시 결과·학교 평판·동문 후원이 그의 어깨에 달려 있다. 강당 단상에 서면 학생 수천 명의 시선이 한 번에 그를 향하지만, 정작 그가 가장 긴장하는 자리는 졸업식 단상이 아니라 매년 12월 이사회 회의실이다.
그러나 학원장의 진짜 일은 결재가 아니라, 매일 등교 시간 교문 앞에 서서 학생들의 얼굴을 한 번씩 보는 일이다. 그 짧은 인사로 그날 누가 무거운 마음을 들고 등교했는지를 그는 거의 정확하게 알아챈다. 학원장의 권력은 결재 도장이 아니라, 매일 아침 교문에 서 있는 5분에서 나온다.
“지금도 우리 학원에선 신임 담임이 첫 등교일에 교문 옆 계수나무 아래에 한 번 서 봅니다. 그 자리에 서 보면 학원장님이 왜 결재실보다 교문을 먼저 챙기셨는지 한 호흡 만에 알게 되거든요.”
칠대 학원장 정안숙 — 명문 청림학원(중부 사립 백 년 역사의 6년제) 역대 최장 재임 학원장이자 결재 도장보다 교문 5분으로 유명한 행정가 — 의 가장 길게 회자되는 일화는 '계수나무 한 통의 등교'다.
어느 늦가을 정안숙은 평소처럼 교문 옆 계수나무 아래에 서 있다가, 같은 학년 학생 림아라(당시 2학년 7반 부반장)가 사흘째 가방끈을 꽉 쥔 채 고개를 못 든 채 들어오는 것을 알아챘다. 그날 오후 정안숙은 결재 일정을 모두 미루고 림아라를 학원장실이 아닌 1층 매점 옆 작은 정원으로 불러 따뜻한 우유 한 팩만 건넸다. 림아라는 입학 후 처음으로 가족 사정으로 등록금이 밀려 자퇴를 결심하고 있었는데, 정안숙은 그 자리에서 한 마디도 캐묻지 않고 교내 장학재단 한 줄 신청서를 본인이 직접 작성해 다음 날 통과시켰다.
림아라는 그 학기를 무사히 마치고 졸업까지 학생회 임원으로 자리잡았으며, 십 년 뒤 청림학원 교사로 돌아와 같은 계수나무 아래에 서 있다. 청림학원에서는 그 일을 '한 팩 우유의 결재'라 부르며, 신임 학원장 취임 첫 주에 그 계수나무 앞에 우유 한 팩을 놓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학원의 진짜 결재 도장은 학원장실 책상이 아니라 교문 옆 계수나무 그늘 한 칸에 찍혀 있다는 격언이 그날 이후 청림학원 교사들 사이에 굳어졌다.
전교일독(全校一獨)
전교 1등
전교를 통틀어 홀로 일등을 지키는 자
“시험을 못 본 다음 날, 다시 도서관에 앉을 수 있는가. 그게 진짜 1등의 자격이다.”
전교 1등은 학원 안 모든 학생이 한 번쯤은 시선을 던지는, 시험지 위 가장 높은 점수를 매번 갱신하는 자다. 외형은 그저 단정한 교복 차림 학생일 뿐이지만, 시험 기간이 시작되면 도서관 자리 한 곳이 자동으로 그의 자리로 비워진다. 모든 과목의 일등을 모두 차지하는 게 아니라, 자기 약한 과목을 매 시즌 끝까지 끌어올려 결과적으로 종합 1등을 유지하는 것이 그의 진짜 강점이다.
본인은 1등이 영광이 아니라, 한 번 떨어지면 두 번째는 더 무섭다는 사실을 견디는 자리라 자조한다. 그래서 진짜 전교 1등은 시험을 잘 보는 자가 아니라, 시험을 못 본 다음 날 다시 도서관에 앉을 수 있는 자다. 그 한 번의 다음 날을 견디는 자만이 졸업까지 1등을 유지한다.
“지금도 청림 도서관 3층 가장 안쪽 자리에는 신입생들이 앉기 전에 한 번 합장하는 자리 한 칸이 있어요. 그 자리는 점수가 높은 자리가 아니라, 점수를 잃고 다음 날 다시 돌아온 자리거든요.”
64회 졸업생 한도원 — 청림학원 역사상 1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교 87등으로 떨어졌다가 졸업 시즌 종합 1등으로 돌아온 유일한 학생 — 의 일화는 '도서관 3층 한 자리'로 후대에 길게 회자된다.
한도원은 1학년 1학기까지 입학 수석을 유지하다가 가족상으로 한 달을 등교하지 못한 직후 보름 만에 본 중간고사에서 한 번에 86등을 미끄러졌다. 그날 저녁 한도원은 도서관 3층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아 첫 한 시간을 펜을 한 자도 굴리지 못한 채 책상만 바라봤다고 한다.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한도원은 같은 자리에 같은 시간에 앉아 우선 가장 약한 과목 한 단원만 다시 풀었고, 옆자리 도서부 사서 박이안(당시 2학년 도서부 부장)은 그 자리에 매일 따뜻한 보리차 한 컵을 말없이 두고 갔다.
한도원은 졸업 시즌 종합 1등으로 회복했으나 시상식 단상에서 한 한 마디는 "이 자리는 1등의 자리가 아니라 87등의 자리에서 다시 일어난 자리"였다고 한다. 그 자리는 청림 도서관에서 '돌아온 자리'라 불리며, 신입생들이 시험을 망친 다음 날 가장 먼저 찾는 자리로 굳어졌다. 학원의 진짜 1등은 시험지 위 점수가 아니라 그 자리에 다시 앉는 한 호흡 위에 있다는 격언이 청림 도서관 안내판 한 줄에 지금도 새겨져 있다.
학생회임원(學生會任員)
학생회 임원
학생회의 임원으로 학교를 움직이는 자
“무대는 회장이 하고, 결재는 부회장이 한다. 우리는 무대 뒤 음향과 식수까지 챙긴다.”
학생회 임원은 학원 자치 운영의 실무를 맡는 직책으로, 회장과 부회장 다음 라인의 중간 관리자다. 시간표 조정·학교 행사 진행·동아리 분쟁 조정·교복 규정 개정안 같은 자질구레한 행정 업무가 책상 위에 매주 쌓인다. 화려한 자리는 아니지만, 학생회 임원이 빠지면 학원 행사가 사실상 굴러가지 않는다.
회장이 무대 위에 서고 부회장이 결재 라인을 맡으면, 임원은 무대 뒤에서 조명·음향·식수까지 챙기는 사람이다. 졸업 후 동창회에서 다들 가장 존경한다고 말하는 친구는, 회장도 1등도 아닌 그 시절의 임원이다. 학원의 진짜 어른은 학생회실 안쪽 책상 사이에 있다.
“선배는 의자 한 칸을 미리 들여놓는 일을 한 줄 결재보다 무겁게 보라고 하셨어요. 무대가 굴러가는 건 발표자보다 그 의자 한 칸이거든요.”
70기 학생회 임원 류세호 — 청림학원 학생회 역사상 임기 일 년 동안 단 한 번도 행사 사고를 내지 않은 자치 실무 라인 정점 — 의 일화는 '50개 의자의 새벽'으로 학생회실에 가장 길게 회자된다.
어느 봄 신입생 환영회 직전 류세호는 행사 책임자 부회장 신지오(당시 2학년 부회장)로부터 강당 의자 50개를 추가로 들여놓아야 한다는 결재 한 줄을 새벽 1시에 받았다. 류세호는 학생회실에서 혼자 야자를 마치고 있다가 그 한 줄을 보고는 새벽 4시까지 강당 창고에서 의자 50개를 한 개씩 옮겨 정확히 두 줄 다섯 칸 간격으로 세팅했다. 다음 날 아침 회장 강민서(당시 학생회장)가 강당에 들어섰을 때, 의자 50개 가운데 한 칸에 작은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는데 거기엔 "한 칸은 늦게 온 신입생 자리"라고만 적혀 있었다.
그 행사에 정말 늦게 도착한 신입생 한 명이 그 자리에 앉아 환영회를 끝까지 들었고, 그 신입생은 다음 해 학생회 임원으로 자원해 들어왔다. 청림학원 학생회실에서는 그 일을 '한 칸의 결재'라 부르며, 신임 임원은 첫 행사 전날 강당 의자 한 칸을 미리 비워두는 관례가 굳어졌다. 학원 행사의 진짜 무게는 무대 위 발표자가 아니라 무대 아래 비어 있는 의자 한 칸 위에 있다는 격언이 그날 이후 학생회실 화이트보드에 한 줄로 남아 있다.
동아리부장(동아리部長)
동아리 부장
동아리를 이끄는 부장
“발표회 등급은 잊어라. 졸업 후에도 다시 모이는 부원 수가 진짜 평가다.”
동아리 부장은 학원 공식 등록 동아리의 부장으로, 부원 모집·예산 신청·연 1회 발표회까지 모두 책임지는 자다. 동아리는 학원 내 가장 진로 친화적인 공간이며, 학생회나 학생회실보다 동아리방에서 더 솔직한 토론이 오간다. 부장 본인은 자기 동아리 활동을 학원장 앞에서 발표하느라 매년 봄과 가을이 사라진다.
하지만 그렇게 보낸 한 해가 입시 자기소개서·진로 면접에서 가장 큰 자산이 된다는 사실은, 졸업이 가까워서야 본인도 알게 된다. 좋은 동아리 부장의 평가는 발표회 등급이 아니라, 졸업 후에도 부원들이 선후배로 다시 모이는가에 있다. 학원의 진짜 인맥은 학생회가 아니라 동아리방에서 만들어진다.
“선배는 동아리방 한 칸이 사라져도 부원 명단이 살아 있으면 동아리는 살아 있다고 하셨어요. 우리가 매 학기 부원 한 줄을 다시 외우는 건 그 때문이에요.”
천문관측부 12대 부장 윤서아 — 청림학원 동아리 역사상 부원 두 명짜리 폐부 위기 동아리를 졸업 시즌 부원 38명짜리 학원 최대 동아리로 끌어올린 자 — 의 일화는 '옥상 한 자리의 부원 명단'으로 동아리 연합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윤서아가 부장으로 인계받았을 때 천문관측부는 부원 두 명, 활동 실적 0회로 다음 학기 폐부 결정 직전이었다. 윤서아는 부원을 늘리는 대신 매주 금요일 본관 옥상에서 작은 망원경 한 대를 펼치고 부원 두 명과 함께 별자리 하나만 정확히 관측한 뒤, 관측 노트 한 장을 동아리방 문 앞에 붙이는 일을 한 학기 동안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어느 가을 야자 후 우연히 옥상으로 올라온 1학년 강하루(당시 1학년 5반, 진로를 못 정하던 학생)가 그 망원경 옆 빈 의자 한 칸에 앉아 별자리 하나를 같이 적었고, 그 한 칸이 그 학기 천문관측부 세 번째 부원이 되었다.
윤서아는 그 옥상 빈 의자 한 칸을 다음 학기 첫 부원 모집 포스터의 메인 사진으로 썼고, 한 학기 만에 부원이 38명까지 늘었다. 청림학원 동아리방에서는 그 일을 '한 칸 의자 모집'이라 부르며, 신임 부장 첫 모집 시즌에 빈 의자 한 칸을 미리 동아리방 문 앞에 두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동아리의 진짜 평가는 발표회 등급이 아니라 그 빈 의자 한 칸이 한 학기 안에 채워지는가 위에 있다는 격언이 그날 이후 동아리연합 게시판에 한 줄로 남아 있다.
매점단골자(賣店단골者)
매점 단골
매점에 가장 자주 들르는 단골
“같은 시간, 같은 메뉴. 그게 학창 시절 첫 추억의 단골 레시피다.”
매점 단골은 평일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메뉴를 사 가는 학생으로, 학원 매점 아주머니가 일주일 만에 이름을 외우는 자다. 화려한 직함은 없지만, 매점이라는 학원 안 가장 평등한 공간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상을 살아가는 학생이다. 시험·발표·결투의 압박이 무엇이든, 점심시간 매점 줄에 서 있는 그 5분만큼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매점 단골은 학원 안 어떤 권력 구조에도 깊이 들어가지 않은 채, 그 모든 것을 멀리서 바라본다. 그래서 졸업 후 가장 학원을 추억하는 자는 회장도 1등도 아닌, 그 시절 매점 단골들이다. 인생 첫 추억의 단골 메뉴는 거의 학원 매점에서 만들어진다.
“동창회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자리는 강당도 교실도 아니에요. 매점 둘째 칸 그 시간에 서 있던 우리 한 줄이지요.”
청림학원 67회 졸업생 오한경 — 입학 첫 주부터 졸업 마지막 날까지 1,440일을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메뉴를 산 매점 최장수 단골 — 의 일화는 '둘째 칸 1,440일'로 매점 아주머니 사이에 가장 길게 회자된다.
오한경은 입학 첫날 매점 둘째 칸 초코우유 한 팩과 작은 빵 하나를 점심 12시 35분에 사간 뒤, 졸업 마지막 날까지 같은 시간 같은 자리를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매점 아주머니 김순례 여사(매점 운영 27년 차)는 한 학기 만에 오한경의 메뉴를 미리 한쪽에 빼두기 시작했고, 오한경이 시험 기간이라 점심을 굶을 때면 그 자리에 짧은 메모 한 장을 함께 두었다. 어느 겨울 오한경이 며칠째 매점에 나타나지 않자 김순례 여사가 직접 학생회실에 가서 안부를 물었고, 그날 오한경은 가족 일로 전학을 고민 중이었다는 사실이 학생회 임원 류세호(앞서 학생회 임원 일화에 등장한 그 임원)를 통해 전해졌다.
류세호는 매점 둘째 칸에 오한경의 빈자리를 일주일 동안 비워두자고 제안했고, 그 한 칸은 매일 12시 35분에 비어 있었다. 오한경은 일주일 뒤 다시 등교해 그 한 칸 앞에 섰고, 그날 매점에는 졸업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은 1,440일이 시작되었다. 청림학원 매점에서는 그 둘째 칸을 '한경의 자리'라 부르며, 졸업식 다음 날 동창회 자리에서 가장 먼저 인사하는 자리로 굳어졌다.
학생회제(學生會帝)
학생회장
학생회의 정점에 군림하는 회장의 제
“공약은 한 줄, 결재는 백 장. 그게 회장직의 환율입니다.”
학생회장은 학원 자치 권력의 정점으로, 학생 전체 투표로 선출되어 한 학기 동안 학생 사회의 모든 의제를 떠안는 자다. 등교 시간 단축안·교복 자율화 청원·축제 예산 분배 같은 안건이 매주 책상에 쌓이고, 그 한 줄 결재마다 어느 학년 누군가의 한 시즌이 걸려 있다. 단상 위에 서면 박수를 받지만, 단상 뒤에서는 학원장과 이사회의 한 줄 거절을 가장 먼저 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본인은 공약 한 줄을 지키기 위해 점심시간을 다섯 번 거르는 일이 익숙하며, 매점 단골 자리는 사실상 자기 빈자리로 굳었다. 진짜 무거운 결재는 큰 행사 결재가 아니라, 한 학년 한 학생의 청원서 한 장 위에 놓이는 그의 도장이다. 학원 안에서 가장 일찍 어른이 되는 자가 학생회장이라는 격언은, 그가 졸업 마지막 날에야 비로소 동의하게 된다.
“신임 회장이 취임 첫 주에 그 청원서 액자 앞에 서 보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단상보다 청원서 한 장이 더 무겁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71기 학생회장 도찬영 — 청림학원 학생회장 역사상 단 한 학기 임기 안에 학생 청원 결재 247건을 직접 처리한 자치 정점 — 의 일화는 '한 줄 청원서'로 학생회실 액자에 걸려 있다.
도찬영의 임기 중반, 1학년 4반 진희원(당시 1학년 4반 평민 학생)이 야간 자율학습 중 어머니 수술 소식을 듣고 잠시 외출을 나갔다가 야자 결석 처리되어 한 학기 출결이 흔들리는 일이 있었다. 진희원은 한 줄 청원서 한 장을 학생회실 우편함에 정중히 넣어 두었고, 도찬영은 그날 밤 자기 점심시간 결재 일정을 모두 미루고 한 시간을 그 한 장 앞에 앉아 있었다. 도찬영은 학원장 정안숙(앞서 학원장 일화에 등장한 그 학원장)에게 직접 면담을 신청해 한 학기 야자 출결 예외 조항을 한 줄 신설하는 안을 받아냈고, 진희원의 한 학기 출결을 정상으로 회복시켰다.
