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150 人の人物
どんな世界?
여기는 검과 마법이 살아 숨 쉬는 대륙이에요. 왕국과 제국이 서로 힘을 겨루고, 저 멀리 어두운 산 너머엔 마왕성이 우뚝 솟아 있답니다. 평화로운 마을 아래엔 언제나 던전이 숨어 있고, 길을 가다 보면 몬스터와 마주치는 일도 흔해요. 이 세계에선 강한 의지와 손에 쥔 한 자루 검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답니다.
이 대륙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왕국을 떠난 용사도 있고, 마탑에서 밤새 주문을 연구하는 대마법사도 있지요. 길드에는 온갖 실력의 모험가들이 모여들고, 신전 사제들은 신의 목소리를 듣고 미래를 예언하기도 해요. 저마다 다른 꿈과 다른 칼을 들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세계를 살아가고 있답니다.
이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모험가들이 서로 의지한다는 점이에요. 검사, 마법사, 도적이 함께 던전에 뛰어들고, 드래곤이나 거인과 정면으로 맞부딪히기도 하지요. 싸움이 끝난 뒤엔 길드 식당에서 다 같이 밥을 먹으며 오늘의 무용담을 나눈답니다. 처음엔 약했던 주인공이 동료들과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점점 강해지는 과정이 정말 짜릿하게 펼쳐진답니다.
만약 네가 이 세계에 태어났다면 어떤 길을 걸었을까요? 용사로서 마왕성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고, 마법으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어요. 아직 이름 없는 모험가로 던전 입구에 서는 것만으로도, 네 이야기는 이미 시작되는 거랍니다. 자, 칼을 들어요. 네가 다음 전설이 될 차례예요.
世界設定
중세 유럽풍 검과 마법의 대륙. 왕국·제국·마왕성이 공존하며, 던전과 몬스터가 일상의 위협이다.
この世界のキーワード
- 검
- 마법
- 마왕
- 용사
- 드래곤
- 길드
- 던전
- 신검
- 왕좌
- 동료
この世界の人々
광휘성왕(光輝聖王)
용사왕
빛의 검을 들고 마왕을 베어내는 성스러운 왕
“마왕성에서는 결재가 없었다. 그게 가장 그립다.”
용사왕은 마왕 토벌이라는 신탁을 받은 단 한 사람이며, 신검을 뽑은 자에게만 허락되는 칭호다. 용사로 시작해 마왕을 베고 왕좌에 오른 자는 역사상 손꼽히며, 그 위명만으로 인접 국가들이 동맹 조약에 도장을 찍는다. 그러나 마왕을 베고 돌아온 그를 기다리는 것은 환영이 아니라 산더미 같은 결재 서류와 영주들의 권력 다툼이다.
마왕의 옥좌보다 어려운 것이 회의실 의자 배치라는 사실을, 그는 즉위 첫 주에 알았다. 그가 가장 자주 휘두르는 것은 이제 신검이 아니라 인장이고, 가장 많이 외치는 말은 "마왕성에서 이러는 게 더 쉬웠다"이다. 그래도 그는 매일 아침 신검을 닦는다. 다음 마왕이 언제 또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용사왕들은 즉위 첫 주에 그 검집을 한 번 만져보러 갑니다. 신검을 뽑는 손목보다, 신검을 다시 꽂는 손목이 더 무겁다는 뜻이지요.”
이대 용사왕 알프레드 — 신검 글로리아(천 년 봉인된 인간 측 유일 신검)를 이대로 뽑은 자이자 마왕성 함락 후 첫 즉위한 인간 — 의 일화는 왕도 야사 단골 이야기다.
그는 마왕 베르가르(육대 마왕, 옥좌 옆에 그릇 한 자리를 늘 비워두던 자)를 베고 돌아온 첫 결재 회의에서 영주 일곱이 의자 배치로 두 시진을 다투는 것을 보고 신검을 회의실 한가운데 검집째 눕혀 두었다. 그러고는 "이 검 위로 누가 먼저 손을 뻗는지 보겠다"는 한마디만 남기고 한 시진 자리를 비웠다. 일곱 영주는 한 시진 동안 검 한 자루를 두고 한 명도 손을 뻗지 못했고, 한 시진 뒤 알프레드가 돌아왔을 때 의자 배치는 이미 나이순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날 이후 왕도 회의실에는 글로리아의 검집 자국이 탁자 한가운데 그대로 남았고, 후대 용사왕들은 즉위 첫 주에 그 자국을 손바닥으로 한 번 쓸어보는 관례가 생겼다. 알프레드는 평생 그 자국을 닦지 못하게 했으며, "신검은 베는 데 쓰는 게 아니라 멈추는 데 쓴다"는 한 줄을 유언으로 남겼다. 왕도에서는 글로리아가 마왕을 벤 검이 아니라 영주 일곱을 멈춘 검이라는 격언이 지금도 회자된다.
용살일격(龍殺一擊)
드래곤 슬레이어
단 한 격으로 용을 쓰러뜨리는 자
“단독 사냥? 그래, 동료들이 다 도망친 후라면 결국 단독이긴 했지.”
드래곤 슬레이어는 살아 있는 드래곤을 단독 또는 소수로 잡아본 경력이 있는 검사·기사·용병에게만 부여되는 직함이다. 드래곤 한 마리는 작은 왕국 군대 전체와 맞먹는 전력으로 평가되며, 그 비늘 하나만으로도 명검 한 자루를 버틴다. 그런 존재를 잡았다는 사실 하나로 평생 술값과 숙박비가 무료가 되는 수준의 명성이 따라온다.
다만 드래곤 슬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서로의 무용담을 절대 그대로 믿지 않는 암묵적 규칙이 있다. "드래곤 단독 사냥"이라는 이야기는 십중팔구 동료 절반은 도망가고 절반은 죽은 뒤의 단독이기 때문이다. 진짜로 단독으로 잡은 자는 그 이야기를 절대 먼저 꺼내지 않는다.
“그분이 평생 한 번도 자기 입으로 단독이라 한 적이 없소. 우리 길드 단원이 자기 단독 사냥 무용담을 떠벌리지 않게 된 것은 그 두 줄 이름 덕분이지요.”
드래곤 사냥꾼 길드(대륙 서부 왕국 모험가 길드의 소수 정예 분파) 마지막 단원 가웨인 — 적룡 이그니스(서부 왕국 절반을 한 시즌 만에 잿더미로 만든 화룡)를 베고 살아 돌아온 유일한 자 — 의 일화는 길드 카운터 벽에 두 줄로 새겨져 있다.
가웨인은 동료 다섯과 함께 이그니스의 둥지 화염산(서부 변경 사화산 분화구) 정상에 올랐고, 동료 둘은 첫 화염 숨결에 즉사, 둘은 등을 돌려 도망쳤으며, 마지막 한 명 검사 베른은 가웨인의 등을 막아 화염을 대신 받았다. 가웨인은 베른의 검을 자기 검 옆에 묶어 두 자루로 이그니스의 안와를 꿰뚫었고, 그 두 자루 검이 동시에 부러지는 순간 이그니스가 절명했다. 살아 돌아온 가웨인은 길드 카운터에 자기 이름이 아니라 베른의 이름을 먼저 적게 했고, 자기 이름은 그 옆에 한 자 작게 새겼다.
길드는 그날 이후 드래곤 사냥 보고서에 단독·동행 칸을 없애고 이름 칸 하나만 남겼으며, 그 칸에는 동료 이름이 먼저 올라간다. 가웨인은 평생 자기 무용담을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은 채 길드 카운터에서 신참 모험가들에게 술 한 잔씩 따르다 노년을 마쳤다. 길드에서는 진짜 드래곤 슬레이어는 두 줄 이름을 가진 자라는 격언이 지금도 통한다.
제국기수(帝國旗手)
제국 기사단장
제국의 깃발을 가장 앞세워 드는 기사단의 수장
“검은 가르치되, 부하 이름을 외워주는 일은 가르칠 수가 없다. 그건 그대들 몫이다.”
제국 기사단장은 황제 직속 기사단의 사령관으로, 황실 호위·왕도 방어·전쟁 지휘를 모두 책임지는 군사 정점이다. 황제 다음으로 검을 휘두를 자격을 가진 자이며, 갑옷 한 벌의 가격이 마을 하나의 1년 세수보다 비싸다. 전장에서는 천 명을 지휘하지만, 사실 부하 기사들의 결혼 보고와 진급 청원과 가족 부고를 가장 먼저 받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진짜 강한 단장은 검술이 뛰어난 자가 아니라, 부하의 이름을 모두 외우는 자다. 그가 "잘 다녀와라"라고 말한 부대는 신기하게 늘 더 많이 살아 돌아온다. 그래서 부하들은 그를 "검의 단장"이 아니라 "이름의 단장"이라 부른다.
“단장님 명부 한 권은 우리 기사단의 진짜 갑옷이오. 그 명부에 이름이 한 줄 추가될 때마다 우리는 한 합 더 살아 돌아오게 됩니다.”
십칠대 제국 기사단장 라이오넬 폰 하르덴 — 백화전쟁(이웃 제국과의 칠 년 국경 분쟁)에서 단 한 번도 자기 부대 사망률을 절반 이상 내지 않은 단장 — 의 일화는 백화 전선 야사에 길게 남아 있다.
백화 전선 마지막 겨울, 라이오넬은 적군 중기병 삼천이 그의 부대 사백을 좁은 협곡 백화로(白華路, 두 제국을 가르는 단애 사이 외길)에서 포위하려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는 후퇴를 택하지 않고 협곡 입구에서 부하 사백 명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결재 명부를 펼쳤고, 호명한 부하 한 명마다 자기 어검 자루에 작은 칼집을 한 줄씩 그어두었다. 사백 칼집을 다 그었을 때 그는 직접 부대 선두에 서서 협곡 입구를 막았고, 사백은 그 등 뒤를 따랐다. 라이오넬의 어검은 그날 부러졌으나 부하 사백 중 삼백칠십이가 살아 돌아왔으며, 후일 그는 부러진 어검 자루의 칼집 사백 줄을 평생 머리맡에 두었다. 황실은 그 어검을 기사단 본부 정문 옆에 봉헌했고, 후대 단장들은 취임 첫 주에 그 칼집 사백 줄을 손바닥으로 한 번 쓸어보는 의례를 따른다.
제국에서는 그 어검을 "사백 명의 검"이라 부르며, 그 이름이 단장의 진짜 갑옷이라는 격언을 남겼다.
마탑수련생(魔塔修練生)
마탑 견습마법사
마탑의 첫 계단을 막 오른 견습 마법사
“도서관에 또 불을 냈다고요? 진정하세요, 이번엔 한 칸만 탔습니다.”
마탑 견습마법사는 대마법사가 모인 마법탑에서 정식 마법사가 되기 위해 수련하는 신참이다. 매일 아침 정해진 분량의 마법진을 그리고, 늙은 마법사들의 까다로운 잔심부름을 도맡으며, 가끔 폭발을 일으키며 눈썹을 태운다. 견습이 시전할 수 있는 마법은 화염구 정도가 한계지만, 한 번에 둘 이상 시전하려다 도서관에 불을 낸 사건이 마탑 역사에 매년 반복된다.
그래도 견습 시절에 밤마다 별을 보며 처음 외운 마법 주문은 평생을 가는 추억이 된다. 어느 날 견습이 대마법사가 되어도, 후배 견습이 도서관에 불을 내면 결국 자기가 끄러 가야 한다. 마법탑은 그렇게 세대를 이어 굴러간다.
“그 검게 탄 칸은 우리 견습들의 첫 졸업장이오. 거기 한 번 손을 짚어보지 않으면 마탑에서는 정식 마법사가 됐다고 치지 않지요.”
견습마법사 토비아스 — 후일 칠대 대마법사가 된 자이자 마탑 도서관 칠층 동편 한 칸을 마탑 사상 가장 넓게 태운 자 — 의 일화는 견습들 사이에서 입문 첫날 듣는 농담이다.
토비아스는 견습 둘째 해 봄, 대마법사 셀레스티노(당시 마탑 수석이자 별자리 마법의 권위자)의 별자리 두루마리를 도서관에서 한 시진만 빌려 보다 화염 룬을 잘못 그어 칠층 동편을 통째로 태웠다. 셀레스티노는 그를 벌하지 않고, 대신 그 검게 탄 한 칸을 그대로 두라고 명한 뒤 매일 아침 토비아스에게 그 칸을 청소시켰다. 토비아스는 칠 년 동안 그 한 칸의 재를 매일 쓸어내면서 별자리 두루마리 일곱 권을 처음부터 다시 손으로 옮겨 적었고, 마지막 권을 옮긴 새벽 셀레스티노 앞에서 화염 룬과 빙결 룬을 한 호흡에 시전해 정식 마법사 시험을 통과했다.
그 한 칸은 그날 이후 도서관 명패가 붙어 "토비아스의 칸"으로 보존되었고, 견습들은 입문 첫날 그 칸에 손을 짚는 의례를 거친다. 토비아스는 대마법사가 된 뒤에도 그 칸의 재를 직접 쓸었으며, 자기 후임 견습들이 도서관에 불을 낼 때마다 절대 화내지 않았다. 마탑에서는 그 칸을 "가장 비싼 한 평"이라 부른다.
점액방랑사(粘液放浪士)
슬라임 슬레이어
슬라임을 잡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떠도는 모험가
“냄새는 사흘이면 빠진다. 핵 정밀 가공 단가는 평생 간다.”
슬라임 슬레이어는 길드에서 신참 모험가에게 가장 먼저 떠넘기는 슬라임 토벌 의뢰를 전문으로 받는 사냥꾼이다. 슬라임은 약하고, 보상도 적고, 무엇보다도 끈적해서 갑옷에서 냄새가 사흘은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정통 모험가들은 슬라임 의뢰를 비웃지만, 정작 신참 시절에 가장 많은 목숨을 살린 의뢰가 슬라임 의뢰라는 사실은 모두 안다.
슬라임 슬레이어 중에는 평생 슬라임만 잡으며 길드 카운터 옆 단골이 되는 자들도 있다. 그들의 무기는 명검도 마법지팡이도 아닌 잘 손질된 양동이다. 어떤 슬라임 슬레이어는 슬라임의 핵을 정밀 가공해 마법 도구 부품으로 납품하면서, 정통 모험가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도 한다.
“양동이 영감님은 우리 길드의 진짜 결재선이오. 신참이 처음 받는 양동이 한 자루는 길드마스터의 도장보다 무거운 줄 알아야지.”
슬라임 슬레이어 호더 — 길드 카운터 옆 자리를 사십 년 지킨 자이자 별명이 "양동이 영감"인 평민 — 의 일화는 헬름가르드 길드(왕도 동문 모험가 길드)에서 입문 첫날 듣는 이야기다.
어느 봄 신참 모험가 핀이 첫 의뢰로 동굴 슬라임 토벌을 받았다가 둥지 안쪽에서 거대 슬라임 글루타르(왕성 외곽 동굴에서 백 년에 한 번 나타나는 변종 군집체)를 마주쳤다. 핀이 양동이 한 자루로 다섯 시진을 버티는 동안 호더는 길드 카운터에서 이 사실을 듣고 자기 양동이 일곱 자루와 소금 일곱 포대를 짊어진 채 동굴로 향했다. 호더는 글루타르의 핵 일곱 개를 한 자루 양동이씩 동시에 떠내 한 호흡에 소금으로 굳혀 무력화시켰고, 핀의 양동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버려둔 채 핀을 등에 업고 동굴을 빠져나왔다.
호더는 글루타르 핵 일곱을 마탑에 정밀 가공품으로 납품해 평생 보수 일 년치를 벌었고, 그 돈 전부를 핀의 첫 갑옷 한 벌에 썼다. 핀은 후일 베테랑 모험가가 된 뒤에도 자기 첫 양동이를 길드 카운터 옆에 걸어두는 관례를 만들었으며, 그날 이후 신참 모험가는 첫 의뢰 출발 전 호더에게서 양동이 한 자루를 손수 받아가는 의례가 정착되었다. 길드에서는 호더의 양동이가 명검 한 자루보다 신참을 더 많이 살렸다는 격언이 회자된다.
암흑군주(暗黑君主)
마왕
어둠의 권능을 거느리는 마(魔)의 왕
“옥좌가 또 비좁아졌군. 이번 용사는 키가 큰 모양이다.”
마왕은 마왕성의 정점이자, 매 시대 신탁이 한 명의 용사를 보내 베어내려 하는 영혼의 적이다. 마족 군단을 한 손짓으로 부리며, 옥좌 한 자리에서 대륙 절반의 결재 라인을 굴린다. 외형은 검은 갑주, 뿔 달린 투구, 한 자루 마검이 표준이며 등 뒤에는 늘 칠흑의 깃발이 따른다.
본인은 수백 년 동안 용사 수십 명을 마주했고, 그중 자기를 베러 온 자보다 자기와 술 한 잔을 먼저 청한 자를 더 똑똑히 기억한다. 마왕성의 진짜 직무는 인간 정복이 아니라, 마족 자식들의 학자금과 영지 분쟁을 결재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그는 즉위 첫 해에 깨달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다음 용사가 아니라, 옥좌 옆에 쌓인 결재 더미라는 사실을 마왕성 신하들만이 안다.
“마왕이 가장 길게 검을 거두는 순간이 있소. 옥좌 옆 그릇 자리는 그 한 시진(時辰)을 기억하는 자리지요.”
사대 마왕 그렌델 — 마왕성 사상 가장 오래 옥좌를 지킨 자이자 용사 일곱을 마주하고도 마검을 단 두 번만 뽑은 자 — 의 일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한 그릇의 약속'이다.
사대 용사 카슈미르(마왕성 외곽까지 단신으로 들어온 평민 출신 용사)가 마왕성 옥좌실에 발을 들였을 때, 그렌델은 마검을 검집째 옆으로 눕히고 옥좌 옆에 자기 식사 그릇을 두 개 차려두었다. 카슈미르는 그 그릇 앞에서 검을 내리지 못한 채 한 시진 그렌델을 노려보았고, 그렌델은 그동안 마족 신하의 영지 분쟁 결재 일곱 장을 손수 처리했다. 한 시진 뒤 그렌델은 카슈미르에게 "용사여, 결재가 끝났으니 이제 그대 차례요"라며 정중히 술잔을 권했고, 카슈미르는 그 자리에서 자기 검을 풀어 옥좌 발치에 두고 마왕성을 빠져나갔다. 카슈미르는 인간 측에 돌아가 신탁을 거부했고, 신전은 그를 배교자로 처형하려 했으나 그렌델이 카슈미르의 가족을 마왕성 외곽 영지에 정중히 모셨다.
그날 이후 마왕성 옥좌 옆에는 늘 그릇 한 자리가 비어 있으며, 후대 마왕들은 즉위 첫 해에 그 그릇을 손수 닦는 의례를 따른다. 마왕성에서는 마검보다 그 그릇 한 자리가 더 무겁다는 격언이 신하들 사이에 전해진다.
만마지존(萬魔之尊)
대마법사
일만 가지 마법을 다스리는 지존
“도서관에 또 불이 났다고? 이번엔 견습이 셋이라지. 잘됐군, 한 명이 끄고 두 명이 책임지면 된다.”
대마법사는 마탑의 정점에 도달한 자로, 9서클 이상의 마법을 자유로이 다루는 한 시대 다섯 명 안의 존재다. 외형은 긴 흰 수염, 별자리가 수놓인 짙은 도포, 한 자루 룬 지팡이가 표준이다. 그가 시전하는 마법 한 줄은 작은 성벽 한 면을 그대로 무너뜨리지만, 정작 마탑에서 가장 자주 쓰는 마법은 도서관 화재 진압용 물줄기다.
대마법사의 진짜 적은 마왕도 마족도 아니고, 분기마다 폭발 사고를 일으키는 견습들이다. 그래서 마탑에서는 "대마법사는 견습을 죽이지 않고 가르친 자에게만 허락되는 칭호"라는 격언이 있다. 그가 평생 다듬은 진짜 절기는 9서클 마법이 아니라, 견습이 울며 사과하러 왔을 때 한 번 더 미소짓는 인내심이다.
“우리 대마법사들은 그 노트 한 권을 평생 머리맡에 두는 데 이유가 있소. 9서클 한 줄보다 견습의 한 줄 사과가 더 무거울 때가 있다는 뜻이지요.”
십이대 대마법사 알베리히 — 마탑 사상 9서클을 한 호흡에 두 줄 시전한 유일한 자이자 자기 견습 한 명도 잃지 않은 대마법사 — 의 일화는 마탑 야사에 길게 남아 있다.
어느 가을 견습 마우러가 도서관 구층 서편에서 빙결 룬과 화염 룬을 잘못 결합해 폭발 사고를 일으켰고, 그 폭발이 마탑 정상 별자리 관측실(마탑 최상층, 별자리 마법의 중심) 천장 한 칸을 무너뜨릴 뻔했다. 알베리히는 9서클 시간 정지 마법을 한 호흡 시전해 무너지는 천장을 멈추고, 다른 한 호흡에 9서클 물줄기 마법으로 도서관 화재를 끈 뒤 마우러를 안고 관측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마우러는 그날 마탑을 자퇴하려 했으나, 알베리히는 그를 자기 거처에 사흘 묵게 한 뒤 자기 견습 시절 노트 한 권을 건넸다.
노트 첫 장에는 알베리히 본인이 견습 시절에 도서관 칠층을 태워먹은 사고 보고서가 그대로 들어 있었다. 마우러는 그 노트를 사흘 동안 베껴 적은 뒤 마탑에 남았고, 후일 십삼대 대마법사가 되었다. 마탑에서는 그 노트가 9서클 두 줄보다 무거운 한 권이라는 격언이 지금도 신참 견습들 사이에 전해진다.
황실주술기사(皇室呪術騎士)
황실 마법기사
황실에 봉직하는 주술과 검을 함께 쓰는 기사
“검에 마력을 흘리는 건 쉽다. 검 한 자루를 두 사람의 호흡으로 휘두르는 게 어렵다.”
황실 마법기사는 황제 직속 정예 부대로, 검술과 마법을 동시에 수련하여 한 자루 검에 룬을 흘려 휘두르는 자다. 외형은 황금 자수가 놓인 갑주, 어깨에 황실 문양 망토, 허리에 마력 보석이 박힌 어검(御劍)이 표준이다. 마탑과 기사단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기에, 양쪽 정치의 경계에 늘 한 발 끼어 있다.
그래서 기사단 식당과 마탑 식당에서 동시에 잔소리를 듣는 자리이기도 하다. 본인은 검 한 자루에 마력 한 줄을 흘리는 것까지 가르치고 나면, 그 다음은 제자가 스스로 두 호흡을 한 호흡으로 합치는 것을 평생 다듬는다고 말한다. 마탑이 그를 검사라 부르고, 기사단이 그를 마법사라 부르는 이유는 결국 어느 쪽도 그를 완전히 자기 식구로 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마법기사들은 그 다리에 한 번씩 어검을 풀어두러 갑니다. 두 호흡을 한 호흡으로 합치는 일은 결국 두 사람이 한 다리에 서야만 가능하다는 뜻이지요.”
사대 황실 마법기사단장 페르난도 데 카르타하 — 마탑과 기사단을 동시에 수석으로 졸업한 유일한 자이자 어검 한 자루로 마검 일곱 자루를 한 합에 막은 자 — 의 일화는 황실 야사에 길게 남아 있다.
어느 겨울 마왕성 침투조와 합류해 마왕성 외곽 다리 흑호교(黑虎橋, 마왕성 정문 앞 단애 외길 다리)에서 마검사 일곱과 정면으로 맞붙은 적이 있다. 페르난도는 자기 어검 자루에 마탑 수석 견습 발렌틴(당시 자기 친동생)의 룬 한 줄을 미리 새겨 두었고, 발렌틴은 다리 반대편에서 한 호흡 마력만을 보내주는 역할을 맡았다. 페르난도는 발렌틴의 한 호흡과 자기 검의 한 호흡을 정확히 한 박자에 합쳐, 마검 일곱 자루의 룬을 한 합에 풀어버렸다.
마검사 일곱은 그 자리에서 검을 들 수 없게 되어 다리 너머로 후퇴했고, 페르난도와 발렌틴은 다리 한가운데서 어검 한 자루를 두 사람 손에 동시에 쥐고 한 호흡 멈췄다. 발렌틴은 그 다리에서 입은 마력 화상으로 마법사가 되지 못했고, 평생 페르난도의 어검 정비를 담당하는 자리에 남았다. 황실에서는 그 어검을 "두 호흡의 검"이라 부르며, 후대 마법기사들은 졸업 첫 주에 흑호교에 어검을 한 번 풀어두는 의례를 따른다.
모험상왕(冒險商王)
모험가 길드마스터
모험가들의 의뢰를 모두 거느리는 왕
“신참은 슬라임부터다. 이건 무시가 아니라 약속이야. 살아 돌아오라는 약속이지.”
모험가 길드마스터는 한 도시 모험가 길드의 정점에 있는 자로, 의뢰 매칭·등급 판정·길드 명성 관리를 모두 책임진다. 외형은 닳은 가죽 외투, 어깨에 옛 의뢰 묶음, 허리에 은퇴한 한 자루 검이 표준이다. 본인은 평생 모험가 수백 명의 첫 의뢰와 마지막 의뢰를 모두 본 자이며, 신참의 첫 의뢰는 반드시 그가 직접 검토한다.
길드 카운터에서 가장 자주 쓰는 도구는 결재 도장이지만, 가장 무거운 도구는 사망 모험가 가족에게 보내는 위로 편지의 펜이다. 그래서 늙은 길드마스터의 손목에는 검 든 자국보다 펜을 든 굳은살이 더 진하다. 가장 무거운 결재는 큰 의뢰가 아니라, 신참 한 명의 첫 출발에 찍는 한 줄 도장이다.
“길드 카운터에서 가장 따뜻한 자리는 가장 큰 자리가 아닙니다. 외투 일곱 벌이 걸린 자리지요.”
헬름가르드 길드(왕도 동문 모험가 길드) 칠대 길드마스터 오스카르 — 길드 사상 사망 보고서를 가장 적게 쓴 자이자 신참 첫 의뢰를 사십 년 동안 자기 손으로 검토한 자 — 의 일화는 '외투 일곱 벌의 카운터'로 길드 야사에 길게 남아 있다.
어느 한 시즌 헬름가르드 길드에서 신참 일곱이 첫 의뢰로 늪지 토벌(왕도 외곽 검은 늪 고블린 둥지 정찰)을 받았는데, 일곱 모두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오스카르는 그날 카운터에서 사망 보고서 일곱 장을 손수 적은 뒤, 일곱 명이 출발 전 카운터에 걸어두었던 외투 일곱 벌을 그대로 카운터 옆 벽에 걸어 두라고 명했다. 그 외투 일곱 벌은 이후 사십 년간 한 번도 치워지지 않았으며, 오스카르는 다음 신참이 카운터에 처음 도착할 때마다 외투 일곱 벌을 손가락으로 한 번 가리킨 뒤 첫 의뢰서를 건넸다.
그 손짓 한 번을 받은 신참은 그 시즌 살아 돌아오는 비율이 다른 길드의 두 배였다는 통계가 길드 본부 자료에 남아 있다. 오스카르는 은퇴 직전 그 외투 자리를 정식 봉헌 자리로 등록했고, 후대 길드마스터들은 취임 첫 주에 그 외투 자리에 자기 옛 외투 한 벌을 더해 거는 의례를 따른다. 헬름가르드 길드 카운터에서 가장 따뜻한 자리는 그 외투 자리라는 말이 지금도 신참들 사이에 회자된다.
신탁전령사(神託傳令師)
신탁 사제
신의 뜻을 사람에게 전하는 사제
“신탁은 답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그대가 이미 알고 있는 다음 질문을 가르쳐줄 뿐이지요.”
신탁 사제는 대륙의 큰 신전 정점에 있는 자로, 신검(神劍)을 뽑을 자를 평생 기다리며 신탁을 해석한다. 외형은 흰 사제복, 가슴팍에 신검 보관실 열쇠, 한 손에 작은 신탁 두루마리가 표준이다. 한 시대에 한 명의 용사를 만나거나, 평생 한 명도 만나지 못한 채 다음 사제에게 자리를 넘기기도 한다.
신탁의 절반은 신의 뜻이고, 나머지 절반은 신전 평의회의 결재 보수성이라는 사실을 정작 본인은 가장 잘 안다. 그래서 신검이 너무 자주 뽑히지 않는 것은 신의 뜻이라기보다, 신전 측의 한 줄 결재가 늦기 때문이라는 신전 내부 농담이 있다. 그가 평생 다듬은 진짜 절기는 신검 봉인이 아니라, 용사 후보가 절망했을 때 한 번 더 기다리라고 말하는 침묵이다.
“우리 신탁 사제들은 그 부엌 의자를 한 번 보러 갑니다. 신탁은 옥좌가 아니라 부엌에서 처음 응답한다는 뜻이지요.”
구대 신탁 사제 에르메스 — 신검 글로리아의 봉인을 사십 년간 지킨 자이자 평생 단 한 명의 용사 알프레드(이대 용사왕)를 직접 인도한 자 — 의 일화는 신전 야사에 길게 남아 있다.
알프레드가 변경 마을 마우엔펠트(왕도 북쪽 보리밭 마을)의 평민 청년 시절, 에르메스는 신탁 두루마리에서 그의 이름을 본 즉시 순례단 일곱을 데리고 마우엔펠트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알프레드는 자기 어머니가 병상에 누워 있어 떠날 수 없다며 신검 시험을 거부했고, 신전 평의회는 즉시 다음 후보로 결재를 넘기려 했다. 에르메스는 평의회 결재를 한 시진 늦추고, 알프레드의 부엌에 들어가 사흘간 어머니의 약을 손수 달이며 침묵을 지켰다.
사흘째 새벽 알프레드의 어머니가 차도를 보였고, 알프레드는 그제서야 부엌 식탁 위에 작은 식칼을 풀어두고 에르메스를 따라 신전으로 향해 글로리아를 뽑았다. 에르메스는 그날의 부엌 식탁 의자를 신전 한쪽에 그대로 옮겨 봉헌했고, 후대 신탁 사제들은 즉위 첫 주에 그 의자에 한 번 앉아보는 의례를 따른다. 신전에서는 신탁 한 줄보다 그 부엌 사흘의 침묵이 더 무거웠다는 격언이 회자된다.
룬각인장(符刻印匠)
룬 각인사
룬 한 글자에 마력을 새기는 장인
“검 한 자루에 룬 한 줄. 그 한 줄이 이 검의 다음 백 년을 결정합니다. 그러니 흥정은 받지 않습니다.”
룬 각인사는 검·갑옷·방패에 룬 문자를 정밀히 새겨 마법 효과를 부여하는 평민 출신 장인이다. 외형은 가죽 앞치마, 어깨에 작은 룬 끌 묶음, 한 손에 정밀 망치가 표준이다. 룬 한 줄을 잘못 새기면 검은 한 합 안에 부러지고, 잘 새기면 다섯 세대를 넘어가는 가보가 된다.
그래서 영주들도 룬 각인사의 일정에 맞춰 출정 일자를 조정한다. 견습 마법사가 마법 폭발을 일으키는 동안, 룬 각인사는 같은 마법을 한 줄 새김으로 평생 가게 만든다. 가장 무거운 한 줄은 화려한 룬이 아니라, 신참 모험가가 처음 들고 온 닳은 단검 위에 새겨주는 작은 보호 룬이다.
“우리 각인사들은 그 단검 한 자루를 작업대 한쪽에 둡니다. 룬 한 줄이 이름 하나를 살린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요.”
룬 각인사 그라몬트 — 왕도 북문 룬공방(王都 北門 工房, 사대를 이어 한 자리에 자리 잡은 평민 공방) 사대 주인이자 평생 룬 한 줄을 두 번 새기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공방 신참 첫날 듣는 이야기다.
어느 봄 신참 모험가 클로비스가 동전 일곱 닢을 떨며 닳은 단검 한 자루를 들고 그라몬트를 찾아왔는데, 동전이 보호 룬 한 줄 단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라몬트는 흥정을 받지 않는다는 자기 규칙을 깨지 않은 채, 클로비스에게 공방 청소 일곱 일을 한 끼 식사 값으로 제시했다. 클로비스는 일곱 일 동안 매일 새벽 공방 바닥을 쓸었고, 그라몬트는 그동안 클로비스의 단검을 한 호흡씩 손질하며 보호 룬을 한 줄 새겼다.
일곱째 날 새벽 그라몬트는 단검을 돌려주며 룬 자루 안쪽에 클로비스의 이름을 한 자 더 새겨 두었다고 말했고, 클로비스는 그 단검 한 자루로 후일 첫 던전에서 살아 돌아왔다. 클로비스는 베테랑이 된 후에도 매년 봄 그라몬트의 공방에 동전 일곱 닢을 두고 가는 관례를 만들었으며, 공방 작업대 한쪽에는 닳은 단검 한 자루가 지금도 봉헌되어 있다. 공방에서는 룬 한 줄보다 단검 자루 안쪽 이름 한 자가 더 무거운 룬이라는 격언이 신참들 사이에 전해진다.
미궁탐사객(迷宮探査客)
던전 탐색가
어둠의 미궁을 누비는 탐색가
“던전 첫 함정은 두 번째 모험가가 발동시킵니다. 첫 번째는 보통 살아 돌아오지 못하니까요.”
던전 탐색가는 미지의 던전에 가장 먼저 진입해 함정·통로·몬스터 분포를 파악하는 자다. 외형은 가벼운 가죽 갑옷, 어깨에 작은 등불, 허리에 단도와 표창 묶음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던전의 함정 한 줄·구조 한 줄·몬스터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모험가 길드의 비공식 위험 수당 1순위로, 단독 진입에 살아 돌아오면 그 길드 한 시즌의 단골이 된다. 사실 던전 탐색가의 통계가 길드 전체 평균보다 늘 좋게 나오는 것은, 살아 돌아온 자만 다음 의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농담이 있다. 그가 그린 첫 한 줄 약도는 결국 다음 모험가 한 명의 한 끼를 살린다.
“그 약도 한 장이 우리 탐색가 길드의 진짜 묘비요. 마지막 한 줄을 다른 사람을 살리는 데 쓴 자만이 그 자리에 이름을 올립니다.”
던전 탐색가 라일런 — 잊혀진 왕의 무덤(대륙 동부 사막의 일대 던전, 다섯 모험가 파티가 연속으로 살아 돌아오지 못한 곳)의 첫 진입자 — 의 일화는 길드 카운터 약도첩 첫 장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라일런은 사막 변경 마을 두라크에서 출발해 무덤 입구 다섯 함정을 단신으로 통과했으나, 여섯 번째 함정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그는 살아 나갈 수 없음을 알고 자기 등불 기름을 절반만 쓰면서 무덤 깊은 곳까지 한 칸씩 기어들어갔고, 가는 길마다 자기 단검으로 벽에 작은 약도를 새겼다. 마지막 방 직전, 라일런은 자기 외투 안쪽에 그동안 그린 약도 일곱 장을 정리해 봉인해 두고 단검 한 자루를 입구 쪽 벽 한 칸에 단단히 꽂았다.
한 시즌 뒤 다음 탐색가 메르고가 잊혀진 왕의 무덤에 진입했다가 그 단검을 발견했고, 외투 안쪽에서 약도 일곱 장을 회수해 살아 돌아왔다. 메르고는 그 약도를 길드에 가져와 라일런의 이름을 약도첩 첫 장에 새기게 했고, 라일런의 시신은 후일 다음 탐색가 셋이 함께 들어가 정중히 수습했다. 던전 탐색가 길드에서는 그날 이후 마지막 약도 한 장을 다음 사람을 위해 남기는 것이 규약이 되었으며, 약도첩 첫 장은 늘 빈 줄 한 칸이 비어 있다.
기사단부장(騎士團副將)
기사단 부단장
기사단장 다음 자리를 잇는 자
“단장께서 검을 휘두르실 때, 저는 결재를 휘두릅니다. 둘 다 검입니다.”
기사단 부단장은 황실 기사단의 No.2로, 단장의 결재·작전 지휘를 보좌하면서 부하 기사들의 일정·식사·결혼·부고를 모두 챙기는 자다. 외형은 단정한 갑주, 어깨에 부단장 휘장 망토, 허리에 한 자루 검과 작은 호적 명부가 표준이다. 단장이 부하 한 명의 검술을 가르친다면, 부단장은 그 부하의 어머니 생일까지 기억한다.
그래서 신참 기사들은 단장보다 부단장에게 먼저 가족 사정을 보고한다. 부단장이 자리를 비운 한 주 동안 단장의 결재 더미가 두 배가 된 일화가 기사단 야사에 남아 있을 만큼, 실무의 절반은 그의 손에서 굴러간다. 기사단의 진짜 검은 단장의 한 자루가 아니라, 부단장이 든 한 권 호적 명부라는 격언이 있다.
“우리 부단장들은 그 명부의 첫 장을 새로 받을 때마다 손등으로 한 번 쓸어보지요. 검 한 자루보다 그 한 줄을 먼저 외우는 자에게만 부단장 자리가 허락된다는 뜻입니다.”
이십이대 황실 기사단 부단장 베르나르 폰 에슈타트 — 십칠대 단장 라이오넬의 가장 오래된 부단장이자 백화전쟁(이웃 제국과의 칠 년 국경 분쟁) 마지막 해를 함께 견딘 자 — 의 일화는 기사단 행정실에 호적 명부 한 권으로 남아 있다.
어느 겨울 라이오넬이 백화로 협곡 출정 전날 결재 더미에 파묻혔을 때, 베르나르는 부하 사백의 호적 명부를 한 줄씩 펼쳐 단장 책상 위에 일곱 권을 쌓아 두었다. 그러고는 "단장께서 호명하실 사백 명의 어머니 이름이 이 안에 있으니, 결재 도장을 찍기 전 한 번씩만 눈으로 짚어주십시오"라는 한 줄 메모를 첫 장에 끼워 두었다. 라이오넬은 그날 새벽 사백 어머니 이름을 한 사람씩 읽으며 결재 도장을 찍었고, 베르나르는 그동안 부단장실에서 사백 부하의 출정 짐을 한 자루씩 직접 점검했다.
백화로에서 살아 돌아온 삼백칠십이의 짐 자루 안쪽에는 베르나르가 손수 적은 어머니 이름 한 줄씩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부하들은 후일 그 짐 자루를 평생 머리맡에 두었다. 베르나르는 은퇴 직전 그 호적 명부 일곱 권을 기사단 행정실 정문 옆에 봉헌했고, 후대 부단장들은 취임 첫 주에 그 명부 첫 장을 손등으로 한 번 쓸어보는 의례를 따른다. 기사단에서는 그 명부를 "사백 어머니의 검"이라 부른다.
마수조복사(魔獸調伏師)
사역마 조련사
사역마를 조복(調伏)시켜 부리는 자
“검은 까마귀? 글쎄요, 정확히는 까마귀가 마법사 한 분을 길들이는 중입니다.”
사역마 조련사는 마법사·마녀의 친숙물(familiar) — 까마귀, 검은 고양이, 작은 그리폰 — 을 알선하고 길들이는 자다. 외형은 짙은 색 외투, 어깨에 사역마 한두 마리, 허리에 작은 알선 명부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사역마의 평소 식성·옛 분기 알선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사역마는 늘 마법사를 깔본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며, 사역마 조련사는 그 사실을 마법사 본인에게 절대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법사들은 평생 자기가 사역마를 길들였다고 믿지만, 정작 사역마는 마법사의 식습관과 잠버릇을 더 정확히 외우고 있다. 가장 무거운 알선은 큰 그리폰이 아니라, 외로운 마법사에게 작은 검은 고양이를 짝지어 주는 한 줄 결재 위에 있다.
“우리 조련사들은 그 검은 고양이 자리에 절대 빈 그릇을 두지 않습니다. 사역마는 마법사를 길들인 자가 아니라, 마법사 옆에서 마지막까지 그릇을 비우지 않은 자라는 뜻이지요.”
사역마 조련사 카스파르 — 왕도 동문 알선소(王都 東門 親熟物 仲介所, 삼대를 이어 한 자리에 자리 잡은 평민 알선소) 삼대 주인 — 의 일화는 알선소 신참 첫날 듣는 이야기다.
어느 가을 늙은 마탑 마법사 디트마르(당시 칠십이 세, 평생 단 한 명의 사역마도 곁에 두지 않은 자)가 자기 임종을 한 시즌 앞두고 처음으로 카스파르의 알선소 문을 두드렸다. 디트마르는 "사역마는 마법사를 깔본다 들었으니 짧게 한 마리만 두고 싶다"고 했고, 카스파르는 알선 명부에서 가장 작은 검은 고양이 미츠(왕도 외곽 들고양이 출신, 어미를 잃은 새끼 한 마리)를 골라 한 호흡에 결재했다. 미츠는 디트마르의 거처에서 첫 사흘 동안 그릇 한 번을 비우지 않았으나, 디트마르가 자기 식사를 미츠 그릇 옆에 함께 두는 것을 본 나흘째부터 한 끼씩 비우기 시작했다.
디트마르는 임종을 두 시진 앞두고 카스파르를 불러 미츠를 다음 마법사에게 다시 알선하지 말고 알선소 카운터 옆에 두라고 부탁했고, 카스파르는 미츠의 그릇 한 자리를 알선소 카운터 옆에 영구 봉헌했다. 미츠는 그날 이후 십이 년을 알선소 카운터 옆에서 살았고, 디트마르의 외투 한 벌이 그릇 옆에 늘 함께 걸려 있었다. 알선소에서는 그 그릇 자리를 "디트마르의 한 끼"라 부르며, 후대 조련사들은 알선 첫 결재를 찍기 전 그 자리에 한 번 손을 짚는 의례를 따른다.
연금철공(鍊金鐵工)
연금술 직공
연금술의 도구를 손수 만들어 쓰는 공인
“하급 회복 포션 단가 흥정은 받지 않습니다. 단가는 정해져 있어요. 그게 길드 규칙입니다.”
연금술 직공은 연금술사 길드 산하에서 회복 포션·해독제·발광약을 대량 생산하는 평민 출신 장인이다. 외형은 가죽 앞치마, 등에 약병 가방, 한 손에 작은 계량 스푼이 표준이다. 모험가들이 출정 직전 그의 가게에서 한 박스를 사 가는데, 그 한 박스 안의 한 병이 결국 모험가 한 명의 한 합을 살린다.
그래서 연금술 직공의 한 줄 라벨은 사실 모험가 한 명의 마지막 한 모금 위에 적혀 있다. 본인은 화려한 고급 포션보다 닳은 신참의 동전 몇 닢이 들고 가는 하급 한 병에 더 정성을 들인다. 가장 무거운 한 병은 큰 회복 포션이 아니라, 신참이 처음 사 가는 한 병의 정확한 단가다.
“우리 직공들은 그 빈 병 한 자루를 작업대 한쪽에 둡니다. 한 병의 단가가 한 사람의 한 합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요.”
연금술 직공 베네딕트 — 왕도 남문 연금술사 길드(王都 南門 鍊金術師 組合) 사대 직공장이자 평생 회복 포션 단가를 한 번도 흥정한 적이 없는 자 — 의 일화는 길드 야사에 길게 남아 있다.
어느 봄 신참 모험가 율리안이 동전 다섯 닢을 들고 와 하급 회복 포션 한 병을 사려 했는데, 정가가 일곱 닢이라 두 닢이 모자랐다. 베네딕트는 흥정을 받지 않는다는 자기 규칙을 지킨 채, 율리안에게 빈 약병 일곱 자루를 회수해 가져오면 두 닢을 깎아 주겠다는 한 줄 거래를 제안했다. 율리안은 사흘 동안 길드 카운터 주변과 술집 뒷골목에서 빈 약병 일곱 자루를 모아 가져왔고, 베네딕트는 그 일곱 자루를 한 호흡에 정밀 세척한 뒤 율리안의 한 병에 자기 라벨 대신 율리안의 이름 한 자를 적어 주었다.
율리안은 후일 던전 중층에서 그 한 병을 마지막에 비우고 살아 돌아왔으며, 빈 병 자루 안쪽에 적힌 자기 이름 한 자를 평생 머리맡에 두었다. 베네딕트는 그날 이후 신참이 빈 약병 일곱 자루를 모아 오면 단가를 두 닢 깎아 주는 관례를 정식 길드 규약에 올렸고, 작업대 한쪽에는 율리안이 처음 가져온 빈 병 일곱 자루가 지금도 봉헌되어 있다. 길드에서는 그 일곱 자루를 "단가의 검"이라 부른다.
음유서사가(吟遊敍事歌)
음유시인
모험의 서사를 노래로 이어가는 음유시인
“용사가 마왕을 베었다는 노래의 1절은 진실, 2절은 각색, 3절은 영업입니다.”
음유시인은 술집과 마을 광장에서 모험가들의 무용담을 노래로 옮기는 평민 출신 예술가다. 외형은 닳은 외투, 어깨에 류트, 허리에 작은 노트가 표준이다. 노래에 이름이 들어가는 기준은 무용담의 사실 여부가 아니라 음유시인에게 술 사는 횟수에 비례하며, 술집 카운터의 진짜 결재권은 길드마스터가 아니라 음유시인이 쥐고 있다.
그래서 어떤 모험가는 드래곤을 잡는 것보다 음유시인의 한 곡 안에 자기 이름을 한 줄 넣는 게 더 어렵다고 말한다. 가장 무거운 한 곡은 큰 영웅의 무용담이 아니라, 죽은 신참 모험가의 이름을 한 번 불러주는 짧은 후렴이다. 그래서 늙은 음유시인의 노트에는 영웅의 노래보다 짧은 후렴들의 목록이 더 길다.
“우리 시인들은 그 짧은 후렴 한 줄을 평생 닳도록 부릅니다. 류트의 진짜 줄은 여섯 줄이 아니라, 죽은 자의 이름이 적힌 일곱 번째 줄이라는 뜻이지요.”
음유시인 올리비에 — 왕도 동문 술집 '붉은 사슴'(王都 東門 酒場, 모험가 길드 카운터 옆 단골 술집) 평생 단골 가객이자 류트 한 자루로 사십 년을 산 자 — 의 일화는 술집 카운터 위 노트 한 권으로 남아 있다.
어느 겨울 헬름가르드 길드 신참 일곱이 검은 늪 토벌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 그 시즌, 올리비에는 술집 카운터에서 일곱의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자였다. 그러나 길드마스터 오스카르가 외투 일곱 벌을 카운터 옆에 걸어둔 다음 날 새벽, 올리비에는 길드 카운터에서 일곱 외투의 안감 이름표를 한 줄씩 손수 옮겨 적고 술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 올리비에는 평소 부르던 영웅 무용담을 한 곡도 부르지 않은 채, 일곱 이름을 한 사람씩 후렴에 끼워 넣은 짧은 노래 한 곡을 사십 번 반복해 불렀다.
술집 손님들은 마지막 후렴이 끝날 때까지 한 잔도 비우지 못했고, 그날의 술값은 손님 모두가 외투 자리 옆 빈 잔 일곱에 나눠 두는 관례로 굳어졌다. 올리비에는 평생 그 일곱 후렴을 노트 첫 장에 보존했고, 죽기 전 노트를 다음 음유시인에게 넘기며 "영웅의 노래는 잊혀도 좋으나, 이 일곱 줄만은 매년 첫 눈 오는 날 한 번씩 부르라"는 한 줄 유언을 남겼다. 술집에서는 그 노트를 "일곱 줄의 류트"라 부른다.
길드접수인(冒險受付人)
길드 접수계
길드 창구에서 모험가의 의뢰를 받는 자
“이번 의뢰, 등급 D입니다. 신참은 받지 마시고, 베테랑은 안 받으시고… 결국 누가 받습니까?”
길드 접수계는 모험가 길드 카운터에서 의뢰 접수·등급 판정·보상 정산을 담당하는 평민 출신 직원이다. 외형은 길드 제복, 한 손에 의뢰 묶음, 한 손에 결재 도장, 어깨에 작은 가방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모험가의 평소 식성·옛 분기 출정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길드마스터보다 신참 모험가의 첫 한 끼를 더 정확히 챙기는 자가 사실 접수계다. 의뢰 한 장이 모험가 한 명의 한 시즌을 결정하기에, 접수계는 결재 도장을 찍기 전 한 번 더 모험가의 눈을 본다. 가장 무거운 결재는 큰 의뢰가 아니라, 신참이 처음 들고 온 한 장 의뢰서 위에 있다.
“우리 접수계는 도장을 찍기 전 한 호흡을 비웁니다. 의뢰 한 장이 카운터를 떠나는 순간, 그 종이는 한 사람의 한 끼가 되기 때문이지요.”
길드 접수계 마틸다 — 왕도 서문 모험가 길드(王都 西門 冒險者 組合) 사대 수석 접수계이자 평생 결재 도장을 사만 번 찍은 자 — 의 일화는 접수 카운터 위 작은 결재첩 한 권으로 남아 있다.
어느 가을 신참 모험가 토비아스(견습마법사 토비아스와 동명이인, 평민 출신 검사)가 동전 세 닢을 들고 와 D등급 늑대 토벌 의뢰서를 떨며 카운터에 올렸는데, 그 순간 마틸다는 의뢰서의 출정 위치가 일곱 일 전 다른 신참 둘이 살아 돌아오지 못한 검은 골짜기(왕도 서북 변경 침엽수림)임을 알아챘다. 마틸다는 결재 도장을 한 호흡 멈추고, 토비아스에게 의뢰서를 한 장 더 같은 등급의 다른 의뢰 — 왕도 외곽 곡창 쥐 토벌 — 와 함께 내밀며 한 줄 메모를 끼워 두었다. 메모에는 "검은 골짜기는 한 시즌 더 기다리시지요.
그 한 시즌 동안 곡창에서 쥐 일곱 마리를 잡으시면 베테랑 한 명이 그대 등 뒤에 서 줄 겁니다"라는 한 줄이 적혀 있었다. 토비아스는 그 한 시즌 동안 곡창 쥐 일곱 마리를 잡았고, 다음 시즌에 베테랑 그라몬트(룬 각인사 그라몬트의 동생, 베테랑 검사)와 동행해 검은 골짜기에서 살아 돌아왔다. 마틸다는 그날 의뢰서를 토비아스에게 다시 돌려주며 결재 도장 옆에 자기 이름 한 자를 작게 더 찍어 주었고, 그 의뢰서는 후일 길드 접수 카운터 결재첩 첫 장에 봉헌되었다. 길드에서는 그 결재첩을 "한 호흡의 도장"이라 부른다.
미궁도화공(迷宮圖畵工)
던전 지도제작자
던전의 어둠을 한 장의 지도로 그려내는 도화공
“미지의 영역? 이 페이지부터는 다음 의뢰자께 비싸게 팝니다. 미안합니다, 일이 일이라.”
던전 지도제작자는 모험가에 동행하거나 사후 인터뷰로 던전 지도를 제작·판매하는 평민 출신 학자다. 외형은 짙은 외투, 어깨에 두루마리 가방, 한 손에 정밀 펜과 자가 표준이다. 그가 그린 지도는 늘 한 칸이 비어 있는데, 그 한 칸은 다음 의뢰의 떡밥으로 일부러 남긴다는 것이 업계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래서 던전 지도제작자는 길드마스터보다 부자이며, 정작 본인은 한 번도 던전 안에 발을 들이지 않은 자도 많다. 다만 사후 인터뷰로 그린 지도에는 죽은 모험가의 마지막 한 줄 증언이 그대로 남아, 그 지도가 다음 모험가 한 명을 살린다. 가장 무거운 한 칸은 큰 던전의 마지막 방이 아니라, 첫 진입 지점의 한 줄 함정 표시 위에 있다.
“우리 지도제작자들은 그 지도 한 장을 무료 배포 결재첩에 올리는 데 평생 한 번을 씁니다. 한 장의 거짓 떡밥보다 한 장의 진실한 첫 함정 표시가 더 비싸다는 뜻이지요.”
던전 지도제작자 에르빈 — 왕도 북문 지도공방(王都 北門 地圖工房, 이대를 이어 한 자리에 자리 잡은 평민 공방) 이대 주인이자 평생 빈 칸을 가장 적게 남긴 자 — 의 일화는 공방 신참 첫날 듣는 이야기다.
어느 시즌 잊혀진 왕의 무덤(대륙 동부 사막 일대 던전)의 첫 진입자 라일런이 죽고 다음 탐색가 메르고가 라일런의 외투에서 약도 일곱 장을 회수해 살아 돌아왔을 때, 에르빈은 메르고의 사후 인터뷰를 사흘 동안 손수 받아 적었다. 사흘째 새벽 메르고가 마지막으로 라일런이 단검 한 자루를 입구 벽에 꽂아둔 위치를 손짓으로 한 번 더 짚었을 때, 에르빈은 그 한 칸을 자기 지도의 첫 함정 표시로 남기고 빈 칸 떡밥을 넣지 않았다. 에르빈은 그 지도 한 장을 길드 카운터 결재첩에 무료 배포로 올렸고, 자기 평생 처음으로 단가 한 닢도 받지 않았다.
그 지도 한 장 덕분에 다음 시즌 잊혀진 왕의 무덤에 진입한 탐색가 셋이 모두 살아 돌아왔으며, 그들은 라일런의 시신을 정중히 수습해 사막 변경 마을 두라크에 묻었다. 에르빈은 그 지도 한 장을 평생 작업대 한쪽에 봉헌했고, 후일 자기 공방의 단가표 첫 줄에 "라일런의 한 칸은 단가 없음"이라는 한 줄을 정식으로 새겼다. 공방에서는 그 한 줄을 "빈 칸의 검"이라 부른다.
마을자경자(邑里自警者)
마을 자경단원
마을을 스스로 지키는 자경의 사내
“고블린 한 마리는 막을 수 있습니다. 두 마리부터는 길드 의뢰를 띄웁시다.”
마을 자경단원은 작은 마을의 새벽 순찰·고블린 방어·도적 경계를 책임지는 평민 자원이다. 외형은 닳은 가죽 갑옷, 어깨에 작은 손등불, 허리에 농기구 개조 무기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마을의 평소 위험 시각·옛 분기 야간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영주의 기사단이 큰 전쟁을 막는다면, 자경단원의 새벽 한 줄 순찰이 마을 한 시즌의 한 끼를 지킨다. 그래서 작은 마을의 진짜 영웅은 황실 기사단이 아니라, 새벽마다 손등불 한 줄을 들고 도는 자경단원이라는 격언이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줄 순찰은 큰 위험을 막는 것이 아니라, 새벽에 잠든 마을 한 가족의 한 끼 위에 있다.
“우리 자경단원들은 그 손등불 한 자루를 다음 신참에게 넘길 때 자기 외투 안감 이름 한 자를 같이 새기지요. 이 등불을 든 자가 한 명도 잠들지 못한 새벽이 마을의 진짜 갑옷이라는 뜻입니다.”
자경단원 군나르 — 변경 마을 마우엔펠트(왕도 북쪽 보리밭 마을, 이대 용사왕 알프레드의 고향) 사대 자경단장이자 평생 새벽 순찰을 사천 번 돈 자 — 의 일화는 마을 광장 손등불 봉헌대 옆에 한 줄 비석으로 남아 있다.
알프레드가 신검 글로리아를 뽑으러 마우엔펠트를 떠나기 한 시즌 전, 마을 외곽에 고블린 무리(서북 침엽수림 출신 변종 군집체) 일곱이 새벽마다 보리밭을 노리기 시작했다. 군나르는 길드 의뢰를 띄울 동전이 마을에 모자란다는 보고를 받고, 자기 자경단원 일곱과 함께 마을 외곽 보리밭 일곱 모서리에 손등불 일곱 자루를 한 시진씩 교대로 들고 서는 새벽 순찰 일정을 한 시즌 동안 멈추지 않았다. 일곱째 모서리는 군나르 본인이 평생 한 번도 자리를 비우지 않았으며, 한 시즌 뒤 고블린 일곱은 보리밭 한 줄도 베지 못한 채 침엽수림으로 돌아갔다.