도찬영은 그 조항을 진희원의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한 줄 예외 조항'이라 부르며, 임기 내내 그 청원서 원본을 학생회장실 책상 유리 아래에 끼워 두었다. 졸업 마지막 날 도찬영은 그 청원서 한 장을 학생회실 가장 잘 보이는 액자에 걸어두고 학원을 떠났다. 청림학원 학생회실에서는 신임 학생회장 취임 첫 주에 그 액자 앞에 한 호흡 서 있는 관례가 자리 잡았으며, 그 액자는 지금도 학생회실 정중앙에 그대로 걸려 있다.
축제총감(祝祭總監)
축제 총감독
학원 축제를 총괄하는 총감독
“무대는 하루, 리허설은 한 학기. 박수보다 무사 종료가 진짜 성공입니다.”
축제 총감독은 한 해 단 한 번의 학원 축제를 총괄하는 자로, 무대 구성·동아리 부스 배치·외부 손님 동선·안전 관리까지 한 손으로 굴린다. 무대 위에서 노래가 울리는 그 하루를 위해 한 학기 분량의 회의록과 사인이 쌓인다. 학생회장이 학원 행정의 정점이라면, 축제 총감독은 학원 한 시즌의 가장 화려한 무대를 떠받치는 자다.
본인은 축제 당일 백스테이지 구석에서 헤드셋 한 줄을 들고 무대를 보며, 박수가 터질 때 가장 먼저 안도의 한숨을 쉰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무대 위 조명이 아니라, 폐막 후 텅 빈 운동장에 떨어진 종이컵 한 개를 줍는 그의 마지막 순찰이다. 졸업 후 동창회에서 가장 자주 회상되는 이름이 축제 총감독인 이유는, 그날의 박수가 사실 그 한 사람의 헤드셋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 청림 축제 백스테이지 구석에는 헤드셋 한 줄이 늘 한 자리에 걸려 있어요. 신임 총감독이 첫 리허설 전에 그 헤드셋을 한 번 들어보면, 무대보다 그 무게가 먼저 어깨에 얹힌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68기 축제 총감독 임수아 — 청림학원 축제 사상 폭우 속에서도 무대를 한 곡도 끊지 않고 끝까지 마친 유일한 총감독 — 의 일화는 '비 오는 백스테이지'로 후대 축제 운영진 사이에 길게 회자된다.
임수아의 임기 가을 축제 당일 오후 3시, 예보에 없던 소나기가 운동장 메인 무대 위로 쏟아졌고 외부 초청 밴드 한 팀이 즉시 철수를 통보했다. 임수아는 백스테이지 구석에서 헤드셋 한 줄을 든 채로 부총감독 차도윤(당시 2학년 축제 운영부 부장)과 단 90초 동안 대화한 뒤, 메인 무대를 본관 1층 강당으로 옮기는 결단을 내렸다. 강당 의자 200개를 학생회 임원 류세호(앞서 학생회 임원 일화에 등장한 그 임원)가 학생회 봉사 인원 30명과 함께 25분 만에 다시 세팅했고, 임수아는 그 사이 헤드셋 한 줄로 부스 동아리 14개의 동선을 강당 복도로 재지정했다.
외부 밴드는 결국 무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강당 무대는 청림학원 천문관측부·합창단·연극부 학생들로 채워져 한 곡도 끊김 없이 폐막까지 이어졌다. 폐막 후 텅 빈 강당에서 임수아는 종이컵 한 개를 줍다가 의자 한 칸 위에 작은 메모 한 장을 발견했는데, 거기엔 "비가 와서 우리 차례가 왔어요. 고마워요"라고만 적혀 있었다. 청림학원 축제 운영부에서는 그 일을 '90초의 결재'라 부르며, 신임 총감독 첫 회의 전에 그 헤드셋 한 줄을 한 번 들어보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출제관(出題官)
모의고사 출제관
모의고사를 출제하는 관
“한 문항이 한 학년의 한 시즌을 정합니다. 그러니 흥정은 받지 않습니다.”
모의고사 출제관은 학원 내신·전국 모의고사 문항을 직접 출제하고 검수하는 자로, 한 시즌 모든 학생의 책상 위에 자기 한 줄 문장을 올려놓는 자다. 외형은 단정한 학자 차림에 어깨에 옛 출제집 가방, 한 손에 정밀 빨간 펜이 표준이다. 한 문항의 오타·중복답·미묘한 어법이 한 학년 전체의 한 시즌을 흔들기에, 출제 후에는 검수실에 갇혀 한 줄 한 줄 다시 읽는다.
본인은 화려한 강당이나 단상보다, 출제실 한 칸의 한 줄 형광등 아래에서 가장 살아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줄은 어려운 문항이 아니라, 신입생이 처음 풀어볼 한 줄 기초 문항의 정확한 난이도다. 학원의 진짜 평가는 학원장의 단상 연설이 아니라, 출제관의 한 장 시험지 위에서 완성된다.
“지금도 청림 출제실 책상 위에는 빨간 펜 한 자루가 늘 같은 자리에 놓여 있어요. 신임 출제관이 첫 검수에 들어가기 전 그 한 자루를 한 번 들어보면, 한 문항의 한 줄이 어떤 무게인지 한 호흡 만에 알게 되거든요.”
14대 모의고사 출제관 백서윤 — 청림학원 출제실 사상 한 시즌 모의고사에서 제출 직전 자기 출제 한 문항을 본인 손으로 폐기한 유일한 출제관 — 의 일화는 '폐기된 17번'으로 검수실에서 가장 길게 회자된다.
백서윤이 가을 모의고사 국어 영역 17번 문항을 마감 12시간 전 마지막 검수실 형광등 아래에서 다시 읽다가, 보기 4번과 5번이 모두 정답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본인이 발견했다. 검수 보조 도우미 한지호(당시 2학년 출제실 봉사 학생)가 이미 인쇄 의뢰 봉투를 들고 시험지 등사실로 향하던 시점이었다. 백서윤은 그 자리에서 등사실 직공 강예나(앞서 시험지 등사실 직공 일화의 그 직공이 될 후배)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인쇄를 중단시키고, 17번 문항을 본인이 직접 다섯 시간 동안 처음부터 다시 출제했다.
새 17번은 보기 5개 중 정답 한 칸이 명확했고, 그 한 시즌 전국 모의고사 표준편차가 청림학원 역대 가장 안정된 수치로 기록되었다. 백서윤은 폐기된 옛 17번 원본을 출제실 서랍 가장 안쪽에 한 장 그대로 보관해두었으며, 그 위에 빨간 펜으로 "이 한 줄이 한 학년의 한 시즌이다"라고 적어 두었다. 청림학원 출제실에서는 그 일을 '12시간의 17번'이라 부르며, 신임 출제관 첫 검수일에 그 서랍을 한 번 열어보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교지편장(校誌編長)
교지 편집장
교지의 모든 글을 엮는 편집장
“기사는 한 줄로 사람을 살리고, 한 줄로 한 학기를 묻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두 번 읽습니다.”
교지 편집장은 학원 공식 교지를 매 분기 발간하는 학생 언론의 정점으로, 기사 발제·인터뷰 섭외·표지 디자인을 모두 책임진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차림에 어깨에 노트북 가방, 한 손에 작은 녹음기와 메모장이 표준이다. 학생회장이 단상에서 발언한다면, 편집장은 그 발언을 한 줄 기사로 옮기며 학원 안 권력의 한 호흡을 정확히 잡아낸다.
본인은 마감 전 새벽 편집실의 형광등 한 줄 아래에서 가장 살아 있고, 마감 후 인쇄소에서 갓 나온 교지의 잉크 냄새를 평생의 보상으로 삼는다. 가장 무거운 한 줄은 큰 특집이 아니라, 졸업하는 선배 한 명의 짧은 인터뷰 한 줄이다. 졸업 후 학원의 한 시즌을 가장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회장도 1등도 아닌, 그 시즌 교지를 마감한 편집장이다.
“선배가 그 한 줄을 두 번 읽으라고 하신 게 농담이 아니었어요. 신임 편집장이 첫 마감 새벽에 그 인터뷰 한 줄을 다시 읽는 순간, 기사라는 게 사람을 옮기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거든요.”
청림교지 25대 편집장 권나림 — 청림학원 교지 사상 한 호 표지 한 줄 카피만 다섯 번 갈아엎고 마감을 6시간 늦춘 유일한 편집장 — 의 일화는 '다섯 번 갈아엎힌 한 줄'로 편집실에 길게 전해진다.
권나림이 겨울 호 마감 새벽, 졸업 특집 표지 카피를 "우리가 떠난다"에서 "우리가 남긴다"로 다섯 번을 갈아 적었다. 인쇄소 청림인쇄(학원 인근 30년 차 협력 인쇄소) 사장 박정훈으로부터 마감 시한 한 시간 전 직접 전화가 왔지만, 권나림은 마지막 한 줄을 결정하지 못한 채 편집실 형광등 한 줄 아래에 앉아 있었다. 그날 새벽 편집부 후배 정유진(당시 1학년 편집부원)이 졸업하는 64회 한도원 선배(앞서 전교 1등 일화의 그 선배)의 인터뷰 녹음을 다시 틀었고, 그 녹음 속 한 마디 "이 학원은 우리가 떠난 자리에 다음 사람이 앉는 자리"가 흘러나왔다.
권나림은 표지 카피를 "다음 한 자리"로 결정하고 인쇄소에 6시간 늦은 새벽 5시에 최종 원고를 보냈다. 그 호 교지는 청림학원 졸업식 단상 옆 한 줄에 나란히 진열되었으며, 졸업생 64회 인터뷰 한 줄이 그 호 가장 많이 인용된 문장이 되었다. 청림교지 편집실에서는 그 일을 '여섯 시간의 표지'라 부르며, 신임 편집장 첫 마감 새벽에 그 표지 원본을 한 번 들춰보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토론변웅(討論辯雄)
교내 토론왕
교내 토론을 평정하는 변론의 영웅
“이긴 토론은 잊습니다. 진 토론의 한 문장만 평생 기억에 남거든요.”
교내 토론왕은 학원 토론대회·논술경시·학술 발표에서 정점에 도달한 학생으로, 한 마디로 강당의 분위기를 뒤집는 자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차림에 어깨에 자료집 가방, 한 손에 손바닥만 한 메모 카드가 표준이다. 본인은 토론 전날 밤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상대 측 논거의 빈틈을 한 줄씩 적어 내려가며, 그 한 줄이 다음 날 강당의 한 마디로 환산된다.
화려한 결승 무대보다 예선 라운드 한 칸의 좁은 교실이 그가 가장 살아 있는 자리다. 가장 무거운 한 마디는 큰 결승의 주장이 아니라, 신입생 토론 동아리 후배에게 처음 건네는 "이 부분 다시 한 번 읽어보자"라는 한 줄이다. 학원의 진짜 논리는 강당 단상이 아니라, 늦은 밤 빈 교실에 남은 화이트보드 위 한 줄에서 굴러간다.
“지금도 청림 토론부 화이트보드 한쪽 구석에는 지워지지 않는 한 줄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신임 토론부원이 첫 합숙 첫날 그 한 줄을 한 번 읽어보면, 토론이라는 게 이기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거든요.”
47회 전국 학생 토론대회 결승 패자 노현수 — 청림학원 토론부 사상 결승에서 1점 차로 패한 뒤 자기 진 한 문장을 화이트보드에 직접 새기고 떠난 토론왕 — 의 일화는 '지운 적 없는 한 줄'로 토론부방에 길게 회자된다.
노현수는 결승 상대였던 청라고(학원 외 명문 사립) 토론부장 서지원과의 마지막 라운드에서 자기 핵심 논거 한 줄이 1라운드 본인 발언과 모순된다는 점을 상대에게 지적당했다. 노현수는 결승 후 텅 빈 토론부방에 혼자 남아 그 한 문장 "정의는 결과의 함수가 아니라 과정의 함수다"를 화이트보드 가장 위쪽에 빨간 마커로 옮겨 적었다. 토론부 후배 강하루(앞서 천문관측부 일화에 등장한 그 1학년)가 다음 날 그 화이트보드를 발견하고 노현수에게 지워도 되냐고 물었지만, 노현수는 "내가 진 한 줄이니 내가 졸업할 때까지 둔다"라고만 답했다.
노현수는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그 화이트보드 한 줄을 졸업 마지막 날까지 단 한 번도 지우지 않았다. 졸업식 다음 날 청림학원 토론부에서는 그 한 줄을 영구 보존하기로 결정했고, 화이트보드 그 부분만 작은 액자로 둘러 두었다. 청림 토론부에서는 그 일을 '진 한 줄'이라 부르며, 신임 부원 첫 합숙 첫날 그 액자 앞에 한 호흡 서 있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야자감독사(夜自監督士)
야자 감독관
야간 자율학습을 감독하는 자
“10시 정각, 형광등 한 줄. 그 빛 안에 한 학년의 한 시즌이 들어 있습니다.”
야자 감독관은 야간 자율학습실의 질서를 잡는 자로, 출석 점검·잡담 단속·졸음 깨움·간식 반입 적발까지 한 손으로 굴린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이나 학생회 임원 휘장에 어깨에 작은 야자 명부 가방, 한 손에 야간 손등불이 표준이다. 본인은 시험 기간 막판 새벽 1시까지 형광등 한 줄 아래에 남아, 마지막 학생이 가방을 멜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진짜 직무는 단속이 아니라, 졸음에 무너진 후배의 어깨를 한 번 두드리고 자판기 코코아 한 잔을 슬쩍 책상에 올려두는 일이다. 가장 무거운 한 줄은 큰 단속이 아니라, 시험 전날 새벽 빈자리 옆에 두고 간 짧은 응원 메모 한 장이다. 학원의 진짜 한 시즌은 단상이 아니라 야자실 한 줄 형광등 아래에서 굴러간다.
“지금도 청림 야자실 자판기 옆에는 코코아 한 캔이 늘 한 자리에 따로 비축되어 있어요. 신임 야자 감독관이 첫 야자 마지막 학생을 보낼 때 그 한 캔을 한 번 들어보면, 단속이 직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거든요.”
69기 야자 감독관 한이서 — 청림학원 야자실 사상 한 학기 동안 같은 후배의 빈자리 옆에 코코아 메모 한 장을 47번 두고 간 감독관 — 의 일화는 '47장의 코코아 메모'로 야자실에 가장 길게 회자된다.
한이서가 가을 학기 야자 감독을 시작한 첫 주, 1학년 7반 김도연(당시 1학년 7반, 가족 일로 등교 시간이 늦던 학생)이 매일 야자 마지막 한 시간만 들어와 책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한 채 형광등 한 줄 아래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한이서는 단속 명부에 김도연 이름을 한 번도 적지 않는 대신, 매일 새벽 12시 50분 김도연 자리 옆 빈 책상 위에 자판기 코코아 한 캔과 한 줄 메모를 두고 갔다. 첫 메모는 "오늘은 한 페이지면 충분"이었고, 마지막 47번째 메모는 "내일은 두 페이지"였다.
김도연은 그 학기 끝 무렵 야자실에 처음으로 한 시간 일찍 들어왔고, 한이서는 그날 처음으로 김도연 이름을 출석란 한 줄에 정자체로 적었다. 그 학기 김도연의 종합 등수는 처음으로 100등 안에 들어왔으며, 김도연은 다음 해 야자 감독관에 자원해 들어왔다. 청림학원 야자실에서는 그 일을 '47장의 한 줄'이라 부르며, 신임 감독관 첫 주에 자판기 코코아 한 캔을 한 자리에 미리 두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도서장서사(圖書藏書師)
도서부 사서
도서부의 책을 지키는 사
“이 책 다섯 번째 대출자입니다. 그 사이 네 명의 한 시즌이 이 책 안에 있어요.”
도서부 사서는 학원 도서실의 정식 봉사 직책으로, 도서 분류·반납 정리·신간 추천·시험 기간 자리 배정을 모두 책임진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차림에 어깨에 도서 카트, 한 손에 분류 라벨과 도서관 도장이 표준이다. 본인은 도서실 안 모든 책의 평소 대출 빈도·옛 분기 반납 결재·금기 훼손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시험 기간 도서실 자리는 전교 1등의 지정석처럼 굳지만, 사서가 비공식으로 챙기는 신입생 자리도 한 칸 따로 비워둔다. 가장 무거운 한 줄은 화려한 신간이 아니라, 졸업하는 선배가 마지막으로 반납하고 간 닳은 책 한 권의 라벨이다. 학원의 진짜 한 시즌은 강당이 아니라 도서실 형광등 한 줄 아래에서 페이지가 한 장씩 넘어간다.
“지금도 청림 도서관 2층 한쪽 책장에는 라벨이 일곱 번 갈린 책 한 권이 그대로 꽂혀 있어요. 신임 사서가 첫 분류일에 그 책을 한 번 들춰보면, 책이라는 게 사람을 잇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거든요.”
청림 도서부 18대 부장 박이안 — 앞서 전교 1등 한도원의 도서관 자리 옆 보리차 한 컵을 매일 두고 간 그 도서부 사서이자, 졸업까지 같은 시집 한 권을 일곱 학년 후배에게 손수 인계한 사서 — 의 일화는 '일곱 라벨의 시집'으로 도서실에 길게 회자된다.
박이안이 1학년 첫 봉사일에 우연히 분류대 위 가장 닳은 시집 한 권 '먼 데에서 오는 빛'(70년대 출판된 청림학원 출신 시인 한정원의 첫 시집)을 발견했다. 그 시집은 라벨이 세 번 갈린 상태였고, 박이안은 그 시집을 매 학기 한 명의 후배에게 직접 인계하기로 결정했다. 박이안은 졸업까지 4년 동안 그 시집의 새 라벨을 직접 손글씨로 네 번 갈아 적었고, 마지막 라벨에는 "다음 사람에게"라고만 적었다.
졸업 후 그 시집은 17대 사서 정태경, 16대 사서 윤하림 등 후배들의 손을 거쳐 일곱 번째 라벨까지 다시 칠해졌다. 청림 도서관에서는 그 시집을 '일곱 라벨의 시집'이라 부르며, 신임 도서부 사서 첫 분류일에 그 시집의 라벨을 한 번 들춰보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도서관 2층 안내판 한 줄에는 그 일 이후 "이 책의 다섯 번째 대출자입니다"라는 박이안의 메모가 격언처럼 새겨져 있다.
방송디렉터(放送디렉터)
방송반 디렉터
방송반을 이끄는 디렉터
“점심 음악 한 곡, 학년 절반의 한 끼를 정합니다. 그래서 선곡은 두 번 봅니다.”
방송반 디렉터는 학원 교내방송실의 실무 정점으로, 점심 방송 큐시트·학교 행사 음향·교내 공지 송출을 모두 책임진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차림에 어깨에 헤드셋, 한 손에 큐시트 클립보드와 작은 콘솔 키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점심시간의 평소 선곡·옛 분기 행사 음향 결재·금기 발언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학생회장이 단상에서 발언한다면, 디렉터는 그 발언을 마이크 한 줄로 학원 전체에 흘려보낸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행사 음향이 아니라, 졸업식 마지막 곡의 페이드아웃 시점을 0.5초 단위로 다듬는 그의 손가락 위에 있다. 학원의 한 시즌을 가장 청각으로 기억하는 자는 사실 디렉터 한 명뿐이다.
“지금도 청림 방송실 콘솔 한쪽 슬라이더에는 작은 빨간 점이 그대로 그어져 있어요. 신임 디렉터가 첫 졸업식 큐시트를 짤 때 그 점을 한 번 만져보면, 0.5초가 무엇인지 한 호흡 만에 알게 되거든요.”
22대 방송반 디렉터 강민호 — 청림학원 방송반 사상 졸업식 마지막 곡 페이드아웃 시점을 1년 동안 0.5초 단위로 47번 다시 잡은 디렉터 — 의 일화는 '4초의 페이드아웃'으로 방송실에 길게 회자된다.
강민호의 임기 졸업식 마지막 곡은 청림학원 교가 편곡 버전이었고, 페이드아웃 길이를 4초로 잡았는데 마지막 4초가 단상에서 졸업생 학생회장 도찬영(앞서 학생회장 일화의 그 회장)의 짧은 인사말과 정확히 겹쳐야 한다는 사실이 리허설 직전 발견되었다. 강민호는 졸업식 전날 새벽까지 콘솔 슬라이더 한 칸을 0.5초 단위로 47번을 옮겨 잡으며, 도찬영의 평소 발언 호흡을 직접 녹음해 0.5초 단위로 맞췄다. 방송반 후배 차도윤(앞서 축제 부총감독 일화에 등장한 그 후배)이 마지막 리허설에서 콘솔 한 줄에 작은 빨간 점을 슬라이더 위에 그어 정확한 페이드아웃 위치를 표시했다.
졸업식 당일 도찬영의 마지막 한 마디 "이 학원은 다음 사람의 자리"가 끝나는 순간, 교가의 마지막 코드가 정확히 그 위에 떨어졌고 강당 전체가 4초 동안 한 호흡으로 멈췄다. 청림 방송실에서는 그 일을 '4초의 결재'라 부르며, 신임 디렉터 첫 졸업식 큐시트를 짤 때 그 빨간 점을 한 번 만져보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응원단장(應援團長)
체육대회 응원단장
체육대회의 응원을 이끄는 단장
“이긴 학년이 우승이 아니라, 끝까지 같이 외친 학년이 우승입니다.”
체육대회 응원단장은 학년 응원석의 정점으로, 응원 구호·동작 안무·복장 통일·결승전 한 줄 외침을 모두 책임진다. 외형은 학년 컬러 단복에 어깨에 호루라기, 한 손에 메가폰과 작은 안무 노트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응원 동작의 평소 합·옛 분기 대회 결재·금기 구호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응원 단상 위에 서면 한 학년 수백 명의 목소리가 그의 손짓 한 번에 한 호흡으로 정렬된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결승 응원이 아니라, 패배 직후 무너진 학년 앞에 다시 한 번 메가폰을 드는 그의 한 호흡이다. 학원의 한 시즌을 가장 목청으로 기억하는 자는 응원단장이며, 졸업 후 가장 자주 목이 쉬는 추억도 이 자리에서 나온다.
“지금도 청림 응원석 가장 위 한 칸에는 호루라기 한 줄이 늘 같은 자리에 걸려 있어요. 신임 단장이 첫 결승 패배 직후 그 호루라기를 한 번 들어보면, 단장이라는 게 이긴 학년의 자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거든요.”
65회 체육대회 2학년 응원단장 서지운 — 청림학원 체육대회 사상 결승 마지막 점수 0대 12로 진 학년을 끝까지 한 호흡 응원으로 묶은 단장 — 의 일화는 '0대 12의 마지막 한 줄'로 응원석에 길게 회자된다.
서지운 학년의 결승 상대는 3학년이었고, 마지막 종목 줄다리기에서 청림학원 2학년 학년 전체가 0대 12로 무너졌다. 응원석 절반이 단복을 풀고 자리를 떠나려던 그 순간, 서지운은 단상 위에서 메가폰 한 줄을 다시 들었고 단복 차림으로 응원 마지막 구호 "끝까지 한 줄, 한 호흡"을 평소보다 두 배 느린 박자로 시작했다. 응원부 부단장 한지오(당시 2학년 응원부 부단장)가 호루라기 한 줄을 같은 박자에 끼워 넣었고, 응원석에 남아 있던 200여 명이 그 박자에 다시 모였다.
마지막 12점이 결정된 그 순간 응원석 전체가 단상 위 서지운을 향해 한 호흡으로 박수를 쳤고, 3학년 응원단장 본인도 메가폰을 내려놓고 그 박수에 합류했다. 청림학원 응원석에서는 그 일을 '0대 12의 박수'라 부르며, 신임 응원단장 첫 결승 전날 그 호루라기 한 줄을 한 번 들어보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진로상담자(進路相談者)
진로 상담 도우미
진로 상담을 도와주는 자
“정답은 못 드립니다. 다음 질문 한 줄만 함께 다듬어 드립니다.”
진로 상담 도우미는 진로상담실 봉사 학생으로, 후배의 진로 검사 결과 정리·면접 모의·자기소개서 초안 첨삭을 보조한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차림에 어깨에 진로 자료집, 한 손에 작은 검사지 묶음과 형광펜이 표준이다. 본인은 학원 모든 학과의 평소 입시 트랙·옛 분기 면접 결재·금기 표현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진로 선생님이 큰 방향을 잡으면, 도우미는 후배의 한 줄 자기소개서 어색한 어미를 함께 고친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진로 결정이 아니라, 결정을 못 한 후배 앞에서 "다음 주에 다시 와도 돼"라고 적어주는 짧은 메모다. 학원의 한 시즌은 사실 상담실 작은 책상 한 칸에서 한 줄씩 정리되어 간다.
“지금도 청림 상담실 책상 한쪽 서랍에는 메모지 한 묶음이 늘 같은 자리에 비축되어 있어요. 신임 도우미가 첫 첨삭일에 그 메모를 한 장 꺼내보면, 정답이 아니라 다음 질문 한 줄을 다듬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거든요.”
73기 진로 상담 도우미 윤지원 — 청림학원 진로상담실 사상 한 학기 동안 같은 후배에게 "다음 주에 다시 와도 돼" 메모 한 장을 14주 연속 적어준 도우미 — 의 일화는 '14주의 메모'로 상담실에 길게 회자된다.
윤지원이 가을 학기 첫 상담에 들어온 1학년 8반 진우현(당시 1학년 8반, 자기소개서 한 줄도 시작하지 못하던 학생)을 만나, 자기소개서 첫 문장을 일주일 동안 같이 고민해 보자고 짧게 적어 건넸다. 진우현은 다음 주에도, 그 다음 주에도 첫 문장을 적지 못한 채 빈 종이를 들고 상담실 작은 책상 한 칸에 앉았다. 윤지원은 매주 같은 자리에 같은 시간에 마주 앉아 자기소개서 한 줄을 강요하지 않고, 대신 진우현이 그 주에 본 영화 한 편·읽은 책 한 권을 함께 적어 내려갔다.
14주 차에 진우현은 처음으로 한 줄을 적었는데, 그 한 줄은 "나는 매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였다. 윤지원은 그 한 줄을 자기소개서 도입부에 그대로 살려 두었고, 진우현은 그 자기소개서로 본인이 가장 가고 싶었던 학과에 합격했다. 청림학원 진로상담실에서는 그 일을 '14주의 한 줄'이라 부르며, 신임 도우미 첫 첨삭일에 그 메모지 한 장을 한 번 꺼내보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등사실공(謄寫室工)
시험지 등사실 직공
시험지를 찍어내는 등사실의 공인
“한 장이 한 학년 전체의 한 시즌입니다. 잉크 농도, 두 번 봅니다.”
시험지 등사실 직공은 학원 인쇄실 봉사 직책으로, 시험지 인쇄·낱장 검수·봉투 봉인까지 한 손으로 굴린다. 외형은 단정한 작업 앞치마에 어깨에 잉크 가방, 한 손에 정밀 측정 자와 봉인 인장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시험지의 평소 인쇄 농도·옛 분기 봉인 결재·금기 유출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출제관이 한 줄 문항을 만들면, 직공은 그 한 줄을 한 학년 인원수만큼 한 장씩 옮긴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인쇄 부수가 아니라, 봉인 직전 한 장 한 장 다시 세는 그의 손가락 위에 있다. 학원의 진짜 공정성은 학원장 결재가 아니라, 등사실 한 칸의 잉크 한 방울 위에서 굴러간다.
“지금도 청림 등사실 책상 한쪽 모서리에는 정밀 측정 자 한 개가 늘 같은 자리에 놓여 있어요. 신임 직공이 첫 봉인일에 그 자를 한 번 들어보면, 한 장의 무게가 무엇인지 한 호흡 만에 알게 되거든요.”
11대 시험지 등사실 직공 강예나 — 청림학원 등사실 사상 봉인 직전 한 장 누락을 발견해 한 학년 전체 시험지를 단 두 시간 만에 재인쇄한 직공 — 의 일화는 '한 장의 누락'으로 등사실에 길게 회자된다.
강예나가 봄 학기 모의고사 영어 영역 봉인 직전, 1학년 5반 분량 봉투 한 칸의 시험지가 한 장 부족하다는 사실을 손가락으로 한 번 더 세다 발견했다. 그 시점은 봉인 마감까지 정확히 두 시간 전이었고, 출제관 백서윤(앞서 모의고사 출제관 일화의 그 출제관)에게 즉시 통보된 뒤 등사실 전 봉사 인원이 비상 호출되었다. 강예나는 동기 직공 윤하나(당시 2학년 등사실 봉사)와 함께 인쇄기 한 대를 풀가동해 1학년 5반 28명 분량 28장을 두 시간 안에 정확히 같은 잉크 농도로 재인쇄했다.
봉인 마감 5분 전 강예나는 28장의 농도를 한 장씩 정밀 측정 자로 한 번씩 더 비교했고, 단 한 장도 농도 차가 0.05 이상 나지 않았다. 그 학기 1학년 5반 모의고사는 청림학원 사상 처음으로 인쇄 이의 신청이 0건으로 마감되었고, 강예나는 봉인 마지막 한 장에 본인의 봉인 인장을 두 번 찍어 두었다. 청림학원 등사실에서는 그 일을 '두 시간의 한 장'이라 부르며, 신임 직공 첫 봉인일에 그 정밀 측정 자를 한 번 들어보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교복수선객(校服修繕客)
교복 수선 단골
교복을 단골로 수선하는 객
“단을 1cm 줄이는 건 쉬워요. 어울리게 줄이는 게 어렵죠.”
교복 수선 단골은 학원 인근 수선집의 평민 출신 단골 학생으로, 입학 후 졸업까지 같은 사장님께 한 벌의 교복을 평생 맡기는 자다. 외형은 늘 단정히 다림질된 교복 차림에 어깨에 작은 가방, 한 손에 수선 의뢰서 한 장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자기 키·어깨너비·소맷단 길이의 평소 변화·옛 분기 수선 결재·금기 단축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학생회장이 단상에 설 때, 사실 그 셔츠의 단을 마지막으로 다듬은 자는 수선집 사장님이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졸업식 단축이 아니라, 입학 첫날 헐렁한 신입생 교복 어깨를 1cm 줄여주는 그 한 땀이다. 학원의 한 시즌은 사실 교복 한 벌의 단 1cm 위에서 굴러간다.
“지금도 학원 옆 수선집 안쪽 벽 한 줄에는 같은 학생의 의뢰서 다섯 장이 그대로 붙어 있어요. 신임 단골이 첫 의뢰일에 그 다섯 장을 한 번 보면, 단 1cm가 무엇인지 한 호흡 만에 알게 되거든요.”
청림학원 인근 영진수선 단골 정해민 — 청림학원 입학부터 졸업까지 4년 동안 같은 사장님 영진수선 사장 김재홍(영진수선 운영 32년 차)에게 같은 교복 한 벌을 다섯 번 수선해 입은 학생 — 의 일화는 '다섯 장의 의뢰서'로 수선집 단골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정해민이 1학년 입학식 첫날 영진수선에 헐렁한 교복 한 벌을 들고 들어와, 어깨를 1cm만 줄여달라고 짧게 적힌 첫 번째 의뢰서를 건넸다. 1학년 가을 두 번째 의뢰서는 소맷단 1cm, 2학년 봄 세 번째는 바지단 2cm, 2학년 겨울 네 번째는 어깨 1cm를 다시 늘려 달라는 요청이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의뢰서는 졸업식 전날 정해민이 직접 들고 와 "졸업식 단상용으로 어깨 한 줄만 마지막으로 다림질해 주세요"라고 한 줄 적은 것이었다.
김재홍 사장은 그 다섯 장을 가게 안쪽 벽에 한 줄로 붙여 두었으며, 정해민의 졸업식 단상에 입을 교복을 다림질하면서 다섯 장을 한 번씩 다시 보았다. 정해민은 학생회 임원도 응원단장도 아닌 평민 학생으로 졸업했지만, 졸업식 단상 위 학생 대표 인사를 그 교복 한 벌로 받았다. 학원 인근 수선집 거리에서는 그 일을 '다섯 장의 한 땀'이라 부르며, 신임 단골이 첫 의뢰일에 그 벽 한 줄을 한 번 보고 가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분실보관관(紛失保管官)
분실물 보관관
분실물을 보관하는 관
“주인 없는 우산 열일곱 개. 그 안에 누군가의 한 학기가 들어 있습니다.”
분실물 보관관은 학원 행정실 산하 분실물 창고를 관리하는 봉사 학생으로, 우산·교과서·체육복·학생증을 분류·보관·반환한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차림에 어깨에 분실물 명부, 한 손에 라벨링 펜과 작은 자물쇠 열쇠가 표준이다. 본인은 학원 안 모든 분실물의 평소 분실 빈도·옛 분기 반환 결재·금기 처분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화려한 단상보다 창고 한 칸의 한 줄 형광등 아래에서 가장 살아 있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분실물 처분이 아니라, 졸업식 다음 날까지 끝내 주인을 만나지 못한 학생증 한 장의 한 줄 라벨이다. 학원의 한 시즌은 사실 분실물 창고 한 칸에 한 학년의 잃어버린 한 호흡으로 쌓여 있다.