알프레드는 마을을 떠나기 전날 군나르의 손등불 한 자루를 자기 외투 안감에 한 자 새겨 가져갔고, 후일 마왕성 함락 후 첫 즉위식에서 그 손등불을 왕도 회의실 한쪽에 봉헌했다. 군나르는 평생 자기가 한 일을 한 번도 무용담으로 떠벌리지 않은 채 노년을 마우엔펠트 광장에서 마쳤으며, 마을 광장 손등불 봉헌대에는 자경단원 사천 새벽 순찰의 이름이 한 줄씩 적혀 있다. 마을에서는 그 손등불을 "잠들지 못한 새벽의 검"이라 부른다.
짐마차편객(荷馬車鞭客)
짐말 마부
짐마차의 채찍을 잡고 마을을 잇는 마부
“드래곤은 모험가가 잡으십니다. 짐은 제가 옮깁니다. 분업이지요.”
짐말 마부는 모험가 파티의 짐말·짐수레를 끌고 다니는 평민 출신 운반자다. 외형은 단정한 작업복, 한 손에 채찍, 어깨에 작은 가방, 허리에 짐 묶음 끈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길의 평소 노면·옛 분기 운반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모험가들이 살아 돌아오지 못하면, 그가 짐만 들고 마을로 돌아와 길드 카운터에 부음을 알리는 첫 사람이 된다. 그래서 짐말 마부의 진짜 직무는 짐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 돌아오는 것이라는 격언이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짐은 큰 보물이 아니라, 모험가 한 명의 빈 자리 옆에 남은 그의 외투 한 벌이다.
“우리 마부들은 채찍보다 외투 한 벌을 더 정성껏 짐 자루에 묶지요. 살아 돌아온 짐 자루보다, 살아 돌아오지 못한 외투 한 벌의 무게가 늘 더 무겁다는 뜻입니다.”
짐말 마부 베른하르트 — 변경 도시 두라크(대륙 동부 사막 변경 마을, 잊혀진 왕의 무덤 입구 마을) 평생 단골 마부이자 평생 짐 자루 칠백을 나른 자 — 의 일화는 두라크 길드 카운터 옆 짐 자루 봉헌대에 한 자루 외투로 남아 있다.
잊혀진 왕의 무덤에 진입한 첫 탐색가 라일런이 살아 돌아오지 못한 그 시즌, 베른하르트는 라일런의 짐말과 짐 자루를 사막 변경에서 일곱 일 더 기다린 끝에 자기 짐말 등에 라일런의 외투만 단정히 묶어 마을로 돌아왔다. 두라크 길드 카운터에 도착한 베른하르트는 짐 자루 안의 다른 짐을 모두 풀어 길드 결재첩에 정리한 뒤, 라일런의 외투 한 벌만은 풀지 않고 카운터 옆 봉헌대에 자기 손으로 직접 걸어두었다.
그날 이후 베른하르트는 자기 짐말의 등에 늘 빈 외투 한 벌을 묶을 자리를 비워두는 관례를 만들었으며, 살아 돌아오지 못한 모험가의 외투 한 벌이 그 자리에 차례로 묶였다. 한 시즌 뒤 다음 탐색가 메르고가 잊혀진 왕의 무덤에서 라일런의 약도 일곱 장을 회수해 살아 돌아왔을 때, 메르고는 베른하르트의 짐말에서 라일런의 외투를 자기 손으로 풀어 라일런의 시신과 함께 두라크에 묻었다. 베른하르트는 평생 자기 채찍을 한 번도 짐말의 등에 휘두르지 않은 채 노년을 두라크 카운터 옆에서 마쳤다. 두라크에서는 그 짐말 등의 빈 자리를 "외투 자리의 검"이라 부른다.
마왕성첨병장(魔王城尖兵長)
마왕성 침투조장
마왕성으로 침투하는 첨병의 장
“옥좌까지 일곱 층. 각 층에 거짓 지도 한 장씩 흘려두었으니, 일곱 번 거짓말을 믿어주십시오.”
마왕성 침투조장은 용사 본대가 마왕에게 도달하기 전, 단 다섯 명의 정예를 이끌고 마왕성 내부 함정·배치·결계를 무력화하는 자다. 외형은 검은 후드 외투, 어깨에 마력 차단 부적, 허리에 단검 두 자루와 결계 해제용 룬 핀이 표준이다. 그가 살아 돌아온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가 그린 침투 지도 한 장 덕분에 용사가 살아 돌아온 적은 여러 번 있었다.
그래서 그의 직무는 마왕성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사람이 정복할 수 있도록 한 줄 더 그려두는 것이다. 침투조장의 야사는 늘 "마지막 한 줄을 누군가에게 넘긴 자"라는 후렴으로 끝난다. 신참 침투조원들은 그의 외투 안감에 새겨진 이름들을 보고 처음으로 이 직업의 무게를 안다.
“우리 침투조장들은 외투 안감을 한 번도 빨지 않습니다. 그 안감의 이름 한 줄이 다음 사람을 살린 진짜 결계 해제 룬이라는 뜻이지요.”
마왕성 침투조장 콘라트 — 이대 용사왕 알프레드의 마왕성 함락 본대를 한 시진 앞서 들어간 자이자 마왕성 일곱 층의 함정 한 줄을 외투 안감에 새기고 살아 돌아오지 못한 자 — 의 일화는 왕도 첩보 본부 외투 봉헌실에 한 벌 외투로 남아 있다.
콘라트는 침투조원 다섯과 함께 마왕성 정문 흑호교(黑虎橋, 마왕성 정문 앞 단애 외길 다리)를 한 시진 앞서 건넜고, 일곱 층 결계 해제 룬을 층마다 한 줄씩 풀며 옥좌실 직전 칠층까지 도달했다. 일곱 층 직전에서 콘라트는 자기 침투조원 넷을 먼저 흑호교 너머로 돌려보내고, 마지막 한 명 견습 슈테판(당시 첫 침투조 임무, 후일 이대 침투조장)에게 자기 외투 안감의 일곱 줄 함정 표시를 한 호흡에 넘겨주었다. 콘라트는 일곱 층에서 자기 단검 두 자루로 마왕성 결계 해제 룬을 한 호흡에 풀고 옥좌실 입구를 한 시진 막은 채 알프레드 본대의 진입을 기다렸으며, 알프레드가 옥좌실에 도달했을 때 콘라트의 단검 두 자루는 부러진 채 결계 위에 꽂혀 있었다.
슈테판은 콘라트의 외투를 들고 흑호교를 건너 살아 돌아왔고, 그 외투 안감의 일곱 줄을 후대 침투조장의 첫 결재 양식으로 정식 등록했다. 슈테판은 평생 콘라트의 외투를 한 번도 빨지 않은 채 첩보 본부 봉헌실에 보존했고, 후대 침투조장들은 취임 첫 주에 그 외투 안감 일곱 줄을 손바닥으로 한 번 쓸어보는 의례를 따른다. 첩보 본부에서는 그 외투를 "일곱 줄의 룬"이라 부른다.
성검감정사(聖劍鑑定師)
성검 감정사
성스러운 검의 진위를 한눈에 가리는 자
“이건 신검이 아닙니다. 다만, 신검이 되고 싶었던 검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백 년은 지킬 수 있습니다.”
성검 감정사는 대륙 곳곳에서 출토되는 고대 검의 진위·내력·룬 잔재를 감정해 신전·왕실·길드에 보고하는 학자형 검사다. 외형은 짙은 자색 학자복, 어깨에 검 받침 천, 한 손에 작은 룬 돋보기와 정밀 저울이 표준이다. 한 시대 신검 후보로 지목된 검 수백 자루를 직접 잡아 본 자이며, 진짜 신검은 잡는 순간 손목이 가벼워진다는 사실을 그만이 알고 있다.
가짜 신검을 들고 온 영주에게 "이건 신검은 아닙니다만, 가보로는 충분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그의 가장 어려운 직무다. 신탁 사제와 자주 부딪히지만, 정작 신탁 사제도 진위 판정만큼은 그에게 맡긴다. 가장 무거운 감정서 한 줄은 큰 신검이 아니라, 신참 모험가가 가져온 닳은 단검 위에 적는 "충분히 좋은 검입니다"라는 한 줄이다.
“우리 감정사들은 그 단검 한 자루를 작업대 한쪽에 둡니다. 진짜 감정의 무게는 신검의 진위가 아니라, 닳은 단검 한 자루의 신뢰 위에 있다는 뜻이지요.”
성검 감정사 발타자르 — 왕도 신전 부속 감정실(王都 神殿 附屬 鑑定室) 사대 수석 감정사이자 평생 신검 후보 사백 자루를 직접 잡아 본 자 — 의 일화는 감정실 작업대 한쪽에 닳은 단검 한 자루로 봉헌되어 있다.
어느 시즌 변경 영주 부르크하르트(왕도 동남 변경 영주)가 가보로 내려온 검 한 자루를 신검이라 주장하며 발타자르의 감정실에 가져왔다. 발타자르는 그 검을 한 호흡에 잡아 보고는 "이건 신검은 아닙니다만, 사대 가보로는 충분합니다"라는 한 줄 감정서를 넘겼고, 부르크하르트는 분노해 자기 동전 일곱 자루를 감정실 단가표에 일곱 배 더 얹으며 결과를 바꾸라 요구했다. 발타자르는 단가를 한 닢도 받지 않은 채 같은 한 줄을 다시 적어 넘겼고, 같은 시진 신참 모험가 펠릭스가 동전 한 닢을 떨며 닳은 단검 한 자루를 가져왔을 때 발타자르는 펠릭스의 단검을 같은 작업대 위에 부르크하르트의 가보 옆에 나란히 두었다.
발타자르는 펠릭스의 단검에 "충분히 좋은 검입니다"라는 한 줄 감정서를 같은 잉크로 적어 주었고, 부르크하르트는 그 광경을 본 뒤 자기 가보를 챙겨 묵묵히 감정실을 떠났다. 펠릭스는 후일 그 단검 한 자루로 검은 골짜기에서 살아 돌아왔으며, 베테랑이 된 후 그 단검을 발타자르의 작업대 한쪽에 봉헌했다. 신전에서는 그 단검을 "한 줄 감정의 검"이라 부른다.
마검정비공(魔劍整備工)
마검 정비사
마(魔)가 깃든 검을 다루어 정비하는 자
“이 마검, 주인이 다섯 번 바뀌었군요. 다섯 번의 분노가 칼날에 다 적혀 있습니다. 정비비는 그래서 비쌉니다.”
마검 정비사는 마력이 깃든 검의 룬 마모·마력 누수·금기 봉인을 정비하는 평민 출신 장인이다. 외형은 검은 가죽 앞치마, 어깨에 마력 측정 추, 허리에 정밀 줄과 작은 봉인 끌이 표준이다. 룬 각인사가 검에 한 줄을 새긴다면, 마검 정비사는 그 한 줄이 백 년 가도록 다듬는다.
마검의 절반은 주인의 분노를 그대로 흡수해 점점 무거워지는데, 그것을 한 합 가볍게 되돌리는 것이 그의 진짜 절기다. 그래서 늙은 검사들은 새 검을 사기보다, 그의 작업대 위에 자기 옛 검을 올리는 것을 더 자랑스러워한다. 가장 무거운 정비는 화려한 마검이 아니라, 죽은 동료의 유품 검을 다음 검사 손에 가볍게 쥐여주는 한 합의 무게다.
“우리 정비사들은 유품 검 한 자루를 받을 때 정비비를 한 닢도 받지 않습니다. 검의 분노를 푸는 일은 단가 표 위에 적을 수 없는 한 합이라는 뜻이지요.”
마검 정비사 헬무트 — 왕도 서문 정비공방(王都 西門 魔劍 整備工房) 삼대 주인이자 평생 유품 검 칠백 자루를 단가 없이 정비한 자 — 의 일화는 공방 작업대 한쪽에 부러진 검 한 자루로 봉헌되어 있다.
어느 시즌 드래곤 사냥꾼 길드 마지막 단원 가웨인이 적룡 이그니스를 벨 때 함께 부러진 동료 베른의 검 한 자루를 헬무트의 작업대 위에 가져왔다. 가웨인은 부러진 검의 자루를 자기 손에 다시 쥐고 싶다며 정비비를 평생 보수 일 년치까지 얹어 제시했으나, 헬무트는 단가를 한 닢도 받지 않은 채 부러진 검을 한 시진 만져 보고는 "이 검은 다시 휘두르는 게 아니라, 다음 사람 손에 가볍게 넘겨주는 게 정비입니다"라는 한 줄을 적어 가웨인에게 돌려주었다. 가웨인은 그 한 줄을 본 뒤 부러진 검을 길드 카운터 벽 두 줄 이름 옆에 함께 봉헌했고, 헬무트는 자기 작업대 한쪽에 부러진 검을 한 호흡 더 다듬어 작은 단도 한 자루로 만들어 두었다.
그 단도는 후일 신참 모험가 펠릭스가 첫 의뢰 출발 전 가웨인의 손에서 받아 들었고, 펠릭스는 그 단도 한 자루로 검은 골짜기에서 살아 돌아왔다. 헬무트는 평생 자기 작업대 한쪽에 그 단도의 부러진 칼날 한 조각을 봉헌해 두었으며, 후대 정비사들은 유품 검을 받을 때 한 호흡 그 칼날 조각에 손을 짚는 의례를 따른다. 공방에서는 그 칼날 조각을 "한 합 가벼운 검"이라 부른다.
정령전언자(精靈傳言者)
정령 통역가
정령의 말을 사람의 말로 옮기는 통역가
“불 정령이 화났습니다. 이유요? 어제 모닥불을 발로 끄셨다지요. 사과부터 합시다.”
정령 통역가는 불·물·바람·흙 정령의 의사를 인간의 말로, 인간의 말을 정령의 결로 옮기는 평민 출신 중재자다. 외형은 옅은 색 외투, 어깨에 네 가지 정령 부적, 한 손에 작은 통역 노트가 표준이다. 마법사가 정령을 부린다면, 정령 통역가는 정령에게 부탁한다.
그래서 마법사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령에게 맞아 죽은 적이 한 번도 없는 직업이기도 하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정령의 평소 식성·옛 분기 변덕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가장 무거운 통역 한 줄은 큰 결계 분쟁이 아니라, 우물 정령이 마을 한 가족의 한 끼를 위해 한 번 더 차오르겠다는 짧은 끄덕임이다.
“우리 통역가들은 우물 옆에 한 호흡 더 머무는 데 이유가 있습니다. 정령은 부리는 자가 아니라, 한 번 더 사과하는 자에게 한 끼를 더 내준다는 뜻이지요.”
정령 통역가 안톤 — 변경 마을 호이엔타르(왕도 서남 가뭄 변경 마을) 사대 통역가이자 평생 정령에게 사과를 사천 번 한 자 — 의 일화는 마을 우물 옆 봉헌석 한 줄로 남아 있다.
어느 한여름 호이엔타르 마을의 우물 정령 미르네(이대를 이어 마을 한 우물에 깃든 물 정령)가 갑작스럽게 차오르기를 멈춰 마을 전체가 한 시즌 식수 위기에 빠졌다. 영주의 마법사 둘이 정령 결박 마법으로 미르네를 한 호흡에 부리려 했으나 결박 마법이 그대로 튕겨 나와 두 마법사가 우물 옆에서 화상을 입었고, 그제야 영주는 안톤을 호출했다. 안톤은 우물 옆에 사흘 동안 자리를 깔고 앉아 통역 노트 한 권을 미르네 앞에 펼쳐 둔 채 한 줄도 말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사흘째 새벽 안톤은 미르네에게 마을 아이들이 지난봄 우물에 던진 돌 일곱 알 한 줄을 자기 손으로 직접 건져 올린 뒤 한 호흡에 사과 한 줄을 옮겼고, 미르네는 그 한 줄에 짧게 끄덕인 뒤 우물을 한 호흡에 다시 차올렸다. 안톤은 그 돌 일곱 알을 우물 옆 봉헌석에 정중히 묻은 뒤, 마을 아이들에게 우물에 돌을 던지지 말라는 한 줄 규약을 비석에 새겼다. 호이엔타르 마을은 그 시즌 한 끼를 잃지 않았으며, 후대 통역가들은 마을 첫 부임 첫 주에 그 우물 옆 봉헌석에 한 호흡 손을 짚는 의례를 따른다. 마을에서는 그 우물을 "한 호흡의 우물"이라 부른다.
왕도첩보관(王都諜報官)
왕도 첩보관
왕도의 모든 비밀을 한 손에 모으는 첩보관
“전령이 가져온 편지의 1할은 진실, 9할은 누군가의 거짓입니다. 제 일은 그 1할을 골라 폐하 책상 위에 올리는 겁니다.”
왕도 첩보관은 왕실 직속 정보 부서 소속으로, 적국 동향·내부 정파·길드 자금 흐름을 수집·분석해 왕에게 한 줄 요약으로 올리는 자다. 외형은 평범한 왕도 시민복, 어깨에 작은 가방, 허리에 단검과 작은 노트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왕도의 모든 술집·전령 노선·뒷골목 결재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첩보관의 진짜 무기는 단검이 아니라, 한 장 한 줄의 정확한 요약이다. 그래서 그의 책상 위 결재는 늘 두 줄을 넘지 않으며, 그 두 줄이 왕국 한 시즌의 전쟁 여부를 결정한다. 가장 무거운 한 줄 보고는 큰 전쟁의 징조가 아니라, 신참 첩보원이 처음 가져온 떨리는 한 줄을 그가 한 번 더 다듬어 올리는 새벽의 결재다.
“우리 첩보관들은 신참의 첫 한 줄을 받을 때 자기 잉크병을 한 호흡 비웁니다. 폐하 책상 위 두 줄보다, 신참 손목의 한 줄이 더 무겁다는 뜻이지요.”
왕도 첩보관 게오르크 — 칠대 왕실 첩보 본부 수석 첩보관이자 평생 폐하 책상 위에 올린 두 줄 보고 사천 장을 손수 다듬은 자 — 의 일화는 첩보 본부 결재실 책상 위에 잉크병 한 자루로 봉헌되어 있다.
백화전쟁 마지막 해 신참 첩보원 디트리히가 왕도 동문 술집에서 적국 사절단의 한 줄 대화를 엿들어 첩보 본부에 떨며 처음 가져왔을 때, 게오르크는 디트리히의 한 줄 보고를 한 번 더 받아 적게 한 뒤 자기 잉크병을 디트리히 옆에 한 호흡 비워 두었다. 디트리히는 잉크병이 비어 있는 한 시진 동안 자기 한 줄 보고를 일곱 번 다시 적었고, 일곱 번째 한 줄에 비로소 적국 사절단의 진짜 의도 — 백화로 협곡 측 휴전 의사 — 가 정확히 드러났다. 게오르크는 디트리히의 일곱 번째 한 줄을 자기 두 줄 요약 위에 그대로 옮겨 폐하 책상에 올렸고, 폐하는 그 두 줄에 의거해 백화로 협곡 측 사절단을 한 시진 만에 받아들였다.
백화전쟁은 그 두 줄 보고로 끝났으며, 디트리히는 후일 팔대 수석 첩보관이 되었다. 게오르크는 평생 자기 잉크병을 한 호흡 비우는 의례를 책상 위 결재 양식 첫 줄에 정식으로 등록했고, 후대 첩보관들은 신참의 첫 한 줄을 받을 때 그 잉크병을 한 호흡 비우는 의례를 따른다. 첩보 본부에서는 그 잉크병을 "두 줄의 검"이라 부른다.
전장구명사(戰場救命師)
야전 군의관
전장의 핏물 속에서 생명을 구하는 군의관
“팔은 살릴 수 있습니다. 검만 한 자루 잠시 내려놓으세요. 회복 후엔 다시 들어드릴 테니까요.”
야전 군의관은 기사단·자경단·모험가 파티에 동행해 전장 한복판에서 응급 처치·지혈·골절 고정·하급 회복 포션 투여를 담당하는 평민 출신 의사다. 외형은 회색 군의복, 어깨에 약병 가방, 허리에 봉합 도구와 작은 톱이 표준이다. 한 시즌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기사들의 절반은 그의 손길을 한 번 거쳤다는 사실을 정작 본인은 잘 말하지 않는다.
그가 가장 자주 휘두르는 것은 검이 아니라 봉합실이고, 가장 많이 외치는 말은 "움직이지 마십시오"다. 가장 무거운 처치는 큰 사령관의 부상이 아니라, 신참 기사가 처음 흘린 한 줄 피 위에 그가 잠시 멈추고 한 번 더 호흡을 가다듬는 그 한 박자다. 그래서 늙은 기사들은 그의 봉합 자국을 자랑처럼 보여준다.
“우리 군의관들은 봉합실 한 가닥을 신참의 첫 피 위에 천천히 묶습니다. 봉합실 한 줄이 검 한 합보다 더 많은 부하를 살린다는 뜻이지요.”
야전 군의관 라우렌츠 — 백화전쟁 칠 년을 십칠대 단장 라이오넬과 함께 견딘 자이자 평생 봉합실 칠만 가닥을 묶은 자 — 의 일화는 기사단 의무실 작업대 한쪽에 봉합실 한 묶음으로 봉헌되어 있다.
백화로 협곡 마지막 새벽, 라이오넬이 사백 부하의 이름을 호명한 뒤 협곡 입구를 막았을 때 라우렌츠는 협곡 후방 야전 의무 천막에서 봉합실 일곱 가닥을 한 호흡에 미리 풀어두었다. 살아 돌아온 삼백칠십이 중 이백 일곱이 라우렌츠의 천막 앞에 한 시진씩 줄을 섰고, 라우렌츠는 봉합실 한 가닥을 묶을 때마다 부하의 이름을 한 번씩 부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중 신참 기사 슈테판(이름이 같은 침투조원 슈테판과는 다른 인물, 십팔 세 평민 출신 견습 기사)이 처음 흘린 한 줄 피 앞에서 라우렌츠는 평소보다 한 호흡 더 길게 멈췄고, 슈테판은 그 한 박자 동안 자기 어머니의 이름을 한 번 더 입에 올린 뒤 봉합을 받았다.
슈테판은 살아 돌아와 후일 정식 황실 기사가 되었으며, 자기 봉합 자국을 평생 자랑처럼 보여주었다. 라우렌츠는 그날 자기 봉합실 한 묶음을 의무실 한쪽에 봉헌해 두었고, 후대 군의관들은 신참 기사의 첫 봉합 전 그 묶음에 한 호흡 손을 짚는 의례를 따른다. 의무실에서는 그 묶음을 "한 박자의 봉합실"이라 부른다.
마법기록관(魔法記錄官)
마법 서기관
마법의 사용을 한 줄도 빼놓지 않고 기록하는 서기관
“9서클 마법은 모르겠습니다만, 9서클 마법의 결재 양식은 제가 가장 잘 압니다.”
마법 서기관은 마탑·왕실 마법성에서 마법 시전 기록·룬 사용 허가·마력 결재 양식을 정리하는 평민 출신 행정가다. 외형은 단정한 진청색 학자복, 어깨에 두루마리 가방, 한 손에 마력 잉크 펜과 작은 결재 도장이 표준이다. 본인은 마법 한 줄 시전할 줄 모르지만, 마법 한 줄 시전 후 채워야 하는 결재 양식 일곱 장은 한 호흡에 정리한다.
그래서 대마법사도 그가 자리를 비운 한 주 동안엔 한 줄 마법조차 정식 등록을 못 한다. 가장 무거운 한 장 결재는 큰 9서클 시전 신고가 아니라, 견습이 처음 도서관에 불을 낸 사고 보고서의 한 줄 마무리에 있다. 그가 그 한 줄을 부드럽게 다듬어 올렸기에, 견습 한 명이 다음 분기에도 마탑에 남을 수 있었다.
“우리 서기관들은 사고 보고서의 마지막 한 줄을 펜 두께를 바꿔 적습니다. 9서클 한 줄보다, 견습이 다음 분기에도 마탑에 남게 하는 그 한 줄이 더 굵다는 뜻이지요.”
마법 서기관 라인하르트 — 마탑 부속 결재실(魔塔 附屬 決裁室) 사대 수석 서기관이자 평생 사고 보고서 사천 장의 마지막 한 줄을 손수 다듬은 자 — 의 일화는 결재실 책상 위에 펜 한 자루로 봉헌되어 있다.
어느 가을 견습 마우러가 도서관 구층 서편에서 빙결 룬과 화염 룬을 잘못 결합해 폭발을 일으킨 그 사고 직후, 십이대 대마법사 알베리히는 마우러를 자기 거처에 사흘 묵게 하고 사고 보고서 결재를 라인하르트에게 맡겼다. 라인하르트는 평소 쓰던 가는 펜 대신 굵은 펜을 한 자루 새로 꺼내, 사고 보고서 마지막 한 줄을 "견습 마우러는 사고 후 즉시 알베리히 대마법사 거처에 보호 조치되었으며, 다음 분기 정상 수련 복귀 가능"이라는 한 줄로 부드럽게 마무리해 평의회에 올렸다. 평의회는 그 한 줄에 의거해 마우러의 자퇴 처분을 한 호흡에 기각했고, 마우러는 알베리히의 견습 시절 노트 한 권을 사흘간 베껴 적은 뒤 마탑에 남았다.
라인하르트는 그날 쓴 굵은 펜을 평생 책상 위에 봉헌해 두었으며, 자기 결재 양식 첫 줄에 "사고 보고서 마지막 한 줄은 굵은 펜으로 적는다"는 한 줄 규약을 정식으로 등록했다. 마우러는 후일 십삼대 대마법사가 된 뒤 결재실 책상 위에 자기 견습 시절 노트 사본 한 권을 라인하르트의 펜 옆에 봉헌했다. 결재실에서는 그 펜을 "굵은 한 줄의 펜"이라 부른다.
모험가식부(冒險家食夫)
길드 요리사
모험가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길드 요리사
“출정 전 한 그릇은 제 솜씨, 살아 돌아온 후 한 그릇은 여러분 솜씨입니다. 두 그릇 다 비우셔야 합니다.”
길드 요리사는 모험가 길드 식당에서 출정 전 보양식·살아 돌아온 후 회복식·전사한 동료를 위한 빈 자리 한 그릇을 책임지는 평민 출신 요리사다. 외형은 흰 요리사복, 어깨에 작은 향신료 묶음, 허리에 닳은 식칼과 작은 메모 수첩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모험가의 평소 식성·옛 분기 단골 메뉴·금기 식재료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길드 접수계가 모험가의 첫 의뢰를 챙긴다면, 요리사는 모험가의 첫 한 끼와 마지막 한 끼를 챙긴다. 가장 무거운 한 그릇은 큰 영웅의 보양식이 아니라, 살아 돌아오지 못한 모험가의 빈 자리에 한 번 더 올려두는 따뜻한 한 그릇이다. 그래서 길드 식당의 진짜 결재 도장은 카운터가 아니라 주방 솥뚜껑 위에 있다.
“우리 요리사들은 빈 자리 한 그릇을 식기 전에 한 호흡 더 데웁니다. 살아 돌아오지 못한 자의 자리가 식어버리면 다음 신참의 첫 한 끼도 식는다는 뜻이지요.”
길드 요리사 잉그리트 — 헬름가르드 길드(왕도 동문 모험가 길드) 사대 수석 요리사이자 평생 빈 자리 그릇 사천을 데운 자 — 의 일화는 길드 식당 주방 솥뚜껑 위에 닳은 국자 한 자루로 봉헌되어 있다.
칠대 길드마스터 오스카르가 검은 늪 토벌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 신참 일곱의 외투를 카운터 옆에 걸어둔 그 시즌, 잉그리트는 식당 일곱 자리를 한 시즌 동안 비워 둔 채 매 끼 일곱 자리에 따뜻한 한 그릇씩을 올렸다. 일곱 그릇은 매번 한 호흡도 식지 않은 채 다음 끼니 직전에야 잉그리트가 손수 거두어 갔으며, 그 한 시즌 헬름가르드 길드 식당에서는 일곱 자리에 누구도 앉지 않았다. 한 시즌 뒤 새 신참 일곱이 첫 의뢰로 같은 검은 늪 토벌을 받았을 때 잉그리트는 일곱 자리에 새 신참 일곱을 앉히고, 일곱 그릇을 한 호흡에 출정 전 보양식으로 바꾸어 올렸다.
새 신참 일곱은 그날 그릇을 비운 뒤 검은 늪에 출정해 일곱 모두 살아 돌아왔으며, 잉그리트의 닳은 국자 한 자루는 그 시즌 처음으로 식당 주방 솥뚜껑 위에 봉헌되었다. 잉그리트는 평생 빈 자리 한 그릇을 식기 전에 한 호흡 더 데우는 의례를 식당 결재 양식 첫 줄에 정식으로 등록했고, 후대 요리사들은 빈 자리 그릇을 거두기 전 그 국자에 한 번 손을 짚는 의례를 따른다. 식당에서는 그 국자를 "한 호흡의 솥"이라 부른다.
미궁등화수(迷宮燈火手)
던전 등불잡이
미궁의 어둠을 등불 하나로 밝히는 자
“저는 안 싸웁니다. 다만 여러분이 싸우시는 동안 등불 한 줄을 흔들리지 않게 잡습니다. 그게 제 일입니다.”
던전 등불잡이는 던전 진입 파티의 후미에서 등불·횃불·작은 발광 룬을 들고 빛을 유지하는 평민 출신 보조원이다. 외형은 가벼운 천 갑옷, 한 손에 긴 등불 막대, 어깨에 여분 기름통, 허리에 작은 부싯돌이 표준이다. 본인은 검도 마법도 못 쓰지만, 던전 안에서 빛 한 줄이 꺼지면 일행 절반이 죽는다는 사실을 그만큼 잘 아는 자도 없다.
그래서 던전 베테랑들은 자기보다 등불잡이의 일정을 먼저 챙긴다. 그가 가장 자주 외치는 말은 "뒤를 봐드리고 있습니다"이며, 가장 자주 듣는 말은 "고맙다, 살았다"다. 가장 무거운 한 줄 빛은 큰 보스방의 횃불이 아니라, 신참이 처음 들어선 첫 통로에 그가 흔들림 없이 들어준 작은 등불 한 줄이다.
“우리 등불잡이들은 마지막 한 방울 기름을 다음 신참의 등불에 옮겨 붓습니다. 빛 한 줄이 꺼지지 않은 통로 한 칸이 검 한 합보다 더 많은 일행을 살린다는 뜻이지요.”
던전 등불잡이 마티아스 — 변경 던전 검은 골짜기(왕도 서북 변경 침엽수림 일대 던전) 평생 단골 등불잡이이자 평생 등불 칠백 자루를 흔들림 없이 들어준 자 — 의 일화는 길드 카운터 옆 등불 봉헌대에 닳은 등불 막대 한 자루로 남아 있다.
어느 시즌 검은 골짜기 깊은 통로에서 신참 모험가 토비아스(룬 각인사 그라몬트의 동생 베테랑 검사 그라몬트와 동행한 신참 검사)가 보스방 직전 함정에 한 번 떨어졌을 때, 마티아스의 등불 기름통은 이미 마지막 한 방울만 남은 상태였다. 마티아스는 자기 등불의 마지막 한 방울을 토비아스의 작은 손등불에 한 호흡에 옮겨 부은 뒤, 자기 등불 막대를 토비아스의 발치 통로 한 칸에 단단히 꽂아 빛 한 줄을 그대로 유지했다. 토비아스는 그 빛 한 줄로 함정에서 빠져나와 살아 돌아왔고, 마티아스는 자기 등불 막대를 회수하지 못한 채 다음 시즌 다른 등불잡이가 그 막대를 길드 카운터로 들고 돌아왔다.
마티아스는 그 막대를 평생 길드 카운터 옆 봉헌대에 두었고, 후대 등불잡이들은 첫 던전 진입 전 그 막대에 한 호흡 손을 짚는 의례를 따른다. 토비아스는 베테랑이 된 뒤에도 매년 봄 마티아스에게 기름 한 자루를 가져다 주는 관례를 만들었으며, 길드에서는 그 막대를 "마지막 한 방울의 검"이라 부른다.
무기점일원(武器店一員)
무기점 점원
무기점 일선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점원
“이 단검, 신참분께는 좀 무겁습니다. 한 호흡 가벼운 쪽이 결국 한 합 더 살립니다. 보여드릴까요?”
무기점 점원은 왕도·변경 도시의 무기점 카운터에서 검·단검·활·방패를 손님 체격과 용도에 맞춰 권하는 평민 출신 직원이다. 외형은 단정한 가죽 조끼, 한 손에 작은 가격표 묶음, 허리에 줄자와 시범용 무딘 단검 한 자루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손님의 평소 손목 굵기·옛 분기 단골 검 길이·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길드 접수계가 모험가의 첫 의뢰를 챙긴다면, 무기점 점원은 모험가의 첫 한 자루를 챙긴다. 가장 무거운 한 자루 권유는 큰 명검이 아니라, 신참이 처음 동전을 떨며 카운터에 올렸을 때 그가 한 번 더 손에 쥐여주는 가벼운 단검 한 자루다. 그 한 자루가 다음 시즌 신참 한 명을 카운터로 살아 돌아오게 한다.
“우리 점원들은 신참의 손목 굵기를 줄자 없이 한 호흡 만에 잽니다. 단가표보다 손목 한 줄이 먼저라는 뜻이지요.”
무기점 점원 요나스 — 왕도 남문 무기점 '두 자루의 단검'(王都 南門 武器店, 사대를 이어 한 자리에 자리 잡은 평민 무기점) 사대 카운터 점원이자 평생 신참 손목 칠천을 한 호흡 만에 잰 자 — 의 일화는 무기점 카운터 위에 시범용 무딘 단검 두 자루로 봉헌되어 있다.
어느 봄 신참 모험가 빌헬름이 동전 일곱 닢을 떨며 카운터에 가장 화려한 장검 한 자루를 짚었는데, 빌헬름의 손목은 그 장검을 한 합 휘두를 굵기에 한 호흡 모자란 상태였다. 요나스는 흥정 대신 빌헬름의 손목을 줄자 없이 한 호흡 만에 잰 뒤 단가표 끝줄에서 가장 가벼운 짧은 단검 한 자루를 꺼내, 빌헬름이 짚은 장검의 동전 일곱 닢 중 다섯 닢만 받고 단검 한 자루를 손에 쥐여 주었다. 빌헬름은 처음엔 화려한 장검을 놓치는 것이 아쉬워 한 시진 카운터 앞에 머뭇거렸으나, 요나스가 시범용 무딘 단검을 손수 들어 빌헬름과 함께 한 호흡 휘둘러 보인 뒤에야 단검을 받아 들고 첫 의뢰를 떠났다.
빌헬름은 그 단검 한 자루로 검은 골짜기에서 살아 돌아왔으며, 후일 베테랑이 된 뒤 그 단검을 무기점 카운터에 다시 가져와 봉헌했다. 요나스는 그 단검을 시범용 무딘 단검 옆에 나란히 두었고, 후대 점원들은 신참의 손목을 한 호흡에 잴 때마다 그 두 자루에 한 번 손을 짚는 의례를 따른다. 무기점에서는 그 두 자루를 "두 자루의 손목"이라 부른다.
용왕지존(龍王至尊)
드래곤 군주
모든 용의 위에 군림하는 지존
“제 비늘 한 장이 당신네 왕국 한 해 세수와 같습니다. 협상 자리를 차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래곤 군주는 살아 있는 드래곤들 사이에서 오직 힘과 연륜으로만 추대되는 최강자 중의 최강자다. 수백 년을 살아온 고룡 중에서도 단 한 마리만이 이 칭호를 갖는다. 화산 하나를 옥좌 삼고, 작은 왕국의 군대를 오전 반나절로 상대하는 전력을 갖추며, 왕국과 마왕성 양쪽 모두 그를 적으로 돌리기를 극도로 꺼린다.
그런데 정작 드래곤 군주를 가장 머리 아프게 만드는 것은 영토 침범이 아니라, 젊은 드래곤들의 영지 분쟁이다. 수백 년 쌓인 경험에서 나온 한마디로 드래곤 군주가 분쟁을 끝내면, 인간 왕국은 그 한마디를 외교 조약 한 권으로 옮기느라 열흘을 씀다. 그래도 협상장에서 제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 비늘 하나가 슬쩍 빛을 내뿜으면 인간 외교관들이 아주 빠르게 합의를 찾는다는 점은 편리하다.
“드래곤 군주가 한 번 비늘을 세운 자리엔 조약 열 장이 즉시 서명된다는 격언이 있지요. 그분의 진짜 외교 무기가 발톱인지 서류 인장인지는 아직도 논쟁 중입니다.”
오대 드래곤 군주 이그달로스 — 화룡·빙룡·뇌룡 세 계열 드래곤을 동시에 신하로 둔 사상 처음의 혼혈 군주 — 의 일화는 대륙 외교 연구소(왕도 학술원 부속 기관) 기록 창고 첫 칸에 두꺼운 협약 문서로 남아 있다.
어느 봄 용사왕 알프레드(이대 용사왕)의 사절단이 이그달로스의 화산 옥좌에 찾아와 마왕성 침공 지원 요청을 올렸다. 이그달로스는 사절단장이 첫 마디를 꺼내기도 전에 비늘 한 장을 옥좌 앞에 내려놓으며 "이 비늘 한 장의 무게를 재어 오시오. 그것이 내가 요구하는 보상의 단위입니다"라고 말했다. 사절단은 사흘간 비늘 한 장을 저울에 재고, 시장 환산을 거쳐 최종 협약문을 만들어 왔다. 이그달로스는 협약문을 한 호흡에 읽고 한 군데만 수정해 — 보상 항목에 "마왕성 비룡 부대(飛龍 部隊, 마왕이 부리는 소형 드래곤 군단)의 전원 해방" 한 줄을 추가해 — 서명했다.
이그달로스는 마왕성 침공에 직접 참전하는 대신 비룡 부대 해방 이후 드래곤 군주 직속 영지로의 편입을 보장받았고, 비룡들은 처음으로 자유 영지를 얻어 후일 이그달로스의 가장 충성스러운 신하가 되었다. 왕도 학술원에서는 그 협약문을 "비늘 한 장의 조약"이라 부른다.
만법지왕(萬法之王)
마법왕
일만 가지 마법을 다스리는 왕
“9서클 마법이요? 나는 그걸 아침 운동 삼아 씁니다. 진짜 어려운 건 의회 예산 심의지요.”
마법왕은 마법 전체를 한 몸에 담은 자이자, 마탑·왕실·신전의 마법 사용 허가를 최종 결재하는 인간 최고 마법 권위자다. 대마법사가 9서클을 다룬다면, 마법왕은 그 위에 존재한다는 10서클 이상 영역을 탐구한다고 알려져 있다. 평생 수백 년 수련의 결과이며, 한 세대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한 존재다.
그러나 수백 년 마법 수련보다 더 긴 것이 마법왕 취임 후 처음 마주하는 마탑 행정 서류의 높이다. 가장 자주 마법을 쓰는 순간은 전투가 아니라 인장(도장)이 굳어서 결재가 안 될 때이며, 수백 년 수련으로 얻은 지혜 중 가장 실용적인 것은 의회 발언 순서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이다. 다음 마법왕 후보가 10서클을 향해 달리는 동안, 현 마법왕은 결재 더미를 향해 달린다.
“마법왕 자리가 왜 한 세대에 한 번밖에 안 나오는지 알아요? 결재를 감당하려면 수백 년이 필요하거든요. 마법이 아니라 체력이 문제입니다.”
이대 마법왕 제렉 알 파루스 — 수백 년 마법 수련 끝에 10서클 첫 경계를 넘은 것으로 기록된 유일한 자 — 의 일화는 마탑 최상층 비밀 서가(秘密書架) 깊은 곳에 두루마리 하나로 보존되어 있다.
제렉은 마법왕 취임 첫 주에 마탑 최상층 관측실에서 10서클 탐구 실험을 하다 실수로 왕도 전체 마력 흐름(마탑 지하 마력 배관망)을 한 시진 동안 역류시켰고, 그 여파로 왕도 마법 서기관 라인하르트(마탑 부속 결재실 수석 서기관)의 결재실 잉크가 전부 역방향으로 흘러 당일 결재 문서 이백 장이 거울 글씨가 되었다. 라인하르트는 이백 장을 밤새 손으로 다시 적으면서 마법왕에게 공식 사과 요청서를 굵은 펜으로 올렸다. 제렉은 그 요청서를 보고 한 시진 침묵 후 직접 결재실로 내려와 라인하르트 옆에서 남은 문서를 함께 적었고, 새벽에 마지막 한 장을 같이 마무리하며 "이것이 10서클보다 어렵군요"라고 인정했다.
제렉은 그날 이후 마력 실험 전 반드시 마법 서기관에게 사전 통보하는 규약을 마탑 최초로 정식 등록했고, 라인하르트는 그 요청서를 결재실 책상 위 굵은 펜 옆에 나란히 봉헌했다. 마탑에서는 그날 사건을 "이백 장의 10서클"이라 부른다.
성검영웅(聖劍英雄)
신성 대검사
성검을 거머쥔 영웅 중의 영웅
“신의 검은 저 스스로 뽑히지 않습니다. 뽑을 준비가 된 손을 신이 기다리는 것이지요.”
신성 대검사는 신전의 신탁과 신검(神劍) 계보를 직접 잇는 자로, 단 한 자루의 신검을 평생 몸에 지니고 신탁을 집행하는 인간 최고 검사다. 용사왕이 한 시대에 한 번 나타난다면, 신성 대검사는 용사왕이 나타나기 전까지 신검을 지키는 자다. 신전·왕실·마탑 어느 쪽도 그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며, 그의 검이 어느 쪽을 향하느냐에 따라 대륙의 정세가 흔들린다.
그러나 신성 대검사의 진짜 일과는 신검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신전 평의회에서 다음 신탁의 해석을 두고 사제들이 사흘씩 논쟁할 때 의자에 앉아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 그의 검이 회의실 탁자 위에 올려지는 빈도가 그의 전투 횟수보다 훨씬 많다는 것은 신전 안팎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신검이 가장 무거운 순간은 마왕과 맞설 때가 아니라, 다음 용사의 이름을 처음 받아 적는 그 한 줄 순간임을 그만이 안다.
“신성 대검사가 평의회 의자에 가장 오래 앉은 날이 이 대륙에서 가장 조용한 날입니다. 그날 신검이 한 번도 뽑히지 않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지요.”
오대 신성 대검사 발데마르 — 신검 글로리아(이대 용사왕 알프레드가 뽑은 바로 그 신검)의 다음 봉인을 사십오 년 지킨 자이자 신탁 사제 에르메스(구대 신탁 사제)의 마지막 제자 — 의 일화는 신전 비밀 서가 한 칸에 봉인 일지 한 권으로 남아 있다.
알프레드가 글로리아를 뽑고 마왕을 벤 후 왕좌에 오른 그다음 세대, 마왕성에서 새 마왕 계승 분쟁이 일어나 용사 신탁이 다시 울릴 조짐이 있었다. 신전 평의회는 신탁이 울리기도 전에 이미 다음 용사 후보를 자기들 입맛대로 정하려는 결재 더미를 만들었고, 발데마르는 평의회 결재실에 혼자 들어가 결재 더미 전부를 봉인 일지 사이에 끼워넣은 채 신검을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그는 평의회 위원들에게 "신탁이 울리는 날 이 결재 더미를 꺼내십시오. 그날까지 신검은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단 한 장도 돌려주지 않았다.
신탁은 결국 그로부터 삼 년 뒤 울렸고, 그 신탁이 가리킨 인물은 평의회 어느 후보 목록에도 없던 변경 마을 평민 청년이었다. 발데마르는 그 청년을 직접 찾아가 글로리아를 손에 쥐여주었으며, 청년은 한 호흡에 신검을 뽑았다. 신전에서는 그날을 "봉인 일지의 날"이라 부른다.
마왕성공벌선봉(魔王城攻伐先鋒)
마왕성 공략 선봉장
마왕성 공략의 가장 앞에 서는 선봉장
“마왕성 정문이 왜 크냐고요? 그만큼 많은 사람이 들어가서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마왕성 공략 선봉장은 용사 본대보다 반 시진 앞서 마왕성에 진입해 함정 해제·초소 무력화·내부 경비 교란을 주도하는 특수 지휘관이다. 단검과 마력 차단 부적을 기본 장비로 하며, 기사단도 길드도 아닌 왕실 직속 비밀 파견단 소속이다. 그가 성공해야만 용사가 마왕에게 도달할 수 있기에, 침투조장(40021 마왕성 침투조장)과 달리 결과를 직접 보고하는 생존 의무가 있다.
그러나 돌아왔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은 아니다. 마왕성 안쪽이 어떻게 생겼는지 살아서 기억하는 자가 두 번째 임무에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역설이 있기 때문이다. 선봉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마왕성의 마족이 아니라, 자기가 그린 침투 지도에 아직 안 그린 한 칸이다.
“선봉장이 살아 돌아올 때마다 지도 한 칸이 채워집니다. 그 칸이 다 채워지는 날이 마왕성이 함락되는 날인지, 아니면 선봉장의 마지막 날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삼대 마왕성 공략 선봉장 에드가르 — 마왕성 내부 침투 지도를 역사상 가장 세밀하게 남긴 자이자 단독 생환 기록 사흘을 가진 유일한 선봉장 — 의 일화는 왕도 첩보 본부(40021 침투조장 콘라트의 외투가 봉헌된 바로 그 건물) 지도 창고 첫 번째 칸에 보존되어 있다.
에드가르는 마왕성 오층 결계실에서 홀로 삼 일 버티며 마왕성 내부 지도의 오층 전체를 단검 끝으로 벽에 새겼고, 그 벽 한 칸을 기름 먹인 얇은 양피지에 탁본으로 떠서 외투 안감에 숨긴 채 흑호교를 건넜다. 그 탁본 한 장이 이후 용사왕 본대의 오층 통과 경로가 되었으며, 에드가르는 귀환 직후 탁본을 건네주다 마력 기절로 쓰러져 사흘간 의식을 잃었다. 깨어나자마자 그가 처음 한 말은 "육층은 아직 빈 칸입니다"였다.
에드가르는 다음 임무에서 육층 지도를 완성했고, 그 두 번째 탁본과 함께 살아 돌아와 첩보 본부 지도 창고에 두 장을 나란히 봉헌했다. 후대 선봉장들은 취임 전 그 두 장 탁본에 손을 짚는 의례를 따른다.
고대유물수호자(古代遺物守護者)
고대 유물 수호자
고대 유물을 평생 지키는 수호자
“이 유물이 얼마냐고요? 글쎄요, 이 유물 한 점이 당신네 왕국의 역사 한 권과 맞먹습니다. 그래도 사시겠습니까?”
고대 유물 수호자는 왕실·신전·마탑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물 보관 기관의 최고 책임자로, 대륙에서 발굴·수집된 고대 마법 유물의 봉인 유지·이전 허가·악용 방지를 담당한다. 외형은 짙은 자색 수호사복, 가슴팍에 봉인 열쇠 세 자루, 한 손에 유물 감식 장갑이 표준이다. 한 시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유물 사건에서 최후 결재권을 갖는다.
그 위상과 달리 일상 업무의 대부분은 전시 허가 신청서를 검토하고 보관 상자 번호를 재부여하는 데 쓰인다. 성검 감정사(40022)가 진위를 판별한다면, 고대 유물 수호자는 그 판별 후 유물이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할 이유를 한 줄로 쓴다. 그 한 줄이 대륙을 한 시즌 더 평화롭게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
“유물 봉인 열쇠가 세 자루인 이유가 있지요. 한 자루는 왕실이, 한 자루는 신전이, 마지막 한 자루는 수호자 본인이 쥡니다. 세 자루 중 가장 자주 쓰이는 건 안 열어도 됩니다 한 줄이 적힌 세 번째 자루입니다.”
사대 고대 유물 수호자 카밀로 — 대륙 역사상 가장 위험한 유물로 기록된 분열의 거울(보는 자의 내면을 외부로 분열시키는 고대 마법 거울)의 봉인을 사십 년 유지한 자 — 의 일화는 유물 보관 기관 비밀 창고 맨 안쪽 칸에 봉인 일지 한 권으로 남아 있다.
어느 시즌 왕도 상인 조합 의장이 분열의 거울을 왕국 박람회 전시용으로 허가해달라는 요청을 동전 열 자루와 함께 올렸다. 카밀로는 봉인 일지를 펼쳐 분열의 거울 봉인 해제 조건 한 줄을 읽어준 뒤, 동전 열 자루 그대로 돌려보내며 "이 거울을 한 번이라도 꺼내면 다음 봉인까지 삼십 년이 걸립니다. 박람회 기간은 열흘이고요"라고 말했다. 상인 의장은 이틀 뒤 대신 고대 보석함 전시 허가를 요청해 왔고, 카밀로는 그 쪽은 즉시 결재했다.
카밀로는 사십 년 임기 동안 분열의 거울을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채 봉인을 유지했고, 은퇴 전 일지 마지막 장에 "한 번도 꺼내지 않은 것이 이 자리의 가장 큰 공적"이라는 한 줄을 남겼다. 유물 기관에서는 그 일지를 "안 연 열쇠의 공적"이라 부른다.
왕도마법감찰(王都魔法監察)
왕도 마법 감찰관
왕도의 마법을 감찰하는 관
“불법 마법 시전이요? 본인이 직접 신고하러 오셨군요. 참 신선한 경험입니다.”
왕도 마법 감찰관은 왕실 직속으로 허가 없는 마법 시전·불법 룬 유통·금기 마법 사용을 단속하는 마법사 출신 집행관이다. 외형은 왕실 문양이 새겨진 짙은 감찰복, 어깨에 마력 봉인 수갑, 허리에 불법 마법 감지 룬 패찰이 표준이다. 대마법사 다음 급의 실력을 갖추며, 마탑 출신이지만 마탑 감찰도 담당하기에 마탑 내부에서 가장 불편한 손님이다.
불법 마법 단속 중 가장 자주 만나는 사례는 마왕성 관련 금기 마법이 아니라, 마력이 조금 있는 평민이 세금 계산을 마법으로 속이려는 것이다. 그 단속 건수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는 사실을 감찰관은 절대 공개 보고서에 쓰지 않는다. 마법 대결 심판관(40038)과 달리 그는 감찰 현장에서 결재를 먼저 쓰고 마법을 나중에 쓴다.
“우리 감찰관들은 불법 마법 신고서 첫 줄에 신고자 이름을 먼저 씁니다. 마법 시전자의 이름보다 그 마법을 신고한 사람이 더 용감하다는 뜻이지요.”
오대 왕도 마법 감찰관 빌리발트 — 재임 기간 불법 마법 단속 사천 건 중 무력 집행이 단 두 건인 자이자 마탑 이단 마법(왕실 허가 없는 9서클 이상 마법)을 단독으로 봉인한 유일한 감찰관 — 의 일화는 감찰 본부 기록실 창고에 결재 묶음 한 뭉치로 보존되어 있다.
어느 가을 마탑 내부에서 허가 없이 9서클 이상 마법 실험을 하다 마탑 지하 마력 배관을 손상시킨 사고가 있었다. 사고 주범은 마탑 수석 견습 출신의 젊은 마법사였고, 마탑 측은 내부 처리를 요청했다. 빌리발트는 마탑 내부 처리 결재를 받는 대신 직접 현장에 들어가 사고 마법사와 단 둘이 한 시진을 보냈다. 한 시진 뒤 빌리발트는 감찰 보고서 마지막 줄에 "해당 마법사는 즉시 대마법사 알베리히 거처에 보호 인계되었으며, 마탑 복귀 여부는 알베리히의 결재에 따른다"는 한 줄을 적어 올렸다.
마탑은 그 한 줄로 내부 처리를 진행했고, 그 젊은 마법사는 후일 마탑 정식 마법사가 되었다. 빌리발트는 그날 이후 마탑 관련 감찰 보고서에는 반드시 마탑 수석의 결재를 먼저 요청하는 협의 규약을 정식 등록했다. 감찰 본부에서는 그 결재 묶음을 "한 시진의 봉인"이라 부른다.
광룡토벌장(狂龍討伐長)
광룡 토벌대장
광폭한 용을 토벌하는 부대의 장
“광룡은 나를 이겨서가 아니라, 나보다 오래 살아 있었기 때문에 강합니다. 나는 그냥 조금 더 오래 서 있으면 됩니다.”
광룡 토벌대장은 길드·왕실이 공동 파견하는 대형 드래곤 토벌단의 총지휘자로, 드래곤 슬레이어(40002) 경력 없이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는 자리다. 광룡(光龍, 빛 계열 원소를 사용하는 최강 등급 드래곤)은 화염룡이나 빙결룡과 달리 마법 차단이 통하지 않아 순수 검술과 체력전으로만 상대해야 한다. 토벌대장은 드래곤이 내뿜는 빛 숨결 한 번에 부하 절반이 눈을 못 뜨는 상황에서도 퇴각 명령 대신 진형을 유지한다.
광룡 토벌 기록은 왕국 연대기에 굵은 글씨로 남지만, 토벌대장 본인의 개인 기록에는 토벌 이후 부하들이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이 더 굵게 적혀 있다. 드래곤이 죽은 것보다, 부하가 살아서 집으로 돌아간 숫자가 진짜 토벌 결과라는 것이 그의 신조다.
“광룡 토벌보고서의 가장 긴 줄은 사망자 수가 아니라 귀환자 수 칸입니다. 우리 대장들은 그 칸을 가장 오래 들여다봅니다.”
이대 광룡 토벌대장 레나투스 — 대륙 동부 황금 사막 광룡 아우렐리우스(광 숨결 한 번으로 사막 일대를 낮으로 만드는 고룡)를 이십 년 만에 마침내 토벌한 자 — 의 일화는 황금 사막 변경 마을 두라크(던전 탐색가 라일런의 고향 마을) 광장 비석에 새겨져 있다.
레나투스는 토벌대 오십을 이끌고 황금 사막 한가운데서 아우렐리우스와 맞붙었는데, 첫 빛 숨결 한 번에 토벌대 이십이 시야를 잃었다. 레나투스는 그 자리에서 후퇴하지 않고 시야를 잃은 이십을 토벌대 후방으로 이동시킨 뒤, 남은 서른을 두 줄 진형으로 세워 아우렐리우스의 발 쪽으로 집중 공격을 이어갔다. 스무 시간이 넘는 교전 끝에 레나투스가 아우렐리우스의 발목 비늘 사이 급소를 찾아 검 한 자루로 관통시켰고, 그 순간 시야를 잃은 이십이 소리를 듣고 동시에 던진 창 스무 자루가 아우렐리우스의 목에 꽂혔다.
레나투스는 토벌 직후 보고서 첫 줄에 "시야를 잃은 이십의 창이 이 토벌을 완성했음"이라 적었다. 두라크 광장 비석에는 레나투스의 이름 옆에 창 스무 자루를 던진 이들의 이름이 나란히 새겨져 있다.
마법대결심판(魔法對決審判)
마법 대결 심판관
마법사들의 대결을 공정히 심판하는 자
“규칙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죽이지 마십시오. 둘째, 나보다 빠르게 마법을 쓰지 마십시오. 나는 두 규칙 중 하나를 직접 집행합니다.”
마법 대결 심판관은 마탑·길드·왕실 주관 마법 대결 경기에서 규칙 집행·반칙 즉시 제지·부상자 응급 처치를 담당하는 마법사 출신 집행관이다. 참가자 전원보다 반응 속도가 빠른 자만이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으며, 실제로 반칙 마법을 한 호흡에 역차단(逆遮斷, 날아오는 마법을 반대 방향으로 되돌리는 기술)하는 것이 주요 직무다. 외형은 심판 흰 망토, 어깨에 즉시 발동 차단 룬 패찰, 허리에 판정 봉(대결 결과 기록 마력 봉)이 표준이다.
그러나 마법 대결에서 가장 자주 일어나는 사건은 두 마법사가 서로 자기가 이겼다고 우기는 말싸움이다. 심판관이 두 명 중 한 명에게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으로 분쟁이 끝나는 경우가 무력 집행보다 열 배 많다. 그래서 마법 대결 심판관의 진짜 자질은 마법 실력이 아니라, 말 두 마디로 두 마법사를 동시에 납득시키는 화술이다.
“심판관이 반칙 차단보다 말 한마디로 분쟁을 끝내는 횟수가 열 배 많습니다. 우리가 쓰는 가장 빠른 마법은 판정 봉이 아니라 목소리입니다.”