“지금도 청림 분실물 창고 가장 안쪽 선반 한 칸에는 학생증 한 장이 액자에 들어가 있어요. 신임 보관관이 첫 정리일에 그 액자를 한 번 들춰보면, 분실물이라는 게 한 학기를 보관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거든요.”
19대 분실물 보관관 정유진 — 청림학원 분실물 창고 사상 한 학생증 한 장을 11개월 동안 라벨을 4번 갈아 적으며 끝내 주인에게 돌려준 보관관 — 의 일화는 '11개월의 학생증'으로 창고에 길게 회자된다.
정유진의 임기 봄 학기 첫 주, 운동장 한쪽에서 떨어진 학생증 한 장이 분실물 창고에 들어왔는데 라벨에 적힌 이름은 1학년 6반 강민호(앞서 방송반 디렉터 일화의 그 디렉터가 될 1학년)였다. 강민호는 그 학기 학생증 재발급을 받지 않고 한 학기를 보냈고, 정유진은 한 달마다 그 학생증의 라벨을 새 잉크로 한 번씩 다시 적어 두었다. 4번째 라벨에는 정유진이 직접 작은 글씨로 "주인이 곧 옵니다"라고 적었고, 11개월 차 어느 가을 강민호가 우연히 분실물 창고에 다른 사진 분실물을 찾으러 들렀다가 그 학생증을 직접 발견했다.
강민호는 그 학생증을 받자마자 분실물 명부 마지막 칸에 본인 사인을 적었고, 그 사인 옆에 "11개월 늦은 한 줄"이라고 한 줄을 더 남겼다. 정유진은 그 학생증의 마지막 라벨 한 장을 분실물 창고 가장 안쪽 액자에 보관해 두었으며, 졸업까지 그 액자를 단 한 번도 옮기지 않았다. 청림학원 분실물 창고에서는 그 일을 '11개월의 라벨'이라 부르며, 신임 보관관 첫 정리일에 그 액자 앞에 한 호흡 서 있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지각단속원(遲刻團束員)
등굣길 지각 단속원
등굣길 지각을 단속하는 원
“8시 30분 1초. 그 1초 차이가 한 학기 출결을 정합니다.”
등굣길 지각 단속원은 학생회 봉사 직책으로, 매일 아침 교문 옆에 서서 지각생을 체크하고 명단을 학생회실에 넘기는 자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차림에 학생회 휘장, 한 손에 클립보드와 손목시계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학년의 평소 등교 시각·옛 분기 출결 결재·금기 묵인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학원장이 교문 앞 5분으로 학원을 본다면, 단속원은 그 5분의 한 학생 한 학생을 한 줄로 옮긴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단속이 아니라, 헐레벌떡 뛰어온 후배 앞에서 시계를 한 번 못 본 척 해주는 그 짧은 침묵이다. 학원 안 가장 작은 권력이지만, 한 학기 출결의 한 줄은 결국 그의 클립보드 위에서 정해진다.
“지금도 청림 교문 옆 단속원 자리에는 손목시계 한 칸이 늘 같은 자리에 비축되어 있어요. 신임 단속원이 첫 등교일에 그 시계를 한 번 들어보면, 1초의 무게가 무엇인지 한 호흡 만에 알게 되거든요.”
70기 등굣길 지각 단속원 김도연 — 앞서 야자 감독관 일화의 그 1학년이 2학년이 되어 단속원에 자원해 들어온 자이자, 한 학기 동안 같은 후배의 1초를 14번 묵인한 단속원 — 의 일화는 '14번의 1초'로 단속원 자리에 길게 전해진다.
김도연이 가을 학기 단속원 첫 주, 매일 8시 30분 1초에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1학년 9반 진서준(당시 1학년 9반, 동생을 데려다주고 등교하던 학생)의 사정을 학생회 임원 류세호(앞서 학생회 임원 일화의 그 임원)에게 직접 확인했다. 김도연은 진서준의 1초를 클립보드 한 줄에 적지 않는 대신, 14주 동안 같은 자리에서 손목시계 한 번을 일부러 다른 쪽으로 돌려 두는 일을 매일 반복했다. 진서준은 그 14주 동안 한 번도 지각 처리되지 않았으며, 학기 마지막 주 김도연 앞에 작은 우유 한 팩과 짧은 메모 한 장 "14번 고맙습니다"를 놓고 갔다.
김도연은 그 메모를 클립보드 가장 안쪽에 끼워두었고, 학기 말 학생회 출결 결재 회의에서 진서준의 사정을 정식으로 한 줄 보고해 정규 등교 예외 조항에 한 줄을 더 추가했다. 그 조항은 도찬영 학생회장(앞서 학생회장 일화의 그 회장)의 '한 줄 예외 조항'을 잇는 두 번째 예외 조항이 되었다. 청림학원 교문 옆 단속원 자리에서는 그 일을 '14번의 손목시계'라 부르며, 신임 단속원 첫 주에 손목시계 한 번을 다른 쪽으로 돌려 두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청소반장(淸掃班長)
청소당번 반장
청소당번을 이끄는 반장
“비질 한 줄, 걸레질 한 줄. 다 합치면 한 학기 교실 한 칸의 한 시즌입니다.”
청소당번 반장은 학급 청소 당번을 매주 짜고 분담을 챙기는 평민 학생 자치 직책으로, 빗자루·쓰레받기·걸레 한 장의 행방까지 손바닥처럼 외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차림에 어깨에 청소 당번표, 한 손에 작은 걸레와 빗자루가 표준이다. 본인은 학기 모든 청소 구역의 평소 먼지 빈도·옛 분기 도구 결재·금기 회피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학생회장이 단상에서 발언할 때, 그 단상 아래 마룻바닥의 한 줄 윤기는 반장의 한 주 빗자루 위에서 나왔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대청소가 아니라, 야자 끝나고 마지막으로 교실 형광등을 끄고 나가는 그의 한 호흡이다. 학원의 한 시즌은 사실 청소당번 반장의 빗자루 한 줄 위에서 끝난다.
“지금도 청림 1학년 7반 교실 뒷문 옆 한 칸에는 빗자루 한 자루가 늘 같은 자리에 세워져 있어요. 신임 반장이 첫 청소일에 그 빗자루를 한 번 들어보면, 한 줄 윤기의 무게가 무엇인지 한 호흡 만에 알게 되거든요.”
청림학원 1학년 7반 청소당번 반장 한지호 — 앞서 모의고사 출제관 일화의 그 검수 보조 도우미가 1학년 시절 맡은 첫 자치 직책이자, 한 학기 동안 같은 빗자루 한 자루로 교실 한 칸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은 반장 — 의 일화는 '한 자루 빗자루'로 1학년 7반에 길게 회자된다.
한지호가 1학년 봄 학기 청소 당번 첫 주에 교실 뒷문 옆에 다른 빗자루 다섯 자루 가운데 가장 닳은 한 자루를 골라 본인 자리에 세워 두었다. 한지호는 한 학기 16주 동안 매일 야자가 끝난 새벽 12시에 그 한 자루로 교실 한 칸을 한 줄씩 비질했고, 마지막 한 줄을 비질하고 나서야 형광등 한 줄을 한 번에 껐다. 같은 반 학생들이 다른 빗자루를 쓰자고 제안했지만, 한지호는 "이 한 자루가 한 학기를 다 봅니다"라고만 짧게 답했다.
학기 마지막 날 그 빗자루는 손잡이가 5cm나 닳아 있었고, 한지호는 그 빗자루를 새것으로 바꾸지 않고 다음 학기 반장 후배에게 직접 인계했다. 그 빗자루는 청림학원 1학년 7반 청소당번 사이에서 7번을 더 인계되어 졸업까지 같은 자리에 그대로 세워져 있었다. 청림학원 1학년 7반에서는 그 일을 '한 자루의 한 학기'라 부르며, 신임 반장 첫 청소일에 그 빗자루 한 자루를 한 번 들어보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과학경시웅(科學競試雄)
과학경시 우승자
과학경시의 정점에 선 영웅
“정답은 한 줄이지만, 거기까지 가는 풀이는 일곱 페이지였습니다. 그 일곱 페이지가 진짜 우승입니다.”
과학경시 우승자는 학원 대표로 전국 과학경시·올림피아드 본선에서 한 자리수 등수를 매년 갱신하는 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차림에 어깨에 풀이노트 가방, 한 손에 손때 묻은 샤프와 작은 계산기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단원의 평소 오답 빈도·옛 분기 풀이 결재·금기 암기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화려한 시상식보다, 본선 전날 새벽 빈 실험실 책상 한 칸 위가 그가 가장 살아 있는 자리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대회 정답이 아니라, 후배의 풀이지에 빨간 펜으로 적어주는 "이 줄에서 한 번 더 의심해봐" 한 줄이다. 학원의 한 시즌은 사실 그의 풀이노트 일곱 페이지 위에서 한 번씩 갱신된다.
“지금도 청림 본관 3층 실험실 책상 한 칸에는 풀이노트 한 권이 늘 같은 자리에 놓여 있어요. 신임 경시반 부원이 첫 본선 전날 그 노트를 한 번 들춰보면, 정답 한 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한 호흡 만에 알게 되거든요.”
49회 전국 학생 과학경시 본선 우승자 한도윤 — 청림학원 경시 사상 본선 최종 문항을 일곱 페이지짜리 풀이로 정답에 도달한 유일한 우승자이자 결승 후 자기 풀이노트를 통째로 후배에게 인계한 학생 — 의 일화는 '일곱 페이지의 한 줄'로 실험실에 길게 회자된다.
한도윤이 본선 마지막 문항을 받자마자 일반적인 두 페이지 풀이 대신 가장 안전한 일곱 페이지짜리 분해 풀이를 선택했고, 마감 5분 전에야 마지막 한 줄에 정답을 적었다. 채점 후 다른 결승 진출자들이 짧은 풀이로 시간을 남겼지만, 한도윤만이 일곱 페이지 한 줄까지 모두 정확했다. 한도윤은 시상식 직후 풀이노트 일곱 페이지 원본을 후배 1학년 경시반 부원 백시아(당시 1학년 경시반)에게 직접 인계하며, 첫 페이지에 빨간 펜으로 "이 줄에서 한 번 더 의심해봐"라고 한 줄을 적어 넣었다.
백시아는 그 노트를 다음 해 본선까지 들고 다녔고, 본인이 막히는 단원마다 한도윤의 한 줄을 다시 읽었다. 백시아는 다음 해 본선에서 청림학원 경시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우승을 가져왔고, 그 풀이노트는 다시 다음 후배에게 인계되어 6년째 같은 노트가 실험실 책상 한 칸 위에 그대로 있다. 청림 경시반에서는 그 일을 '일곱 페이지의 인계'라 부르며, 신임 부원 첫 본선 전날 그 노트의 한 페이지를 한 번 펴보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변론대표사(辯論代表士)
학생 변론 대표
학생 변론을 대표하는 자
“징계는 학원장 손에 있지만, 그 앞 한 줄 변론은 제 손에 있습니다. 그래서 두 번 씁니다.”
학생 변론 대표는 교칙 위반 심의위원회·징계 청문회에서 학생 측을 대신해 한 줄 진술서를 작성하고 변론하는 봉사 직책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차림에 어깨에 청문 자료집, 한 손에 한 장짜리 진술 요약지와 작은 손목시계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학년의 평소 위반 유형·옛 분기 청문 결재·금기 변호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학생회 임원이 행정을 굴리면, 변론 대표는 한 학생의 한 시즌이 걸린 한 줄 진술을 다듬는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청문회 변론이 아니라, 청문 직전 떨고 있는 후배에게 "사실 그대로만 말해도 충분해"라고 적어주는 짧은 메모다. 학원의 한 시즌은 사실 청문회 한 칸의 한 줄 진술 위에서 결정된다.
“지금도 청림 청문실 책상 한 칸에는 한 장짜리 진술 요약지 양식이 늘 같은 자리에 놓여 있어요. 신임 변론 대표가 첫 청문일에 그 양식을 한 번 들어보면, 진술이라는 게 어떻게 한 학생을 옮기는지 한 호흡 만에 알게 되거든요.”
12대 학생 변론 대표 도하나 — 청림학원 청문회 사상 한 청문회를 위해 진술 요약지를 23번 다시 쓴 변론 대표 — 의 일화는 '23번의 진술'로 청문실에 길게 회자된다.
도하나의 임기 중반, 1학년 6반 강민호(앞서 방송반 디렉터·분실물 학생증 일화의 그 1학년)가 야자 도중 방송실 콘솔 한 줄을 무단으로 만진 일로 청문회에 회부되었다. 사실은 강민호가 졸업식 페이드아웃 시점을 미리 연습하려던 것이었지만, 교칙상 무단 사용은 한 학기 동아리 활동 정지 사유였다. 도하나는 청문 전날 새벽까지 진술 요약지를 23번을 다시 적으며, 강민호의 동아리 일지·평소 야자 출석·방송반 부원 추천서를 한 줄씩 정리해 한 장으로 압축했다.
마지막 23번째 진술 요약지 한 줄은 "이 손길은 무단이 아니라 미리 연습한 한 호흡이었다"였고, 청문회 위원장이 그 한 줄을 회의 시작 5분 만에 받아들였다. 강민호는 동아리 활동 정지 대신 경고 한 줄 처분으로 끝났고, 그 학기 졸업식 페이드아웃은 정확히 4초 만에 떨어졌다. 청림 청문실에서는 그 일을 '23번의 한 줄'이라 부르며, 신임 변론 대표 첫 청문일에 진술 요약지 양식 한 장을 미리 책상에 놓아두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보건도우미(保健도우미)
보건실 도우미
보건실에서 손을 거드는 자
“체온 한 줄, 혈압 한 줄. 그 사이에 그 친구의 한 시즌이 있어요.”
보건실 도우미는 보건 선생님 보조 봉사 학생으로, 체온 측정·약 분류·환자 명부 정리·등하교 동행을 책임진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위 흰 보건 가운에 어깨에 약품 정리 가방, 한 손에 작은 체온계와 손소독제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학년의 평소 결석 유형·옛 분기 약품 결재·금기 처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화려한 단상보다 보건실 한 칸의 흰 시트 위 환자 명부가 그가 가장 살아 있는 자리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응급 호출이 아니라, 시험 전날 어지럽다며 들른 후배에게 "30분만 누워 있다 가"라고 적어주는 한 줄 쪽지다. 학원의 한 시즌은 사실 보건실 침대 한 칸의 30분 위에서 다시 굴러간다.
“지금도 청림 보건실 침대 두 번째 칸 옆 작은 서랍에는 메모지 한 묶음이 늘 같은 자리에 비축되어 있어요. 신임 도우미가 첫 봉사일에 그 메모를 한 장 꺼내보면, 30분이라는 게 한 학년의 한 시즌을 가른다는 걸 한 호흡 만에 알게 되거든요.”
31대 보건실 도우미 류세영 — 청림학원 보건실 사상 같은 후배의 침대 두 번째 칸 옆에 30분 쪽지 한 장을 한 학기 동안 22번 두고 간 도우미 — 의 일화는 '22장의 30분 쪽지'로 보건실에 길게 회자된다.
류세영의 임기 봄 학기, 1학년 4반 진희원(앞서 학생회장 한 줄 청원서 일화의 그 1학년)이 시험 기간마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보건실에 들렀고, 결석 한 줄로 처리되면 한 줄 청원서 한 장도 다 못 쓰는 상황이었다. 류세영은 보건 선생님 황지은 선생(청림학원 보건교사 16년 차)의 결재를 받아, 진희원이 들를 때마다 침대 두 번째 칸 옆에 "30분만 누워 있다 가" 메모 한 장과 따뜻한 보리차 한 컵을 두고 갔다. 22번째 메모는 시험 마지막 날이었고, 그 메모에는 "마지막 30분"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진희원은 그 학기 모든 시험을 결석 없이 마쳤고, 한 줄 청원서를 더 이상 쓸 일이 없는 한 학기를 보냈다. 류세영은 22장의 메모를 한 묶음으로 묶어 보건실 침대 두 번째 칸 옆 작은 서랍 가장 안쪽에 보관해 두었으며, 졸업까지 그 서랍을 단 한 번도 정리하지 않았다. 청림학원 보건실에서는 그 일을 '22번의 30분'이라 부르며, 신임 도우미 첫 봉사일에 침대 두 번째 칸 옆 메모지 한 장을 미리 비축해두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진학자료사(進學資料師)
진학자료실 큐레이터
진학자료실을 큐레이션하는 자
“전공 200개, 학교 300개. 다 외우진 못해도, 후배가 묻는 한 칸은 책임집니다.”
진학자료실 큐레이터는 진학자료실의 학생 봉사 직책으로, 학과 안내·입시요강 정리·옛 합격 자기소개서 보관·검색 보조를 담당한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차림에 어깨에 자료 색인 가방, 한 손에 작은 분류 라벨과 노란 포스트잇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학과의 평소 인기 트렌드·옛 분기 입시 결재·금기 표절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진로 도우미가 한 명의 자기소개서를 다듬는다면, 큐레이터는 그 한 명이 참고할 합격 사례 한 칸을 미리 정리해 둔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합격 수기 비치가 아니라, 길을 잃은 후배 앞에 "이 학과는 자료 두 칸 더 위에 있어"라고 슬쩍 띄워주는 손가락이다. 학원의 한 시즌은 사실 자료실 책장 한 칸 위에서 다음 학년으로 넘어간다.
“지금도 청림 진학자료실 책장 두 번째 칸 위에는 노란 포스트잇 한 장이 늘 같은 자리에 붙어 있어요. 신임 큐레이터가 첫 정리일에 그 포스트잇을 한 번 들춰보면, 자료라는 게 한 학기를 미리 안내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거든요.”
17대 진학자료실 큐레이터 노예진 — 청림학원 진학자료실 사상 한 후배의 학과 자료 한 칸을 12주 동안 노란 포스트잇으로 24번 옮겨 붙인 큐레이터 — 의 일화는 '24장의 포스트잇'으로 자료실에 길게 전해진다.
노예진의 임기 가을 학기, 1학년 8반 진우현(앞서 진로 상담 도우미 일화의 그 1학년)이 자기소개서 첫 줄을 못 적은 채 자료실에 매주 들렀다. 노예진은 진우현이 보던 학과 자료 한 칸 위에 매주 노란 포스트잇 한 장을 새로 붙이며, 다음 주에 봐야 할 합격 자기소개서 두 권의 위치를 한 줄로 적어 두었다. 12주 동안 24장의 포스트잇이 같은 책장 두 번째 칸 위에 차곡차곡 쌓였고, 진우현은 그 포스트잇을 따라가며 학과 자료 200권 가운데 자기에게 맞는 7권을 정확히 찾아냈다.
13주 차에 진우현은 처음으로 자기소개서 한 줄 "나는 매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를 적었고, 그 한 줄은 진로 도우미 윤지원(앞서 진로 도우미 일화의 그 도우미)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노예진은 24장의 포스트잇 가운데 마지막 한 장을 책장 두 번째 칸 위에 영구로 붙여 두었으며, 졸업까지 그 한 장을 단 한 번도 떼지 않았다. 청림 진학자료실에서는 그 일을 '24장의 자리'라 부르며, 신임 큐레이터 첫 정리일에 책장 두 번째 칸 위 노란 포스트잇 한 장을 미리 붙여 두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동아연합사(동아聯合士)
동아리연합 총무
동아리연합의 총무
“예산 한 줄, 부원 한 줄. 두 줄이 안 맞으면 발표회 한 칸이 비웁니다.”
동아리연합 총무는 학원 내 모든 등록 동아리의 예산·일정·발표회를 조율하는 학생회 산하 직책으로, 동아리 부장들이 가장 자주 결재 도장을 받는 자리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차림에 어깨에 예산 장부 가방, 한 손에 계산기와 작은 도장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동아리의 평소 활동량·옛 분기 예산 결재·금기 중복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학생회장이 단상에 서면, 총무는 그 단상 옆 예산 시트 한 줄을 마지막까지 다듬는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발표회 예산이 아니라, 부원 두 명짜리 신생 동아리에게 "내년에 더 신청해보자"라고 적어주는 한 줄 회신이다. 학원의 한 시즌은 사실 동아리방 사이 복도 한 줄 위에서 발표회 한 칸으로 굳어진다.
“지금도 청림 동아리방 복도 끝 게시판에는 한 줄 회신 메모 한 장이 그대로 붙어 있어요. 신임 총무가 첫 결재일에 그 메모를 한 번 들춰보면, 한 줄 회신이라는 게 신생 동아리 한 칸을 살린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23대 동아리연합 총무 박서윤 — 청림학원 동아리연합 사상 부원 두 명짜리 신생 동아리에게 한 줄 회신 메모 한 장으로 다음 해 부원 21명짜리 발표회 한 칸을 만들어 준 총무 — 의 일화는 '한 줄 회신'으로 동아리방 복도에 길게 회자된다.
박서윤의 임기 봄 학기, 부원 두 명짜리 신생 동아리 '학원 풍경 사진부'가 예산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활동 실적 부족으로 정식 예산 라인이 잡히지 않았다. 박서윤은 그 예산 신청서를 반려하지 않고, 대신 한 줄 회신 메모 한 장에 "올해는 동아리 자체 예산 5만 원으로 한 분기, 내년에 정식으로 더 신청해보자"라고 적어 동아리방 문 앞에 붙여 두었다. 사진부 부장 강하루(앞서 천문관측부 부원이자 토론부 후배 일화의 그 학생)가 그 메모를 본 다음 날 작은 디지털 카메라 한 대로 학원 풍경 한 칸씩 찍기 시작했고, 한 분기 동안 매주 동아리방 문 앞에 사진 한 장씩을 붙였다.
한 분기 만에 부원이 7명, 두 분기째 14명, 다음 해 봄 21명까지 늘어났고, 사진부는 청림학원 동아리연합 발표회 한 칸을 정식으로 받았다. 박서윤은 그 한 줄 회신 메모 원본을 동아리방 복도 끝 게시판에 영구로 붙여 두었으며, 그 옆에 "한 줄이 한 동아리를 살립니다"라는 작은 메모를 한 장 더 붙여 두었다. 청림 동아리연합에서는 그 일을 '5만 원의 한 분기'라 부르며, 신임 총무 첫 결재일에 그 게시판 메모를 한 번 들춰보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게시판관리자(揭示板管理者)
교내 게시판 관리원
교내 게시판을 관리하는 자
“한 장 붙이고, 한 장 떼고. 게시판은 학원의 일주일짜리 일기장이에요.”
교내 게시판 관리원은 본관 복도 게시판·학생회 알림판·동아리 모집판을 한 손으로 굴리는 봉사 학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차림에 어깨에 압정 가방, 한 손에 작은 풀과 한 장짜리 알림 라벨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게시물의 평소 부착 빈도·옛 분기 게시 결재·금기 광고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학생회 임원이 한 줄 결재를 내리면, 관리원은 그 한 줄을 게시판 한 칸의 압정 네 개로 옮긴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학교 행사 포스터가 아니라, 분실물 코너에 "주인 찾습니다" 한 장을 다시 위로 옮겨 붙이는 그 한 손가락이다. 학원의 한 시즌은 사실 게시판 한 칸의 압정 네 개 위에서 일주일씩 흘러간다.
“지금도 청림 본관 1층 분실물 코너 게시판 가장 위쪽 한 칸에는 압정 네 개가 늘 같은 자리에 박혀 있어요. 신임 관리원이 첫 게시일에 그 압정을 한 번 만져보면, 한 손가락이 무엇인지 한 호흡 만에 알게 되거든요.”
28대 교내 게시판 관리원 김하린 — 청림학원 게시판 사상 같은 분실물 한 장을 11주 동안 매주 가장 위 한 칸으로 옮겨 붙인 관리원 — 의 일화는 '11주의 한 손가락'으로 본관 복도에 길게 전해진다.
김하린의 임기 봄 학기 첫 주, 본관 1층 분실물 코너에 "주인 찾습니다 학생증 한 장"이 한 장 부착되었는데 그 학생증은 분실물 보관관 정유진(앞서 분실물 보관관 일화의 그 보관관)이 라벨을 한 번 갈아 적은 것이었다. 김하린은 그 학생증 알림을 매주 월요일 아침 게시판 가장 위 한 칸으로 옮겨 붙이는 일을 11주 동안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고, 매주 옮겨 붙일 때마다 압정 네 개를 같은 위치에 정확히 박았다. 11주 차 가을 어느 아침 1학년 6반 강민호(앞서 방송반 디렉터·청문 일화의 그 1학년)가 우연히 본관 1층을 지나다 그 알림을 발견하고 분실물 창고로 향했고, 그날 정유진이 11개월간 보관해온 학생증을 직접 받았다.
김하린은 그 알림 한 장을 11주 차 그날 떼지 않고, 대신 옆에 "이 한 칸의 11주가 한 학년의 한 학기를 만들었습니다"라는 작은 메모를 한 장 더 붙여 두었다. 그 메모는 졸업까지 같은 게시판 가장 위 한 칸에 그대로 남았다. 청림학원 본관 게시판에서는 그 일을 '11주의 압정'이라 부르며, 신임 관리원 첫 게시일에 그 압정 네 개 자리를 한 번 확인하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우유회계자(牛乳會計者)
우유당번 회계
우유당번의 회계를 보는 자
“한 팩에 600원. 한 학기면 30칸 분량 영수증입니다. 0원 한 칸도 두 번 봅니다.”
우유당번 회계는 학급 우유 신청·배달 확인·미납 정리를 담당하는 평민 학생 자치 직책으로, 매주 영수증 한 칸과 학생 명단 한 줄을 직접 맞춰 본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차림에 어깨에 회계 장부 가방, 한 손에 작은 도장과 영수증철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학생의 평소 신청 패턴·옛 분기 미납 결재·금기 횡령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학생회 임원이 큰 행정을 굴리면, 회계는 한 팩 600원의 한 줄 정산을 학기 끝까지 맞춘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학급비 결산이 아니라, 한 학기 내내 우유를 못 받은 친구의 미납 칸을 슬그머니 본인이 채워둔 익명의 한 줄이다. 학원의 한 시즌은 사실 우유 한 팩 600원의 영수철 한 칸 위에서 정산된다.
“지금도 청림 2학년 5반 회계 장부 한쪽 안주머니에는 익명의 한 줄 영수증 한 장이 그대로 끼워져 있어요. 신임 회계가 첫 결산일에 그 한 장을 한 번 들춰보면, 한 팩 600원이 어떤 한 학기를 만드는지 한 호흡 만에 알게 되거든요.”
청림학원 2학년 5반 우유당번 회계 윤재희 — 청림학원 학급 회계 사상 한 학기 미납 한 줄을 본인 이름 대신 '익명' 한 줄로 채운 회계 — 의 일화는 '익명의 한 줄'로 학급 회계 사이에 길게 회자된다.
윤재희가 가을 학기 우유 회계를 맡은 첫 달, 같은 반 평민 학생 한 명이 가족 사정으로 우유를 한 달째 미납 처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영수철 한 칸에서 발견했다. 윤재희는 그 친구를 직접 부르지 않고, 대신 본인 용돈 18,000원(한 달 30칸 × 600원)을 미납 칸에 한 줄로 채워 넣고 영수증 한 장에 '익명'이라는 한 줄을 적어 끼워 두었다. 그 친구는 한 학기 동안 본인이 미납 처리되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우유 한 팩을 매일 받았고, 학기 마지막 날 학급 결산에서 미납 0건으로 회계가 마감되었다.
학기 말 학급 부반장이 영수철 안쪽에서 '익명' 한 줄을 발견하고 윤재희에게 물었지만, 윤재희는 "이건 학급비 한 줄이 아니라 한 친구의 한 학기"라고만 짧게 답했다. 윤재희는 그 영수증 한 장을 졸업까지 회계 장부 안주머니에 그대로 끼워 두었으며, 다음 회계 후배에게 인계할 때도 그 한 장만은 본인이 가져갔다. 청림학원 학급 회계 사이에서는 그 일을 '한 줄 익명 결산'이라 부르며, 신임 회계 첫 결산일에 영수철 안쪽 한 칸을 한 번 들춰보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사물함수자(私物函守者)
사물함 열쇠지기
사물함 열쇠를 지키는 자
“잃어버린 열쇠 열일곱 개. 그 안에 한 학년의 한 학기가 잠겨 있습니다.”
사물함 열쇠지기는 학년 사물함 열쇠를 분실 시 즉시 임시 키로 보조해주는 학생회 산하 봉사 직책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차림에 어깨에 열쇠 꾸러미 가방, 한 손에 작은 라벨링 펜과 임시 키 카드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학년의 평소 분실 빈도·옛 분기 보조 결재·금기 복제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분실물 보관관이 잃어버린 물건을 보관한다면, 열쇠지기는 그 물건이 갇힌 사물함 한 칸을 직접 열어준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단체 교체가 아니라, 시험 직전 교과서를 사물함에 둔 채 열쇠를 잃은 후배 앞에서 30초 안에 임시 키를 꽂아주는 그 손가락이다. 학원의 한 시즌은 사실 사물함 한 칸의 잠긴 30초 위에서 다시 열린다.
“지금도 청림 학생회 사물함 옆 가장 안쪽 서랍에는 임시 키 카드 한 장이 늘 같은 자리에 비축되어 있어요. 신임 열쇠지기가 첫 보조일에 그 카드를 한 번 들어보면, 30초가 무엇인지 한 호흡 만에 알게 되거든요.”
24대 사물함 열쇠지기 신지오 — 청림학원 사물함 열쇠지기 사상 한 시험 직전 후배의 사물함 한 칸을 정확히 28초 만에 임시 키로 열어준 열쇠지기 — 의 일화는 '28초의 임시 키'로 사물함 복도에 길게 전해진다.
신지오의 임기 봄 학기 중간고사 첫날 아침 8시 25분, 1학년 9반 진서준(앞서 등굣길 단속원 일화의 그 1학년)이 동생을 데려다주고 헐레벌떡 뛰어와 사물함 앞에서 열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험 시작은 8시 30분이었고 진서준의 영어 교과서와 시험 답안지 작성용 펜은 사물함 안에 잠겨 있었다. 신지오는 학생회 사물함 옆 가장 안쪽 서랍에서 임시 키 카드 한 장을 꺼내 28초 만에 진서준의 사물함 한 칸을 열었고, 진서준은 시험 시작 1초 전에 자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시험 후 진서준이 신지오에게 우유 한 팩과 짧은 메모 한 장 "28초 고맙습니다"를 전했고, 신지오는 그 메모를 임시 키 카드 봉투 안쪽에 끼워 두었다. 신지오는 학기 말 학생회 회의에서 등굣길 단속원 김도연(앞서 단속원 일화의 그 단속원)과 함께 '시험 직전 사물함 비상 보조 30초 룰'을 정식 한 줄 안건으로 제출해 통과시켰다. 청림학원 사물함 복도에서는 그 일을 '28초의 임시 키'라 부르며, 신임 열쇠지기 첫 보조일에 임시 키 카드 한 장을 가장 안쪽 서랍에 미리 비축해두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급식자리수자(給食자리守者)
점심줄 자리지기
점심줄 자리를 지키는 자
“한 자리 양보, 한 끼 평등. 줄 위 1cm 차이가 점심시간을 정합니다.”
점심줄 자리지기는 학생식당 줄을 매일 비공식으로 정리해주는 평민 학생 자원 직책으로, 새치기 단속·뒷줄 안내·잃은 식판 챙김을 한 손으로 굴린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차림에 어깨에 작은 가방, 한 손에 식판과 가벼운 안내용 손짓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학년의 평소 점심 패턴·옛 분기 줄 결재·금기 새치기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매점 단골이 학원 안 가장 평등한 5분을 살아간다면, 자리지기는 그 5분이 무너지지 않게 한 칸씩 옮겨 세운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단속이 아니라, 늦게 온 신입생에게 "여기 한 자리 비었어" 하고 슬쩍 끼워주는 한 호흡이다. 학원의 한 시즌은 사실 점심줄 한 칸의 1cm 위에서 평등하게 굴러간다.
“지금도 청림 학생식당 입구 줄 한 칸은 늘 한 자리가 비어 있어요. 신임 자리지기가 첫 점심시간 그 한 자리를 한 번 비춰보면, 1cm가 어떻게 한 끼를 평등하게 만드는지 한 호흡 만에 알게 되거든요.”
청림학원 학생식당 점심줄 자리지기 자원자 김유나 — 청림학원 학생식당 사상 한 학기 내내 줄 가장 앞 한 자리를 늘 신입생 자리로 비워둔 자원자 — 의 일화는 '한 자리 1cm'로 학생식당 입구에 길게 회자된다.