칠대 마법 대결 심판관 아우구스틴 — 마탑 대결 사상 가장 논란이 많은 판정을 내린 자이자 그 판정 이후 대결 규약 세 줄을 추가하게 만든 자 — 의 일화는 마탑 대결장 판정 봉 봉헌대 옆에 기록 두루마리 한 권으로 남아 있다.
어느 봄 마탑 연례 대결에서 견습 마우러(대마법사 알베리히의 견습)와 왕도 마법 감찰관 빌리발트의 수석 연습생이 결승에서 맞붙었는데,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빙결 룬을 시전해 서로가 서로를 정확히 상쇄한 상태에서 한 사람도 쓰러지지 않았다. 아우구스틴은 규약에 이 경우에 대한 조항이 없음을 확인한 뒤, 대결을 중단 선언하고 두 사람 모두에게 동시 우승을 선언했다. 마탑 평의회는 즉시 이의를 제기했으나 아우구스틴은 판정 봉을 대결장 한가운데 세워두고 "규약에 없으면 심판관이 만듭니다"라는 한 줄을 당일 대결 기록 마지막에 적었다.
그날 이후 마탑 대결 규약에 동시 상쇄 판정 조항이 세 줄 추가되었고, 아우구스틴의 판정 봉은 대결장 봉헌대에 세워졌다. 마우러와 연습생은 그날의 동시 우승을 평생 자랑으로 삼았다.
왕도성벽수자(王都城壁守者)
왕도 성벽 경비대원
왕도의 성벽을 밤낮으로 지키는 자
“새벽 순찰은 세 시간입니다. 마지막 한 시간이 가장 집중해야 합니다. 그때 가장 졸리거든요.”
왕도 성벽 경비대원은 왕도 사대문 성벽 위에서 새벽·야간 순찰과 출입자 검문을 담당하는 평민 출신 기사단 소속 경비병이다. 외형은 단정한 왕도 경비 갑주, 어깨에 신호 나팔, 허리에 검 한 자루와 횃불 거치대가 표준이다. 마을 자경단원(40019)이 마을 한 가족의 한 끼를 지킨다면, 성벽 경비대원은 왕도 전체의 한 시즌을 지킨다.
그러나 경비대원의 진짜 고충은 마족 침입이 아니라, 새벽 두 시에 성벽 위에서 내려오겠다는 모험가와 올라가겠다는 상인을 동시에 설득하는 일이다. 성문 출입 규칙을 열 번 이상 외워도, 규칙을 모른다고 우기는 손님이 성문 앞에 서면 그 규칙이 순간 열 한 가지로 늘어난다. 경비대원의 검 솜씨는 기사단 평균이지만, 성문 앞 협상 솜씨는 왕실 외교관 평균을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성문 앞에서 가장 오래 협상한 사람이 경비대장이 됩니다. 검 솜씨가 아니라 협상 끈기가 승진 기준이라는 말은 농담이 아닙니다.”
경비대원 프리드리히 — 왕도 북문(北門, 변경 마을 마우엔펠트 방면 출입문) 이십 년 단골 경비대원이자 용사왕 알프레드의 즉위식 날 북문을 마지막으로 지킨 자 — 의 일화는 북문 경비 초소 벽에 낡은 나팔 한 자루로 봉헌되어 있다.
알프레드가 마왕성을 함락하고 왕도로 귀환하는 날 새벽, 프리드리히는 북문 성벽 위에서 변경 방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 나팔이 울려야 문을 여는 규약이 있었으나, 전령이 오기 한 시진 전 알프레드 일행의 횃불 행렬이 지평선에 먼저 보였다. 프리드리히는 규약과 지평선 사이에서 정확히 한 호흡을 멈추고는, 전령을 기다리지 않고 북문을 손수 열었다. 나팔을 부는 대신 북문 열쇠를 직접 돌린 것이다.
알프레드는 귀환 후 첫 결재에서 북문 규약에 "지평선에 왕실 표식 행렬이 확인된 경우 경비대원 재량으로 나팔 전 개문 가능"이라는 한 줄을 추가했다. 프리드리히는 그 나팔을 평생 한 번도 더 불지 않은 채 경비대를 마쳤으며, 북문 초소 벽에 봉헌된 나팔 아래에는 "한 호흡의 규약"이라는 한 줄이 새겨져 있다.
수림궁객(樹林弓客)
숲 속 정찰 궁수
깊은 숲을 누비며 활을 든 자
“나무 사이에서 세 번 쏘면 두 번은 맞힙니다. 한 번은 나무입니다. 그게 숲입니다.”
숲 속 정찰 궁수는 길드·왕실 파견 정찰대 소속으로, 깊은 숲 속 몬스터 분포·마족 이동 경로·숲 정령 활동 범위를 단독 정찰해 지도와 보고서로 남기는 장거리 궁수다. 외형은 나뭇잎 색 위장 외투, 등에 화살 가방, 어깨에 작은 정찰 망원경, 허리에 단도와 정찰 노트가 표준이다. 던전 탐색가(40012)가 좁은 던전을 혼자 뚫는다면, 숲 속 정찰 궁수는 넓은 숲을 혼자 이해한다.
본인이 가장 많이 쏘는 것은 몬스터가 아니라, 정찰 경로 표식 화살이다. 그 표식 화살이 길드 다음 파티의 한 끼를 지킨다. 정령 통역가(40024)와 달리 정령에게 직접 말은 못 걸지만, 정령이 지나간 자리를 가장 먼저 알아챈다는 점에서 둘은 단짝으로 자주 파견된다.
“숲 속 궁수의 정찰 노트 마지막 장은 항상 비어 있습니다. 숲은 노트가 다 찼을 때 끝나지 않고, 다음 사람이 그 빈 장을 채울 때 끝난다는 뜻이지요.”
정찰 궁수 지기스문트 — 대륙 서부 흑림(黑林, 사계절 내내 햇빛이 닿지 않는 변경 고목 지대) 정찰 이십 년 경력자이자 흑림 몬스터 분포 지도를 처음 완성한 자 — 의 일화는 길드 지도공방(40018 지도제작자 에르빈의 바로 그 공방) 흑림 지도 칸에 실제 정찰 노트 한 권으로 보존되어 있다.
지기스문트는 흑림 정찰 십오 년 차에 흑림 깊은 곳에서 숲 정령 집회(자연 정령들이 오 년에 한 번 열리는 자체 회의)에 우연히 맞닥뜨렸다. 정령들은 그를 공격하지 않고 이틀 동안 집회를 계속했고, 지기스문트는 이틀 내내 나무 위에서 정찰 노트에 정령들의 이동 경로와 목소리 방향을 말없이 기록했다. 집회가 끝난 후 정령들은 사라지며 지기스문트의 화살 하나를 자기들 집회 자리 한가운데 꽂아두었다.
지기스문트는 그 화살을 회수하지 않고 정찰 노트 마지막 장에 "화살 한 자루 — 정령 허가증"이라는 한 줄만 적었다. 그 정찰 노트를 받은 에르빈은 흑림 정령 집회 경로를 지도에 점선으로만 표기하고 "진입 금지"라는 두 자를 표기했다. 길드에서는 그 지도를 "화살 한 자루의 정령 조약"이라 부른다.
결계해소사(結界解消師)
결계 해제 전문가
결계의 매듭을 푸는 전문가
“결계는 누가 만들었느냐보다, 누가 왜 만들었느냐를 먼저 알아야 풀 수 있습니다.”
결계 해제 전문가는 고대 던전·마왕성 외곽·폐허 신전에 걸린 마법 봉인·결계·함정 결계를 분석하고 해제하는 평민 출신 마법 기술자다. 마검 정비사(40023)가 마검의 룬을 정비한다면, 결계 해제 전문가는 건물·장소에 걸린 룬 전체를 읽는다. 외형은 짙은 외투, 어깨에 결계 분석 렌즈, 허리에 소형 룬 핀 열두 자루와 결계 해제용 봉이 표준이다.
결계 해제 전문가의 진짜 위험은 결계를 잘못 풀었을 때가 아니라, 결계를 너무 잘 풀어서 풀지 말아야 할 봉인까지 함께 풀리는 경우다. 그래서 그의 진짜 절기는 빠른 해제가 아니라, 풀지 않아야 할 결계를 한눈에 알아보는 판단력이다. 마왕성 침투조장(40021)과는 달리 생존보다 봉인 현황 보고를 우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우리 결계 해제 전문가들은 룬 핀을 꺼내기 전 한 호흡 더 봅니다. 해제해야 할 결계와 그냥 두어야 할 결계는 생긴 게 똑같기 때문이지요.”
결계 해제 전문가 발렌티누스 — 마왕성 침공 시즌 이후 방치된 폐허 신전 결계 해제 이십 년 경력자이자 잘못된 결계 해제로 신전 봉인 하나를 다시 걸어야 했던 유일한 자 — 의 일화는 왕도 신전 부속 결계 기록실에 해제 보고서 한 권으로 남아 있다.
어느 봄 발렌티누스는 대륙 북부 폐허 신전(봉인의 신전 — 고대 마족 결사가 신전에 가뒀다는 봉인체) 결계 해제 의뢰를 받았고, 외부 세 겹 결계를 모두 분석해 첫 두 겹을 순서대로 풀었다. 세 번째 겹에서 그는 룬 배열이 외부 결계가 아닌 내부 봉인 보호 결계임을 알아챘으나, 이미 손가락이 핀을 향하고 있었다. 발렌티누스는 한 호흡을 멈추고 핀을 내려놓은 뒤 결계 보고서에 "세 번째 겹 — 해제 불가, 봉인 보호"라는 한 줄을 적어 그날 의뢰를 미완으로 마감했다.
의뢰인은 분노했으나 발렌티누스는 환급 없이 보고서 한 장만 남기고 떠났고, 신전 부속 결계 기록실은 이후 그 신전 내부 봉인체를 공식 관리 목록에 올려 매 시즌 점검한다. 발렌티누스는 그날 내려놓은 핀을 평생 사용하지 않았으며, 기록실에서는 그 핀을 "내려놓은 결계"라 부른다.
마력측량사(魔力測量師)
마탑 마력 측정사
마력의 양을 정밀히 가늠하는 자
“측정 결과가 왜 이렇게 낮냐고요? 어제 마법 연습을 너무 많이 하셔서 그렇습니다. 내일 다시 오시면 올라갑니다.”
마탑 마력 측정사는 마탑 내 마법사·견습의 마력 수치를 정기 측정하고 결과를 등급표에 기록하는 마탑 소속 기술직이다. 외형은 마탑 측정사 표준복, 한 손에 마력 측정 수정구(수정으로 만든 공 모양 마력 감지 도구), 어깨에 등급 기록 두루마리가 표준이다. 한 시대 모든 마법사의 마력 측정치를 다 외울 필요는 없지만, 그 변화 추이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대마법사 알베리히(40007)의 마력 수치를 측정할 때 수정구가 두 번 깨진 적 있다는 기록이 마탑 측정사 교육 교재 첫 페이지에 나온다. 그래서 측정사들은 수정구를 여러 개 들고 다닌다. 견습의 측정치가 낮게 나올 때 한 번 더 재주는 것이 그의 가장 자주 하는 직무이며, 그 한 번이 견습 한 명을 포기하지 않게 한다.
“측정치가 낮다고 포기하는 것은 측정사 금기입니다. 수정구는 어제의 마력을 재고, 우리는 내일의 가능성을 재니까요.”
마탑 마력 측정사 아나스타시우스 — 마탑 사상 가장 많은 견습의 측정치 재측정을 수행한 자이자 십삼대 대마법사 마우러의 첫 측정치를 기록한 자 — 의 일화는 마탑 측정실 수정구 봉헌대 옆에 낡은 두루마리 한 권으로 남아 있다.
마우러가 처음 마탑에 입문해 측정실에 들어왔을 때, 수정구는 절반만 빛났다. 아나스타시우스는 결과를 그대로 두루마리에 적는 대신, 다음 날 아침 다시 재겠다고 말했다. 마우러는 다음 날 같은 결과에 고개를 숙였고, 아나스타시우스는 세 번째 날 아침 수정구를 교체한 새 것으로 다시 재자 수정구가 전날보다 밝아졌다고 기록했다. 그 세 번째 측정치가 마우러의 공식 입문 측정치로 등록되었다.
마우러는 십삼대 대마법사가 된 후 아나스타시우스의 측정실에 자기 첫 측정 두루마리를 가져와 수정구 봉헌대 옆에 걸었다. 측정실에서는 그날 이후 "견습 첫 측정은 세 번"이라는 규약을 정식 운영 방침으로 등록했다.
왕실연환술사(王室宴幻術師)
왕실 연회 마술사
왕실 연회의 환술을 담당하는 자
“마술의 비밀을 알려드릴까요? 모르셨으면 마술이고, 아셨으면 기술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영원히 모르시길 바랍니다.”
왕실 연회 마술사는 왕도 궁정 연회·외교 만찬·즉위식 축하 행사에서 눈속임 마술·소규모 마법 쇼·마술 퍼포먼스를 공연하는 공연 예술가다. 마탑 마법사 자격증은 없지만 마력 조작의 정밀도는 기사단 마법기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외형은 검은 연미복, 한 손에 지팡이, 어깨에 비밀 주머니가 가득 달린 특수 조끼가 표준이다.
왕실 연회 마술사가 가장 어려워하는 공연은 드래곤 불꽃 재현이 아니라, 왕국 영주 자녀 생일 파티 마술이다. 아이들은 비밀을 반드시 들키고야 마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음유시인(40016)이 귀로 영웅을 만든다면, 왕실 연회 마술사는 눈으로 기적을 만든다. 그가 공연을 마치고 나서 관객이 웃으면 성공이고, 박수를 치면 대성공이며, 비밀을 물어보러 오면 그날은 더 이상 마술이 없다.
“연회 마술의 마지막 비밀은요. 관객이 비밀을 알고 싶어지는 것, 그게 마술입니다. 비밀을 지키는 것은 마술사가 아니라 관객이 하는 일이지요.”
왕실 연회 마술사 세바스티아노 — 이대 용사왕 알프레드 즉위식 공연 이후 왕도에서 가장 유명해진 공연자이자 마왕성 옥좌방 조감도(鳥瞰圖, 위에서 내려다본 마왕성 내부 배치 도면)를 마술 소품으로 탈취해 첩보 본부에 넘긴 유일한 마술사 — 의 일화는 첩보 본부 기록실 자료에는 없고 왕도 술집 붉은 사슴(음유시인 올리비에의 단골 술집) 카운터 뒤에 낡은 마술 지팡이 한 자루로 봉헌되어 있다.
세바스티아노는 마왕성 귀빈 만찬(마왕성 마족 귀족 연회)에 인간 측 신분을 숨기고 잠입해 공연했는데, 공연 도중 마왕 베르가르의 옥좌방 입구에 걸린 마왕성 내부 조감도를 자기 지팡이 속 숨겨진 탁본 장치로 한 호흡에 옮겨 담았다. 공연 후 마족 귀족들이 앙코르를 요청하는 사이 세바스티아노는 마왕성을 빠져나와 흑호교를 건넜다. 탁본 한 장은 왕도 첩보 본부 수석 첩보관 게오르크에게 전달되었다.
세바스티아노는 이후 다시는 마왕성 근처에 발을 들이지 않았으나 지팡이 한 자루는 술집 카운터에 봉헌했고, 올리비에는 그 지팡이에 얽힌 이야기를 평생 한 번도 노래로 옮기지 않았다. 술집에서는 그 지팡이를 "공연 중인 지팡이"라 부른다.
고분발굴자(古墳發掘者)
고분 발굴 학자
고분을 발굴해 잊힌 비밀을 찾는 학자
“이 무덤은 아직 안 열렸습니다. 그게 좋은 소식이고, 왜 안 열렸는지가 나쁜 소식입니다.”
고분 발굴 학자는 대륙 곳곳에 분포한 고대 왕국 유적·무덤을 발굴해 역사 기록·유물 목록을 작성하는 평민 출신 역사가다. 외형은 먼지 묻은 넓은 챙 모자, 어깨에 발굴 도구 가방, 한 손에 발굴 솔과 기록 노트가 표준이다. 고대 유물 수호자(40035)가 이미 꺼낸 유물을 지킨다면, 고분 발굴 학자는 아직 땅속에 있는 유물을 처음 발견한다.
발굴 현장의 진짜 위험은 함정이나 저주 봉인이 아니라, 모험가들이 발굴 허가도 없이 유물을 먼저 캐가는 것이다. 그래서 고분 발굴 학자의 현장 출발 시간은 모험가 길드 출발 시간보다 항상 두 시간 빠르다. 던전 지도제작자(40018)와 종종 협업하며, 서로의 빈 칸을 채워주는 단짝이지만 누구의 지도가 먼저인지는 늘 논쟁 중이다.
“발굴이 끝나면 노트 마지막 줄에 더 있을 수 있음을 씁니다. 다음 학자에게 주는 선물이지요. 진짜 발굴은 끝나지 않으니까요.”
고분 발굴 학자 에우스타키우스 — 잊혀진 왕의 무덤(던전 탐색가 라일런이 생을 마친 바로 그 던전) 내부 고분 구조를 처음으로 학술 도면으로 옮긴 자이자 라일런의 시신을 발굴팀으로서 정식 수습한 사람 — 의 일화는 왕도 학술원 역사 기록실에 발굴 도면 한 장으로 보존되어 있다.
에우스타키우스는 메르고와 에르빈의 지도를 협업 기반으로 잊혀진 왕의 무덤에 발굴팀 셋을 이끌고 진입했다. 발굴 사흘째 라일런의 시신을 찾았을 때 에우스타키우스는 발굴 솔을 내려두고 기록 노트를 펼쳐 라일런의 외투 안감에 새겨진 이름을 그대로 베껴 적었다. 노트 한 줄에 이름을 옮긴 뒤 그는 발굴팀 셋에게 "오늘은 발굴 없이 이분 먼저 모십시다"라고 말했다.
라일런의 시신은 그날 두라크(변경 마을)로 옮겨져 마을 광장에 정중히 묻혔다. 에우스타키우스의 발굴 도면 첫 줄에는 잊혀진 왕의 이름 대신 "라일런의 무덤"이라는 세 자가 적혀 있으며, 학술원에서는 그 도면을 "발굴 솔을 내려둔 날의 기록"이라 부른다.
용언번역사(龍言飜譯師)
드래곤 언어 통역가
용의 말을 사람의 말로 옮기는 자
“드래곤이 말했습니다. 저 인간들이 또 협상을 하러 왔군. 비늘 몇 장으로 해결될 것 같은데. 제가 그 말을 조금 다듬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드래곤 언어 통역가는 인간과 드래곤 사이에서 드래곤의 고대어를 인간의 말로, 인간의 말을 드래곤의 고대어로 옮기는 언어학자 겸 중재자다. 정령 통역가(40024)가 자연의 뜻을 읽는다면, 드래곤 언어 통역가는 수백 년의 자존심을 읽는다. 외형은 짙은 자색 학자복, 어깨에 드래곤 언어 사전 묶음, 한 손에 음성 기록 수정이 표준이다.
드래곤 언어 통역의 절반은 의미 전달이 아니라 감정 완충이다. 드래곤이 인간에게 한 말의 원문을 그대로 옮기면 외교 실패 확률이 여든 퍼센트이고, 통역가가 조금 다듬으면 합의 성공률이 예순 퍼센트까지 오른다는 것이 업계 경험칙이다. 드래곤 군주(40031) 이그달로스와의 협상 통역 경험이 있으면 이력서 한 페이지 전체를 채울 수 있다.
“드래곤이 한 말과 내가 전한 말이 항상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드래곤이 원하는 것과 내가 전한 것은 항상 같습니다. 그게 통역이지요.”
드래곤 언어 통역가 레오폴트 — 대륙 역사상 드래곤 군주 이그달로스와 직접 대화한 세 번째 인간이자, 이그달로스의 비늘 한 장 협상 통역을 담당한 자 — 의 일화는 왕도 학술원 외교 기록실에 통역 노트 한 권으로 남아 있다.
이그달로스와 알프레드 사절단의 협상 당일, 레오폴트는 이그달로스가 처음 말한 "비늘 한 장의 무게를 재어 오시오"를 정확히 옮겼지만, 사절단장이 당황해 한 시진 입을 열지 못하자 이그달로스가 추가로 한마디를 건넸다. 레오폴트는 그 추가 한마디를 통역 노트에만 적고 사절단에게는 전달하지 않았다.
노트에는 "인간들은 언제나 비늘의 무게보다 자기 체면의 무게를 먼저 재는군. 귀여운 것들"이라는 원문이 기록되어 있다. 레오폴트는 평생 그 한 줄을 공개하지 않았고, 협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학술원에서는 그 노트를 "전달하지 않은 한 줄의 통역"이라 부른다.
마법갑주장(魔法甲冑匠)
마법 갑옷 제작사
마법이 깃든 갑옷을 만드는 장인
“갑옷에 룬을 새긴다고 마법 갑옷이 아닙니다. 입는 사람이 살아 돌아올 때 비로소 마법이 됩니다.”
마법 갑옷 제작사는 기사단·왕실 마법기사·고위 모험가의 전투용 갑옷에 방어 룬·마력 흡수 결계·충격 분산 마법을 통합 설계하는 고급 장인이다. 룬 각인사(40011)가 검에 한 줄을 새긴다면, 마법 갑옷 제작사는 갑옷 한 벌 전체를 하나의 룬 시스템으로 만든다. 외형은 강철 앞치마, 어깨에 마법 측정 추, 허리에 소형 룬 정밀 끌 세트가 표준이다.
마법 갑옷 한 벌의 제작에는 최소 한 달이 걸리며, 그 한 달 중 가장 중요한 날은 착용자가 처음 입어보는 날이다. 갑옷이 몸에 맞는지를 재는 것이 아니라, 갑옷이 착용자의 움직임을 기억하는지를 확인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황실 마법기사(40008)의 갑주를 전담해온 몇 세대의 전통이 있으며, 그 갑주에 새겨진 룬은 제작사 집안의 가보이기도 하다.
“갑옷 한 벌이 완성되면 빈 갑옷이 서 있을 자리에 한 호흡 앉습니다. 그 자리의 무게를 재야 적정 룬 배치를 알 수 있거든요. 그게 마법 갑옷 제작의 진짜 첫 단계입니다.”
마법 갑옷 제작사 시기스베르트 — 황실 마법기사단 역대 갑주 열두 벌을 손수 제작한 자이자 백화전쟁 생환자 삼백칠십이 중 이백이 자기 갑주를 입고 있었다는 기록을 가진 자 — 의 일화는 황실 기사단 갑주 보관실 첫 번째 칸에 낡은 룬 끌 한 자루로 봉헌되어 있다.
백화전쟁 당시 단장 라이오넬이 부하 사백의 갑주 정비를 출정 전 시기스베르트에게 맡겼는데, 시기스베르트는 사흘 동안 사백 벌의 방어 룬을 한 벌씩 직접 점검해 약한 곳에 룬 한 줄씩을 보강했다. 가장 많이 보강한 것은 어깨 패드였다 — 창 방어에 가장 취약한 부위였기 때문이다. 백화로에서 살아 돌아온 삼백칠십이 중 어깨 부상자가 예년 전쟁의 절반이었다는 기록이 야전 군의관 라우렌츠의 봉합 통계에 남아 있다.
시기스베르트는 전쟁 후 생환자들의 갑주 어깨 패드 룬 마모 흔적을 한 벌씩 탁본으로 떠 보관했고, 그 탁본 묶음은 갑주 보관실 첫 번째 칸에 룬 끌 한 자루와 함께 봉헌되었다. 기사단에서는 그 탁본 묶음을 "어깨의 룬"이라 부른다.
신전정화객(神殿淨化客)
신전 정화 봉사자
신전의 부정을 정화하는 봉사자
“신전 바닥을 쓰는 일이 왜 의미 있냐고요? 신탁이 내리는 자리는 언제나 깨끗해야 한다는 것, 신도 아는 사실입니다.”
신전 정화 봉사자는 대륙 곳곳 신전의 예배당·신탁실·성유물 보관실 청결 유지와 의례 준비를 담당하는 평민 출신 봉사자다. 외형은 흰 봉사자복, 한 손에 정화 빗자루, 허리에 성수(聖水, 신전에서 축성한 특별한 물) 물통이 표준이다. 신탁 사제(40010)가 신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신전 정화 봉사자는 그 목소리가 울릴 자리를 만든다.
신전 정화 봉사자의 진짜 직무는 바닥 청소가 아니라, 신탁실 문을 여닫는 타이밍을 아는 것이다. 어느 문을 언제 열고 닫느냐에 따라 신탁실 환경이 달라지고, 신탁 사제의 집중도가 달라진다. 그래서 오래된 신전 정화 봉사자는 그 신전의 신탁 역사를 신탁 사제보다 더 잘 기억한다는 격언이 있다. 신전에서 가장 오래 남는 사람이 결국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인 셈이다.
“우리 봉사자들은 신탁실 열쇠 한 자루를 평생 잃어버리지 않습니다. 그 열쇠는 신탁보다 먼저 문을 열고 신탁보다 늦게 문을 닫는 자의 몫이니까요.”
신전 정화 봉사자 도미티아누스 — 왕도 중앙 대신전(신탁 사제 에르메스와 발데마르가 함께 재임한 그 신전) 사십 년 봉사자이자 글로리아 봉인 교체 의례 때마다 신탁실 청소를 담당한 자 — 의 일화는 대신전 신탁실 문 옆 벽에 낡은 정화 빗자루 한 자루로 봉헌되어 있다.
알프레드가 글로리아를 뽑은 날 새벽, 신탁 사제 에르메스는 신탁실을 준비하느라 한 시간을 신탁실 안에서 보냈다. 그 한 시간 동안 도미티아누스는 신탁실 앞 복도에서 빗자루를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복도 전체를 세 번 쓸었다. 에르메스가 나와 알프레드를 신탁실로 데려갔을 때, 복도는 왕도에서 가장 깨끗한 바닥이었다.
에르메스는 은퇴 전 도미티아누스에게 "당신이 한 일이 신탁 사흘보다 신전을 더 오래 지탱했습니다"라는 한 줄을 손수 적어 주었고, 도미티아누스는 그 한 줄을 빗자루 손잡이에 묶어 봉헌했다. 신전에서는 그 빗자루를 "신탁보다 먼저 일한 빗자루"라 부른다.
왕도인장공(王都印章工)
왕도 인장 직공
왕도의 인장을 한 칼로 새기는 직공
“인장 하나 만드는 데 사흘 걸립니다. 그 인장으로 결재하는 데는 평생 걸리지요.”
왕도 인장 직공은 왕도 내 영주·길드·신전·상인 조합의 공식 결재 인장을 정밀 제작하는 평민 출신 장인이다. 외형은 가죽 앞치마, 어깨에 작은 금속 끌 묶음, 한 손에 인장 틀과 정밀 망치가 표준이다. 룬 각인사(40011)가 검에 마법을 새긴다면, 인장 직공은 종이 위에 권위를 새긴다.
마법 서기관(40027)이 결재 양식을 관리한다면, 인장 직공은 그 결재 양식 위에 찍히는 인장을 만든다. 인장 하나에는 의뢰인의 이름과 직위가 들어가는데, 이름 한 자 획을 틀리면 그 인장으로 찍힌 문서 전체가 무효가 된다. 그래서 인장 직공은 왕국에서 가장 글씨를 천천히 읽는 사람이다.
“우리 직공들은 인장을 완성하면 딱 한 번 찍어봅니다. 그 한 번이 제대로 나오면 사흘이 완성된 것이지요. 그 한 번에 떨지 않는 손목을 갖는 데 십 년 걸렸습니다.”
왕도 인장 직공 플라치두스 — 왕도 동문 인장 공방(王都 東門 印章 工房, 삼대를 이어온 평민 공방) 삼대 주인이자 이대 용사왕 알프레드의 왕실 인장을 손수 제작한 자 — 의 일화는 인장 공방 작업대 위에 처음으로 찍힌 시험 인장 한 장으로 봉헌되어 있다.
알프레드 즉위 첫 주, 플라치두스는 왕실 인장 제작 의뢰를 받았다. 알프레드의 왕실 인장 도안에는 신검 글로리아의 검자루 문양이 포함되어야 했고, 글로리아의 검자루 문양은 신전 기록에만 있는 정밀 도안이었다. 플라치두스는 신전 기록실에서 도미티아누스(신전 정화 봉사자)에게 도안 열람을 부탁해 사흘 동안 도안을 손으로 베껴 옮겼다. 인장 틀을 완성한 후 처음 찍은 시험 인장이 글로리아 문양 한 획을 미세하게 틀렸고, 플라치두스는 틀을 폐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두 번째 시험 인장은 도미티아누스가 직접 대조 확인을 해주었고, 완벽했다. 알프레드는 그 인장을 처음 받아 첫 결재 문서에 직접 찍었으며, 그 문서는 왕도 회의실 탁자 위 글로리아 검집 자국 옆에 봉헌 액자로 걸렸다. 공방에서는 처음 틀렸던 시험 인장을 "사흘의 획"이라 부른다.
모험가안내인(冒險家案內人)
모험가 안내원
모험가에게 길을 안내하는 자
“길드는 동문이에요. 무기점은 남문이고요. 신전은 중앙이요. 연금술 길드는… 코 끝으로 따라오시면 됩니다.”
모험가 안내원은 왕도에 처음 도착한 신참 모험가들에게 길드·신전·무기점·연금술 길드·숙박소 위치를 안내하고 왕도 규칙을 설명해 주는 평민 출신 도우미다. 외형은 밝은 색 조끼, 어깨에 작은 왕도 지도 묶음, 한 손에 깃발 안내 막대가 표준이다. 길드 접수계(40017)가 첫 의뢰를 챙긴다면, 안내원은 그 전에 신참이 길드를 찾아오도록 돕는다.
왕도에 처음 온 신참이 연금술 길드를 코끝으로 따라가다 반대 방향 정육점에 먼저 도착하는 사태가 한 시즌에 세 번 이상 일어나는 것을 막는 것이 안내원의 주요 직무이기도 하다. 무기점 점원(40030)이 첫 검 한 자루를 챙긴다면, 모험가 안내원은 그 무기점의 위치를 알려주는 한 마디를 챙긴다. 왕도에서 가장 많이 걷는 사람이 안내원이며, 가장 많이 웃는 사람도 안내원이다.
“우리 안내원들은 왕도 지도를 절대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지도가 없는 안내원은 신참이랑 같이 길을 잃으니까요.”
모험가 안내원 헬무트 — 왕도 동문 안내소(王都 東門 案內所, 헬름가르드 길드 바로 앞) 이십 년 단골 안내원이자 안내한 신참이 베테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사백 번 본 자 — 의 일화는 안내소 벽에 낡은 왕도 지도 한 장으로 봉헌되어 있다.
어느 봄, 변경 마을에서 올라온 신참 소년 하나가 왕도 동문에 도착해 길드가 어디냐고 헬무트에게 물었다. 헬무트는 지도 한 장을 꺼내 동문에서 길드까지 손가락으로 한 줄 그어 보여주었는데, 그 소년이 "글자를 못 읽는다"고 했다. 헬무트는 지도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소년의 손을 잡고 직접 걸어가 길드 카운터 앞에 세워주었다.
소년은 그날 첫 의뢰를 받고 스무 해 뒤 베테랑 모험가가 되어 돌아와 헬무트에게 왕도 지도 한 장을 선물로 가져왔다. 헬무트는 그 지도를 그날 이후 안내소 벽에 걸었고, 후대 안내원들은 지도를 꺼내기 전 그 지도에 한 번 손을 짚는 의례를 따른다. 안내소에서는 그 지도를 "손잡이 한 장"이라 부른다.
냉험물반인(冒險物搬人)
길드 짐꾼
길드의 짐을 도맡아 운반하는 짐꾼
“짐이 너무 무겁다고요? 제가 더 무거운 것도 옮겨 봤습니다. 아, 그건 드래곤 가죽이었지요.”
길드 짐꾼은 모험가 길드 창고에서 의뢰 보상품·몬스터 소재·길드 비품을 분류·운반·보관하는 평민 출신 잡역부다. 외형은 두꺼운 작업복, 어깨에 짐 멜빵, 허리에 작은 목록 노트와 비품 열쇠 묶음이 표준이다. 짐말 마부(40020)가 밖에서 짐을 나른다면, 길드 짐꾼은 안에서 짐을 정리한다.
길드 창고의 진짜 무서운 점은 드래곤 가죽보다 향기로운 몬스터 소재와 사흘 된 모험가 갑옷이 같은 선반에 있을 때 일어나는 화학 반응이다. 길드 짐꾼이 가장 자주 하는 작업은 짐 분류가 아니라 그 화학 반응의 피해를 수습하는 일이다. 가장 무거운 짐은 드래곤 가죽 한 벌이 아니라, 살아 돌아오지 못한 모험가의 짐 자루를 가족에게 보내기 위해 목록 노트에 한 줄씩 적어 내려가는 작업이다.
“창고 선반 제일 아래 칸은 늘 비워둡니다. 거기는 살아 돌아오지 못한 분들 짐 자루 자리입니다. 그 칸이 가득 찬 적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길드 짐꾼 에라스무스 — 헬름가르드 길드(왕도 동문 모험가 길드) 삼십 년 단골 짐꾼이자 길드 창고 선반 제일 아래 칸을 만든 자 — 의 일화는 길드 창고 제일 아래 칸 옆에 낡은 목록 노트 한 권으로 봉헌되어 있다.
칠대 길드마스터 오스카르가 검은 늪 토벌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 신참 일곱의 외투를 카운터 옆에 걸어둔 그 시즌, 에라스무스는 일곱의 짐 자루를 창고에서 꺼내 목록 노트에 한 줄씩 소유물을 적어 내려갔다. 목록을 다 적은 뒤 에라스무스는 일곱 자루를 가족에게 보내는 대신 창고 제일 아래 칸 빈자리에 한 시즌 두기로 했다. 가족이 짐을 받을 준비가 되기 전까지 자루를 그 자리에 잘 두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곱 자루는 그 시즌 내내 제일 아래 칸에 있었고, 가족들이 찾아와 짐을 받아갈 때마다 에라스무스는 노트의 그 줄에 가족 이름 한 자를 적고 자루를 건넸다. 칸이 다시 비었을 때 에라스무스는 그 칸을 영구적으로 비워두기로 했다. 길드에서는 그 칸을 "기다리는 칸"이라 부른다.
영원녹왕녀(永遠綠王女)
엘프 여왕
영원한 숲의 녹음을 다스리는 엘프의 여왕
“인간 사신이 또 그 안건이군. 천 년 전에도 그러더니, 인간들은 정말 한결같다.”
엘프 여왕은 천 년 숲의 정점에 군림하는 불멸의 통치자로, 별빛 왕관과 은빛 활을 상징으로 가진다. 단 한 명의 백성도 그녀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하며, 그녀의 한마디가 숲 전체의 계절을 미루기도 한다. 본인은 천 년을 살아오면서 인간 왕국 수십 개의 흥망을 모두 지켜본 산증인이다.
그래서 인간 사신들이 거창한 외교 의제를 가지고 와도 그녀에게는 "또 그 얘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녀가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 군대가 아니라, 천 년 전 헤어진 첫사랑의 이름이 아직도 활시위를 떨게 한다는 사실이다. 불멸은 사랑조차 영원히 잊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 여왕 폐하의 활시위가 천 년이 지나도 한 음(音) 흔들리는 새벽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 한 음이 사실 인간 왕국 하나의 운명이라는 사실은, 시녀들만이 입을 가리고 속삭이지요.”
삼대 엘프 여왕 실라티엘 — 은월궁(銀月宮, 천 년 자작나무 숲 한가운데 자리한 엘프 여왕 직속 궁전)의 가장 오래된 옥좌를 사백 년 지킨 자 — 의 일화는 '한 음 활시위의 새벽'으로 엘프 시녀들 사이에 가장 정중히 전해진다.
인간 왕국 청룡연합(靑龍聯合, 당시 대륙 동단을 통일하려던 인간 왕국 다섯의 결사)이 은월궁에 사신을 보내 자작나무 숲의 한 자락을 군용 도로로 내달라 청한 봄, 그 사신단의 호위대장으로 천 년 전 헤어진 첫사랑의 손자 카엘란이 따라왔다. 실라티엘은 알현실에서 사신의 의제는 한 호흡에 거절했으나, 카엘란의 어깨 자수가 옛 손수건의 한 줄과 같다는 사실을 알아본 순간 활시위가 한 음 흔들렸다. 그 한 음에 자작나무 숲 동쪽 한 자락이 한 시즌 늦게 꽃을 피웠고, 인간 왕국 다섯의 진군 일정이 한 시즌 어긋나 청룡연합은 봄 안에 해체되었다. 카엘란은 그 사실을 끝내 알지 못한 채 다음 해 다른 사절로 떠났고, 실라티엘은 그가 두고 간 손수건 한 장만 옥좌 옆 작은 함에 정중히 묻어두었다.
후대 엘프 여왕들은 즉위 첫 봄에 그 작은 함 앞에서 활시위를 한 음 정확히 맞추는 의례를 따른다. 숲에서는 가장 무거운 한 음은 큰 진언이 아니라 그 손수건 한 장 위에 있다고 정중히 말한다.
대신성녀(大神聖女)
대신관 성녀
신의 뜻을 가장 가까이 받드는 성녀
“신의 음성과 내 두려움을 가르는 법은, 아직 신께서도 가르쳐주지 않으셨다.”
대신관 성녀는 한 시대에 단 한 명만 선택되는, 신의 음성을 직접 듣는 여인이다. 흰 면사포와 황금 성장(聖杖)이 상징이며, 그녀가 손을 얹은 자리에서는 죽어가는 자도 한 번 더 숨을 쉰다. 왕실과 교단이 모두 그녀의 신탁을 따르며, 전쟁의 시작과 끝조차 그녀의 한마디로 결정된다.
그러나 매일 밤 그녀는 신의 목소리가 정말로 신의 것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의 두려움인지 구분하지 못해 잠을 설친다. 백성을 위로하는 손이 정작 자기 자신은 위로하지 못한다. 그녀가 가장 길게 우는 시간은 새벽 기도가 아니라, 모두가 잠든 뒤 혼자 면사포를 벗는 그 짧은 한순간이다.
“성녀님의 가장 무거운 신탁은 큰 전쟁을 멈춘 그 한 줄이 아니에요. 새벽 면사포를 벗으신 채 어린 신녀의 어깨에 정중히 한 손을 얹으신 그 한 호흡이지요.”
칠대 대신관 성녀 셀레네아 — 백광신전(白光神殿, 대륙 중앙 흰 대리석 신전으로 면사포 신탁관 본부) 성소 옥좌를 삼십 년 지킨 자 — 의 일화는 '한 손의 새벽'으로 신녀들 사이에 가장 길게 전해진다.
적염전쟁(赤焰戰爭, 인간 왕국 두 곳과 마왕 잔당이 동시에 한 시즌 안에 부딪힌 큰 전쟁) 마지막 새벽, 셀레네아는 신탁대(神託臺) 위에서 사흘에 걸쳐 휴전 신탁을 받아 적었다. 사흘째 새벽 그녀가 면사포를 벗은 채 혼자 울고 있던 자리에 어린 견습 신녀 미라가 차 한 잔을 들고 들어왔고, 미라는 성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 한 줄을 정중히 정돈해 다시 면사포 안쪽으로 넣어 두었다. 셀레네아는 그 한 호흡 동안 신탁의 마지막 한 줄을 다시 읽었고, 그 자리에서 휴전 조항을 한 줄 줄여 인간 왕국 다섯 마을의 부역(賦役)을 면제했다. 미라는 그 사실을 평생 모른 채 신탁관으로 자랐고, 다섯 마을 가운데 한 마을의 보육원 수녀가 미라의 친언니였다. 셀레네아는 입적(入寂)하는 새벽까지 미라가 정돈해 둔 그 머리카락 한 줄의 자리를 손수 매일 새로 빗었다.
후대 신녀들은 입문 첫 사흘을 성녀의 머리카락 한 줄을 정돈하는 자세 연습으로 보내는 의례를 따른다.
암흑여왕(暗黑女王)
흑마녀
어둠의 마법을 거느리는 여왕
“차 한 잔 하시겠어요? 단순한 차일지 약일지는 그대 운에 맡기지요.”
흑마녀는 정령·고대 룬·금단의 마법서를 다루는 강력한 여성 마법사로, 정통 마탑이 인정하지 않는 길을 걷는 자다. 검은 로브, 자수정 지팡이,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표준 장비다. 정통 마법사들은 그녀를 위험하다고 부르지만, 정작 마을에 역병이 돌면 가장 먼저 약을 들고 나타나는 것도 그녀다.
그녀의 마법은 강하지만 대가가 분명해서, 한 번 큰 마법을 쓰면 며칠을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흑마녀들은 보통 깊은 숲속 작은 오두막에 살며, 손님이 오면 차부터 우려낸다. 그 차가 단순한 차인지 마법약인지는 마시는 사람의 운에 달렸다.
“마탑이 그분을 금서고 한 줄에 적어두는 동안, 우리 마을 보육원 아이들은 그분의 차 한 모금에 한 시즌 열을 내렸지요. 정통이 뭐고 금단이 뭔지는, 결국 차 한 잔 우려낸 손목이 답합니다.”
흑마녀 모르가나 — 검은자작숲(黑樺林, 마탑 출입을 금지당한 흑마녀들이 모여 사는 깊은 숲)의 가장 큰 오두막 주인이자 검은 고양이 '나비'를 평생 친숙물로 둔 자 — 의 일화는 '한 모금 차의 사흘 밤'으로 마을 보육원에서 가장 길게 회자된다.
회색역병(灰色疫病, 한 시즌에 어린아이 일곱 중 하나를 데려가던 마법성 역병)이 이웃 시안마을(始安마을, 검은자작숲 동쪽 산자락의 작은 보육원이 있는 마을)을 덮친 봄, 정통 마탑은 봉쇄 명령만 내리고 사제는 도착이 늦었다. 모르가나는 그 새벽 자기 금서고에서 금단의 룬 '회령초(回靈草)' 처방 한 장을 찢어 보육원 수녀 한 명에게 정중히 건넸고, 자기 자수정 지팡이의 보석 한 알을 차주전자 안에 풀어 사흘 밤을 끓였다. 사흘째 새벽 보육원 아이 스물일곱 명 모두가 열을 내렸으나, 모르가나는 한 시즌을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자기 마력의 한 줄을 영영 잃었다. 마탑은 그녀를 금단 사용으로 처벌하려 했으나, 보육원 아이 한 명이 마탑 정문 앞에 시안마을 흙 한 줌을 정중히 두고 가는 일이 일곱 봄을 이었다. 마탑은 결국 그 한 줌 흙 앞에서 처벌안을 한 줄 줄였고, 모르가나의 이름을 금서고 명부에서 한 줄 지웠다.
후대 흑마녀들은 새벽 차주전자에 자기 보석 한 알을 풀어보는 의례를 그날의 사흘 밤에서 따왔다.
초엽일다녀(草葉一茶女)
허브티 마녀
허브 한 잎과 차 한 잔으로 마법을 부리는 마녀
“남의 마음은 다 보이는데 내 것만 안 보입니다. 마녀의 직업병이지요.”
허브티 마녀는 마을 변두리 작은 가게에서 차와 약초를 다루는 여성 약초사이며, 정식 마탑 출신이 아닌 민간 마법의 계승자다. 두통·생리통·실연·악몽까지 — 그녀의 차 한 잔에 풀리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 손님이 자기 사연을 한참 늘어놓는 동안 차를 우려내고, 다 마실 즈음에는 묘하게도 마음이 정리되어 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치료사"라기보다 "들어주는 사람"이라 부른다. 정작 본인은 아침마다 자기 몫의 차를 우려놓고도 잊고 식히기만 하며, "남의 마음은 다 보이는데 내 것만 안 보인다"고 중얼거린다. 그게 마녀의 가장 흔한 직업병이다.
“마녀 언니의 식은 차 한 잔이 사실 우리 마을 한 시즌의 한 줄 결재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늦게 알았어요. 식은 차에도 향이 남는다는 게, 마녀 언니의 진짜 마법이었지요.”
허브티 마녀 리젤 — 풀밭모서리찻집(草角茶店, 메타르 변두리 길목 끝의 작은 허브 찻집) 사대 점주이자 평생 결혼하지 않은 채 마을 영애 일흔 명의 첫 실연 차를 우려준 자 — 의 일화는 '식은 한 잔의 봄'으로 마을 영애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메타르(중부 평원 영지 도시)의 사교계 영애 디아나 — 가문 약혼이 깨진 첫 봄, 흑마녀 모르가나의 처방을 거절하고 풀밭모서리찻집에 정중히 들어선 자 — 가 한 봄 내내 새벽마다 리젤의 가게 문을 두드렸다. 리젤은 매번 디아나의 사연을 다 듣지 않은 채 차를 우렸고, 디아나가 차를 다 마시기 전에 자기 몫의 차를 옆에 한 잔 더 우려두고는 늘 식혀버렸다. 어느 새벽 디아나가 그 식은 잔을 정중히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마녀 언니, 이 차가 사실 제일 따뜻해요"라 말한 순간, 리젤은 평생 처음 자기 차를 식히지 않고 마셨다. 디아나는 그 봄 끝에 가문을 떠나 길드 접수 영애로 들어갔으며, 리젤에게 매년 봄 첫 새벽 마른 라벤더 한 묶음을 정중히 보냈다. 리젤은 그 라벤더를 평생 가게 천장 한쪽에 한 줄로 묶어 두었으며, 자기 몫의 차를 식히지 않는 자세를 그날부터 다듬었다.
후대 풀밭모서리찻집 견습들은 첫 새벽 자기 몫의 차를 식히지 않고 마시는 자세부터 배운다.
자비양육녀(慈悲養育女)
보육원 수녀
자비로 아이들을 기르는 보육원의 수녀
“오늘도 빵이 모자라네. 영주님 댁에 또 청원서 들이밀러 가야겠어요.”
보육원 수녀는 전쟁과 역병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거두어 키우는 신전 부속 보육원의 여성 신관이다. 정식 사제는 아니지만, 아이들에게는 "어머니"라 불리는 존재이며, 그녀의 흰 두건은 마을에서 가장 신뢰받는 표식이다. 매일 아침 아이들 머리를 빗기고, 옷을 꿰매고, 모자라는 빵을 위해 시장 상인과 흥정을 한다.
가끔은 영주에게 직접 후원 청원서를 들이밀어 어떤 기사보다 무서운 협상가가 되기도 한다.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훗날 기사·마법사·왕비·도적이 되어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오는 날, 그녀는 그저 평소처럼 차를 한 잔 더 따라준다. 그게 진짜 신성(神聖)이 깃드는 자리다.
“수녀님 청원서 한 장은 황실 사관의 한 줄 결재보다 무겁습니다. 우리가 영주에 올라간 뒤에도, 그 한 장 앞에서는 인장(印章)을 한 손으로만 잡지 못해요.”
보육원 수녀 마틸다 — 시안마을 보육원(始安보육원, 회색역병 봄을 함께 견딘 흑마녀 모르가나의 차를 받았던 그 보육원) 삼대 원장이자 평생 청원서 천 장을 영주에 올린 자 — 의 일화는 '한 장 청원서의 봄'으로 영지 사관실에 길게 남아 있다.
시안영주 라이언 백작 — 평소 청원서를 거의 한 번도 직접 읽지 않던 인색한 영주 — 의 집무실 문 앞에 마틸다가 새벽마다 청원서 한 장을 정중히 미끄러뜨려 넣은 봄이 있었다. 청원서 첫 장에는 빵 부족, 둘째 장에는 겨울 외투, 셋째 장에는 어린 다나(보육원 일곱 살 아이)의 시린 발 — 그렇게 사흘에 한 장씩 사십 일을 이어갔다. 사십 일째 새벽 라이언 백작이 직접 보육원 정문에 나타나 자기 외투를 정중히 다나의 어깨에 둘러주었고, 보육원 후원 명부에 자기 가문 인장을 한 줄 정식으로 적었다. 그 다나가 훗날 길드 접수 영애로 자라 라이언 백작의 손녀의 첫 의뢰서를 직접 결재한 일은 마을 야사에 남았다. 마틸다는 그 사실을 평생 자랑하지 않았으며, 다음 봄 또 새 청원서 한 장을 정중히 영주 집무실 문 아래에 밀어 넣었다.
후대 시안마을 보육원 수녀들은 청원서 첫 줄에 어린아이 한 명의 이름을 정확히 적는 자세를 그날의 사십 일에서 따왔다.
성광검녀(星光劍女)
별빛 검선(劍仙)
별빛을 모아 검을 휘두르는 신선 같은 여인
“검을 뽑기 전, 한 번 별을 올려다봅니다. 그 한 호흡이 검 끝의 결을 정하니까요.”
별빛 검선은 한 시대에 단 한 명에게만 허락되는 여성 검의 정점으로, 신검(神劍) 대신 별빛을 머금은 가는 검을 다룬다. 그녀의 검로(劍路)는 베는 자세가 아니라 별이 흐르는 궤적을 그대로 옮겨 적는 자세에 가깝다. 외형은 은빛 자수가 놓인 푸른 도포, 어깨에 별자리 망토, 허리에 한 자루 가는 검이 표준이다.
용사왕이 신검을 휘둘러 마왕의 옥좌를 깨뜨린다면, 별빛 검선은 한 호흡 만에 마왕의 마검을 검집 안으로 되돌려 보낸다. 그녀의 결투를 본 자들은 검의 결과보다 그녀가 검을 거두는 자세를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평생 한 명의 동료도 곁에 둔 적이 없지만, 그녀의 검집 안쪽에는 옛 동무들의 이름이 한 줄씩 새겨져 있다. 진짜 무서운 것은 그녀의 검이 아니라, 그 한 줄을 외우며 새벽마다 검을 닦는 손목이다.
“검선의 검은 마왕을 베라고 다듬은 게 아니라, 마왕의 옥좌 옆자리에 한 잔 차를 정중히 두라고 다듬은 거예요. 그 한 잔이 식기 전에 검을 거두는 자세가, 우리 검선들의 진짜 검로(劍路)이지요.”
이대 별빛 검선 셀레나 — 천경산(天鏡山, 대륙 북단의 별이 가장 또렷이 보이는 외딴 봉우리) 정상에서 사십 년을 홀로 검만 닦은 자 — 의 일화 가운데 가장 정중히 회자되는 것은 '한 호흡 옥좌'다.
마왕성 흑익궁(黑翼宮, 마왕 일가가 다섯 대를 이어 다스린 검은 첨탑 성)의 사대 마왕 카사르가 셀레나에게 결투를 청해 천경산 정상에 사흘을 올랐다. 셀레나는 검집을 옆으로 눕히고 별자리 망토 자락 위에 차 한 잔을 정중히 우려두고는, 카사르의 마검(魔劍) 흑명(黑鳴)이 한 호흡 안으로 들어오자 그 검을 자기 검집 안쪽으로 되돌려 보냈다. 카사르는 자기 검이 검집 안에서 한 음 우는 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으며, 흑명을 풀어 셀레나의 차상 옆에 정중히 두었다. 셀레나는 그 흑명을 베어 부수지 않은 채 천경산 마당에 비스듬히 꽂아두었고, 카사르는 그 봄 마왕성 옥좌 옆자리에 작은 찻잔 한 벌을 정식 의례로 두었다. 그 찻잔은 사대 마왕 한 시대 동안 한 번도 비워지지 않았으며, 셀레나의 검집 안쪽 한 줄에는 카사르의 이름이 옛 동무들의 이름과 같은 자수로 새겨졌다.
후대 별빛 검선들은 즉위 첫 새벽에 천경산 흑명 앞에 차 한 잔을 정중히 우리는 의례를 따른다.
용비호신녀(龍妃護神女)
용의 신부(神婦)
용의 비(妃)로서 그를 곁에서 지키는 여인
“그분이 비늘을 한 장 떨구고 가셨습니다. 그건 약혼 반지보다 무거운 한 장이지요.”
용의 신부는 천년 드래곤이 한 시대에 한 명만 선택해 약속을 맺은 여인으로, 인간 왕국과 용의 둥지 사이를 잇는 살아 있는 조약이다. 외형은 비늘 무늬가 어른거리는 짙은 자수정 드레스, 머리에 작은 뿔 모양 관, 손가락에 비늘 한 장으로 만든 반지가 표준이다. 본인은 평생 그 한 마리 드래곤의 이름·옛 사냥 자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운다.
인간 왕국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내려 할 때마다 가장 먼저 막아서는 것도, 드래곤이 인간 도시에 분노할 때 가장 먼저 가서 차를 따르는 것도 그녀다. 약혼이라는 말은 들어 있지만, 그녀와 드래곤 사이는 사실 평생을 함께 늙어가는 한 줄 동행에 더 가깝다. 가장 무거운 한 장은 큰 비늘이 아니라, 그녀가 매일 아침 둥지 입구에 정돈해 두는 작은 찻잔 한 벌이다.
“신부님은 드래곤의 약혼자가 아니에요. 그 큰 분의 한 호흡 옆에 정중히 차를 우려둘 수 있는, 한 시대에 단 한 명의 동행이지요. 인간 왕국이 그 한 줄 동행을 약혼이라 잘못 적었을 뿐이에요.”
삼대 용의 신부 베아트리체 — 은혈룡(銀血龍) 카르멘 — 천년을 산 은빛 비늘의 드래곤 — 의 신부로 사십 년을 한 둥지 입구만 지킨 자 — 의 일화는 '둥지 한 잔 차'로 인간 왕국과 용의 둥지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백검왕국(白劍王國, 대륙 서단의 인간 왕국으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이 카르멘의 둥지를 향해 슬레이어 일곱을 보낸 봄, 베아트리체는 둥지 입구에 작은 찻잔 한 벌을 평소처럼 정돈해 두었다. 슬레이어 단장 가웨인 경 — 평생 드래곤 셋을 잡아 백검왕국 검 명부 첫 줄에 오른 자 — 이 둥지 입구에서 그 찻잔을 본 순간 검을 든 손목을 한 호흡 멈추었고, 베아트리체는 정중히 차를 우려 슬레이어 일곱에게 한 잔씩 따라주었다. 가웨인 경은 그 차를 마신 뒤 자기 슬레이어 명부에서 카르멘의 이름을 한 줄 지웠으며, 백검왕국으로 돌아가 슬레이어 직무를 사임했다. 카르멘은 그 봄 자기 비늘 한 장을 떨구어 베아트리체의 손가락에 새 반지를 만들어 주었으나, 베아트리체는 그 반지를 끼지 않은 채 둥지 입구 찻잔 옆에 정중히 두었다. 두 분의 한 줄 동행은 그 찻잔과 비늘 반지가 한 자리에 함께 있는 한 깨지지 않는다는 것이 인간 왕국과 용의 둥지 사이의 정식 조약 한 줄로 적혔다.
후대 용의 신부들은 즉위 첫 새벽 둥지 입구에 찻잔 한 벌을 정확히 정돈하는 자세를 가장 먼저 배운다.
황실주술영애(皇室呪術令愛)
황실 마법기사 영애
황실 주술기사 가문에서 자란 영애
“검 한 자루에 룬 한 줄, 머리장식에 진언 한 줄. 둘 다 정확해야 한 호흡이 됩니다.”
황실 마법기사 영애는 황실 직속 정예 부대 중 여성 가문 후계자에게만 허락된 자리로, 검술과 마법을 동시에 다루며 사교계의 정점에도 한 발을 두는 여인이다. 외형은 은빛 자수 갑주에 짙은 자수정 망토, 머리에 룬이 새겨진 작은 머리장식, 허리에 마력 보석이 박힌 가는 어검이 표준이다. 마탑은 그녀를 검사라 부르고, 기사단은 그녀를 마법사라 부르며, 사교계는 그녀를 영애라 부른다.
본인은 결투장에서 한 번, 무도회장에서 한 번 — 하루에 두 번 의상을 갈아입어야 하는 자리이지만 두 자리 모두에서 한 호흡도 흩뜨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의 검집 안쪽에는 결투 보고와 무도회 초대장이 함께 끼워져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줄은 큰 룬이 아니라, 동기 영애의 결혼식 축전 위에 정중히 적는 한 줄 인사다.