김유나가 봄 학기 학생식당 점심줄 자원에 들어온 첫 주, 줄 가장 앞 한 자리에 늘 한 칸을 비워두고 본인은 그 뒤로 한 칸 물러섰다. 같은 학년 친구들이 왜 가장 앞자리를 양보하느냐고 묻자, 김유나는 "이 자리는 늦게 온 신입생 자리"라고만 짧게 답했다. 학기 둘째 주 어느 점심시간, 1학년 1반 진소희(당시 1학년 1반, 첫 학기 친구를 사귀지 못해 점심을 거르던 학생)가 늦게 식당에 들어왔다가 김유나의 양보로 그 한 자리에 앉았다.
진소희는 그 점심시간 처음으로 식판을 끝까지 비웠고, 다음 날부터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한 학기 동안 김유나의 한 자리 양보는 진소희뿐 아니라 다른 신입생 7명이 처음 식판을 비우는 자리가 되었고, 학기 말에는 자리지기 자원자 14명이 같은 양보를 따라 했다. 김유나는 그 한 자리를 졸업까지 자기 자리로 만들지 않았으며, 마지막 점심날에도 본인은 한 칸 뒤에 서 있었다. 청림학원 학생식당에서는 그 일을 '한 자리의 1cm'라 부르며, 신임 자리지기 첫 점심시간에 줄 가장 앞 한 자리를 비워두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운동장수부(運動場水夫)
운동장 물뿌리개
운동장에 물을 뿌리는 일꾼
“흙먼지 한 줄 가라앉히면, 응원석 한 줄이 살아납니다. 하루 세 번, 그게 끝.”
운동장 물뿌리개는 체육 시간·체육대회 직전 운동장 흙먼지를 미리 진정시켜 두는 평민 학생 자원 직책으로, 호스 한 줄과 작은 양동이를 손바닥처럼 다룬다. 외형은 단정한 체육복 차림에 어깨에 호스 한 줄, 한 손에 양동이와 가벼운 분무기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학기 모든 시간대의 평소 흙먼지 빈도·옛 분기 살수 결재·금기 과수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체육대회 응원단장이 단상에서 목청을 굴린다면, 물뿌리개는 그 단상 아래 흙 한 줄을 미리 가라앉혀 둔 자다. 진짜 무거운 한 줄은 큰 체육대회 살수가 아니라, 체육 수업 5분 전 빈 운동장 한 칸에 조용히 한 번 호스를 휘두르는 그 한 호흡이다. 학원의 한 시즌은 사실 운동장 흙먼지 한 줄 위에서 가라앉으며 다음 시간으로 넘어간다.
“지금도 청림 운동장 한쪽 호스 거치대에는 호스 한 줄이 늘 같은 자리에 감겨 있어요. 신임 물뿌리개가 첫 살수일에 그 호스를 한 번 들어보면, 한 호흡이 어떻게 응원석 한 줄을 만드는지 한 호흡 만에 알게 되거든요.”
청림학원 운동장 물뿌리개 자원자 박재훈 — 청림학원 운동장 사상 65회 체육대회 결승 직전 폭염 속 운동장 한 칸을 단 12분 만에 정확히 가라앉힌 자원자 — 의 일화는 '12분의 한 호흡'으로 운동장 한쪽에 길게 회자된다.
박재훈의 임기 가을, 65회 체육대회 결승 줄다리기를 30분 앞두고 운동장 흙먼지가 폭염으로 일어 응원석 한 줄이 시야가 흐려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응원단장 서지운(앞서 응원단장 일화의 그 단장)이 단상에서 메가폰을 들고 흙먼지 진정을 요청했고, 박재훈은 호스 한 줄을 들고 운동장 한 칸을 단 12분 만에 정확한 양으로 살수했다. 흙이 너무 많이 젖으면 줄다리기 발판이 미끄러지고, 너무 적으면 흙먼지가 다시 일어나기에 박재훈은 평소 매일 살수 양 표를 한 칸씩 외운 그 데이터로 12분 만에 정확한 비율을 맞췄다.
결승전 마지막 12점이 결정되는 순간 응원석 한 줄은 흙먼지 없이 단상 위 서지운을 정확히 응시할 수 있었고, 그 박수 한 호흡 안에 박재훈의 호스 한 줄도 함께 있었다. 박재훈은 결승전 후 호스를 거치대에 정확히 같은 자리로 다시 감아두었으며, 그 호스는 졸업까지 단 한 번도 다른 자리로 옮겨지지 않았다. 청림학원 운동장에서는 그 일을 '12분의 한 줄'이라 부르며, 신임 물뿌리개 첫 살수일에 호스 거치대 한 칸을 한 번 확인하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창립기획주(創立企劃主)
학원 창립 기념 기획자
학원 창립 기념을 기획하는 주인
“100주년 기념행사, 교장실 결재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이 학원이 왜 100년 버텼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학원 창립 기념 기획자는 학원 창립 기념일 행사의 주제 기획부터 당일 진행까지 총괄하는 학생이다. 학원 역사상 가장 큰 단위 기념일 — 50주년, 100주년 — 에 한 번 등장하는 역할이지만, 그 한 번을 위해 사 년 내내 준비하는 자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기념 배지, 한 손에 역대 행사 기록 바인더가 표준이다.
단순한 행사 준비가 아니라, 이 학원이 지금까지 어떻게 굴러왔는지를 이해하고 그것을 행사 한 가지 장면으로 압축하는 것이 이 자리의 핵심이다. 역대 졸업생 인터뷰, 옛 교복 전시, 학원 창립자 어록 필사 —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장면 하나가 학원 전체를 한 방향으로 보게 만든다.
“기획자 선배가 100주년 준비 첫 날 도서관에서 가장 오래된 졸업 앨범을 꺼냈다는 거, 학생회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가장 오래된 앨범 한 권이 새 기획서 백 장보다 무겁다는 사실, 한 번 직접 꺼내봐야 압니다.”
청림학원 창립 기념 기획자 이도훈 — 청림학원 100주년 기념 행사(청림학원 개교 100주년을 맞아 재학생·졸업생·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학원 최대 규모 행사)의 학생 측 기획 총괄을 맡아 단독으로 주제를 "학원을 지나간 사람들"로 정한 자 — 의 일화는 학생회 안에서 "가장 오래된 앨범 한 권"으로 통한다.
이도훈은 기획 착수 첫 날 교지 편집장(앞서 150009 일화의 그 편집장)과 함께 도서관 유리 진열장에서 청림학원 창립 당해 발행된 첫 번째 교지 한 권을 꺼냈다. 그 교지 첫 페이지에는 학원장의 창립 어록 한 줄 — "이 학원은 사람이 사람을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자리입니다" — 이 있었다.
이도훈은 그 한 줄을 100주년 행사 메인 현수막 한 줄로 그대로 올렸으며, 행사 당일 전교생이 그 한 줄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다. 학생 변론 대표(앞서 150022 일화의 그 대표)는 그 현수막 앞에서 100주년 기념 연설을 했으며, 그 연설문 첫 줄은 창립 어록 한 줄을 그대로 인용했다. 후대 기념 기획자들은 기획 첫 날 도서관에서 가장 오래된 교지를 꺼내 창립 어록을 확인하는 관례를 이도훈의 그 첫 날에서 따왔다.
전교코치(全校코치)
전교 스터디 코치
전교 스터디를 지도하는 코치
“공부 방법보다 먼저 물어봐야 하는 게 있어요. 지금 뭐가 제일 힘든지요.”
전교 스터디 코치는 학원 전교 단위로 공부 방법·학습 전략·시험 준비를 상담해주는 비공식 학생 코치다. 학원 공식 학습 도우미와 다른 점은, 이 자리의 코치는 자신이 전교 수석이어서가 아니라 다양한 공부 실패와 회복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코치가 된다는 것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방에 각 과목 요약 노트 한 벌, 한 손에 상담 메모 수첩이 표준이다.
한 학기에 상담하는 학생 수는 공식 진로 상담 도우미보다 많다. 이 자리가 무서운 이유는 코치가 상담 내용을 절대 외부에 말하지 않는다는 신뢰 때문이다. 학원에서 가장 많은 비밀을 알고 가장 조용한 사람이 이 코치다.
“코치 선배 상담 수첩에 이름 대신 번호가 적혀 있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계율이에요. 그 번호 한 칸이 시험 점수 한 줄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스터디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전교 스터디 코치 윤재영 — 청림학원 전교 학생 중 한 학기 동안 53명을 상담하며 단 한 번도 내용을 외부에 말하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53번 수첩 한 권"으로 통한다.
윤재영 재임 중 전교 1등(앞서 150002 일화의 그 1등)이 처음으로 코치에게 상담을 요청한 일이 있었다. 윤재영은 그 학생을 다른 상담자와 똑같이 수첩 한 번호로 기록했으며, 상담 후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전교 1등은 그 상담 이후 처음으로 자기 방법 대신 다른 방법을 한 번 시도했으며, 그 학기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웠다고만 했다.
모의고사 출제관(앞서 150008 일화의 그 출제관)은 윤재영의 수첩 한 권이 교지 한 권보다 무겁다고 했으며, 후대 전교 스터디 코치들은 상담 수첩에 이름 대신 번호를 쓰는 관례를 윤재영의 그 53번에서 따왔다.
후견신성(後見新星)
졸업 직전 신입생 후견인
결업 직전 신입생 후견인
“나 졸업하기 전에 한 가지만 해줄게. 이 학원에서 길 잃지 않을 만큼은 알려줄게.”
졸업 직전 신입생 후견인은 졸업 학기 마지막 한 달 동안 자신의 후임이 될 신입생 한 명과 일대일로 연결되어 학원 생활을 안내하는 자다. 공식 멘토링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비공식 전통이다. 후견인 한 명이 신입생 한 명에게 이 학원의 가장 중요한 자리 — 매점, 도서관, 보건실, 빈 교실 창가 — 를 하나씩 안내하며 한 달을 보낸다.
가장 중요한 안내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다. "3층에 이런 선생님이 있어, 이럴 때 찾아가면 돼"보다 "저 코너에 이 선배가 있어, 졸업식 날까지 아무것도 모르겠으면 거기 먼저 가봐"가 더 오래 남는다. 진짜 후견은 지도가 아니라, 지도 없이도 길을 찾는 사람 하나를 소개하는 것이다.
“후견인 선배가 마지막 안내 날 신입생에게 자기 학생증 사본 한 장을 주고 간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그 사본 한 장이 학원 안내 책자 열 권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학원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졸업 직전 신입생 후견인 장서현 — 청림학원 비공식 후견인 전통 역사상 처음으로 후견을 마친 뒤 신입생에게 자기 학생증 사본과 함께 "이 학원에서 모르는 게 생기면 이 이름을 찾아가도 돼"라는 메모를 건넨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학생증 한 장의 후견"으로 통한다.
장서현이 후견한 신입생 김민준(당시 1학년 신입생)은 입학 첫 주 도서관을 찾지 못해 세 번 같은 복도를 돌았다. 장서현은 지도를 그려주는 대신 도서부 사서(앞서 150012 일화의 그 사서)에게 직접 데려갔으며, 사서는 김민준에게 대출 카드 첫 번째 칸을 비워두는 관례를 알려주었다.
장서현의 후견 마지막 날, 김민준은 "선배 없이도 이 학원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장서현은 그 말을 자기 학원 생활 가장 좋은 한 줄로 졸업 앨범 여백에 적었으며, 김민준은 그 앨범을 훗날 자기 후견인 생활 첫 날 꺼내 읽었다.
연합토론사(聯合討論士)
학원 연합 토론 대표
학원 연합 토론을 대표하는 자
“반대 의견이 나왔을 때 제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반박이 아니에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먼저 묻는 거예요.”
학원 연합 토론 대표는 청림학원을 대표해 인근 학교 연합 토론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이다. 교내 토론왕과 다른 점은, 연합 대표는 학원 안이 아니라 학원 밖에서 청림학원의 논리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연합 배지, 한 손에 토론 자료 파일이 표준이다.
가장 강한 토론 실력은 반박 논리가 아니라, 상대방의 논리를 상대방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이다. 자기 주장을 펼치기 전에 상대방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먼저 설명할 수 있을 때, 청중은 가장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청림학원 연합 토론 대표는 이기는 토론보다 이해하는 토론을 목표로 한다.
“대표 선배가 토론 직전 상대팀 자료를 자기 팀 자료보다 더 꼼꼼히 읽는다는 거, 토론부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상대방 자료 한 페이지가 자기 자료 열 페이지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토론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학원 연합 토론 대표 오상민 — 청림학원이 인근 학원 연합 토론 대회(인근 다섯 학원 대표팀이 참가하는 연 1회 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한 팀의 팀장 — 의 일화는 토론부 안에서 "상대방 논리 먼저"로 통한다.
오상민 재임 중 연합 토론 대회 준결승에서 상대팀 대표가 오상민 팀의 논리를 직접 인용해 반박하는 예상 밖 전략을 썼다. 오상민은 반박 대신 "우리 논리를 정확히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이해 위에 우리 결론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시작했고, 심사위원은 그 한 문장을 최우수 발언으로 기록했다.
학생 변론 대표(앞서 150022 일화의 그 대표)는 그 발언 이후 오상민에게 "이긴 게 아니라 이해한 거네요"라고 했으며, 오상민은 그 한 마디를 토론 자료 첫 페이지에 정중히 한 줄 적어 두었다. 후대 연합 토론 대표들은 준비 첫 날 상대팀 자료부터 먼저 읽는 관례를 오상민의 그 준결승에서 따왔다.
교지사진사(校誌寫眞師)
교지 사진 담당
교지의 사진을 도맡는 자
“사진 한 장에 어떤 학년이 들어갈지보다, 어떤 계절이 들어갈지가 먼저예요.”
교지 사진 담당은 학원 교지의 사진 섹션을 전담하는 학생이다. 교지 편집장과 함께 일하지만, 글이 아니라 사진으로 학원의 한 해를 기록하는 자다. 외형은 어깨에 카메라 가방, 한 손에 촬영 일지, 가슴팍에 교지 배지가 표준이다.
가장 좋은 학원 사진은 행사 사진이 아니라, 행사와 행사 사이의 장면에서 나온다. 쉬는 시간 복도, 점심 후 빈 교실, 졸업식 직전 아무도 없는 운동장 — 이 자리들이 학원의 진짜 1년을 기억하고 있다. 진짜 사진 담당은 가장 많이 찍는 자가 아니라, 가장 오래 기다리다 찍는 자다.
“사진 담당 선배가 교지에 실린 사진보다 실리지 않은 사진을 더 소중히 보관한다는 거, 교지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실리지 않은 한 컷이 실린 열 컷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교지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교지 사진 담당 박지율 — 청림학원 교지(청림학원 연 2회 발행하는 공식 학원 잡지) 역사상 처음으로 사진 섹션에 행사 사진 대신 학원 빈 공간 사진만으로 한 페이지를 채운 자 — 의 일화는 교지부 안에서 "빈 공간 한 페이지"로 통한다.
박지율 재임 중 교지 봄호 사진 섹션 최종 교정 직전, 교지 편집장(앞서 150009 일화의 그 편집장)이 "이번 행사 사진이 너무 비슷하다"고 했다. 박지율은 대신 학원 창립 기념 기획자 이도훈(앞서 150031 일화의 그 기획자)이 행사 준비 중 혼자 빈 강당을 바라보던 한 컷, 진학 자료실 큐레이터(앞서 150024 일화의 그 큐레이터)가 마지막 자료를 정리하던 빈 자료실 한 컷 등 "사람이 없는 학원"의 장면 다섯 컷으로 한 페이지를 채웠다.
그 페이지는 그해 교지에서 가장 많이 펼쳐지는 페이지가 되었으며, 후대 교지 사진 담당들은 교지 한 페이지를 학원의 빈 공간으로 채우는 관례를 박지율의 그 봄호에서 따왔다.
축제봉사단장(祝祭奉仕團長)
학원 축제 자원봉사 단장
축제 자원봉사를 이끄는 단장
“봉사자 스무 명 관리 중인데, 사실 제가 제일 많이 뛰어다니는 것 같아요.”
학원 축제 자원봉사 단장은 봄 축제 당일 부스 설치·관람객 안내·뒷정리까지 전 과정에서 자원봉사자 조를 이끄는 학생이다. 축제 총감독이 전체 큐 사인을 잡는다면, 자원봉사 단장은 그 큐 사인이 실제 현장에서 실행되도록 사람들을 움직이는 자다. 외형은 단체 봉사자 조끼, 어깨에 무전기, 한 손에 봉사자 배치표가 표준이다.
축제 당일 가장 많이 뛰어다니는 자이지만, 축제 사진에는 가장 적게 나오는 자다. 공연이 끝나고 모두가 집에 갈 때, 마지막까지 남아 부스를 철거하고 쓰레기를 정리한다. 진짜 축제는 막이 내린 뒤에도 한 시간 더 이어진다.