“그분의 한 줄 축전이 우리 결혼식 면사포 한 장보다 길게 남았어요. 결투장에서 정확하던 그 손목이, 우리 청첩장 모서리에선 한 번 떨리셨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았지요.”
황실 마법기사 영애 이자벨라 — 황실 은검대(銀劍隊, 황제 직속 마법기사 부대로 정원 열두 명만 받는 정예) 부대장이자 동기 영애 일곱 중 끝까지 미혼으로 남은 자 — 의 일화는 '한 줄 축전의 봄'으로 황실 사교계에 길게 회자된다.
동기 영애 비비안 — 평생 가장 친한 검술 동무이자 한 시즌 무도회 첫 춤 짝이었던 자 — 이 백검왕국 변방 백작과 약혼식을 잡은 봄, 청첩장이 은검대 막사에 도착했다. 이자벨라는 그날 새벽 변경 결투에서 마검(魔劍)을 든 도적 셋을 한 호흡에 베고 돌아왔으나, 청첩장 모서리에 축전 한 줄을 적던 깃펜 끝에서 한 호흡 동안 잉크가 한 점 번졌다. 그녀는 새 청첩장 한 장에 다시 한 줄을 정중히 적었으나, 그 번진 한 점이 묻은 첫 청첩장은 끝내 검집 안쪽에 정중히 끼워 두었다.
비비안의 결혼식 당일 이자벨라는 결투장 갑주가 아닌 짙은 자수정 드레스 차림으로 단상에 올라가 축전을 정확히 한 호흡에 읽어 내렸으며, 비비안에게 룬 자수 손수건 한 장을 정중히 건넸다. 그 손수건 모서리에는 동기 일곱 명의 이름이 한 줄 자수로 새겨져 있었으며, 이자벨라 자기 이름만 한 글자 비어 있었다. 비비안은 그 비운 한 글자를 평생 자기 손수건 한쪽에 그대로 두었으며, 후대 은검대 영애들은 동기 결혼식 청첩장 한 장을 검집 안쪽에 끼워 두는 의례를 그날의 봄에서 따왔다.
면사신탁녀(面紗神託女)
면사포 신탁관
면사 너머로 신의 말을 전하는 신탁관
“신께서는 답을 주지 않으십니다. 다만 면사포 너머로 그대의 다음 한 호흡을 비춰주실 뿐이지요.”
면사포 신탁관은 대신관 성녀 다음 자리에 있는 여성 신관으로, 신탁의 1차 해석과 신검 봉인실의 일상 관리를 맡는다. 외형은 은실 자수가 놓인 흰 면사포, 가슴팍에 작은 신탁 두루마리 함, 허리에 작은 종이 부채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신탁의 옛 페이지·옛 분기 결재·금기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신탁이 너무 무거워 성녀가 잠을 설치는 새벽이면, 면사포 신탁관이 차를 한 잔 들고 들어가 한 줄 위로를 건넨다. 그래서 신전 안쪽에서는 성녀의 신탁보다 신탁관의 한 줄 위로가 더 자주 사람을 살린다는 농담이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줄은 큰 신탁이 아니라, 신탁이 빗나간 새벽 성녀 옆자리에 한 잔 차를 정중히 두는 자세 위에 있다.
“신탁관 언니의 부채 한 번 닫는 손목에 신검 한 자루의 봉인이 매달려 있다는 사실은, 우리 견습들 사이에서만 정중히 속삭여요. 부채 닫는 자세가 신탁 한 줄보다 무겁다는 건, 신전 안쪽 한 줄 농담이 아니라 한 줄 진실이지요.”
이대 신녀 셀레네 — 달의 신탁을 받은 두 번째 여성 신녀이자 신검 백광검(白光劍, 백광신전 봉인실 한가운데 봉인된 신성 검)을 봉인한 자 — 의 일화는 '부채 한 번의 새벽'으로 신녀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마왕 잔당이 백광신전 봉인실로 잠입을 시도한 새벽, 셀레네는 봉인실 한가운데서 신탁 두루마리를 펼치고 부채를 정중히 한 번 닫았다. 그 한 번의 부채 끝에 봉인 결계가 한 호흡 더 단단해졌고, 잔당 셋은 봉인실 입구에서 한 발자국도 안으로 들이지 못한 채 사로잡혔다. 봉인실 한쪽에는 마탑 사서녀(앞서 마탑 장서관 사서녀의 옛 직무를 맡았던 자)가 보내준 옛 신탁 사본 한 장이 정중히 놓여 있었고, 셀레네는 그 사본 모서리에 한 줄 — "신검은 베라고 봉인된 게 아니라 베지 않으라고 봉인된 검이다" — 만 정중히 적었다. 그 한 줄은 후대 면사포 신탁관 입문 첫 페이지가 되었으며, 백광검은 그 봄 이후 한 번도 봉인실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셀레네는 그 봄 끝에 부채 한 자루를 칠대 대신관 성녀 셀레네아의 옷장에 정중히 두고 신탁관 직무를 후학에게 넘겼다.
후대 신탁관들은 봉인실 새벽 순찰 시 부채를 정확히 한 번만 닫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정령무희녀(精靈舞姬女)
정령 무희
정령과 함께 춤추는 무희
“정령은 부르는 게 아니에요. 한 박자 먼저 같이 춰주는 거지요.”
정령 무희는 마탑 출신이 아닌 무문(舞門) 계열의 여성 시전자로, 검과 지팡이 대신 한 자루 부채와 비단 띠로 정령을 불러내 함께 춤춘다. 외형은 얇은 비단 무복, 어깨에 색색의 비단 띠, 한 손에 자수정 부채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정령의 평소 박자·옛 분기 결합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마법사는 정령을 부려 한 합 안에 적을 베지만, 정령 무희는 정령과 함께 춰서 적의 한 호흡을 한 박자 늦춘다. 그래서 큰 전장에서 정령 무희가 한 곡을 추기 시작하면 양측 군대가 동시에 한 박자를 잃는다. 가장 무거운 한 박자는 큰 결전이 아니라, 어린 정령이 처음 그녀의 띠 끝에 머무는 한 호흡 위에 있다.
“무희 언니의 띠 끝에 어린 정령 하나가 처음 앉던 그 새벽이, 사실 우리 무문 한 시대의 한 줄 결재였어요. 큰 전장 한 곡보다 작은 비단 한 자락의 한 박자가 무겁다는 사실, 우리는 그 봄에 처음 배웠지요.”
정령 무희 라비엔느 — 옥경무문(玉鏡舞門, 대륙 동단 호숫가 정자 옆 작은 무문으로 정령 무희를 길러내는 곳) 사대 무모(舞母)이자 평생 결전 일곱 곡과 어린 정령 일흔 명을 띠 끝에 머물게 한 자 — 의 일화는 '한 박자 어린 정령'으로 무문 견습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옥경호(玉鏡湖, 옥경무문 앞에 한 면 거울처럼 펼쳐진 작은 호수)에 어느 새벽 어린 물 정령 한 마리가 자기 짝을 잃은 채 비단 띠 끝에 앉지 못하고 호수 위를 떠돌았다. 라비엔느는 그 새벽 결전 한 곡을 위한 합주 연습을 미루고 호수 가장자리에 한 호흡을 추며 어린 정령에게 자기 띠 끝 한 자락을 정중히 내주었다. 어린 정령은 그 한 자락에 사흘을 머물렀고, 사흘째 새벽 라비엔느의 부채 끝에 한 번 정중히 입을 맞춘 뒤 호수 한가운데로 돌아갔다. 그 사흘 동안 옥경무문은 큰 결전 합주 연습을 한 번도 열지 않았으며, 견습 무희들은 호수 가장자리에서 정중히 한 호흡 한 박자만 다듬었다. 결전 당일 라비엔느의 한 곡은 평소보다 한 박자 늦었으나, 그 한 박자 차이로 적군 마법사 일곱이 자기 진언을 한 호흡 흩뜨려 결전이 양측의 합의 휴전으로 마무리되었다.
후대 옥경무문 무희들은 결전 합주 연습 전 호수 가장자리에서 한 호흡 띠 끝을 정돈하는 자세를 그날의 사흘에서 따왔다.
부각자수녀(符刻刺繡女)
룬 자수 장인
룬을 자수로 한 땀 한 땀 새기는 장인
“갑옷에 새기는 룬은 한 번에 끝납니다. 드레스에 새기는 룬은 한 땀씩 나누어 평생을 가지요.”
룬 자수 장인은 검과 갑옷이 아닌 드레스·면사포·머리장식·손수건에 룬 문자를 비단실로 정밀히 수놓는 여성 장인이다. 외형은 단정한 옅은 색 작업 드레스, 어깨에 작은 룬 자수실 묶음, 한 손에 정밀 자수 바늘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룬 자수의 옛 페이지·옛 분기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룬 각인사가 검 한 자루에 한 줄을 새기는 동안, 룬 자수 장인은 면사포 한 장에 백 줄을 한 땀씩 나누어 새긴다. 그래서 신부 한 사람의 면사포 한 장이 황실 기사 한 명의 갑옷보다 마법적으로 더 무거운 일이 흔하다. 가장 무거운 한 땀은 큰 룬이 아니라, 어린 신부가 처음 들고 온 손수건 모서리에 새기는 작은 보호 룬이다.
“장인 어른의 작은 손수건 한 장이 우리 신부 한 명의 한 시즌을 끌고 갔어요. 황실 갑옷 한 줄 룬보다, 손수건 모서리 한 땀이 진짜 결재였다는 사실은 우리 견습들만 정중히 외우지요.”
룬 자수 장인 알마 — 비단모서리공방(緋緞角工房, 대륙 중앙 사교계 영애 가문이 가장 자주 들르는 자수공방) 삼대 점주이자 평생 면사포 만 장과 손수건 만 장에 룬을 한 땀씩 새긴 자 — 의 일화는 '모서리 한 땀의 첫 손수건'으로 자수공방 도제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가난한 변경 영애 클라라 — 가문 영지가 한 시즌 가뭄으로 한 줄 명예를 잃을 뻔한 자 — 가 자기 어머니의 옛 손수건 한 장을 들고 알마의 공방 문턱을 정중히 두드렸다. 손수건 모서리는 어머니의 옛 룬이 한 줄 닳아 거의 사라지기 직전이었고, 클라라는 동전 한 닢밖에 가지지 못한 채 정중히 수선을 부탁했다. 알마는 동전 한 닢만 받고 사흘에 걸쳐 손수건 모서리에 옛 룬을 한 땀씩 정확히 다시 새겼으며, 마지막 한 땀에는 평소 자기가 황실 면사포에만 쓰던 보호 룬 한 줄을 정중히 더했다. 클라라는 그 손수건을 영지 가문 회의에 들고 가 한 시즌 안에 가뭄 후원 한 줄을 황실 마법기사 영애 이자벨라의 결재로 받아냈다. 클라라는 첫 봉록을 모아 알마의 공방 정문 앞에 마른 라벤더 한 묶음을 정중히 두었으며, 알마는 그 라벤더를 평생 작업대 한쪽에 한 줄로 묶어 두었다.
후대 비단모서리공방 도제들은 입문 첫 손수건 한 장을 동전 한 닢만 받고 정중히 수선하는 자세를 그날의 사흘에서 따왔다.
미궁향료녀(迷宮香料女)
던전 향료 채집사
던전 깊은 곳에서만 자라는 향료를 채집하는 여인
“이 향료 한 줌, 잘못 섞으면 던전 한 층의 몬스터가 다 깨어납니다. 흥정은 입구에서 끝내주세요.”
던전 향료 채집사는 던전 깊은 곳에서만 자라는 향료·꽃·이끼·결정 가루를 채집하는 여성 모험가다. 외형은 가벼운 가죽 작업복 위에 짙은 자수정 외투, 어깨에 작은 향료 가방, 한 손에 정밀 채집 단도와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던전의 향료 자리·옛 분기 채집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모험가들이 보물을 찾는 동안, 그녀는 한 층 구석의 작은 꽃 한 송이를 위해 따로 진입한다. 그녀가 채집한 향료 한 줌이 마탑의 마법약 한 병이 되고, 신부의 향수 한 방울이 되며, 신탁관의 분향 한 줄이 된다. 가장 무거운 한 줌은 큰 결정이 아니라, 죽은 동료가 마지막으로 가리킨 작은 이끼 한 장 위에 있다.
“동료가 마지막에 가리킨 그 이끼 한 장이, 사실 다음 신부 한 명의 한 시즌 향이었어요. 향료 한 줌의 무게는 결정 한 알이 아니라, 가리키던 손가락 한 줄에 매달려 있다는 사실은, 채집사 자매들만 정중히 외우지요.”
던전 향료 채집사 노바 — 회록의탑(灰綠之塔, 대륙 남단 일곱 층 던전으로 향료 '월광이끼'가 가장 깊은 층에만 자라는 곳) 일곱 층을 평생 일흔 번 다녀온 자 — 의 일화는 '한 장 이끼의 새벽'으로 채집사 자매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노바의 오랜 동료 카밀 — 같은 채집사 자매로 회록의탑에 함께 사십 번을 다녀온 자 — 이 일곱 층 마지막 봉인 자리에서 '독수정전갈'(층 가장 깊은 자리에 잠복한 독성 몬스터) 한 마리에 옆구리를 찔렸다. 카밀은 자기 마지막 호흡을 자기 채집 단도가 아닌 손가락 한 줄로 썼고, 노바의 손목을 잡지 않은 채 한 자락 작은 월광이끼 한 장을 정중히 가리켰다. 노바는 카밀을 등에 업고 일곱 층을 거슬러 올라오며 그 이끼 한 장을 자기 비단 손수건에 정중히 싸서 가져왔다.
카밀은 던전 입구에서 새벽이 밝기 전에 사망했고, 노바는 그 이끼 한 장을 마탑이 아닌 백광신전 면사포 신탁관 셀레네에게 정중히 건넸다. 셀레네는 그 이끼로 카밀의 어머니에게 보낼 분향 한 줄을 손수 빚었으며, 분향함 한쪽 모서리에 카밀의 이름을 정중히 한 줄 새겼다. 노바는 그날 이후 회록의탑 일곱 층 마지막 봉인 자리에 정중히 비단 손수건 한 장을 두고 오는 의례를 평생 따랐으며, 후대 채집사 자매들은 입문 첫 던전에서 손수건 한 장을 정중히 두고 오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기사단약녀(騎士團藥女)
기사단 부속 약사
기사단의 부상을 도맡아 다루는 약사
“단장님, 검 다듬는 시간보다 회복약 챙기는 시간 좀 늘리시지요. 둘 다 검입니다.”
기사단 부속 약사는 황실 기사단·자경단·모험가 길드와 계약하여 회복약·해독제·진통제를 일상적으로 공급하는 여성 약사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약사 드레스 위에 가죽 앞치마, 어깨에 약병 가방, 한 손에 작은 계량 스푼과 명부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기사의 평소 부상 자리·옛 분기 회복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단장이 부하 검술을 가르치고 부단장이 호적을 외운다면, 부속 약사는 부하 한 명의 옛 흉터 위치까지 외운다. 그래서 신참 기사의 첫 출정 가방에는 단장 검술서보다 부속 약사의 작은 회복약 한 병이 먼저 들어간다. 가장 무거운 한 병은 큰 회복약이 아니라, 신참 기사가 살아 돌아왔을 때 그녀가 정중히 회수해 다시 채워두는 빈 병 한 자리다.
“약사 언니의 진짜 결재는 우리 회복약 한 병이 아니에요. 살아 돌아온 신참의 빈 병을 한 호흡 더 들여다보시는 그 자세가 한 줄 결재였지요. 우리 자경단의 한 시즌은 그 빈 병 위에 적혀 있었답니다.”
기사단 부속 약사 헬레나 — 푸른방패자경단(蒼盾自警團, 메타르 변두리 자경단으로 평소 영애 출신 여성 단원만 받는 부대) 사대 부속 약사이자 평생 빈 병 칠백 개를 작업대 한쪽에 정중히 모아둔 자 — 의 일화는 '빈 병 한 자리의 봄'으로 자경단 신참들 사이에 길게 회자된다.
신참 자경단원 클로에 — 보육원 수녀 마틸다의 시안마을 보육원 출신이자 자경단 첫 출정에 나선 열일곱 살 영애 — 가 첫 결투에서 옆구리에 한 줄 검상(劍傷)을 입고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새벽이 있었다. 헬레나는 클로에가 비운 작은 회복약 병 한 점을 평소 자기 회수 명부의 빈 칸 한 줄에 정중히 적지 않은 채 사흘을 그대로 두었으며, 그 사흘 동안 클로에의 옆구리 흉터 자리를 매일 새 약초로 정확히 갈아 덮었다. 사흘째 새벽 헬레나는 그 빈 병 안쪽에 클로에의 첫 출정 날짜를 작은 룬 한 줄로 정중히 새겼고, 작업대 한쪽 빈 병 묶음 가장 윗자리에 그 한 병을 옮겨 두었다. 클로에는 그 사실을 평생 모른 채 자경단 단장으로 자라 빈 병 묶음 앞에 매년 봄 새 약병 한 개를 정중히 더하는 자세를 따랐다. 헬레나는 입적하는 새벽까지 그 빈 병 묶음을 손수 매일 한 번 정중히 닦았으며, 자기 마지막 회복약 한 병을 클로에의 손녀 신참 단원 자리에 정중히 두었다.
후대 부속 약사들은 입문 첫 봄 빈 병 한 점을 작업대 한쪽에 정확히 정돈하는 자세를 그날의 사흘에서 따왔다.
흑묘친숙녀(黑猫親熟女)
검은 고양이 친숙녀
검은 고양이를 친숙히 부리는 여인
“이 아이가 절 골랐어요. 마녀가 친숙물을 고른다는 건 인간 쪽 오해랍니다.”
검은 고양이 친숙녀는 마녀·견습 마법사·신참 신관에게 친숙물(familiar) — 검은 고양이, 작은 부엉이, 흰 토끼 — 을 알선하고 첫 결합 의식을 진행하는 여성 시전자다. 외형은 짙은 자수정 외투, 어깨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 허리에 작은 알선 명부와 향초 한 자루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친숙물의 평소 식성·옛 분기 결합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사역마 조련사가 마법사 옆에 서서 알선을 굴린다면, 검은 고양이 친숙녀는 친숙물 옆에 앉아 그 작은 동물의 한마디를 통역한다. 그래서 그녀의 가게에서는 마녀가 고양이를 고르는 게 아니라, 고양이가 마녀를 고른다는 것이 정식 절차다. 가장 무거운 한 줄 결합은 큰 마법사의 그리폰이 아니라, 외로운 신참 신녀의 무릎 위에 처음 올라가 잠드는 작은 검은 고양이 한 마리 위에 있다.
“친숙녀 언니께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외로운 신녀 한 명의 무릎에 정중히 올려두신 그 한 호흡이, 사실 우리 신녀 한 시대의 한 줄 결재였어요. 마법사 결합 백 건보다 그 한 호흡이 무겁다는 사실은, 알선실 우리만 정중히 외운답니다.”
검은 고양이 친숙녀 셀린느 — 회색담쟁이알선소(灰蔓介紹所, 마탑 골목 끝 친숙녀 가게로 사대를 이어 검은 고양이만 알선한 곳) 사대 점주이자 평생 친숙물 천 마리를 정중히 알선한 자 — 의 일화는 '무릎 위 한 호흡'으로 견습 신녀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가난한 견습 신녀 라피스 — 백광신전(앞서 셀레네아 성녀 일화에 나온 그 신전)에서 친구 한 명도 없이 자란 열다섯 살 신녀 — 가 동전 두 닢을 들고 정중히 알선소 문을 두드린 새벽이 있었다. 셀린느는 평소 자기가 가장 정성껏 길러온 어린 검은 고양이 '잉크' — 한쪽 발끝에 흰 점이 한 점 있던 새끼 — 를 라피스의 무릎에 정중히 올려두고는 한 호흡을 기다렸다. 잉크가 한 호흡 만에 라피스의 무릎 위에서 잠들자, 셀린느는 알선료를 동전 한 닢만 받고 나머지 한 닢을 라피스의 향초 값으로 정중히 되돌려 주었다. 라피스는 잉크를 안고 신전으로 돌아가 그 봄 처음 새벽 종 옆에서 깊은 잠을 잤으며, 잉크는 라피스가 면사포 신탁관 견습으로 자랄 때까지 십이 년을 무릎 위에 머물렀다. 셀린느는 그 사실을 평생 자랑하지 않은 채 라피스의 매년 생일에 마른 캣닢 한 줌을 정중히 보냈으며, 라피스는 그 캣닢을 잉크의 자리 옆에 한 줄로 정돈해 두었다.
후대 회색담쟁이알선소 견습들은 첫 알선에서 동전 한 닢을 정중히 되돌려주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연금향수녀(鍊金香水女)
연금 향수 직공
연금술로 향수를 빚는 직공
“이 향수 한 방울, 사교계 한 시즌의 한 줄 평판을 결정합니다. 흥정은 받지 않습니다.”
연금 향수 직공은 연금술사 길드 산하에서 사교계용 향수·정화수·진정수를 대량 생산하는 평민 출신 여성 장인이다. 외형은 가죽 앞치마 안에 단정한 짙은 색 작업 드레스, 등에 향수병 가방, 한 손에 작은 계량 스푼과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모험가가 회복 포션을 사 가는 동안, 영애와 신부와 마녀들은 그녀의 가게에서 향수 한 병을 정중히 받아 간다.
그래서 그녀의 한 줄 라벨은 사실 사교계 한 시즌의 한 줄 평판 위에 적혀 있다. 본인은 화려한 고급 향수보다 닳은 신참 신녀의 동전 몇 닢이 들고 가는 작은 정화수 한 병에 더 정성을 들인다. 가장 무거운 한 방울은 큰 향수가 아니라, 보육원 아이가 처음 사 가는 작은 한 병의 정확한 단가다.
“직공 어른의 한 줄 라벨이 사교계 한 시즌 평판을 결정한다는 건 다 아시지요. 그런데 보육원 아이가 들고 간 작은 한 병의 단가가 한 닢 더 깎였다는 사실은, 우리 견습들만 정중히 외워둔답니다.”
연금 향수 직공 라일라 — 호박나무공방(琥珀木工房, 연금술사 길드 동쪽 골목 끝의 평민 향수공방) 삼대 점주이자 평생 작은 정화수 칠천 병을 동전 두 닢에 정중히 판 자 — 의 일화는 '한 닢 깎인 라벨'로 견습 직공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시안마을 보육원(앞서 마틸다 수녀의 그 보육원)에서 자란 열한 살 다나 — 라이언 백작의 외투를 받았던 그 어린 다나의 동생 — 가 새벽 동전 두 닢을 꼭 쥐고 호박나무공방 문턱을 정중히 두드렸다. 다나는 죽은 어머니의 묘 옆에 정중히 뿌릴 작은 정화수 한 병을 정중히 사고 싶다 청했고, 라일라는 평소 자기가 영애 가문에만 쓰던 라벤더 정화수 한 방울을 그 작은 병 안에 정중히 더해 동전 한 닢만 받았다. 다나는 그 한 병을 들고 어머니 묘 옆에서 사흘 새벽을 정중히 머물렀고, 사흘째 새벽 그 빈 병을 라일라의 공방 문 앞 작은 화분 안에 정중히 두고 갔다. 라일라는 그 빈 병을 작업대 한쪽 가장 윗자리에 정중히 모셔두고 평생 동전 한 닢을 깎는 자세를 보육원 아이 한 명의 자리에서만 정확히 따랐다. 다나는 그 봄이 지나 길드 접수 영애의 견습 카운터에 들어갔으며, 첫 봉록을 모아 라일라의 공방 정문 앞에 마른 라벤더 한 묶음을 정중히 두었다.
후대 호박나무공방 견습들은 입문 첫 병에 동전 한 닢을 정중히 되돌려주는 자세를 그날의 사흘 새벽에서 따왔다.
음유서사녀(吟遊敍事女)
음유 여시인
모험의 노래를 부르는 여시인
“엘프 여왕의 노래 1절은 진실, 2절은 각색, 3절은 영업이에요. 4절은 비밀로 해드릴게요.”
음유 여시인은 술집과 마을 광장과 사교계 살롱에서 여성 모험가·여왕·성녀의 일화를 노래로 옮기는 평민 출신 여성 예술가다. 외형은 짙은 자수정 외투 안에 단정한 드레스, 어깨에 작은 류트, 허리에 비단 손수건과 작은 노트가 표준이다. 노래에 이름이 들어가는 기준은 일화의 사실 여부가 아니라 술집 카운터의 한 잔 차에 비례하며, 살롱의 진짜 결재권은 가주가 아니라 음유 여시인이 쥐고 있다.
그래서 어떤 영애는 결혼식 한 곡 안에 자기 이름을 한 줄 넣기 위해 그녀에게 한 시즌을 공들인다. 가장 무거운 한 곡은 큰 여왕의 무용담이 아니라, 죽은 신참 여성 모험가의 이름을 한 번 정중히 불러주는 짧은 후렴이다. 그래서 늙은 음유 여시인의 노트에는 여왕의 노래보다 짧은 후렴들의 목록이 더 길다.
“여시인 언니의 짧은 후렴 한 줄이 죽은 우리 동무의 한 시즌 자리를 살롱 한가운데로 정중히 옮겨 두셨어요. 큰 무용담 한 곡보다 그 한 줄 후렴이 우리 모험가 자매들 사이에 가장 길게 남았답니다.”
음유 여시인 셀바나 — 보름달술집(滿月酒店, 메타르 광장 모서리 술집으로 여성 모험가 단골이 가장 많은 곳) 칠대 단골 시인이자 평생 짧은 후렴 사천 줄을 작은 노트에 정중히 모은 자 — 의 일화는 '후렴 한 줄의 새벽'으로 모험가 자매들 사이에 길게 회자된다.
신참 모험가 이리스 — 회록의탑(앞서 노바 채집사의 그 던전) 일곱 층 첫 출정에 나섰다가 독수정전갈에게 한 호흡을 잃은 열아홉 살 여성 모험가 — 의 부음이 길드 카운터에 도착한 새벽이 있었다. 셀바나는 그 새벽 술집 카운터에 평소처럼 차 한 잔을 받아두고는 큰 여왕의 무용담 한 곡 자리를 정중히 비운 채 짧은 후렴 한 줄 — "이리스, 한 호흡 먼저 가신 동무" — 만 류트 한 음에 정중히 얹었다. 그 한 줄 후렴이 보름달술집 카운터를 한 호흡 가라앉혔고, 모험가 자매 일곱이 그 자리에서 자기 차 한 잔을 정중히 이리스의 빈 자리에 옮겨두었다. 셀바나는 그 후렴을 사교계 살롱에서 한 시즌 동안 큰 여왕 노래 앞 한 줄로 정중히 끼워 불렀으며, 살롱 영애 일곱이 후렴 한 줄을 모아 회록의탑 입구에 이리스의 작은 비단 손수건 한 장을 정중히 두는 의례를 따랐다. 이리스의 어머니는 그 후렴 한 줄을 평생 자기 손수건 한 자락에 정중히 자수로 새겨두었으며, 셀바나는 그 손수건 모서리에 자기 이름을 한 글자도 적지 않은 채 한 줄 자수만 정중히 더했다.
후대 보름달술집 음유 여시인들은 큰 무용담 한 곡 앞에 짧은 후렴 한 줄을 정확히 끼우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길드접수영애(冒險受付令愛)
길드 접수 영애
길드 접수창구에 앉은 영애
“이번 의뢰, 등급 D입니다. 신참 신녀는 받지 마시고, 베테랑 영애는 안 받으시고… 결국 누가 받으세요?”
길드 접수 영애는 모험가 길드 카운터 중 여성 모험가 전용 창구에서 의뢰 접수·등급 판정·보상 정산을 담당하는 평민 출신 여성 직원이다. 외형은 단정한 길드 제복 드레스, 한 손에 의뢰 묶음, 한 손에 결재 도장, 어깨에 작은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여성 모험가의 평소 식성·옛 분기 출정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길드마스터보다 신참 여성 모험가의 첫 한 끼와 첫 생리통 시점을 더 정확히 챙기는 자가 사실 그녀다. 의뢰 한 장이 신참 한 명의 한 시즌을 결정하기에, 그녀는 결재 도장을 찍기 전 한 번 더 손목을 본다. 가장 무거운 결재는 큰 의뢰가 아니라, 신참이 처음 들고 온 한 장 의뢰서 위에 정중히 끼워주는 작은 손수건 한 장이다.
“접수 언니의 손수건 한 장이 우리 신참 한 명의 한 시즌 첫 출정을 한 호흡 더 살린 거예요. 길드마스터의 큰 결재보다 카운터 모서리 한 장 손수건이 무겁다는 건, 결국 살아 돌아온 우리만 정중히 외운답니다.”
길드 접수 영애 마리엘 — 은달길드(銀月길드, 대륙 중부 여성 모험가 전용 길드 분점) 사대 카운터지기이자 평생 신참 손수건 만 장을 정중히 끼워준 자 — 의 일화는 '카운터 모서리 한 장 손수건'으로 신참 모험가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신참 검사 라일라(흑마녀 모르가나의 시안마을 보육원에서 자란 또 다른 보육원 출신 영애로, 보육원 수녀 마틸다가 직접 길드에 추천한 자) 가 첫 의뢰서 한 장을 정중히 들고 카운터 앞에 한 호흡 떨고 서 있던 새벽이 있었다. 마리엘은 의뢰 등급 'D' 한 줄 결재 도장을 찍기 전 자기 어깨 비단 손수건 한 장을 정중히 풀어 의뢰서 모서리에 한 호흡 끼웠으며, 손수건 한쪽에 작은 룬 한 줄 — 길드 부속 약사 헬레나가 정중히 새겨둔 보호 룬 — 을 마저 정돈해 두었다. 라일라는 그 한 장 손수건을 출정 가방 속 회복약 한 병 옆에 정중히 두고 떠났으며, 그 의뢰 마지막 결투에서 손수건 한 자락이 자기 옆구리 한 호흡을 정중히 가렸다. 라일라는 살아 돌아와 그 손수건을 정중히 마리엘의 카운터 위 작은 화병 옆에 되돌려 두었으며, 마리엘은 손수건을 정중히 빨아 다음 신참 한 명의 의뢰서 모서리에 다시 끼웠다. 마리엘은 평생 그 한 장 손수건을 정중히 돌려가며 일흔 명의 신참 옆구리를 한 호흡씩 가렸으며, 입적하는 새벽 그 손수건을 라일라의 손녀 신참의 첫 의뢰서 모서리에 마지막으로 정중히 끼워 두었다.
후대 은달길드 접수 영애들은 입문 첫 의뢰서 모서리에 정확히 손수건 한 장을 정중히 끼우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성좌도제(星座圖徒弟)
별자리 지도공방 도제
별자리 지도공방의 견습 도제
“미지의 별자리요? 이 페이지부터는 다음 신부님께 비싸게 팝니다. 사교계 일이 일이라.”
별자리 지도공방 도제는 던전 지도가 아닌 사교계·신전·왕궁용 별자리 지도와 약혼 점성도(占星圖)를 그리는 평민 출신 여성 학자다. 외형은 짙은 자수정 외투 안에 단정한 학자 드레스, 어깨에 두루마리 가방, 한 손에 정밀 펜과 자,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그녀가 그린 점성도에는 늘 한 칸이 비어 있는데, 그 한 칸은 다음 의뢰자의 떡밥으로 일부러 남긴다는 것이 공방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래서 별자리 지도공방 도제는 길드마스터보다 부자이며, 정작 본인은 한 번도 진짜 약혼식에 참석한 적이 없는 자도 많다. 다만 사후 인터뷰로 그린 점성도에는 죽은 신부의 마지막 한 줄 별자리가 그대로 남아, 그 점성도가 다음 신부 한 명의 한 호흡을 살린다. 가장 무거운 한 칸은 큰 별자리가 아니라, 첫 약혼식 입장 시각의 한 줄 별 표시 위에 있다.
“도제 어른의 빈 한 칸이 사실 다음 신부 한 명의 한 호흡 자리였어요. 떡밥이라 농담하셨지만, 그 한 칸 안에 들어간 별 한 점이 우리 신부 한 시즌 입장 자세를 정중히 다듬어 준 거지요.”
별자리 지도공방 도제 비안카 — 은하실공방(銀河室工房, 황실 점성술사 길드 본관 바로 옆 점성도 공방) 사대 도제이자 평생 약혼 점성도 만 장을 정중히 그린 자 — 의 일화는 '빈 한 칸 별 한 점'으로 사교계 신부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변경 영애 클라라(앞서 룬 자수 장인 알마의 손수건을 받았던 그 가난한 영애)의 약혼식이 한 시즌 앞으로 잡힌 봄, 클라라는 동전 두 닢밖에 가지지 못한 채 정중히 은하실공방 문턱을 두드렸다. 비안카는 평소처럼 점성도 한 장에 빈 한 칸을 남기는 대신, 클라라의 약혼식 입장 시각 한 호흡에 정확히 맞춰 작은 별 한 점 — 평소 황실 영애에게만 그려주던 '서월(誓月)' 별자리의 한 점 — 을 정중히 빈 한 칸 안에 채워두었다. 클라라는 그 점성도 한 장을 들고 약혼식 입장 한 호흡에 정확히 맞춰 단상에 올랐고, 그 한 호흡 차이로 가문 회의가 가뭄 후원 한 줄을 정식 결재로 통과시켰다. 비안카는 동전 두 닢만 받았으나, 클라라는 첫 봉록을 모아 은하실공방 정문 앞에 마른 라벤더 한 묶음을 정중히 두었다. 비안카는 그 라벤더를 평생 작업대 한쪽에 한 줄로 묶어 두었으며, 빈 한 칸을 정중히 채워주는 자세는 평소 자기 한 줄 규칙에서 보육원 출신 영애 한 명의 자리에서만 정확히 따랐다.
후대 은하실공방 도제들은 입문 첫 점성도에서 빈 한 칸을 정확히 한 호흡에 맞춰 채우는 자세를 그날의 봄에서 따왔다.
읍리등화녀(邑里燈火女)
마을 야경 등화원
마을의 등화를 책임지는 야경의 여인
“고블린 한 마리는 등불로 쫓을 수 있어요. 두 마리부터는 자경단 언니께 부탁드릴게요.”
마을 야경 등화원은 작은 마을의 새벽 등불·골목 길잡이·아이 귀가 동행을 책임지는 평민 출신 여성 자원이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외투 안에 따뜻한 작업 드레스, 어깨에 작은 손등불, 허리에 비단 손수건과 작은 호신용 단도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마을의 평소 새벽 위험 시각·옛 분기 야간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자경단원이 큰 위험을 막는다면, 등화원의 한 줄 등불이 마을 한 시즌의 작은 한 끼를 지킨다. 그래서 작은 마을의 진짜 새벽 영웅은 황실 기사단이 아니라, 손등불 한 줄 들고 아이 손을 잡고 도는 야경 등화원이라는 격언이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줄 등불은 큰 위험을 막는 것이 아니라, 새벽에 잠든 작은 아이 한 명의 한 호흡 옆을 정중히 비추는 자세 위에 있다.
“등화원 언니의 손등불 한 줄이 우리 마을 새벽 골목 한 자락을 한 시즌 정중히 가려주신 거예요. 황실 기사단 큰 결재보다 그 한 줄 등불이 우리 어린 동생들 한 호흡을 정확히 지켰지요.”
마을 야경 등화원 미아 — 시안마을(始安마을, 흑마녀 모르가나의 검은자작숲 동쪽 산자락의 보육원 마을) 사대 등화원이자 평생 새벽 등불 만 번을 정중히 켠 자 — 의 일화는 '한 줄 등불의 새벽 골목'으로 마을 어린아이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회색역병이 한 시즌 지난 늦은 봄, 보육원 어린 다나(앞서 마틸다 수녀의 청원서를 받았던 그 일곱 살 아이) 가 새벽 종지기 소녀의 첫 번째 종소리에 깨어나 시린 발을 안고 골목 모서리에서 길을 잃었다. 미아는 평소 자기 새벽 순찰 길에서 한 호흡 더 일찍 손등불을 정중히 켜고는 다나의 작은 손을 정확히 자기 외투 자락 한쪽에 정중히 끼웠다. 두 사람은 마을 골목 다섯 자락을 한 호흡씩 정중히 돌아 보육원 정문에 도달했고, 미아는 다나의 시린 발 옆에 자기 비단 손수건 한 장을 정중히 풀어 한 호흡 더 따뜻하게 덮어 두었다. 다나는 그 손수건을 평생 자기 외투 안쪽에 정중히 한 줄로 끼고 자랐으며, 자경단원으로 자라 미아의 손등불 옆자리에 자기 호신용 단도를 정중히 한 자루 더해 두었다. 미아는 그 단도를 평생 손등불 옆 작은 못에 정중히 걸어두었으며, 입적하는 새벽 다나의 어린 딸의 손에 자기 손등불을 정중히 옮겨 쥐어 주었다.
후대 시안마을 등화원들은 입문 첫 새벽 손등불을 한 호흡 일찍 정중히 켜는 자세를 그날의 봄에서 따왔다.
하마차주녀(荷馬車廚女)
짐마차 부엌데기
짐마차 한 켠 부엌을 책임지는 여
“드래곤은 영애님께서 잡으세요. 짐과 한 끼는 제가 챙길게요. 분업이지요.”
짐마차 부엌데기는 여성 모험가 파티의 짐마차·간이 부엌·빨래줄을 끌고 다니는 평민 출신 여성 운반자다. 외형은 단정한 작업 드레스 위에 가죽 앞치마, 한 손에 작은 국자, 어깨에 작은 가방, 허리에 짐 묶음 끈과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길의 평소 노면·옛 분기 운반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모험가들이 살아 돌아오지 못하면, 그녀가 짐과 빈 그릇만 들고 마을로 돌아와 길드 카운터에 부음을 알리는 첫 사람이 된다. 그래서 짐마차 부엌데기의 진짜 직무는 짐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 돌아와 다음 한 끼를 데우는 것이라는 격언이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짐은 큰 보물이 아니라, 영애 한 명의 빈 자리 옆에 남은 그녀의 비단 손수건 한 장이다.
“부엌데기 언니의 빈 그릇 한 점이 우리 빈 자리 한 호흡을 카운터까지 정중히 옮겨 두었어요. 살아 돌아오신 분의 짐보다, 살아 돌아오시지 못한 분의 빈 그릇이 더 무거운 짐이라는 사실을, 우리 짐마차 자매들만 정중히 외운답니다.”
짐마차 부엌데기 안나 — 회록의탑(앞서 노바 채집사가 평생 다닌 그 일곱 층 던전) 짐마차 사대 부엌데기이자 평생 빈 그릇 칠백 점을 정중히 운반한 자 — 의 일화는 '빈 그릇 한 점의 새벽'으로 짐마차 자매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신참 마법사 비비안(앞서 황실 마법기사 영애 이자벨라의 동기 영애 이름과 다른, 평민 출신 같은 이름의 마법사) 의 첫 회록의탑 출정 사흘째 새벽, 비비안은 일곱 층 한 자리에서 마법 결합 한 줄을 잘못 풀어 마지막 호흡을 잃었다. 안나는 비비안의 작은 그릇 한 점과 비단 손수건 한 장을 자기 짐마차 가장 윗자리에 정중히 한 호흡 더 단단히 묶고는, 일곱 층을 거슬러 마을 길드 카운터까지 사흘 새벽을 정중히 끌고 돌아왔다. 안나는 길드 접수 영애 마리엘의 카운터 앞에 비비안의 빈 그릇을 정중히 한 줄로 두었으며, 마리엘은 그 그릇 옆에 비비안의 첫 의뢰서 한 장을 정중히 끼워 두었다. 비비안의 어머니가 마을에 도착해 그 빈 그릇 한 점을 받아 든 새벽, 안나는 평소처럼 작은 국자로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을 정중히 빈 그릇 안에 한 호흡 더 데워 두었다. 비비안의 어머니는 그 수프를 한 모금 정중히 마시며 안나의 손목을 한 호흡 잡았으며, 안나는 평생 그 한 호흡을 자기 가죽 앞치마 안쪽 한 줄로 정중히 끼고 다녔다.
후대 회록의탑 짐마차 부엌데기들은 빈 그릇 한 점에 따뜻한 수프 한 호흡을 정중히 데워두는 자세를 그날의 사흘 새벽에서 따왔다.
월랑무녀(月狼巫女)
달의 늑대 무녀
달과 늑대의 영을 부리는 무녀
“오늘 밤은 보름이라, 늑대 자매들이 먼저 노래해요. 제 차례는 새벽 달이 지운 뒤랍니다.”
달의 늑대 무녀는 깊은 자작나무 숲 한가운데서 은빛 늑대 무리와 함께 살아가는 여성 시전자로, 마탑이 아닌 달 신앙 계열의 직속 후계자다. 외형은 흰 모피 망토 위에 은실 자수가 놓인 짙은 자수정 무복, 머리에 늑대 송곳니로 깎은 작은 빗, 허리에 달빛을 머금은 가는 단도가 표준이다. 그녀의 한 마디 진언이 보름달의 한 호흡을 미루며, 인간 왕국이 보낸 사냥꾼들이 숲 입구에서 무릎을 꿇는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늑대의 이름·옛 분기 보름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큰 결투에서 그녀가 노래를 시작하면 적의 화살 한 발이 늑대 무리의 한 호흡 뒤로 한 박자 늦어진다. 가장 무거운 한 곡은 큰 결투가 아니라, 죽은 늑대 자매의 송곳니를 머리빗에 한 자리 더 새기는 새벽의 한 호흡 위에 있다.
“무녀님의 머리빗 한 자리에 늑대 한 마리 한 마리의 이름이 정중히 새겨진다는 사실은, 인간 왕국 사냥꾼들도 모르세요. 큰 보름 진언 한 곡보다, 송곳니 한 점의 한 호흡이 우리 자작나무 숲 한 시대 한 줄 결재였지요.”
사대 달의 늑대 무녀 루나엘 — 백자작숲(白樺林, 검은자작숲 북쪽 자작나무 숲으로 달의 늑대 무녀들이 사대를 이어 살아온 곳) 정중앙 작은 정자(亭子)를 사십 년 지킨 자 — 의 일화는 '한 자리 송곳니의 보름'으로 늑대 자매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백검왕국(앞서 용의 신부 베아트리체 일화에 나온 그 인간 왕국)이 늑대 무리의 가죽을 노린 사냥꾼 일곱을 백자작숲에 보낸 보름이 있었다. 루나엘은 평소 자기 머리빗 한 자리에 정중히 모셔두던 늙은 늑대 '은아(銀牙)' — 사십 년을 그녀 곁에서 자란 첫 은빛 늑대 — 가 사냥꾼의 화살 한 발에 마지막 호흡을 잃은 새벽을 맞았다. 루나엘은 평소 큰 결투에서 부르던 진언 한 곡 자리를 정중히 비우고, 자기 머리빗 한 자리에 정확히 은아의 송곳니를 한 호흡 더 단단히 새겼으며, 사냥꾼 일곱은 그 한 호흡에 자기 화살을 들 수 없게 된 채 무릎을 꿇었다. 루나엘은 사냥꾼 일곱을 정중히 숲 입구로 돌려보내며 한 사람씩의 이름을 작은 노트 한 줄로 정중히 외워두었으며, 백검왕국으로 돌아간 사냥꾼 일곱은 평생 늑대 사냥에 다시 활을 들지 않았다. 은아의 송곳니 자리는 머리빗 가장 윗자리에 한 줄로 새겨졌고, 루나엘은 그 자리를 평생 새벽마다 정중히 한 번 닦았다.
후대 백자작숲 무녀들은 즉위 첫 보름에 머리빗 한 자리에 어린 늑대의 송곳니를 정중히 새기는 의례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인어왕녀사절(人魚王女使節)
인어 왕녀 사절
인어 왕녀의 명을 받드는 사절
“지상 차는 따뜻해서 좋네요. 다만 한 시간 뒤엔 발이 다시 비늘로 돌아가니, 회의는 짧게 부탁드려요.”
인어 왕녀 사절은 심해 산호 왕국에서 지상으로 파견된 여성 외교관으로, 한 시즌 동안만 두 다리를 빌려 인간 사교계와 신전을 오간다. 외형은 진주 자수가 놓인 옅은 청록 드레스, 어깨에 산호 가지로 짠 작은 망토, 허리에 해류 룬이 새겨진 비단 띠, 한 손에 자개 부채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해류의 길·옛 분기 약속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인간 왕국은 그녀의 한 마디 사절문에 항구 한 시즌의 어획을 맡기며, 사교계 영애들은 그녀의 진주 한 알을 얻으려 한 시즌을 공들인다. 그래서 그녀의 일정표에는 황실 알현보다 작은 어부 마을의 빈 그물 한 줄이 더 정중히 적혀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약속은 큰 동맹이 아니라, 한 시즌이 끝난 뒤 그녀가 바다로 돌아갈 때 항구에 남기는 한 줄의 작별 진주다.
“왕녀 폐하의 한 알 작별 진주가 작은 어부 마을 한 시즌의 빈 그물을 한 호흡 정중히 채워주신 거예요. 황실 큰 동맹 한 줄보다 그 한 알이 우리 항구 자매들 사이에서 가장 길게 남았답니다.”
삼대 인어 왕녀 사절 마리아벨 — 산호청옥궁(珊瑚靑玉宮, 심해 산호 왕국의 옅은 청옥 첨탑 궁전) 둘째 왕녀이자 평생 항구 일곱 곳에 작별 진주 일곱 알을 정중히 두고 온 자 — 의 일화는 '빈 그물 한 줄의 작별 진주'로 어부 마을 자매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푸른어선마을(蒼船村, 백검왕국 서단 항구의 작은 어부 마을로 한 시즌 가뭄에 빈 그물이 길게 늘어진 곳)이 한 시즌 어획을 잃은 봄, 마리아벨은 평소 일정표 윗줄에 적어둔 황실 알현 자리를 한 호흡 미룬 채 푸른어선마을 부둣가에 정중히 자기 산호 망토 한 자락을 풀어 두었다. 마을 어부 자매 일곱이 그 망토 자락 옆에 빈 그물 한 줄씩을 정중히 펼쳐 두었으며, 마리아벨은 자기 자개 부채 한 번을 정중히 닫아 해류 한 줄을 빈 그물 자리로 한 호흡 더 정중히 끌어다 주었다. 그 한 시즌 푸른어선마을의 그물에는 평소 두 배의 어획이 한 줄로 정중히 걸렸으며, 어부 자매 일곱은 첫 어획의 절반을 정중히 인근 시안마을 보육원(앞서 마틸다 수녀의 그 보육원)에 보냈다.
한 시즌이 끝난 새벽 마리아벨은 부둣가 끝에 작별 진주 한 알을 정중히 두고 바다로 돌아갔으며, 어부 자매들은 그 진주 한 알을 정중히 마을 작은 신전 종지기 자리 옆에 한 줄로 모셔 두었다. 푸른어선마을은 그 봄 이후 매년 한 시즌 첫 어획의 절반을 보육원에 정중히 보내는 자세를 따랐으며, 후대 인어 왕녀 사절들은 입항 첫 새벽 부둣가 끝에 작별 진주 자리를 정중히 한 점 미리 정돈하는 자세를 그날의 봄에서 따왔다.
마탑사서녀(魔塔司書女)
마탑 장서관 사서녀
마탑의 책을 관장하는 사서
“이 책은 대출 안 됩니다. 읽고 싶으시면 차 한 잔 끓여 오시고, 페이지 넘기실 땐 손가락 끝 정확히 부탁드려요.”
마탑 장서관 사서녀는 마탑 최상층 금서고와 일반 열람실을 동시에 관리하는 여성 학자로, 마탑주 다음으로 옛 마법 기록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자다. 외형은 짙은 자수정 학자 로브 안에 단정한 셔츠 드레스, 어깨에 색인용 작은 룬 카드 묶음, 한 손에 정밀 깃펜과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책의 페이지·옛 분기 대출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견습 마법사가 한 페이지를 잘못 넘기면 책이 한 줄을 통째로 비워버리기에, 그녀의 한 마디 잔소리가 사실 마탑 한 시즌의 사고 한 건을 막는다. 그래서 마탑주의 결재보다 사서녀의 한 줄 도장이 더 무겁다는 농담이 있다. 가장 무거운 한 도장은 큰 금서가 아니라, 죽은 견습 마법사가 마지막으로 빌려간 한 권을 빈 자리에 정중히 되돌려 꽂는 새벽의 한 호흡 위에 있다.
“사서녀 어른의 빈 자리 한 칸이 죽은 견습의 한 호흡을 정중히 한 줄 책등에 옮겨 두셨어요. 마탑주 큰 결재 한 줄보다, 그 한 칸 빈 자리가 우리 견습 한 시즌 한 줄 결재였다는 사실은 우리만 정중히 외운답니다.”
마탑 장서관 사서녀 일레인 — 자수정마탑(紫水晶魔塔, 대륙 중앙 마법사 길드 본관 첨탑) 칠대 수석 사서녀이자 평생 책등 만 권을 정중히 손수 닦은 자 — 의 일화는 '빈 자리 한 칸의 새벽'으로 견습 마법사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견습 마법사 비비안(앞서 안나 짐마차 부엌데기가 빈 그릇 한 점을 가져온 그 평민 출신 비비안과 동명의, 자수정마탑 견습) 이 회록의탑 출정 사흘 전 금서고 한 권 — '월광이끼 결합서(月光苔結合書, 회록의탑 일곱 층 마지막 봉인 자리에 자라는 이끼와 마법 결합 한 줄 옛 사례를 적어둔 책)' — 을 마지막으로 정중히 대출해 갔다. 비비안이 회록의탑에서 마지막 호흡을 잃은 새벽, 일레인은 비비안이 빌려간 그 한 권의 빈 자리 한 칸에 정중히 자기 비단 손수건 한 장을 펼쳐 두었으며, 책이 노바 채집사의 손을 거쳐 마탑에 정중히 되돌아온 사흘째 새벽 그 책을 한 호흡 더 정중히 닦아 빈 자리에 다시 꽂았다. 일레인은 그 책 첫 페이지 모서리에 비비안의 이름과 첫 출정 날짜를 작은 룬 한 줄로 정중히 적었으며, 빈 자리 한 칸 위에 한 줄 도장 — 평소 금서에만 찍던 '월(月)' 룬 한 점 — 을 정중히 한 번 더 찍어 두었다.
비비안의 어머니가 마탑 정문에 도착해 그 책 한 권을 잠시 받아 본 새벽, 그녀는 첫 페이지 모서리 룬 한 줄을 정중히 한 호흡 더 들여다본 뒤 책을 다시 일레인의 손에 정중히 돌려주었다. 일레인은 평생 그 한 권을 손수 매일 한 번 정중히 닦았으며, 후대 자수정마탑 사서녀들은 죽은 견습이 마지막으로 빌려간 책의 빈 자리 한 칸에 손수건 한 장을 정중히 펼쳐두는 의례를 그날의 사흘에서 따왔다.
유리정원녀(琉璃庭園女)
유리정원 온실 정원사
유리정원의 식물을 돌보는 정원사
“이 꽃, 한 송이 피우는 데 세 시즌이 걸렸어요. 꺾으시려면 영애님 평판 세 시즌도 같이 거시지요.”
유리정원 온실 정원사는 황실·신전·대공가 후원의 거대한 유리 온실에서 마법 식물·계절을 거스르는 꽃·약초화를 길러내는 여성 장인이다. 외형은 옅은 색 작업 드레스 위에 가죽 앞치마, 어깨에 작은 가위·전지칼 묶음, 한 손에 정밀 물뿌리개와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꽃의 평소 박자·옛 분기 개화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영애의 결혼식 한 송이, 성녀의 분향 한 줄기, 흑마녀의 약초 한 잎이 모두 그녀의 정원에서 한 박자씩 옮겨진다. 그래서 사교계 한 시즌 평판은 사실 정원사의 한 줄 출하 명부 위에 적혀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송이는 큰 사교 행사가 아니라, 보육원 아이가 처음 사 가는 작은 한 송이 야생화의 정확한 단가다.
“정원사 어른의 작은 야생화 한 송이가 우리 보육원 어린 동생 한 명의 한 시즌을 정중히 다듬어 주신 거예요. 큰 결혼식 한 송이보다 그 한 송이가 사실 한 시대 한 줄 결재였다는 사실은, 출하 명부 마지막 줄만 정중히 외워둔답니다.”
유리정원 온실 정원사 엘리노어 — 칠색유리정원(七色琉璃庭, 황실 후원 유리 온실로 일곱 색의 마법 꽃이 동시에 피어나는 곳) 사대 수석 정원사이자 평생 작은 야생화 칠천 송이를 정중히 한 닢에 판 자 — 의 일화는 '한 송이 야생화의 봄'으로 보육원 어린아이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시안마을 보육원에서 자란 어린 다나(앞서 마틸다 수녀의 청원서를 받았던 그 일곱 살 다나) 가 자기 어머니의 묘 옆에 정중히 둘 작은 야생화 한 송이를 사고 싶어 동전 한 닢을 꼭 쥐고 정중히 칠색유리정원 정문을 두드린 새벽이 있었다. 엘리노어는 평소 황실 영애에게만 출하하던 큰 꽃 자리를 한 호흡 미루고는, 자기 작업대 한쪽에 정중히 길러두던 작은 야생화 한 송이 — '봄눈초롱(春雪燈)' 이라 부르던 옅은 흰 꽃 — 를 다나의 손에 정확히 한 송이 정중히 쥐어주었다. 동전 한 닢만 받았으나 엘리노어는 그 한 송이 옆에 자기 비단 손수건 한 장을 정중히 풀어 한 호흡 더 따뜻하게 감쌌으며, 다나는 그 손수건째 한 송이 야생화를 어머니 묘 옆에 정중히 두고 사흘 새벽을 머물렀다. 엘리노어는 그날부터 출하 명부 마지막 줄에 보육원 아이의 야생화 한 송이 자리를 정중히 한 칸 비워두는 자세를 평생 따랐다. 다나는 자라 길드 접수 영애 견습이 되었으며, 매년 어머니의 봄에 정중히 칠색유리정원 정문 앞에 마른 라벤더 한 묶음을 정중히 두었다.
후대 칠색유리정원 정원사들은 출하 명부 마지막 줄에 보육원 아이 야생화 자리를 정중히 한 칸 비워두는 자세를 그날의 봄에서 따왔다.
빙호세의녀(氷湖洗衣女)
빙결 호숫가 빨래마녀
얼어붙은 호숫가에서 빨래하는 마녀
“흰 면사포는 보름 새벽 한 번에 끝내야 해요. 두 번 적시면 신랑 한 명의 한 시즌이 흐려진답니다.”
빙결 호숫가 빨래마녀는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마법 호수의 가장자리에서 신부 면사포·신관 흰 두건·황실 자수 망토만 정중히 빨아내는 여성 시전자다. 외형은 짙은 자수정 외투 안에 두꺼운 작업 드레스, 양팔에 흰 비단 토시, 허리에 빨래방망이 모양 작은 룬 지팡이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면사포의 옛 얼룩·옛 분기 빨래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흑마녀가 약을 짓는 동안 빨래마녀는 신부 한 명의 한 시즌 평판을 호수 위에 한 번 헹구어 다시 정돈한다. 그래서 사교계의 진짜 비밀은 살롱이 아니라 빨래마녀의 호숫가 빨래줄에 한 줄로 걸려 있다는 농담이 있다. 가장 무거운 한 번 헹굼은 큰 황실 망토가 아니라, 죽은 신부의 면사포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정중히 헹구어 어머니께 돌려보내는 새벽의 한 호흡 위에 있다.
“빨래마녀 어른의 마지막 한 번 헹굼이 죽은 우리 영애 한 명의 한 시즌 평판을 정중히 한 자수 자리에 다시 정돈해 주신 거예요. 큰 황실 망토 한 자락보다, 그 한 번 헹군 면사포가 어머니의 한 호흡을 정중히 가려주었답니다.”