“단장 선배가 축제 폐막 후 마지막으로 봉사자 조끼를 접는 자세, 우리 봉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의례예요. 그 접힌 조끼 한 장이 무대 한 칸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봉사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학원 축제 자원봉사 단장 서재원 — 청림학원 봄 축제(청림학원 연간 최대 행사) 역사상 봉사자 전원이 마지막 철거까지 이탈 없이 마친 첫 단장 — 의 일화는 봉사단 안에서 "마지막 조끼 한 장"으로 통한다.
서재원 재임 중 봄 축제 폐막 후 봉사자 세 명이 피로를 호소하며 철거 전에 귀가하려 했다. 서재원은 말리지 않는 대신 그 세 명 몫의 철거 구역을 나머지 봉사자들과 조용히 재배치했으며, 그 세 명이 나가기 전에 "수고했어, 나머지는 우리가 할게"라고만 했다. 세 명 중 두 명이 돌아서다가 다시 조끼를 집어 입었고, 그날 철거는 예정보다 30분 일찍 끝났다.
축제 총감독(앞서 150007 일화의 그 총감독)은 서재원의 그 한 마디를 큐시트 마지막 줄에 메모했으며, 후대 자원봉사 단장들은 폐막 후 귀가하려는 봉사자에게 "수고했어, 나머지는 우리가 할게"를 먼저 말하는 관례를 서재원의 그 봄에서 따왔다.
탐구회장(探究會長)
계절 탐구 과학 동아리 회장
계절 탐구 과학 동아리의 회장
“봄에 벚꽃이 피는 날짜를 3년째 기록하고 있어요. 올해는 작년보다 이틀 빨라졌어요.”
계절 탐구 과학 동아리 회장은 학원 교정과 주변 환경에서 계절 변화를 직접 관측하고 기록하는 과학 동아리의 수장이다. 공식 과학경시와 달리, 이 동아리는 교과서 밖에서 일어나는 현실의 변화를 직접 측정한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어깨에 관측 장비 가방, 한 손에 연간 기록 노트가 표준이다.
3년째 같은 나무의 꽃이 피는 날짜를 기록한 노트가 이 동아리 가장 중요한 유산이다. 그 노트가 보여주는 것은 기온 변화 수치가 아니라, 학원 뒷마당 벚나무 한 그루가 해마다 며칠씩 앞당겨 꽃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데이터보다 한 그루 나무의 변화가, 이 동아리를 계속 돌아오게 만드는 이유다.
“회장 선배가 동아리방 벽에 3년치 기록 그래프 대신 벚나무 사진 한 장을 붙여둔다는 거, 과학 동아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계율이에요. 사진 한 장이 그래프 열 장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동아리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계절 탐구 과학 동아리 회장 한민우 — 청림학원 운동장 뒤편 벚나무(청림학원 본관 뒤편 30년 묵은 벚나무 한 그루) 개화 일자를 3년 연속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록한 자 — 의 일화는 동아리 안에서 "벚나무 3년 한 그루"로 통한다.
한민우 재임 중 봄 학기 어느 날, 학원 창립 기념 기획자 이도훈(앞서 150031 일화의 그 기획자)이 100주년 행사 기획 중 "학원의 가장 오래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한민우는 자기 기록 노트를 펼쳐 벚나무 개화 기록 3년치를 보여주었으며, 이도훈은 그 노트에서 100주년 행사 중 가장 중요한 장면 — 현재 재학생이 벚나무 앞에서 역대 졸업생과 같은 각도로 찍은 사진 전시 — 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100주년 행사 당일 그 벚나무 앞은 가장 오래 줄이 섰던 자리였으며, 한민우는 그날도 벚나무 개화 상태를 기록 노트에 한 줄 추가했다. 후대 계절 탐구 동아리 회장들은 입부 첫 날 그 벚나무를 한 번 관찰하고 기록 노트 첫 줄을 시작하는 관례를 따른다.
역사챔피언(歷史챔피언)
교내 역사 탐구 대회 챔피언
역사 탐구 대회의 챔피언
“역사는 외우는 게 아니에요. 왜 그 일이 그 순간에 일어났는지를 이해하는 거예요.”
교내 역사 탐구 대회 챔피언은 학원 내 연례 역사 탐구 발표 대회에서 최우수 발표를 한 학생이다. 단순 암기 발표가 아니라, 역사적 사건을 현재와 연결해 자기만의 해석을 더하는 것이 이 대회의 평가 기준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역사 탐구 배지, 한 손에 발표 자료 파일이 표준이다.
챔피언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떻게 그렇게 잘 외웠어요?"가 아니라 "그런 생각은 어떻게 했어요?"다. 외운 것보다 연결한 것이 더 오래 남고, 연결한 것보다 스스로 왜 그렇게 연결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오래 남는다.
“챔피언 선배 발표 자료에 외운 내용보다 자기 생각이 더 많다는 거, 역사 동아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자기 생각 한 줄이 역사 사실 열 줄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탐구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교내 역사 탐구 대회 챔피언 이준혁 — 청림학원 역사 탐구 대회(연 1회 개최, 각 학년 대표 참가) 역사상 청림학원 자체의 역사를 주제로 처음 발표해 최우수상을 받은 자 — 의 일화는 역사 동아리 안에서 "학원의 역사 한 발표"로 통한다.
이준혁은 대회 주제로 "청림학원 100년, 가장 많이 바뀐 자리와 하나도 안 바뀐 자리"를 선정했다. 조사 과정에서 도서부 사서(앞서 150012 일화의 그 사서)에게 옛 학원 기록을 부탁했고, 학원 창립 기념 기획자 이도훈(앞서 150031 일화의 그 기획자)에게 창립 어록을 다시 확인했다.
발표 마지막 슬라이드에는 창립 어록 한 줄과 현재 재학생 사진을 나란히 놓았으며,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외운 역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라고 평했다. 이준혁은 그 평을 발표 자료 첫 페이지에 정중히 한 줄 추가했고, 후대 역사 탐구 대회 참가자들은 발표 첫 슬라이드를 자기 생각 한 줄로 시작하는 관례를 이준혁의 그 발표에서 따왔다.
사물함배정사(私物函配定士)
학원 사물함 배정 담당
학원 사물함을 배정하는 자
“사물함 번호는 랜덤이 아니에요. 이 번호가 어떤 위치인지, 3년 동안 그 번호가 뭘 기억할지를 생각하고 배정해요.”
학원 사물함 배정 담당은 학기 초 신입생 및 반 배치 변경 시 사물함 번호를 배정하는 학생이다. 단순 추첨이 아니라, 각 학생의 반 위치·자주 사용하는 물품·등하교 동선을 파악해 가장 편리한 사물함 위치를 배정하려 노력한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한 손에 사물함 배치도와 학생 신청서 묶음이 표준이다.
가장 어려운 배정은 가장 먼 사물함에 누구를 배치하느냐다. 그래서 이 담당자는 가장 먼 위치의 사물함 주변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먼저 파악한다. 빛이 가장 잘 드는 창가 옆, 쉬는 시간 조용한 복도 끝 — 단점이 장점이 되는 자리를 아는 자가 진짜 배정 담당이다.
“배정 담당 선배가 가장 먼 사물함 위치를 항상 직접 한 번 걸어봐야 배정한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계율이에요. 그 한 번 걷기가 배치도 열 장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사물함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학원 사물함 배정 담당 김나영 — 청림학원 사물함 배정 역사상 처음으로 신청서에 "원하는 위치"보다 "싫은 위치"를 적게 한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싫은 위치 한 칸"으로 통한다.
김나영이 신청서를 처음 도입하던 학기, 학생 변론 대표(앞서 150022 일화의 그 대표)가 "싫은 위치가 아니라 원하는 위치를 적어야 하지 않냐"고 물었다. 김나영은 "원하는 위치는 보통 같은 자리에 몰려요. 싫은 위치를 알면 나머지 자리를 균등하게 배분할 수 있어요"라고 답했다. 그 학기 사물함 관련 민원이 역대 가장 적었으며, 김나영의 신청서 방식은 다음 해부터 공식으로 채택되었다.
학생 자율 예산 심사단(앞서 인덱스의 150042)은 그 신청서 방식을 다른 학생회 업무에도 적용할 것을 제안했으며, 후대 사물함 배정 담당들은 신청서에 "싫은 위치" 항목을 항상 포함하는 관례를 김나영의 그 학기에서 따왔다.
전단정리사(傳單整理士)
복도 무단 전단 정리반
복도 무단 전단을 정리하는 자
“이 전단, 허가 없이 붙인 거예요. 규정대로 떼겠습니다. 단, 내용은 사진으로 먼저 찍겠습니다.”
복도 무단 전단 정리반은 허가 없이 복도에 부착된 전단·포스터를 정리하는 학생 자치 직책이다. 단순히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무단 부착 학생에게 공식 게시판 이용 방법을 안내하고, 정당한 공지를 위한 경로를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게시판 관리 배지, 한 손에 사진 기록 스마트폰이 표준이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전단을 떼기 전에 반드시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 내용이 누군가에게 중요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단 부착 전단 중에서 추후 공식 게시판에 다시 올라온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정리반 선배가 뗀 전단을 버리지 않고 3일 동안 보관한다는 거, 게시판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3일 보관이 즉시 폐기 열 번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복도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복도 무단 전단 정리반 윤성준 — 청림학원 본관 복도 무단 부착 전단 정리 역사상 처음으로 정리한 전단의 재공지 지원 절차를 도입한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뗀 전단 3일 보관"으로 통한다.
윤성준 재임 중 어느 봄, 동아리 설립 모집 공고(한주고 130037에서 다룬 동아리 설립자 이야기와 유사한 첫 모집 공고)가 허가 없이 복도에 붙었다. 윤성준은 그 전단을 떼는 대신 사진을 찍고 발행인을 찾아가 공식 게시판 신청 절차를 직접 안내했다.
그 동아리는 결국 공식 게시판 게시 후 부원 신청이 두 배로 늘었으며, 윤성준의 안내 방식은 교내 게시판 관리원(앞서 150026 일화의 그 관리원)이 공식 업무 매뉴얼에 추가했다. 후대 복도 무단 전단 정리반들은 전단을 떼기 전 사진을 찍고 3일 보관하는 관례를 윤성준의 그 봄에서 따왔다.
수학출제사(數學出題士)
교내 수학 올림피아드 출제자
수학 올림피아드를 출제하는 자
“이 문제, 정답이 두 개예요. 하나는 계산으로 나오고, 하나는 생각으로 나와요.”
교내 수학 올림피아드 출제자는 학원 자체 수학 경시 대회 문제를 출제하는 학생이다. 교사가 출제 방향을 제시하고, 학생 출제자가 실제 문제를 작성해 검수를 거치는 방식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한 손에 문제 초안 노트와 수학 보조 도구 세트가 표준이다.
가장 좋은 수학 문제는 정답이 하나인 문제가 아니라, 여러 방법으로 같은 정답에 도달할 수 있는 문제다. 그래서 이 출제자가 만든 문제는 계산 방법과 직관적 사고 방법이 모두 인정된다. 점수보다 풀이 방법이 더 중요하게 채점되는 문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출제자 선배 문제 초안에는 정답보다 풀이 방법이 먼저 적혀 있다는 거, 수학 동아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계율이에요. 풀이 방법 한 줄이 정답 한 개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수학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교내 수학 올림피아드 출제자 강지원 — 청림학원 수학 올림피아드(연 1회 전교생 자율 참가, 교내 수학 경시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채점 기준에 "풀이 방법의 창의성" 항목을 추가한 자 — 의 일화는 수학 동아리 안에서 "풀이 방법 한 항목"으로 통한다.
강지원 재임 중 올림피아드 출제 검수 과정에서 모의고사 출제관(앞서 150008 일화의 그 출제관)이 "이 문제 정답이 여러 개면 채점이 어렵지 않냐"고 했다. 강지원은 "정답이 하나면 채점은 쉬워지지만, 풀이 방법을 막게 돼요"라고 답했고, 출제관은 그 한 마디 앞에 잠시 생각하다가 검수 도장을 찍었다.
그해 올림피아드에서 동일 정답을 세 가지 다른 방법으로 푼 참가자가 세 명 나왔으며, 세 명 모두 공동 최우수상을 받았다. 강지원은 그 세 개 풀이 방법을 다음 해 출제 참고 노트 첫 페이지에 정중히 붙여 두었다.
예산심사원(豫算審査員)
학생 자율 예산 심사단원
학생 자율 예산을 심사하는 원
“이 예산 항목, 왜 필요한지 먼저 설명해줘요. 금액이 크고 작고보다 이유가 명확한지가 먼저예요.”
학생 자율 예산 심사단원은 학생회 예산 외에 학원 측이 학생들에게 자율적으로 운용을 맡긴 소규모 예산의 집행 심사를 맡는 학생이다. 학생회 재정 위원과 다른 점은, 이 심사단은 학생회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심사한다는 것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심사단 배지, 한 손에 예산 신청서 묶음이 표준이다.
가장 어려운 심사는 금액이 큰 항목이 아니라, 이유가 애매한 항목이다. "왜 필요한가"에 한 줄로 명확하게 답할 수 없는 신청은 아무리 금액이 작아도 반려한다. 대신 반려할 때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써주면 다음 주에 다시 검토하겠습니다"라는 한 줄을 항상 덧붙인다.
“심사단원 선배가 반려 이유서에 항상 재신청 방법을 같이 적는다는 거, 학생회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계율이에요. 재신청 안내 한 줄이 반려 결정 열 번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심사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학생 자율 예산 심사단원 송민기 — 청림학원 학생 자율 예산 심사단(학원 측이 학생 자율 운용을 위해 배정한 연간 소규모 예산을 심사하는 독립 학생 기구) 역사상 반려 항목의 재신청 성공률을 처음으로 50% 이상으로 높인 자 — 의 일화는 심사단 안에서 "반려 후 재신청 한 줄"로 통한다.
송민기 재임 중 동아리연합 총무(앞서 150025 일화의 그 총무)가 신청한 예산 항목 중 "동아리 간 교류 간식비"가 반려되었다. 송민기는 반려 이유서에 "동아리 간 교류 목적과 참여 인원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면 다음 주 재심사 가능합니다"라는 한 줄을 추가했다. 총무는 다음 주에 참여 인원과 교류 목적을 명확히 기재해 재신청했으며, 그 항목은 원안 통과되었다.
학생 공정 감사 기능을 담당하는 교내 게시판 관리원(앞서 150026 일화의 그 관리원)은 그 재신청 절차를 게시판에 공식 안내로 게시했으며, 후대 심사단원들은 반려 이유서에 재신청 방법을 항상 한 줄 추가하는 관례를 송민기의 그 반려에서 따왔다.
급식모니터사(給食모니터師)
급식 메뉴 모니터링 위원
급식 메뉴를 모니터링하는 위원
“오늘 급식 맛이 어떤지보다, 오늘 급식 남긴 양이 어떤지가 먼저예요.”
급식 메뉴 모니터링 위원은 학원 급식 위원회의 학생 측 대표로, 급식 품질·메뉴 다양성·잔반율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의견을 제출하는 학생이다. 단순히 맛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메뉴에서 잔반이 많이 나오는지, 왜 그런지를 분석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급식 위원 배지, 한 손에 잔반율 기록지가 표준이다.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맛 점수가 아니라 잔반율이다. 잔반이 많은 날은 반드시 이유가 있다. 시험 기간 직전 점심이거나, 날씨가 갑자기 더워진 날이거나, 메뉴 두 가지가 잘 어울리지 않는 날이다. 그 이유를 찾아 다음 달 메뉴에 반영하는 것이 이 자리의 진짜 역할이다.
“위원 선배가 잔반율 기록지에 숫자보다 날씨와 시험 일정을 먼저 적는다는 거, 급식 위원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계율이에요. 날씨 한 줄이 잔반율 숫자 열 개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급식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급식 메뉴 모니터링 위원 정유나 — 청림학원 급식 위원회 역사상 처음으로 잔반율 데이터에 날씨·시험 일정 항목을 추가해 메뉴 변경에 반영한 자 — 의 일화는 급식 위원회 안에서 "날씨 한 줄의 잔반율"로 통한다.
정유나 재임 중 어느 봄 중간고사 직전 주에 잔반율이 평소의 두 배가 나왔다. 정유나는 그날 잔반율 기록지 날씨 칸에 "시험 전날 — 긴장 최고조"라고 적었으며, 다음 달 같은 시험 직전 주 메뉴를 가장 소화하기 편한 구성으로 변경 요청했다. 그 학기 시험 직전 주 잔반율은 이전보다 40% 줄었다.