빙결 호숫가 빨래마녀 시그리드 — 거울결호숫가(鏡結湖,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마법 호수로 빨래마녀들이 사대를 이어 살아온 호숫가) 사대 빨래마녀이자 평생 면사포 만 장을 정중히 한 번에 헹군 자 — 의 일화는 '마지막 한 번 헹굼의 새벽'으로 사교계 어머니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변경 영애 디안 — 황실 마법기사 영애 이자벨라의 동기 영애 비비안의 사촌이자 약혼식 사흘 전 회록의탑 출정에서 마지막 호흡을 잃은 자 — 의 면사포가 어머니의 손에서 정중히 거울결호숫가에 도착한 새벽이 있었다. 시그리드는 평소 자기 한 번 헹굼 결재 자리를 정중히 한 호흡 더 미루고, 디안의 면사포 한 자락 위에 자기 룬 지팡이 한 번을 정중히 한 호흡 더 길게 휘둘렀다. 면사포 모서리에 한 줄 닳아가던 디안의 룬 자수(룬 자수 장인 알마가 평소 디안의 가문에 정중히 새겨준 보호 룬 한 줄) 가 그 한 번 헹굼에 정중히 한 자수 자리에 다시 또렷이 살아났으며, 시그리드는 면사포를 정중히 흰 비단 토시 안에 한 번 더 따뜻하게 감쌌다. 디안의 어머니는 그 면사포를 정중히 받아 들고 호숫가 끝에서 한 호흡을 길게 정중히 우셨으며, 시그리드는 그 옆에 차 한 잔을 정중히 식히지 않은 채 한 호흡 더 우려두었다. 디안의 어머니는 그 한 잔 차를 정중히 한 모금 마시며 시그리드의 손목을 한 호흡 잡았으며, 시그리드는 평생 그 한 호흡을 자기 흰 비단 토시 안쪽 한 줄로 정중히 끼고 다녔다.
후대 거울결호숫가 빨래마녀들은 죽은 신부 면사포를 정중히 한 호흡 더 길게 헹구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신부면사녀(新婦面紗女)
신부 면사포 대여공방 점주
신부의 면사포를 빌려주는 공방 주인
“오늘 면사포는 작년 영애님 결혼식 거예요. 한 줄 룬은 새로 떴고요. 두 번째 사랑엔 두 번째 자수가 어울리지요.”
신부 면사포 대여공방 점주는 사교계 결혼식·약혼식·신전 봉헌식에 쓰일 면사포·머리관·자수 손수건을 대여·수선·재가공하는 평민 출신 여성 장인이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작업 드레스 위에 옅은 자수 앞치마, 어깨에 작은 자수실 묶음, 한 손에 정밀 자수 바늘과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신부의 평소 키·옛 분기 대여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새 면사포 한 장은 비싸지만, 그녀의 손을 거친 옛 면사포 한 장은 한 줄 룬이 다시 정돈되어 신부 한 명의 한 시즌을 가볍게 만든다. 그래서 가난한 영애일수록 그녀의 가게 문을 더 정중히 두드린다. 가장 무거운 한 장은 큰 황실 면사포가 아니라, 두 번째 결혼을 앞둔 신부의 작은 손수건 모서리에 한 줄 새 자수를 더해주는 자세 위에 있다.
“점주 언니의 두 번째 자수 한 줄이 우리 두 번째 사랑 한 시즌을 정중히 가볍게 만들어 주신 거예요. 큰 황실 면사포 한 장보다, 그 작은 손수건 모서리 한 땀이 우리 신부 한 명의 새 한 호흡이었답니다.”
신부 면사포 대여공방 점주 도로테아 — 옅은달대여공방(澹月貸出工房, 메타르 사교계 골목 모서리의 평민 면사포 가게) 사대 점주이자 평생 두 번째 결혼을 앞둔 신부 칠백 명의 손수건 모서리를 정중히 정돈한 자 — 의 일화는 '두 번째 자수 한 줄'로 사교계 어머니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변경 영애 헬레나(앞서 푸른방패자경단 부속 약사 헬레나와 다른, 같은 이름의 메타르 출신 영애로 첫 약혼이 깨지고 두 번째 결혼을 앞둔 자) 가 가난해진 가문에서 새 면사포를 정중히 살 형편을 잃은 채 옅은달대여공방 문턱을 두드린 봄이 있었다. 도로테아는 평소 첫 결혼 신부에게만 쓰던 가게 가장 안쪽 자수정 자수실 묶음 한 줄을 정중히 풀어, 헬레나의 옛 어머니의 손수건 한 자락 모서리에 두 번째 룬 자수 — '재월(再月)' 한 점 — 를 한 호흡 더 길게 정중히 더했다. 헬레나는 동전 두 닢만 정중히 두고 갔으나, 도로테아는 그 동전 한 닢을 정중히 자기 작업대 한쪽 빈 자리에 그대로 두고 결재 명부에는 '대여 한 장'이라 한 줄만 정중히 적었다. 헬레나는 두 번째 결혼식 단상에 그 손수건 한 장을 정중히 들고 올랐으며, 그 한 줄 자수가 가문 회의 한 호흡을 정중히 다듬어 새 가문 인장(印章) 한 줄을 받아냈다. 헬레나는 첫 봉록을 모아 옅은달대여공방 정문 앞에 마른 라벤더 한 묶음을 정중히 두었으며, 도로테아는 그 라벤더를 평생 작업대 한쪽에 한 줄로 묶어 두었다.
후대 옅은달대여공방 도제들은 두 번째 결혼 신부의 손수건 모서리에 한 줄 자수를 정중히 더해주는 자세를 그날의 봄에서 따왔다.
사교다과녀(社交茶菓女)
사교계 다과 시연자
사교계의 다과를 시연하는 여
“차는 두 번째 잔이 진심이에요. 첫 잔은 인사, 세 번째 잔은 협상, 네 번째 잔은… 글쎄요, 영애님 솜씨 나름이지요.”
사교계 다과 시연자는 영애 살롱·왕궁 다과회·신전 봉헌 다과의 차 종류·과자 배열·자리 순서를 사전에 시연·점검하는 평민 출신 여성 직공이다. 외형은 짙은 자수정 외투 안에 단정한 시연용 드레스, 한 손에 정밀 찻주전자, 어깨에 작은 다과 카드 묶음과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살롱의 평소 좌석·옛 분기 다과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어떤 영애의 약혼이 깨지는 진짜 자리는 무도회장이 아니라 사전 시연의 두 번째 잔 위에서 결정된다. 그녀의 한 줄 시연 보고가 사실 사교계 한 시즌의 작은 결재 한 줄이다. 가장 무거운 한 잔은 큰 왕실 다과회가 아니라, 처음 살롱에 초대받은 신참 영애의 떨리는 첫 잔 옆에 정중히 놓아주는 작은 각설탕 한 알이다.
“시연자 언니의 작은 각설탕 한 알이 우리 신참 영애 한 명의 첫 살롱 한 호흡을 정중히 다듬어 주신 거예요. 큰 왕실 다과회 한 줄보다 그 한 알이 우리 사교계 첫 봄을 정중히 가려주었답니다.”
사교계 다과 시연자 마티아 — 자수정살롱공방(紫水晶살롱工房, 메타르 사교계 영애 가문이 가장 자주 빌리는 시연 공방) 사대 수석 시연자이자 평생 신참 영애의 첫 잔 옆에 작은 각설탕 칠천 알을 정중히 놓아준 자 — 의 일화는 '한 알 각설탕의 첫 살롱'으로 신참 영애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변경 영애 클라라(앞서 룬 자수 장인 알마와 별자리 지도공방 도제 비안카에게 도움을 받은 그 가난한 영애) 가 첫 살롱 초대를 받은 봄, 떨리는 손목으로 시연실 자리에 정중히 한 호흡 늦게 도착한 새벽이 있었다. 마티아는 평소 황실 영애에게만 쓰던 작은 자수정 각설탕 한 알 — 평소 자기 한 줄 결재 자리에서 정중히 모셔두던 한 알 — 을 정중히 클라라의 첫 잔 옆에 한 호흡 더 일찍 놓아 두었다. 클라라는 그 한 알을 정중히 한 호흡 들여다본 뒤 첫 잔을 정확히 한 호흡 늦게 들었으며, 그 한 호흡 차이로 살롱 가주가 클라라의 가문 한 줄을 다음 시즌 사교계 명부에 정중히 한 줄 더 정돈해 두었다. 마티아는 그 한 줄 시연 보고에 클라라의 이름을 한 글자도 적지 않은 채 가주에게 정중히 '신참 영애 한 명, 두 번째 잔 진심' 한 줄만 정중히 보고했다. 클라라는 첫 봉록을 모아 자수정살롱공방 정문 앞에 마른 라벤더 한 묶음을 정중히 두었으며, 마티아는 그 라벤더를 평생 작업대 한쪽에 한 줄로 묶어 두었다.
후대 자수정살롱공방 시연자들은 신참 영애의 첫 잔 옆에 작은 각설탕 한 알을 정중히 한 호흡 더 일찍 놓는 자세를 그날의 봄에서 따왔다.
문장자수녀(紋章刺繡女)
가문 문장 자수공방 도제
가문 문장을 자수로 옮기는 견습 도제
“이 가문 문장요? 작년에 한 줄 더 늘었어요. 그 한 줄, 비싸게 받습니다. 가문 일이 일이라.”
가문 문장 자수공방 도제는 황실·대공가·사교계 가문의 문장(紋章)을 망토·드레스 안감·손수건 모서리에 정밀 자수로 옮겨 새기는 평민 출신 여성 학도다. 외형은 옅은 색 작업 드레스 위에 짙은 자수정 앞치마, 어깨에 색실 묶음, 한 손에 정밀 자수 바늘과 비단 손수건, 허리에 작은 문장 도감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가문의 평소 문장·옛 분기 갱신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가문이 한 줄 명예를 잃거나 한 줄 영지를 더 얻으면, 그 한 줄은 결국 그녀의 자수실 한 가닥으로 옮겨진다. 그래서 가문 흥망의 진짜 기록은 황실 사관이 아니라 자수공방 도제의 옛 도감 모서리에 한 땀씩 남아 있다. 가장 무거운 한 땀은 큰 황실 문장이 아니라, 망한 가문의 마지막 손수건 모서리에서 한 줄을 정중히 풀어내는 새벽의 한 호흡 위에 있다.
“도제 어른의 풀어낸 한 땀이 망한 우리 가문 한 줄 명예를 정중히 한 호흡 더 정중히 가려주신 거예요. 큰 황실 문장 한 줄보다 그 풀어낸 자리에 남은 비단실 한 가닥이 우리 어머니의 마지막 한 호흡이었답니다.”
가문 문장 자수공방 도제 안나마리 — 색실보관공방(色絲보관工房, 황실 사관실 옆 자수공방으로 옛 가문 문장 도감을 가장 많이 모은 곳) 사대 도제이자 평생 망한 가문 칠백 가문의 문장을 정중히 한 줄씩 풀어낸 자 — 의 일화는 '풀어낸 한 줄의 새벽'으로 자수공방 도제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한 시즌 가뭄에 영지를 잃은 옛 가문 — 라카르가(家, 메타르 변경의 작은 백작 가문으로 옛 황실 친위대장의 외가 한 줄과 한 자수로 묶여 있던 가문) 의 마지막 어머니가 자기 옛 손수건 한 장을 정중히 들고 색실보관공방 문턱을 두드린 새벽이 있었다. 안나마리는 평소 자기 새 자수 한 줄 결재 자리를 한 호흡 미루고는, 라카르가의 옛 문장 한 줄 — '은검월(銀劍月)' 자수 — 을 손수건 모서리에서 정중히 한 땀씩 한 호흡 더 길게 풀어냈다. 풀어낸 비단실 한 가닥은 정중히 안나마리의 작은 색실 묶음 가장 윗자리에 한 줄로 모셔두었으며, 손수건 모서리는 비단실 한 가닥이 풀린 빈자리 한 칸을 정중히 한 호흡 더 깨끗이 정돈해 두었다. 라카르가의 어머니는 그 손수건을 정중히 한 호흡 들여다본 뒤 안나마리의 손목을 한 호흡 잡았으며, 안나마리는 동전 한 닢도 받지 않은 채 정중히 손수건을 다시 어머니의 손에 정중히 돌려주었다. 라카르가의 마지막 어머니는 그 봄 끝에 입적했으며, 안나마리는 평생 색실 묶음 가장 윗자리 비단실 한 가닥을 정중히 한 줄로 매일 닦았다.
후대 색실보관공방 도제들은 망한 가문의 비단실 한 가닥을 정중히 색실 묶음 가장 윗자리에 한 줄로 모셔두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읍리면방녀(邑里麵房女)
마을 빵집 새벽 견습공
새벽에 마을의 빵을 굽는 견습공
“기사 언니, 오늘 빵은 새벽 두 시 거랑 네 시 거 두 종류예요. 출정이면 네 시 걸 가져가세요. 더 따뜻해요.”
마을 빵집 새벽 견습공은 작은 마을 빵집의 새벽 첫 화덕을 책임지는 평민 출신 여성 견습공으로, 자경단·여성 모험가·보육원 수녀의 첫 한 끼를 책임지는 자다. 외형은 단정한 옅은 색 작업 드레스 위에 밀가루 묻은 가죽 앞치마, 머리에 작은 흰 두건, 한 손에 빵 칼과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마을의 평소 새벽 출정 시각·옛 분기 화덕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자경단원 언니의 첫 출정 가방에는 단장 검술서보다 그녀의 작은 빵 한 덩이가 먼저 들어간다. 마을의 진짜 새벽 영웅은 사실 화덕 앞에서 손목을 데어가며 한 줄 빵을 굽는 그녀라는 농담이 있다. 가장 무거운 한 덩이는 큰 출정 빵이 아니라, 살아 돌아오지 못한 신참 모험가의 자리에 마지막 한 번 더 데워 두는 작은 한 덩이 위에 있다.
“견습공 언니의 작은 한 덩이가 살아 돌아오시지 못한 우리 동무의 빈 자리를 정중히 한 호흡 더 따뜻하게 가려주신 거예요. 큰 출정 빵 한 자루보다 그 작은 한 덩이가 우리 자경단 한 시즌 한 줄 결재였답니다.”
마을 빵집 새벽 견습공 베라 — 흰밀화덕(白麥火窯, 시안마을 광장 모서리의 작은 빵집으로 사대를 이어 새벽 첫 화덕을 지킨 곳) 사대 견습공이자 평생 새벽 빵 만 덩이를 정중히 한 호흡 더 따뜻하게 데운 자 — 의 일화는 '한 덩이 빈 자리'로 자경단 자매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신참 자경단원 클로에(앞서 부속 약사 헬레나의 첫 빈 병 한 자리를 받았던 그 신참 영애와 동기인 다른 자경단원으로, 두 번째 출정에서 마지막 호흡을 잃은 자) 의 부음이 마을 광장에 도착한 새벽이 있었다. 베라는 평소 자기 새벽 두 시 빵 한 덩이를 클로에의 자리에 정중히 한 덩이 더 굽고는, 화덕 앞 작은 비단 손수건 한 장을 정중히 한 호흡 더 따뜻하게 펼쳐 그 위에 클로에의 빈 자리 한 덩이를 모셔두었다. 클로에의 어머니가 마을 광장에 도착해 그 한 덩이를 정중히 받아 든 새벽, 베라는 평소처럼 빵 칼로 한 덩이를 정확히 한 호흡 더 따뜻하게 잘라 어머니의 손에 정중히 한 조각 더 따뜻하게 더했다.
클로에의 어머니는 그 한 조각을 정중히 한 모금 베어 물며 베라의 손목을 한 호흡 잡았으며, 베라는 평생 그 한 호흡을 자기 가죽 앞치마 안쪽 한 줄로 정중히 끼고 다녔다. 베라는 그날 이후 새벽 첫 화덕 첫 한 덩이를 클로에의 빈 자리에 정중히 모셔두는 자세를 평생 따랐으며, 후대 흰밀화덕 견습공들은 입문 첫 새벽 첫 한 덩이를 죽은 자경단원의 빈 자리에 정중히 한 덩이 더 따뜻하게 모셔두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흰밀화덕은 그 봄 이후 새벽 첫 한 덩이의 단가를 평생 정중히 한 닢도 받지 않았다.
신전종녀(神殿鐘女)
신전 종지기 소녀
신전의 종을 한 음 한 음 울리는 소녀
“새벽 종은 다섯 번이에요. 한 번은 신께, 네 번은 잠든 마을에. 마지막 한 번은… 비밀이에요.”
신전 종지기 소녀는 마을 신전 종탑의 새벽·정오·해 질 녘·자정 종을 책임지는 평민 출신 여성 견습 신녀로, 정식 신관은 아니지만 마을의 한 시즌을 시간으로 묶어주는 자다. 외형은 단정한 옅은 색 견습 신녀 드레스 위에 짙은 자수정 외투, 어깨에 작은 종 손잡이용 비단 띠, 허리에 작은 종소리 기록 노트와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새벽의 평소 종소리·옛 분기 종탑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시계가 아니라 그녀의 종소리에 맞춰 빵을 굽고 빨래를 널고 아이를 깨운다. 큰 신관의 한 줄 신탁보다 작은 종지기 소녀의 한 번 종소리가 더 자주 마을 한 시즌을 살린다는 격언이 있다. 가장 무거운 한 번 종은 큰 봉헌식이 아니라, 죽은 마을 사람의 자리 옆에서 한 번 더 정중히 길게 울려 보내는 다섯 번째 종 위에 있다.
“종지기 소녀의 다섯 번째 한 번 종이 죽은 우리 마을 사람 한 명의 한 호흡을 정중히 한 번 더 길게 가려주신 거예요. 큰 봉헌식 한 줄 신탁보다 그 다섯 번째 종소리가 우리 시안마을 한 시즌을 정중히 묶어주었답니다.”
신전 종지기 소녀 미라(앞서 칠대 대신관 성녀 셀레네아의 머리카락 한 줄을 정돈해 둔 그 어린 견습 신녀와 다른, 시안마을 작은 신전 사대 종지기 소녀) — 시안마을 작은신전(始安小神殿, 보육원 수녀 마틸다의 보육원 옆에 자리한 마을 신전) 종탑을 평생 사십 년 지킨 자 — 의 일화는 '다섯 번째 한 번 종'으로 마을 어른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보육원 수녀 마틸다 — 평생 시안마을 보육원에서 청원서 천 장을 영주에 올린 자 — 가 정중히 입적하는 새벽이 있었다. 미라는 평소 자기 새벽 다섯 번 종소리 가운데 마지막 다섯 번째 한 번을 정중히 한 호흡 더 길게 울리던 자세를 그날 새벽 정확히 일곱 번 더 길게 정중히 울려 보냈으며, 그 종소리에 맞춰 흰밀화덕 견습공 베라가 작은 빵 한 덩이를 정중히 마틸다의 자리에 한 호흡 더 따뜻하게 모셔두었다. 보육원 어린 다나 — 어른이 된 다나가 길드 접수 영애 견습으로 자라 마틸다의 마지막 새벽에 정중히 도착해 마틸다의 손목을 한 호흡 잡았다. 미라는 그 봄 종소리 기록 노트 한 줄에 마틸다의 이름과 다섯 번째 종 일곱 번을 정중히 한 줄로 적었으며, 노트 모서리에 자기 비단 손수건 한 자락을 정중히 한 호흡 더 따뜻하게 끼워 두었다. 마을 어른들은 그 새벽 종소리에 맞춰 자기 빨래를 한 호흡 더 늦게 널었고, 빵을 한 호흡 더 따뜻하게 굽었으며, 아이를 한 호흡 더 늦게 깨웠다. 미라는 그날 이후 평생 마틸다의 새벽 다섯 번째 한 번 종을 정중히 한 호흡 더 길게 울리는 자세를 따랐으며, 입적하는 새벽 자기 작은 종 손잡이 비단 띠를 정중히 다나의 어린 딸 새 종지기 소녀의 손에 정중히 옮겨 쥐어 주었다.
후대 시안마을 종지기 소녀들은 입적한 마을 어른의 다섯 번째 한 번 종을 정중히 한 호흡 더 길게 울리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성수염색녀(聖水染色女)
성수 염색 직공
성수로 천을 곱게 염색하는 직공
“이 직물, 신성력 한 방울만 잘못 섞으면 한 시즌 후 스스로 색이 바래요. 단가가 비싼 이유가 있지요.”
성수 염색 직공은 신전에서 공급받은 정화 성수(聖水)를 염색 용액에 섞어 신관 드레스·제단보·결혼식 면사포에 은은한 신성 빛깔을 입히는 여성 장인이다. 외형은 짙은 자수정 방수 앞치마 안에 작업 드레스, 양팔에 흰 비단 토시, 허리에 색상 기록부와 작은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일반 염료와 달리 성수 혼합 비율은 신전마다 달라, 그녀는 대신관 성녀의 봉헌 일정까지 함께 외운다.
빛을 받을 때만 희미하게 빛나는 성수 빛깔은 방 안에서 보면 평범하지만, 신전 봉헌대 위에서는 정중히 한 줄 빛을 내뿜는다. 그래서 성녀의 예복 한 장이 단상에서 한 번 더 신성하게 보이는 것은 신의 뜻이 아니라 이 직공의 밤샘 배합이다. 가장 무거운 한 배합은 장례용 흰 수의(壽衣) 한 장을 정중히 마지막 한 번 헹구는 새벽의 한 호흡 위에 있다.
“직공 어른의 장례 수의 한 장이 떠나신 분의 한 시즌 한 줄을 빛 안에 정중히 담아두셨어요. 성수 한 방울의 배합이 제단보 한 장보다 사실 수의 한 장 위에서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우리 직공 자매들만 정중히 외우지요.”
성수 염색 직공 이다 — 은빛봉헌공방(銀光奉獻工房, 백광신전 옆 골목 끝의 작은 염색 공방) 사대 점주이자 평생 장례 수의 오백 장을 정중히 마지막 한 번 헹군 자 — 의 일화는 '수의 마지막 배합의 새벽'으로 신전 봉사자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칠대 대신관 성녀 셀레네아(앞서 대신관 성녀 일화에 나온 그 성녀)가 입적하는 새벽, 면사포 신탁관 셀레네가 정중히 이다의 공방 문을 두드렸다. 셀레네는 성녀가 평생 매일 새벽 빗어 두시던 머리카락 한 줄의 색 — 아직 빛바래지 않은 은백 — 을 이다에게 작은 색 카드 한 장으로 정중히 전했다. 이다는 그 색 카드 한 장을 한 호흡 들여다본 뒤, 자기 성수 배합 기록부 가장 안쪽에 넣어둔 가장 오래된 배합식 — 평소 황실 영애에게만 쓰던 '월은(月銀)' 배합 — 을 사흘 밤을 헹궈 셀레네아의 수의 한 장에 정중히 입혔다. 수의는 신전 봉헌대 위에서 한 번 정중히 빛났고, 셀레네는 그 빛 한 줄을 종신 임무 기록 마지막 한 줄에 정중히 적었다. 이다는 동전 한 닢도 받지 않은 채 그 배합식 카드를 기록부 맨 앞 자리에 정중히 옮겨 두었으며, 후대 은빛봉헌공방 도제들은 장례 수의 첫 배합에 월은 한 방울을 정중히 더하는 자세를 그날의 사흘 밤에서 따왔다.
황실점성녀(皇室占星女)
황실 점성 시녀
황실에서 별을 점치는 시녀
“별이 오늘 밤 두 번 흘렀어요. 하나는 폐하의 것, 하나는 제 것이에요. 어느 쪽이 좋은 징조인지는 아직 결재 중입니다.”
황실 점성 시녀는 황제·왕비·대공비 전속으로 배치되어 매일 밤 별자리 관측과 다음 날 일정 조율을 맡는 여성 학자로, 마탑 출신이 아닌 궁중 천문 계보의 직계다. 외형은 짙은 자수정 망토 안에 궁중 시녀 드레스, 어깨에 작은 별자리 관측 기기, 한 손에 정밀 천문 노트와 자개 펜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별자리의 평소 궤적·옛 분기 관측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녀가 노트 한 줄을 적는 속도는 사교계 한 시즌의 한 줄 결재와 같다. 황제의 진군 일정이 그녀의 별자리 노트 한 줄에 맞춰지고, 왕비의 면사포 봉헌 시각이 그녀의 관측 한 호흡에 정중히 정돈된다. 그래서 궁중 시녀 가운데 사실 가장 권력 있는 자는 황금 머리장식을 한 왕비가 아니라 천문 노트를 끼고 회랑을 걷는 점성 시녀라는 농담이 있다.
“시녀 어른의 노트 한 줄이 폐하의 진군 한 시즌을 정중히 한 호흡 미뤄주셨어요. 황실 사관의 큰 결재 한 줄보다, 그 노트 한 줄이 사실 전장 한 자락의 한 줄 결재였다는 사실은 시녀방 우리만 정중히 외운답니다.”
황실 점성 시녀 에스테르 — 황관천문원(皇冠天文院, 황실 궁전 가장 높은 탑 꼭대기 천문 관측실) 이대 수석 시녀이자 평생 황제 네 명의 진군 일정을 별자리 한 줄로 정중히 조율한 자 — 의 일화는 '노트 한 줄의 진군 밤'으로 황실 시녀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이대 황제 — 마왕 잔당 토벌을 위해 동단 출정을 잡아둔 봄 — 의 진군 일자가 황관천문원 노트 한 줄과 엇갈린 새벽이 있었다. 에스테르는 그날 밤 자기 관측 기기를 한 호흡 더 동쪽으로 미루어 별자리 지도공방 도제 비안카(앞서 은하실공방 도제 비안카의 스승 계보에서 배운 자)의 옛 점성도 사본 한 장을 다시 정중히 펼쳤다. 옛 사본 한 장 안에서 진군 일자 한 줄이 사흘 늦어져야 마왕 잔당의 이동 경로와 어긋난다는 한 줄이 정중히 적혀 있었고, 에스테르는 그 한 줄을 자기 노트 맨 앞에 정중히 옮겨 적어 황제의 내실 앞에 정중히 미끄러뜨려 두었다. 황제는 그 노트 한 줄에 진군을 사흘 미루었고, 그 사흘 차이로 토벌대는 마왕 잔당의 복병(伏兵)을 빈 길에서 맞닥뜨리지 않고 지나쳤다. 에스테르는 평생 그 성과를 시녀방에서 한 번도 자랑하지 않았으며, 노트 맨 앞 한 줄 위에 자기 이름을 한 글자도 적지 않은 채 비안카 계보 이름 한 줄만 정중히 남겨두었다.
후대 황관천문원 시녀들은 진군 일정 결재 노트 맨 앞에 타인 계보 이름을 정중히 한 줄 먼저 적는 자세를 그날의 밤에서 따왔다.
마탑결계녀(魔塔結界女)
마탑 결계 수선녀
마탑의 결계를 한 줄 한 줄 수선하는 여
“결계 한 줄 금 간 거 모르셨어요? 지팡이로 두드려보면 소리가 달라요. 마법사들은 늘 너무 크게 쓰세요.”
마탑 결계 수선녀는 마탑 외벽·봉인실·서고 결계의 균열을 발견하고 정밀 보수하는 여성 기술자로, 마법사가 아닌 결계 장인 계보의 직계다. 외형은 짙은 자수정 작업 외투 안에 단단한 가죽 작업복, 허리에 결계 탐지 지팡이와 수선 룬 실 묶음, 한 손에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결계의 평소 균열 자리·옛 분기 보수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마법사가 결계를 만드는 동안 결계 수선녀는 그 결계가 언제 어느 자리에서 한 줄 금이 갈지를 가장 먼저 안다. 그래서 마탑에서 가장 고요한 새벽 소리는 마탑주의 진언이 아니라, 결계 수선녀가 지팡이로 외벽을 한 줄씩 두드리는 소리다. 가장 무거운 한 수선은 큰 봉인실이 아니라, 죽은 견습 마법사가 한 줄 균열을 손으로 막은 자리를 정중히 한 땀씩 다시 봉합하는 새벽의 한 호흡 위에 있다.
“수선녀 어른의 한 땀 봉합이 죽은 견습의 손가락 한 줄을 정중히 한 줄 결계로 다시 옮겨두셨어요. 마탑주 큰 진언 한 줄보다 그 한 땀이 우리 봉인실 한 시대 한 줄 결재였다는 사실은, 수선 명부 마지막 줄만 정중히 외우지요.”
마탑 결계 수선녀 레나 — 자수정마탑(앞서 사서녀 일레인의 그 마탑) 사대 수석 수선녀이자 평생 결계 균열 만 줄을 정중히 한 땀씩 봉합한 자 — 의 일화는 '한 땀 봉합의 새벽'으로 마탑 견습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마왕 잔당이 백광신전 봉인실을 침범하려던 그 새벽(앞서 면사포 신탁관 셀레네의 부채 한 번 일화의 그 새벽), 레나는 마탑 외벽 동쪽 한 자리에서 평소 자기 지팡이 소리와 한 음 다른 자리를 발견했다. 레나는 그 자리에 한 호흡 더 길게 귀를 대고는 자기 수선 룬 실 한 가닥을 정중히 꺼내 균열 한 줄을 한 땀씩 일곱 번에 걸쳐 봉합했다. 그 균열 한 줄은 마왕 잔당의 침입로 한 자락이었으며, 레나의 한 땀 봉합이 없었다면 봉인실 결계가 신탁관 셀레네의 부채 한 번 이전에 이미 한 줄 무너졌다. 레나는 그 사실을 마탑주에게 보고하는 대신 자기 수선 명부 마지막 줄에 '외벽 동쪽 한 줄, 일곱 번 봉합, 이상 없음' 한 줄만 정중히 적었다. 셀레네는 후일 그 명부 한 줄을 신탁관 기록 모서리에 정중히 옮겨 두었으며, 레나는 평생 그 사실을 모른 채 지팡이 소리를 매일 새벽 정중히 한 줄씩 두드렸다.
후대 자수정마탑 수선녀들은 매 새벽 외벽 동쪽 한 자리를 지팡이로 먼저 한 줄 정중히 두드리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화시경매녀(花市競賣女)
꽃시장 새벽 경매녀
새벽 꽃시장의 경매를 진행하는 여
“오늘 장미는 일곱 시 전에 팔립니다. 영애님, 늦잠 주무셨나요? 유리정원 분 아니니까 반값이에요.”
꽃시장 새벽 경매녀는 도시 꽃 도매시장의 새벽 경매를 진행하는 평민 출신 여성 중개인으로, 정원사와 꽃 가게 사이에서 매일 아침 꽃 가격을 결정하는 자다. 외형은 밝은 작업 드레스 위에 가죽 앞치마, 한 손에 작은 경매 나무 망치, 어깨에 꽃잎 가루가 묻은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꽃가게 영애가 향수를 뿌리며 살롱에 갈 시각, 경매녀는 새벽 네 시부터 장화를 신고 도매장을 누빈다.
그녀의 한 줄 낙찰가(落札價)가 사교계 한 시즌 꽃 평판을 결정하기에, 사실 살롱의 진짜 꽃 권력은 정원사도 영애도 아닌 경매녀 손 안에 있다. 가장 무거운 한 번 망치질은 큰 왕실 꽃 경매가 아니라, 죽은 모험가 자매의 장례 화환을 위해 보육원 수녀가 들고 온 동전 한 줌에 정중히 낙찰을 한 번 쳐주는 새벽의 한 호흡 위에 있다.
“경매녀 언니의 한 번 망치가 우리 보육원 아이 한 명의 동전 한 줌 위에 정중히 내려오신 거예요. 왕실 큰 경매 한 번보다 그 한 번이 우리 꽃시장 한 시즌 한 줄 결재였답니다.”
꽃시장 새벽 경매녀 티아나 — 새벽꽃도매장(曉花市場, 메타르 도심 꽃 도매시장 최대 경매장) 사대 수석 경매녀이자 평생 새벽 망치질 만 번을 정중히 내린 자 — 의 일화는 '동전 한 줌의 새벽 망치'로 꽃시장 자매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시안마을 보육원 수녀 마틸다(앞서 청원서 천 장을 영주에 올린 그 수녀)가 죽은 보육원 출신 자경단원 클로에의 장례 화환 한 다발을 위해 동전 일곱 닢만 쥐고 새벽꽃도매장에 정중히 들어선 새벽이 있었다. 클로에의 장례는 사흘 뒤였고, 장미 한 다발의 새벽 경매가는 동전 열 닢이었다. 티아나는 경매 망치를 정중히 한 호흡 들었다가 마틸다의 손에 든 동전 한 줌을 본 순간 낙찰가를 동전 일곱 닢으로 정중히 한 번 쳤다. 꽃시장 도매상들은 그날 낙찰가 한 줄을 조용히 넘겼으며, 마틸다는 장미 한 다발을 정중히 클로에의 자리에 두었다. 티아나는 그날 이후 보육원 수녀가 꽃시장에 들어서는 새벽이면 자기 망치를 정중히 한 호흡 더 천천히 들었으며, 후대 새벽꽃도매장 경매녀들은 수녀·보육원 아이의 자리에서 망치를 한 호흡 더 천천히 드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심해산호녀(深海珊瑚女)
심해 산호 잠수 채취사
심해에서 산호를 채취하는 잠수녀
“이 산호, 수심 오십 길 아래서 한 호흡에 잘라왔어요. 두 번 잘라오면 두 배 비싸요. 숨은 한 번이니까요.”
심해 산호 잠수 채취사는 인어 왕국 사절단과 협약을 맺어 심해 산호·진주·해류 결정을 한 호흡에 채취해 올라오는 여성 잠수 장인이다. 외형은 얇은 해류 룬이 새겨진 비단 잠수복, 허리에 산호 채취 단도와 비단 채집 망, 머리에 자개 고정대가 표준이다. 인어 왕국 사절이 지상에서 외교를 펼치는 동안, 이쪽은 심해에서 외교의 실물을 가져온다.
한 번 잠수에 올라오지 못하는 위험이 있기에, 채취사들은 서로 결합 밧줄 한 줄로 묶인 채 내려간다. 그래서 진짜 채취사는 산호를 잘라오는 자가 아니라, 동료의 밧줄을 정중히 잡고 위에서 기다리는 자라는 격언이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조각은 큰 진주가 아니라, 올라오지 못한 동료의 빈 채집 망을 홀로 들고 올라오는 새벽의 한 호흡 위에 있다.
“채취사 언니의 빈 채집 망 한 줄이 올라오지 못한 우리 동무의 한 호흡을 정중히 수면 위로 옮겨 두셨어요. 큰 산호 한 조각보다 그 빈 망이 우리 잠수 자매들 사이에서 가장 무거운 한 줄이랍니다.”
심해 산호 잠수 채취사 아르나 — 산호청옥궁(앞서 인어 왕녀 사절 마리아벨의 궁전) 인근 협약 채취대(採取隊) 삼대 수석 채취사이자 평생 심해 잠수 삼백 번을 한 호흡에 마친 자 — 의 일화는 '빈 망의 수면 위 새벽'으로 잠수 자매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잠수 채취대 막내 셀라 — 첫 심해 잠수에서 수심 사십 길 아래 해류 균열에 한 발이 걸린 자 — 가 밧줄을 한 번 흔든 새벽이 있었다. 아르나는 수면 위에서 밧줄을 한 호흡 더 길게 쥔 채 셀라의 빈 채집 망이 수면을 향해 올라오도록 한 호흡 더 기다렸다. 셀라는 자기 채집 망을 풀어 수면으로 올려 보내고 밧줄만 붙잡고 한 호흡 더 버텼으며, 아르나는 그 밧줄을 한 호흡 더 단단히 당겨 셀라를 수면 위로 이끌었다. 아르나는 올라온 셀라의 빈 망을 정중히 받아 자기 채집 가방 가장 윗자리에 한 줄로 묶고는, 인어 왕녀 사절 마리아벨에게 그날의 해류 균열 자리를 정중히 한 줄 서신으로 알렸다. 마리아벨은 그 한 줄 서신을 산호청옥궁 내실 기록에 정중히 옮겨 적었으며, 그 균열 자리는 이후 한 시즌 동안 협약 잠수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셀라는 그 봄 이후 잠수 채취대에서 아르나의 밧줄을 정중히 잡는 자리를 자원했으며, 아르나는 평생 그 자리를 셀라에게만 정중히 맡겼다.
후대 협약 채취대 수석들은 첫 잠수에서 동료의 밧줄을 정중히 두 손으로 잡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신월봉인녀(新月封印女)
신월 마검 봉인관
신월에만 깨어나는 마검을 봉인하는 자
“이 검, 뽑아선 안 됩니다. 봉인이 목적이니까요. 뽑고 싶은 마음이 드셨다면, 그게 이미 마검의 결재예요.”
신월 마검 봉인관은 한 시대에 단 한 명에게만 허락되는, 세계의 금단 마검 일곱 자루를 한꺼번에 봉인·감시·관리하는 여성 시전자다. 외형은 달 문양이 새겨진 짙은 흑자수정 망토, 허리에 봉인 결계 룬 지팡이 일곱 자루, 머리에 초승달 모양 관이 표준이다. 그녀가 지팡이 한 자루를 풀면 세계가 한 자락 기울며, 일곱을 모두 풀면 대륙이 한 시즌 어둠에 잠긴다.
그래서 그녀의 가장 큰 임무는 마검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마검 앞에서 뽑고 싶은 마음을 갖지 않도록 세계의 균열을 매일 새벽 정중히 점검하는 것이다. 마검 각각에는 전임 봉인관들의 이름이 한 줄씩 새겨져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줄은 큰 봉인 의식이 아니라, 첫 초승달 밤 지팡이 일곱 자루를 정중히 한 자루씩 세어보는 새벽의 한 호흡 위에 있다.
“봉인관 폐하의 새벽 지팡이 일곱 자루 점검이 사실 세계 한 시즌 한 줄 결재예요. 큰 봉인 의식 한 줄보다 그 새벽 일곱 번 점검이 무겁다는 사실은, 전임 봉인관의 이름 한 줄을 외우는 우리만 정중히 압니다.”
삼대 신월 마검 봉인관 이리야 — 신월봉인탑(新月封印塔, 대륙 정중앙 초승달 모양 첨탑으로 마검 일곱 자루가 각각 다른 층에 봉인된 곳) 삼대 관주이자 평생 지팡이 일곱 자루를 단 한 번도 동시에 풀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지팡이 일곱 번의 새벽'으로 봉인탑 계보에서 가장 정중히 회자된다.
마왕 사대 카사르(앞서 별빛 검선 셀레나가 마검 흑명을 거두어 보낸 그 마왕)의 아들 잔당 카이르가 신월봉인탑에 잠입해 이리야에게 마검 일곱 자루 중 하나 — '홍월마검(紅月魔劍)' — 를 봉인에서 풀어달라 청한 새벽이 있었다. 이리야는 그 청을 한 마디로 거절하는 대신, 홍월마검이 봉인된 층 계단 앞에 정중히 초승달 찻잔 한 벌을 두고 카이르에게 차 한 잔을 우려 주었다. 카이르는 그 차를 마시는 한 호흡 동안 자기 손목이 한 번도 마검 쪽으로 움직이지 않음을 알았으며, 이리야의 봉인 지팡이가 방 안에서 일곱 번 정중히 한 음씩 울리는 소리를 처음 들었다. 카이르는 그 일곱 음이 전임 봉인관 일곱 명의 이름을 한 음씩 부르는 소리임을 알고 찻잔을 정중히 내려놓았다. 이리야는 카이르를 봉인탑 정문으로 정중히 배웅하면서 아버지 카사르의 이름이 지팡이 한 자루 안에 한 줄로 새겨져 있음을 정중히 알려주었다. 카이르는 그 봄 이후 봉인탑 정문에 매년 초승달이 뜨는 밤 차 한 잔을 정중히 두고 갔으며, 이리야는 그 잔을 찻잔 한 벌 옆에 정중히 한 자리씩 더 정돈해 두었다.
후대 신월봉인탑 봉인관들은 즉위 첫 초승달 밤 지팡이 일곱 자루를 한 자루씩 일곱 번 정중히 세는 의례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사교대필녀(社交代筆女)
사교계 서신 대필관
사교계의 서신을 대신 쓰는 자
“영애님의 진심이 세 줄이면, 대필이 일곱 줄이에요. 그 차이가 한 시즌 약혼의 차이입니다.”
사교계 서신 대필관은 사교계 영애·미망인·신참 신녀의 연애 편지·청혼 거절 서신·화해 서한을 대신 써주는 평민 출신 여성 문인이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드레스 안에 대필용 비단 앞치마, 한 손에 정밀 자개 펜과 작은 잉크병, 어깨에 서신 봉투 묶음이 표준이다. 청혼서·거절서·화해서 — 어느 한 가지라도 한 줄 잘못 쓰면 사교계 한 시즌 평판이 한 자락 무너지기에, 그녀의 한 문장이 사실 영애의 결혼 성패를 결정한다.
그래서 어떤 영애는 진심 세 줄을 들고 와 일곱 줄의 서신을 받아 가며, 어떤 영애는 진심 없이 일곱 줄을 달라다 두 줄짜리 정중한 거절 서신을 받아 간다. 그녀는 진심 없는 일곱 줄보다 진심 세 줄이 더 무겁다는 것을 안다. 가장 무거운 한 줄은 큰 청혼서가 아니라, 두 번 상처받은 영애의 화해 서한 첫 줄에 쓰는 조용한 '다시'라는 한 단어다.
“대필관 어른의 한 단어 '다시'가 우리 두 번째 봄을 정중히 한 줄로 열어주셨어요. 큰 청혼서 일곱 줄보다 그 한 단어가 우리 사교계 영애들 한 시즌을 정중히 다듬어준 진짜 결재였답니다.”
사교계 서신 대필관 피아 — 월하서신공방(月下書信工房, 메타르 사교계 골목 초입의 작은 대필 공방) 사대 점주이자 평생 두 번 상처받은 영애의 화해 서한 첫 줄에 '다시' 한 단어를 정중히 적은 횟수 칠백 번의 자 — 의 일화는 '한 단어 다시'로 사교계 미망인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변경 영애 클라라(앞서 룬 자수 장인·별자리 지도공방 도제·사교계 다과 시연자에게 도움을 받은 그 영애)가 첫 약혼이 무르러진 뒤 두 번째 연인의 청혼 앞에서 손이 굳어버린 봄이 있었다. 클라라는 진심 세 줄만 가지고 월하서신공방 문을 정중히 두드렸고, 피아는 클라라의 세 줄을 한 호흡에 읽은 뒤 서신 첫 줄에 '다시' 한 단어만 먼저 정중히 적었다. 클라라는 그 한 단어를 한 호흡 들여다본 뒤 자기 손이 한 번 더 굳지 않음을 알았으며, 피아가 남은 여섯 줄을 채우는 동안 조용히 한 호흡 더 기다렸다. 클라라의 두 번째 청혼 수락 서신은 그 봄 사교계에서 가장 짧은 여섯 줄짜리 청혼 수락으로 알려졌으며, 서신 첫 줄 '다시' 한 단어는 살롱에서 두 시즌 화제가 되었다. 피아는 그 서신 사본을 공방 벽 한쪽에 정중히 붙여두었으며, 두 번 상처받은 영애가 들어서면 항상 그 사본 한 자락을 먼저 정중히 보여주었다.
후대 월하서신공방 대필관들은 두 번 상처받은 영애의 서신 첫 줄에 '다시' 한 단어를 정중히 먼저 적는 자세를 그날의 봄에서 따왔다.
광탑수등녀(光塔守燈女)
빛의 탑 등대지기
빛의 탑의 등을 평생 지키는 여
“폭풍이 와도 탑은 꺼지지 않아요. 등대지기가 꺼지지 않는 한요. 기름 좀 더 가져다주시겠어요?”
빛의 탑 등대지기는 항구 끝 외딴 등대 탑에서 폭풍과 안개 속에서도 등불을 한 번도 꺼뜨리지 않는 평민 출신 여성 수호자다. 외형은 단단한 방수 외투 안에 두꺼운 작업 드레스, 한 손에 기름통과 심지 집게, 어깨에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항구 기사들이 폭풍 때 배를 매어두고 거물 안에 있는 시각, 그녀는 등대 꼭대기 계단을 혼자 오른다.
인어 왕국 사절이 바다에서 육지를 찾는 이정표는 황실 깃발이 아니라 그녀의 등불 한 줄이다. 그래서 항구 마을 어부 자매들은 폭풍이 오면 왕실 기사단에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등대 창문에 불빛이 있는지 먼저 올려다본다. 가장 무거운 한 번 불빛은 큰 폭풍 밤이 아니라, 돌아오지 않는 배를 위해 새벽을 넘겨 혼자 켜두는 한 줄 등불 위에 있다.
“등대지기 언니의 새벽 넘긴 한 줄 등불이 돌아오지 않는 우리 어부 자매의 마지막 한 호흡을 정중히 항구까지 이끌어 주셨어요. 왕실 기사단 큰 결재보다 그 한 줄이 우리 항구 어머니들 사이에서 가장 오래 남았답니다.”
빛의 탑 등대지기 아이다 — 청파등대탑(靑波燈臺塔, 푸른어선마을 항구 끝 외딴 등대로 인어 왕녀 사절 마리아벨이 귀항할 때 이정표로 삼은 곳) 사대 등대지기이자 평생 등불을 단 하루도 꺼뜨리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새벽 넘긴 한 줄 등불'로 항구 어머니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인어 왕녀 사절 마리아벨(앞서 빈 그물 한 줄의 작별 진주 일화의 그 왕녀)이 사절 임기 마지막 시즌 귀항길에 폭풍을 만난 새벽이 있었다. 아이다는 폭풍이 사흘을 이어지는 동안 기름통을 세 번 혼자 올려 등불을 한 번도 끄지 않았으며, 마리아벨의 배가 사흘째 새벽 항구 불빛을 발견한 순간 사절단 항해사가 '청파 한 줄'이라 외쳤다. 마리아벨은 상륙 첫 발로 등대 계단을 올라 아이다에게 산호청옥궁 자개 부채 한 자루를 정중히 건넸으며, 아이다는 그 부채를 등대 창문 한쪽에 정중히 두고 평생 폭풍 때마다 그 부채 쪽을 한 번씩 정중히 바라보았다. 푸른어선마을은 그 봄 이후 폭풍이 올 때마다 마을 어부 자매들이 등대 계단 아래 기름통을 정중히 한 통씩 두고 가는 자세를 따랐다.
후대 청파등대탑 등대지기들은 폭풍이 오면 기름통을 먼저 점검하고 계단을 정중히 한 줄씩 오르는 자세를 그날의 사흘 새벽에서 따왔다.
연금감관녀(鍊金監官女)
연금술 시험감관
연금술 시험을 감독하는 자
“이번 합성, 보색 반응이 두 번 나왔어요. 불합격이에요. 단, 두 번째 보색이 예뻤으니까 감점만 할게요.”
연금술 시험감관은 연금술사 길드 산하 자격 시험장에서 견습 연금술사의 합성 실기·이론·안전 기준을 심사하는 여성 심사위원이다. 외형은 짙은 자수정 심사 로브, 허리에 시험 결재 명부와 성적 도장, 한 손에 감점 기록 깃펜과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마탑 마법사가 연금술사를 무시하는 동안, 시험감관은 마탑 마법사의 포션 공급처를 실질적으로 결재한다.
그래서 마탑주보다 시험감관의 감점 한 줄이 더 무서운 것이 연금술사 길드의 현실이다. 가장 무거운 감점은 큰 실패가 아니라, 재능 있는 견습이 실수 하나로 포기하려 할 때 감점 명부에 몰래 한 줄을 비워두는 자세 위에 있다.
“감관 어른의 비운 한 줄이 우리 견습 한 명의 한 시즌을 정중히 살려주셨어요. 불합격 한 줄보다 비운 한 줄이 사실 연금술사 한 명 한 시대의 한 줄 결재였다는 사실은 우리 시험장 자매들만 정중히 외우지요.”
연금술 시험감관 루이나 — 호박자격시험장(琥珀資格試驗場, 연금술사 길드 본관 한 층 전체를 쓰는 실기 시험장) 사대 수석 감관이자 평생 감점 명부 빈 줄 오백 칸을 정중히 남긴 자 — 의 일화는 '비운 한 줄의 재시험 봄'으로 견습 연금술사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연금 향수 직공 라일라(앞서 호박나무공방 점주 라일라의 딸로 견습 연금술사가 된 자)가 실기 시험 두 번째 합성에서 보색 반응을 내고 포기를 선언하려 한 새벽이 있었다. 루이나는 감점 명부 한 줄을 정중히 한 호흡 더 천천히 적으며, 라일라의 두 번째 보색 반응 시약병 한 점을 시험장 창가에 정중히 옮겨두었다. 그 시약병 안에서 보색이 한 호흡 더 진해지는 순간 루이나는 감점 명부 빈 줄 한 칸에 '재시험 허가' 한 줄만 정중히 적었다. 라일라는 재시험 봄 끝에 합격해 어머니 공방에 연금 향수 정화수 배합 신기술 한 줄을 정중히 가져갔으며, 루이나에게 매년 봄 새 시약병 한 점을 정중히 보냈다. 루이나는 그 시약병들을 창가에 한 줄로 정중히 정돈해 두었으며, 후대 호박자격시험장 감관들은 견습의 두 번째 보색 반응을 정중히 창가에 한 호흡 더 두어보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설원약초녀(雪原藥草女)
설원 약초 수호자
설원에서 자라는 영약을 수호하는 여
“이 설원 약초, 일 년에 사흘만 캘 수 있어요. 그 사흘 밖에 오면 제가 더 위험하답니다.”
설원 약초 수호자는 한겨울 설원과 빙하 지대에서만 자라는 희귀 한랭 약초를 보호·채취·재배하는 여성 모험가다. 외형은 두꺼운 흰 모피 외투 안에 방한 작업복, 어깨에 설원 채취 삽과 비단 채집 망, 허리에 한랭 해독제 한 병과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설원 약초는 기사단 부속 약사가 요청하는 동상 치료약과 성녀의 면사포 향기 원료가 되기에, 황실 약재 공급 계보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자다.
그녀가 지키는 설원 한 자락은 봄이 되어도 황실 예산으로 녹이지 않는 보호 구역이다. 그래서 가장 따뜻한 공간은 왕궁 화로가 아니라 설원 약초 수호자가 모피 안에 숨겨 키우는 손바닥 크기 묘목판이라는 농담이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줄 수호는 큰 결전이 아니라, 연구 중 동상에 걸린 동료의 손발에 자기 마지막 해독제 한 병을 정중히 건네주는 자세 위에 있다.
“수호자 언니의 마지막 해독제 한 병이 우리 동료 한 명의 발가락 열 개를 정중히 살려주셨어요. 설원 큰 한랭 약초 한 묶음보다 그 한 병이 우리 자매들 한 시즌 한 줄 결재였답니다.”
설원 약초 수호자 비라 — 설경빙원(雪鏡氷原, 대륙 최북단 영구 설원으로 한랭 약초 '동설초(冬雪草)'가 일 년 중 사흘만 채취 가능한 곳) 사대 수석 수호자이자 평생 동설초 채취일 사흘을 한 번도 놓친 적 없는 자 — 의 일화는 '마지막 한 병의 사흘 밤'으로 설원 자매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기사단 부속 약사 헬레나(앞서 푸른방패자경단 부속 약사 헬레나)가 설경빙원 동설초 긴급 채취를 위해 비라에게 동행을 요청한 봄이 있었다. 채취 사흘째 밤 헬레나가 영하 사십 도의 빙원 균열에 발목을 넣은 채 동상에 걸렸고, 비라는 자기 마지막 한랭 해독제 한 병을 헬레나의 발목에 정중히 부었다. 해독제 없이 설원을 돌아가야 했으나, 비라는 동설초 채집 망을 자기 허리에 두 겹으로 묶어 헬레나의 발목을 정중히 감쌌다. 두 사람은 사흘 새벽을 함께 걸어 내려왔고, 헬레나는 그 봄 자경단 동상 치료약 배합에 동설초를 처음 적용한 신기술을 기사단 약사 명부에 정중히 한 줄 더했다. 비라는 그 한 줄을 설경빙원 채취 명부 마지막 페이지에 정중히 한 줄 옮겨두었으며, 후대 설경빙원 수호자들은 동설초 채취 첫 날 한랭 해독제를 동료 먼저 정중히 건네는 자세를 그날의 사흘 밤에서 따왔다.
왕녀호위녀(王女護衛女)
왕녀 호위 검객
왕녀의 곁을 지키는 여 호위 검객
“왕녀님께서 물 한 잔을 드시고 싶으시다면, 물 위에 독이 없는지 제가 먼저 한 모금 마십니다. 그게 저의 첫 번째 검이에요.”
왕녀 호위 검객은 왕궁 직속으로 한 왕녀에게만 평생 배속되는 여성 검사로, 황실 마법기사 영애보다 한 격 낮지만 왕녀의 한 호흡을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는 자다. 외형은 가벼운 왕실 호위 갑주 위에 왕녀의 가문 색 망토, 허리에 가는 검 한 자루와 독 탐지 반지, 한 손에 작은 수첩과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왕녀의 평소 식사 기호·옛 알현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왕녀가 살롱에 가는 날 호위 검객은 무도회장이 아닌 부엌 통로와 출구 두 곳을 먼저 살핀다. 그래서 왕녀의 하루 동선은 사실 호위 검객의 경로 결재 위에 적혀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자루 검은 결전에서 뽑은 것이 아니라, 왕녀가 처음으로 혼자 살롱에 걸어 들어가도 되겠다 싶은 봄날 허리에 정중히 내려 두는 그 검이다.
“호위 검객 언니가 검을 처음 허리에서 내려 두신 그 봄날이, 사실 왕녀님의 한 시즌 첫 혼자 걸음이었어요. 큰 결전 한 번보다 그 내려 두는 자세 한 번이 우리 왕궁 자매들 사이에서 가장 길게 남았답니다.”
왕녀 호위 검객 제나 — 자수정궁(紫水晶宮, 황실 본궁 좌측 왕녀 거처) 이대 수석 호위 검객이자 이대 왕녀 아리아를 스물한 해 동안 한 번도 다치지 않게 지킨 자 — 의 일화는 '검 내려둔 봄날'로 왕궁 시녀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이대 왕녀 아리아 — 황실 마법기사 영애 계보에서 처음으로 마법 없이 검술만으로 훈련받은 왕녀 — 가 성인 축하 사교계 살롱에 혼자 입장하고 싶다 청한 봄이 있었다. 제나는 그날 살롱 입구 통로와 부엌 통로를 사전에 정중히 살펴본 뒤, 살롱 문 앞에서 자기 검을 허리에서 정중히 내려 왕녀의 가문 색 망토 안쪽에 한 줄로 접어두었다. 아리아는 그 검 없이 살롱에 혼자 들어갔으며, 제나는 복도 한 자락에서 비단 손수건 한 장을 손에 쥔 채 정중히 한 호흡 더 기다렸다. 아리아가 살롱에서 나온 새벽 제나에게 "검 없이 제일 무서웠어요"라고 말했고, 제나는 그 한 마디를 자기 수첩 마지막 한 줄에 정중히 적었다. 제나는 그 수첩을 평생 검 손잡이 옆에 정중히 끼워 두었으며, 후대 자수정궁 호위 검객들은 왕녀의 첫 혼자 살롱 날 검을 망토 안쪽에 정중히 한 줄 접어두는 자세를 그날의 봄날에서 따왔다.
읍리산파녀(邑里産婆女)
마을 산파 조산사
마을의 출산을 돕는 산파
“밤새 진통이었어요. 새벽 종이 울리기 전에 한 번만 더 힘 내주세요. 새벽에 태어난 아이는 별빛을 먼저 받아요.”
마을 산파 조산사는 신전 소속도 마탑 소속도 아닌 독립 민간 여성 의료인으로, 마을 임산부의 출산 전후를 온전히 한 사람이 책임지는 자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작업 드레스 위에 가죽 앞치마, 한 손에 작은 약초 가방과 비단 손수건, 어깨에 출산 기록부가 표준이다. 귀족 여성은 신전 의관을 부르지만, 평민 어머니에게는 새벽 세 시에도 손에 기름 묻히고 달려오는 이 조산사가 진짜 신이다.
한 시즌 마을 아이 숫자를 가장 먼저 아는 자도 그녀며, 마지막을 지키는 자도 그녀다. 아이를 낳지 못하고 떠난 어머니의 이름은 기록부 뒷장에 한 줄씩 정중히 남아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줄은 큰 귀족 출산이 아니라, 혼자 들어선 어린 어머니의 손을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한 번도 놓지 않는 자세 위에 있다.
“조산사 어른의 한 번도 놓지 않은 손이 우리 어린 어머니 한 명의 새벽을 정중히 살려주셨어요. 큰 신전 의관 한 줄보다 그 손 한 줄이 우리 마을 어머니들 사이에서 가장 길게 남았답니다.”
마을 산파 조산사 로라 — 시안마을 산파 골목(始安産婆路, 시안마을 보육원 옆 골목으로 로라의 할머니 대부터 삼대가 산파 일을 이어온 길목) 삼대 조산사이자 평생 출산 오백 건을 한 번도 손을 놓지 않고 지킨 자 — 의 일화는 '손 놓지 않은 새벽'으로 시안마을 어머니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보육원 수녀 마틸다(앞서 청원서 천 장의 그 수녀)의 어린 조카 — 열여섯 살 첫 출산을 맞은 보육원 출신 소녀 — 가 이틀 밤 진통 끝에 새벽 세 시 힘이 다한 순간, 로라는 소녀의 손을 한 번도 놓지 않은 채 마을 야경 등화원 미아(앞서 손등불 일화의 그 등화원)에게 정중히 손수건 한 장을 보내 손등불을 한 줄 더 켜달라 청했다. 미아가 새벽 골목을 밝히는 사이 소녀는 새벽 종 다섯 번째 소리에 맞춰 아이를 낳았다. 로라는 그 아이를 정중히 어머니 품에 올려두고는, 기록부 마지막 줄에 '새벽 종 다섯 번, 별빛 하나' 한 줄만 정중히 적었다. 마틸다는 그 기록 한 줄을 청원서 첫 줄 위에 정중히 옮겨 두었으며, 로라는 평생 출산 기록부 마지막 줄에 그날의 별빛 숫자를 정중히 한 줄씩 적었다.
후대 시안마을 조산사들은 출산 새벽 기록부 마지막 줄에 별빛 숫자를 정중히 한 줄씩 적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금사직조녀(金絲織造女)
황금 거미줄 직조사
황금실로 거미줄처럼 천을 짜는 직조사
“이 실 한 가닥, 용의 비늘보다 가늘고 성녀의 면사포보다 질겨요. 값은 용 한 마리 기준으로 받겠습니다.”
황금 거미줄 직조사는 마법 금거미의 줄을 특수 배합 성수에 담가 세계에서 가장 가볍고 강한 방어 직물을 짜내는 여성 장인이다. 외형은 황금빛이 은은히 도는 직조 작업복, 양손에 황금빛 실 장갑, 허리에 황금 거미줄 결합 명부와 작은 자개 가위가 표준이다. 마법 갑옷보다 가볍고 룬 자수보다 강한 이 직물은 엘프 여왕의 예복 안감, 대신관 성녀의 속 면사포, 별빛 검선의 도포 안감에 들어간다.
한 겹 짜는 데 한 시즌이 걸리기에, 그녀의 주문 명부는 항상 세 시즌 뒤까지 차 있다. 마탑 마법사가 갑옷에 룬을 새기는 동안, 황금 거미줄 직조사는 그 안에 입는 속 직물 한 장을 한 시즌 동안 한 올씩 짜고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올은 큰 왕실 예복이 아니라, 어린 신참 신녀의 첫 면사포 안감에 남몰래 한 올 더 단단히 넣어주는 새벽의 자세 위에 있다.
“직조사 어른의 숨겨둔 한 올이 우리 어린 신녀 한 명의 첫 면사포 한 시즌을 정중히 한 올 더 단단하게 지켜주셨어요. 황실 예복 한 겹보다 그 숨겨진 한 올이 우리 신전 자매들 사이에서 가장 길게 남았답니다.”
황금 거미줄 직조사 이레나 — 황사공방(黃絲工房, 대륙 중앙 마법 금거미 사육장 옆 직조 공방) 삼대 수석 직조사이자 평생 황금 거미줄 직물 백 겹을 한 시즌에 한 겹씩 짠 자 — 의 일화는 '숨겨진 한 올의 면사포'로 신전 신녀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검은 고양이 친숙녀 셀린느(앞서 잉크를 라피스에게 알선한 그 셀린느)가 이레나의 공방 문을 정중히 두드려 어린 신녀 라피스의 첫 면사포 안감을 한 올만 더 부탁한 봄이 있었다. 이레나는 주문 명부 안쪽에 라피스의 이름을 정중히 한 줄 끼워두었으며, 세 시즌 뒤 완성된 안감 한 겹의 가장 안쪽에 황금 거미줄 한 올 — 평소 황실 성녀에게만 넣던 '월광 결합' 한 올 — 을 정중히 더 넣었다. 라피스는 그 면사포를 처음 입은 봄 그 전보다 한 박자 더 단단히 신탁관 봉인실을 지켰으며, 마왕 잔당 침입을 막은 그 새벽에 안감이 한 번도 찢어지지 않았다. 이레나는 그 사실을 평생 자랑하지 않은 채, 어린 신녀 이름이 접수되면 주문 명부 안에 '월광 한 올'을 정중히 먼저 적는 자세를 따랐다.
후대 황사공방 직조사들은 신녀 첫 면사포 안감에 월광 한 올을 정중히 먼저 넣는 자세를 그날의 봄에서 따왔다.
성광수렵녀(星光狩獵女)
별빛 사냥꾼
별빛을 받아 사는 마수를 쫓는 여 사냥꾼
“유성우는 소원 빌면 안 돼요. 잡아야지요. 소원은 손으로 잡아야 이루어지는 거예요.”
별빛 사냥꾼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성수정(星水晶) — 유성이 지상에 닿기 전 대기권에서 굳어지는 마법 결정 — 을 한 호흡에 포획해 마탑과 신전에 공급하는 여성 모험가다. 외형은 짙은 자수정 비행 망토, 어깨에 성수정 포획 그물, 한 손에 방향 탐지 룬 지팡이, 허리에 포획 결정 통과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정령 무희가 땅 위에서 정령을 부르는 동안, 별빛 사냥꾼은 하늘 한 자락에 올라가 별빛을 직접 잡아온다.
유성우 한 번에 성수정 한 알을 잡는 것이 최상급이며, 그 한 알로 신전 분향 열 줄기·마탑 결계 한 줄 수선·황실 면사포 한 겹 직조가 가능하다. 그래서 그녀의 포획 통 한 알이 사교계 한 시즌의 결재 한 줄이다. 가장 무거운 한 알은 큰 유성우가 아니라, 올라오지 못한 동료 사냥꾼을 위해 혼자 잡은 두 번째 알을 동료의 빈 통에 정중히 담아 두는 자세 위에 있다.
“사냥꾼 언니의 두 번째 알이 올라오지 못한 우리 동무의 빈 통을 정중히 한 알로 채워주셨어요. 유성우 한 번의 큰 알보다 그 두 번째 알이 우리 사냥꾼 자매들 사이에서 가장 오래 남았답니다.”
별빛 사냥꾼 카엘라 — 천경산(앞서 별빛 검선 셀레나의 그 봉우리) 남쪽 사냥꾼 기지를 평생 거점으로 삼은 사대 수석 사냥꾼이자 유성우 사냥 한 호흡 백 번을 기록한 자 — 의 일화는 '두 번째 알의 빈 통'으로 별빛 사냥꾼 자매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카엘라의 동료 사냥꾼 레아 — 같은 기지에서 사흘을 함께 잠을 잔 자이자 마지막 유성우 사냥에서 하강 중 결정통 줄이 끊어져 내려오지 못한 자 — 의 빈 포획 통이 기지 한쪽에 남겨진 봄이 있었다. 카엘라는 그 다음 유성우 새벽 평소보다 한 호흡 더 높이 올라가 성수정 두 알을 한 번에 잡았으며, 두 번째 알을 정중히 레아의 빈 통 안에 넣었다. 그 통은 마탑 장서관 사서녀 일레인에게 정중히 전해졌고, 일레인은 레아가 마지막으로 대출했던 책 빈 자리 옆에 성수정 한 알을 정중히 두었다. 카엘라는 그날 이후 유성우 마다 두 번째 알을 기지 한쪽 레아의 통 자리에 정중히 더하는 자세를 따랐으며, 그 통이 가득 차는 날 마탑에 정중히 한 알씩 기증하는 의례를 후대 사냥꾼들에게 물려주었다.
후대 천경산 별빛 사냥꾼들은 유성우 사냥에서 두 번째 알을 빈 동료 통에 정중히 넣는 자세를 그날의 봄에서 따왔다.
마법유리녀(魔法琉璃女)
마법 유리 공방 장인
마법이 깃든 유리를 만드는 장인
“이 유리, 말을 기억해요. 처음 불어넣은 숨의 온도가 색을 결정하니까요. 화내며 만들면 붉게 깨져요.”
마법 유리 공방 장인은 마법 성수와 결정 가루를 섞어 신전 창문·마탑 관측 렌즈·왕궁 샹들리에용 색유리를 불어 만드는 여성 장인이다. 외형은 열에 강한 짧은 소매 작업복 위에 두꺼운 가죽 앞치마, 한 손에 유리 불기 관, 어깨에 색상 기록 노트와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신전 창문 한 장이 아침 햇살에 빛날 때, 그 빛깔이 성녀의 신탁을 신자에게 전하는 마지막 한 자락이 된다.
마법 유리는 만드는 자의 감정 온도를 기억해 색이 결정되기에, 가장 좋은 작품은 평온한 새벽 한 호흡에 나온다. 그래서 이 장인의 작업실 문패에는 "화났을 때 출입 금지"라는 농담이 정식으로 붙어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장 유리는 큰 신전 창문이 아니라, 죽은 동료 장인의 빈 작업대 위에 정중히 불어두는 마지막 한 장의 새벽 온도 위에 있다.
“장인 어른의 마지막 한 장 온도가 죽은 동료의 작업대를 정중히 한 줄 빛으로 채워주셨어요. 큰 신전 창문 한 장보다 그 마지막 한 장이 우리 공방 자매들 사이에서 가장 오래 남았답니다.”
마법 유리 공방 장인 리사 — 칠색유리정원(앞서 정원사 엘리노어의 황실 온실) 부속 유리 공방 삼대 장인이자 평생 신전 창문 오백 장을 정중히 한 번 숨에 완성한 자 — 의 일화는 '마지막 한 장의 온도'로 공방 도제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오랜 동료 장인 헬가 — 같은 공방에서 이십 년을 함께 작업한 자이자 겨울 폐렴으로 자리에 누운 지 한 시즌 만에 입적한 자 — 가 마지막 새벽 리사에게 빈 유리 관 한 자루를 정중히 건넸다. 리사는 헬가가 입적한 그날 새벽 공방에 혼자 들어와 헬가의 빈 작업대 위에 성수 한 방울과 결정 가루 한 줌을 정중히 올리고는, 헬가의 유리 관 한 자루로 평소 헬가가 가장 자주 불었던 은청빛 한 장을 정중히 한 호흡에 완성했다. 그 한 장은 백광신전 봉인실 창문 한 자리에 정중히 끼워졌으며, 봉인실을 지키는 면사포 신탁관이 매 새벽 그 은청빛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 한 줄을 정중히 받는다. 리사는 헬가의 유리 관을 평생 자기 작업대 한쪽에 정중히 두었으며, 후대 칠색유리정원 부속 공방 도제들은 동료가 입적한 새벽 동료의 관 한 자루로 은청빛 한 장을 정중히 불어 신전에 기증하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마물표본녀(魔物標本女)
마물 표본 수집가
마물의 표본을 한 점 한 점 수집하는 여
“이 마물, 죽이면 안 돼요. 표본이 되어야 하니까요. 살아 있는 표본이 열 배 비싸답니다.”
마물 표본 수집가는 마탑 연구 부서와 신전 성물(聖物) 연구소의 의뢰를 받아 대륙 각지의 마물·마수·고위 정령의 살아 있는 표본 또는 정밀 박제를 수집해 오는 여성 모험가다. 외형은 견고한 연구자 외투 안에 가죽 작업복, 어깨에 마물 포획 결계 봉투와 비단 채집 망, 한 손에 기록 노트와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검사가 마물을 베어 해치우는 동안, 그녀는 마물 옆에 앉아 표정을 관찰하고 노트에 적는다.
그래서 마물 표본 수집가의 진짜 무기는 검이 아니라 정확한 호기심이다. 마탑 마법사가 실험실에서 마물을 분석하는 동안, 이쪽은 마물의 집에 한 시즌을 같이 살며 습관을 기록한다. 가장 무거운 한 표본은 큰 마왕 잔당이 아니라, 죽어가는 어린 마수 한 마리의 마지막 습성을 정중히 한 줄로 기록하는 새벽의 손목 위에 있다.
“수집가 언니의 노트 한 줄이 죽어가는 어린 마수의 마지막 습성을 정중히 세상에 남겨주셨어요. 마탑 큰 실험 한 줄보다 그 노트 한 줄이 우리 연구 자매들 사이에서 가장 길게 남았답니다.”
마물 표본 수집가 제이나 — 자수정마탑(앞서 사서녀 일레인의 그 마탑) 연구 부서 사대 수석 수집가이자 평생 살아 있는 마물 표본 삼백 점을 정중히 수집해 온 자 — 의 일화는 '어린 마수 한 줄 습성'으로 마탑 연구 자매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회록의탑(앞서 노바 채집사가 평생 다닌 그 던전) 일곱 층 봉인 자리에서 가장 깊이 살던 어린 '독수정전갈' 한 마리 — 동료들에게 먹이를 나눠주는 특이 습성이 있던 개체 — 가 사냥꾼에게 한 호흡을 잃기 전 새벽, 제이나는 그 전갈 옆에 한 시즌을 같이 지내며 기록한 노트 한 권을 마탑 장서관 사서녀 일레인에게 정중히 건넸다. 일레인은 그 노트를 금서고가 아닌 일반 열람실 한 자리에 정중히 두었으며, 마탑 견습 연금술사 라일라가 그 노트를 읽고 어린 마수의 먹이 나눔 습성에서 포션 배합 신기술 한 줄을 적어냈다. 제이나는 그 사실을 모른 채 평생 마물 노트 마지막 줄에 '어린 개체 먼저' 한 단어를 정중히 적는 자세를 따랐으며, 후대 자수정마탑 수집가들은 어린 마물 표본 기록 노트 마지막 줄에 '어린 개체 먼저'를 정중히 적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신전조향녀(神殿調香女)
신전 분향 조향사
신전의 향을 조합하는 자
“오늘 향은 성녀님을 위한 배합이에요. 신탁이 무거우신 날엔 라벤더 한 줄 더 들어가야 해요.”
신전 분향 조향사는 대신관 성녀의 봉헌 분향·면사포 신탁관의 봉인실 분향·왕실 장례 분향을 전담하는 여성 조향 장인이다. 외형은 옅은 색 조향 작업 드레스 위에 향 성분 차단용 비단 앞치마, 양손에 흰 비단 장갑, 허리에 조향 배합 명부와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분향 한 줄기가 신탁을 맑게 하느냐 흐리게 하느냐는 신의 뜻이 아니라 이 조향사의 배합 비율 한 줄에 달려 있다.
성수 염색 직공이 직물에 신성을 입힌다면, 조향사는 공기에 신성을 입힌다. 그래서 신전에서 가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먼저 몸에 닿는 자가 조향사다. 가장 무거운 한 줄기는 큰 봉헌 분향이 아니라, 신탁이 너무 무거워 잠을 못 주무시는 성녀의 침실 앞에 정중히 두는 작은 라벤더 향 한 줄이다.
“조향사 언니의 작은 라벤더 한 줄이 성녀님의 잠 못 드시는 새벽을 정중히 한 호흡 가려주셨어요. 봉헌 분향 큰 향로보다 그 작은 한 줄이 우리 신전 자매들 사이에서 가장 길게 남았답니다.”
신전 분향 조향사 노라 — 백광신전(앞서 대신관 성녀와 면사포 신탁관의 그 신전) 사대 수석 조향사이자 평생 봉헌 분향 천 줄기를 정중히 배합한 자 — 의 일화는 '라벤더 한 줄의 성녀 새벽'으로 신전 신녀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칠대 대신관 성녀 셀레네아(앞서 대신관 성녀 일화의 그 성녀)가 적염전쟁 마지막 새벽 사흘을 신탁대 위에서 보내고 잠을 전혀 못 주무신 직후, 노라는 봉헌 분향 명부 한 줄을 정중히 내일로 미루고 셀레네아의 침실 문 앞에 작은 라벤더 향 봉지 한 줄을 정중히 두었다. 성수 염색 직공 이다(앞서 성수 염색 직공 이다)가 그 봉지 옆에 월은 배합 수의 한 자락을 정중히 두어 침실 문이 한 호흡 더 향기롭게 열렸다. 셀레네아는 그날 새벽 처음 한 시즌 만에 온전히 잠들었으며, 노라는 그 봄 이후 신탁이 무거우신 날이면 라벤더 한 줄을 배합 명부 맨 앞에 정중히 먼저 적는 자세를 따랐다. 후대 백광신전 조향사들은 성녀가 신탁을 받는 새벽 라벤더 배합 한 줄을 명부 맨 앞에 먼저 적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암영무용장(暗影舞踊長)
그림자 무용단 단장
그림자 무용단을 이끄는 단장
“우리 무용단, 관객에게 안 보여요. 그게 완성이에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무대랍니다.”
그림자 무용단 단장은 왕궁 야외 공연과 신전 봉헌 야회에서 무대 위 배우들의 뒤편 어둠 속에서 그들의 그림자를 기막히게 조종해 공연의 감동을 배가시키는 여성 무용 시전자다. 외형은 완전한 검은 비단 무복에 그림자 룬이 새겨진 검은 면사포, 손에 작은 검은 부채와 비단 띠 두 자락이 표준이다. 관객은 그림자가 저절로 춤추는 줄 알지만, 사실 단장의 부채 한 번이 무대 한 자락을 살린다.
정령 무희가 빛 속에서 정령과 함께 추는 동안, 그림자 무용단 단장은 어둠 속에서 빛의 잔여를 한 자락씩 정돈한다. 그래서 가장 감동적인 공연 뒤에는 반드시 어둠 속 그녀의 한 박자가 있다. 가장 무거운 한 박자는 큰 봉헌 야회가 아니라, 실수한 신참 무용수의 흔들린 그림자를 한 번의 부채로 정중히 바로잡아 주는 자세 위에 있다.
“단장 언니의 어둠 속 부채 한 번이 우리 신참 무용수의 흔들린 그림자를 정중히 무대 한가운데로 되돌려주셨어요. 봉헌 야회 큰 한 곡보다 그 부채 한 번이 우리 무용단 자매들 사이에서 가장 오래 남았답니다.”
그림자 무용단 단장 이사벨 — 왕궁야외공연무대(王宮野外公演舞臺, 황실 정원 야외 무대로 정령 무희 옥경무문 출신 무희들이 가장 자주 협연하는 곳) 사대 단장이자 평생 그림자 조종 공연 오백 회를 어둠 속에서 한 번도 무대에 드러나지 않고 마친 자 — 의 일화는 '어둠 속 부채 한 번'으로 왕궁 공연 자매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정령 무희 라비엔느(앞서 옥경무문의 그 무모 라비엔느의 수제자 세대)의 신참 무희 한 명 — 무대 첫 봉헌 야회에서 한 박자 늦어 그림자가 무대 가장자리로 한 자락 흘러간 자 — 가 자기 그림자가 흔들렸음을 아는 순간 눈물을 삼킨 채 한 박자를 더 늦출 뻔한 새벽이 있었다. 이사벨은 어둠 속에서 자기 검은 부채를 한 번 정중히 닫아 그 신참의 흘러간 그림자를 무대 정중앙으로 정중히 한 박자 안에 되돌렸다. 신참은 그 한 박자를 다시 잡았으며, 관객은 그림자가 한 번 정중히 흔들렸다 돌아온 것을 공연의 일부로 느꼈다. 이사벨은 공연 후 신참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으며, 다음 연습 때 신참의 부채 자세를 한 번 더 정중히 교정해 주었다. 신참은 평생 그날 공연의 흔들림이 이사벨의 한 번 때문에 살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수석 무희로 자랐으며, 자기 신참들의 그림자가 흔들리면 어둠 속에서 부채를 한 번 먼저 닫는 자세를 그날로부터 배웠다.
후대 왕궁야외공연무대 그림자 무용단장들은 신참의 첫 공연에서 어둠 속 부채를 정중히 한 번 먼저 닫는 자세를 그날의 새벽에서 따왔다.
장일노점녀(場日露店女)
마을 장날 노점 상인
장날 노점을 차리는 상인
“오늘 생강 빵은 오전에 다 팔려요. 기사 언니, 결투 끝나고 오시면 모서리 한 조각밖에 안 남아요.”
마을 장날 노점 상인은 월 이회 열리는 마을 장날에 수레 하나로 생강 빵·말린 과일·향초·비단 손수건 등을 파는 평민 출신 여성 행상이다. 외형은 밝은 작업 드레스 위에 가죽 앞치마, 머리에 작은 밀짚 모자, 양손에 상품 가방과 동전 주머니가 표준이다. 모험가가 던전에서 보물을 찾는 날, 장날 노점 상인은 광장에서 보육원 아이의 한 끼를 팔고 있다.
장날 가장 먼저 물건이 팔리는 노점은 마법 상점이 아니라 그녀의 수레다. 그래서 광장 한쪽에서 그녀의 한 마디 흥정이 사실 마을 한 시즌의 한 끼 자리를 결정한다. 가장 무거운 한 조각은 큰 왕실 납품이 아니라, 보육원 수녀가 동전 세 닢을 들고 왔을 때 다섯 조각을 정중히 세어 주는 자세 위에 있다.
“노점 언니의 동전 세 닢에 다섯 조각이 우리 보육원 어린이들 한 끼를 정중히 두 끼로 만들어 주셨어요. 왕실 납품 큰 상자보다 그 두 조각이 우리 장날 자매들 사이에서 가장 오래 남았답니다.”
마을 장날 노점 상인 마야 — 시안마을 장날 광장(始安場, 월 이회 열리는 시안마을 장날 광장으로 보육원 수녀 마틸다가 늘 가장 먼저 들르던 곳) 사대 노점 상인이자 평생 장날 이천 회를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자 — 의 일화는 '동전 세 닢 다섯 조각의 장날'로 장날 자매들 사이에 정중히 전해진다.
보육원 수녀 마틸다(앞서 청원서 천 장을 영주에 올린 그 수녀)가 마지막 장날 보육원 아이 한 명의 손을 잡고 마야의 수레 앞에 정중히 선 새벽이 있었다. 마틸다의 손에는 동전 세 닢이 있었으며, 아이는 생강 빵을 처음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마야는 동전 세 닢을 정중히 받아 생강 빵 다섯 조각을 정확히 세어 아이의 두 손에 정중히 올려주었으며, 마틸다에게 한 조각을 정중히 더 건넸다. 마틸다는 그날 생강 빵 한 조각을 자기 몫으로 처음 먹었으며, 다음 청원서 첫 줄에 보육원 아이 이름 옆에 '생강 빵 한 조각'을 정중히 한 줄 더 적어 영주에게 올렸다. 마야는 그날 이후 장날마다 보육원 수녀가 들어서면 생강 빵 한 조각을 정중히 먼저 꺼내두는 자세를 따랐으며, 후대 시안마을 장날 노점 상인들은 수녀가 오면 한 조각을 정중히 먼저 꺼내두는 자세를 그날의 장날에서 따왔다.
마법탑수녀(魔法塔守女)
대마법사 탑 수위(守衛)
대마법사의 탑을 평생 지키는 수위
“탑 안에 들어가시려면 저를 통과하셔야 해요. 마탑주님도요. 규칙은 규칙이에요.”
대마법사 탑 수위는 대륙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가 사는 탑의 정문 한 자리를 지키는 여성 수호자로, 그 어떤 결투에서도 단 한 번도 정문이 열린 적 없는 마법 봉인 전문가다. 외형은 짙은 자수정 봉인 갑주에 황금 문장 망토, 한 손에 봉인 결계 지팡이, 허리에 탑 열쇠 한 자루와 비단 손수건이 표준이다. 마탑주는 탑 안에서 세계를 바꾸지만, 수위는 그 세계가 바뀌는 동안 정문 한 자리를 정중히 지킨다.
전설의 마법사보다 마법 왕보다 먼저, 탑에 들어가려는 자는 이 한 사람을 통과해야 한다. 그녀가 단 한 번도 정문을 열지 않은 적은, 마탑주가 직접 부탁한 경우와 어린 신참 신녀가 길을 잃어 정문 앞에서 울고 있던 그 한 번뿐이다. 가장 무거운 한 번 개방은 큰 결전이 아니라, 그 어린 신녀를 위해 정문을 한 호흡 정중히 여는 자세 위에 있다.
“수위 폐하의 단 한 번 문을 여신 그 새벽이 사실 우리 신전 한 시대 가장 무거운 한 줄 결재였어요. 마탑주님 부탁보다 어린 신녀 한 명의 눈물이 그분의 정문을 정중히 열었다는 사실은, 탑 계보에서 가장 정중히 전해지지요.”
삼대 대마법사 탑 수위 리안 — 대자수정마탑(大紫水晶魔塔, 대륙 중앙 자수정마탑 본관 최고층 탑으로 사대 대마법사들이 거처하는 곳) 수위이자 평생 단 한 번도 위임 없이 정문을 연 적 없는 자 — 의 일화는 '단 한 번의 문'으로 탑 계보에서 가장 정중히 전해진다.
검은 고양이 친숙녀 셀린느(앞서 잉크를 알선한 그 셀린느)가 미리 전한 어린 신녀 라피스 — 처음 백광신전에서 잉크를 데리고 마탑 골목을 지나다 길을 잃어 대자수정마탑 정문 앞에서 혼자 울고 있던 그날 밤 — 의 이야기가 탑 계보에 전해지는 그 하루다. 리안은 정문 안쪽에서 그 울음소리를 한 호흡 들은 뒤, 자기 봉인 결계 지팡이를 허리에 정중히 내려두고 탑 열쇠를 한 손에 정중히 쥐었다. 리안은 정문을 한 호흡에 정중히 열어 라피스의 손을 정중히 잡고는 탑 안쪽 따뜻한 복도 한 자락에 정중히 앉혔으며, 잉크가 라피스의 무릎 위에서 한 번 울었다. 리안은 라피스에게 차 한 잔을 정중히 우려주고는 백광신전 가는 길을 한 줄로 정중히 설명했으며, 라피스가 정문을 나간 뒤 다시 봉인 결계 지팡이를 허리에 정중히 옮겨 두었다. 리안은 그날 이후 정문 안쪽 복도 한 자락에 항상 차 한 잔 분량 찻잎을 정중히 두는 자세를 따랐으며, 탑 봉인 명부 마지막 줄에 그날의 날짜와 '단 한 번의 문' 한 줄을 정중히 적어두었다.
후대 대자수정마탑 수위들은 즉위 첫 새벽 정문 안쪽 복도 한 자락에 찻잎 한 봉을 정중히 두는 자세를 그날의 밤에서 따왔다.
신탁사도(神託使徒)
신탁의 사도
신의 뜻을 사람의 손으로 행하는 사도
“신탁이 끝나면 신은 더 말을 걸지 않는다. 그게 진짜 시련이지.”
신탁의 사도는 세계의 균형이 흔들릴 때 신이 직접 한 명에게만 내리는 임무를 수행하는 자이다. 평소에는 평범한 신관·기사·농부일 수도 있으나, 신탁이 내리는 순간부터 그의 모든 길이 세계의 흐름을 바꾼다. 검을 잘 쓰는 사도도 있고 말 한마디로 적장을 무릎 꿇리는 사도도 있어, 그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어떤 사도든 임무가 끝나면 신은 더 이상 말을 걸지 않는다. 사도들이 진짜 무서워하는 것은 적이 아니라, 신탁이 끝난 뒤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영웅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법은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 사도가 마지막에 신께 받은 한 줄은 영웅 임명장이 아니라 농기구 한 자루였습니다. 우리 사도들이 신탁 끝난 뒤 첫 사흘을 밭에서 보내는 관례는 거기서 시작되었지요.”
삼대 신탁의 사도 라엘 카르딘 — 평민 농부 출신으로 마왕성(魔王城, 대륙 북단의 검은 봉우리에 솟은 마왕의 거처) 함락 신탁을 받은 자 — 의 일화는 '돌아온 호미'로 신전 사관에게 전해진다.
라엘은 신탁을 받은 직후 자기 호미를 마을 광장 한복판에 꽂아두고 떠났으며, 마왕성 함락 후 일 년 만에 그 자리에 똑같이 돌아왔다. 신성 신전(神聖神殿, 대륙 중앙의 가장 큰 신전)은 그를 영웅으로 모시려 마차 일곱 대를 보냈으나, 라엘은 마차 모두를 돌려보내고 그 호미를 다시 뽑아 첫 사흘을 자기 밭에서 보냈다. 사흘째 새벽 그는 신전 사절에게 "신께서 더 말을 걸지 않으시니, 이제 흙이 말을 걸어 줍니다"라고 한 줄만 적어 보냈다. 라엘은 평생 농부로 죽었으며, 그 호미는 지금도 마을 광장에 꽂힌 채 보관되어 있다.
후대 사도들은 신탁이 끝나면 첫 사흘을 호미 한 자루를 마중하는 자세로 보내는 관례를 따른다.
만마지조(萬魔之祖)
대마도사
일만 가지 마법의 시조와 같은 자
“위력 자랑은 그만하지. 누가 회의에서 가장 늦게까지 안 졸 수 있는지부터 정합시다.”
대마도사는 마탑의 정점에 오른 단 한 사람의 마법사로, 7서클 이상의 마법을 자유롭게 시전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한 번의 영창으로 군대 하나를 멈추고, 한 번의 손짓으로 폭풍을 일으킨다. 다만 그 정도의 마법을 쓸 일은 평생에 몇 번 안 되며, 일상의 99%는 마탑 회의·후학 교육·연구 논문 검토다.
어쩌다 폭주하는 견습이 도서관에 불을 내면 직접 가서 끄고, 야밤에 침입한 자객은 손가락 한 번으로 무너뜨린 뒤 다시 침대에 든다. 대마도사들 사이의 진짜 자존심 대결은 마법의 위력이 아니라, 누가 가장 먼저 마탑 회의에서 졸지 않느냐다.
“우리 마탑은 그 회의록 한 장을 액자에 넣어 회의실 정중앙에 걸어 둡니다. 9서클 마법보다 한 줄 의제 정리가 더 어렵다는 사실을, 신참 마법사 모두에게 보여주려는 거지요.”
십이대 대마도사 베른하르트 켈러 — 청수마탑(靑髓魔塔, 대륙 서단 가장 오래된 마탑)의 정점에 사십 년 앉아 있던 인물 — 의 일화는 '한 장 회의록의 밤'으로 마법사들 사이에 길게 회자된다.
마탑 칠대 장로 회의가 견습 입학 기준 한 줄을 두고 사흘 밤낮 끝나지 않자, 베른하르트는 회의 마지막 새벽 자기 지팡이로 천장을 가리키지 않고 책상 위에 깃펜 한 자루를 가로 놓았다. 그는 "오늘 의제는 한 줄로 적힐 만큼 작아져야 합니다"라며 사흘치 발언을 한 장 양면 회의록에 손수 옮겨 적었다. 일곱 장로는 그 한 장을 보고는 자기 발언 가운데 7할이 자기 자랑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베른하르트는 그 자리에서 견습 입학 기준을 단 한 줄로 통과시켰고, 자기 평생 가장 강력한 마법은 9서클 메테오가 아니라 그 한 장의 깃펜이었다고 고백했다.
후대 대마도사들은 즉위 첫 회의에서 깃펜 한 자루를 책상 위에 가로 놓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모험상총수(冒險商總帥)
모험가 길드 마스터
모험가들의 의뢰를 거느리는 총수
“그 의뢰는 받지 마라. 너는 아직 살아 돌아올 의뢰만 받을 단계다.”
모험가 길드 마스터는 도시·왕국 단위 길드를 관리하며 의뢰 등록·등급 심사·분쟁 조정을 총괄하는 자이다. 본인도 한때 전설의 모험가였던 경우가 많으며, 카운터 너머 책상에 앉아도 그 위압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신참 모험가의 첫 의뢰부터 베테랑의 마지막 토벌까지, 모든 모험은 길드 마스터의 도장을 거쳐 시작되고 끝난다.
정작 본인은 직접 칼을 휘두르지 않은 지 몇 년이 되었지만, 길드 카운터 옆 의자 아래에는 늘 손질된 검 한 자루가 있다. 길드 마스터의 진짜 강함은 검이 아니라, 어느 모험가가 살아 돌아오지 못할 의뢰를 골라 받았는지 한눈에 알아채는 안목이다.
“마스터가 그 의뢰서를 찢지 않고 카운터 아래 서랍에 넣어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 장의 거절이 한 명의 모험가보다 무거울 수 있다는 뜻이었지요.”
칠대 길드 마스터 헤이먼드 토르 — 은빛가지 길드(銀枝길드, 변경 도시 라델의 가장 오래된 모험가 길드) 카운터를 이십 년 지킨 전직 A급 모험가 — 의 일화는 '서랍 속 한 장 의뢰서'로 길드 안에서 가장 길게 전해진다.
어느 봄 신참 D급 모험가 다섯이 짝을 지어 검은회랑 던전(검은 회랑—삼층 미궁이 일주일에 한 번 새 함정을 토하는 던전) 토벌 의뢰서를 들이밀자, 헤이먼드는 도장을 찍지 않은 채 그 의뢰서를 카운터 아래 서랍에 넣어두고 다섯에게 옆 마을 슬라임 토벌을 권했다. 다섯은 그 결정을 두고 사흘간 카운터 앞에서 항의했으나, 사흘째 새벽 검은회랑에서 베테랑 B급 셋이 시신으로 돌아왔다. 다섯 신참은 그 시신을 본 뒤 다시 슬라임 토벌부터 시작했고, 헤이먼드는 그 의뢰서를 평생 서랍에서 꺼내지 않았다. 그가 은퇴한 뒤 후임 마스터가 서랍을 정리하다 발견한 그 한 장은 지금도 길드 카운터 액자에 걸려 있다.
후대 길드 마스터들은 자기 카운터 서랍에 거절한 의뢰서 한 장을 평생 보관하는 의례를 그날의 사흘에서 따왔다.
정식모험사(正式冒險士)
정식 모험가
길드에 정식으로 등록된 모험가
“같이 죽기 좋은 동료보다, 같이 살아남기 좋은 동료를 골라라.”
정식 모험가는 길드 등록증을 받고 활동하는 직업인으로, 토벌·호위·운송·탐색 등 다양한 의뢰를 골라 받는다. 신참 D급에서 시작해 C, B, A급까지 단계를 밟으며, 같은 등급이라도 평판에 따라 보수가 달라진다. 화려한 영웅 서사 뒤에는, 의뢰서를 들고 카운터 앞에 줄을 서고 보수를 받아 식비·장비비·숙박비를 빼면 손에 남는 게 거의 없는 현실이 있다.
그래서 베테랑 모험가일수록 동료 한 명을 가족보다 더 신중하게 고른다. 같이 죽기 좋은 동료보다 같이 살아남기 좋은 동료가 진짜 가족이라는 것을, 길드 카운터 앞 줄에서 다들 한 번씩 배운다.
“그 다섯이 결국 같은 술집 같은 자리에서 사십 년을 더 마셨습니다. 모험가의 진짜 보수는 골드가 아니라 살아 돌아온 동료의 빈 잔이라는 뜻이지요.”
A급 모험가 파티 '늦은 발걸음' — 첫 의뢰 시점에 D급 다섯이 결성한 뒤 사십 년을 같이 활동한 사례 — 의 일화는 '여섯 잔의 의뢰'로 길드 야사에 남아 있다.
결성 당시 다섯은 자기 첫 보수의 1할을 모아 술집 '굽은 빗자루'(은빛가지 길드 옆 골목 작은 선술집)에 잔 여섯 개를 맡겨 두었으며, 여섯 번째 잔은 늘 비워 두었다. 그 빈 잔은 다섯 중 누구든 의뢰에서 돌아오지 못한 자를 위한 자리였고, 다섯은 사십 년 동안 매주 그 잔에 술을 한 모금 따르고 한 모금만 마시는 의식을 이어갔다. 그 사이 그들은 신참 시절 함께 출발한 다른 D급 일곱 파티 중 여섯 파티가 한 명씩 사라지는 광경을 보았다.
다섯이 은퇴하던 해, 빈 잔은 끝까지 비어 있었고, 그들은 그 잔에 자기 등록증을 한 장씩 넣어 두고 술집을 떠났다. '굽은 빗자루' 주인은 그 잔을 평생 닦지 않았고, 후대 신참들은 첫 의뢰 전에 그 잔에 한 모금을 따르는 관례를 만들었다.
보부행상(褓負行商)
보부상
봇짐을 짊어지고 마을을 잇는 행상
“마차 안에 한 시대의 풍경이 다 들어 있다오. 무엇 사시겠소?”
보부상은 마차에 잡화·향료·지도·소문을 싣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떠돌이 상인이다. 화폐가 통일되지 않은 변경 지역까지 들어가 물물교환을 하고, 모험가들이 채집한 부산물을 사들여 도시에 되판다. 무공도 마법도 없지만, 어느 마을에서 도적이 나오는지, 어느 영주가 세금을 막 올렸는지, 어느 던전에서 보스가 바뀌었는지 — 보부상의 귀에 닿지 않는 정보는 거의 없다.
어떤 모험가에게는 보부상이 길드보다 정확한 정보원이며, 그래서 의뢰 시작 전 보부상 마차 앞에서 차 한 잔 사 마시는 것이 베테랑들의 불문율이다. 보부상의 마차는 작아 보여도, 사실 한 시대의 풍경 절반이 그 안에 실려 있다.
“그 마차가 한 마을 우물 옆에 멈춘 자리는 지금도 비어 있습니다. 잡화 한 묶음이 외교 사절 백 명보다 빠르다는 사실, 그 자리가 평생 증명하고 있지요.”
보부상 오슬라 펜드릭 — 사십 년을 한 마차로 변경 일곱 마을을 잇는 '돌개바람 길'(변경 북동단의 나선형 무역로)을 떠돈 인물 — 의 일화는 '한 마을 우물 옆 사흘'로 변경 상인들 사이에 가장 길게 회자된다.
어느 가을 오슬라는 변경 마을 카베른(변경 북동단 끝자락 칠백 호 마을)에 도착해 그 마을 영주가 인접 라델 도시국에 선전포고 직전이라는 사실을 마차 단골 손님 두 명의 대화에서 들었다. 오슬라는 그날 마차를 마을 우물 옆에 멈춰 두고 사흘간 잡화 한 묶음씩 일곱 집에 외상으로 풀었으며, 외상장부 뒷장에 단 한 줄 — "이번 가을 라델 호밀이 두 배 풍년" — 만 적어 두었다. 그 한 줄 정보가 카베른 영주의 식료 비축 계산을 뒤집어 선전포고가 한 달 미뤄졌고, 그 사이 라델 도시국 사신이 도착해 협상이 성립되었다. 오슬라는 다음 가을에야 외상값을 받으러 돌아왔으며, 마을 사람들은 외상 대신 우물 옆 자리를 평생 비워두는 것으로 답례를 갈음했다.
후대 보부상들은 카베른을 지날 때 마차를 그 우물 옆에 한 시진 멈추는 관례를 따른다.
세계수수호자(世界樹守護者)
세계수의 수호자
세계수의 뿌리를 평생 지키는 자
“세계수가 시들면 다음 세계가 뿌리 내릴 자리가 없다. 그래서 잎 한 장에 한 시대가 걸려 있다.”
세계수의 수호자는 대륙 중심에 뿌리내린 거대한 세계수 한 그루를 평생에 걸쳐 지키는 자이다. 세계수의 잎 한 장이 시들면 인접 왕국 한 곳의 풍년이 끝난다는 옛 기록 때문에, 수호자는 한 시대에 단 한 명만 임명된다. 검을 쓰는 수호자도 있고 마법으로 결계를 두르는 수호자도 있어 형태는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어떤 수호자든 평생 세계수 반경 백 리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 줄 계약을 신과 맺는다. 외부 침입자보다 무서운 적은 사실 권태이며, 베테랑 수호자일수록 세계수 뿌리 옆에 작은 채소밭을 가꾼다. 가장 무거운 한 줄 결재는 큰 침입자를 베는 것이 아니라, 잎 한 장의 색이 미묘하게 바뀐 그 새벽을 알아채는 자세 위에 있다.
“수호자가 그 새벽 잎 한 장을 떼어 손바닥에 올려 둔 자세는 검을 뽑은 자세보다 무거웠다고 신전 사관이 적었습니다. 한 시대 풍년이 한 손바닥 위에 올라 있다는 뜻이었지요.”
사대 세계수의 수호자 옐바 메테른 — 평민 식물학자 출신으로 세계수(世界樹, 대륙 중심 평원에 솟은 천 미터 높이의 단일 신목) 곁에서 사십 년을 보낸 자 — 의 일화는 '잎 한 장의 새벽'으로 신전 비고에 길게 기록되어 있다.
어느 봄 새벽 옐바는 평소 채소밭에서 호박 줄기를 정리하다 세계수 동쪽 가지의 잎 한 장이 평소보다 한 음 더 어둡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는 그날 자기 검을 뽑지 않고, 잎 한 장을 손바닥에 올려 사흘 밤낮 떼지 않은 채 뿌리 옆에서 단식을 했다. 사흘째 새벽 인접 왕국 칸의 라(Khan-Ra, 세계수 동편의 가장 큰 농업 왕국) 농경지에서 알 수 없는 마름병이 멎었다는 보고가 들어왔으며, 마법사들이 추적해보니 그 시점이 옐바의 단식이 끝난 시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옐바는 그 사실을 평생 신전에 보고하지 않았고, 칸의 라 왕은 그 봄을 '풍년의 봄'으로만 기록했다. 옐바가 사망한 뒤 그가 남긴 일지의 그날 페이지에는 단 한 줄 — "잎 한 장은 한 모금 호흡으로 살았다" — 만 적혀 있었다.
후대 수호자들은 즉위 첫날 채소밭을 먼저 가꾸는 의례를 그날의 호박 줄기에서 따왔다.
정령왕대리(精靈王代理)
정령왕의 대리인
정령왕의 명을 사람의 자리에서 대신 행하는 자
“불 정령왕께서 또 삐치셨군요. 이번 분기 화산 분화는 그것 때문입니다, 다들 양해 부탁드립니다.”
정령왕의 대리인은 4대 정령왕(불·물·바람·땅) 중 한 명과 평생 계약을 맺고 그 뜻을 인간계에 전하는 자이다. 외형은 계약한 정령의 속성에 따라 색이 다른 도포, 어깨에 정령 인장 펜던트, 한 손에 작은 계약 두루마리가 표준이다. 정령왕은 변덕이 심하고 자존심이 강해, 인간계의 작은 결례 한 줄에도 한 시즌 분량의 자연재해로 항의한다.
그래서 대리인의 진짜 직무는 정령왕의 분노를 인간계에 통역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계의 무례를 정령왕에게 미리 변명하는 일이다. 베테랑 대리인일수록 정령왕에게 사과 편지 쓰는 손글씨가 늘며, 평생 다듬은 절기는 큰 마법이 아니라 정중한 한 줄 사과문이다. 한 시대 가뭄 한 줄을 막은 진짜 공로자는 영웅이 아니라 사과 편지를 제때 보낸 대리인이다.
“그 한 줄 사과문 끝에 붙은 짧은 농담이 화산 한 봉우리를 멈춰 세웠다는 사실은 우리 대리인 사이에서만 조용히 전해집니다. 정령왕은 사과보다 위트에 약하다는 뜻이지요.”
정령왕의 대리인 사이러스 톰 — 불 정령왕 이그니큘(Ignikul, 4대 정령왕 중 가장 변덕이 심한 화염의 군주)과 사십 년 계약을 유지한 인물 — 의 일화는 '농담 한 줄 사과문'으로 정령 사절단에 길게 전해진다.
어느 여름 라델 도시국의 어린 영주 후계자 한 명이 축제장 한가운데서 모닥불에 침을 뱉는 결례를 저지르자, 이그니큘이 인접 화산 카르덴 봉(火山 카르덴, 라델 동쪽 일곱 봉우리 중 가장 큰 활화산)을 사흘 안에 분화시키겠다는 신탁을 내렸다. 사이러스는 그날 밤 사과문 한 장을 적었고, 마지막 한 줄 — "이그니큘 폐하의 불꽃은 어린 영주의 침 한 방울로 식을 만큼 작지 않으십니다" — 만 농담조로 끼워 넣어 보냈다. 이그니큘은 그 한 줄에 한 호흡 웃었다는 정령 사절의 보고가 있었으며, 카르덴 봉 분화는 사흘 뒤 단 한 줌 연기로 그쳤다. 어린 영주는 그 사실을 평생 모른 채 늙은 영주가 되어 사이러스의 손녀를 사절단장으로 임명했다.
후대 대리인들은 사과문 마지막 줄에 위트 한 줄을 끼우는 자세를 그 여름에서 따왔다.
신성심판관(神聖審判官)
신성 심판관
신의 이름으로 죄를 가르는 자
“이 자가 거짓을 말했는지는 신께서 아십니다. 다만 그 답을 받아 적는 것은 제 일입니다.”
신성 심판관은 큰 신전 산하에서 마족 출현·이단 의혹·맹세 위반 사건을 신의 권위로 판결하는 자이다. 외형은 흰 사제복 위에 짙은 색 외투, 가슴팍에 신성 천칭 펜던트, 한 손에 작은 판결 두루마리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판례·신탁 결재·금기 조항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어, 신탁 사제도 까다로운 사안은 그에게 자문을 보낸다.
신의 이름으로 한 줄 판결을 내리는 자리이지만, 정작 본인은 매일 새벽 자기 한 줄이 신의 뜻과 어긋나지 않았는지 묵상한다. 신성 심판관의 가장 무거운 도구는 큰 천칭이 아니라, 판결 직전 한 호흡을 더 두는 침묵이다. 그래서 늙은 심판관일수록 판결문이 짧고, 침묵이 길다.
“심판관이 그 한 호흡을 더 두지 않았다면 무고한 한 마을이 사라졌을 겁니다. 침묵 한 호흡이 천 줄 판결문보다 무겁다는 사실은 우리만 압니다.”
십일대 신성 심판관 마르카 데인 — 백광신전(白光神殿, 대륙 동단의 가장 큰 정의의 신전) 산하에서 사십 년 판결대를 지킨 자 — 의 일화는 '한 호흡의 침묵'으로 신전 판결록에 길게 남아 있다.
변경 마을 라우(Lao, 백광신전 동쪽 외곽의 작은 농경 마을)가 마족 한 명을 숨겨주었다는 신전 첩보가 들어와, 마르카가 마을 전체를 이단 화형 판결로 결재 직전까지 갔다. 판결대 위 마지막 한 호흡, 그는 천칭의 한쪽이 평소보다 한 푼 가볍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결재를 미뤘다. 그 한 호흡 사이 신탁 사제 한 명이 헐떡이며 도착해, 첩보 자체가 인접 영주의 토지 강탈 음모였음을 폭로했다. 마르카는 그 자리에서 첩보 발의자 영주의 한 줄 죄목을 대신 적었고, 라우 마을은 한 사람도 잃지 않은 채 풍년 한 시즌을 그대로 보냈다. 마르카는 평생 자기 천칭의 그 한 푼 차이를 '신께서 빌려주신 한 호흡'이라 부르며 묵상했다.
후대 심판관들은 판결 직전 천칭을 한 번 더 들여다보는 의례를 그날의 한 호흡에서 따왔다.
차원문수자(次元門守者)
차원문 관리자
차원문의 열림과 닫힘을 지키는 자
“이 문은 어제까지 마계로 열렸고, 오늘은 어디로 열릴지 저도 모릅니다. 그러니 함부로 들어가지 마십시오.”
차원문 관리자는 대륙 곳곳에 무작위로 생성·소멸하는 차원문을 등록·봉인·재개방하는 자이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학자 도포, 어깨에 차원 측정 도구 가방, 한 손에 작은 봉인 두루마리가 표준이다. 차원문 한 개가 잘못 열리면 한 마을이 하룻밤 사이에 다른 차원으로 옮겨가 버린 옛 사건이 야사에 남아 있다.
그래서 관리자의 한 줄 결재는 모험가 길드 마스터의 한 줄 결재보다 무겁다. 본인은 평생 자기가 봉인한 문 안쪽이 어떤 풍경인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며, 그것이 가장 큰 호기심이자 평생의 자제력이다. 가장 무거운 한 줄 봉인은 큰 차원문이 아니라, 한밤중 마을 헛간 뒤에 조용히 열린 작은 한 칸 위에 있다.
“관리자는 그 헛간 뒤를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채 봉인을 마쳤습니다. 호기심 한 줄을 누르는 자세가 마법사 백 명의 결계보다 강하다는 뜻이지요.”
사대 차원문 관리자 디드리히 본 — 라단 마법대학(Radan, 청수마탑 인근의 차원 연구 전문 학사) 출신으로 평생 차원문 칠백 개를 봉인한 자 — 의 일화는 '한밤중 헛간 한 칸'으로 마법 학자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어느 가을밤 라델 도시국 외곽 켈튼 농장(Kelton, 라델 남쪽 호밀 농가)에서 헛간 뒤 1.5미터 폭의 작은 차원문이 사흘간 점멸하다 마침내 안정화되었다. 디드리히는 그 문 안쪽에서 들리는 노랫소리가 자기 죽은 어머니의 자장가와 똑같다는 사실을 첫 호흡에 알아챘으나, 자기 봉인 두루마리를 펼치고 한 번도 안쪽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봉인을 마쳤다. 그는 그 자리에 표지석 한 개를 세우며 단 한 줄 — "안쪽을 보면 바깥이 닫힌다" — 만 새겨 두었다. 사흘 뒤 다른 학자가 호기심에 그 봉인을 풀어 안쪽을 들여다본 일이 있었으나, 그 학자는 그날 이후 영영 돌아오지 못했고 헛간 뒤는 디드리히의 봉인보다 더 두꺼운 두 번째 봉인으로 다시 닫혔다. 디드리히는 그 표지석 앞에서 사망했고, 사망 직전까지 안쪽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후대 관리자들은 첫 봉인 전에 그 표지석 앞에 두루마리 한 장을 올려두는 관례를 따른다.
고룡전언자(古龍傳言者)
고룡 통역사
고룡의 말을 사람의 말로 옮기는 자
“고룡께서는 '인간들이 시끄럽다'라고 하십니다. 직역하면 '제발 좀 닥쳐라'입니다만, 외교용으로 다듬었습니다.”
고룡 통역사는 천 년 이상 살아온 고룡(古龍)의 옛 언어를 인간 외교 자리에서 통역하는 자이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외교 도포, 가슴팍에 고룡 인장 펜던트, 한 손에 작은 옛 사전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고룡어 사전·옛 분기 외교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고룡어는 한 단어가 인간어 다섯 줄에 해당해, 통역 한 줄이 외교 한 시대를 좌우한다. 그래서 통역사의 진짜 절기는 고룡어 직역이 아니라, 고룡의 무례한 한 줄을 인간 외교 격식에 맞게 다듬는 한 줄 의역이다. 가장 무거운 한 줄 통역은 큰 조약이 아니라, 늙은 고룡이 한밤중 혼잣말로 흘린 짧은 한 단어 위에 있다.
“통역사가 그 한 단어를 '외롭다'로 옮긴 자세가 인간-고룡 백 년 평화를 시작했습니다. 직역이 옳을 때보다 의역이 옳을 때가 훨씬 많다는 뜻이지요.”
고룡 통역사 인즈올드 라피 — 인간-고룡 외교 사절단의 사십 년 수석 통역으로 평민 학자 출신 — 의 일화는 '한밤중 한 단어'로 외교 사관들 사이에 가장 길게 회자된다.
천 년을 산 고룡 베르사르(Verthsar, 대륙 북쪽 백설산맥의 흰비늘 고룡)와 라델 도시국 사이의 종족 평화 조약 협상이 사흘 밤낮 결렬 직전이었고, 사흘째 한밤중 베르사르가 자기 둥지 가장자리에서 짧은 고룡어 한 단어 — '솔라크(solak)' — 를 혼잣말로 흘렸다. 인즈올드는 그 단어가 사전상 '광활하다'로 번역되지만, 천 년 산 고룡의 어조에서는 '외롭다'에 가깝다는 사실을 한 호흡에 알아챘다. 그는 다음 날 아침 사절단 협상에서 그 한 단어를 외교 격식 없이 그대로 — "고룡 베르사르 폐하께서는 외로우셨습니다" — 라 옮겼고, 그 한 줄에 베르사르가 비늘 한 장을 협상 탁자에 떨어뜨려 우정의 표식으로 삼았다. 그 비늘은 라델 외교 박물관 정중앙에 보관되어 있으며, 인간-고룡 백 년 평화의 시초로 새겨져 있다. 인즈올드는 사전 한 권에도 그 한 단어의 두 번째 뜻을 끝내 적어 넣지 않았는데, "고룡의 외로움은 사전에 적힐 단어가 아니다"라는 자기 한 줄 후기 때문이었다.
후대 통역사들은 협상 직전 그 비늘 앞에 합장하는 관례를 따른다.
마도기관사(魔導機關師)
마도공학 정비사
마도공학의 기관을 정비하는 자
“이 골렘, 핵심 룬 한 줄이 어긋났습니다. 한 줄이지만, 이 한 줄이 마을 하나를 살립니다.”
마도공학 정비사는 골렘·자동인형·마도 비행선 같은 마도공학 장치를 정비·수리하는 평민 출신 장인이다. 외형은 가죽 앞치마, 어깨에 작은 룬 측정 도구 가방, 허리에 정밀 망치와 룬 끌 묶음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마도공학 도면·옛 분기 정비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마도공학은 마법사도 기사도 잘 모르기에, 한 도시에 정비사 한 명이 자리를 비우면 그 도시 골렘 절반이 한 시즌 멈춘다. 본인은 새 골렘 제작보다 한 줄 룬이 어긋난 옛 골렘 수리에 더 정성을 들이며, 그 한 줄이 옛 주인의 한 시대 추억을 살린다. 가장 무거운 한 줄 정비는 큰 비행선이 아니라, 늙은 영주의 평생 동반 골렘의 한 줄 룬 위에 있다.
“정비사는 그 골렘의 룬을 새로 깎아 갈아 끼우지 않고 옛 룬 한 줄을 살려 다시 새겼습니다. 한 시대 추억은 새 부품으로는 살릴 수 없다는 뜻이지요.”
마도공학 정비사 토른 베르겐 — 청수마탑 인근 공방 거리에서 사십 년을 한 작업장만 지킨 평민 장인 — 의 일화는 '한 줄 룬의 새벽'으로 정비사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라델 도시국의 늙은 영주 칼반 4세가 이십 대 시절부터 평생 동반한 시종 골렘 '돌마(石馬, Stoneberg 가문의 옛 청동 골렘)'가 어느 봄 갑자기 멈추자, 영주는 토른의 작업장 앞에서 사흘 밤낮을 기다렸다. 토른은 돌마의 핵심 룬 한 줄이 옛 청동 합금의 미세한 노화로 어긋났다는 사실을 첫 호흡에 알아챘다. 새 룬을 깎아 끼우면 골렘은 일주일 만에 작동했겠으나, 토른은 사흘에 걸쳐 옛 룬 한 줄을 그대로 살린 채 어긋난 한 획만 정밀히 다시 새겼다.
그가 마지막 한 획을 끝낸 새벽, 돌마가 평소처럼 영주에게 한 잔 차를 따랐고, 영주는 그 자리에서 한 호흡 울었다. 토른은 평생 그 정비를 자기 작업장 최고 작품이라 부르지 않고, 단지 "한 줄 룬은 옛 청동 위에서만 살아남는다"고만 적어 두었다. 영주가 사망한 뒤 돌마는 토른의 작업장에 봉헌되었으며, 후대 정비사들은 돌마 앞에서 입문 첫 망치질을 시작하는 의례를 따른다.