운동장 물뿌리개(앞서 150030 일화의 그 박재훈)는 그 기록지를 보고 "환경 데이터와 같은 방식"이라고 했으며, 두 자료는 나란히 학원 학생 자치 기록물 진열장에 보관되었다. 후대 급식 메뉴 모니터링 위원들은 잔반율 기록에 날씨와 시험 일정을 반드시 함께 기재하는 관례를 정유나의 그 봄에서 따왔다.
신입안내자(新入案內者)
신입생 학교 안내 도우미
신입생 학교 안내를 돕는 자
“이 복도 끝에 화장실 있어요. 아, 그것보다 여기서 왼쪽으로 꺾으면 매점이 가장 빠릅니다.”
신입생 학교 안내 도우미는 입학식 첫 주 동안 신입생의 교내 적응을 돕는 재학생 자원봉사자다. 단순 길 안내가 아니라, 신입생이 가장 먼저 필요로 하는 정보 — 화장실, 매점, 보건실, 담임 선생님 교무실 위치 — 를 가장 빠르게 연결하는 역할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안내 도우미 배지, 한 손에 교내 약도 카드가 표준이다.
가장 중요한 안내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다. "3층 교무실 가면 돼"보다 "3층 교무실 오른쪽 첫 번째 자리 선생님이 제일 먼저 반겨줘요"가 더 오래 기억된다. 첫 주에 하나라도 불안한 것이 줄어들면, 그 학생의 학교생활 첫 한 달이 달라진다.
“안내 도우미 선배가 신입생 한 명 안내 후 항상 그 학생이 처음 사용한 매점 메뉴를 기록한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그 메뉴 한 줄이 안내 지도 열 장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안내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신입생 학교 안내 도우미 최서준 — 청림학원 입학식 첫 주 안내 도우미 역사상 처음으로 신입생 별 "첫날 동선 기록"을 남긴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첫날 동선 한 줄"로 통한다.
최서준 재임 중 입학 첫날, 복도에서 길을 잃은 신입생 임도율(당시 1학년 신입생)을 발견했다. 최서준은 임도율을 데리고 화장실 — 매점 — 보건실 — 담임 교무실 순서로 이동했으며, 각 장소에서 임도율이 가장 오래 멈추는 자리 한 군데씩을 약도에 표시했다. 그 약도는 임도율의 교과서 첫 페이지에 붙었고, 임도율은 그 학기 말 최서준에게 "선배 그 약도, 사 년 내내 가지고 다녔어요"라고 했다.
졸업 직전 신입생 후견인(앞서 150033 일화의 그 후견인)은 최서준의 첫날 동선 기록 방법을 후견 안내에 도입했으며, 후대 신입생 학교 안내 도우미들은 첫날 신입생 동선을 약도에 한 줄씩 표시하는 관례를 최서준의 그 첫날에서 따왔다.
졸업공저자(卒業共著者)
졸업 앨범 공동 작가
졸업 앨범을 함께 짓는 공동 작가
“내 페이지에 내 사진보다 친구 이름이 더 많은 게 맞는 것 같아요.”
졸업 앨범 공동 작가는 자신의 졸업 앨범 개인 페이지를 혼자 채우지 않고, 같은 학년 친구들과 공동으로 서로의 페이지를 채워주는 역할을 자처한 학생이다. 직함도 없고 공식 기구도 아니지만, 이 자리를 누군가가 먼저 시작하면 학년 전체로 퍼지는 문화가 된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한 손에 다른 친구의 앨범 페이지와 펜이 표준이다.
가장 좋은 졸업 앨범 페이지는 자기 사진이 가장 예쁜 것이 아니라, 읽은 사람이 "이 사람이 우리 학교에 있었구나"를 한 번 더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다. 졸업 앨범 편집 담당과는 역할이 다르다 — 편집 담당이 전체를 만든다면, 공동 작가는 한 사람의 페이지에 다른 사람의 온기를 더한다.
“공동 작가 선배가 자기 페이지를 가장 마지막에 채운다는 거, 졸업생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가장 마지막 자기 페이지가 가장 먼저 채운 친구 페이지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졸업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졸업 앨범 공동 작가 한다은 — 청림학원 졸업 학년 중 처음으로 학년 전체 졸업 앨범 공동 작성 프로젝트를 시작해 학년 92명 중 89명이 참여한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89명의 공동 한 페이지"로 통한다.
한다은이 졸업 앨범 공동 작성을 처음 제안했을 때, 교지 편집장(앞서 150009 일화의 그 편집장)은 "각자 페이지가 있는데 왜 공동으로 해야 하냐"고 물었다. 한다은은 "졸업 후 앨범을 열 때, 내 사진보다 내 이름이 다른 사람 페이지에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가 더 중요할 것 같아서요"라고 답했다.
교지 편집장은 그 한 문장을 그해 교지 특별 기획 페이지의 첫 줄로 사용했으며, 한다은은 자기 페이지를 가장 마지막에 채웠다. 그 페이지에는 92명의 글 중 89명의 글이 담겼고, 한다은 자신의 글은 단 한 줄 — "모두 덕분이었습니다" — 이었다.
교류진행사(交流進行士)
동아리 간 교류 행사 진행자
동아리 간 교류 행사를 진행하는 자
“체스 동아리랑 사진 동아리가 공동 행사를 한다고요? 왜 안 되겠어요. 체스 두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으면 되죠.”
동아리 간 교류 행사 진행자는 서로 다른 동아리가 함께하는 교류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학생이다. 동아리연합 총무와 협력하지만, 총무가 행정을 담당한다면 이 자리는 행사 현장을 직접 진행하는 역할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어깨에 무전기, 한 손에 진행 대본이 표준이다.
가장 좋은 교류 행사는 두 동아리가 서로 잘 모른다는 사실에서 시작한다. 모르기 때문에 물어보고, 물어보기 때문에 알게 된다. 두 동아리의 가장 다른 점 한 가지와 가장 비슷한 점 한 가지를 찾아내는 것이 행사 설계의 시작이다.
“진행자 선배가 행사 기획서에 두 동아리의 가장 다른 점을 항상 첫 줄에 적는다는 거, 동아리연합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계율이에요. 다른 점 한 줄이 비슷한 점 열 줄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교류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동아리 간 교류 행사 진행자 이태양 — 청림학원 역사상 처음으로 과학 동아리와 문학 동아리의 교류 행사를 기획해 두 동아리 합동 작품집 한 권을 만든 자 — 의 일화는 동아리연합 안에서 "다른 점 한 줄의 합동"으로 통한다.
이태양은 과학 동아리 회장(앞서 150037 일화의 한민우)에게 "동아리 활동에서 가장 감동받은 순간이 언제예요?"라고 물었고, 한민우는 "벚나무 개화 기록이 처음으로 작년보다 이틀 빨라진 걸 발견했을 때요"라고 답했다. 이태양은 그 대답을 문학 동아리 앞에서 그대로 낭독했으며, 문학 동아리는 그 순간을 시 한 편으로 썼다.
그 시와 한민우의 벚나무 기록 한 줄이 합동 작품집 첫 페이지에 나란히 실렸으며, 계절 탐구 과학 동아리 회장 한민우는 그 페이지를 동아리방 벽에 정중히 붙여 두었다. 후대 교류 행사 진행자들은 행사 첫 질문으로 상대방의 "가장 감동받은 순간"을 묻는 관례를 이태양의 그 질문에서 따왔다.
청소감사원(淸掃監査員)
청소 당번 감사원
청소 당번을 감사하는 원
“오늘 청소 당번 명부, 어제와 비교해서 달라진 게 없는지 확인하는 게 제 일이에요.”
청소 당번 감사원은 학원 각 반의 청소 당번 배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는지, 당번을 거르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경우는 없는지를 확인하는 학생이다. 공식 선생님 감독과 별개로, 학생 자치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감시 기구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가슴팍에 청소 감사 배지, 한 손에 당번 명부 클립보드가 표준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불공정을 발견했을 때 그 학생을 혼내는 것이 아니라, 왜 당번을 거렸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다. 청소를 피한 것이 귀찮아서인지, 아니면 그날 개인 사정이 있었는지가 다른 결론을 만든다. 공정한 감사는 규정 적용이 아니라 상황 이해에서 시작한다.
“감사원 선배가 불공정 발견 시 보고서에 원인 분석을 먼저 적는다는 거, 청소 당번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계율이에요. 원인 한 줄이 불공정 적발 열 번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청소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청소 당번 감사원 박지우 — 청림학원 학생 청소 당번 감사 기구 역사상 처음으로 불공정 당번 배정 발생 시 원인 분석 항목을 보고서에 추가한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원인 한 줄의 보고서"로 통한다.
박지우 재임 중 어느 학기, 같은 학생이 한 달간 청소 당번을 세 번 연속 거르는 사례가 발견되었다. 박지우는 그 학생을 신고하는 대신 방과 후 조용히 불러 이야기를 들었다. 그 학생은 방과 후 부모님 일을 돕기 위해 빠지고 있었으며, 담임 선생님에게는 말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박지우는 보고서에 원인을 기재하고 청소 일정 재배치를 학생회에 제안했으며, 담임 선생님과도 해당 학생의 상황을 공유했다. 진로 상담 도우미(앞서 150015 일화의 그 도우미)가 그 학생과 면담을 연결했으며, 이후 청소 당번 불참 사례가 그 학기 크게 줄었다. 후대 청소 당번 감사원들은 불공정 발견 시 원인 분석을 보고서 첫 항목으로 기재하는 관례를 박지우의 그 학기에서 따왔다.
자전거봉사자(自轉車奉仕者)
교문 자전거 정리 봉사자
교문 자전거 정리를 봉사하는 자
“아침마다 자전거 열다섯 대, 15분이면 정리돼요. 오후엔 다시 뒤섞이지만, 그래도 아침엔 가지런합니다.”
교문 자전거 정리 봉사자는 아침마다 교문 앞 자전거 보관소가 가지런히 정리된 상태로 시작될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일찍 나와 자전거를 정리하는 학생이다. 공식 직책도, 선생님 부탁도 아니다. 그냥 매일 아침 교문 앞에서 자전거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출발점이라도 가지런하게 하고 싶어서 시작된 일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한 손에 작은 자전거 열쇠 정리 훅이 표준이다.
오후에는 다시 뒤섞인다. 그래도 괜찮다. 아침에 가지런한 자전거 보관소를 보고 학원에 들어오는 첫 기분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 자리를 오래 한 사람만 안다. 학원의 하루는 가지런한 자전거 한 줄로 시작된다.
“정리 봉사자 선배가 졸업 직전 마지막 아침에 자전거를 정리하고 이름표 하나를 보관소 기둥에 붙였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그 이름표 한 장이 가지런한 자전거 백 대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교문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교문 자전거 정리 봉사자 김현우 — 청림학원 교문 자전거 보관소(청림학원 정문 왼쪽 자전거 보관 구역, 하루 평균 자전거 15대 이용)를 사 년 동안 매 등교일 아침 15분씩 정리한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가지런한 15분"으로 통한다.
김현우 재임 중 겨울 어느 아침, 교문 자전거 보관소에서 자전거를 정리하다 빗속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온 학생 한 명이 자전거를 세우다가 넘어지는 것을 보았다. 김현우는 자전거를 세워주고 그 학생을 보건실까지 함께 걸었으며, 그날 자전거 정리는 15분 대신 30분이 걸렸다. 그 학생은 이후 매일 아침 김현우보다 10분 일찍 와서 자전거 한 대를 먼저 정리하기 시작했다.
졸업 직전 김현우는 자전거 보관소 기둥에 "이 보관소, 15분이면 충분합니다 — 김현우"라는 이름표 한 장을 붙여 두었으며, 그 이름표는 후임 봉사자 다섯 명이 각자의 이름을 한 줄씩 덧붙이는 전통이 되었다.
체험점검자(體驗點檢者)
야외 체험학습 인원 점검자
야외 체험학습 인원을 점검하는 자
“출발 전 인원 확인, 도착 후 인원 확인, 이동 중 다섯 번. 이게 전부지만 이게 전부예요.”
야외 체험학습 인원 점검자는 학원 야외 체험학습·현장 방문 행사에서 이동 중 인원을 수시로 확인하는 학생이다. 교사 인솔 보조 역할이지만, 실제로는 교사가 미처 확인하지 못하는 사각지대 — 화장실을 다녀온 후, 버스 이동 중 졸다가 내린 뒤 — 를 채우는 역할을 한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또는 체험복, 어깨에 반별 명부 클립보드, 한 손에 볼펜이 표준이다.
인원을 확인하다 보면 가장 많이 배우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이름이다. 어떤 학생이 이동 중 자주 뒤처지는지, 어떤 학생이 새 장소에서 가장 먼저 적응하는지가 명부 옆 메모 칸에 쌓인다. 숫자보다 이름이, 이름보다 그 이름 옆 메모 한 줄이 이 자리의 진짜 기록이다.
“점검자 선배 명부 옆 메모 칸이 숫자보다 이야기로 가득하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그 메모 한 줄이 인원 숫자 서른 명보다 무겁다는 게 우리 체험학습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야외 체험학습 인원 점검자 임지호 — 청림학원 체험학습 역사상 처음으로 인원 명부 옆에 각 학생 관찰 메모 칸을 만든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명부 옆 메모 한 칸"으로 통한다.
임지호가 인원 점검을 처음 맡은 날, 버스 안에서 인원을 확인하다 이름 대신 "창가 쪽 파란 점퍼"로 기억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날 이후 임지호는 명부에 이름 옆 칸에 그날 그 학생의 특징 한 가지를 메모하기 시작했다. 한 학기 체험학습 여섯 번이 끝날 때쯤, 명부 메모 칸에는 서른 명 학생 각각의 체험학습 한 줄 이야기가 쌓였다.
수련회 소대장(앞서 130041 일화에서 다룬 방식과 유사한 캠프 운영 방식)을 담당했던 선배 학생은 임지호의 명부 방식을 수련회 소대원 기록에 도입했으며, 후대 야외 체험학습 인원 점검자들은 인원 명부 이름 옆에 관찰 메모 한 칸을 만드는 관례를 임지호의 그 첫날에서 따왔다.
소등당번부(消燈當番夫)
빈 교실 소등 당번
빈 교실의 불을 끄는 당번 일꾼
“5시 이후 빈 교실 불 켜져 있으면 제가 끕니다. 그게 다예요. 그래도 매일 다섯 개씩은 꺼야 하더라고요.”
빈 교실 소등 당번은 방과 후 빈 교실의 불이 켜진 채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면 꺼주는 자발적 역할을 맡은 학생이다. 에너지 절약 위원과 다른 점은, 이 역할은 공식 위원이 아니라 그냥 매일 복도를 지나다 빈 교실을 확인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외형은 단정한 교복, 한 손에 소등 체크 메모지가 표준이다.
매일 평균 다섯 개 교실의 불을 끈다. 특별한 기술도, 특별한 권한도 없는 일이지만, 그 다섯 개가 한 달이면 백 개가 되고, 한 해가 되면 천 개가 넘는다. 가장 작은 습관이 가장 오래 지속되는 이유는, 그 습관을 보는 사람이 따라하게 되기 때문이다.
“소등 당번 선배가 졸업 직전 마지막으로 끈 교실 번호를 메모에 적어 둔다는 거, 우리 후배들 사이에선 거의 전설이에요. 마지막 스위치 한 번이 졸업장보다 오래 남는다는 게 우리 복도 한 줄 농담이지요.”
청림학원 빈 교실 소등 당번 한준서 — 청림학원 본관 복도(청림학원 본관 1층부터 5층까지 각 층 교실 일곱 개씩 총 35개 교실) 중 사 년 동안 하루 평균 다섯 개 교실의 불을 끈 자 — 의 일화는 학원 야사에서 "다섯 개씩의 사 년"으로 통한다.
한준서 재임 중 어느 봄, 복도 무단 전단 정리반(앞서 150040 일화의 윤성준)이 퇴근 중 같은 복도를 걸으며 한준서가 매일 소등을 확인하는 것을 발견했다. 윤성준은 다음 날부터 자기 복도 구역에서 빈 교실 소등을 함께 확인하기 시작했으며, 두 달 뒤 그 복도에서 불이 켜진 채 남는 교실이 절반으로 줄었다.
한준서는 졸업 직전 마지막 소등 교실 번호 — 본관 3층 5반 교실 — 를 메모에 정중히 적어 복도 소등 스위치 아래 작은 테이프로 붙여 두었다. 후대 빈 교실 소등 당번들은 졸업 직전 마지막으로 끈 교실 번호를 메모에 적어 그 스위치 아래에 붙여두는 관례를 한준서의 그 봄에서 따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