마법계약사(魔法契約士)
마법 계약 중개인
마법의 계약을 중개하고 보증하는 자
“계약서 글씨가 작은 건 일부러입니다. 작은 글씨에 큰 함정이 있는 법이지요. 한 번 더 읽으십시오.”
마법 계약 중개인은 마법사·악마·정령·인간 사이의 마법적 구속력 있는 계약을 정중히 중개하는 자이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학자 도포, 어깨에 작은 가방, 한 손에 정밀 깃펜과 옛 계약 두루마리 묶음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계약 사례·옛 분기 결재·금기 조항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마법 계약은 한 줄 글자라도 잘못 들어가면 평생 영혼이 묶이는 결과로 이어지기에, 중개인의 한 줄 검토는 변호사 백 명의 한 줄보다 무겁다. 그래서 악마와 마법사가 같은 중개인을 신뢰한다는 것 자체가 그 중개인의 평생 명성이다. 가장 무거운 한 줄 중개는 큰 거래가 아니라, 신참 마법사가 처음 들고 온 작은 사역마 계약서 위에 있다.
“중개인이 신참의 한 줄을 다시 적게 한 그 자세 덕에 평민 한 명의 영혼이 살았습니다. 작은 계약 한 장이 큰 마탑 결재보다 무겁다는 뜻이지요.”
마법 계약 중개인 셀빈 오라르 — 라델 마법 거리 끝자락에서 사십 년 작은 사무실을 지킨 평민 학자 — 의 일화는 '신참 사역마 계약 한 줄'로 중개인들 사이에 길게 회자된다.
어느 겨울 청수마탑 견습 마법사 미들레인이 까마귀 한 마리를 사역마로 계약하러 셀빈에게 왔으며, 견습은 옛 계약 양식 한 장에 자기 이름을 한 호흡에 적으려 했다. 셀빈은 그 양식의 마지막 줄 — "계약자의 영혼은 사역마의 수명에 귀속된다" — 라는 한 줄이 사실 악마 측 표준 양식이 한 글자 잘못 섞여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는 견습의 깃펜을 정중히 막고 사흘에 걸쳐 양식을 처음부터 다시 적었으며, 새 양식 마지막 줄에는 단지 "계약자와 사역마는 서로의 호흡을 빌려 쓴다"라고만 적었다. 견습 미들레인은 그 사흘을 답답해하며 보냈으나, 다음 해 같은 양식으로 계약한 다른 견습이 사역마 사망과 함께 영혼을 잃는 사건이 일어나자 셀빈에게 평생 감사 편지를 보냈다. 미들레인은 훗날 청수마탑 장로가 되었고, 셀빈의 사무실 액자에는 그 잘못 섞인 한 글자가 봉인지에 싸여 보관되어 있다.
후대 중개인들은 사무실 정중앙에 그 봉인지 한 장을 거는 의례를 따른다.
결계측량사(結界測量師)
결계 측량사
결계의 크기와 강도를 측량하는 자
“이 마을 결계, 모서리 한 칸이 어긋났습니다. 사흘 안에 손보지 않으면 그 자리로 마수 한 마리가 들어옵니다.”
결계 측량사는 마을·도시·신전을 보호하는 결계의 어긋남·균열·노화를 정밀히 측정하는 자이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작업 도포, 어깨에 결계 측정 도구 가방, 한 손에 작은 측량 자와 옛 결계 도면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결계의 모서리·옛 분기 노화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결계 한 칸이 어긋나면 그 자리로 마수가 들어오는 옛 사건이 야사에 매년 반복되기에, 측량사의 한 줄 보고는 영주 결재보다 빠르게 처리된다. 베테랑일수록 측정 도구보다 한 줄 직감이 정확해, 도구를 꺼내기 전에 결계 모서리 한 칸을 손으로 짚어 본다. 가장 무거운 한 줄 측량은 큰 결계가 아니라, 변경 마을의 작은 결계 한 칸 위에 있다.
“그 측량사가 우물 옆 한 칸에 손바닥을 댄 채 사흘을 보낸 자세는 큰 결계 도면 백 장보다 무거웠습니다. 한 칸이 한 마을이라는 사실을 손바닥이 먼저 안다는 뜻이지요.”
사대 결계 측량사 헤스타 룬덴 — 미투른 변경청(Mitturn, 청수마탑 산하 결계 관리 소속의 변경 결계 감독청) 출신으로 사십 년을 한 자루 측량 자만으로 결계를 짚어 온 인물 — 의 일화는 '우물 옆 한 칸의 사흘'로 측량사 도제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어느 늦은 가을 변경 마을 푀르빈(Fervin, 미투른 동남단 사백 호 농경 마을)의 우물 옆 결계 모서리 한 칸이 평소보다 반 푼 어긋났다는 자기 손바닥 직감을 받자, 헤스타는 도구를 꺼내지 않고 그 자리에 손바닥을 댄 채 사흘 밤낮을 떠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 모습을 비웃었으나, 사흘째 새벽 인접 검은수풀 던전(검은수풀, 푀르빈 동단의 등급 미상 새 던전)에서 늑대 마수 한 무리가 빠져나와 그 어긋난 한 칸으로 정확히 향했다. 헤스타는 그 한 칸 앞에서 측량 자 끝으로 룬 한 획을 즉석에서 끌어다 채워, 마수 한 무리가 자기 발 앞에서 한 호흡 멎게 했다.
그는 그날 자기 일지에 단 한 줄 — "한 칸은 손바닥보다 정직했다" — 만 남겼고, 푀르빈 영주의 사례 마차 두 대를 모두 돌려보냈다. 헤스타가 은퇴한 뒤 그 우물 옆 한 칸에는 작은 표지석이 세워졌으며, 후대 측량사들은 변경 결계를 처음 짚을 때 그 표지석 앞에 손바닥을 한 호흡 대는 의례를 그날의 사흘에서 따왔다.
영약감별사(靈藥鑑別師)
영약 감별사
영약의 진위를 한눈에 가리는 자
“이 영약, 색은 진짜인데 향이 가짜입니다. 한 모금이면 회복이고, 두 모금이면 중독입니다.”
영약 감별사는 모험가·약초 채집가·연금술사가 들고 온 영약의 진위·등급·약효를 정밀히 감별하는 자이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학자 도포, 어깨에 작은 향료 가방, 한 손에 정밀 감별 도구와 옛 약전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영약의 색·향·옛 분기 감별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가짜 영약 한 병이 모험가 한 명의 마지막 한 합을 빼앗는 옛 사건이 길드 야사에 매년 남기에, 감별사의 한 줄 도장은 길드 결재보다 무겁다. 베테랑일수록 감별 도구보다 한 줄 코끝 향에 의지하며, 영약을 손목에 한 방울 떨어뜨려 결을 본다. 가장 무거운 한 줄 감별은 큰 영약이 아니라, 신참 모험가가 처음 들고 온 작은 회복 영약 한 병 위에 있다.
“그 감별사가 한 병을 도로 카운터에 엎어 두기 전 한 호흡을 더 끈 자세는 우리 약전 백 권보다 무거웠다고 합니다. 향 한 줄을 의심하는 한 호흡이 모험가 한 명을 살린다는 뜻이지요.”
영약 감별사 카드린 모스 — 라델 도시국 길드 거리 끝자락에서 사십 년 작은 감별 좌판을 지킨 평민 학자 — 의 일화는 '한 호흡 더 끈 향'으로 감별사 도제들 사이에 길게 회자된다.
어느 봄 신참 D급 모험가 일행이 변경 약초상 페렘드(Feremd, 라델 외곽의 떠돌이 약초 좌판상)에게 산 회복 영약 다섯 병을 들고 왔는데, 색은 표준 청록이었고 코끝 향도 두 호흡까지는 평범했다. 카드린은 손목에 한 방울 떨어뜨린 결의 흐름이 평소보다 반 박자 늦게 갈라지는 것을 알아채고, 도장을 찍기 직전 한 호흡을 더 끈 채 향료 가방을 다시 펼쳤다. 다섯 병 가운데 두 병이 진짜 회복약 위에 마비초(麻痺草, 변경 습지의 가짜 회복약 원료) 가루를 한 줌 섞은 위조품임이 결의 두 번째 흐름에서 드러났다.
카드린은 그 자리에서 두 병을 카운터에 엎고, 신참 일행에게 진짜 세 병만 정상 가격으로 정산해 주었다. 그 다섯이 사흘 뒤 검은회랑 던전 외곽에서 세 병만으로 살아 돌아왔으며, 만약 두 병을 더 들이켰다면 그 자리에서 마비로 정지했을 것이라 베테랑들이 회상했다. 카드린은 평생 그 두 병을 자기 좌판 정중앙 봉인지 안에 보관했고, 후대 감별사들은 좌판 정중앙에 봉인지 한 장을 거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마법장서관(魔法藏書官)
마법 도서관 사서
마법서를 관리하는 도서관 사서
“그 책은 18서클부터 열람 가능합니다. 견습이시면 옆 칸 입문서부터 보세요. 거기도 폭발 사례 충분합니다.”
마법 도서관 사서는 마탑·신전·왕립 도서관에서 마법서·옛 두루마리·금서를 정리·열람·관리하는 평민 출신 학자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학자 도포, 어깨에 작은 가방, 한 손에 정밀 결재 도장과 옛 책 목록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책의 위치·옛 분기 열람 결재·금기 페이지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어, 대마도사조차 책 한 권을 찾을 때 사서에게 먼저 물어본다.
견습이 도서관에 불을 내면 가장 먼저 한 줄 결재 도장을 들고 뛰어가는 자도 사서다. 가장 무거운 한 줄 결재는 큰 금서 열람이 아니라, 신참 견습이 처음 빌려 가는 작은 입문서 한 권 위에 있다.
“사서가 그 견습에게 입문서 한 권을 두 번 빌려준 자세 덕분에 마탑 한 층이 살았습니다. 한 권 결재가 큰 금서 결재보다 무겁다는 사실은 우리 사서들 사이에서만 조용히 적힙니다.”
칠대 마법 도서관 수석 사서 외스타 풀란(Eusta Fullan) — 청수마탑 칠층 도서관에서 사십 년 결재 도장을 잡은 평민 출신 학자 — 의 일화는 '입문서 두 번 결재의 새벽'으로 사서 도제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어느 겨울 신참 견습 야르빈(Yarvin, 청수마탑 십이대 입학 견습 중 평민 출신)이 입문 마법서 「불꽃의 첫 문장」(평민 출신 견습 표준 입문서)을 빌리러 왔으며, 외스타는 야르빈의 손가락 떨림이 평소 견습보다 한 박자 빠르다는 사실을 첫 호흡에 알아챘다. 그는 도장을 찍기 직전 야르빈에게 그 책 18쪽 — 첫 화염 영창 페이지 — 을 자기 앞에서 한 번 소리 내 읽어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야르빈의 발음에서 '이그닐(ignil)'이 '이그닐크(ignilk)'로 한 음 더 길게 새는 것이 잡혀, 외스타는 그 자리에서 도장을 미루고 발음 교정 한 시진을 함께 한 뒤 두 번째로 결재를 찍어 주었다. 사흘 뒤 옆 견습이 같은 페이지를 잘못 발음한 채 도서관 한 칸에 화염 폭발을 일으켰으나, 야르빈은 자기 첫 영창을 정확히 끝내 마탑 칠층의 가장 빠른 견습 입문 사례로 남았다. 외스타는 평생 그 결재 도장을 두 번 찍은 한 장 결재서를 자기 카운터 액자에 걸어 두었다.
후대 사서들은 신참 견습 첫 결재에서 발음을 한 번 들어 보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의뢰서필사(依賴書筆寫)
의뢰서 필경사
의뢰서를 한 자 한 자 옮겨 쓰는 자
“의뢰서 한 장에 모험가 한 명의 한 시즌이 걸립니다. 그러니 글씨 한 자도 흘려 쓰지 않습니다.”
의뢰서 필경사는 길드·신전·영주관에서 의뢰서·계약서·옛 결재 문서를 한 자 한 자 정중히 옮겨 적는 평민 출신 학자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학자 도포, 가슴팍에 작은 인장 펜던트, 한 손에 정밀 깃펜과 옛 종이 묶음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의뢰서의 양식·옛 분기 결재·금기 조항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의뢰서 한 줄이 잘못 적히면 모험가 한 명의 한 시즌 보수가 어긋나기에, 필경사의 손목은 검사보다 안정적이라는 길드 격언이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줄 필사는 큰 의뢰서가 아니라, 사망한 모험가 가족에게 보내는 한 줄 부고 위에 있다.
“필경사가 그 부고 한 줄을 사흘 밤 다시 적은 손목 자세는 큰 조약 백 장 필사보다 무거웠다고 합니다. 한 줄 부고는 깃펜이 아니라 한 호흡으로 적는다는 뜻이지요.”
의뢰서 필경사 라몬 톨베(Ramon Tolbe) — 변경 도시 라델의 길드 필경실에서 사십 년 책상 한 자리만 지킨 평민 학자 — 의 일화는 '한 줄 부고의 사흘'로 필경사 도제들 사이에 가장 길게 회자된다.
어느 늦가을 C급 모험가 일행 '엷은 새벽'(라델 길드의 십이년 차 삼인 파티)이 검은회랑 던전 신층 토벌 의뢰에서 막내 한 명을 잃고 돌아왔으며, 라몬에게 그 막내의 모친 — 변경 마을 톨른(Tholn, 라델 남단 이백 호 농경 마을)의 빨래터 노파 — 에게 보낼 한 줄 부고가 의뢰되었다. 라몬은 첫 번째 한 줄에서 '사망'을 적었다 깃펜을 멈췄고, 두 번째 한 줄에서 '돌아오지 못했다'를 적었다 다시 멈췄다. 사흘째 새벽 그는 단지 — "막내 분께서는 새벽 빛 한 줄을 마주 보고 잠드셨습니다" — 라는 한 줄만 옛 종이 한가운데 정중히 적어 보냈다. 노파는 그 한 줄을 받고 빨래터에서 사흘 동안 빨래만 했으며, 사흘째 라델 길드 카운터 앞에 와 라몬에게 깃펜 한 자루를 건네며 한 호흡 절을 하고 돌아갔다. 라몬은 평생 그 깃펜을 자기 책상 정중앙에 두고 다른 부고 결재에서만 꺼내 썼다.
후대 필경사들은 부고 한 줄을 적기 전 깃펜을 책상 정중앙에 가로 놓는 의례를 그날의 사흘에서 따왔다.
미궁식당주(迷宮食堂主)
던전 식당 운영자
던전 입구의 식당을 운영하는 자
“오늘의 메뉴는 슬라임 푸딩과 코볼트 스튜입니다. 다 잡아 와서 만든 거니까 길드 의뢰비 정산은 카운터에서요.”
던전 식당 운영자는 도시 길드 옆에 자리 잡고 모험가가 잡아 온 몬스터 부산물로 요리를 만들어 파는 평민 출신 요리사다. 외형은 짙은 색 작업복, 머리에 흰 두건, 어깨에 작은 가방, 한 손에 작은 칼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몬스터 부산물의 평소 손질법·옛 분기 식자재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길드 카운터 옆 한 줄 메뉴판이 사실 그 도시 모험가의 한 시즌 메뉴 표라는 사실은 베테랑들만 안다. 어떤 모험가는 토벌 보수보다 식당의 한 끼 외상값을 갚으려 다음 의뢰를 받는다. 가장 무거운 한 끼는 큰 몬스터 스튜가 아니라, 살아 돌아온 신참 한 명에게 무료로 내주는 작은 한 그릇 위에 있다.
“운영자가 그 한 그릇을 외상장부에도 적지 않은 자세 덕분에 신참 한 명이 다음 의뢰를 받았습니다. 한 그릇은 보수가 아니라 인사라는 뜻이지요.”
던전 식당 '뜨거운 도면'(Hot Map, 라델 길드 카운터 옆 골목 사십 년 운영의 작은 식당) 운영자 페른 메르(Fern Mer) — 사십 년 한 솥만 지킨 평민 요리사 — 의 일화는 '외상장부에 적히지 않은 한 그릇'으로 길드 야사에 길게 전해진다.
어느 초겨울 D급 신참 모험가 톨반(Tolban, 라델 길드 십삼대 신참 등록자)이 자기 첫 토벌 — 변경 늪지 슬라임 다섯 마리 — 을 끝낸 첫날 저녁, 길드 카운터 옆 골목으로 들어와 손에 동전 두 닢만 쥐고 있었다. 페른은 그 두 닢이 회복약 한 병 값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을 첫 호흡에 알아채고, 톨반에게 슬라임 푸딩 한 그릇을 한 줄 메뉴판에 적지 않은 채 그대로 내주었다. 톨반이 그 한 그릇 값을 묻자 페른은 단지 — "다음에 살아 돌아오시면 그게 정산입니다" — 라는 한 줄만 외상장부 대신 자기 솥뚜껑 안쪽에 새겨 두었다. 톨반은 사 년 뒤 B급 모험가가 되어 그 솥뚜껑 앞에서 동전 한 자루를 내려놓았으나, 페른은 그 동전 자루를 그대로 길드 신참 한 시즌 식권으로 바꿔 카운터에 맡겼다. 페른의 솥뚜껑 안쪽에는 사십 년 동안 그 한 줄이 그대로 새겨져 있었으며, 페른이 사망한 뒤 솥뚜껑은 라델 길드 전시관 정중앙에 봉헌되었다.
후대 던전 식당 운영자들은 솥뚜껑 안쪽에 한 줄 인사를 새겨 두는 관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회복약행상(回復藥行商)
회복약 행상
회복약을 들고 마을을 도는 행상
“한 병에 동전 다섯 닢, 두 병이면 아홉 닢. 깎아드리는 게 아닙니다. 두 병 들고 가야 살아 돌아오신다는 뜻입니다.”
회복약 행상은 던전 입구·길드 카운터 옆·변경 마을 길목에 작은 좌판을 펴고 회복약·해독제·발광약을 직접 파는 평민 출신 상인이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작업복, 등에 약병 가방, 한 손에 작은 계량 스푼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모험가의 평소 출정 시각·옛 분기 회복약 소진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그래서 어떤 행상은 모험가 한 명의 출정 직전 표정만 보고도 그가 두 병을 사야 할지 세 병을 사야 할지 한 줄로 안다. 가장 무거운 한 줄 거래는 큰 영약이 아니라, 신참이 처음 들고 가는 작은 한 병의 정확한 단가다.
“행상이 그 신참에게 두 병이 아니라 세 병을 권한 한 호흡 덕에 일행 셋이 살았습니다. 한 병의 차이가 한 합의 차이라는 사실은 좌판 앞에서만 적힙니다.”
회복약 행상 베르타 콜룬(Bertha Kolun) — 검은회랑 던전 입구 길목에서 사십 년 작은 좌판 한 자리만 지킨 평민 상인 — 의 일화는 '한 병 더의 새벽'으로 행상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어느 새벽 D급 신참 일행 세 명이 베르타의 좌판 앞에 동전 자루를 펼치고 평소 표준 — 한 명당 두 병 — 을 사려 했으며, 일행 중 막내 둘란(Dulan, 변경 마을 톨른 출신 첫 출정 견습)의 이마에 평소보다 한 호흡 빠른 땀이 맺혀 있었다. 베르타는 그 한 호흡 차이를 첫 눈에 잡아내고, 둘란 한 명에게만 두 병이 아니라 세 병을 권하며 한 병 값을 자기 좌판 외상장부에 미리 올렸다. 일행은 그 권유에 한 병 값을 더 내고 던전 신층으로 향했다. 사흘 뒤 일행 셋이 던전 외곽으로 살아 돌아왔으며, 둘란이 마지막 함정 한 칸에서 자기 세 번째 회복약 한 병을 막내답지 않게 자기 선임에게 양보해 일행 셋이 동시에 회복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둘란은 다음 출정에서 베르타에게 그 외상 한 병 값을 두 배로 갚았으며, 베르타는 그 외상장부 한 줄을 평생 자기 좌판 정중앙 봉인지 안에 보관했다.
후대 회복약 행상들은 신참 출정 첫 좌판에서 한 병을 더 권하며 외상으로 미리 올리는 관례를 그날의 한 호흡에서 따왔다.
마법등점등사(魔法燈點燈士)
마법등 점등인
마법등을 켜고 끄는 자
“오늘 밤도 등 한 줄 켭니다. 이 한 줄이 늦은 귀가 한 명을 마중합니다.”
마법등 점등인은 도시 골목·변경 마을 길목·신전 외곽의 마법등 한 줄을 매일 새벽과 저녁에 점등·소등하는 평민 자원이다. 외형은 닳은 짙은 색 작업복, 어깨에 작은 마력 결정 가방, 한 손에 긴 점등봉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그 도시 모든 옛 마법등의 평소 마력 잔량·옛 분기 점등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영주 기사단이 큰 위협을 막는다면, 점등인의 한 줄 마법등이 야간 귀가 한 명의 한 발자국을 지킨다. 그래서 작은 마을의 진짜 어둠은 큰 마수가 아니라, 점등인이 한 줄 등을 빠뜨린 그 골목이라는 격언이 있다. 가장 무거운 한 줄 점등은 큰 광장이 아니라, 변경 마을 끝자락 길목 한 자리 위에 있다.
“점등인이 그 한 자리 등을 평생 빠뜨리지 않은 자세 덕에 늦은 귀가 한 명이 사십 년을 살았습니다. 한 줄 등은 작은 빛이 아니라 작은 약속이라는 뜻이지요.”
마법등 점등인 헬른 다인(Helln Dain) — 변경 도시 라델 외곽 끝자락 골목 '굽은 어귀'(Crooked Mouth, 라델 남단 백 호 골목 끝의 외진 길목)에서 사십 년 점등봉을 잡은 평민 자원 — 의 일화는 '한 자리 등 사십 년'으로 점등인 도제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어느 늦가을 그 골목 끝 하숙방에 사는 늙은 양털 직공 마라스(Maras, 라델 양털 길드 평생 회원)가 매일 자정 늦게 양털 짐을 지고 귀가했으며, 헬른은 그 한 자리 마법등 한 줄을 평생 자정까지 끄지 않는 한 줄 결정을 자기 일지 첫 장에 적어 두었다. 사십 년 동안 그 한 줄 등은 비가 와도 폭풍이 와도 자정까지 켜져 있었으며, 마라스는 자기 짐을 그 빛 한 줄에 맞춰 마지막 한 모퉁이를 돌았다. 어느 겨울 헬른이 독감으로 사흘을 앓았을 때조차 그는 점등봉을 든 채 그 한 자리만 다녀와 등을 켰고, 다른 골목 등은 도제에게 모두 맡겼다. 마라스는 사십 년 만에 은퇴하던 날 헬른의 점등봉을 한 손으로 짚고 — "이 한 줄 빛이 내 한 시대였다" — 라는 한 줄을 자기 양털 한 묶음과 함께 헬른에게 건넸다. 헬른은 그 양털 묶음을 평생 자기 마력 결정 가방 정중앙에 두었으며, 마라스 사후에도 그 한 자리 등은 헬른이 사망하는 새벽까지 꺼지지 않았다.
후대 점등인들은 자기 한 자리 등 한 줄을 평생 빠뜨리지 않는 의례를 그 골목에서 따왔다.
마차정비공(馬車整備工)
마차 정비공
마차의 바퀴와 축을 정비하는 공인
“바퀴 한 짝이 어긋났습니다. 이대로 출발하시면 사흘 길에 두 번 멈추십니다. 한 줄 정비하고 가십시오.”
마차 정비공은 모험가 마차·보부상 마차·표국 짐수레의 바퀴·축·짐 보호띠를 정비·수리하는 평민 출신 장인이다. 외형은 닳은 짙은 색 작업복, 가슴팍에 작은 정비 인장, 어깨에 작은 가방, 한 손에 작은 정비 망치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마차의 평소 노면 마모·옛 분기 정비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모험가 길드 카운터가 출정 한 줄 결재를 찍는다면, 정비공의 한 줄 망치질이 그 출정의 첫 한 발자국을 굴린다. 어떤 베테랑 모험가는 길드 마스터보다 단골 정비공의 한 줄 결재를 더 신뢰한다. 가장 무거운 한 줄 정비는 큰 짐수레가 아니라, 신참이 처음 끌고 온 닳은 한 짝 바퀴 위에 있다.
“정비공이 그 한 짝 바퀴를 망치질 한 번 더 한 자세 덕에 사흘 길이 사흘로 끝났습니다. 한 줄 정비가 한 마을 풍경을 바꾼다는 뜻이지요.”
마차 정비공 욘 페트라(Yon Petra) — 라델 도시국 마차길 끝자락 작은 작업장 '굽은 바퀴'(Bent Wheel, 라델 서단 사거리 옆 사십 년 정비소)를 평생 지킨 평민 장인 — 의 일화는 '한 짝 바퀴 두 번 망치'로 정비공 도제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어느 봄 D급 신참 모험가 일행 '늦은 출발'(Late Start, 라델 길드 십삼대 신참 사인 파티)이 자기들 첫 토벌 — 변경 마을 카베른 외곽 늑대 무리 — 길에 닳은 짐마차 한 대를 끌고 욘의 작업장 앞에 멈췄다. 욘은 한 짝 뒷바퀴의 축이 평소 마모보다 반 푼 더 어긋났다는 사실을 첫 호흡에 알아채고, 표준 한 번 망치질 대신 두 번째 망치질을 한 호흡 더 끌어 그 한 획만 정밀히 다시 박았다. 일행은 그 한 호흡 더에 정비비 한 닢을 더 내고 출발했으며, 사흘 길 절반 — 변경 골짜기 어귀 — 에서 늑대 한 무리가 마차를 들이받았으나 그 한 짝 바퀴가 평소보다 한 호흡 더 버텨 마차가 뒤집히지 않았다. 일행은 그 자리에서 늑대 무리를 모두 베고 카베른까지 정시 도착했으며, 돌아오는 길에 욘에게 정비비 외에 늑대 가죽 한 장을 감사 표시로 건넸다. 욘은 그 가죽을 자기 작업장 정중앙에 걸어 두었고, 사망 직전까지 — "한 짝 바퀴는 두 번 망치질을 잊지 않는다" — 라는 한 줄을 자기 망치 손잡이에 새겨 두었다.
후대 정비공들은 신참 첫 출정 정비에서 망치질을 한 번 더 끄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왕립문장관(王立紋章官)
왕립 문장관
왕립의 문장을 관장하는 관
“이 가문의 문양은 이미 삼백 년 전 다른 가문이 썼습니다. 색만 바꾼다고 새 문장이 되는 건 아닙니다.”
왕립 문장관은 왕국 산하 가문·기사단·길드의 문장(紋章)을 등록·심사·봉인하는 자이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궁정 도포, 가슴팍에 왕실 인장 펜던트, 한 손에 정밀 깃펜과 옛 문장 도감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가문의 문양·옛 분기 등록 결재·금기 색조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새 가문 한 곳이 옛 가문의 문양과 한 획이라도 겹치면 그 자리에서 등록이 취소되기에, 문장관의 한 줄 결재는 영주 결재보다 까다롭다. 베테랑일수록 새 문양보다 옛 문양 한 획의 흐름을 더 오래 들여다보며, 그것이 가문 한 시대의 명성을 결정한다. 가장 무거운 한 줄 결재는 큰 가문이 아니라, 변방의 작은 신생 기사단이 처음 들고 온 한 장의 도안 위에 있다.
“문장관이 그 한 장 도안의 한 획을 직접 다시 그어 준 자세 덕에 신생 기사단 한 곳이 평생 명예를 지켰습니다. 한 획은 깃펜이 아니라 한 시대로 그어진다는 뜻이지요.”
십이대 왕립 문장관 오를린 셀바흐(Orlin Selvach) — 라델 도시국 왕립 문장청(Royal Heraldry Office, 도시국 궁정 산하 사백 년 된 등록청) 수석으로 사십 년을 지킨 인물 — 의 일화는 '한 획 다시 긋기의 하루'로 문장관 도제들 사이에 길게 회자된다.
어느 봄 변경 신생 기사단 '재의 매'(Ash Falcon, 라델 동단 변경 십 년 차 기사단) 단장 베르텔(Bertel)이 자기 가문 매 한 마리에 칼 한 자루 교차 도안을 들고 왔으며, 그 매의 부리 한 획이 삼백 년 전 사라진 옛 가문 셀브덴(Selbden, 라델 동단 사라진 가문 — 부리 각도 칠 도)의 한 획과 정확히 겹쳤다. 표준 결재라면 한 줄 거절로 끝났을 것이나, 오를린은 그 도안을 책상에 펼친 채 자기 깃펜으로 매의 부리 한 획만 칠 도에서 구 도로 정밀히 다시 긋고 — "옛 한 획에 한 획을 더하는 자가 새 가문이 됩니다" — 라는 한 줄을 옆에 적어 등록을 통과시켰다. 베르텔은 그 한 획 차이를 평생 자기 단기 마다 새겨 두었으며, 사십 년 뒤 '재의 매' 기사단은 라델 동단 결계 한 자리를 지키는 정식 왕실 봉작 기사단으로 승격되었다.
오를린은 그 한 획 결재를 자기 평생 가장 작은 결재이자 가장 무거운 결재로 일지에 적어 두었다. 그가 사망한 뒤 그 도안 한 장은 왕립 문장청 정중앙 액자에 걸렸고, 후대 문장관들은 신생 기사단 첫 도안에서 한 획을 직접 다시 그어 보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성좌항법사(星座航法師)
별자리 항법사
별자리를 따라 항해를 인도하는 자
“오늘 밤 북두는 한 칸 어긋나 있습니다. 출항을 하루 미루십시오. 별이 거짓을 말한 적은 없습니다.”
별자리 항법사는 마도 비행선·원양 무역선·차원 횡단 선단의 항로를 별자리와 옛 성도(星圖)로 산출하는 자이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항법 도포, 어깨에 작은 망원 도구 가방, 한 손에 정밀 육분의와 옛 성도 묶음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별자리 위치·옛 분기 항로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별 한 칸이 어긋난 밤에 출항한 선단이 차원 사이로 사라진 옛 사건이 야사에 남아 있어, 항법사의 한 줄 결재는 선장 결재보다 무겁다. 베테랑일수록 옛 성도보다 자기 한 손바닥의 한 줄 그늘로 별 위치를 가늠한다. 가장 무거운 한 줄 항법은 큰 선단이 아니라, 신참 선장이 처음 띄우는 작은 비행선 한 척 위에 있다.
“항법사가 그 신참 선장에게 출항을 하루 미루게 한 한 줄 결재 덕에 비행선 한 척이 살았습니다. 별 한 칸은 사람 한 명을 살리려 한 호흡 어긋난 것이라는 뜻이지요.”
오대 별자리 항법사 카로드 미넨(Karod Minen) — 라델 도시국 비행선 항법청(Skyport Almanac, 라델 서단 사백 년 된 항법청) 수석으로 사십 년 옛 성도를 짚어 온 인물 — 의 일화는 '북두 한 칸의 새벽'으로 항법사 도제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어느 가을 신참 비행선 선장 메르빈(Mervyn, 라델 항법 학사 십삼대 신참 선장)이 자기 첫 비행선 '늦은 깃털'(Late Plume, 사 톤급 소형 마도 비행선)로 라델에서 인접 도시국 호른살(Hornsal, 라델 서북단 무역 도시국)까지 첫 출항을 신청했다. 카로드는 그날 밤 북두칠성의 다섯 번째 별이 평소보다 한 칸 어긋나 있다는 사실을 자기 손바닥 그늘 한 줄로 가늠하고, 표준 출항 결재 대신 — "북두 한 칸 보정 — 출항 하루 미루시오" — 라는 한 줄을 결재서에 적어 메르빈에게 건넸다. 메르빈은 출항을 하루 미뤘으며, 다음 날 새벽 라델 항법청에서 그 시각 그 항로에 작은 차원 균열 한 줄이 일어났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균열은 한 호흡 만에 닫혔으나, '늦은 깃털'이 그 시각 출항했다면 균열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갈 위치였다. 메르빈은 사십 년 뒤 라델 항법청 수석이 되어, 자기 첫 결재서 한 장을 카로드의 옛 책상 정중앙에 봉헌했다.
후대 항법사들은 신참 선장 첫 결재에서 손바닥 그늘로 별 한 칸을 한 호흡 더 가늠하는 의례를 그 새벽에서 따왔다.
부각판수(符刻板手)
룬 각인사
룬 판에 칼끝으로 새김질을 놓는 손
“이 룬은 검에 새기면 한 합 더 버팁니다. 단, 한 줄 어긋나면 한 합 먼저 부러집니다. 한 자 한 자 신중히.”
룬 각인사는 검·방패·갑옷·반지에 옛 룬 문자를 정밀히 새겨 마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평민 출신 장인이다. 외형은 가죽 앞치마, 가슴팍에 작은 룬 인장, 어깨에 작은 도구 가방, 한 손에 정밀 끌과 옛 룬 도감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룬의 획순·옛 분기 각인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룬 한 획이 어긋나면 그 무구가 한 합 먼저 부러진다는 옛 격언이 있어, 각인사의 손목은 평생 떨림이 없도록 단련된다. 베테랑일수록 화려한 룬보다 한 줄짜리 단정한 룬을 더 신뢰하며, 그 단순함이 한 시대를 버틴다. 가장 무거운 한 줄 각인은 큰 보검이 아니라, 신참 모험가가 처음 들고 온 무딘 한 자루 단검 위에 있다.
“각인사가 그 단검에 화려한 세 줄 룬 대신 단정한 한 줄 룬을 새긴 자세 덕에 신참이 한 합을 더 버텼습니다. 한 줄은 세 줄보다 길게 산다는 뜻이지요.”
룬 각인사 켈빈 토르(Kelvin Tor) — 라델 도시국 무구 거리 끝자락 작은 공방 '단정한 한 줄'(Plain Line, 라델 동단 사거리 옆 사십 년 룬 공방)을 평생 지킨 평민 장인 — 의 일화는 '단검 한 자루의 한 줄 룬'으로 각인사 도제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어느 봄 D급 신참 모험가 롤란(Rolan, 라델 길드 십사대 신참 등록자)이 자기 첫 의뢰 — 변경 늪지 코볼트 다섯 마리 — 길에 무딘 한 자루 단검을 들고 켈빈을 찾았으며, 자기 동전 자루 안에 화려한 세 줄 룬 — 강화·예리·내구 — 을 다 새기기엔 한 줄 값이 모자랐다. 켈빈은 한 줄 값에 세 줄을 다 새겨 줄 수도 있었으나, 그 단검의 칼날 두께가 표준보다 한 푼 얇다는 사실을 첫 호흡에 알아채고 화려한 세 줄 대신 — '나리(nari, 옛 룬어로 한 합을 더 버틴다)' — 라는 단정한 한 줄만 정밀히 새겨 주었다. 롤란은 그 한 줄 룬을 들고 늪지로 향했으며, 사흘 뒤 코볼트 다섯 가운데 마지막 한 마리의 일격에 단검이 한 합 더 버틴 덕에 한 호흡 차이로 자기 한 합을 먼저 끝낼 수 있었다. 롤란은 살아 돌아와 켈빈에게 그 단검을 그대로 봉헌했으며, 켈빈은 그 단검을 자기 공방 정중앙 액자에 걸어 두었다. 켈빈은 평생 그 단검을 자기 가장 작은 결재이자 가장 무거운 결재라 부르며 — "한 줄 룬은 칼날 한 푼 얇음을 한 합으로 메운다" — 라는 한 줄을 자기 끌 손잡이에 새겨 두었다.
후대 룬 각인사들은 신참 첫 무구에 화려한 룬 대신 단정한 한 줄 룬을 권하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마수일심사(魔獸一心師)
사역마 조련사
마수와 한 마음을 이루는 조련사
“주인을 닮습니다. 사역마가 사납다면, 먼저 본인의 한 호흡을 들여다보십시오.”
사역마 조련사는 마법사·정찰병·기사가 데리고 다닐 사역마(까마귀·여우·작은 비룡 등)를 길들이고 한 줄 계약을 맺어주는 평민 출신 전문가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작업 도포, 어깨에 작은 사료 가방, 허리에 한 줄 호각, 한 손에 옛 조련 두루마리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사역마의 평소 식성·옛 분기 계약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사역마는 주인의 호흡을 그대로 닮기에, 조련사의 진짜 일은 사역마 훈련이 아니라 주인 후보의 한 호흡 교정이다. 베테랑일수록 화려한 사역마보다 한 마리 작은 까마귀의 길든 한 발자국을 더 자랑한다. 가장 무거운 한 줄 계약은 큰 비룡이 아니라, 신참 마법사가 처음 데려온 작은 들쥐 한 마리 위에 있다.
“조련사가 그 신참의 한 호흡을 사흘 동안 다듬은 자세 덕에 작은 들쥐 한 마리가 평생 사역마로 살았습니다. 사역마 훈련이 아니라 주인 호흡 훈련이 진짜 일이라는 뜻이지요.”
사역마 조련사 우델 페른(Udel Fern) — 라델 도시국 마탑 거리 외곽 '한 호흡 마구간'(One-Breath Stable, 라델 북단 사십 년 사역마 공방)에서 평생 한 자리만 지킨 평민 전문가 — 의 일화는 '신참의 한 호흡 사흘'로 조련사 도제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어느 가을 청수마탑 견습 마법사 페트라(Petra, 십사대 입학 견습 평민 출신)가 자기 첫 사역마로 마탑 마구간 구석에서 만난 작은 들쥐 한 마리 — 본인이 '늦은 밤'(Late Night)이라 이름 지은 — 를 데려와 한 줄 계약을 의뢰했다. 우델은 페트라의 첫 호흡이 평소 마법사 표준보다 반 박자 빠르고 한 푼 얕다는 사실을 첫 호흡에 알아채고, 계약 두루마리를 펼치기 전 사흘 동안 페트라에게 마구간 구석 한 자리에서 들쥐와 함께 같은 호흡으로 잠드는 훈련만 시켰다. 사흘째 새벽 페트라의 호흡이 들쥐의 한 호흡과 정확히 한 박자로 맞아떨어졌고, 그 자리에서 우델은 한 줄 계약 — '늦은 밤은 페트라의 한 호흡을 빌려 산다' — 를 두루마리 한 장에 정중히 적어 봉인했다. 페트라는 사 년 뒤 정식 마법사가 되어 늦은 밤을 평생 어깨에 얹고 다녔으며, 늦은 밤이 죽던 새벽에도 페트라의 호흡이 한 박자 따라 멎었다고 베테랑 마법사들이 회상했다. 페트라는 그 사흘의 마구간 한 자리를 평생 자기 첫 가르침이라 부르며 우델에게 매년 사료 한 자루를 보냈다.
후대 조련사들은 신참 사역마 계약 전 마구간 한 자리에서 사흘 호흡을 맞추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미궁측도자(迷宮測度者)
던전 측도사
던전의 깊이와 길이를 측도하는 자
“이 던전, 어제까지 세 층이었습니다. 오늘 한 층 더 늘었습니다. 들어가실 거면 보험부터 드시지요.”
던전 측도사는 새로 출현한 던전·확장된 던전·소멸 직전 던전의 구조·층수·함정 분포를 정밀히 측량하는 자이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작업 도포, 어깨에 작은 측량 도구 가방, 한 손에 정밀 측량 자와 옛 던전 도면 묶음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던전의 평소 변동 주기·옛 분기 측량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던전 한 층이 갑자기 늘면 그 자리로 신참 모험가 한 명이 사라지는 옛 사건이 야사에 매년 남기에, 측도사의 한 줄 도면은 길드 결재보다 빠르게 인쇄된다. 베테랑일수록 도면보다 발바닥의 한 줄 진동으로 새 층을 먼저 알아챈다. 가장 무거운 한 줄 측량은 큰 미궁이 아니라, 변경 마을 헛간 뒤에 갑자기 생긴 작은 한 칸 던전 위에 있다.
“측도사가 그 헛간 뒤 한 칸을 발바닥 진동만으로 잡아낸 자세 덕에 변경 마을 한 곳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도면은 발바닥 다음에 그어진다는 뜻이지요.”
던전 측도사 라스트 모르빈(Last Morvin) — 라델 도시국 던전 측도청(Dungeon Survey Office, 길드 산하 사십 년 측량청)에서 평생 작은 측량 자 한 자루만 들고 다닌 평민 전문가 — 의 일화는 '헛간 뒤 한 칸의 진동'으로 측도사 도제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어느 봄 변경 마을 켈룬(Kelun, 라델 동남단 백오십 호 농경 마을) 외곽 헛간 뒤 — 늙은 농부 보른(Born, 켈룬 평생 농부)의 보리 헛간 — 에서 사흘간 작은 진동이 이어졌으며, 보른은 자기 발바닥의 한 줄 떨림을 라스트에게 신고했다. 라스트는 그날 도면을 펼치기 전 그 헛간 뒤에 발바닥을 댄 채 한 시진을 보냈고, 발바닥 진동이 평소 던전 변동 주기보다 한 박자 빠른 — '한 칸 던전 출현 전조' — 라는 사실을 첫 한 호흡에 잡아냈다. 그는 즉시 켈룬 영주에게 한 줄 — "헛간 뒤 한 칸 사흘 안 봉인" — 결재를 올렸으며, 사흘 만에 길드와 마탑이 결합한 임시 봉인이 그 자리에 펼쳐졌다. 사흘째 새벽 그 헛간 뒤로 1.2미터 폭의 작은 한 칸 던전이 정확히 출현했고, 봉인이 한 호흡 먼저 자리 잡고 있었던 덕에 마수 한 마리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만약 라스트의 발바닥 진동이 도면보다 늦었다면 켈룬 마을 외곽 절반이 한 시즌 안에 사라졌을 것이라 길드 사관이 기록했다. 보른은 그 자리에 표지석 한 개를 세웠고, 라스트는 평생 그 표지석 앞에 측량 자 한 자루를 봉헌했다.
후대 측도사들은 변경 던전 첫 측량에서 도면을 펼치기 전 발바닥을 한 시진 대 보는 의례를 그 봄에서 따왔다.
약초채집자(藥草採集者)
약초 채집가
영약이 될 약초를 골라 캐는 자
“이 잎은 그늘에서 사흘 말려야 약이 됩니다. 햇볕에 말리면 그냥 풀이고요. 한 끗 차이입니다.”
약초 채집가는 숲·산·습지의 약초·버섯·이끼를 절기와 시간에 맞춰 채집해 약방·연금술사에게 납품하는 평민 출신 전문가다. 외형은 닳은 짙은 색 작업복, 등에 한 줄 채집 바구니, 허리에 작은 채집 낫, 한 손에 옛 약초 도감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약초의 평소 자생지·옛 분기 채집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같은 잎이라도 채집 시각이 한 시진 어긋나면 약효가 절반으로 떨어지기에, 채집가의 진짜 절기는 발걸음이 아니라 한 호흡의 시간 감각이다. 베테랑일수록 화려한 영초보다 길가 한 줄 잡초의 효능을 더 정확히 안다. 가장 무거운 한 줄 채집은 큰 영초가 아니라, 변경 마을 어머니가 부탁한 작은 한 줌 해열초 위에 있다.
“채집가가 그 한 줌 해열초를 정확한 한 시진에 따 온 자세 덕에 변경 마을 아이 한 명이 그 밤을 넘겼습니다. 한 줌은 영초 한 자루보다 무거울 수 있다는 뜻이지요.”
약초 채집가 모르나 풀(Morna Pul) — 변경 마을 톨른(Tholn, 라델 남단 이백 호 농경 마을) 출신으로 사십 년 인근 칠수림(Seven-Water Forest, 톨른 동단의 일곱 시내가 흐르는 약초 산림)을 한 발자국씩 짚어 온 평민 전문가 — 의 일화는 '한 줌 해열초의 새벽'으로 채집가 도제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어느 늦여름 톨른 마을 빨래터 노파 — 라델 길드 막내 모험가의 모친 — 의 손주 어린 둘란(Dulan, 다섯 살)이 사흘간 고열로 의식을 잃자, 노파는 정식 회복약 살 동전이 없어 모르나에게 한 줌 해열초를 부탁했다. 모르나는 표준 채집 시각인 한낮 대신, 칠수림 동쪽 시내 옆 해열초가 새벽 첫 빛 한 호흡에만 약효가 두 배로 오르는 절기 — 늦여름 셋째 새벽 — 라는 사실을 자기 도감 한 줄에서 알아챘다. 그는 그 새벽 첫 빛에 칠수림 동쪽 시내까지 두 시진을 걸어 정확히 한 호흡 안에 한 줌 해열초를 베어 노파에게 가져다주었다.
노파는 그 한 줌을 그늘에서 한 시진 말려 어린 둘란에게 한 잔 끓여 먹였으며, 그 새벽 둘란의 열은 한 호흡 만에 가라앉았다. 모르나는 그 한 줌 채집의 정산을 동전 한 닢도 받지 않았으며, 사 년 뒤 둘란이 D급 모험가로 등록되어 모르나에게 자기 첫 토벌 보수 절반을 바구니 한 자루로 갚았다. 모르나는 그 바구니를 평생 자기 한 줄 채집 바구니 옆에 봉헌해 두었으며, 후대 채집가들은 변경 마을 어머니의 한 줌 부탁을 받으면 표준 시각이 아닌 한 호흡 새벽 절기를 다시 짚어 보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길드접수원(冒險受付員)
길드 접수원
길드의 의뢰를 받는 직원
“그 의뢰는 본인 등급으로는 못 받습니다. 한 칸 위 의뢰부터 해결하고 오십시오. 죽으시면 정산이 복잡해집니다.”
길드 접수원은 모험가 길드 카운터에서 의뢰서 접수·등급 확인·보수 정산·분쟁 1차 중재를 담당하는 평민 출신 사무원이다. 외형은 단정한 짙은 색 길드 제복, 가슴팍에 작은 길드 인장, 한 손에 정밀 깃펜과 옛 의뢰 장부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그 도시 모든 옛 모험가의 평소 등급·옛 분기 의뢰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카운터 너머 한 줄 한숨이 사실 그날 길드의 진짜 분위기 보고서이며, 신참은 그 한숨의 길이로 자기 의뢰 등급을 가늠한다. 베테랑 접수원일수록 길드 마스터보다 먼저 누가 살아 돌아오지 못할지 안다. 가장 무거운 한 줄 접수는 큰 토벌 의뢰가 아니라, 신참이 처음 내미는 떨리는 한 장 의뢰서 위에 있다.
“접수원이 그 신참의 의뢰서를 한 호흡 더 들고 있던 자세 덕에 신참이 한 등급 아래 의뢰부터 받았습니다. 카운터 한 호흡이 신참 한 시즌을 결정한다는 뜻이지요.”
길드 접수원 일다 베른(Ilda Bern) — 라델 도시국 은빛가지 길드 카운터 두 번째 자리에서 사십 년 깃펜 한 자루만 잡은 평민 사무원 — 의 일화는 '의뢰서 한 장 한 호흡'으로 접수원 도제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어느 가을 D급 신참 모험가 카르빈(Karvin, 라델 길드 십사대 신참 등록자)이 자기 첫 솔로 출정으로 변경 늪지 코볼트 다섯 마리 의뢰 — 본디 D급에 적정 — 가 아닌, 옆 카운터에 잘못 걸린 C급 토벌 — 검은회랑 던전 외곽 트롤 한 마리 — 의뢰서를 한 호흡 만에 집어 일다에게 내밀었다. 일다는 그 의뢰서를 받자마자 도장을 찍지 않고 한 호흡 더 자기 손에 들고 있었으며, 카르빈의 손가락 떨림이 평소 신참 표준보다 한 박자 빠르고 자기 등급 도장이 흐릿하다는 사실을 첫 호흡에 잡아냈다. 일다는 정중히 그 의뢰서를 카운터 옆 보류함에 넣고, 카르빈에게 본디 적정 의뢰 — 늪지 코볼트 — 를 한 줄 결재로 다시 추천했다.
카르빈은 처음에는 그 결정을 비웃고 길드 입구에서 사흘을 항의했으나, 사흘째 다른 D급 신참 둘이 그 트롤 의뢰에 잘못 출정해 한 명이 돌아오지 못한 보고가 들어오자 일다의 카운터 앞에 한 호흡 절을 했다. 카르빈은 그 가을 코볼트 다섯을 정확히 토벌하고 살아 돌아왔으며, 그 뒤 사 년에 걸쳐 자기 등급을 한 칸씩 정상으로 올려 B급 모험가가 되었다. 일다는 평생 그 보류함에 들어간 의뢰서 한 장을 자기 카운터 정중앙 봉인지에 보관했고, 후대 접수원들은 신참 첫 의뢰서를 한 호흡 더 손에 들고 있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마수박제사(魔獸剝製師)
마수 박제사
마수의 모습을 박제로 남기는 자
“이 마수, 살아 있을 때보다 박제 쪽이 더 무서워 보입니다. 그게 이 일의 묘미죠.”
마수 박제사는 모험가가 토벌해 온 마수의 가죽·뼈·이빨을 정중히 박제해 길드 전시관·영주 응접실·박물관에 납품하는 평민 출신 장인이다. 외형은 가죽 앞치마, 가슴팍에 작은 박제 인장, 어깨에 작은 가방, 한 손에 정밀 바늘과 옛 박제 도감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마수의 평소 자세·옛 분기 박제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박제 자세 한 줄이 어긋나면 살아 있을 때의 위압이 사라지기에, 박제사의 진짜 절기는 가죽 손질이 아니라 마수의 마지막 한 호흡을 자세에 담는 일이다. 베테랑일수록 화려한 큰 마수보다 작은 슬라임 박제 한 점에 자기 평생을 건다. 가장 무거운 한 줄 박제는 큰 드래곤이 아니라, 신참 모험가가 첫 토벌 기념으로 들고 온 작은 고블린 한 마리 위에 있다.
“박제사가 그 작은 고블린 한 마리에 사흘을 들인 자세 덕에 신참이 자기 첫 토벌의 한 호흡을 평생 잊지 않았습니다. 박제는 가죽이 아니라 한 호흡을 꿰매는 일이라는 뜻이지요.”
마수 박제사 트론 메르(Tron Mer) — 라델 도시국 길드 전시관 골목 끝자락 작은 박제 공방 '마지막 한 호흡'(Last Breath, 라델 동단 골목 사십 년 박제소)을 평생 지킨 평민 장인 — 의 일화는 '고블린 한 마리 사흘'로 박제사 도제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어느 봄 D급 신참 모험가 페르빈(Fervin, 라델 길드 십사대 신참 등록자)이 자기 첫 솔로 토벌 — 변경 산기슭 고블린 한 마리 — 을 끝내고, 가죽이 작고 평범한 그 고블린을 트론에게 박제 의뢰로 들고 왔다. 표준 박제 의뢰라면 한 시진 작업으로 끝낼 작은 가죽이었으나, 트론은 페르빈이 자기 의뢰서에 그 고블린의 마지막 한 호흡 자세 — 검을 위로 한 호흡 들어 올린 자세 — 를 떨리는 글씨로 적어 둔 사실을 첫 호흡에 알아챘다. 그는 표준 박제 자세 — 네 발로 웅크린 자세 — 대신 그 한 호흡 자세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사흘에 걸쳐 가죽 한 줄을 다시 늘리고 작은 뼈 한 개를 추가로 깎아 넣었다. 사흘째 새벽 그 작은 고블린 한 마리는 자기 마지막 검 한 번을 위로 들어 올린 자세 그대로 박제되어 페르빈에게 돌아갔으며, 페르빈은 그 박제를 평생 자기 하숙방 입구 정중앙에 두고 출정마다 한 호흡 절을 했다. 페르빈은 사 년 뒤 B급 모험가가 되어 큰 마수 — 검은회랑 트롤 — 토벌 보수로 트론에게 큰 박제를 의뢰했으나, 트론은 — "당신의 한 호흡은 그 고블린 한 마리에서 끝났습니다" — 라는 한 줄로 정중히 거절하고 작은 박제만 추가로 한 점 더 손봐 주었다.
후대 박제사들은 신참 첫 토벌 박제에서 표준 자세가 아닌 의뢰자의 떨리는 글씨 한 줄에 적힌 자세를 그대로 살리는 의례를 그 봄에서 따왔다.
운반인(運搬人)
짐꾼
짐을 도맡아 운반하는 자
“그 짐, 무게중심이 한 뼘 위입니다. 그대로 메시면 사흘 만에 허리 갑니다. 한 줄 다시 묶고 가시지요.”
짐꾼은 모험가 일행·보부상 마차·길드 운송 의뢰의 짐을 등에 메고 험한 산길·차원문 입구·던전 어귀까지 옮기는 평민 출신 일꾼이다. 외형은 닳은 짙은 색 작업복, 등에 한 줄 두툼한 멜빵, 허리에 작은 손수건 묶음, 한 손에 짧은 지팡이가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모든 옛 노면의 평소 마찰·옛 분기 운송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모험가의 한 줄 검술이 적을 베면, 짐꾼의 한 줄 멜빵이 그날의 식량과 침낭과 회복약을 지킨다. 베테랑일수록 무거운 짐보다 무게중심 한 뼘의 균형을 더 자랑한다. 가장 무거운 한 줄 운송은 큰 짐수레가 아니라, 신참이 처음 메는 자기 한 짝 어깨의 떨림 위에 있다.
“짐꾼이 그 신참의 멜빵을 한 뼘 다시 묶어 준 자세 덕에 사흘 산길의 일행 다섯이 회복약을 지켰습니다. 한 뼘 무게중심이 한 명의 한 합을 결정한다는 뜻이지요.”
짐꾼 두른 폴(Durn Pol) — 라델 도시국 산악 운송 거리에서 사십 년 한 줄 멜빵 한 자루만 메 온 평민 일꾼 — 의 일화는 '한 뼘 다시 묶기'로 짐꾼 도제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어느 늦봄 D급 신참 모험가 일행 '첫 산길'(First Trail, 라델 길드 십사대 신참 다섯인 파티)이 자기들 첫 산악 토벌 — 변경 산맥 칸발(Kanbal, 라델 동단 험준 산맥)의 코볼트 무리 — 출정 길에 두른의 운송 좌판 앞에 멈췄으며, 일행 막내 — 한 짝 어깨가 평소 표준보다 한 뼘 좁은 신참 — 의 짐 무게중심이 한 뼘 위로 올라가 있었다. 두른은 표준 운송 결재라면 그대로 보냈을 짐을 한 호흡 더 들여다보고, 막내의 멜빵 매듭 한 줄을 정밀히 풀어 무게중심을 한 뼘 정확히 아래로 내려 다시 묶어 주었다. 막내는 그 한 뼘 차이로 사흘 산길에서 자기 회복약 가방 — 일행 다섯의 공용 회복약 — 을 한 번도 떨어뜨리지 않았으며, 사흘째 칸발 산 중턱 함정 한 칸에서 일행이 회복약 다섯 병을 한 호흡 만에 동시에 들이켤 수 있었다. 일행은 코볼트 무리 토벌을 마치고 살아 돌아왔으며, 두른의 좌판에 자기들 첫 보수의 한 닢씩을 한 줄 감사로 올려 두었다. 두른은 그 한 닢씩을 평생 자기 멜빵 매듭 안쪽에 한 줄로 꿰매 두었으며, 사망 직전까지 — "한 뼘은 한 명의 한 합이다" — 라는 한 줄을 자기 지팡이 손잡이에 새겨 두었다.
후대 짐꾼들은 신참 첫 산길 출정에서 멜빵 매듭을 한 뼘 다시 묶어 보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비합사육인(飛鴿飼育人)
우편 비둘기 사육인
우편 비둘기를 길러 서신을 전하는 자
“이 비둘기, 오늘 따라 날개가 무겁습니다. 비가 옵니다. 편지 한 장은 내일 보내시지요.”
우편 비둘기 사육인은 길드·신전·영주관·변경 초소를 잇는 우편 비둘기 한 무리를 평소 먹이고 훈련하고 한 줄 편지를 매달아 보내는 평민 출신 전문가다. 외형은 닳은 짙은 색 작업복, 가슴팍에 작은 우편 인장, 어깨에 작은 사료 가방, 한 손에 짧은 호각이 표준이다. 본인은 한 시대 그 지역 모든 옛 비둘기의 평소 비행 거리·옛 분기 우편 결재·금기 결합 한 줄을 한 표로 외우고 있다.
마도 통신구가 닿지 않는 변경 마을의 진짜 한 줄 소식은 비둘기 한 마리의 작은 발목에 매여 도착한다. 베테랑일수록 비둘기의 날갯짓 한 박자로 그날의 날씨와 한 줄 거리감을 가늠한다. 가장 무거운 한 줄 우편은 큰 외교 서신이 아니라, 변경 초소의 늙은 군인이 가족에게 보내는 짧은 한 줄 안부 위에 있다.
“사육인이 그 한 줄 편지를 하루 미루어 보낸 자세 덕에 늙은 군인의 한 줄 안부가 가족 손에 닿았습니다. 비둘기 날갯짓 한 박자가 한 줄 안부의 무게라는 뜻이지요.”
우편 비둘기 사육인 펠라 모른(Pela Morn) — 라델 도시국 변경 초소 우편소(Skyfeather Post, 라델 동단 변경선 사십 년 비둘기 우편소)에서 평생 한 호각만 잡은 평민 전문가 — 의 일화는 '한 줄 안부의 하루'로 사육인 도제들 사이에 길게 전해진다.
어느 가을 변경 초소 카르덴(Karden Outpost, 라델 동단 산맥 끝자락 십이 년 차 초소)의 늙은 군인 톨바흐(Tolbach, 사십 년 평생 변경 군인)가 자기 마지막 휴가 직전 가족 — 라델 시내 빨래터 안주인 — 에게 보낼 짧은 한 줄 안부 — "이번 가을 카르덴 단풍이 좋습니다" — 를 비둘기 우편으로 부탁했다. 펠라는 그날 첫 출항 비둘기 — 톨바흐의 단골 한 마리 '낮은 깃털'(Low Plume, 칠 년 차 비둘기) — 의 날갯짓이 평소보다 반 박자 무겁고 깃 한 줄이 평소보다 한 푼 처져 있다는 사실을 첫 호흡에 알아챘다. 표준 우편 결재라면 그대로 띄웠을 비둘기였으나, 펠라는 — "오늘 라델 방향에 늦은 비 한 줄이 옵니다" — 라는 한 줄을 톨바흐의 편지 옆에 끼워 출발을 하루 미루어 두었다. 다음 날 새벽 라델 동단에 늦가을 폭우가 한 시진 쏟아져 내렸으며, 그날 출항한 다른 비둘기 두 마리가 폭우에 길을 잃었다. 펠라는 다음 날 맑은 새벽 낮은 깃털을 표준 항로로 띄웠으며, 톨바흐의 한 줄 안부는 이튿날 점심 빨래터 안주인의 손바닥 위에 정확히 도착했다. 톨바흐는 그해 마지막 휴가에 펠라의 우편소 정중앙에 비둘기 사료 한 자루를 봉헌했으며, 펠라는 그 사료 자루 한 줄에 — "한 줄 안부는 한 박자 날개 위에 산다" — 라는 한 줄을 적어 두었다.
후대 사육인들은 변경 초소의 한 줄 안부 우편에서 비둘기 깃 한 줄 처짐을 한 호흡 더 살피는 의례를 그 가을에서 따왔다.
시간사서(時間之司書)
시간의 사서관
시간의 흐름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는 사서관
“이 서고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의 기록도 있다. 그래서 특정 열람실은 내가 직접 안내한다.”
시간의 사서관은 과거·현재·미래의 시간 흐름 사이에 쌓인 모든 사건을 기록하고 열람을 관리하는 단 한 명의 존재다. 대륙 어느 역사서에도 시간의 사서관이 몇 대째인지는 적혀 있지 않으며, 본인 역시 전임자가 언제 물러났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시간이 갈라지는 지점마다 서고의 통로가 하나씩 늘어 있어, 현재 서고 전체 통로 수를 아는 자는 사서관 본인밖에 없다.
다만 어떤 방문자든 열람 신청서를 내면 사서관이 반드시 한 줄로 답한다는 한 가지 규칙은 변하지 않는다. 그 한 줄이 신탁보다 짧고 예언보다 정확하다는 사실을 알아챈 자만이 미래 열람실에 입장할 수 있다. 사서관의 자리는 시간의 정점이지만, 본인은 매일 새벽 서고 입구 걸레질부터 시작한다.
“그 사서관이 내게 준 한 줄 답변은 예언도 경고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시오'였습니다. 그리고 그 한 줄이 내 평생을 바꿨지요.”
시간의 사서관이 기록한 일화 중 대륙 학자들 사이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두 열람객과 같은 통로' 사건이다.
어느 해 같은 날 같은 시각, 두 열람객이 서고 입구에 동시에 도착했다. 한 명은 대마도사(大魔道士, 청수마탑 정점에 오른 당대의 마법사)였고, 다른 한 명은 우편 비둘기 사육인(변경 초소에서 삼십 년을 비둘기 한 무리와 지낸 평민)이었다. 둘은 서로 다른 열람 신청서를 냈지만, 사서관은 두 신청서를 한 번에 받아 들고 두 사람을 같은 통로로 안내했다. 대마도사는 항의했으나 사서관은 단 한 줄 — "두 분이 찾는 기록은 같은 페이지에 있습니다" — 만 답했다. 그 통로 끝에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사건의 기록이 한 장 양면에 적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 한 장이 두 사람의 출생 연도가 같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대마도사는 그날 이후 우편 비둘기 사육인에게 매년 안부 비둘기를 보냈으며, 사육인은 그 비둘기를 평생 가장 무거운 비둘기로 특별히 관리했다.
시간의 사서관은 그 통로를 지금도 '같은 페이지 통로'라 부르며 어떤 열람객에게도 혼자서는 안내하지 않는다.
공허봉인사(空虛封印師)
공허 봉인사
공허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봉인하는 자
“공허는 닫는 것이 아니다. 설득해서 잠시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일에 힘이 아니라 말이 필요하다.”
공허 봉인사는 대륙과 차원 사이에서 불규칙하게 열리는 공허(空虛,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원초적 무(無)의 균열)를 봉인하는 단 한 명의 전문가다. 차원문 관리자가 열린 문을 닫는다면, 공허 봉인사는 열리기 전의 조짐을 감지해 열리지 않도록 '설득'하는 자다. 이 직업이 전설 등급인 이유는 힘이나 마법의 크기 때문이 아니라, 공허와 대화할 수 있는 자가 한 시대에 단 한 명만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어떤 봉인사는 검으로 봉인하고 어떤 봉인사는 노래로 봉인하며, 형태는 본인이 공허로부터 인정받은 언어에 따라 정해진다. 봉인이 실패했을 때의 기록은 대륙 역사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은데, 기록할 자가 남지 않기 때문이다. 봉인사가 진짜 무서워하는 것은 공허가 아니라, 공허가 대답하지 않는 밤이다.
“그 봉인사가 공허 앞에서 검을 뽑지 않은 이유를 우리는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공허는 힘에는 넓어지고 말에는 좁아진다는 사실, 그게 봉인사 자격의 전부입니다.”
역대 공허 봉인사 일화 중 유일하게 목격자 기록이 남은 것은 '라델 남단 사흘 봉인'이다.
어느 겨울 라델 도시국 남단 곡물 창고 지하에서 공허 균열 전조 — 바닥이 서서히 어두운 무(無)로 바래는 현상 — 가 사흘간 이어지자, 당대 공허 봉인사 아르한 베르(Arhan Ver, 평민 출신의 전직 의뢰서 필경사)가 도착했다. 모인 군중은 아르한이 검이나 마법진 하나 없이 그 바닥 앞에 앉아 나지막이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것을 보았다. 사흘째 새벽, 바닥의 어두운 무가 서서히 원래 색으로 돌아왔으며 목격자들은 아르한이 그 자리에서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르한은 잠에서 깬 뒤 — "공허가 오늘은 피곤하다고 했습니다. 내년 봄에 다시 이야기하자고요" — 라는 한 줄만 남겼다. 라델 신전 사관이 그 봉인의 원리를 물었으나, 아르한은 평생 그 한 줄 이외에 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후대 봉인사들은 공허 앞에서 무기를 꺼내기 전 먼저 한 호흡을 내려놓는 자세를 그 사흘에서 따왔다.
왕국연금장(王國鍊金匠)
왕국 수석 연금술사
왕국 연금술의 정점에 선 자
“금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어려운 것은 금을 만든 뒤 그것을 쓰지 않는 일이지요.”
왕국 수석 연금술사는 왕실 직속으로 영약 조합·금속 변환·원소 정제를 총괄하는 자이다. 6서클 이하 마법사도 따라올 수 없는 원소 조작 능력을 갖추며, 왕국의 중요 전쟁 물자·희귀 영약·외교 선물이 모두 그의 손을 거친다. 왕실 연금술사 최고위에 오른 자이니 만큼, 본인의 작업장에는 왕의 인장이 찍힌 봉인 두루마리가 늘 한 자루씩 쌓여 있다.
그러나 이 직위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금을 언제든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가 왕국 재정 균형을 위해 절대 금을 함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한 줄 서약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수석 연금술사가 가장 자주 쓰는 가장 비싼 도구는 황금 도가니가 아니라, 작업장 선반 위 먼지 쌓인 자제력이다.
“그 수석 연금술사가 은퇴 첫 날 금 도가니를 비운 것은 왕실 규정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 한 서약이 없었다면 자기 손이 가장 먼저 달려들었을 거라는 사실을 평생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왕국 수석 연금술사 페를 카딘(Perl Kadin) — 라델 도시국 왕실 연금술 연구소(Royal Alchemy Hall, 궁정 서편 이백 년 된 연구소)에서 삼십 년 재직한 인물 — 의 일화는 '다섯 항아리의 밤'으로 연금술사들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된다.
어느 해 왕실 금고가 바닥났다는 소식과 함께 왕이 직접 연구소 문을 두드렸고, 금 다섯 항아리만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페를은 기술적으로 사흘 만에 금 다섯 항아리를 채울 수 있었으나, 자기 첫 취임 서약 — "왕국 재정 균형이 흔들릴 때는 금을 만들지 않는다" — 을 들어 거절하고, 대신 왕실 창고 재고 목록을 하루 만에 정리해 팔리지 않은 희귀 원소 다섯 가지를 발견했다. 그 다섯 가지를 조합해 왕국 귀족 다섯 가문에 영약 납품 계약을 맺는 쪽이 금 다섯 항아리보다 열 배 가치가 있다는 계산서를 왕에게 제출했다. 왕은 이틀 뒤 그 계약서에 서명했고, 왕실 금고는 한 달 만에 회복되었다. 페를은 평생 금 도가니를 단 한 번도 채우지 않았으며, 연구소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빈 황금 도가니 한 개를 전시해 두었다.
후대 수석 연금술사들은 취임 첫날 그 빈 도가니 앞에서 자제력 서약을 한 번 더 읽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마탑수석교관(魔塔首席敎官)
마탑 수석 교관
마탑의 학생을 가르치는 수석 교관
“마법의 위력은 서클이 결정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 영창을 몇 번이나 다시 쓴 자인지가 결정하지요.”
마탑 수석 교관은 견습 마법사부터 3서클 마법사까지의 기초 교육을 총괄하며, 마탑의 다음 세대를 설계하는 자다. 본인도 한때 강력한 마법사였으나, 수석 교관직을 맡은 이후로는 마법을 거의 쓰지 않는다. 한 시즌에 신입 견습 수십 명의 첫 영창 발음을 교정하고, 졸업식에서 단 한 명의 이름도 틀리지 않고 호명하는 것이 이 자리의 진짜 덕목이다.
마탑에서 가장 무서운 자가 대마도사인지 수석 교관인지는 견습들 사이에서 언제나 의견이 갈린다. 수석 교관은 견습의 첫 영창 하나로 그가 30년 뒤 어느 서클에 오를지를 짐작하지만, 그 짐작을 본인에게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가장 큰 비밀은 가장 조용한 자리에 있다.
“교관이 내 첫 영창을 세 번 고쳐 주던 날, 나는 그게 창피한 줄만 알았습니다. 십 년 뒤 그 세 번이 내가 실수하지 않은 수백 번이었다는 걸 알았지요.”
마탑 수석 교관 에를 멘데(Erl Mende) — 청수마탑(靑髓魔塔, 대륙 서단 가장 오래된 마탑) 수석 교관으로 사십 년을 지낸 인물 — 의 일화는 '세 번 고친 영창의 밤'으로 마탑 도제들 사이에 전해진다.
어느 겨울 신입 견습 발다르(Baldhar, 귀족 출신으로 마탑 역사상 가장 빠른 첫 영창 기록 보유자)가 입문 첫날 에를 앞에서 불꽃 영창을 단번에 완벽히 끝내고 자리에 앉았다. 에를은 그 영창을 듣고 한 호흡 침묵한 뒤 발다르에게 — "한 번 더 해보십시오" — 라고 했다. 발다르는 두 번째도 같은 방식으로 완벽히 끝냈다. 에를은 또 한 호흡 뒤 — "한 번 더" — 라고 했다. 세 번째 영창에서 발다르는 스스로 자기 두 번째 영창의 마지막 음절이 한 박자 빨랐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박자를 스스로 고쳤다. 에를은 그제야 결재 도장을 찍어 주었으며, 발다르는 그 세 번을 평생 자기 첫 수업으로 기억했다. 발다르는 사십 년 뒤 청수마탑 대마도사가 되었고, 자기 첫 취임 연설에서 — "나는 마법을 에를 교관의 세 번째 침묵에서 배웠습니다" — 라고 했다.
후대 수석 교관들은 신입 견습 첫 영창을 반드시 세 번 듣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차원외교관(次元外交官)
차원 외교관
차원을 넘나들며 외교를 담당하는 관
“마계, 천계, 정령계, 오늘 일정이 셋입니다. 점심은 어느 쪽에서 먹는지가 이번 협상의 진짜 핵심입니다.”
차원 외교관은 인간계를 대표해 마계·천계·정령계·고룡계 등 다른 차원과의 교섭을 전담하는 자이다. 각 차원의 예법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에, 차원 외교관은 한 자리에서 복수의 예법을 동시에 지키면서도 어느 쪽에도 결례를 범하지 않는 묘기를 일상으로 수행한다. 마계 대사 앞에서는 그림자로, 천계 대사 앞에서는 빛으로, 정령 대사 앞에서는 바람으로 인사하는 것이 같은 하루에 일어나는 일상이다.
이 직업의 최대 난관은 조약 협상이 아니라 점심 자리 배치다. 어느 차원에서 식사를 함께 하느냐가 그 차원에 대한 우선 경의 표시로 해석되기에, 베테랑 외교관일수록 점심을 최대한 늦게, 가능하면 모두가 돌아간 후에 혼자서 먹는다.
“그 외교관이 삼 일 연속 밥을 굶은 건 금식이 아니었습니다. 정령계·천계·마계 대사가 같은 날 잡힌 탓에 점심 자리를 못 정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이 직업의 진짜 고충이지요.”
차원 외교관 나스린 올(Nasrin Ol) — 라달 외교청(Radal Diplomatic Corps, 라달 도시국 궁정 산하의 차원 간 외교 전담 청사)의 수석 외교관으로 이십오 년 재직한 인물 — 의 일화는 '정령왕의 대리인(60007 정령왕의 대리인 — 불 정령왕 이그니큘의 사절)과 천계 사신이 같은 날 접견 테이블에 마주 앉은 사건'으로 외교 학자들 사이에 오래 남아 있다.
두 사절은 서로의 존재 자체가 예법 충돌이었으므로 나스린이 한 자리에 앉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나스린은 그날 접견실 탁자를 원형으로 배치해 어느 쪽도 상석을 주장할 수 없게 만들고, 두 사절 사이 정중앙 자리에 빈 의자 하나를 놓았다. 두 사절이 그 빈 의자의 의미를 물었을 때 나스린은 — "이 자리는 인간계의 자리입니다. 두 분이 이 자리를 비워두는 동안은 협상이 유효합니다" — 라고 답했다. 협상은 그 빈 의자 덕분에 사흘 만에 타결되었고, 두 사절은 떠나면서 각자 그 자리에 손바닥을 한 번씩 얹고 나갔다. 나스린은 그 빈 의자를 외교청 회의실 정중앙에 영구 보존했다.
영혼심문관(靈魂審問官)
영혼 심문관
영혼의 죄를 한 줄로 묻는 자
“이 자리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혼이 먼저 압니다. 그리고 나는 영혼의 말을 듣는 사람입니다.”
영혼 심문관은 신전 산하에서 사망자의 영혼을 한시적으로 불러내 생전의 증언을 확보하는 특수 사제다. 신성 심판관(60008)이 살아 있는 자의 재판을 담당한다면, 영혼 심문관은 죽은 자의 목소리로만 풀리는 사건을 전담한다. 한 번 불러낸 영혼은 한 시진 안에 돌려보내야 하며, 그 시간 안에 핵심 증언을 확보하는 것이 이 직업의 전부다.
단, 영혼은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생전의 감정·미련·원한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혼 심문관의 진짜 능력은 소환 마법이 아니라, 영혼의 거짓말과 진심을 구별하는 한 호흡의 직감이다. 이 자리에 오래 있을수록 산 자와 죽은 자의 목소리를 구별하는 능력이 예리해지는 동시에,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외로움이 쌓인다.
“심문관이 그 영혼의 마지막 한 줄을 증언록에 올리지 않은 이유를 나는 오래 뒤에야 이해했습니다. 진심은 때로 재판에 쓰이지 않아야 가장 오래 산다는 사실이지요.”
영혼 심문관 리드 반(Rid Ban) — 백광신전(白光神殿, 대륙 동단의 신성 심판관 산하 정의의 신전) 직속으로 십오 년을 재직한 인물 — 의 일화는 '돌아오지 못한 한 줄 증언'으로 심문관 사이에 조용히 전해진다.
어느 해 변경 마을에서 실종된 결계 측량사(60013, 변경 결계를 평생 짚어 온 인물)의 죽음에 대한 심문이 의뢰되었고, 리드는 그 영혼을 한 시진 불러내 마지막 기억을 물었다. 영혼은 한 시진 내내 사건의 경위를 상세히 증언했으나, 마지막 한 줄 — "나는 내가 결계에 갇혔다는 것을 알면서도 닫지 않았다" — 만은 증언록에 올리기 직전 리드가 스스로 멈췄다. 그 한 줄이 사건을 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영혼이 자기 선택을 기억으로 남기고 싶었던 것임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신전 사관들은 그 빈 마지막 줄을 두고 리드에게 이의를 제기했으나, 리드는 평생 그 한 줄을 채우지 않았다. 신전 증언록에는 그 빈 줄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비전도공(秘傳圖工)
비전 지도 제작가
비전 지도를 한 장씩 옮겨 그리는 자
“이 지도에는 길이 없는 곳도 그려져 있습니다. 길이 없다는 정보도 정보이니까요.”
비전 지도 제작가는 던전 내부·차원 경계·마력 농도 분포 등 일반 지도에 담기지 않는 마법적 정보를 지도로 제작하는 자다. 던전 측도사(60025)가 던전 구조를 측량한다면, 비전 지도 제작가는 그 던전의 마력 흐름·함정 패턴·보스 재생 주기까지 한 장에 담는다. 한 장의 비전 지도가 모험가 한 파티의 생사를 바꾼다는 것은 길드에서 상식이며, 그래서 S급 던전 비전 지도는 왕실 외교 문서와 같은 급의 기밀로 관리된다.
이 직업의 아이러니는, 지도를 가장 정밀하게 만들수록 본인이 그 장소에 직접 가는 횟수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베테랑 비전 지도 제작가는 작업실에 박혀 있고, 신참은 현장을 뛰어다닌다. 가장 용감한 자리는 현장이 아니라, 현장에서 살아 돌아온 자료를 한 장으로 묶는 그 작업실이다.
“그 지도 제작가가 마지막 페이지에 '여기서부터는 모르겠다'라고 솔직히 적은 자세가 오히려 세 모험가를 살렸습니다. 지도에 없는 게 있다고 인정하는 한 줄이 지도 전체보다 무거울 수 있지요.”
비전 지도 제작가 카르 오든(Kar Odn) — 라달 도시국 왕립 지도청(Royal Map Office, 라달 궁정 북편 백오십 년 된 지도 제작소)의 수석으로 삼십 년을 지낸 인물 — 의 일화는 '마지막 빈 칸의 지도'로 지도 제작가들 사이에 유명하다.
어느 해 모험가 길드 마스터(60003, 은빛가지 길드 마스터)가 S급 새 던전 '심연의 탑'(Abyss Tower, 라달 동단에 갑자기 출현한 오 층 미궁) 지도를 의뢰했다. 카르는 현장 조사자 다섯 명의 기록을 취합해 사 층까지는 정밀하게 지도를 완성했으나, 오 층에 대한 기록이 조사자 다섯 모두에게서 하나씩 달랐다. 카르는 그 다섯을 억지로 하나로 합치는 대신, 오 층 칸에 단지 — "다섯 명이 다섯 가지를 보았다. 따라서 오 층은 들어가는 자마다 다르다" — 라고만 적었다. 그 한 줄을 읽은 모험가 파티 세 팀이 오 층 진입을 포기하고 사 층까지만 공략해 살아 돌아왔으며, 이후 오 층 진입을 고집한 두 팀은 모두 돌아오지 못했다.
마법진설계사(魔法陣設計師)
마법진 설계사
마법진을 설계하고 구획하는 자
“이 마법진, 원이 아니라 타원입니다. 미세하게. 시전 중 3초 차이에 폭발합니다. 다시 그립시다.”
마법진 설계사는 召魂·봉인·강화·차단 등 목적별 마법진을 설계하고 현장에 시공하는 장인이다. 마법사가 마법을 '쓰는' 자라면, 마법진 설계사는 마법이 '쓰일 공간'을 만드는 자다. 한 번 새긴 마법진은 수십 년에서 수백 년간 작동해야 하므로, 처음 설계 단계에서의 1밀리미터 오차가 백 년 후 치명적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직업의 가장 큰 보람이자 저주는, 자기 작품이 완벽히 작동하는 동안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다는 점이다. 도시 결계 마법진이 백 년 동안 한 번도 흔들리지 않으면, 사람들은 결계가 원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마법진 설계사는 자기 이름이 잊힐수록 자기 일이 제대로 된 것이라 생각하는, 대륙에서 가장 묵묵한 직업 중 하나다.
“그 설계사가 자기 마법진 위에 자기 이름을 새기지 않은 건 겸손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이름이 새겨질 자리에 원 한 획을 더 쓰면 마법진이 더 오래 버틴다는 이유였지요.”
마법진 설계사 루나 드(Runa Dre) — 라달 도시국 마법진 청사(Runic Architecture Guild, 마탑 산하 설계 전문 길드)에서 이십오 년을 작업한 인물 — 의 일화는 '백 년 도시 결계의 오차 한 획'으로 설계사 도제들 사이에 전해진다.
어느 봄 라달 서단 구역 도시 결계가 약해졌다는 보고가 들어와 루나가 점검에 나서자, 결계 마법진 외곽의 원 한 획이 당초 설계도보다 1.5밀리미터 바깥쪽으로 이완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그 이완은 백 년간 쌓인 것으로,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루나의 계산으로는 삼 년 후 봄 마력 고조기에 균열 시작점이 된다. 루나는 도시 결계를 처음부터 다시 그리는 방안 대신, 이완된 한 획에만 정밀 보강 룬 한 줄을 덧새겨 원래 설계 의도를 복원했다. 작업 시간은 하루였으나 정확도를 위해 사흘을 더 들였고, 결계 측량사 헤스타 룬덴(60013, 변경 결계를 평생 짚어 온 측량사)이 그 한 획 보강 결과를 확인하는 데 반나절을 함께했다. 루나는 그 보강 기록을 — "이완된 원은 고칠 수 있으나, 처음부터 다시 그린 척은 못 한다" — 라는 한 줄과 함께 도면에 남겼다.
후대 설계사들은 기존 마법진 보수 시 처음부터 다시 그리기보다 이완된 한 획부터 살피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고대어역사(古代語譯師)
고대어 번역가
고대의 언어를 사람의 말로 옮기는 자
“이 비문, 번역하면 '출입 금지'가 아니라 '들어오면 환영한다'입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겁니다.”
고대어 번역가는 고대 마법 문명의 비문·고룡어 기록·소멸한 정령 종족의 문자를 현대 인간어로 번역하는 학자다. 고룡 통역사(60010)가 살아 있는 고룡과 외교 대화를 나눈다면, 고대어 번역가는 이미 사라진 존재들이 남긴 문자 기록을 해독한다. 한 줄의 비문이 잘못 번역될 경우 모험가 파티 전멸부터 봉인된 고대 마법 해제까지 다양한 재앙이 일어날 수 있어, 길드에서는 고대 유적 탐사 전에 반드시 번역가를 동행시키도록 권고한다.
이 직업의 가장 큰 위협은 함정도 마수도 아니라, 번역이 '거의 맞는데 한 단어가 틀린' 경우다. 완전히 틀린 번역은 실수를 의심하게 만들지만, 99% 맞는 번역은 1%가 틀렸어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래서 베테랑 번역가일수록 마지막 한 단어를 가장 오래 고민한다.
“그 번역가가 마지막 한 단어를 하루 더 고민한 덕에 봉인이 유지되었습니다. 한 단어 빠르게 결론 내리는 것보다 한 단어 오래 의심하는 게 이 직업의 전부라는 걸, 하루 지나서야 알았지요.”
고대어 번역가 에이든 로(Aidan Lo) — 라달 마법 도서관(청수마탑 칠층, 마법 도서관 사서 외스타 풀란이 관리하는 그곳)에 상주하며 이십 년을 한 작업대만 쓴 인물 — 의 일화는 '비문 마지막 한 단어의 하루'로 번역가들 사이에 전해진다.
어느 해 라달 동단 신발견 고대 유적 '침묵의 회랑'(Silent Corridor, 라달 동단 발굴 이 년 차 지하 유적)에서 석판 비문 한 줄이 발견되었고, 에이든은 열두 단어 중 열한 단어를 사흘 만에 번역했다. 마지막 한 단어가 '개방'인지 '봉인'인지를 두고 에이든은 하루를 더 시간을 달라고 했다. 길드 마스터(60003)는 이미 번역이 99% 완성되었다며 그날 안으로 제출을 요청했으나, 에이든은 하루를 고집했다. 다음 날 새벽 에이든은 그 한 단어가 표준 고대어 '개방(Selvan)'이 아닌 인접 소멸 정령 언어 차용어 '봉인(Selvar)'임을 확인했다. 길드 마스터는 그 하루에 말없이 감사 편지를 보냈고, 에이든은 그 편지를 자기 작업대 정중앙에 고정해 두었다.
후대 번역가들은 마지막 한 단어를 하루 더 확인하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미궁구조사(迷宮構造師)
던전 구조 감정사
던전의 구조를 감정해 무너짐을 막는 자
“이 던전, 다음 주에 붕괴합니다. 오늘 안에 소개하십시오. 이건 예측이 아니라 구조공학입니다.”
던전 구조 감정사는 던전의 구조적 안정성·천장 붕괴 위험·마력 과부하 균열을 감정해 모험가와 길드에 경보를 전달하는 전문가다. 던전 측도사(60025)가 던전의 층수와 지형을 측량한다면, 구조 감정사는 그 던전이 '지금 당장 들어가도 되는지'를 판정하는 자다. 같은 던전이라도 날씨·계절·마력 조위에 따라 구조 안정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제 안전했던 던전이 오늘은 위험할 수 있다.
길드에서 이 직업의 진짜 가치를 알아보는 데는 보통 사망 사고가 한 건 나야 한다는 씁쓸한 격언이 있다. 가장 정확한 붕괴 예측을 내놓아도 아무도 믿지 않다가, 실제로 붕괴가 일어난 뒤에야 그 감정사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던전 구조 감정사는 틀린 예측보다 맞는 예측이 더 외롭다.
“그 감정사가 던전 붕괴를 사흘 전 예측했을 때 길드에서 비웃었습니다. 붕괴 후에는 아무도 그 예측을 언급하지 않았지요. 가장 외로운 정확도가 이 직업에 있습니다.”
던전 구조 감정사 벨트 코(Belt Ko) — 라달 도시국 길드 감정청(Dungeon Assessment Bureau, 길드 산하 구조 전문 평가 부서)에서 이십 년을 재직한 인물 — 의 일화는 '비웃음과 붕괴 사이 사흘'로 감정사 도제들 사이에 전해진다.
어느 가을 라달 동단 중견 던전 '검은 항아리'(Black Jar, 라달 동단 십 년 차 B급 던전)가 삼 층 마력 과부하 균열 징후를 보였다. 벨트는 그 징후를 바탕으로 — "사흘 이내 삼 층 천장 붕괴, 즉시 소개 권고" — 라는 한 줄 감정서를 길드에 제출했다. 길드 접수원(60027, 은빛가지 길드 카운터 접수원)은 그 감정서를 길드 마스터에게 전달했으나, 마스터는 다른 감정사 두 명의 이상 없음 소견을 근거로 소개 결정을 미뤘다. 사흘째 저녁 삼 층 천장이 정확히 붕괴했고, 다행히 그 시간에 던전 안에 있던 모험가는 없었다. 길드 마스터는 그 붕괴 이틀 후 벨트의 감정서를 길드 공식 기록으로 등재했으나, 벨트는 그 등재에 감사 인사를 하지 않았다. 벨트의 메모에는 단지 — "맞는 예측은 감사를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 라는 한 줄만 남아 있었다.
신전치유사(神殿治癒師)
신전 치료사
신전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자
“이 상처, 회복약으로는 안 됩니다. 회복약은 살을 붙이지만, 이건 마음이 먼저 닫혀야 살이 붙는 종류입니다.”
신전 치료사는 신전에 소속되어 신성 마법으로 부상·독·저주를 치료하는 사제다. 회복약 행상(60018)이 던전 입구에서 물리적 회복약을 파는 자라면, 신전 치료사는 신성 마법이 필요한 깊은 부상이나 정신적 상처까지 다루는 자다. 대부분의 치료는 신성 마법 한 번으로 끝나지만, 일부 저주나 오래된 상처는 치료보다 치료사와의 대화가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신전 치료사들 사이에서 가장 어려운 환자는 심각한 부상자가 아니라, 부상이 다 나은 뒤에도 다시 의뢰를 나가지 못하는 모험가다. 몸을 고치는 것은 마법으로 되지만, 다시 문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은 의지로 해야 하며, 그 의지를 곁에서 기다려 주는 것은 마법이 아니라 시간이다.
“그 치료사가 회복된 모험가 옆에 사흘을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마법 한 번이면 될 것 같은데, 그냥 거기 있었지요. 가장 고급 치료가 가장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신전 치료사 말란 케(Malan Ke) — 라달 도시국 빛의 신전(Temple of Light, 라달 중앙 가장 큰 치료 전문 신전) 소속으로 십오 년을 재직한 인물 — 의 일화는 '사흘을 그냥 앉아 있기'로 치료사 도제들 사이에 전해진다.
어느 해 모험가 파티 '늦은 발걸음'(60004, 사십 년을 함께 활동한 A급 모험가 파티)의 베테랑 한 명이 동료를 던전에서 잃은 뒤 신전 치료실에 찾아왔다. 몸의 부상은 회복약으로 이미 다 나아 있었지만, 그는 삼 주 동안 침대를 나오지 않았다. 말란은 처음 이틀은 신성 치료 마법을 시도했으나 효과가 없었고, 셋째 날부터는 그냥 침대 옆 의자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특별히 말을 걸지도 않았고 무언가를 권유하지도 않았다. 사흘째 저녁 그 모험가가 먼저 — "저녁은 뭐가 나옵니까" — 라고 물었고, 말란은 — "슬라임 수프입니다. 던전 식당 '뜨거운 도면'(60017, 라달 길드 옆 사십 년 운영 식당)에서 온 겁니다" — 라고 답했다. 그 모험가는 이틀 뒤 다시 길드 카운터 앞에 나타났다. 말란은 그 사흘을 자기 치료 기록에 — "치료: 없음. 경과: 회복" — 이라고만 적었다.
후대 치료사들은 이미 다 나은 환자 옆에 사흘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마법무구사(魔法武具師)
마법 무구 감정사
마법 무구의 진위를 가리는 감정사
“이 검, A급 인증 문양이 붙어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C급 합금 위에 도금한 겁니다. 두 번 휘두르면 부러집니다.”
마법 무구 감정사는 검·갑옷·방패·반지 등 마법 무구의 진위·등급·잠재 결함을 감정해 모험가와 길드에 공식 인증을 부여하는 전문가다. 룬 각인사(60023)가 무구에 룬을 새기는 자라면, 무구 감정사는 그 룬이 제대로 새겨졌는지를 검증하는 자다. 가짜 마법 무구 한 자루가 모험가의 마지막 한 합을 앗아가는 사고는 길드 야사에 매 시즌 한 건씩 기록되어 있다.
이 직업의 가장 어려운 순간은 감정 결과가 무구 주인의 기대와 정반대일 때다. 특히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가보 검이 사실 일반 철제임을 알리는 일은, 그것이 진실이더라도 항상 아프다. 베테랑 감정사일수록 감정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을 가장 오래 고민한다.
“그 감정사가 그 가보 검에 대해 한 줄 감정서를 쓰는 데 진짜 실력이 보였습니다. 감정 결과보다 그 결과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이 직업의 가장 어려운 절반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마법 무구 감정사 뇨른 벨(Nyorn Bel) — 라달 도시국 무구 거리(라달 동단 룬 각인사 켈빈 토르(60023)의 공방 인근)에서 십오 년을 재직한 인물 — 의 일화는 '가보 검의 감정서 한 줄'로 감정사들 사이에 오래 전해진다.
어느 해 라달의 신참 기사 한 명이 삼 대에 걸쳐 전해져 온 가문의 검을 들고 왔다. 검 자체는 마법이 전혀 없는 평범한 철제였으나, 손잡이 부분의 장식 금속 마감이 옛 가문 문양 장인이 손으로 새긴 것임을 뇨른이 첫 호흡에 알아챘다. 표준 감정서라면 — "마법 없음, 일반 철제" — 한 줄로 끝날 것이었으나, 뇨른은 하루를 더 써서 감정서에 — "마법 속성: 없음. 마감 장인 인장: 삼백 년 전 왕립 문장관(60021, 라달 왕립 문장청 등록 장인)이 인증한 오를린 가문 전속 장인 각인. 가치: 마법 A급 검 상당" — 이라고 적었다. 그 기사는 감정서를 받은 날 뇨른에게 — "이 검을 이제 더 이상 수치스럽지 않게 찰 수 있겠습니다" — 라고 했고, 뇨른은 그 한 줄을 자기 감정 기록부 앞장에 옮겨 적어 두었다.
후대 감정사들은 마법 속성이 없는 무구에도 한 줄을 더 쓰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기상조술사(氣象操術師)
기상 마법사
비와 바람을 다스리는 마법사
“오늘 오후 라달 북쪽에 번개가 세 번 칩니다. 두 번은 자연산, 한 번은 마계 누출입니다. 알아서 피하십시오.”
기상 마법사는 자연 기상과 마법·마계 누출로 인한 인공 기상 이변을 분석하고 예보하며, 필요한 경우 소규모 기상 조절을 수행하는 전문가다. 정령왕의 대리인(60007)이 정령왕의 분노로 인한 자연재해를 외교로 해결한다면, 기상 마법사는 그 재해가 정령 원인인지 자연 원인인지를 먼저 구분하는 자다. 같은 폭풍이라도 원인에 따라 대응 방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기상 마법사의 첫 진단 한 줄이 모든 대응의 출발점이 된다.
이 직업의 가장 큰 피로는 날씨를 매일 예보하는 것이 아니라, 날씨를 매일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날씨가 예보대로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예보와 다르면 기상 마법사 탓을 한다. 베테랑일수록 날씨보다 예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더 오래 고민한다.
“그 기상 마법사가 '예상과 다르게 맑았습니다'라고 사과한 날, 나는 처음으로 기상 예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았습니다. 틀린 것이 당연한 분야에서 맞으려 노력하는 사람이지요.”
기상 마법사 페른 오흘(Fern Ohl) — 라달 도시국 왕립 기상청(Royal Weather Office, 라달 서단 기상 전망대)에서 이십 년을 재직한 인물 — 의 일화는 '마계 번개 한 번의 구분'으로 기상 마법사들 사이에 전해진다.
어느 여름 라달 북단에 예보되지 않은 폭풍이 갑자기 몰아쳤고, 번개가 열두 번 떨어졌다. 페른은 그 열두 번 중 열한 번은 자연 뇌우이고, 아홉 번째 번개 한 번만이 마계 누출(魔界漏出, 차원문이 일시 열릴 때 마계 에너지가 번개 형태로 방출되는 현상)임을 다음 날 아침 발표했다. 길드와 신전 모두 그 구분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페른은 아홉 번째 번개가 떨어진 정확한 지점에 차원문 관리자(60009, 차원문 봉인 전문가)를 요청했다. 관리자가 도착해 그 지점을 조사하자 0.8미터 폭의 미세 차원문 전조 균열이 발견되었고, 봉인 조치가 이틀 만에 완료되었다. 페른은 그 이후로 매 예보마다 자연 원인과 마계 원인을 한 줄 구분해 적는 형식을 스스로 도입했으며, 그 형식은 지금도 왕립 기상청 표준 예보 양식으로 남아 있다.
후대 기상 마법사들은 번개가 칠 때마다 자연산과 마계산을 반드시 구분하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석상설계사(石像設計師)
골렘 설계사
골렘을 설계해 깨우는 자
“이 골렘은 주인을 닮게 설계했습니다. 그러니 주인이 먼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 주셔야 합니다.”
골렘 설계사는 용도에 맞는 골렘을 처음부터 설계하고 제작하는 마도공학 전문가다. 마도공학 정비사(60011)가 기존 골렘을 고치는 자라면, 골렘 설계사는 새 골렘을 만드는 자다. 전투용·운반용·가사용·순찰용 등 목적에 따라 설계가 완전히 달라지며, 같은 용도라도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설계 세부 사항을 조정한다.
이 직업의 가장 특이한 요소는 의뢰인 면담이다. 마도공학적 사양보다 '이 골렘이 어떤 상황에서 주인을 돕기를 바라는가'를 먼저 묻는 것이 베테랑 설계사의 방식이다. 기술 명세보다 의뢰인의 한 문장이 설계의 출발점이 되며, 그 한 문장을 잘못 듣거나 그냥 넘기면 아무리 정교한 골렘도 쓸모없는 물건이 된다.
“그 설계사가 의뢰 면담을 세 시간이나 한 이유를 처음엔 몰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세 시간이 골렘 설계서 전체였던 겁니다. 마도공학은 도면이 아니라 대화라는 뜻이지요.”
골렘 설계사 하르 탄(Har Tan) — 청수마탑 인근 마도공학 공방 거리(마도공학 정비사 토른 베르겐(60011)의 작업장 옆 골목)에서 십오 년을 작업한 인물 — 의 일화는 '의뢰 면담 세 시간의 골렘'으로 설계사 도제들 사이에 전해진다.
어느 봄 라달의 한 독거 노인이 단순한 가사 보조 골렘을 의뢰하러 왔다. 표준 가사 골렘 설계라면 반나절이면 충분했으나, 하르는 노인에게 세 시간 동안 질문을 이어갔다. 노인이 어떤 시간에 일어나는지, 무엇을 먹는지, 어떤 소리가 좋은지, 혼자 있는 시간이 어느 때인지를 하나씩 물었다. 결과물로 나온 골렘은 표준 사양이었으나, 아침 여섯 시에 노인의 발소리 속도에 맞춰 따뜻한 물 한 잔을 들고 이동하고, 저녁에는 노인이 말을 걸면 응답하되 먼저 말을 걸지 않는 방식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노인은 그 골렘을 받고 — "이 골렘은 나를 압니다" — 라고 했다. 하르는 그 한 줄을 자기 설계 노트 첫 장에 새겨 두었으며, 이후 모든 의뢰에서 면담을 설계서 한 부로 포함시켰다.
후대 골렘 설계사들은 기술 사양 이전에 의뢰인 면담 한 부를 먼저 작성하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마수생태가(魔獸生態家)
마수 생태 연구가
마수의 생태를 평생 연구하는 자
“이 마수, 사람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단지 자기 영역을 지키는 겁니다. 들어간 사람이 먼저 실수한 거예요.”
마수 생태 연구가는 던전 안팎의 마수 행동 패턴·먹이 사슬·영역 분포를 현장 조사해 길드와 왕실에 보고하는 학자다. 던전 구조 감정사(60040)가 던전이 안전한지를 판단한다면, 마수 생태 연구가는 그 던전의 마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분석한다. 마수를 '토벌 대상'이 아닌 '연구 대상'으로 보는 것이 이 직업의 출발점이며, 그 시각 차이가 모험가에게 살아남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 직업의 가장 큰 직업적 갈등은, 연구를 위해 마수 서식지에 접근할수록 길드가 그 정보를 토벌 효율 향상에 사용한다는 점이다. 마수를 이해하는 연구가 마수 멸절을 앞당기는 아이러니 앞에서, 베테랑 연구가일수록 보고서에 '권고 사항' 한 줄을 더 쓴다.
“그 연구가의 보고서 마지막 줄에 '토벌 대신 영역 우회를 권고함'이라는 한 줄이 있었습니다. 그 한 줄을 길드가 무시한 덕에 세 모험가가 죽었고, 그 한 줄을 지킨 덕에 다른 두 파티가 살았지요.”
마수 생태 연구가 오른 메이(Orn May) — 라달 왕립 마수 연구소(Royal Fauna Institute, 라달 마탑 인근의 마수 전문 학술 기관)에서 십이 년을 재직한 인물 — 의 일화는 '영역 우회 한 줄의 보고서'로 연구가들 사이에 전해진다.
어느 봄 라달 동단 변경에 새 던전 하나가 출현했고, 던전 안에 기록된 적 없는 새 마수 종이 발견되었다. 오른은 그 마수를 직접 관찰하기 위해 사흘 동안 던전 입구 외곽에서 대기했으며, 마수가 던전 밖으로 나왔다가 100미터 반경에서 자기 발자국을 멈추고 돌아가는 행동을 반복한다는 사실을 기록했다. 그 100미터 반경이 이 마수의 영역임을 확인하고, 오른은 보고서 마지막 줄에 — "100미터 반경을 우회하면 충돌 없음. 토벌 불필요" — 라고 적었다. 길드 마스터(60003)는 그 마수 정보를 토벌 의뢰에 사용했고, 오른의 한 줄을 읽은 두 파티는 우회로를 택해 생환했다. 한 파티는 그 한 줄을 무시하고 직접 진입했다가 전멸했다. 오른은 그 이후 보고서마다 권고 사항 한 줄을 반드시 마지막에 적었으며, 그 한 줄의 활용 여부는 본인이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후대 연구가들은 모든 보고서 마지막에 권고 사항 한 줄을 반드시 쓰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저주해제사(咀呪解除師)
저주 해제사
저주의 사슬을 풀어내는 자
“저주를 그냥 제거하면 그 저주가 시작된 이유도 사라집니다. 그걸 알고도 제거를 원하십니까?”
저주 해제사는 인간·마수·유물에 걸린 저주를 분석하고 안전하게 해제하는 전문가다. 신성 심판관(60008)이 저주의 출처를 판결한다면, 저주 해제사는 그 저주를 실제로 끊는 자다. 단, 저주는 단순한 마법 효과가 아니라 때로 누군가의 간절한 감정이 굳어진 것이기 때문에, 해제 전에 그 저주가 왜 걸렸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이 직업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다.
저주를 그냥 깨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저주가 걸린 이유를 이해하면서도 의뢰인을 위해 그것을 끊는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어떤 저주는 해제 후 의뢰인이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그것을 미리 설명하는 것이 이 직업의 가장 긴 대화다.
“그 해제사가 저주를 끊기 전 이틀을 그냥 앉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주보다 저주를 건 이유가 더 오래된 것이었거든요. 그 이틀이 진짜 해제였던 겁니다.”
저주 해제사 벨린 노(Belin No) — 라달 도시국 신전 거리(빛의 신전 인근)에서 십 년을 작업한 인물 — 의 일화는 '이틀 동안의 저주 해제'로 해제사들 사이에 전해진다.
어느 겨울 라달의 한 모험가가 십 년 전 사냥에서 마주친 마수의 저주를 들고 왔다. 저주의 효과는 경미했지만, 그 모험가는 그 저주가 걸린 뒤로 혼자 숲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했다. 벨린은 그 저주를 첫날 분석해 한 시진 만에 해제할 수 있었으나, 해제하기 전에 그 모험가에게 저주가 걸린 날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마수는 새끼를 지키던 어미였고, 모험가는 그날 그 사실을 알면서도 돌아서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벨린은 첫날 저주 해제를 하지 않았으며, 이튿날도 하지 않았다. 사흘째 모험가가 스스로 — "이제 됩니다" — 라고 했을 때 벨린은 한 호흡 만에 저주를 해제했다. 그 모험가는 이후 숲에 다시 들어갈 수 있었으며, 해제 후 처음 간 숲에서 그 마수의 새끼가 자라 살고 있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후대 해제사들은 저주 해제 전에 그 저주가 생긴 날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마법광석사(魔法鑛石師)
마법 광석 채굴사
마법 광석을 채굴하는 자
“이 광석, 잘못 캐면 폭발합니다. 올바르게 캐도 세 명이 필요합니다. 혼자 왔습니까?”
마법 광석 채굴사는 마력 결정·용암석·공허 광물 등 마법 연구와 마도공학에 쓰이는 특수 광석을 전문적으로 채굴하는 기술자다. 일반 광부가 곡괭이 하나로 일한다면, 마법 광석 채굴사는 광석마다 다른 채굴 방식·안전 거리·운반 방법을 알아야 한다. 같은 광석이라도 채굴 각도가 1도 틀리면 마력 결정이 파쇄되거나 폭발하는 경우가 있어, 이 직업의 일일 사고율은 길드 등록 직업 중 상위권이다.
가장 어려운 광석은 가장 비싼 광석이 아니라, 매장 위치가 불안정한 마력 단층 위에 있는 중급 광석이다. 고급 광석은 전문 장비와 마법 지원이 딸려 오지만, 중급 광석은 혼자서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베테랑일수록 비싼 광석보다 중급 광석 채굴에 더 신중하다.
“그 채굴사가 세 번 망설이다 네 번째에 캤다고 했습니다. 망설임 세 번이 폭발 방지 세 번이었던 거지요.”
마법 광석 채굴사 켈른 도(Keln Do) — 라달 도시국 마법 광산청(Arcane Mining Office, 마탑 물자 조달 담당 청사) 소속으로 십오 년을 현장에서 활동한 인물 — 의 일화는 '세 번 망설임과 한 번 채굴'로 채굴사 도제들 사이에 전해진다.
어느 봄 라달 동단 산맥 칸발(Kanbal, 라달 동단 험준 산맥) 하부에서 마력 결정 고품위층이 발견되었다. 채굴 파견대 셋이 연속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모두 마력 불안정으로 철수했고, 켈른이 단독으로 네 번째로 진입했다. 켈른은 채굴 지점에 도달해 세 번 망치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첫 번째는 주변 마력 진동이 기준치 이상이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채굴 각도가 1.5도 어긋났기 때문이며, 세 번째는 자신의 호흡이 두 박자 빠른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네 번째 망치질은 진동이 가라앉고, 각도가 맞고, 호흡이 돌아온 뒤였다. 그 한 번의 채굴로 마력 결정 표준량의 두 배가 안전하게 확보되었으며, 마도공학 정비사 토른 베르겐(60011)은 그 결정으로 자기 작업장 역사상 최고 결재 세 건을 연속으로 완성했다. 켈른은 그 이후 자기 망치 손잡이에 — "세 번 멈춰야 한 번이 된다" — 라는 한 줄을 새겼다.
후대 채굴사들은 채굴 전 망설임 세 번을 필수 안전 절차로 삼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마법향료사(魔法香料師)
마법 향료 조합사
마법의 향료를 조합하는 자
“이 향, 맡으면 용기가 생기는 게 아닙니다. 두려움을 잠시 잊게 해줄 뿐이에요. 그 차이를 알고 사십시오.”
마법 향료 조합사는 마력이 깃든 허브·결정·마수 분비물을 조합해 기억 강화·집중력 향상·소극적 감정 안정 효과를 주는 향료를 제조하는 전문가다. 영약 감별사(60014)가 영약의 진위를 검증한다면, 향료 조합사는 영약보다 약하지만 매일 쓸 수 있는 일상용 마법 향료를 만든다. 길드 대기실·마탑 도서관·여관 로비에 놓인 조용한 향 한 개가 대부분 이 직업의 산물이다.
향료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향료를 맡고 나서 즉각적인 효과를 느끼면 의존성이 생기기 때문에, 좋은 향료는 쓴 사람이 자기가 조금 나아진 것을 스스로 알아채는 속도로 작용한다. 그래서 베테랑 조합사가 만든 향료는 '아무 효과 없는 것 같다'는 평가를 자주 받으며, 그것이 최고의 칭찬이다.
“그 조합사가 만든 향 한 개가 마법 도서관 사서 옆에 십 년째 놓여 있습니다. 아무도 그게 뭔지 묻지 않는 것이 그 향의 완성도입니다.”
마법 향료 조합사 나엘 선(Nael Sun) — 라달 도시국 약초 채집가 모르나 풀(60026)이 납품하는 약초를 주요 재료로 쓰며 십이 년을 작업한 인물 — 의 일화는 '도서관 향 열 해'로 조합사들 사이에 전해진다.
어느 겨울 마법 도서관 수석 사서 외스타 풀란(60015, 청수마탑 칠층 도서관 수석 사서)이 도서관 연구 열람실에 놓을 집중력 향료를 나엘에게 의뢰했다. 나엘은 표준 집중력 향료 레시피 대신, 사서가 매일 어떤 시간대에 가장 피로한지를 이틀에 걸쳐 물었다. 사서는 마감 두 시간 전 견습들이 몰려오는 시간이 가장 고단하다고 했다. 나엘은 그 두 시간에만 효과가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잔향만 남는 조합을 설계해 작은 향료 하나를 만들었다. 열람실에 그 향이 놓인 뒤 견습들의 반납 분쟁과 열람 다툼이 눈에 띄게 줄었으나, 사서도 견습들도 그 이유를 향 때문이라고 연결하지 못했다. 십 년 뒤 그 향이 처음 놓였을 때와 같은 자리에 같은 모양으로 놓여 있다는 사실을 신참 견습이 알아채고 물었을 때, 사서는 —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 — 라고만 답했다.
후대 조합사들은 효과가 보이지 않는 향을 만드는 것을 목표 기준의 하나로 삼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미궁안내인(迷宮案內人)
던전 입구 안내인
던전 입구에서 길을 안내하는 자
“저쪽은 C급 이상만 됩니다. 이쪽은 D급도 가능합니다. 방향 잘못 들어가시면 저는 책임 못 집니다.”
던전 입구 안내인은 던전 입구에 배치되어 모험가들에게 등급별 진입 방향·현재 위험 공지·길드 통보 사항을 전달하는 평민 출신 보조 인력이다. 길드 접수원(60027)이 카운터 안에서 의뢰를 접수한다면, 안내인은 던전 앞 현장에서 마지막으로 모험가를 맞는 자다. 모험가들이 가장 흥분된 상태에서 만나는 직업이기 때문에, 안내인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흥분한 모험가를 두 마디로 진정시키는 것이다.
이 직업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 "저는 A급입니다" — 이며, 가장 자주 해야 하는 말은 — "길드 증서를 먼저 보여주십시오" — 다. 모험가의 자존심과 안전 규정 사이에서 매일 서 있는 자리가 이 직업이다. 진짜 베테랑 안내인은 모험가가 길드 증서를 꺼내기 전에 이미 그 등급을 알아챈다.
“그 안내인이 나를 막은 덕에 내가 살았습니다. 당시엔 화가 났지요. 지금은 그 두 마디를 제 아이에게 가르칩니다. '증서 먼저, 길은 나중에'.”
던전 입구 안내인 코른 밀(Korn Mil) — 라달 도시국 검은회랑 던전(검은 회랑, 삼층 미궁이 일주일에 한 번 새 함정을 토하는 던전) 입구에서 십오 년을 서 있는 평민 보조 인력 — 의 일화는 '막힌 오 초와 살아 돌아온 넷'으로 안내인들 사이에 전해진다.
어느 여름 D급 신참 모험가 넷이 검은회랑 C급 구역 진입을 시도했고, 길드 접수원 일다 베른(60027, 은빛가지 길드 카운터 접수원)이 이미 카운터에서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입구에서 다시 시도했다. 코른은 그 넷을 오 초간 막아 서서 — "오늘 오전 그 구역에 새 함정 알림이 왔습니다. 길드 공지 확인하셨습니까" — 라는 두 마디를 했다. 넷이 공지를 확인하는 그 오 초 사이, 안쪽 C급 구역에서 함정 발동 폭발이 일어나 입구 쪽으로 충격파가 밀려왔다. 코른은 그 오 초 동안 넷과 입구 사이에 서 있었고, 폭발 충격파를 정면으로 받았다. 넷은 그 충격에서 코른의 뒤에 있었기에 무사했으나, 코른은 그날 왼팔 골절 부상을 입었다. 코른은 회복 후 같은 자리로 돌아왔으며, 그 사건을 자기 일지에 — "막는 것도 안내다" — 라는 한 줄로만 기록했다.
후대 안내인들은 등급 확인 두 마디를 어떤 상황에서도 빠뜨리지 않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
냉정화부(冒險淨化夫)
길드 청소부
길드의 잡일을 도맡아 청소하는 자
“길드 바닥에 핏자국이 있으면 그건 누군가 살아 돌아왔다는 증거입니다. 청소는 하겠지만, 마음은 조심스럽습니다.”
길드 청소부는 모험가 길드 내부의 바닥·카운터·의뢰 게시판·대기 의자를 매일 청소하고 관리하는 평민 출신 일꾼이다. 길드에서 가장 이른 새벽에 출근하고, 가장 늦은 밤까지 남아 있는 것이 이 직업이다. 모험가들이 돌아와 떨어뜨리는 던전 흙·마수 피·회복약 자국을 매일 닦는다.
이 직업의 가장 특별한 점은 그 어떤 길드 직원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실 구석 의자에서 나누는 파티 의논, 카운터 앞에서 터져 나오는 실망, 새벽 귀환 후 바닥에 주저앉아 하는 한숨 — 길드 청소부는 그 모든 순간의 증인이다. 다만 그 모든 것을 본 적 없는 듯 청소하는 것이 이 직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 청소부가 내 파티가 처음 해체되던 밤을 전부 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십 년이 지난 뒤에야 그걸 알았고, 그때서야 왜 그 자리 바닥이 늘 제일 깨끗했는지를 이해했습니다.”
길드 청소부 마른 켈(Marn Kel) — 라달 도시국 은빛가지 길드(길드 마스터 헤이먼드 토르(60003)가 이십 년을 지킨 그 길드) 청소를 이십오 년간 담당한 평민 일꾼 — 의 일화는 '바닥 일지 한 권'으로 길드 야사에 조용히 남아 있다.
마른은 이십오 년간 매일 자기 청소 시작 전에 그날 바닥 상태를 일지 한 줄로 적었다. 핏자국이 많은 날은 — "오늘 많이 돌아왔다" — 라고 적고, 조용한 날은 — "오늘 아무도 못 돌아왔다" — 라고 적었다. 던전 식당 '뜨거운 도면'(60017, 라달 길드 카운터 옆 골목 식당) 페른 메르가 그 일지를 보게 된 것은 어느 겨울이었는데, 마른의 일지 중 A급 모험가 파티 '늦은 발걸음'(60004, 사십 년을 함께 활동한 파티)이 동료를 잃은 날 — "오늘 다섯이 왔는데 넷이 앉았다" — 라는 한 줄을 읽고 페른은 오래 말이 없었다. 그 이후 페른은 매달 길드 청소부에게 무료 식권 한 장을 남몰래 카운터에 맡기기 시작했으며, 마른은 평생 그 식권이 누구에게서 왔는지 묻지 않았다. 마른의 일지 이십오 권은 현재 은빛가지 길드 창고 가장 안쪽 상자에 보관되어 있으며, 누구도 함부로 열지 않는다.
후대 길드 청소부들은 매일 청소 시작 전 바닥 상태를 한 줄로 기록하는 의례를 그날에서 따왔다.